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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5

살육에 이르는 병 - 아비코 다케마루 / 권일영 : 별점 3점

살육에 이르는 병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시공사

가모우 미노루는 우연히 한 여대생을 교살하고 그녀를 범하는 것의 쾌감을 깨닫게 된 이후 폭주해 나가는데 그런 그의 마수에 은퇴한 경부 히구치를 사모하던 간호사 도시코가 걸려든다. 도시코의 죽음에 책임을 느낀 히구치와 도시코의 동생 가오루는 힘을 합쳐 범인을 잡으려 하는데...

-주의 : 약간의 스포일러 포함입니다-

일본 신본격 대표 작가중 하나라는 아비코 다케마루의 대표작. 지인이신 decca님이 고맙게도 도움을 주셔서 받게 된 책입니다.

여러모로 전에 읽었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하고 유사합니다.
일단 두 작품 모두 사회 비판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벚꽃지는..."은 악덕 판매 조직을 파헤치고 이 작품은 "아버지 부재"의 일본 사회를 비판하고 있죠. 또한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작중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입시킴으로서 소재와 이야기를 완벽하게 조화시키는 맛이 뛰어나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아울러 주요 캐릭터의 시점으로 단락이 진행되고, 각 단락을 짜맞추어 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진행 방식도 유사합니다. "벚꽃지는..."이 2명이라면 이 작품은 살인범 가모우와 어머니 마사코, 은퇴한 형사 히구치 3인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것 정도가 차이점이긴 하지만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두 작품이 닮아보이는 이유는 반전의 존재입니다. 두 작품 모두 그야말로 "반전에 죽고 반전에 사는" 작품이죠. 반전의 성격도 유사해서 "벚꽃지는.."은 주인공 나루세와 사쿠라의 정체가 밝혀지는 반전이라면 이 작품은 범인인 가모우 미노루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이 반전인데 정말로 뜻밖이며 큰 놀라움을 안겨다 줍니다. 사실 살인범의 정체에 대한 반전은 고전 "싸이코"부터 이어져온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이 작품의 마지막 한페이지로 모든 것이 밝혀지는 반전은 다른 비교대상과의 논쟁이 무의미할만큼 워낙 뛰어난 탓에 일본 아마존 서평대로 저도 앞에서부터 다시한번 읽어가며 작가의 장치를 다시금 점검하는 절차를 거쳤을 정도로 잘 짜여져 있고 복선과 설정이 완벽한 것이 정말 대단하다 생각됩니다. 아울러 두 작품 모두 반전이 묵직하게 작품의 기본적 사회파적인 설정을 웅변하고 있고요.

하지만 단점 역시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반전을 의식한 탓에, 즉 주인공이자 살인범인 가모우 미노루의 정체를 감춰놓았다가 드러내는 것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장치이기에 이것을 설명해 나가는 부분에 있어서 작위성이 드러나며, 또한 전적으로 소설적 장치 (해설에 따르면 "텍스트 트릭") 에 의존하고 있어서 본격 추리적인 요소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은 추리 매니아로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점은 큰 단점은 아닙니다. 정작 문제는 잔인한 묘사에요. 네크로필리아 가모우의 범행에 대한 묘사는 이 책이 "19세 미만 구독 불가" 판정을 받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디테일하고 잔인합니다. 못지않게 잔인한 책도 많이 있다지만 이 책만이 이쪽 쟝르에서 현재까지 유일무이한 공식적 19금 금서지요. 솔직히 저는 읽으면서 굉장히 역겹기까지 했고, 이러한 파괴적인 범행에 대한 반복된 묘사 때문에 마지막 반전의 충격이 강하게 다가오지 못했습니다. 감각이 좀 둔해졌다고나 할까요?
다른 예를 들자면 제가 이른바 천재라는 클라이브 바커의 책을 싫어하는 이유가 그의 상상속의 지옥을 간접체험하기가 싫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며 이토 준지의 책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 책은 그들 못지않은 만만찮은 아우라를 뽐내고 있어서 다시 잡기가 많이 꺼려집니다.
번역자조차 이 책의 목적이 "끔찍한 장면묘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고 다시금 강조하고 있지만 저는 유감스럽게도 끔찍한 장면묘사가 더욱 기억에 강하게 남네요. 최소한 이렇게 적나라하게 묘사했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전혀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검은집" 정도의 수준이라면 이해되지만 말이죠.

이러한 잔인성 때문에 재미는 있지만 추천하기도 난감하고, 외려 널리 알려지면 알려질 수록 추리문학이라는 쟝르에 악영향을 끼치지나 않을까 우려됩니다. 신본격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책을 내고 싶었다면 보다 착하고 안전한 작품을 선정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이 책을 선정하여 발간한 시공사와 decca님의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별점은 3점 이상 주기 어렵네요.

PS : 번역과 주석은 완벽한 수준이라 책의 재미를 더합니다.

2014/12/22

탐정영화 - 아비코 다케마루 / 권일영 : 별점 3점

탐정영화 - 6점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포레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사 FMW의 대표이자 귀재인 영화감독 오야나기가 촬영 중이던 최고의 추리 영화 결말 촬영을 앞두고 실종되었다. 영화사 직원과 스태프, 그리고 투자까지 한 여섯 명의 배우는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고, 감독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지만 아무런 실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감독이 찍어놓은 96분 분량의 필름을 전제로 범인을 추리해 영화를 완성하기로 결정했다. 여섯 명의 배우와 세 명의 조감독, 그 밖의 스태프들은 십 분 남짓한 영화의 결말을 찍기 위해 시나리오 콘테스트를 열고, 누가 범인이어야 가장 그럴듯한 영화가 될지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출된 시나리오들의 결함을 지적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시나리오를 선정하고 영화 촬영을 마치는데...

아비코 다케마루의 장편소설. 데뷔 이듬해에 썼다는 초기작입니다.

위의 줄거리 소개에서처럼 결말을 모르는 상태에서 궁지에 몰린 스탭들이 스스로 결말을 짜내는 과정에서 출연자와 제작진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추리가 펼쳐지는 전개가 인상적입니다. 동호인들끼리의 추리 게임 같은 느낌도 전해줍니다. 결말 직전까지만 감상하고 그것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낸다는 점에서요. 이런 점은 "독 초콜릿 사건"의 판박이기도 합니다. 미완성 영화의 결말을 추리해야 한다는 설정은 빙과 시리즈인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와 같고요. 하지만 읽다 보니 전개와 과정은 "허무에의 제물" 같은 안티 미스터리 느낌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이런 결말은 어떤가요?"라는 결말이 이어지는 "5인의 탐정가"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미스터리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핵심이니 광의의 의미로 볼때에는 작가 후기에 쓰여진 대로 메타 미스터리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떠오르지만 다행히 작품의 독특함을 유지하고 있는데, "영화"라는 소재에 굉장히 충실한 덕분입니다. 초반에 화자인 다치하라(나)가 출연진들과 이야기하면서 영화에 사용된 서술트릭에 대해 설을 푸는 장면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도 영화에 관련된 정보들이 곳곳에 삽입되는게 아주 그럴 듯 했습니다. 정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썼구나 싶을 정도였어요. 

추리적으로도 여러 관점에서의 재미있는 트릭들이 등장해서 풍성함을 전해준다는 설정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더해 진짜 트릭인 극적인 서술트릭 - 첫 장면은 시점적으로는 영화 속 내용이 모두 흘러간 다음의 일이다 - 은 단연코 기발했기 때문에 만족스럽습니다. 소설로도 가능하겠지만, '첫 장면과 똑같은 화면에서 이야기가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영화"라는 장르에 아주 특화되어 있는 트릭이라 다른 데에서는 흉내내기도 힘들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그 외에도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서 문제로 지적했던, 결말을 창작해내야 하는 상황의 설득력이 높았던 것도 좋았습니다. 출연자들이 결말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설득력이 높았어요. 자기가 "범인"이어야 영화에서의 비중이 높아지니 어떻게는 자기를 범인으로 만드는 각본을 들고 온다는 것인데 와 닿을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작품 속 추리는 진상이라고 부를 것이 없는, 픽션의 영역이라는 문제는 큽니다. 출연진이나 제작진 누구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찍더라도 작중에 표현된 대로 "가장 그럴듯"하면 되는 것일 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야부이 센조가 밖에서 사기누마 준코의 방문을 잠그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것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고요.

그리고 감독의 의도대로 편집, 완성된 결과물은 앞서 언급한대로 트릭 자체는 기발하나 그닥 공정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외부에서 모든 제작 과정을 지켜본 "독자"라면 수긍할만 하지만 이 영화를 처음 접하는 "관객" 입장이라면 반쯤은 반칙이라 여길 수도 있어 보입니다. 제가 관객이라면 사기누마 준코가 죽는 시점에서 다쓰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 같거든요. 이렇게 무리한 서술 트릭보다는 주인공 다치하라(나)의 아이디어나 배우 야부우치 젠조의 아이디어가 더 낫지 않나 싶었습니다.

아울러 감독의 실종이라는 상황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라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픽션이기 때문에 가능했지 감독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으리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최소한 조감독 한 명 정도는 사기니의 의도를 알려줘서 의도대로 움직이게끔 하는 공작이 추가로 설명되었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앞서 말씀드린 다양한 추리가 펼쳐지게 만드는 아이디어는 좋았으며 작가의 초기작답게 젊은 청춘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는 점도 좋았고요. 그야말로 좋았던 시절의 행복하고 따스한 이야기입니다. 추리소설 입문자분들께 추천하고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이런 작품을 쓴 작가가 나중에 "살육에 이르는 병"을 쓰게 된다니 믿어지지 않는군요.

2009/03/22

최근 읽은 추리만화 감상

탐정이 되는 893가지방법 1 - 6점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사카모토 아키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살육에 이르는 병"으로 유명한 신본격 작가 아비코 다케마루가 스토리를 담당한 추리만화입니다. 분위기 있는 표지와 작가의 전작 탓에 진지한 작품이 아닐까 싶었는데 내용은 의외로 코미디에 가까운 유쾌한 작품이더군요.

1권에는 "쓰레기 주택"과 "스토커"라는 두가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쓰레기 주택"은 동경대 출신의 자격증 오타쿠인 주인공 나카지마 마모루가 대학 선배 미쿠리야 진과 우연히 만나 미쿠리야가 운영하는 심부름 센터에 취직한다는 등의 기본 설정 소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어서 본편 이야기가 좀 길어진 감이 없잖아 있더군요. 그래도 "쓰레기를 모아놓아 인위적으로 조성된 밀실" 이라는 설정 자체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쓰레기를 모아 놓은 동기라던가 트릭이 그다지 깔끔하지 못했다는 것은 좀 아쉽지만 추리만화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으로는 나름 합격점이랄까요. 결말도 괜찮았고요. 그런데 두번째 이야기 "스토커"는 사실 1권에 마무리 되지 않기에 잘 모르겠습니다. 특별한 트릭이 나올법한 전개는 아닌데, 2권을 봐야 할 것 같아요.

총평하자면, 전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것 치고는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 그냥저냥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유쾌한 분위기와 뭔가 미묘한 작화 역시 마음에 들었고요. 앞으로를 기대해 볼 만할 것 같아 별점은 3점주겠습니다. 그나저나 제목은 대관절 무슨 뜻인지???


환영 박람회 2 - 8점
토우메 케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전에 읽고 마음에 들었던 다이쇼시대를 무대로 한 추리 단편 만화 "환영박람회" 2권입니다. 2권에는 "황천에서 온 자객" 과 "이중무대"라는 두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황천..."은 좀 짤막한 단편이고 "이중무대"는 중편 길이인데 "이중무대" 도 본편의 이야기보다는 마야라는 캐릭터에 숨겨진 비밀과 수수께끼를 서서히 드러내는 과정을 묘사한 내용이 많기에 실질적으로는 단편이라고 봐야겠죠. 추리적으로 본다면 "황천.."은 트릭은 별다를 것이 없지만 범인의 정체에 대한 설정이 꽤 그럴듯했고, "이중무대"는 상당히 잘 짜여진 복수극이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이중무대"의 경우 여러가지 약점 - 범인들의 행동이 예상대로 갈 것이라는 것을 특정하기 힘들고 실제로 범인들이 다가올지 안올지도 모른다는 등 - 이 존재하지만 모든 것을 "신의 뜻" 이라고 끝맺기에 나름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정리한 것 같아요. 좀 반칙이긴 하지만 이 작품에는 잘 어울렸거든요. 앞으로도 마야의 수수께끼 보다는 보다 추리적인 내용에 집중해 주었으면 합니다만, 3권을 지켜봐야겠죠. 별점은 4점입니다.

2009/09/13

최근 읽은 추리만화 짤막한 감상

Q.E.D 큐이디 33 - 8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1. Q.E.D 33

장수 시리즈의 33권째입니다. 수록 작품은 두 편. 8개월 동안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자신의 방 옷장 서랍에서 미이라처럼 변한 시체로 발견된 미네야마 타츠오의 정체에 대해 지인 3명 - 전처, 친구, 불륜녀 - 가 상반된 증언을 한다는 "패러독스의 방"과 추리소설가 히가시나카 카즈오가 자신의 맨션 욕실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처음에는 자살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살인사건으로 발전하는 "추리소설가 살인사건"이 실려 있습니다.

"패러독스의 방"은 대단한 트릭이 등장한다던가 실제로 패러독스가 잘 짜여져 있어서 무릎을 칠만한 내용은 아니라서 조금은 지루했지만 Q.E.D 특유의 학습만화와 같은 전개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몇가지 예를 통해서 "패러독스"라는 이론을 쉽게 전달하는 과정은 정말 대단하다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약간 간략하게, 임팩트있게 압축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 정도도 상당한 수준이죠.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은 추리만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인데 앞으로는 "추리 성향의 정교한 이론 학습 만화"로 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반면에 "추리소설가 살인사건"은 별다른 곁가지 이야기없이 상당히 괜찮은 트릭을 처음부터 선보이는 정통 추리물로 "욕실 타일과 같은 물체로 가격한 뒤 기절한 사람을 욕조에 담가 익사시키는 트릭"은 작중에 등장하는 또다른 밀실트릭과 더불어 상당히 쓸만했기 때문에 추리애호가로서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정도 작품이라면 좀 더 욕심내서 길게 끌어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적당한 수준에서 잘 마무리한 것 같고요. 물론 용의자가 너무 한정되어 있다는 것과 범행 후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설득력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이 정도 단편 분량이면 어쩔 수 없었겠죠?

어쨌건 두 작품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전해주고 있기 때문에 별점은 4점입니다. 30권이 넘어가는 장수시리즈임에도 이 정도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진행해 주는 것은 정말 놀라울 정도에요. 앞으로도 계속 기대가 됩니다.

탐정이 되는 893가지방법 3 - 2점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사카모토 아키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2. 탐정이 되는 893가지방법 3

2권에서 아무래도 위험한걸? 하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3권 완결로 끝나버렸네요. 2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두 사건 모두 미쿠리야의 조직과 관련된 이야기라서 애시당초의 탐정사무소라는 설정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고 미쿠리야 혼자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탓에 화자이자 주인공인 나카지마는 존재감이 희미해진 개그캐릭터로 전락하는 등 설정조차 팽개치고 서둘러 마무리한 느낌이 강합니다

인기를 끌지 못하고 끝나버린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신본격 추리작가 아비코 다케마루 원작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추리적인 요소가 부실한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추리 매니아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추리만화로 보기에는 부실한 이야기들이었으니까요. 때문에 그런대로 괜찮았던 몇가지 설정들(야쿠자 조직의 후계자인 변호사 탐정 미쿠리야 등)조차 묻혀버린 듯 합니다. 뭐 썩 대단한 설정도 아니었지만.

당연하게도 추리적으로 눈여겨 볼 내용은 없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의 나름 설득력 있던 다이잉 메시지 트릭은 괜찮았지만 이야기 하나를 끌고 나가기에는 좀 약한 트릭이었고, 두 번째 이야기는 미쿠리야의 가족 이야기 등 배경 설정을 설명해 주기 위한 이야기의 성격이 강한 단순한 드라마일 뿐이라 딱히 언급할 건덕지가 없습니다.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1점. 이 짧게 단명한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건질만 했던 이야기는 1권의 첫번째 사건 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하리라"인 셈이네요.

2003/12/14

일본 본격 미스테리 100선

1975~94년 까지 일본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한 리스트입니다. 
출처는 MysteryBest

1. 生ける屍の死 (뭐지 이건?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山口雅也 (야마구치 마사야)
2. 姑獲鳥の夏 (우부메의 여름) 京極夏彦 (교코쿠 나츠히코)
3. 占星術殺人事件 (점성술 살인사건!) 島田荘司 (시마다 소지)
4. サマー・アポカリプス(썸머 아포칼립스. 음..묵시록의 여름) 笠井潔 (가사이 기요시) :
5. 匣の中の失楽 (이건 또 뭐지? 상자 속의 실락) 竹本健治 (다케모토 겐지) : 국내 미출간
6. 亜愛一郎の狼狽(아 아아이치로의 낭패) 泡坂妻夫 (아와사카 쓰마오)
7. 哲学者の密室 (철학자의 밀실) 笠井潔 (가사이 기요시) : 국내 미출간
8. 霧越邸殺人事件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綾辻行人 (아야츠지 유키토)
9. 空飛ぶ馬 (하늘을 니는 말) 北村薫 (기타무라 카오루)
10. 戻り川心中(회귀천 정사) 連城三紀彦 (렌조 미키히코)
11. 乱れからくり 泡坂妻夫 (아와사카 쓰마오) : 국내 미출간
12. 双頭の悪魔 (쌍두의 악마) 有栖川有栖 (아리스가와 아리스)
13. 夏と冬の奏鳴曲 麻耶雄嵩 (마야 유타카) : 국내 미출간
14. 十角館の殺人(십각관의 살인) 綾辻行人 (아야츠지 유키토)
15. 葦と百合 奥泉光 (오쿠이즈미 히카루) : 국내 미출간
16. 頼子のために(요리코를 위해) 法月綸太郎 (노리즈키 린타로)
17. 遠きに目ありて 天藤真 (덴도 신) : 국내 미출간
18. ロートレック荘事件(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유명하죠) 筒井康隆 (쓰쓰이 야스타카)
19. 殺戮にいたる病 (살육에 이르는 병) 我孫子武丸(아비코 다케마루)
20. バイバイ、エンジェル(바이바이, 엔젤) 笠井潔 (가사이 기요시)
21. 11枚のとらんぷ (11장의 트럼프) 泡坂妻夫 (아와사카 쓰마오) : 국내 미출간
22. 警視庁草紙 山田風太郎 (야마다 후타로) : 국내 미출간
23. 北の夕鶴2/3の殺人(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島田荘司 (시마다 소지)
24. キッド・ピストルズの冒涜 (키드 피스톨스의 모독) 山口雅也 (야마구치 마사야)
25. 時計館の殺人(시계관의 살인) 綾辻行人 (아야츠지 유키토)
26. 暗色コメディ 連城三紀彦 (렌조 미키히코) : 국내 미출간
27. 明治断頭台 山田風太郎 (야마다 후타로) : 국내 미출간
28. 99%の誘拐 岡嶋二人 (오카지마 후타리) : 국내 미출간
29. クラインの壺(클라인의 항아리) 岡嶋二人 (오카지마 후타리)
30. 斜め屋敷の犯罪(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島田荘司 (시마다 소지)
31. ウロボロスの偽書 竹本健治 (다케모토 겐지) : 국내 미출간
32. キッド・ピストルズの妄想 山口雅也 (야마구치 마사야) : 국내 미출간
33. 百舌の叫ぶ夜 (모즈가 울부짖는 밤) 逢坂剛 (오사카 고)
34. 放課後 (방과후) 東野圭吾 (히가시노 게이고)
35. 大誘拐 (대유괴) 天藤真 (덴도 신)
36. 絃の聖域 栗本薫 : 국내 미출간
37. 退職刑事 都筑道夫 (츠즈키 미치오) : 국내 미출간
38. ぼくらの時代 栗本薫 (구리모토 가오루) : 국내 미출간
39. 翼ある闇 (날개 달린 어둠) 麻耶雄嵩 (마야 유타카)
40. ぼくのミステリな日常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若竹七海 (와카타케 나나미)
41. 人喰いの時代 山田正紀 (야마다 마사키) : 국내 미출간
42. ふたたび赤い悪夢 (또다시 붉은 악몽) 法月綸太郎 (노리즈키 린타로)
43. ミステリーズ 山口雅也 (야마구치 마사야) : 국내 미출간
44. 眠りの森 (잠자는 숲) 東野圭吾 (히가시노 게이고)
45. 吸血の家 二階堂黎人 (니카이도 레이토) : 국내 미출간
46. 三毛猫ホームズの推理(삼색털 고양이 홈즈 제 1작) 赤川次郎 (아카가와 지로)
47. だれもがポオを愛していた 平石貴樹 (히라이시 다카키) : 국내 미출간
48. 時のアラベスク 服部まゆみ (핫토리 마유미) : 국내 미출간
49. 火車(화차, 걸작인데 순위가 낮네요) 宮部みゆき (미야베 미유키)
50. 日本殺人事件 山口雅也 (야마구치 마사야) : 국내 미출간
51. ダレカガナカニイル… 井上夢人 (이노우에 유메히토) : 국내 미출간
52. マリオネットの罠(마리오네트의 덫) 赤川次郎(아카가와 지로)
53. グリーン車の子供 (그린 차의 아이) 戸板康二 (도이타 야스지)
54. 二の悲劇 法月綸太郎 (노리즈키 린타로) : 국내 미출간
55. 写楽殺人事件 (샤라쿠 살인사건) 高橋克彦 (다카하시 가츠히코)
56. 探偵映画 (탐정영화) 我孫子武丸 (아비코 다케마루)
57. バルーン・タウンの殺人 松尾由美 (마츠오 유미) : 국내 미출간
58. 倒錯の死角 (도착의 사각) 折原一 (오리하라 이치)
59. 病院坂の首縊りの家(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横溝正史 (요코미조 세이시)
60. アリスの国の殺人 辻真先 (츠지 마사키) : 국내 미출간
61. いざ言問はむ都鳥 澤木喬 (사와키 쿄우) : 국내 미출간
62. 我らが隣人の犯罪(우리 이웃의 범죄) 宮部みゆき (미야베 미유키)
63. 密閉教室 法月綸太郎 (노리즈키 린타로) : 국내 미출간
64. 人形館の殺人(인형관, 본격파는 아닌듯 한데..) 綾辻行人 (아야츠지 유키토)
65. 幽霊列車(유령열차) 赤川次郎 (아카가와 지로의 데뷰작)
66. 猿丸幻視行 井沢元彦 (이자와 오토히코) : 국내 미출간
67. 富豪刑事 (부호형사) 筒井康隆 (쓰쓰이 야스타카)
68. そして夜は甦る(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原りょう (하라 료)
69. ブラディ・ローズ 今邑彩 (이마무라 마야) : 국내 미출간
70. 孤島パズル (외딴섬 퍼즐) 有栖川有栖 (아리스가와 아리스)
71. 秋の花 (가을꽃) 北村薫 (기타무라 가오루)
72. そして扉が閉ざされた 岡嶋二人 (오카지마 후타리) : 국내 미출간
73. ねむりねずみ 近藤史恵 (곤도 후미에) : 국내 미출간
74. 魔法飛行 (마법비행) 加納朋子 (가노 도모코)
75. 崖の館 佐々木丸実 (사사키 마루미) : 국내 미출간
76. 消失! 中西智明 (나카니시 토모아키) : 국내 미출간
77. 竹馬男の犯罪 井上雅彦 (이노우에 마사히코) : 국내 미출간
78. 青じろい季節 仁木悦子 (니키 에쓰코) : 국내 미출간
79. 死体を買う男 (시체를 사는 남자) 歌野昌午 (우타노 쇼고)
80. 変調二人羽織 連城三紀彦 (렌조 미키히코) : 국내 미출간
81. 暗闇坂の人喰いの木 (어둠 비탈의 식인나무) 島田荘司 (시마다 소지)
82. 網走発遥かなり島田荘司 (시마다 소지 막판에 힘내네요) : 국내 미출간
83. 将棋殺人事件 竹本健治 (다케모토 겐지) : 국내 미출간
84. 慟哭(통곡) 貫井徳郎 (누쿠이 도쿠로)
85. 大東京四谷怪談(요쓰야 괴담) 高木彬光 (다카키 아키미쓰) : 국내 미출간
86. 幻書事典(『古本屋探偵の事件簿)』紀田順一郎 (기다 쥰이치로) : 국내 미출간
87. 湖底のまつり 泡坂妻夫 (아와사카 쓰마오) : 국내 미출간
88. 夜の蝉 (밤의 매미) 北村薫 (기타무라 가오루)
89. 生者と死者 泡坂妻夫 (아와사카 쓰마오) : 국내 미출간
90. 誰彼 法月綸太郎 (노리즈키 린타로) : 국내 미출간
91. あした天気にしておくれ 岡嶋二人 (오카지마 후타리) : 국내 미출간
92. 心の中の冷たい何か(나의 차가운 일상) 若竹七海 (와카타케 나나미)
93. 私という名の変奏曲(7인 1역) 連城三紀彦 (렌조 미키히코)
94. エッシャー宇宙の殺人 荒巻義雄 (아라마키 요시오) : 국내 미출간
95. 聖アウスラ修道院の惨劇 二階堂黎人 (니카이도 레이토) : 국내 미출간
96. 六の宮の姫君 北村薫 (기타무라 가오루) : 국내 미출간
97. 僕の殺人 太田忠司 (오오타 타다시) : 국내 미출간
98. 探偵の夏あるいは悪魔の子守唄 岩崎正吾 (이와사키 세이고) : 국내 미출간
99. 朱の絶筆 鮎川哲也 (아유카와 데츠야) : 국내 미출간
100. 思い通りにエンドマーク 斎藤肇 (사이토 하지메) : 국내 미출간

검은색 : 국내 미출간 / 파란색 링크 : 리뷰 링크 / 회색 : 읽었지만 리뷰 없는 작품 / 붉은색 : 출간되었으나 읽지 않은 작품

흠, 읽은 책도 적지만 모르는 작가가 태반이네요. 조사해보고 수정할 것 있음 수정해야겠습니다^^

* 2020.09.30 최신 내용으로수정합니다.
* 2020.10.23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링크 추가
* 2020.10.30 "방과후" 링크 추가
* 2020.11.13 "날개 달린 어둠" 링크 추가
* 2020.12.12 "묵시록의 여름" 링크 추가
* 2024.11.30 "복잡한 기계장치", "11장의 트럼프", "호저의 축제" 링크 추가
* 2025.01.10. "메이지 단두대" 링크 추가
* 2026.02.26. "십각관의 살인" 등 링크 추가 및 전체적으로 수정

2009/09/05

최근 읽은 추리만화 짤막하지 않은 감상

CMB 박물관 사건목록 11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1. CMB 박물관 사건목록 11권
3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그리스의 해양왕이 나오는 국제적인 살인사건 이야기와 그런대로 소박한 일상계 작품 두 편입니다.

첫번째 이야기부터 살펴보자면, 에게해를 무대로 한 스케일 큰 작품으로 고정 캐릭터 암거래상 마우의 등장도 반갑고 유로폴 경위 비어라는 신캐릭터도 마음에 듭니다. "파이스토스의 원반" 이라는 유물로 C.M.B 특유의 박물학적 재미도 풍부하게 전해주고요. 

그러나 이야기의 핵심인 그리스 해양왕 아내 살인사건은 그다지 잘 만들어졌다고 보이기 어렵습니다. 경찰 수사로도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던 내용일 뿐 아니라 지나칠 정도로 "낭만적" 인 분위기로 흘러간 탓입니다. 박물학적인 재미 이외에 트릭이나 이야기 전개에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는 "파이스토스의 원반" 역시 불필요한 설정이었고요.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토마와 가나가 잠깐 등장해서 팬에게 재미를 더해주는 작품으로, 타츠키의 할아버지 초대로 신라와 타츠키가 다도회에 참석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고가의 "차완" 이 사라진 일종의 장난을 다룬 소품이죠. 박물학적으로는 연, 팽이, 나무채같은 일본 전통 정월 소품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는데 소품과 트릭이 연결된다는 점에서 특기할만 합니다. 
설정과 이야기, 그리고 주요 트릭이 잘 연결되는 전개가 좋아서 팬으로서 충분히 즐길만 했어요.

그런데 트릭이 과연 실행 가능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조금 아쉽더군요. 설명 자체는 말이 되는데 아무리 봐도 시간적으로도 실현이 어려울 뿐 아니라 상자를 드는 각도 문제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상자 안에서 "소리" 가 들릴게 뻔할 것 같아서 설득력이 약합니다. 그냥저냥한 평작입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복을 부르는 고양이인형, 즉 "마루지메네코" 인형과 인형의 주인인 할아버지에게 연달아 닥치는 불행에 대한 일상계 소품으로 이번 권에서의 베스트로 꼽고 싶은 작품입니다. 연달아 할아버지에게 벌어지는 불행한 사건이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낸다는 추리적인 과정도 좋지만 먼저 떠난 할머니가 저승으로 부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할아버지의 고민을 보여주는 전개와 사건의 동기 및 결론 모두가 설득력이 넘쳤거든요.

이번 권에서는 신라의 너무나 허구적인 캐릭터가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이제 전개와 설정에서 어느정도 안정을 찾는 느낌인데 다음 권도 기대가 됩니다. 전체 별점은 2.5점입니다.


비밀 6 - 6점
시미즈 레이코 지음/서울문화사(만화)

2. 비밀 6권
한 편의 완결된 이야기, 한 편의 미완성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완결 이야기는 3년전 마키 경시정과 오카베 경부보가 처음 만났던 당시의 사건을 다룹니다. 추리적으로 뭔가 있다기 보다는, "제 9"의 뇌 스캔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전해주는 드라마로 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무려 4명이나 죽은 사건이 "선의에서 비롯된 불행"이라는게 두드러진다는, 이색적이고도 독특한 전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존의 분위기와는 다른 섬세한 엔딩도 괜찮았고요. 마키 - 오카베 커플링을 지지하는 동인녀들에게 왠지 더욱 평가받을 것 같은 이야기로 생각되기도 합니다만...^^;;

두번째 이야기는 미완이라 아직 평가하기는 이릅니다. 본격 살인 사건을 다루는 추리물로 보여 흥미진진하기는 하지만요. 5년전의 비디오와 동일한 수법의 연쇄 살인이라는 설정과 이후의 진행 과정도 재미있어 보여서 다음 권이 기대됩니다.

전체적인 총평은 5권 감상과 동일합니다. 마찬가지로 시리즈 초반의 과학과 추리가 상상력과 잘 결합되었던 독특한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전권보다는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고 몰입할 수 있는 전개였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점점더 심해지는 아오키의 방황은 이제는 지겹기만 하네요. 아오키가 등장하지 않은 첫 번째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기도 했고요. 작가가 뭔가 특단의 조치를 좀 내려주었으면 합니다.


탐정이 되는 893가지방법 2 - 4점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사카모토 아키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3. 탐정이 되는 893가지방법 2
새로운 탐정만화 시리즈의 2권입니다. 두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그렇지만 첫번째 이야기는 이전 1권에서 이어지는 스토커 이야기로 결말이 너무 허무하고 추리적으로 눈여겨 볼 점이 하나도 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기에 설명을 생략합니다. 정말이지 지루하고 유치한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두번째 이야기는 재미있었습니다. 특정 지하철 역에서 연달아 자살사건이 벌어지는 것에 대한 추리적 해석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설정이 굉장히 좋더군요. "지박령" 소문과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살에 대한 연결이 잘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트릭이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다는 약점은 있습니다. 원거리 장치 트릭인데 작중에서의 설명과는 달리 현실적으로는 무리라고 생각되거든요. 조금만 더 손을 보았더라면 훨씬 설득력있게 마무리할 수 있었을것 같은데 약간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합격점 수준은 돼죠.

별점은 2점입니다. 두번째 이야기가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두번째 이야기 자체도 분명 부족한 부분이 있었으니까요. 어쨌건 전체적으로 재미가 떨어지는 느낌이 강한데 다음권에서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안될 듯 싶습니다.

2022/07/23

[2022년 버젼] 미스터리 소설 추천 35선. 신간부터 인기 고전 명작까지 랭킹으로 소개! from SAKIDORI

화제가 되는 여러가지들을 알기 쉽게 소개해준다는 일본의 웹 매거진 SAKIDORI에서 선정한 순위입니다.

개인적 평가로는, 초보자용과 반전계 랭킹은 나름 괜찮습니다. 초보자용은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제작되어 '친숙하고 읽기 쉬운' 측면을 많이 고려한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딱히 대단한 걸작이라고 보기 힘든히가시가와 도쿠야 작품 순위가 높은 점에서 추측해보자면 말이지요. 이 중 "푸른 불꽃"과 "거울 속 외딴성"은 저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2022.10.08에 읽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습니다.

반전계는 "까마귀의 엄지" 빼고는 다 읽어본 셈인데 ("가위남"은 영화로), 순위는 모르겠지만 선정 자체는 적절해 보입니다(*"까마귀의 엄지"도 2023.06.23에 읽었습니다). 일본판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표지의 치명적인 귀여움은 인상적이에요.

그러나 해외 미스터리 추천 랭킹은 좀 불만스럽습니다. 우선 비극 시리즈의 최고 걸작은 "Y의 비극"이라는건 정론입니다. "X의 비극"이 아니라요. "오페라의 괴인"이 미스터리에 속하는지도 의문이며, 잘 모르는 작품이 무려 세 편이나 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수많은 걸작들을 제치고 애거서 크리스티, 코난 도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걸까요? 이는 찬찬히 읽어보고 평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초보자용 미스터리 추천 랭킹 

반전계 미스터리 소설 추천 랭킹

해외 미스터리 소설 추천 랭킹 

2019/11/17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별점 2.5점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소미미디어

히가시노 게이고에세이집입니다. 미공개 단편 소설 3편이 수록되어 있다는 말에 낚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에세이 모음이라고 하는게 정확한 표현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스노보드에 빠져 열중한 2002~2003년의 2년여 동안 연재된 에세이와 그 외 - 해당 시기에 벌어졌던 한일 월드컵 준결승, 결승전 관전 에세이 등 - 의 에세이 몇 편이 거의 전부인 탓입니다. 미공개 단편은 에세이를 가장한 단편,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를 비롯한 에세이 속 주요 등장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하는 짤막한 꽁트에 불과합니다. 솔직히 뭘 이런 책까지 번역해서 출간했나 싶을 정도에요.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요.

그래도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열정과 노력에는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겠더군요. 데뷰 이후 매년 2~3권 가량의 책을 수십년간 꾸준히 발표할 정도로 작업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짬을 내어 스노보드에 대한 열정을 붙태우며 스키장을 다니고 연습하는 과정이 정말 대단하니까요. 여기서 눈여겨 볼 건 히가시노 게이고가 스노보드에 빠져든 이유입니다. 단순히 재미 때문만은 아니라 '향상' 때문이라고 합니다. 타면 탈 수록 어쨌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그런 성취감이 너무나 즐겁다는 것이죠. 아주 작은 것이라도 어제는 못한 것을 오늘은 해냈다는 성취감, 이런 사소한 성취감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성실한 노력가라는건 당연한 일일겁니다. 그러니 매일 몇 시간을 운전해서 스키장을 찾아가 십여회의 활강을 즐긴 뒤 다시 돌아가 작품을 쓸 수 있었을테고요. 아, 이런 노력과 꾸준함은 정말 부럽습니다.

그리고 저같이 겨울 스포츠를 싫어하는걸 넘어서 혐오하는 사람 - "너버스 브레이크다운"의 안도의 말을 빌자면 "힘들여 이렇게 추운 곳까지 와서, 판대기를 밟고 눈 위를 미끄러지는게 뭐가 그리 신나는지" 모르겠다는... - 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잘 쓰여진 에세이이기도 합니다. 글 자체를 재미있게 잘 쓰는 작가 답게 별거 아닌 스노보드 당일치기 여행에도 어떻게든 이야기를 집어넣으려는 노력이 특히 눈에 뜨입니다. 실존인물이라도 등장 인물들에게 명확한 캐릭터를 부여하고, 캐릭터에 맞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과정이 잘 그려지고 있거든요. 어떤 이야기는 그 도가 지나쳐서 에세이가 아니라 아예 소설이 되어버린 이야기도 있기는 하지만요.

대부분의 에세이들 모두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 추리 소설가들이 함께 등장하는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니카이도 레이토, 누쿠이 도쿠로, 신인작가 구로다 겐지 등과 스키 투어를 간 이야기로 여기서 구로다 겐지가 상당한 변태라는게 드러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별 인기가 없는 작가라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팬이 읽었더라면 치를 떨 만한 그런 내용이거든요. 그 외에도 아비코 다케마루, 가사이 기요시라던가, 교코쿠 나쓰히코 등이 언급되는 등 이런저런 작가들이 자주 등장해서 깨알같은 재미를 안겨줍니다.
아울러 골프에 대한 독특한 시각도 기억에 남네요. 골프를 칠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가 이상한 옷 때문이라는 내용인데 꽤 그럴싸 했기 때문입니다. 여자 친구에도 보여줄 수 없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어야 하는 스포츠는 해 봤자 재미있을리가 없다는 논리지요. 요새는 골프 웨어도 상당히 괜찮은게 많고, 지극히 편협한 시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본인의 취향이나 철학은 확실히 확고하구나 싶더라고요.
한신 타이거즈의 팬으로 느낀 2003년 호시노 센이치의 기적과 같은 리그 우승에 대한 이야기도 야구 팬으로서 와 닿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우승 따위는 기대도 안하는, 눈 앞에서 열심히 뛰고 특히 자이언츠나 이겨주면 좋다는 마인드는 우리나라의 모 팀 팬을 연상케 했어요. 야구 팬은 어느 나라에 가도 똑같은가 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마지막에 수록된 스노보드 관련 꽁트는 솔직히 완전히 수준 이하였습니다. 그냥 팬 서비스에 불과해요. 스키장 상급자 코스에서 시체가 발견되고, 유력한 용의자는 스노보드 초보자라서 아래까지 내려오는데 오래 걸려서 알리바이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용의자는 초보자로 가장한 실력자였지요. 스노보드 타는 방법 - 구피 스탠스와 레귤러 스탠스 - 을 이용한 간단한 트릭이 등장하는데, 이 정도로 범인이 빠져나가길 바라는건 아무리 보아도 무리라 생각됩니다. 피해자 주변만 조사해도 동기는 쉽게 드러날 테고, 그렇다면 트릭이야 어찌 되었건 범인 체포는 문제가 없었을테니까요. 흉기로 소음총을 썼다는 등의 무리수는 단점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빈틈이 많은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에세이는 쉽게 읽을 수 있고 재미도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열정과 노력도 잘 느껴졌고요. 우리나라에서 스노보드가 유행한지도 10년은 더 지난 듯 한데, 스노보드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25/09/27

돈돈 다리, 떨어졌다 - 문고판 후기

어제 읽은 "돈돈 다리, 떨어졌다" 문고판의 아야츠지 유키토가 직접 쓴 후기입니다. 재미있는 내용이 제법 있어서, 이 부분만 ChatGPT로 번역하여 소개해 드립니다.

문고판 후기

『どんどん橋、落ちた』라는 이 작품집에는 사실 남다른 애착이 있습니다. 일반 단행본 판본이나 고단샤 노벨스판으로 읽어 주신 분들의 반응은 각자 달랐습니다. 가벼운 ‘범인 맞히기’ 단편집으로 시원하게 즐긴 분도 있었고, “바보 같다”라며 불쾌해한 분도 있었지요. 현대 본격 미스터리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일종의 비판으로 무겁게 읽은 분도 있었고, 이번 문고판 해설을 써 주신 시노하라 미야코 씨처럼 “애잔한 미스터리”로 받아들이신 분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읽든 독자의 자유이며, 한 번 손을 떠난 이상 작가가 “이렇게 읽어 달라”고 요구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작품집에 실린 다섯 편 가운데 네 편(제1화부터 제5화)을 1998년 가을부터 1999년 여름에 걸쳐 잇달아 잡지에 발표하던 시절을 돌아보면, 제가 그 작품들을 꽤 절실한 마음으로 썼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절실한 마음”이란,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내 ‘존재 방식’이 이대로 좋은가, 라는 물음이었습니다.

내 존재 방식은 이대로 괜찮은가? 결국 그 답은 제5화의 마지막에서 일단 제시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말끔히 매듭지을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이번 문고판이 이 작품집의 최종판이 될 것입니다. 이어서 각 수록작에 대한 짧은 해설을 덧붙입니다.

「どんどん橋、落ちた」"돈돈 다리, 떨어졌다."
(초출 = 아유카와 데쓰야·시마다 소지 편 『ミステリーの愉しみ 第五巻 奇想の復活』 릿푸샤, 1992년 9월 10일 초판)

1991~92년에 걸쳐 아유카와 데쓰야·시마다 소지 두 분이 책임 편집한 앤솔로지 『ミステリーの愉しみ』 전 5권이 릿푸샤에서 간행되었습니다. 그 최종권 『奇想の復活』은 띠지에 “헤이세이 본격의 기수”라 내세운 젊은 작가 19명의 신작을 모은 책으로 화제가 되었는데, “문장이나 인물 묘사보다 무엇보다 기상천외하고 전인미답의 발상을 담은 본격물을” 써 달라는 편자 시마다 씨의 요청에 응해 제가 쓴 작품이 이것입니다. 데뷔 이래 “인간이 그려져 있지 않다”는 상투적인 말을 들으며 내심 질려 하던 차였지만, 그 나름의 생각이 있었던 것이겠지요.

애초의 원형은 1984년 여름, 교토대 추리소설연구회 합숙에서 선보인 ‘범인 맞히기’ 단편이었습니다. 기노사키 온천의 어느 여관 큰방에서 십수 명의 회원을 상대로 ‘문제편’을 낭독했을 때의 두근거림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자리에는 젊은 날의 아비코 다케마루 군과 노리즈키 린타로 군도 있었지요. 두 사람을 포함해 거의 모두가 속아 넘어가 주어 무척 기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참으로 천진난만했던 때였습니다.

「ぼうぼう森、燃えた」"보우보우 숲, 불타다."
(초출 = 『小説現代メフィスト』 1998년 12월 증간호)

1992년에 「どんどん橋、落ちた」를 썼던 즈음에 떠올려 “언젠가 속편을 써 볼까” 하고 농담처럼 몇 해 동안 품고 있던 아이디어입니다. 제목도 처음부터 이대로 정해 두었지요. 게임 『ナイトメア・プロジェクト YAKATA』 관련 일을 간신히 마무리하고 본업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마음만 앞서 집필에 집중이 되지 않던 1998년 가을, 반쯤은 재활의 뜻도 담아 『메피스토』에 발표했습니다. 그만한 고생은 있었지만 의외로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다만 「どんどん橋」 때와는 사뭇 다른 뉘앙스의 ‘고생’이자 ‘즐거움’이었지요. 참고로 이 작품 속에 삽입된 ‘작중작’에는 블랙 유머와 여러 겹의 숨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전부 알아차릴 독자는 아마 손에 꼽을 정도일 것입니다.

「フェラーリは見ていた」"페라리는 보고 있었다."
(초출 = 『小説現代メフィスト』 1999년 5월 증간호)

본서에서 유일하게 정식 ‘독자에의 도전장’이 들어 있지 않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작가로서 저는 이것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의외이지요?). 등장하는 ‘U야마 씨’, ‘K코 씨’, ‘A모토 군’은 모두 실재 인물입니다. 사건은 물론 완전한 허구이지만, ‘카사이 씨 댁 신짱’을 둘러싸고 작중에 “암시적”이니 “예견적”이니 하는 말이 오가는 대목에는 작은 원 네타가 깔려 있습니다. 굳이 밝히지 않는 편이 멋일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신경 쓰이시는 분은 가사이 기요시의 『ミネルヴァの梟は黄昏に飛びたつか? ——探偵小説の再定義』(하야카와쇼보, 2001)을 참조하시길.

「伊園家の崩壊」"이소노 가의 붕괴"
(초출 = 『小説現代メフィスト』 1999년 9월 증간호)

중심 아이디어는 아주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지만, 설정이 설정인지라 선뜻 써서 발표할 결심이 서지 않았습니다. 전년에 우연히 고지마 미야코의 만화 『こども地獄』(분카샤, 1998)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어 등을 떠밀리듯 결심했습니다. 잡지 발표 당시에는 당사자인 고지마 씨께서 훌륭한 삽화를 그려 주셨고, 이번 문고화에서도 그 그림의 재수록을 생각했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자숙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문제작일지도 모릅니다. 본격 미스터리로서는 그렇지만, 다섯 편 중에서는 오히려 정통파에 가까운 편이 아닐까 합니다.

「意外な犯人」"의외의 범인"
(초출 = 『IN★POCKET』 1999년 9월호)

원본이나 노벨스판의 후기에 적었던 말을 반복합니다만, 작중에도 언급했듯 이 소설은 1994년 요미우리TV 심야 특집 『真冬の夜のミステリー』의 일부로 제작된, 제가 원안을 제공한 추리 드라마 「意外すぎる犯人」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극중극 부분에 배우 이토 세이코 씨가 등장하는 것은 드라마 그대로지만, 그 밖의 배우 이름은 가공으로 바꾸었습니다. 원안을 만들던 시점부터 언젠가 이 네타를 소설로 쓰고 싶다고 생각해 왔습니다만, 설마 이런 형태, 이런 결말의 이야기로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말 인생은 무엇이 어떻게 굴러갈지 모르는 법입니다.

이렇게 되돌아보니, 고작 3년 전에 묶은 작품집임에도 어쩐지 이상할 만큼 숙연한 기분이 듭니다. 다섯 편 중 세 편에 등장하는 얄미운 젊은이에 대해서는 일단 이것으로 봉인…할 작정입니다만, 글쎄요.

현안인 『暗黒館の殺人』도 연재를 시작한 지 벌써 2년 반. 헉헉대며 숨이 차오르면서도 슬슬 7합목이 보이는가 싶은 데까지 진행했습니다. 『鳴風荘事件』 이래 무려 7년 만의 장편 『最後の記憶』을 근래에 간행할 수도 있었습니다. 1987년 『十角館の殺人』으로 데뷔한 지 딱 15년. 올가을이 저에게 큰 분기점인 것은 분명하고, 그런 시기에 이 『どんどん橋、落ちた』가 문고화되는 것은, 이것 또한 뭔가 의미심장한 인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서두에서도 슬쩍 언급했듯 이 책의 해설을 써 주신 시노하라 미야코 씨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홉 해 전 『海になりたい青』와 『満たされた月』 두 장의 앨범을 잇달아 들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빛바래지 않았습니다. 노랫말처럼 엮인 “애잔한 해설”, 정말 고맙습니다.

2002년 9월
綾辻行人

2022/09/18

한 문장의 충격! 마지막으로 이야기가 180도 뒤집히는 경악의 미스터리 소설! - 혼토 북트리

아래 리뷰에는 진상과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전 소개드렸던 honto의 북트리 서비스에서 추천하는 '반전'이 있는 작품들입니다. 그냥 반전이 아니라 '한 문장'으로 이야기가 뒤집히는 작품들로 본격물보다는 서술 트릭에 가까운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전부 '반전'이라는 취지에는 충실한 좋은 작품들이에요. 일본 작품만 있는게 옥의 티이기는 하지만요. 그나저나 이 서비스, 보면 볼 수록 괜찮네요. 다른 추천도 찾는대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뛰어난 구성에 잘 짜여진 작가의 안배로 때로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는 한 문장. 미스터리 소설 중에는, 마지막 단 한 문장으로 세상이 바뀌는 쾌감을 맛볼 수 있는 걸작들이 있습니다. 기분 좋게 속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니시에이션 러브" : 이누이 구루미 

'나'는 마유코와 만나, 곧 사랑에 빠졌다. 대학생에서부터 사회인에 이르기까지를 그리는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같지만, 마지막 한 문장 덕분에 걸작 미스터리로 변신하는 작품. 다시 읽어보면, 저자의 철저한 계획에 감탄의 한 숨을 내 쉴 수 밖에 없다.

"십각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 

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소속 젊은이들은 외딴 섬에 위치한 십각형 모양 저택을 방문했다. 그들은 반년 전에 타 죽은 건축가 수수께끼에 접근하려 했지만, 차례로 살해당하고 말았다. 왜 살해당하며, 범인은 누구인가? 마지막 충격적인 문장으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다. 신본격 미스터리의 대표작.

"미로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시가 지은 기괴한 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리는 관 시리즈 세 번째 작품. 미로같은 관에 모인 젊은 작가들에게 닥치는 살인 사건. 이 작품은 '마지막 한 문장'이 여러 개 존재하기 때문에, 종반부에서 이야기는 여러 번 뒤집힌다. 세상이 바뀌는 순간을 여러 번 맛볼 수 있는 작품.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 로커" : 이사카 고타로 

대학생 '나'가 이사하자마자 이웃과 함께 서점을 덮친 이유는 코지엔 사전을 훔치기 위해서였다. 세련된 대화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청춘 소설에 가깝지만 '마지막 한 문장'으로 이야기는 뒤집힌다. 조금은 잔혹하고 센티멘탈한 결말의 작품으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살육에 이르는 병" : 아비코 다케마루 

연속 엽기 살인 사건을 범인, 전직 형사, 범인의 가족이라는 세 명의 시점으로 그려나가는 작품. "범인"의 시점으로 그려져서 범인은 초반부터 확실하지만, 평범한 사이코 서스펜스로 끝나지는 않는다. 마지막 한 문장으로 이야기가 뒤집히는데, 충격이 장난이 아니라서 다시 읽고 싶어지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