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5/12/08

또다시 붉은 악몽 - 노리즈키 린타로 / 민경욱 : 별점 1.5점

또다시 붉은 악몽 - 4점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포레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 장편입니다. "요리코를 위해"에서 니시무라 유지의 죽음을 방조한 후, 탐정이라는 업무에 대한 깊은 고민에 휩싸이게 된 노리즈키 린타로가 아이돌 스타 하타나카 유리나와 나를 도와주면서 스스로도 다시 일어선다는 내용이지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제가 읽은 노리즈키 시리즈 중 최악입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추리물로서의 완성도가 별볼일 없는데다가, 엘러리 퀸의 작품으로 철학을 하는 가당찮은 전개까지 보여주는 탓에 점수를 줄래야 줄 수가 없네요. 추리 소설로서의 본질을 잊고, 퀸에 미친 작가가 어설프게 신성화 작업을 한 결과물에 불과합니다. 후기에서 작가 스스로가 1992년 작품 집필 당시에는 퀸에 미쳐 있었다, 일종의 인격 장애였다라고까지 이야기할 정도니 오죽하겠습니까.

신성화 작업이 중심이라 이야기도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노리즈키가 요리코 사건으로 슬럼프에 빠졌다는 설정부터 공감하기 힘들어요. "요리코를 위해"에서 노리즈키가 니시무라의 자살을 도왔고(방조했고), 설령 그것이 니시무라 우미에의 안배였다 하더라도 니시무라 유지는 죽어도 싼 놈이었습니다.  그 사실이 변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자살을 도운건 자비로운 행동이었습니다. 어차피 우미에가 흑막이라는 이야기는 철저히 사족이었고요.
또 나카야마가 제수씨와 불륜을 저질러 아이까지 낳게 만든 것 역시 엄청난 잘못으로 죽어도 싼 범죄라 생각되는데, 왜 나카야마와 미치오가 피해자인 것처럼 그려지는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유리나가 살인자의 딸이라는 원죄의식을 벗어버린다 하더라도, 엄마의 불륜으로 인한 부적절한 태생이며 그 불륜으로 두 명이나 죽었다는 또 다른 원죄는 벗어날 길이 없잖아요?
이러한 문제점 투성이인 본편 이야기보다는 차라리 모리야마 감독이 유리나를 주연으로 만드려는 영화의 원작인 요시모토 바나나의 "투 오브 어스"에 대한 소개가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추리적으로도 정말 별로입니다. 가짜 칼로 찔렀는데, 그걸 진짜 칼로 찔렀다고 착각했다는 건 말도 안 되니까요. 감촉으로 충분히 알 수 있을 테고,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쓰러진 다음에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후 모리야마 감독의 부인이자 유리나의 친어머니 나카야마 미치오가 사건에 급작스럽게 개입하는 것 역시 지나치게 작위적일 뿐 아니라,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 미야마에가 계획에 실패한 오스기를 만남 → 모리야마 부인이 가짜 칼을 빼앗아 오스기를 찌르고 사라짐 → 멀쩡히 일어난 오스기를 미야마에가 다시 칼로 찔러 살해 — 모두 운과 우연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있어서 정교함을 느끼기도 어렵습니다.

그나마 오스기 슌이치가 입었던 흰색 터틀넥의 등 쪽에 피가 묻은 이유, 오스기의 계획을 간파한 뒤 방송국 의무실 담당자가 연루되어 있으리라고 추리하는 장면 정도만 괜찮았을 뿐입니다. 여기서 미야마에로 끈이 이어지기도 하고요. 흰색 터틀넥 트릭의 경우, 상의 앞을 잠그는 건 별로 수상할 것 같지 않다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이 망작에서 이 정도면 그나마 건질 만한 부분이에요.

그래서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1점을 줘도 될 정도지만, 중간에 나오는 80년대에서 90년대 초에 이르는 일본 연예계와 아이돌에 대해 설명해주는 부분, 그리고 아주 약간 건질 만한 추리적 장치 때문에 0.5점을 더 얹습니다.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 팬이시라도 피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후기에서 '미스터리는 작가의 말 그대로 보다 건전하고 순수하고 명랑하며 철저히 오락이어야 한다'라고 반성의 글을 남겼던데,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렸으니 다행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