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노부 선생님, 안녕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재인 |
얼마 전 읽고 리뷰를 남겼던 "오사카 소년 탐정단"의 후속 단편집입니다. 모두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전편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파견 교육을 떠난 시노부 선생이 여전히 여러 가지 사건에 얽히는데, 전작의 장점이었던 시끌벅적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그런데 확실히 전작보다는 별로네요. 추리적으로 부실한 탓이 큽니다. 시노부 선생과 제자들이 사건에 얽히는 것 역시 전편보다 훨씬 작위적이며 억지스러웠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조금 얌전해진 느낌을 주는 것도 단점입니다. 악동 콤비 하라다와 뎃페이부터가 나이를 먹은 탓인지 전작만 못하거든요. 마음에 들었던 신도 형사의 연적 혼마도 별로 등장하지 않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저같이 전작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읽을 수밖에 없겠지만, 전작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완결편으로 더 이상의 후속작은 없다는데 잘한 선택이라 생각됩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시노부 선생님은 공부 중"
니시마루 상점의 구두쇠 회장 니시마루 센베가 상점가 대항 소프트볼 시합에서 용병으로 뛴 시노부 선생을 마음에 들어 해서 초대한 날, 판매부장 요네오카 자살 사건과 맞닥뜨린다는 이야기입니다.
구두쇠 중의 상구두쇠지만 정 또한 넘치는 니시마루 회장이 인상적이었던 소품입니다. 유명한 오사카 상인을 그대로 묘사한 느낌입니다. 사무실에 PC가 보급되던 시점, PC를 배울 것을 강요하는 사장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꼈다는 동기도 괜찮았고요. 제가 디자인과 출신인데 작업에 PC가 도입되기 직전 학번 선배님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라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몹시 혼란스럽습니다. 요네오카가 죽은 게 자살 시도 때문인지, 아니면 사고사인지 불분명한 탓입니다. 부자연스러운 파일의 존재와 니시마루 센베가 현장을 정리하고 자살로 위장하려 한 것을 보면 사고사 같은데, 뒤에서 또 자살 시도를 하다가 떨어졌다고 하니 뭐가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시노부 선생님은 폭주족"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 시노부 선생이 연수 중 사고를 일으킨 이쿠오의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조사에 나선다는 이야기입니다.
시노부 선생의 아침 연수를 방해하기 위한 집 앞 개똥이 단서가 된다는 아이디어는 좋았습니다. 사소한 것의 중요성이야말로 추리소설의 왕도지요!
그런데 이번 이야기 역시 내용이 영 이해가 되지 않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피해자 와카모토의 계획부터가 그러합니다. 공범자 고바야시를 죽이기 위해 이쿠오의 어머니를 이용하려 했다? 한 명만 죽여도 되는데 두 명이나 죽일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리고 차를 들이받는 것으로 사람을 죽이려 했다는 것도 이해 불가에요. 뺑소니가 그렇게 쉬운 범죄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집 앞에 개똥이 있다고 연수를 포기한다는 것 역시 말이 안됩니다. 시노부 선생이 끝까지 연수에 참석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운전에 서투르지만 용감하기는 한 시노부 선생의 질주는 코믹했지만, 추리적으로는 점수를 줄 부분이 없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도대체 이 짧은 리뷰에 물음표만 몇 개인가요?
"시노부 선생님의 상경"
친구 결혼식으로 도쿄에 상경한 시노부 선생이 옛 제자 가족에게 닥친 유괴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으로, 오사카를 무대로 한 시리즈치고는 이례적으로 도쿄 디즈니랜드가 주 무대입니다.
대형 사건 같지만 의외로 이혼 위기에 처한 부모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자녀들의 작전이라는 소재는 괜찮았습니다. 이야기의 주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적절한 수준의 소품입니다. 오랜만에 혼마가 등장하여 식지 않은 사랑을 과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수록작 중에서 최고였습니다.
"시노부 선생님은 입원 중"
맹장염으로 입원한 시노부 선생의 같은 방 환자인 후지노 할머니 남편이 당한 강도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내용입니다.
시노부 선생의 옛 제자 하타나카가 주운 위조지폐가 사건과 연결되는 전개는 괜찮았습니다. 진상을 깨닫게 되는 장면, 즉 혼마가 후지노 할머니에게 받은 돈을 꺼내 보는 장면도 꽤 효과적이었고요.
그러나 너무 작위적입니다. 위조지폐범의 어설픔도 도가 지나친 느낌이에요. 설령 소설이기에 이 정도 문제는 눈 감아 준다 하더라도 딱 한 가지, 후지노 할머니가 너무나 밉살스러워서 어떻게든 벌을 받았으면 했는데 태연하게 넘어가는 건 좀, 아니 많이 불쾌했습니다. 거의 범죄에 가까운 행동(점유물 이탈 및 은닉)을 저지른 것에 대해 꾸중이라도 했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혼마는 무슨 죄라고 거금을 날린답니까? 이건 고소감이죠.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할머니만 응징했어도 0.5점은 더 줬을 텐데 아쉽네요.
"시노부 선생님의 이사"
교육을 마치고 학교로 복귀하게 된 시노부 선생이 이삿짐을 꾸리는데, 옆집 가족이 연루된 살인 사건 수사차 나온 신도 형사와 함께 사건에 엮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추리적으로는 아주 별볼일 없습니다. 애초에 경찰의 부실 수사로 사건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탓입니다. 마쓰오카 할머니에 대한 탐문 조사만으로도 안자이 요시코 가족과 그녀와의 관계는 쉽게 알아낼 수 있었을 테고, 마쓰오카 – 요시코 – 치즈루의 관계만 알아낸다면 이 사건이 정당방위를 위장한 살인 사건이라는 걸 파악하기는 어려운 게 아니니까요. 한마디로 범인에 대한 기본적인 수사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세상에 인정이 살아 있다는 결말은 괜찮았습니다만,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은 거의 없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시노부 선생님의 부활"
시노부 선생은 다시 초등학교로 복귀했는데, 새로 담임을 맡게 된 분부쿠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은 직전 담임인 야마시타 선생에 대한 그리움이 강했다. 야마시타 선생이 학교를 그만둔 이유는 뜀틀에서 시부야가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 모두 시부야를 싫어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세리자와 쓰토무는 이지메에 가깝게 아이를 괴롭히는데...
야마시타 선생의 과거 사진을 시노부 선생이 '우연히' 찾아본 것이 사건 해결의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작위적인 이야기 전개의 극치입니다. 사고 직전 시부야 준이치가 목격한 아주머니의 노란 가방이라는 단서가 독자에게 공정하게 제공되지 않은 것도 문제고요. 이래서야 제대로 된 추리물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시부야와 반 아이들이 하나가 되는 마지막 장면도 완전 별로였습니다. 청춘 학창 드라마스러운 결말인데 갑작스럽고 뜬금없어서 작품과 잘 어울리지 않았거든요. 시노부 선생이라면 세리자와에게 꿀밤이라도 먹여서 정신 차리게 만드는 게 더 어울렸을거에요.
신도 형사의 프로포즈에 대한 시노부 선생의 '1년만 기다려 달라'는 답변은 여운을 남기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그닥이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이로써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데 끝내야 할 때 잘 끝낸 듯 합니다. 후속작이 없다는게 별로 아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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