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로디아의 비밀 -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비룡소 |
"비밀은 안전하면서도 한 사람을 완벽하게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 로트와일러 부인의 말.
가족 안에서 자신이 대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가출을 결심한 클로디아가 벌이는 1주일간의 모험 이야기입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동화책 추천 목록"에서 보고 찜해 두었던 책으로, 모처럼 시간이 나서 읽게 되었는데 아주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누가 읽어도 추천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선, 단순한 가출 이야기를 "모험물"로 끌어올린 설정과 전개의 힘이 참으로 탁월합니다. 특히나 가출해서 숨어지내는 곳이 미술관이라는 설정이 대박이에요. 미술관에서 보내는 일주일간, 빠듯한 예산 안에서 뭘 먹고 어디서 씻고 어떻게 숨어 지내는지에 대한 디테일이 아주 설득력 있고 재미나게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또 이 설정 덕에 천사 조각상이 정말 미켈란젤로가 만든 것인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조각상 바닥의 음각된 표식을 발견한 뒤, 한 번의 좌절을 거쳐 로트와일러 부인과의 승부를 펼치는 마지막까지 아주 흥미진진하거든요. 아동 문학으로서 꼭 필요한 "성장기"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고요. 클로디아가 '날마다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러 학습에 참여하는 교훈적인 장면도 괜찮았습니다.
아동 모험물로서 주인공들의 매력도 확실합니다. 똑똑해서 계획성이 뛰어나며 행동력도 있는 클로디아와, 구두쇠지만 재치 있고 긍정적인 성격에 나름 승부사적인 기질이 있는 둘째 동생 제이미 콤비가 아주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약 200페이지 정도의 적절한 분량이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죠. 한 시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작품이더군요. 어떻게 된 게 기억나는건 목욕하던 분수대에서 동전 줍던 이야기나, 사서함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 뿐이고, 정작 중요한 미켈란젤로 이야기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아서 좀 의아했습니다. 저도 제이미 같은 구두쇠과였기에 그랬던 걸까요?
여하튼 별점은 5점!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아동 문학'으로는 최고 수준입니다. 제 딸이 어서 커서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당연한 이야기지만 1973년, 1995년 두 번이나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1995년 영화에는 왕년의 명배우 로렌 바콜이 등장하시네요. 영화로도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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