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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9

유령 열차 - 아카가와 지로 / 한성례 : 별점 2.5점

유령 열차 - 6점 아카가와 지로 지음, 한성례 옮김/씨엘북스

펄프 픽션의 제왕 아카가와 지로의 단편집입니다.

아카가와 지로의 작품은 제법 많이 접해 왔습니다. 리뷰를 올린 작품은 "마리오네트의 덫",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시리즈인 "공포서클", 그리고 단편집 "네이비 블루 스토리"와 몇몇 앤솔러지 뿐이지만,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는 서울 문화사를 통해 국내에 출간된 작품들은 다 읽었으며, 그 외에도 SF라고 할 수 있는 "프로메테우스의 딸" 등을 읽었으니까요.

그러나 대부분의 작품이 수준 이하였습니다. 도저히 유명 작가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마리오네트의 덫"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제 리뷰에도 썼듯이 3류 소설의 교과서같은 책이었지요. 그래서 작가의 그 어떤 다른 작품도 읽지 않으리라 결심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약 8년여, 설 연휴 때 읽을만한 가벼운 작품을 찾다가 이 작품이 얻어걸렸네요. 작가의 마지막 작품을 읽은지도 오래 되어 나쁜 기억이 희미해지기도 했지만, 그나마 단편들은 읽을만 했던 기억 때문이지요. 예전에 읽었던 "일본 서스펜스 걸작선"이라는 괜찮은 앤솔러지에 수록되었던 "곳에 따라 비"에 대한 좋은 기억이 남아있기도 했고요. 이 작품의 주인공인 우노 경부와 대학생 유키코 컴비가 꽤나 유쾌해서 다른 시리즈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었는데, 바로 이 단편집이 이 컴비가 활약하는 데뷰작이자 작가의 데뷰 단편집이기도 했거든요. 문예춘추 선정 일본 미스터리 100선에도 당당히 실려 있기도 하고요. "마리오네트의 덫"의 순위가 더 높은걸 보면 영 신뢰가 안 가는 리스트이기는 하지만요.

하여튼, 기대 반 우려 반이었는데 다행히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수록작 대부분이 '불가능 범죄'를 다루고 있는데, 상황들이 기발한 덕이 큽니다. 범행 동기 등 세세한 부분의 설득력도 높은 편이며, 트릭도 반전도 제법이에요.
무엇보다도 두 커플의 캐릭터가 아주 좋습니다. 부인과 사별한 중년 경감 우노와 젊은 여대생 유코 커플을 조합했다는 점도 이색적인데, 지금 보아도 촌스럽지 않게 톡톡튀고 발랄한 유코의 묘사가 괜찮습니다. 상당히 개방된 연애관과 성의식은 시대를 앞서간 감이 있네요.

그러나 수준 이하의 졸작도 수록되어 있는 등 작품의 편차가 크다는건 아쉽습니다. 여러모로 단점도 많이 띄고요.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는 않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유령 열차"

8명의 승객이 운행하는 기차에서 사라진 깜쪽같이 사라졌다는 불가능 범죄를 그린 단편입니다. 아내와 사별한 독신 경감 우노 교이치와 여대생 유키코 컴비의 기념할만한, 그리고 아카가와 지로에게도 기념할만한 데뷰작이죠.

그러나 사건에 비하면 그리 대단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위증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 입장에서도 그리 어려운 수수께끼가 아니에요. 달랑 세 명의 마을 주민(이와유다니 역 역장, 기차 기관사, 차장)이 승객들이 분명히 탔다고 증언했을 뿐이라서 이 세 명이 입을 맞춘다면 탑승, 혹은 운행 과정에서의 승객 소실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실제로도 8명의 사람들이 승객으로 위장하여 탑승한 뒤, 기차 뒤에 매달아 놓았던 대차를 타고 탈출한게 진상이고요.

8명의 승객이 여관에서 독버섯을 먹고 죽었으며, 쇠락해가는 마을 관광이 치명상을 입을까 두려워 한 마을 유지들이 합심하여 시체를 숨긴 뒤 공작을 벌였다는 동기는 나름 그럴듯합니다. 식사 문제를 우노와 유코의 입으로 드러내는 등 약간의 복선도 존재하고요.

그러나 좋은 작품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여덟 명이나 되는 손님이 사고사로 죽은걸, 기차를 탔다가 중간에 어디론가 사라진걸로 무마한다는게 말이나 될까요? 차라리 시체를 태운 뒤 기차 사고같은걸 일으키는게 현실적이잖아요. 아니면 마을 사람들이 합심하여 입을 맞춘 뒤, 등산을 갔다는 등으로 둘러대던가요.
또 승객 소실은 번거로운 연극 없이, 그냥 세 명(아니, 여관 주인인 고지마까지 네 명)만 함께 증언해도 성립했을텐데 무려 여덟 명이나 되는 사람을 대역으로 동원한 것도 이상합니다. 아울러 수수께끼의 영역에서 이와무라 미와를 살해하고, 유코마저 납치하는 실제 범죄가 우노 경감앞에서 벌어진 뒤에는 범인들이 빠져나갈 방도가 없었다는 점에서 결말은 많이 아쉽습니다.

기념할만한 데뷰작이지만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유괴범의 배신"

닛타가 '봉투에 들어 있지도 않고, 접혀 있지도 않은' 협박장을 들고 있었던 이유에 대한 추리는 괜찮습니다. 배달온걸 본게 아니라, 자기가 만든 협박장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보고 있었다는 추리인데 상당히 그럴듯해요. 유괴 사건은 조작이며, 닛타가 자신의 과거를 협박하던 니시오를 죽이려는게 목적이었다는 진상은 바로 이 추리에서 출발하는데, 추리와 동기와 진상이 잘 어우러집니다.

또 협박장이 들어있던 우편함 속 신문 투입 날짜를 통해 협박장이 집 안에서 넣어진걸 알아챈다던가, 이 협박장의 '딸'이 마사코가 아니라 니시오의 딸 마치코였고, 니시오가 닛타로부터 책을 읽지도 않으면서 자주 빌려가는 이유는 책 속에 넣어둔 현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는 세세한 추리들도 괜찮았어요.

그러나 닛타가 과거 살인을 저질렀던 과거로부터 면죄부를 얻기 위해 마사코마저 살해했다는 전개는 너무 극단적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훗날 막장 3류 드라마의 제왕이 된 아카가와 지로의 편린이 여기서도 엿보이네요. 이야기로서의 완성도는 낮은 편이라 별점은 2점입니다.

"얼어붙은 태양"

한 여름 태양이 작열하는 휴양지에서 얼어죽은 이로누마의 시체가 묘한 대비를 이루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트릭이랄건 없습니다. 범인의 의외성에만 촛점을 맞추고 있어요. 이로누마를 냉동고로 유인해 가두어 죽게 만든건 다케나카 부인의 어린 세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냉동고를 대충 관리하여 책임을 지는게 두려웠던 관리인 노인이 사체 유기를 도운 것이지요.

문제는 이러한 상황과 범인의 의외성 외에는 건질만한 내용이 없다는 겁니다. 협박의 대상이 다케나카 부인이 아니라 오다 여사였다는 의외의 진상은 이야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해요. 또 관계자들과 며칠간 휴양지에서 만났을 뿐인 우노 경감과 유코가 어째서 그들을 도와 이로누마 죽음의 진상을 감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다케나카 부인이 선의의 피해자이고, 오다 여사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도 경감이 할 일은 아니잖아요? 아이들도 조금만 크면 자신들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알게 될 텐데 말이지요.

그래도 유코와 우노 경감 컴비의 알콩달콩 시츄에이션은 즐거웠습니다. 거사(?)를 치루려 할 때마다 방해받는 상황 묘사도 아주 코믹해서 즐거웠고요. 추리적으로는 별로라도 두 컴비의 팬이라면 즐길거리가 없지는 않은,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역시, 이 시리즈는 유쾌하고 해피 엔딩이어야 제 맛인거 같아요. 별점은 2점입니다.

"비옷을 입은 시체"

앞서 총평에서 언급했었던, 다른 앤솔러지에서 재미있게 읽었다는 단편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그런데 "비옷을 입은 시체"라는 제목은 영 별로네요. 이전에 읽었던 "곳에 따라 비"라는 제목이 더 근사했어요.

여튼,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이 비가 오지 않는데도 비옷 등을 차려입었기 때문에 동일범에 의한 연쇄 살인이라 생각되었지만, 사실은 모두 개별적인 범행이었다는 기본 아이디어가 좋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이 비옷을 입은 이유도 설득력있고요.

젊고 싱그러운, 그리고 현재와 하나도 다를게 없는 대학 축제가 배경인데, 휴대전화가 없어서 집으로 전화를 할 수 밖에 없는 고전적인 설정이 등장하는 것도 이채로왔던 점입니다. 공공장소에서의 키스를 경범죄라고 생각한다는 것도 옛 시절의 모습이고요. 이런게 고전의 맛이 아닌가 싶어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좋은 단편입니다.

"선인촌 마을 축제"

유코의 졸업 축하 여행을 떠난 둘은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나오키 형사의 초대로 그의 고향이라는 선인촌 마을에 머무르게 되었다. 이름 그대로 너무나 착한 사람들만 사는 마을이지만, 촌장의 부인이 우노를 유혹하고 수상한 남자가 자기 형이 이 마을에서 수상한 죽음을 맞았다고 말한 뒤 이리에 물려 죽은 시체로 발견되는데...

추리 소설은 아니고, 모험 소설에 가까운 작품인데, 지금 읽기에는 너무 뻔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오지와 같은 시골 마을, 그곳을 우연히 연락도 없이 방문한 손님들, 너무나 착해서 손님들이 원하는걸 다 들어주는 주민들, 손님들과 함께 보낸다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마을 축제.... 이 정도 단서가 주어지면, 손님들을 제물로 1년에 한 번 마을 주민들이 미쳐 날뛰는 광란의 축제가 벌어진다는건 보나마나지요. 공포 영화의 서브 장르인 포크 호러(Folk Horror)와 똑같으니까요. 집단적인 종교의식이나 미신때문에 외지인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영화들이요.

둘이 위기에서 탈출하는 과정도 운과 우연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를 꿈꾸던 처녀가 도와줘서 탈출하는거야 떡밥이 있었다 쳐도, 마지막 순간에 방송국 헬기 사다리를 잡고 도주에 성공한다는건 너무 작위적이었어요.

경찰인 나오키 형사도 마을 출신으로 공범이었다는 점은 독특했지만, 그 외에는 건질게 없는 망작으로 별점은 1점입니다. 차라리 수록되지 않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2019/12/20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 에드 멕베인 외 / 이리나 : 별점 2점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 4점
에드 맥베인.로런스 블록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북스피어

미국 뉴욕에는 추리소설 애호가에게 유명한 '미스터리 서점'이 있습니다. 유명 추리소설 편집자이자 비평가인 오토 펜즐러가 운영하는 서점으로 1979년에 문을 열었다니 올해로 40년이 되었네요. 이 책은 오토 펜즐러가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서점 고객들에게 선물로 증정했던 소책자에 수록되었던 단편들을 모아 엮은 단편집입니다.

오토 펜즐러의 말에 따르면, 소책자용 이야기의 기준은 세가지였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이야기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할 것, 두번째는 당연하겠지만 미스터리를 포함할 것, 마지막 세 번째는 적어도 몇몇 장면은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어날 것이 그 기준입니다. 이 책이 국내 첫 출간될 당시, 책을 펴낸 북스피어가 이벤트삼아서 이와 유사한 조건의 꽁트를 모집했었습니다. 저의 짤막한 글도 다행히 선정되어 "작가의 수지"라는 멋진 책을 경품으로 증정받았었죠. 그러나 이벤트가 당첨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선뜻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오토 펜즐러가 자신의 서점 고객용으로 준비한 글을 엮었던 "라인업" 같은 경우, 소설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면서 생각하고 있다가 드디어 올해 크리스마스를 맞아 읽어보게 되었네요.

일단, 작가진은 굉장히 화려합니다. 오토 펜즐러의 유명세와 인맥 덕분이겠죠. 도널드 E 웨스크레이크, 로렌스 블록, 에드워드 C 호크, 에드 멕베인, 토머스 H 쿡, 메리 히긴스 클라크 등 제가 소개했었던 유명 작가들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토 펜즐러와 미스터리 서점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가득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심지어 오토 펜즐러가 고전 본격물 스타일의 탐정 역할을 소화하는 작품마저 있을 정도에요. 미스터리 서점이 사건의 무대가 되고, 서점 직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도 많고요. 오토 펜즐러가 내세운 기준 때문이겠죠. 마찬가지의 이유로 미스터리 서점에서 열리는 파티를 소재로 한 작품도 제법 되는 편입니다.

허나 이러한 오토 펜즐러와 미스터리 서점 팬, 고객을 위한 서비스적인 묘사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볼만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기본적인 이야기의 완성도가 낮은 탓입니다. 오토 펜즐러가 내 건 조건들도 작위적으로 충족시킬 뿐이에요. 특히나 미스터리 서점에서의 흥청망청 크리스마스 파티는 영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희귀본을 수집하는 수집가가 자신의 서재에 술취한 손님들이 들어오는 파티를 연다는게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솔직히 전체 평균내면 2점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나마 반올림한 점수죠. 수많은 추리 작가, 추리 소설들이 인용되고 작품 속에서 활용되는 것을 보는 재미는 괜찮았지만 극소수의 작품을 제외하면 점수를 주기가 민망한 수준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작가들의 명성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상황인데, 작가들 역시 단순한 팬 서비스 정도로 여긴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토 펜즐러와 미스터리 서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아니시라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특정 작가의 팬이라도 마찬가지고요. 몇몇 괜찮은 작품이 있기는 하나 극소수거든요. 나중에 e-book으로 각 단편들이 분철되어 판매되면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에 소개드립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표지 디자인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아요. 크리스마스라기 보다는 할로윈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이런 어울리지도 않는 일러스트보다는 그냥 깔끔하게 서점 + 크리스마스 소품이라는 미국 원작 스타일 표지였다면 판매는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낌없이 주리라"

도둑 도트문더가 크리스마스날 맨해튼 호텔에서 고대 주화를 훔쳐 달아나다가 우연찮게 '미스터리 서점'에 숨어들었다. 그곳에서 주인 오토와 다른 일행들의 착각으로 그들이 벌이는 포커판에 끼어든 도트문더는 정직하게 게임을 해서 240달러 정도를 땄다. 그러나 경찰이 출동하여 수상한 사람에 대해 탐문하는데....

걸작 "도끼"와 유쾌한 케이퍼 소설 "뉴욕을 털어라", 묵직한 복수극 "인간 사냥" 등으로 잘 알려진 유명 작가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단편. 좋은 단편도 여러 편 발표했기에 작품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습니다. 마침 국내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뉴욕을 털어라"의 주인공인 도둑 도트문더가 주인공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주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야기의 수수께끼는 딱 한가지, "왜 오토와 친구들은 도트문더를 경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일까?" 인데 그 진상이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거든요. 이유는 바로 도트문더가 240여달러의 돈을 땄기 때문이죠. 도트문더가 체포되면 포커판은 깨지고 돈도 다시 찾을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도트문더가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오토와 친구들에게 돈을 잃어주기로 결심했다는 결말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포커판의 유지가 중요했다면, 240여 달러를 다시 잃는 것 보다 오토와 친구들의 돈을 모조리 따는게 게임을 끝내기에 더 현실적인 방법이니까요. 돈은 게임이 끝나고 공평하게 돌려주면 되잖아요? 돈을 다 따거나, 아니면 240여 달러를 다 잃거나 어느 쪽이건 게임이 끝날 때 오토와 친구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기도 하고요. 아울러 크리스마스날 일어난 사건일 뿐, 크리스마스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주제에 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점. 깊게 생각하지 않고 쉽게 쓴, 오토 펜즐러의 세 가지 기준에만 맞춘 졸작입니다.

"계획과 변주"

희귀 서적 중개인이 뉴욕에서 차례로 살해당했다. 파로아 러브 형사는 그들의 죽음이 대실 해밋의 잃어버린 원고인 "마른 여자"와 관련되어 있다는걸 알고, 자신의 친구 오토 펜즐러를 찾아가 책 수집상 와일리 에머슨을 함께 찾아가 보자고 부탁했다. 와일리 에머슨이 "마른 여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와일리 에머스는 "마른 여자"라는 원고는 본 적도 없다며, 자신을 찾아왔던 수집가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오토는 와일리 에머슨이 썼다는 원고 뭉치를 들고 나오는데...

흑인 동성애자 형사 파로아 러브가 등장하는 시리즈를 저술한 조지 백스트의 파로아 러브 단편. 크리스마스가 배경이기는 하나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없습니다. 대실 해밋의 "마른 여자"라는 원고를 와일리 에머스가 숨긴채 가지고 있던 이유도 썩 납득이 되지 않고요. 원고를 쫓는 악랄한 무리로부터 지키기 위해서였다는데 어차피 돈 받고 팔 생각이었다면 마찬가지 결과였을텐데 말이죠. 게다가 범인이 오토 펜즐러 서점의 매니저 알렉스였다는 진상도 뜬금없습니다. 나름의 복선이라고 등장하는건 찢어진 청바지와 원고를 노리는 도라를 배웅해 주었다는 것 뿐이라 억지스러웠어요.

한마디로 단편에 적합하지 않은 이야기를 무리하게 펼쳐낸 느낌입니다. 조금 더 길게, 상세한 설명을 더하여 풀어냈어야 하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녹슨 책갈피 도난 사건"

닉 벨벳은 크리스마스 주간에 고등학교 때 친구 찰스 오닐로부터 의뢰를 받았다. 의뢰는 오토 펜즐러에게 판매한 대량의 헌 책 속에 끼워진 금속 책갈피를 훔쳐와 달라는 것이었다. 닉은 택배기사로 변장하여 서점에 잠입한 뒤, 책갈피를 빼내오는데 성공하는데...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단편의 제왕 에드워드 D. 호크의 단편. 시리즈 캐릭터인 괴도 닉 벨벳이 주인공입니다. 확실히 제왕다운 작품이에요. 오토 펜즐러의 어떻게 보면 무리한 요구를 모두다 들어주면서 완성도까지 높은 수작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크리스마스라는 시즌을 유효적절하게 써먹고 있는게 눈에 뜨입니다. 크리스마스라 바빠서 닉의 변장이 잘 먹혔거든요. 오토 펜즐러가 대량의 추리 소설을 구입한 것과 그 탓에 미스터리 서점에서 책갈피를 훔치게 되는 과정도 그럴듯합니다.

또 녹슨 책갈피를 거액의 수고비를 지불하면서까지 훔치게 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도 인상적입니다. 사실 진상이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아요. 앞서 찰스의 여동생 마시의 남편이 목을 칼로 베어 살해당했다는 이야기가 이미 상세하게 설명되니까요. 그래도 '구리는 녹슬지 않는다. 이건 부식한게 아니다!'라는 닉 벨벳의 착안과 이를 통해 진상을 끌어내는 추리는 꽤 그럴듯합니다. 자수하라는 닉의 제안도 깔끔하고요.

무엇보다도 닉이 택배기사로 변장할 때, 위장을 위해 준비했던 여자친구의 추리소설들 중 한 권 - 놀랍게도 수 그래프턴의 "알리바이의 A" - 이 꽤나 값나가는 작품이었다는 결말이 아주 크리스마스답습니다. 오토 펜즐러씨가 횡재했다는 결말인데, 원고도 써 주고 덕담까지 해 준 셈이니 에드워드 D.호크는 상당한 대인배였던 것 같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3.5점. 오토 펜즐러의 기획 의도에 정확하게 부응하는 작품입니다. 완성도를 떠나 이 정도로 의도를 잘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역시 대가는 대가구나 싶네요.

"모작 살인 사건"

안 팔리는 아동 추리소설가 루페 페티코드는 자신의 교육 센터 창작 수업 수강생이 검토를 요청한 원고에 홀딱 반했다. 그 원고를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넘겨 선인세로 거액을 약속받은 루페는 원작자 도라 윔블러를 어쩔 수 없이 살해하는데...

잘 모르는 작가인 론 굴라트의 작품. 다른 누군가의 작품을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기 위해 원작자를 살해한다는 이야기는 많을겁니다.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럴듯한 동기니까요.

그러나 이 작품은 좋아보였던 도라 윔블러의 작품도 사실은 '도작' 이라는 진상이 밝혀지는 마지막 장면 덕분에 기존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화되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옛 고전물을 떠올리게 만드는 걸작이라고 칭송받지만, 사실은 고전물의 모작에 불과했던 것이죠! 정말 유쾌하면서도 인상적인 반전이었습니다.

루페 페티코드의 나름 절박한 현실, 작가로서의 뒤틀린 긍지와 복수심이 만화적으로 과장되어 있는게 옥의 티이기는 합니다. 너무 스테레오 타입의 묘사였거든요. 반전 외의 모든 전개 역시 스테레오 타입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뻔했고요. 그래도 반전만으로 모든게 용서되는 작품. 별점은 3점입니다.

"이보다 더 어두울 순 없다"

네로 울프를 추종하는 탐정 레오 헤이그의 조수이자, 그가 해결한 사건들을 소설로 발표하는 칩 해리슨은 오토 펜즐러의 요청을 받아 '미스터리 서점'을 찾았다. 크리스마스가 끝난 직후, 귀중한 코넬 울리치의 육필 원고가 도난당한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의뢰 때문이었다.

매튜 스커더 시리즈로 유명한 로렌스 블록의 단편. 매튜 스커더 시리즈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코믹한 전개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특히 화자인 칩 해리슨의 거침없는 언변이 아주 돋보여요. 온갖 고전 추리소설을 비트는 독설, 그리고 오토 펜즐러가 흠모하던 여성과 하룻밤을 보냈지만 술 때문에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는 상황을 풀어낸 전개도 유쾌하고요. 오토 펜즐러에게 장난치기 위해 쓴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에요.

문제는 로렌스 블록답지 않은 유쾌함 외에는 딱히 건질게 없다는 점입니다. 크리스마스는 파티의 구실일 뿐 이야기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으며, 추리 역시 대단할게 없거든요. 용의자들을 불러 모아 순서대로 증언을 듣는걸로 사건이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여섯명, 아니 일곱명의 용의자가 원고를 돌려보았으며, 마지막에 원고를 읽었던 연회업체 사장 진 보트레이가 오토 펜즐러의 침대 옆에 원고를 올려놓아 곧 발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진상은 허무하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1점입니다. 작가의 명성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졸작으로 로렌스 블록의 광팬이 아니시라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요정들의 선물"

보스턴에서 희귀 초판본 배달을 의뢰받고 오토 펜즐러의 '미스터리 서점'에 방문한 사설탐정 존 프랜시스 커디는 오토 펜즐러부터 새로운 의뢰를 받았다. 그가 수집한 추리 소설가들의 소장품이 동일 가격의 돈이 들은 봉투와 바꿔치기 당한 사건을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유력한 용의자는 세 명의 추리 소설가였다. 존은 세 작가를 차례로 탐문한 뒤, 진상을 알아낸다.

진상은 림프종으로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작가 모리가 꾸민 장난이었다는 소품으로 오토는 손해본게 실제로 없기 때문에 진지한 범죄가 아니라 장난이라는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토 펜즐러를 피해자로 삼은 생생한 추리 소설을 오토 펜즐러에게 선사한다는 건 추리 소설가가 세울법한 계획이구나 싶어 재미있었습니다. 모리의 시한부 삶이 다음 크리스마스를 맞지 못할 것 같다는게 도화선이 되었다는 설정은 필요없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지만요. 이 설정 때문에 밝고 유쾌할 수 있는 작품의 분위기가 좀 묵직해졌거든요.

그래도 미스터리 서점의 주인과 그의 친구인 추리소설가들이 벌일법한 크리스마스 장난과 선물이라 단편집 주제에 꼭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는 마음에 듭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엄마가 산타클로스 아저씨를 죽였어요"

어느 바쁜 크리스마스 오후,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는 앨런의 앞에 맥스라는 꼬마가 나타나 산타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기 시작했다. 

제목이 스포일러입니다! 제목이 다 망쳤어요. 맥스가 산타클로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할 때 부터 맥스의 엄마가 산타클로스를 죽였다는건 명백해집니다. 산타클로스의 정체가 대체로 아빠라는 점에서 피해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동기도 대체로 짐작이 가고요.

물론 추리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잔뜩 등장하는 전개는 볼만 합니다. 특히 서점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손님인 2급 형사 로지의 말이 기억에 남네요. '경찰 소설을 쓰는 작가 중에 정작 경찰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데, "87분서"> 시리즈로 일세를 풍미한 작가 스스로에 대한 자학개그로 느껴졌거든요. 역시 로지가 고양이가 등장하는 추리 소설을 싫어한다면서 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고양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말도 굉장히 와 닿았고요. "삼색털 고양이" 시리즈는 솔직히 첫 편을 제외하고는 엉망이었죠. "펠리데"는 괜찮았었지만요. 또 범죄물의 거장 에드 멕베인답게 맥스의 엄마가 서점에 나타나는 장면의 긴박감도 꽤 훌륭한 편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만으로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죠. 제목만 조금 비틀어서, 은유적으로 표현했더라면 훨씬 나았을텐데, 에드 멕베인답지 않은 안일한 구성이었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동방 박사의 간계"

오토의 손님 키티는 오토에게서 한 희귀본의 완벽한 표지를 가진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 오토를 위해 희귀본을 완벽하게 만들어 선물하려던 키티는 그 남자 가토의 방에 잠입하여 표지를 빼내 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선물용 희귀본 "바깥 화장실 가는 길"이 도난당한걸 알게 되는데... 

오토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두 도둑이 각자 서로의 희귀본과 표지를 훔친다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의좋은 형제"같은 내용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완성도는 낮습니다. 전반적으로 설명이 부족한 탓입니다. 왜 오토에게 귀중한 희귀본을 선물하려고 하는지, 키티와 가토는 직업이 도둑인지 등 기본 설정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거든요. 둘이 자신에게 선물을 하려는걸 오토가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고요. 또 오토가 둘이 그에게 선물하려던걸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가 흘린 정보로 둘이 각자 상대방이 가진 물건을 훔쳐내리라고 예상하는건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게 둘의 인연을 이어주려는 오토의 계획이었다니! 억지도 정도가 있지 이건 너무 심했어요.

크리스마스, 선물, 해피엔딩 등 크리스마스라는 날에 어울리는 소재들을 잔뜩 가져다 쓰기는 했지만 이래서야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내 목표는 신성하니"

윌슨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미스터리 서점을 방문한다. 삼촌에게 고가의 책을 선물하려 한다는 핑계를 대고 오토 펜즐러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당연히 목적은 선물 구입이 아니라 개인적인 복수였다...

오토 펜즐러에게 원고를 퇴짜맞은 후, 복수심에 사로잡힌 작가가 그를 죽이려 한다는 서스펜스 스릴러. 그러나 아쉽게도 긴장감이 잘 살아나지 않아서 서스펜스물로는 실격입니다. 정말로 윌슨이 오토 펜즐러를 죽이려고 했는지조차 모호하게 느껴질 정도니 말 다했죠.

그러나 마지막에 오토가 윌슨에게 지금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써 내면 고료를 주겠다고 구슬리는 장면의 아이디어는 괜찮았습니다. 대단한 반전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퇴짜를 놓은 평론가가 퇴짜를 맞은 작가에게 한다면 충분히 설득력있는 이야기로 느껴지거든요. 작가를 인정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잖아요?

그래도 별점은 1.5점입니다. 전개가 엉망이라 점수를 주기가 힘드네요.

"고양이 요정 스피릿"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찰서장 커디 맨검은 우연히 옛 인연이 있는 뉴욕 형사 로리를 만나 함께 오토의 미스터리 서점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가했다. 그리고 유명 작가 바트 웰스의 전처 클라우디아의 시체를 발견하는데....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는 미스터리 서점에 대한 떠들썩한 묘사는 볼거리입니다. 화자인 커디 맨검의 과장섞인, 허풍스러운 말투가 인상적인 탓으로 오토 펜즐러가 통이 커서 캐비어와 샴페인을 "전쟁과 평화"에서 보다도 많이 내 놓았다는 류의 말이 가득하기 때문이에요. 또 오토 펜즐러의 관심사, 미스터리 서점과 그곳에서 키우는 고양이에 대한 상세한 묘사 등은 작가가 오토 펜즐러를 속속들이 알고 있구나 싶게 만듭니다.

그러나 사건은 너무나도 별볼일 없습니다. 장황한 파티, 여러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 후 시체가 발견되고 사건이 해결되기까지는 달랑 2페이지 정도로 마무리되거든요. 고양이 스피릿이 바트 웰스의 바지에서 귀걸이를 발견하는게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이러한 고양이의 도움이 없었어도 범인이 드러나는건 어렵지 않았을거에요. 흉기인 샴페인 병에 바트의 피가 묻어 있었고, 동기마저도 명확했으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1점. 주인공의 장황한 대사만 돋보일 뿐, 추리적인 부분에서 아무리 봐도 점수를 줄 부분이 없다면 추리 소설이 아니라 무슨 스탠딩 코미디와 다를 바 없지요.

"크리스마스가 남긴 교훈"

프리랜서 편집자 베로니카 크로스는 박봉 때문에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며 부수입을 챙겨 왔다. 그녀는 토요일마다 서점에 나타나 싸구려 중의 싸구려 소설인 브루노 클렘의 페이퍼 백만 찾는 손님 해리에게 도대체 왜 브루노 클램 책을 읽는지를 묻는데... 

토머스 H 쿡의 단편. 심리 묘사의 대가다운 진중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또 누구나 가졌을 법한 질문, 이런 싸구려 책을 뭐하러 읽는가?에 대한 깊이있는 답도 인상적이고요. 베트남 전쟁에서의 무자비한 살인으로 후유증에 시달리는 해리에게는 싸구려 페이퍼백, 펄프 픽션이 일종의 스카치 위스키나 마약과도 같은 효과를 가져다 주기 때문에 읽는다는게 그 진상인데, 이를 대단히 유려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 고급 문학만 읽는 베로니카 역시 이런 류의 고통 - 강한 증오심으로 죽은 아버지의 얼굴을 후려쳤던 것 - 을 잊기 위해 책으로 도피하는게 아닐까 싶은 결말도 돋보입니다. 결국, 수준을 떠나 문학은 마약이라는 결론이랄까요?

문제는 크리스마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신간이 나오지 않는 브루노 클램의 책 대신, 시리즈가 많은 다른 싸구려 소설을 권해주고, 베로니카도 누군가가 무언가를 원하는건 위안을 얻기 위해서라는 교훈을 얻는다는 결말이 해피엔딩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죠. 딱히 흥겹거나 유쾌하지도 않고요. 또 미스터리라고 할 법한 내용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아주 좋네요. 다른 졸작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후회하게 될 거에요"

미스터리 서점은 끔찍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오토 펜즐러의 유일한 희망은 미스터리 소설을 수집하는 백작 부인이 찾는 "데인 가의 저주"를 찾아내어 판매를 성사시키는 것 뿐. 다행히 크리스마스에 책을 구하는데 성공하지만 백작 부인에게 건네기 전, 책을 분실해 버리고 마는데... 

오토 펜즐러의 아내라는 아동 도서 작가 리사 미쉘 앳킨슨의 이야기. 크리스마스에 미스터리 서점에서 벌어진 미스터리라는 조건은 충족시키지만 완성도는 별로입니다. "데인 가의 저주"가 사라진 이유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어요. 급료 없이 스티븐 킹의 신간 스릴러를 원하는 아르바이트생의 마지막 근무와 책을 숨기기 위해 스티븐 킹의 표지를 덮었다는 묘사가 합쳐지면 그 답은 너무나 뻔하잖아요. 게다가 백작 부인이 고가의 컬렉션을 오토 펜즐러에게 남기고 사고로 죽는다는 결말은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것도 순록이 끄는 썰매에 치어서 죽는다니, 이게 무슨 장난도 아니고....

도저히 점수를 주기 어려운 망작으로 별점은 1점입니다.

"긴 겨울의 한잠"

프리랜서 사진가였던 '나'는 오토 펜즐러의 도움으로 알코올 중독에서 빠져나와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맞은 첫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아래층 화장실을 방문했던 산타클로스의 시체를 발견한다. 산타클로스의 정체는 서점 직원 알란이었다. 

셜록 홈즈 원고가 동기인 고전 본격물 스타일의 정통 추리 단편. 오토 펜즐러가 직접 탐정역을 수행하는게 독특했습니다. 전개, 특히 셜록 홈즈와 비슷한 추리쇼를 펼쳐가면서 범인을 드러내는 마지막 장면 등에서 고전 본격물을 잘 흉내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흉내에 그칠 뿐이라 아쉽습니다. 고전물 만큼의 정교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수께끼인 "왜 희귀본을 창고에 넣는다고 했던 알란이 산타클로스 옷을 입은채 살해되었는가?"부터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으니까요. 당연히 산타클로스가 알란을 죽이고, 옷을 갈아입힌게 뻔하잖아요? 그렇다면 산타클로스는 누구냐는 수수께끼가 남는데, 여기서 억지스럽게 이야기가 비약해 버리고 맙니다. 시체 발견이 계기가 된 튜바 연주자 더그가 범인으로, 그는 시체 근처에 떨어진 튜바의 밸브 오일을 감추기 위해 다시 현장을 방문했다는 설정인데 이건 말도 안되죠. 현장을 무사히 빠져 나왔다면 다시 돌아가서 증거를 인멸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요? 그냥 도망가버리면 되지요. 현장의 튜바 밸브 오일이 그렇게 대단한 단서가 될 수도 없었을겁니다. 애초에 서점에 나타나지 않은걸로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 여러모로 부족했지만, 고전 본격물에 대한 팬심으로 조금은 후한 점수를 줍니다.

"콜드 리딩"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는 로저의 특기는 손님들을 파악하여 그들이 원하는 책을 권해주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크리스마스 이틀 전, 매들린 커크라는 아가씨가 나타났다. 유명 작가였던 할머니 매들린 커크 (동명이인)의 미발표 원고를 발견하고 그 값어치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로저는 그녀의 집을 방문하여 원고를 확인하기로 약속하는데, 원고를 빼앗기 위해 누군가 그녀를 습격한다. 로저는 자신의 특기를 발휘하여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리해낸다.

서점 손님을 보고 그들이 원하는 책을 추리해낸다는 로저의 특기는 재미있습니다. "시인장의 살인"에서 학생 식당 손님이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 추리 배틀을 펼치는 아케치 교스케와 하무라 유즈루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저는 별로였지만 존.D.맥도널드의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가 중요 소재로 등장하여 관련된 정보가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등 추리 소설에 대한 깊은 이해도 인상적이었고요.

문제는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라는 일상계스러운 추리라면 모를까, 폭행 납치에 살인 미수까지 벌이는 범인을 추리하기에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범인인 맥도널드 팬을 특정하는건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를 위한 복선도 없지는 않고요. 그러나 단편 소설 분량에서 쉽게 풀어낼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크리스천 킬러"

지능은 좀 떨어지지만 사람 죽이는 일에 충실한 킬러 사케시언은 독실한 크리스천. 어느날 자신의 타깃인 스티븐의 여동생을 진짜 천사로 착각한 뒤 살인을 그만두는데...

크리스천 킬러가 천사 분장을 한 타깃의 여동생을 만난 후 살인을 그만두지만, 또 다른 킬러의 살인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봐도 "레옹"이 떠오르지요? 우직한 킬러 사케시언, 살아있는 천사같은 헤일리 캐릭터도 딱 그러하고요. 마지막에 사케시언이 죽고 마는 결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별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타깃인 인간 쓰레기 스티븐이 살아남는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딱 한가지, 사케시언이 죽기 전 진짜 천사를 보았다는 결말은 괜찮았습니다. 뻔하지만 극적인 전개에 이 결말을 더하면 평작 수준은 되다고 보여지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오토 펜즐러의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작품이에요. 특별히 수수께끼가 등장하지 않으니까요.

"칠십네번째 이야기"

미스터리 서점에서 칠십 세가지 이야기가 수록된 단편집을 구입한 주인공은 책에 수록된 "어셔가의 몰락"을 읽은 후, 자신을 신경 쓰이게 만드는 아래층 한국인 편의점 주인을 트렁크에 넣어 땅에 파 묻는다... 

영미권 작품에 흔한, 1인칭 시점의 정신병자가 등장하는 사이코 스릴러. 하지만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이코패스 이기는 한데, 지능지수가 너무 떨어져서 문제입니다. 어린 시절에 저질렀던, 동물들을 땅에 파묻던 행동을 범죄와 연결시키는데 발상이 지극히 유치하기 때문입니다. 별다른 동기도 없는 충동적인 행동이라는 점도 그러하고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나 루스 렌들같은 심리 묘사를 선보였다면 나름 볼만한 작품이 되었을 수도 있는데 묘사 역시 전혀 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또 마지막 목격자로 오토 펜즐러와 서점 직원을 등장시킨 건 명백한 패착입니다. 지나치게 억지스러웠어요. 때문에 별점은 1점입니다.

"이름이 뭐길래"

전직 공중 곡예사 렉시 스미스는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할머니의 유언으로 그녀가 퇴짜맞았던 원고들을 쓰레기 봉투에 담아 내 놓은 뒤, 친구 알비라의 사인회로 향했다. 사인회가 끝난 뒤, 사인회장이었던 미스터리 서점의 오토 펜즐러와 파티를 가지게 된 렉시는, 그곳에서 할머니의 작품 중 한 편이 유명 작가의 작품과 5년 전에 바꿔치기 되었다는걸 알고 경악한다. 

서스펜스 스릴러물로 유명한 메리 히긴스 클라크의 단편. 작은 애완동물들을 사랑하고 추리 소설가를 지망했던 할머니 캐릭터 설정이 귀여웠던 작품입니다.

문제는 특별한 반전이 있는건 아니며, 할머니의 작품이 사실은 대단한 걸작들이었다는 결말이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점이죠. 렉시가 전직 곡예사였다는 설정도 딱히 효과적으로 사용된건 아니고요. 분쇄될 뻔 했던 봉투를 더 극적으로 회수했었어야 했어요.

그래도 크리스마스 특별 단편이니 이 정도는 눈감아줄 만합니다. 전개도 깔끔하고 시원시원해서 읽을 만 하고요. 완성도보다는 분위기가 적당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18/01/19

샤를로트의 우울 - 곤도 후미에 / 박재현 : 별점 2점

샤를로트의 우울 - 4점
곤도 후미에 지음, 박재현 옮김/현대문학

아이가 없는 부부 고스케와 마스미가 외로움을 달래려 경찰견 출신의 반려견 샤를로트를 키우기 시작한 후, 그녀와 함께 마주친 여러 일상 속 수수께끼를 해결해 나간다는 곤도 후미에의 담담한 일상계 추리 연작집입니다. 표제작을 포함하여 모두 여섯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삼색털 고양이 홈즈처럼 단서를 턱하니 주거나, 방향을 제시하는 식으로 반려견이 무언가 추리를 하나 싶었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냥 반려견과 살아가는 현실적인 일상 이야기에 수수께끼가 개입하고, 이를 고스케나 마스미가 밝혀낼 뿐입니다. 여기에 반려견과 애견인, 애묘인 등 애완동물에 관련된 설정들이 함께 한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고요. 본격 애견 소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등장하는 반려견들 모두 착하고 귀엽게, 그러면서도 섬세하게 그려져 작가의 깊은 애정 또한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일본만의 애견인 문화와 사고 방식도 인상적입니다. 예를 들어 젊은 부부가 마당이 있는 단독 주택에 살면서 대형견을 키운다는건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상상하기 힘들지요. 이러한 설정 덕분에 샤를로트가 우리나라에 흔한 푸들 등의 소형견이 아닌 대형견 셰퍼드로 등장하여 여러가지 매력을 선보이는 것도 좋았고요. 경찰견 출신이지만 지금은 느긋하고 노는걸 좋아하는 백수 아가씨라는 캐릭터가 아주 이채로왔거든요.

그러나 아쉬운 점은 추리적으로 수록작 모두의 수준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편차가 심한 탓입니다. 마음에 든 이야기가 없지는 않지만, 영 아닌 작품도 많아요. 그래서 전체 평균 별점은 2점 정도입니다.
그래도 좋은 작품도 포함되어 있고, 독특한 일상계라는 특징은 분명한만큼, 후속작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계속 읽어볼 생각은 있습니다!

이야기별로 짤막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샤를로트의 우울" 

표제작으로 샤를로트를 키우게 된 상황부터 시작되는 연작의 도입부입니다. 부부의 집에 강도가 침입했지만 샤를로트가 짖지 않은 이유를 파헤치지요.

"개가 짖지 않은 이유" 는 셜록 홈즈도 일찌기 주목한 단서로 흥미롭기는 한데, 침입한 강도가 전직 경찰견 조련사 출신이라서 그걸 눈치챈 샤를로트가 지금의 편안한 생활을 뒤로 하고 힘들었던 경찰서로 가기 싫었기 때문에 숨어있었다는 진상은 여러모로 억지스러웠습니다.
이웃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에는 열심히 짖어서 알렸음에도, 정작 자기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도 짖지 않는다는건 여러모로 납득하기 어려우니까요. 이건 똑똑한게 아니라 직무 유기에 가까우니 해고되어도 할 말 없는 상황이란걸 샤를로트는 알까요? 

여튼, 표제작 치고는 영 시원치 않았어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샤를로트의 친구" 

공격성 넘치는 자신의 치와와를 일부러 대형견에게 다가가게 하는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추리적으로는 별로인건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치와와 미리가 샤를로트를 물어서 그 책임을 지기 위해 할머니의 이혼한 며느리 집으로 보내지는데, 이건 누가 보아도 할머니의 의도가 명백해서 추리의 여지가 별로 없거든요. 개를 키우기 귀찮아서 사고를 일으키게 만든게 뻔하니까요. 

그래도 할머니의 손녀 사와짱이 샤를로트를 문다는 해프닝으로 전모가 밝혀진다는 전개는 순진하고 귀여워서 괜찮았습니다. 조금 작위적이긴 하지만요. 별점은 2점입니다.

"샤를로트의 남자 친구" 

 마스미 부부는 우연히 사사키 씨라는 애견인을 만나 그가 키우는 시바견 하나코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후, "사사키 하나코"라는 이름표를 단 길 잃은 개를 발견하고 당연히 사사키 씨의 개라고 생각하여 연락하지만, 하나코는 사사키 씨 부인이 잘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하게 되지요. 결국 이 하나코는 사사키 씨가 이혼한 것으로 알고 있는 전 남편이 제대로 이혼 수속을 밟지 않고, 결혼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위해 수작을 부리기 위한 도구였다는게 밝혀집니다.

제목의 "샤를로트의 남자 친구"는 해리스라는 다른 개인데, 이 개가 사사키 씨 남편이 데려온 하나코를 향해 사납게 짖어서 진상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진짜 애견인을 위한 작품이구나 싶었습니다. 해리스는 남자애한테만 짖는다는 설정이거든요. 일종의 사기 범죄를 다룬 이야기라 조금은 무거운 내용이지만, 이렇게 애견인과 애완견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가볍게,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더군요. 작품 전체적인 분위기하고도 아주 잘 어울렸고요.

그런데 사사키 씨의 남편이 개를 한 마리 더 구입해서 하나코로 위장한 이유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아마 잃어버린 것이겠지만 석연치는 않더군요. 또 사사키 씨가 애견인이 아니라 단순히 사기를 치기 위해 개를 구입했으니, 또 다른 남자아이인 가짜 하나코는 앞으로 별로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이 들어 조금 가슴이 아팠고요.

그래도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의 베스트였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샤를로트와 고양이 집회"

불면증 때문에 새벽 산책을 나선 마스미가 한 골목길에서 십여마리의 고양이가 모여있는 "고양이 집회"를 목격하고, 그 곳에서 다친 새끼 고양이 "꼬맹이"를 주워온다는 이야기입니다.

누가 고양이 집회의 원인이 되는 먹이와 캣닙을 뿌렸는지가 수수께끼인데 딱히 호기심이 생기지도 않을 정도로 사소한 이야기라 몰입하기가 조금 힘들었습니다. 이 수수께끼보다는 마스미의 불면증에 대한 고민, 그리고 애묘인 가미야 씨의 입을 빈 "고양이를 위한 것" 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기도 하고요. 

그냥저냥 쉬어가는 이야기 정도랄까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샤를로트와 사나운 개" 

마시미는 도사견 "고나쓰"에게 치마를 물려 주인 집에 신세를 지게 됩니다. 그 때 그 가정에 대해 이런저런 것들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우연히 산책 중 버려진 고나쓰의 장난감이 어린 아이와 똑같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무서운 의도를 간파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집에 있는 갓난아이를 견딜 수가 없어 일종의 원격 살인을 저지르려 한다는 내용으로, 비록 사건은 벌어지지 않고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실제 법적으로는 살인 미수라는 중죄가 등장한다는게 특징입니다. 이 정도면 일상계로 보기 힘들지요. 

그래도 개의 습성을 잘 활용한 트릭이 등장하고, 이를 밝혀내는 과정이 공정하고 설득력있기 때문에 추리적으로는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당연히 실패하고 만 결말 역시 현실적이라 마음에 들었고요. 마음 한켠이 무겁지만 추리 단편으로 완성도는 높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샤를로트의 남자친구"와 더불어 이 단편집의 양대 베스트로 꼽습니다.

"샤를로트의 집 지키기"

부부의 집에 누군가 침입한 흔적이 발견되어 부부는 샤를로트를 마당에서 키우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입이 이어지는 이유를 우연히 진상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수수께끼는 흥미롭지만 진상은 "고양이 집회" 수준으로 시시했습니다. 한 소년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샤를로트를 껴안으려고 했다는게 전부거든요. 동기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애초에 CCTV 만 설치했어도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것이라 사건성도 없는 탓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2016/11/09

말레이 철도의 비밀 - 아리스가와 아리스 / 최고은 : 별점 2.5점

말레이 철도의 비밀 - 6점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북홀릭(bookholic)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희망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말이군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죠."
출국 시간이 정해져있는 히무라에게 아즈란이 시간 내 사건 해결이 가능할지를 물은 상황에서 오가는 대사.

히무라와 아리스가와는 말레이시아의 낭만적인 휴양지 카메론 하일랜드로 여행을 떠났다. 대학시절 친구 타이론 덕분에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던 그들은, 우연히 알게 된 일본인 모모세 준코의 초대로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 그러나 둘은 그곳에서 의문의 변사체를 발견했고, 뒤이어 일어나는 사악한 범죄에 빠져드는데…

일본의 신본격 작가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시리즈 탐정인 범죄학자 히무라 히데오, 추리소설가 아리스가와 아리스 컴비가 등장하는 국명 시리즈 장편입니다. 이 시리즈는 단편집으로 두어권 읽어 본 정도이며 장편은 처음입니다.

읽기 전에는 별로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작가의 타율 자체가 낮은 편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읽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가장 큰 장점이라면 신본격 기수 중 한명이라는 작가의 명성, 그리고 엘러리 퀸 국명 시리즈를 오마쥬하고 있는 시리즈 특성에 걸맞는 수준의 고전적인 본격 추리물이라는 점입니다. 첫 사건부터 본격물다운 굉장히 기묘한 밀실 - 피해자 웡후가 살해된 채 발견된 트레일러 하우스의 모든 출입문, 창문은 안쪽에서 테이프로 봉해져 있는 상태였다는 - 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라는  불가능 범죄를 선보이고 있거든요. 
트릭도 상당히 괜찮습니다. 사건 현장을 외부에서 조작하여 범인이 원하는 밀실로 만들었다는건 오래 전에 읽었던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첫 작품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에서는 거대한 크레인이 필요하다는 점 탓에 현실성이 떨어졌다면, 이 작품은 간단하게 차량수리용 잭을 활용하여 실현할 수 있어서 보다 설득력이 높습니다.
이를 설득력있게 만들기 위해 묘사된 습도 조절용 물컵과 같은 디테일도 빛납니다. 컵을 접착제로 붙이고 물을 얼려놓는다는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 트릭으로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어요.

정보와 단서 모두가 독자에게 모두 공정하게 제공된다는 점 역시 본격물답습니다. 특히 기발했던 부분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영어실력이 부족하다는 설정, 현지 카페 주인 존을 영국인 작가 앨런 글래드스턴이 영국식으로 '잭'이라고 부른다는 설정을 교묘하게 결합하여 글래드스턴 살인 사건으로 이르는 동기와 범인을 밝혀내게끔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최근 읽었던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큼 잘 짜여진 장면이었습니다.

두 컴비가 오래전 지인 위 타이론을 만나기 위해 말레이시아의 휴양지 카메론 하일랜드(하이랜드) 여행을 떠나는 설정 덕분에 여정 미스터리물 느낌도 많이 난다는 점도 독특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현지 명소에 대한 묘사가 많아서 읽는게 즐거웠어요.

그러나 단점도 분명합니다. 일단 아리스가와 아리스 작품에서 항상 느낄 수 있는 점인데, 그다지 글을 잘 쓴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설정과 묘사가 너무 많아요. 딱히 필요해 보이지 않는 페미니즘 관련 묘사가 대표적입니다. 반딧불 어쩌구 하면서 사랑 이야기를 장황하게 풀어내는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고요.

그리고 대부분의 본격물이 가지고 있는 문제인 작위적인 상황 설정도 눈에 거슬렸습니다. 첫 번째 범행인 웡후 살인부터 그러합니다. 복수를 위해 모모세를 덮치지만 되려 살해당한다는 것부터 작위적이며, 말레이시아 법률은 잘 모르겠지만 모모세가 웡후 살인 사건을 자살, 혹은 다른 범죄로 위장할 이유가 있어 보이지 않은 탓입니다. 림 의사를 살해한건 히키이며 모모세는 실행범이 아닙니다. 아무런 증거없이 죽어가는 히키의 전화만으로 모모세가 범인이라 우길 근거는 너무 빈약하지요. 제가 모모세라면 모든건 오해라고 당당하게 맞섰을 겁니다. 웡후를 죽인 후에라도 같은 이유로 경찰에게 역시 당당했을 수 있었을테고요.
게다가 두번째 츠쿠이 살인은 순전히 우연에 기인한 것입니다. 아울러 앞부분 묘사에서 모모세 준코의 차에 잭이 있다는 것이 설명되니 모모세가 잭을 구하러 멀리 갈 필요도 없고요. 

또 앞서 트릭을 칭찬하기는 했지만 현장을 조작하는 방법 외에는 약점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트레일러하우스를 좀 기울이는 정도로 과연 창문의 테이프를 잘 붙일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거든요. 

마지막으로 모모세가 과거 보험금으로 사업을 일으킨 점 등 트릭을 모르더라도 정황 증거만 조합하면 대충 범인이 누군지 답이 나온다는 것도 조금은 아쉬웠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추리만 놓고보면 나쁘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단점과 구멍도 존재합니다. 그래도 본격물 팬이라면 추리적으로 즐길거리가 많으니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 : 초반 언급되는 마츠모토 세이초가 썼다는, 카메론 하일랜드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과 타이의 실크왕 짐 톰슨 실종사건을 엮어서 만든 "뜨거운 비단"이라는 작품이 궁금해집니다.

2008/03/26

이 미스테리를 읽어라! 일본편 -고우하라 히로시 : 별점 3점

북오프에서 구입한 책입니다. 원서라 읽는데 거의 두달 넘게 걸렸네요.

제목 그대로 일본 미스테리 소설의 안내서입니다. 작가와의 에피소드, 작품별 비하인드 스토리가 실려있는 등 다양한 내용이 풍부하게 실려있습니다. 42년 생으로, 에도가와 란포상 심사위원이기도 했던 저자의 경험 덕분이겠죠.

책에서는 100권의 작품을 아래의 7개의 카테고리로 별로 10개에서 20개 정도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 여성작가의 대표작들과 영웅 소설
  • 신본격 (뉴 미스테리)
  • 3대작가 플러스 5
  • 마츠모토 세이쵸와 사회파 추리소설
  • 미스테리 황금시대 불후의 명작 28
  • 정말로 재미있는 고전명작
카테고리 제목만 봐도 너무너무 흥미롭고 궁금증이 솟아나는데, 작품 소개도 2~3페이지 정도 분량에 저자의 지식과 정보를 담아서 꼭 읽어보고 싶게끔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소개만 보면 모두 희대의 걸작이고 재미가 넘치는 작품같아요. 국내에 이 작품들이 전부 번역되어 있지 않은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국내에 소개되어 제가 이미 접한 작품들의 소개도 반가왔습니다. "마크스의 산", "얼어붙은 송곳니", "고양이는 알고 있다", "신쥬쿠 상어", "불야성",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끝없는 추적", "십각관의 살인", "우부메의 여름", "점성술 살인사건", "살육에 이르는 병",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모래그릇", "인간의 증명", "그린차의 아이", "나폴레옹광", "대유괴", "음수", "혼진살인사건", "문신 살인사건", "불연속 살인사건" 등이지요. 약 20여편 정도로 1/5 분량인데, 좀 더 분발해야겠네요.

물론 저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이나 "불연속 살인사건"도 굉장한 작품으로 언급되어 있는건 좀 그렇더군요. 이런 책의 정보를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죠. 
하지만 100편이나 되는 작품을 카테고리별로 간추리고, 소개와 함께 작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재미나게 써 놓았기에 추리소설 소개서로서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작가의 저작인 "동서 미스테리 가이드"와 "명탐정 사전 (일본편 / 해외편)" 도 읽고 싶어집니다.

덧붙이자면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부럽습니다. 그만큼 자국 추리 소설 작품들이 풍성하다는 뜻이니까요. 국내에서는 100권의 책을 간추린다면, 걸작은 커녕 욕먹지 않을 수준의 작품들이 더 많을 것 같거든요...

2005/07/29

비밀의 백화점 (추리소설 특급 가이드) - 한겨레21 별책부록

한겨레 21의 여름 특집 별책부록 추리소설 가이드입니다.

별책부록이라고는 하지만 분량으로는 100여페이지 정도이고 폰트 크기도 작은 편이니 외견보다는 많은 내용을 담고는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저자들을 섭외해서 여러 종류의 글들을 짧게 짧게 실어놓은 책으로 김탁환씨와 성귀수씨와 같은 메이저 작가, 번역가에서 영화평론가들, 그리고 Howmystery.com과 화요추리클럽 분들을 비롯해서 알라딘 전설의 리뷰어 물만두님까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기고자들이 면면이 화려하고 워낙 많아서 다양한 취향을 음미하는데에는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거기에 짤막한 만화까지 포함되어 다양한 쟝르를 포괄하고 있는 점도 좋은 기획으로 보입니다. 척박한 국내 만화계에서 비교적 정통파 추리 만화를 그렸던 한혜연과 석동연씨가 작가진에 있는것이 반가우며 추리 매니아이신 김진태씨도 짧지만 재미있는 만화를 개재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워낙 짧다보니 글의 테마와 종류에 비한다면 그다지 깊이가 없긴 합니다. 조금 페이지를 늘리더라도, 아니면 기고자를 조금 줄이더라도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물론 별책부록인 만큼 자금과 페이지 사정이 있었겠지만 지금 상태는 좋은 기획의도를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는 팜플렛에 가까운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온라인 추리 동호인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척박한 풍토에서 고생해온 국내 추리작가들의 비중이 너무 없는 것은 불만스럽습니다. 이젠 원로축에 끼시는 김성종 선생님이나 정건섭 선생님에게는 최소한 한페이지 이상은 의뢰드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번역계에서도 국내 추리계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신 정태원 선생님의 이름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책 권말의 추리소설 목록은 솔직히 불필요한 부분이었다고 보이고요. 어차피 다 싣지 못할 바에야 올해 신간만 리스트업하는게 더욱 좋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조금만 더 손을 본다면, 그리고 출판사의 의지가 작용한다면 장래에는 국내판 "이 미스테리가 굉장해!" 수준의 책을 뽑아 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던져 주는 책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작가의 비중이 보다 높아져야 하리라 생각되고 국내 추리소설계도 분발해야 겠지요. 부디 내년에는 보다 풍성한 내용으로 가득차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도 포함되어 있는 앙케이트 한번 해  봅니다...

1. 가장 사랑하는 추리소설 1-5
어떻게 다섯개만 뽑을 수 있겠습니까만은, 현재의 베스트는
미야베 미유키 "화차", PD 제임스 "어떤 살의", 피터 러브시 "밀랍인형", 로스 맥도널드 "소름", 크리스티 "화요일 클럽의 살인"

2. 명성에 비해 실망스러웠던 작품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명성이라는게 있는지조차 의심스럽지만요.

3. 최고의 작가
레이몬드 챈들러. 두말할 필요 없겠죠...

4. 가장 사랑하는 탐정
모스 경감. 나름 약점도 많고 인간적인 매력이 넘쳐 마음에 듭니다.

5. 가장 인상적인 악당
"유니스의 비밀"의 유니스 파치먼. 전형적인 악당이 아니고 평범한 하녀에서 폭발하는 광기에의 감정 이동이 놀라왔던, 그래서 더욱 무서웠던 인물입니다.

6. 가장 훌륭한 결말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결말
훌륭한 결말 - 피터 러브시 "가짜 경감 듀"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복선과 사건이 완벽하게 정리되며 모두가 행복해지는 멋진 엔딩이라 추천합니다.
어처구니 - 사카구치 안고 "불연속 살인사건" 이렇게 모두 죽어나가면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밖에 없잖아요?

7. 가장 완벽한 범죄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도끼". 범죄자의 자기 합리화를 독자에게도 공유하게끔 하는 설정이 놀랍습니다.

8. 가장 멋진 대사
"정말 잘 가라는 말은 벌써 해 버렸단 말이야. 정말 잘 가라는 말은 슬프고, 쓸쓸하고, 절실한 느낌을 지니고 있을 걸세"
 레이몬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 마초이즘과 서정성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명대사.

9. 배신하지 않는 작가 (가장 믿을 만한 작가)
로스 맥도널드, 국내 출간된 작품을 다 읽은 유일한 작가일 뿐더러 작품이 전부 일정 수준 이상입니다.

10. 가장 잘된 추리(미스터리)영화
알프레드 히치콕의 "다이얼 M을 돌려라!" 구관이 명관, 명불허전의 작품입니다.

11. 우리나라에 꼭 소개되어야 할 작품
비교적 소개된 것이 적은 일본 고전 본격물과 신 본격물의 다양한 소개를 기원합니다. 예를 들자면 아리스가와 아리스나 노리츠키 린타로. 다카키 아키미쓰 등이요.

12. 가장 좋아하는 국내 추리소설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그 중에서라면 김성종의 "최후의 증인"

13. 미스터리 초보에게 추천하는 작품 셋
초보자에게는 단편이 더욱 어울리리라 생각됩니다. 세 편이라면 크리스티의 "화요일 클럽의 살인", 엘러리 퀸의 "엘러리 퀸의 모험" 두 단편집과 황금시대 정통 본격물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딕슨 카의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를 추천합니다.

14.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그 이유
항상 저를 지적인 흥분상태로 몰고 가는 두근두근한 긴장감이 좋습니다. 또 혹시 압니까? 향후 요긴하게 써먹게 될지도..... 기차 시간표를 이용한 알리바이나 한번 만들어 볼까나!

15. 그리고 할 말이 남아 있다.
추리 독자의 저변이 더욱 넓어져서 제가 군침만 삼키던 작품들이 더욱 많이 번역되어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뭔가 기획해서 책을 내보고 싶기도 한데, 저변과 시장이 넓어지면 언젠가는 기회가 되겠죠.

2004/01/08

공포서클 - 아카가와 지로 : 별점 1점

가타야마 형사는 가스폭발사고 현장에서 목졸린 여고생의 시체를 발견했다. 경찰은 피해자 남자친구가 상지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들어갔고, 여러 제보와 정황으로 괴기클럽의 멤버들에게 수사를 집중해 나갔다. 그런데 클럽에는 신비의 미소녀가 새로 가입했고, 다른 여러 사건들과 문화제의 연극부 공연이 겹치며 사건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사립 상지 고등학교의 "괴기클럽"이라는 동호회(제목은 "공포서클"인데 등장하는 동호회는 "괴기클럽"입니다... 이거참...) 멤버 4명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작품입니다. 일본의 인기작가 아카가와 지로의 "얼룩고양이 홈즈의 추리" 시리즈 중 한 권이지요.
이 시리즈는 홈즈라는 이름의 삼색털 얼룩 고양이가 나와서 단서를 찾아준다던가, 어떤 방향을 인도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주인공 가타야마 형사와 하루미 남매에게 도움을 주어 사건을 해결하게 하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문화사에서 출간된 시리즈 중 4번째 책으로, 우연히 자주 가는 헌 책방에서 전권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전 6권 중 5권이 이미 가지고 있던 책과 겹쳐서, 이 작품만 처음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 시리즈를 비롯해서 아카가와 지로의 작품은 여럿("레몬트리" 나 "1주일 시한의 추적" 등등...) 읽어 보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가볍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좋게 말하면 대중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싸구려 느낌이에요. 이 작품 역시 만화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들(피만 보면 기절하는 숫기없는 형사 가타야마, 오빠 사건에 무조건 뛰어드는 동생 하루미, 먹보이고 바보인 동료 형사 이스즈)과 말도 안되는 상황 설정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내용면에서 독특하거나 치밀한 부분도 없습니다. 고양이가 추리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아이디어에 너무 끌려다니는 탓입니다. 추리적인 부분에서도, 독자에게 단서를 전해주는 부분이 빈약하고, 단편에도 못 써먹을것 같은 별 볼일 없는 트릭 뿐입니다. 사건도 우연에 의해 해결되는, 막판에 단 한번에 사건이 밝혀진다는 점에서 도저히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왜 이런 책이 일본에서는 많이 팔리는 걸까요? 그만큼 추리 시장의 저변이 넓다는 이야기일까요? 하지만 절대로! 절대로 재미 없었습니다. 이 얼룩 고양이 시리즈도 제가 읽은 것 중 건질만한건 1편 "고양이의 추리"와 6편 "고양이 저택"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헌책이라 싸게 샀다는 것 정도입니다. 아울러, 이 작가 작품은 조심하라! 는 교훈도 받았으니 다행이랄까요.  별점은 1점입니다.

2003/12/15

펠리데 - 고양이 추리소설 첫번째 이야기 - 아키프 피린치 / 이지영 : 별점 3점

펠리데 - 6점 아키프 피린치 지음, 이지영 옮김/해문출판사

음, 이상하게 고양이는 추리소설과 많이 연관된 친숙한 소재인 듯 합니다. 포우의 "검은 고양이"는 그렇다고 쳐도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고양이 홈즈"시리즈 도 있었죠. 이 책 "펠리데"도 고양이 탐정을 주인공으로 한 이색적인 추리소설입니다. 다만 굉장히 의외였던 것이 다른 고양이 탐정 소설들이 거의 다 사람이 주인공이고 고양이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던가 하는 류의 역할을 해 왔던것에 반해 이 책은 완전히 고양이 1인칭 시점의 소설입니다. 고양이의 감각과 생태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일단 설정면에서 독특한 재미를 주네요.

주인공 프란시스는 주인 구스타프와 새로운 동네에 이사온 굉장히 시니컬한 고양이입니다. 그런데 그 동네에서 발정기 수컷들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며 프란시스는 새로 사귄 친구 블라우바트와 함께 범인을 추적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미친듯한 연구에 따른 "클라우단두스"라는 존재라던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닌 거대한 진화론적 음모에 따른 범행이라는 줄거리, 그리고 꽤 개연성 있는 복선들로 특이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추리 스릴러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편입니다. 여러 고양이와 인간들에 대한 시니컬하고도 디테일한 묘사 역시 재미있는 부분이죠. (역시 고양이는 은혜라는걸 쥐뿔도 모르는 짐승인듯 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장황하고 긴 묘사와 곁가지 설명들로 읽는 맥이 탁탁 끊어지는 느낌을 줍니다. 읽다가 졸음이 온 부분도 상당 부분 존재하고요. 잘 짜여진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완독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지루했습니다. 고양이 탐정 프란시스의 다음 활약은 기대되지만 보다 짧고 압축된 이야기로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저는 가격에 비한다면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03/12/14

일본 본격 미스테리 100선

1975~94년 까지 일본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한 리스트입니다. 
출처는 MysteryBest

1. 生ける屍の死 (뭐지 이건?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山口雅也 (야마구치 마사야)
2. 姑獲鳥の夏 (우부메의 여름) 京極夏彦 (교코쿠 나츠히코)
3. 占星術殺人事件 (점성술 살인사건!) 島田荘司 (시마다 소지)
4. サマー・アポカリプス(썸머 아포칼립스. 음..묵시록의 여름) 笠井潔 (가사이 기요시) :
5. 匣の中の失楽 (이건 또 뭐지? 상자 속의 실락) 竹本健治 (다케모토 겐지) : 국내 미출간
6. 亜愛一郎の狼狽(아 아아이치로의 낭패) 泡坂妻夫 (아와사카 쓰마오)
7. 哲学者の密室 (철학자의 밀실) 笠井潔 (가사이 기요시) : 국내 미출간
8. 霧越邸殺人事件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綾辻行人 (아야츠지 유키토)
9. 空飛ぶ馬 (하늘을 니는 말) 北村薫 (기타무라 카오루)
10. 戻り川心中(회귀천 정사) 連城三紀彦 (렌조 미키히코)
11. 乱れからくり 泡坂妻夫 (아와사카 쓰마오) : 국내 미출간
12. 双頭の悪魔 (쌍두의 악마) 有栖川有栖 (아리스가와 아리스)
13. 夏と冬の奏鳴曲 麻耶雄嵩 (마야 유타카) : 국내 미출간
14. 十角館の殺人(십각관의 살인) 綾辻行人 (아야츠지 유키토)
15. 葦と百合 奥泉光 (오쿠이즈미 히카루) : 국내 미출간
16. 頼子のために(요리코를 위해) 法月綸太郎 (노리즈키 린타로)
17. 遠きに目ありて 天藤真 (덴도 신) : 국내 미출간
18. ロートレック荘事件(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유명하죠) 筒井康隆 (쓰쓰이 야스타카)
19. 殺戮にいたる病 (살육에 이르는 병) 我孫子武丸(아비코 다케마루)
20. バイバイ、エンジェル(바이바이, 엔젤) 笠井潔 (가사이 기요시)
21. 11枚のとらんぷ (11장의 트럼프) 泡坂妻夫 (아와사카 쓰마오) : 국내 미출간
22. 警視庁草紙 山田風太郎 (야마다 후타로) : 국내 미출간
23. 北の夕鶴2/3の殺人(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島田荘司 (시마다 소지)
24. キッド・ピストルズの冒涜 (키드 피스톨스의 모독) 山口雅也 (야마구치 마사야)
25. 時計館の殺人(시계관의 살인) 綾辻行人 (아야츠지 유키토)
26. 暗色コメディ 連城三紀彦 (렌조 미키히코) : 국내 미출간
27. 明治断頭台 山田風太郎 (야마다 후타로) : 국내 미출간
28. 99%の誘拐 岡嶋二人 (오카지마 후타리) : 국내 미출간
29. クラインの壺(클라인의 항아리) 岡嶋二人 (오카지마 후타리)
30. 斜め屋敷の犯罪(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島田荘司 (시마다 소지)
31. ウロボロスの偽書 竹本健治 (다케모토 겐지) : 국내 미출간
32. キッド・ピストルズの妄想 山口雅也 (야마구치 마사야) : 국내 미출간
33. 百舌の叫ぶ夜 (모즈가 울부짖는 밤) 逢坂剛 (오사카 고)
34. 放課後 (방과후) 東野圭吾 (히가시노 게이고)
35. 大誘拐 (대유괴) 天藤真 (덴도 신)
36. 絃の聖域 栗本薫 : 국내 미출간
37. 退職刑事 都筑道夫 (츠즈키 미치오) : 국내 미출간
38. ぼくらの時代 栗本薫 (구리모토 가오루) : 국내 미출간
39. 翼ある闇 (날개 달린 어둠) 麻耶雄嵩 (마야 유타카)
40. ぼくのミステリな日常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若竹七海 (와카타케 나나미)
41. 人喰いの時代 山田正紀 (야마다 마사키) : 국내 미출간
42. ふたたび赤い悪夢 (또다시 붉은 악몽) 法月綸太郎 (노리즈키 린타로)
43. ミステリーズ 山口雅也 (야마구치 마사야) : 국내 미출간
44. 眠りの森 (잠자는 숲) 東野圭吾 (히가시노 게이고)
45. 吸血の家 二階堂黎人 (니카이도 레이토) : 국내 미출간
46. 三毛猫ホームズの推理(삼색털 고양이 홈즈 제 1작) 赤川次郎 (아카가와 지로)
47. だれもがポオを愛していた 平石貴樹 (히라이시 다카키) : 국내 미출간
48. 時のアラベスク 服部まゆみ (핫토리 마유미) : 국내 미출간
49. 火車(화차, 걸작인데 순위가 낮네요) 宮部みゆき (미야베 미유키)
50. 日本殺人事件 山口雅也 (야마구치 마사야) : 국내 미출간
51. ダレカガナカニイル… 井上夢人 (이노우에 유메히토) : 국내 미출간
52. マリオネットの罠(마리오네트의 덫) 赤川次郎(아카가와 지로)
53. グリーン車の子供 (그린 차의 아이) 戸板康二 (도이타 야스지)
54. 二の悲劇 法月綸太郎 (노리즈키 린타로) : 국내 미출간
55. 写楽殺人事件 (샤라쿠 살인사건) 高橋克彦 (다카하시 가츠히코)
56. 探偵映画 (탐정영화) 我孫子武丸 (아비코 다케마루)
57. バルーン・タウンの殺人 松尾由美 (마츠오 유미) : 국내 미출간
58. 倒錯の死角 (도착의 사각) 折原一 (오리하라 이치)
59. 病院坂の首縊りの家(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横溝正史 (요코미조 세이시)
60. アリスの国の殺人 辻真先 (츠지 마사키) : 국내 미출간
61. いざ言問はむ都鳥 澤木喬 (사와키 쿄우) : 국내 미출간
62. 我らが隣人の犯罪(우리 이웃의 범죄) 宮部みゆき (미야베 미유키)
63. 密閉教室 法月綸太郎 (노리즈키 린타로) : 국내 미출간
64. 人形館の殺人(인형관, 본격파는 아닌듯 한데..) 綾辻行人 (아야츠지 유키토)
65. 幽霊列車(유령열차) 赤川次郎 (아카가와 지로의 데뷰작)
66. 猿丸幻視行 井沢元彦 (이자와 오토히코) : 국내 미출간
67. 富豪刑事 (부호형사) 筒井康隆 (쓰쓰이 야스타카)
68. そして夜は甦る(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原りょう (하라 료)
69. ブラディ・ローズ 今邑彩 (이마무라 마야) : 국내 미출간
70. 孤島パズル (외딴섬 퍼즐) 有栖川有栖 (아리스가와 아리스)
71. 秋の花 (가을꽃) 北村薫 (기타무라 가오루)
72. そして扉が閉ざされた 岡嶋二人 (오카지마 후타리) : 국내 미출간
73. ねむりねずみ 近藤史恵 (곤도 후미에) : 국내 미출간
74. 魔法飛行 (마법비행) 加納朋子 (가노 도모코)
75. 崖の館 佐々木丸実 (사사키 마루미) : 국내 미출간
76. 消失! 中西智明 (나카니시 토모아키) : 국내 미출간
77. 竹馬男の犯罪 井上雅彦 (이노우에 마사히코) : 국내 미출간
78. 青じろい季節 仁木悦子 (니키 에쓰코) : 국내 미출간
79. 死体を買う男 (시체를 사는 남자) 歌野昌午 (우타노 쇼고)
80. 変調二人羽織 連城三紀彦 (렌조 미키히코) : 국내 미출간
81. 暗闇坂の人喰いの木 (어둠 비탈의 식인나무) 島田荘司 (시마다 소지)
82. 網走発遥かなり島田荘司 (시마다 소지 막판에 힘내네요) : 국내 미출간
83. 将棋殺人事件 竹本健治 (다케모토 겐지) : 국내 미출간
84. 慟哭(통곡) 貫井徳郎 (누쿠이 도쿠로)
85. 大東京四谷怪談(요쓰야 괴담) 高木彬光 (다카키 아키미쓰) : 국내 미출간
86. 幻書事典(『古本屋探偵の事件簿)』紀田順一郎 (기다 쥰이치로) : 국내 미출간
87. 湖底のまつり 泡坂妻夫 (아와사카 쓰마오) : 국내 미출간
88. 夜の蝉 (밤의 매미) 北村薫 (기타무라 가오루)
89. 生者と死者 泡坂妻夫 (아와사카 쓰마오) : 국내 미출간
90. 誰彼 法月綸太郎 (노리즈키 린타로) : 국내 미출간
91. あした天気にしておくれ 岡嶋二人 (오카지마 후타리) : 국내 미출간
92. 心の中の冷たい何か(나의 차가운 일상) 若竹七海 (와카타케 나나미)
93. 私という名の変奏曲(7인 1역) 連城三紀彦 (렌조 미키히코)
94. エッシャー宇宙の殺人 荒巻義雄 (아라마키 요시오) : 국내 미출간
95. 聖アウスラ修道院の惨劇 二階堂黎人 (니카이도 레이토) : 국내 미출간
96. 六の宮の姫君 北村薫 (기타무라 가오루) : 국내 미출간
97. 僕の殺人 太田忠司 (오오타 타다시) : 국내 미출간
98. 探偵の夏あるいは悪魔の子守唄 岩崎正吾 (이와사키 세이고) : 국내 미출간
99. 朱の絶筆 鮎川哲也 (아유카와 데츠야) : 국내 미출간
100. 思い通りにエンドマーク 斎藤肇 (사이토 하지메) : 국내 미출간

검은색 : 국내 미출간 / 파란색 링크 : 리뷰 링크 / 회색 : 읽었지만 리뷰 없는 작품 / 붉은색 : 출간되었으나 읽지 않은 작품

흠, 읽은 책도 적지만 모르는 작가가 태반이네요. 조사해보고 수정할 것 있음 수정해야겠습니다^^

* 2020.09.30 최신 내용으로수정합니다.
* 2020.10.23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링크 추가
* 2020.10.30 "방과후" 링크 추가
* 2020.11.13 "날개 달린 어둠" 링크 추가
* 2020.12.12 "묵시록의 여름" 링크 추가
* 2024.11.30 "복잡한 기계장치", "11장의 트럼프", "호저의 축제" 링크 추가
* 2025.01.10. "메이지 단두대" 링크 추가
* 2026.02.26. "십각관의 살인" 등 링크 추가 및 전체적으로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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