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르주아의 유쾌한 사생활 - 이지은 지음/지안 |
이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의 후속작입니다. 제목 그대로 귀족 이후 시대라 할 수 있는 1800년대 후반 ~ 1900년대 초반에 걸친 부르주아 계급의 문화와 유행을 다루고 있는 문화 – "미시사" 서적이지요.
구도시에서 도시 계획에 의거, 근대도시 파리로 진화하는 ‘현대 도시의 발명 - 모던 라이프’에서 시작하여 총 10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제를 대표하는 당대의 그림으로 시작해서 자세한 자료, 도판과 함께 설명해 주는 구성은 전작과 동일합니다.
차이점이라면 전작은 유명 그림과 그림 속 소품 설명에서 출발하는데, 이번에는 주제가 훨씬 광범위하다는 점입니다. 단순 소품이나 골동품이 아니라 ‘문화’와 ‘시대’ 그 자체 – 파리의 도시 계획에 근거한 정비 사업, 기차 시대의 도래, 백화점의 탄생 등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역동적인 변화 – 에 대해 소개해 주기 때문입니다. 왕과 귀족 중심의 예술과 문화가 일반인까지 확대된 시점을 다루며, 그들이 ‘유행’을 만들고 ‘시대’를 중세와 근대에서 점차 현대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요.
물론 저자의 주특기 분야인 디테일한 소품들 소개도 빠지지 않습니다. 도시 계획에 의해 탄생한 새로운 거주 문화와 함께 당대 유행했던 가구들을 소개하고, 백화점을 설명하면서 당시 백화점 팜플렛 등을 통해 당시 생활 풍습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식으로요. ‘자포니즘’ 항목이 대표적인데 대관절 어떤 경위로 일본 물품이 유행했으며 당대 문화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를 여러 가지 그림, 소품 등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공작새의 방’ 설명이 개중 백미에요. 유명 수집가 레이 랜드의 의뢰로 당대의 유명 화가 휘슬러가 직접 인테리어를 한 방으로, 둘 사이가 틀어진 뒤 지금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원형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 후일담까지 모두 재미있었어요. 도판만 보아도 아주 근사하던데 꼭 한번 실물을 보고 싶어집니다.
또 우리에게도 친숙한 그림들이 대거 등장하여 설명을 돕는 것도 아주 좋았습니다. 르느와르의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이라든가 "라 그르누이에르"가 기차 시대의 개막과 엮여 소개되는 식으로요. 주말 휴양지에서의 여흥은 기차가 개통되어 파리 외곽이 유원지로 개발된 시대상과 맞물린다는 것인데, 이러한 내용을 이만큼 잘 알려주는 도판이 따로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거든요. 교과서에 도입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당시 여성들에 대해 서술하면서 마네, 드가, 로트렉의 작품을 통해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든 ‘인상파 여자를 그리다’ 항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작품들이 친숙해서 설명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일 뿐더러, 당대의 섹스 심벌이라 불렸던 메리 로랑의 일대기나 "나나"의 모델 발테스 드 라 비뉴 등의 일화는 너무 재미있어서 말 그대로 지하철 정거장을 지나칠 정도였어요.
그 외 식당 문화 소개 부분에서는 어떻게 현대 프랑스 요리가 탄생했는지, 당시 어떤 요리가 서비스되었는지, 식문화는 어땠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으며, 백화점, 만국박람회는 그야말로 소개 정도에 그치지만 소재가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울러 백화점 여직원들의 가혹한 근무환경, 만국박람회의 한국관 같이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요.
책의 편집도 아주아주 마음에 듭니다. 근거가 되는 참고 도판이 글의 설명과 분리되지 않고 어떻게든 한 장에 구성되어 있거든요. 덕분에 페이지를 넘기지 않아도 됩니다.
프랑스 중심으로만 서술된 근대 역사라는 한계는 분명 존재할 테고, 마지막 항목인 ‘19세기의 종언 카몽도’는 드라마로서는 재미있지만, 책의 주제와는 동떨어진 내용이기는 합니다. 일부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요.
그래도 재미와 자료적 가치 모두 뛰어난 책임에는 분명해요. 미시사 서적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요? 별점은 4점입니다. 이런 책을 소장해야지, 안 그러면 무슨 책을 소장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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