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마지막 포스팅입니다. 올 한해도 이제 6시간밖에 남지 않았네요. 개인적으로는 정말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습니다. 내년에는 풍파가 조금이라도 덜 한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데 말이죠....
하여간 제 마이너 블로그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hansang.egloos.com 의 이사한 곳입니다. 2021년 1월, 추리소설 리뷰 1000편 돌파했습니다. 이제 2000편에 도전해 봅니다. 언제쯤 가능할지....
2010년 마지막 포스팅입니다. 올 한해도 이제 6시간밖에 남지 않았네요. 개인적으로는 정말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습니다. 내년에는 풍파가 조금이라도 덜 한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데 말이죠....
하여간 제 마이너 블로그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리뷰 결산에 이어 이글루스 공식 2010 결산도 포스팅합니다.
포스트 수는 많지만 댓글은 별로 없는 전형적인 마이너 블로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래도 海月 님, rumic71 님, 잠본이 님이 많은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추리소설을 중심으로 한 장르문학 전문 리뷰 블로그라 생각하고 있는데 가장 많이 읽힌 글이 무한도전 관련 글이라는 것은 좀 아이러니컬하네요... 2011년부터는 제 블로그 속성에 충실한 글만 올릴 생각입니다.
어쨌건 한 해 동안 찾아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행복한 연말연시 맞으시기 바랍니다. 내년에도 많이 찾아주세요. 제발~
일곱 번째 결산 보고입니다. 12월은 아직 남아있지만 남은 기간 동안 책을 더 읽을 일은 없을 것 같아 포스팅 올립니다.
올해는 만화와 잡지류 제외하고 총 166권을 읽었습니다. 분포로 따지자면 1월 13권 / 2월 8권 / 3월 12권 / 4월 18권 / 5월 25권 / 6월 15권 / 7월 14권 / 8월 18권 / 9월 14권 / 10월 11권 / 11월 12권 / 12월 6권입니다. 장르별로는 추리 / 호러 관련 독서가 95권. 장르문학 전부 합치면 107권이고요.
전체적으로 굉장히 책을 많이 읽은 한 해였어요. 산본으로 이사 온 뒤 근처 도서관을 애용한 덕분이죠. 이사 오길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정말 남들에게 취미가 독서라고 이야기해도 부끄럽지 않은 숫자를 읽은 것 같아 왠지 뿌듯하네요.
그럼 결산 들어갑니다~ 언제나처럼 제 블로그에 올린 리뷰들 중에서만 선정했습니다.
2010년 베스트 추리소설 :
"유다의 창"
단평 : 고전으로서의 묵직함, 트릭이 빛나는 본격 추리소설의 참맛, 그리고 기타 다양한 재미까지 선사해주는 걸작.
올해는 많이 읽은 만큼 별점 4점짜리 후보작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후보작은 아래의 8편이었습니다.
이 중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는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팬심이 반영되었기에 아깝게 탈락, 그리고 "7퍼센트 용액"은 셜록키언으로서의 애정이 포함되어 있어서 역시 아깝게 탈락. 그리고 "셜록 홈스의 과학"과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는 추리소설로 보기는 조금 어려운 책이라 제외해서 남은 3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유다의 창"을 꼽습니다.
2010년 워스트 추리소설 :
별점 1.5점의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단평 : 차라리 요리책이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2010년 베스트 장르 문학 :
덧붙여 2010년 베스트 장르문학 단편으로 "계약은 충실하게"를 꼽겠습니다. 이유는 여기서 확인해 주세요!
2010년 워스트 장르 문학 :
별점 1점짜리 두 편 선정합니다.
결산평 :
일단 추리소설 쪽에서는 많은 고전과 명작들이 많이 소개되어 참으로 풍부한 한 해가 아니었나 싶네요.
하지만 널리 알려진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작품 자체는 그닥인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 좀 의외였달까요?
그래도 추리소설 독자로는 무척이나 즐거운 한 해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기타 다른 도서들은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새롭게 접한 작가들의 좋은 책이 많았던 것 같네요.
내년에도 많은 책들과 함께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상으로 올해 결산을 마칩니다~
국내 최고의 미스터리 팬덤의 하나인 하우미스터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입니다. 2009년 12월 ~ 2010년에 간행된 책들이 대상인데 확인해보니 이 중에서 읽은 책은 30여 권밖에 안되네요. 너무 적게 읽었나? 어쨌건 제 블로그 정리 차원에서라도 저도 한번 선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10년은 아직 며칠 더 남았지만 책을 더 읽기는 힘들 것 같거든요.
그럼 먼저 선정에 앞서 간단하게 2010년 추리소설계를 들여다 보도록 하죠.
2010년 국내 추리소설계는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쏠림 현상이 심했고" "뜻깊은 발굴도 있었으며" "국산 추리소설이 모처럼 활기를 띤" 한 해였다고 말이죠.
"쏠림 현상"은 230여 권의 작품 중 100권 정도를 일본 작품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일본 추리소설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 그리고 100권 정도의 일본 작품도 히가시노 게이고, 우타노 쇼고, 미야베 미유키 등 특정 유명 작가에게 많이 치우쳐져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일본 작품 이외의 작품 역시 기존 유명 작가의 시리즈 작품들과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팩션 장르물이 대부분이라는 것에 기인합니다. 출판사도 책이 팔려야 먹고 사는 경제조직이니 인기 작가 작품이 많은 것은 이해할 수 있고 덕분에 출간된 반가운 작품들도 많았지만 일부 작가는 작품의 수준보다는 순전히 작가의 네임벨류로 선정되어 출간되는 것 같아 조금 아쉽더군요.
"뜻깊은 발굴"은 첫 번째 쏠림 현상의 와중에도 추리 애호가로서 기다려 왔던 반가운 작품들이 속속 번역된 한 해이기도 해서 꼽아보았습니다. 일본 추리소설 중에서는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라든가 "리라장 사건"이, 영-미권에서는 "7퍼센트 용액"과 "붉은 오른손",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과 딕슨 카의 고전들이 출간되었으니까요. 앞으로는 일본과 영-미권에 치우치지 않은, 예를 들면 중국이나 대만 등 제 3 세계권의 추리 소설도 발간되었으면 합니다. 혹시 모르죠. "장미의 이름"처럼 대박이 날 수도 있잖아요?
"국산 추리소설의 활기"는 목록에서 보기 드문 한국 추리 소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반가운 일이었어요. 장르도 훨씬 다양해져서 꾸준히 출간되어왔던 단편집뿐만 아니라 정통 장편 추리물에서부터 팩션, 하드보일드, 그리고 김내성의 과거 고전이 재발간되는 등 질과 양 모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아주 기쁩니다. 한국 추리 소설도 더욱 성장한 한 해라 생각되며, 부끄럽게도 제대로 읽어본 작품이 아직 없는데 꼭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그나저나 여기 "경성탐정록" 2권이 포함되어 있었어야 하는데... 눈에서 땀이나네... ㅠ.ㅠ
그럼 간단한 분석을 마치고, 제 개인적인 "2010 올해의 추리 소설" 순위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두둥~
Hansang의 2010 올해의 추리소설 Best 3
* 2009년 12월 ~ 2010년 출간된 추리소설만 해당됨
"7퍼센트 용액" - 니콜러스 메이어 : 별점 4점 - 셜록키언들에게는 전설과도 같은 작품. 일본 원판으로 구입은 해 놓았지만 10페이지 정도 읽고 손 놓고 있던 차에 국내에 출간되어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작품도 역시나 만족스러웠고요.
"얼굴에 흩날리는 비" - 기리노 나쓰오 : 별점 4점 - 과거 구판본으로 읽었을 때도 좋았지만 정식 완역본으로 작품의 참맛을 느끼게 해 준 작품입니다. 제 생각에는 여성 작가의 하드보일드란 이런 것이다! 라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작품 같아요. 첫 맛부터 진하고 독한 위스키라기보다는 부드럽지만 슬프면서도 날카롭고 쓴 뒷맛을 감추고 있는 사케 같은 작품이랄까요?
"유다의 창" - 존 딕슨 카 : 별점 4점 - 고전 걸작. 더 말이 필요 없죠. 제가 읽은 딕슨 카 전 작품 중에서도 첫손에 꼽을 만한 작품입니다.
<아차상>
"마크스의 산 1.2" - 다카무라 가오루 : 별점 4점 - 2010년 재판본이 아닌 예전 고려원 판본 별점입니다. 새 판본을 읽지 못했기에 선정하지는 않습니다만, 좋은 작품이죠.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 아와사카 쓰마오 : 별점 4점 - 별점 4점이기는 한데 개인적인 팬심이 포함되어 있어서 순위에서는 뺍니다.
이상으로 2010 올해의 추리소설 관련 글을 마치며, 내년에는 별점 5점짜리 작품을 선정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http://blog.aladin.co.kr/ttb/4363965
2009년에 이어 또 선정되었네요. 하긴 2009년보다 올해 더 많은 리뷰를 쓰긴 했으니...
작년에 비하면 선정되신 분들이 대폭 줄은 것이 눈에 뜨입니다. 한 스무 분 정도 되려나요? 확실히 요새 책 읽는 사람이 적긴 적나 보네요.
저 역시도 기쁘긴 한데 내년에도 과연 선정될 수 있을런지 걱정이 앞서는군요. 뭐, 노력해 봐야죠.
최근 개인 사정으로 만화만 보게 되네요. 오래되었지만 완결이 되지 않아서 놓아두고 있던 작품 몇 개를 완독했습니다.
토우메 케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환영박람회" 외에는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았던 토우메 케이의 보기 드문 완결작. 혈족 간에 유전되는 특이 질환을 주제로 근친상간, 친족 살해 등과 같은 금기와 비극적 로맨스를 섞어 표현한 작품입니다. 굉장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히로인 치즈나의 매력과 더불어 작가 특유의 거친 뎃셍이 시너지를 잘 일으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주인공인 카즈나, 그리고 그의 상대역인 야에가시의 고민과 갈등은 그닥 효과적으로 표현되지 못했으며, 무엇보다도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반전과 극적 결말에서 "봉인된 기억"이라는 만병통치약을 너무 많이 쓴 것은 좀 아쉬웠습니다.
조금 더 짧게 압축했더라면, 그리고 보다 더 비극적이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카오루 모리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모리 카오루의 달리 말이 필요 없는 유명한 작품이죠. 중간까지 읽다가 손을 놨었는데 이번에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손에 잡힐 것처럼 그려낸 디테일한 그림과 굉장히 감성적이고 미려한 감정 묘사들, 그리고 진지함 속에서도 적절한 유머가 가미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또한 놀라울 정도로 등장인물 거의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엔딩 역시 이 작품의 강점이며, 안경 끼고 참하기 그지없는, 그야말로 학교 여선생님 같은 캐릭터를 메인 히로인으로 전격적으로 배치한 과감성이 이 작품을 더욱 특이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러나 기본적인 주제가 결국은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것은 좀 진부했고, 그 사랑이 시작된 계기가 "엠마"라는 히로인의 미모에 기인한다는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이기에는 나이를 좀 많이 먹은 것 같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언니와 함께 도쿄로 이사온 고등학교 1학년 이모토 노리코의 별명은 "텐코". 그녀는 이사 첫날 우연하게 인연을 맺은 "홈센터 Tenco"와 직원 코우사쿠의 도움으로 DIY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여고생이 주인공인 본격 DIY만화. 짤막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물로 각 에피소드마다 여러가지 물건들을 DIY로 만드는 과정과 관련된 도구를 소개하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초, 중반은 좋았는데, 후반부로 접어들면 DIY와는 좀 동떨어지는 이야기로 흘러가서 아쉽습니다. "용접"이라던가 "도예", "화덕만들기", 그리고 "수제 카드 만들기" 같은 이야기들이 대표적입니다. 뭔가를 직접 만드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한 목적은 알겠지만, 핵심 재미 요소 - 새로운 무언가를 새로운 도구를 써서 만들고, 중간에 생긴 어려움을 텐코의 아이디어로 해결한다 - 를 잘 살리지 못하거든요. 벌려놓은 설정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하고 5권으로 후다닥 끝나버린걸 보면, 저만 그렇게 생각한게 아닌듯 싶기도 합니다.
또 중간중간 만화에 등장한 직접 제작한 물건들의 사진이 실려있는데 딱히 잘 만든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감점요소였어요. DIY라는 취지는 좋지만 돈과 시간을 들여 만들어낸 결과물이 별로라면 공감하기가 좀 어렵잖아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3권까지는 3점 이상은 줄 수 있는데 4, 5권에서 감점이 많이 되었네요. 그래도 전반부의 재미는 확실하고 "만드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기본 목적에는 아주 충실합니다. DIY에 관심있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상사맨 아카기 슌이치는 과장 진급과 동시에 회사 구조조정을 떠맡게 된 후 존경하던 선배의 구조조정을 직접 진행한다. 이 일로 회사생활에 환멸을 느낀 그는 우연찮게 애인을 돕기 위해 뛰어들었던 츠키지 어시장에서 일을 할 결심을 굳히는데...
인기 만화 "어시장 3대째"의 영화화 작품.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1권 시작 직전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츠키지 어시장의 도매상인 우오마츠에 3대 째로 사위가 새롭게 들어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지요.
에이지와 아스카의 관계를 오해한 어시장 사람들을 그린 에피소드 등은 괜찮았고, 특히 치아키 - 에이지 커플의 이야기는 원작에서의 재미만큼 영화에서도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내가 여자 옷 따위를 고를 수 있을줄 알아!" 라는 명대사가 작렬하는 부분은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영 별로였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로 변질되는 중간 과정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원작에는 존재하지도 않던 한국 막장드라마같은 에이지 - 아스카 설정은 불필요했습니다. 클라이막스에 이르기까지는 솔직히 지루했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산만하고 포인트를 못 잡은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원작의 재미요소 - 초보자의 어시장에서의 성장기 + 다양한 해산물에 대한 정보 제공 - 를 모르고 만든 작품이에요. 슌이치가 츠키지에 일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생선의 시식과 여러 훈련을 거쳐 생선 요리와 생선을 다루는 스킬을 높여 나가는 과정, 그리고 츠키지 어시장 상인들의 에피소드를 상세하게 그린 TV 시리즈로 만드는게 더 좋았을겁니다. 구태여 찾아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재판원의 여신 (裁判員の女神 ) 1~5 - 毛利 甚八 외: 별점 2점
재판관 헨미 지키루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자칭 "하이드"라는 존재. 그는 시공을 멈춘뒤 사람들의 "톤톤"을 불러내어 그 사람의 기억과 행동을 재생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요새 몸이 좀 안좋고 해서 주로 만화만 보게 되네요.... 앞서 보았던 "재판원의 여신"과 동일하게 일본의 재판원 제도에 대해 다루고 있는 법정 만화입니다. 줄거리 소개대로 판타지 설정을 도입해서 다른 흔해빠진 법정 관련 컨텐츠와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하이드"덕분에 헨미 지키루가 피고인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미리 알 수 있다는 설정은 독특합니다. 이를 이용하여 표면적으로 드러난 증거를 피고에게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조작하는 지키루의 활약이 재미의 핵심 포인트고요. 첫 번째 사건에서 무죄인 피고인이 현장에서 도망치는걸 피해자 동생이 목격했다는 결정적 증언을 "증언심리학"으로 뒤집는다던가, 두 번째 사건에서 유죄인 피고인의 거짓말을 밝혀내기 위해 재판에 사용할 수 없는 자료 이외의 잡지 기사를 인용해가며 재판원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세 번째 사건에서 피고에게 살인 미수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것도 좋았고요. 미리 피고의 유죄 - 무죄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도서추리소설" 같은 재미를 느끼게 해 준 점도 장점입니다.
그리고 주인공 지키루가 존경하는 선배 재판관 야쿠시지의 말 -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진실을 놓치게 된다 - 대로라면 하이드라는 존재와 지키루가 본 톤톤에 의한 피고인의 진실이 왜곡된 거짓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판타지와 법정물의 줄타기에서도 성공하고 있는 듯 싶어요. 결국 지키루의 판단은 "자기가 본 것"에 기반하고 있거든요. 뭐 이 부분은 두고봐야겠죠.
그러나 재판원들을 조종해 나가는 과정이 지루하고 길게 느껴지는 것은 감점 요소였으며 재판원들의 심리를 단순하게 그린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재판원 제도에 대한 고민 없이 오락적으로 접근한 측면이 강하고, 분량에 비하면 너무 깊이가 없는 탓입니다. 3권 이후 지키루의 연인 아버지가 뒤집어쓴 누명과 관련된 사건은 정말로 지루했고요.
또한, 재판관이 재판원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재판장 가네마루의 재판원 제도를 비판하는 발언, 재판관의 "책임"을 강조하는 듯한 묘사들은 재판원 제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듯 싶은데 이 부분 역시 향후 추이는 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권까지 읽었는데 현재까지의 별점은 2.5점. 오락적으로 승부하기에는 좀 지루하고 애매했습니다. "재판원 제도"와 실제 재판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었다고 보기에는 단순했고요. 추천하기는 부족한데, 별로라고 보기도 어려운 작품입니다.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관심 있으시다면 1권을 읽어보신 뒤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http://news.donga.com/3/all/20101217/33338186/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2171445541&code=940100
http://www.maxmovie.com/movie_info/ent_news_view.asp?mi_id=MI0091100484
고 물만두님에 대한 기사가 여러 매체에 실렸네요. 지병이 있으신건 알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리뷰를 써 오신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건 핑계에 불과합니다. 저도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제 삶에 하나의 목표 - 추리소설 1000권 리뷰 - 를 가지게 해 주셨던 것, 그리고 추리 문학을 위해 해 주신 많은 일들에 대해 진심어린 존경과 함께,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달로 지난 4년간 근무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내년부터는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요새같은 찬바람부는 구직 시장에서 취업하게 된 것만으로도 운이 좋다고 생각해야겠죠.
어쨌건 막상 짐 정리를 하고 있자니 여러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여러 제품을 런칭시키고 실무를 진행하면서 정말로 많은 일을 해 왔던 4년간. 10년이 넘는 직장 생활 동안 두 번째로 오래 다닌 회사로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던 터라 무척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회사 생활을 하며 그동안 만났던 많은 분들과의 인연이 가장 소중한데,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던 좋은 인연으로 계속 이어지기만을 바랍니다.
그런데 앞으로 새 회사에서 근무하려면 독서, 리뷰 등의 취미 생활을 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군요. 블로그 개설 7년차에 겨우 470여권 남짓인데 이래서야 언제 추리 소설 1,000권 리뷰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련지...
'2010년 12월 15일 수정'
간만에 읽어본 일본 원서로, 모리 진파치가 글을 쓰고 “대사각하의 요리사”로 유명한 가와스미 히로시가 그림을 맡은 만화입니다. "재판원 제도", 즉 일본의 배심원 재판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학습 만화의 성격이 강해 설명이 많고 지루합니다. 1권은 재판원의 선발 과정과 재판 절차 설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3권에서도 "사법의 독립"이라는 주제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법정 장면과 무관한 설명이 길게 이어집니다.
둘째, 재판 과정에서 검사와 변호사의 두뇌 싸움이 아닌, 재판원(배심원)들의 심리적 딜레마가 중심입니다. 모르는 사람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고민을 다루는 설정 자체는 흥미로울 수 있지요. 하지만 지나치게 반복되는 묘사와 느슨한 전개는 몰입을 방해합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라는 식의 논조도 공감하기 어려웠고요.
셋째, 독특한 법정 추리물이나 재판물을 기대했지만, 그런 요소는 전무합니다. 1권부터 4권까지 등장하는 세 건의 사건 중 두 건(1권의 ‘강도 살인사건’, 2권의 ‘강간 살인사건’)은 피고가 범행을 인정했기 때문에 추리, 재판물로서는 가치가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3~4권에서 피고가 무죄를 주장하며 결정적 단서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지는 사건이 있기는 한데, 여전히 ‘심리 묘사’가 중심이라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합니다. 특히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의한 자백 외에 다른 증거가 없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떨어졌고요.
게다가 제목이 "재판원의 여신"인 만큼 유우키 미치코 판사가 주요 역할을 할 것 같은데, 정작 이야기는 재판원들이 중심이고 유우키 판사는 단순한 해설자 역할에 그칩니다. 그녀 없이도 이야기가 충분히 성립되기에, 왜 집어넣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심리 묘사 자체만 즐긴다면 어느 정도 기본적인 재미는 있으며, 재판 과정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는 볼 만하기는 합니다. 작화도 동적인 연출은 부족했지만, 쉽게 읽히는 스타일이라 일본어 원서임에도 비교적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고요. 그리고 5권에서 나온, "사형 판결을 내리더라도 실제 집행은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며, 그 안에 사형제도가 폐지될 것"이라는 법의 맹점을 이용한 설정은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이 사건도 결국 사형 판결이 당연한 범죄에 대한 이야기였고, 재판원들의 심리적 고민을 반복적으로 부각시켜서 지루한건 어쩔 수 없었지만요.
결론적으로, 기대와는 많이 달랐고 기본 논조도 마음에 들지 않아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일본 재판원 제도에 관심이 많지 않다면 굳이 찾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작가정신 |
하자키 시에 위치한 주택지 '빌라 하자키 매그놀리아'의 비어있는 3호실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시체는 얼굴과 손이 뭉개져 신원을 파악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 사건으로 빌라 주민들의 다양한 생각이 오가던 와중 '중요한 단서'를 잡았다고 떠벌이고 다닌 5호의 아케미마저 다음날 살해된 채 발견되는데...
와카타케 나나미의 "하자키 시(市) 시리즈" 1탄입니다. 바다 옆 작은 소도시 하자키 시를 무대로 한, 이른바 "코지 미스터리"를 표방한 작품으로 2탄인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를 먼저 읽었더랬죠. 코지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력사건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어쨌건, 이 작품도 역시나 "헌책방..."과 마찬가지로 수다스럽고 왁자지껄한, 유머러스한 추리물로 읽는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탐정역인 형사반장 고마지와 부하 형사 히토쓰바시의 대화가 특히 압권이죠.
사소한 대화와 에피소드들 모두가 결국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내도록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 교묘하게 사건의 내용과 단서가 엮인 전개도 좋습니다. 산길에서 발견된 "팬티"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에요. 그냥 날려간 빨래인 줄 알았는데, 나름 사건과 연관이 있었거든요. 이노 게이코의 협박 사건 등 두 개의 사건을 하나로 묶어서 전개하다가, 결국 결말에서 두 건의 사건이 전혀 별개라는게 밝혀지는 아이디어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작가의 장점이 잘 부각된 작품입니다. 유머러스한 분위기, 교묘하게 배치된 복선과 단서에 따라 결말에 이르는 복잡하면서도 명쾌한 구성이라는 장점 말이죠. 덧붙이자면 "누구나 죽이고 싶어하는 여자" 캐릭터를 만드는 솜씨는 확실히 와카타케 나나미를 따라올 작가가 없을 것 같아요. 그만큼 묘사가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추리적인 부분에서 살짝 기대에 미치지 못한건 조금 아쉽습니다. 두 건의 살인이 벌어지는데, 빌라에서 의문의 시체가 발견된 사건은 너무 뜬금없었을 뿐더러 '사고'에 가까운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두 번째 사건인 아케미 살인 사건은 범인의 알리바이에 우연과 운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두 번째 사건에서 마쓰무라 켄에게 어머니가 전화를 걸지 않았더라면? 사건이 보다 빨리 해결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아울러 첫 번째 사건은 경찰이 가지고 있는 정보 없이는 해결하기가 불가능했고, 아케미 살인사건 역시 가장 중요한 정보가 마지막에서야 제공된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썩 공정한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의 두 개의 반전도 지나친 사족으로 여겨졌고요.
그래도 앞서 말한 장점과 더불어 책의 구성과 번역도 훌륭하고, 시리즈답게 이어지는 캐릭터들, 그리고 헌책방 '기토당'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하무라'라는 직원이 등장하는 등 작가의 팬으로서 즐길 거리도 많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지치고 무료한 일상에 즐거움을 주는, 그야말로 '킬링 타임용' 재미에 최적화된 작품입니다.
간만에 본 영화입니다. 네이버 다운로드로 감상했습니다. 평도 좋고 워낙 액션영화를 좋아해서 기대도 무척 컸었죠. 줄거리야 다들 아실테니 생략하겠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는 확실히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스타일리쉬한 액션, 원빈의 간지도 죽이지만 각본도 참 좋더군요. "레옹"이나 "크리쉬"가 연상되는 줄거리의 한국화도 적절했고, 차태식이 소미를 찾는 과정의 디테일도 잘 짜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캐릭터들도 평면적이지 않게 표현되고 있고요. 예를 들면 외국인 콧수염 킬러처럼요.
악당들이 마약 밀매 뿐 아니라 장기 밀매를 같이 한다는 설정도 재미와 함께 서스펜스를 배가시킵니다. 그 외 소소한 부분에서 허투루 낭비하는 장면이 없는 것도 좋았고요. 한국 액션 영화의 전형성을 벗어난 나름의 해피 엔딩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올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데 액션과 더불어 각본까지 탄탄하다는 점에서, 흥행은 당연하다 생각되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 - 로버트 바 지음, 이은선 옮김/시공사 |
프랑스 총경 출신으로 영국에서 탐정으로 활약하는 외젠 발몽이 주인공인 단편집으로, 1907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는 예전에 하서출판사의 "세계추리명작단편선"을 통해 접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서, 이번 국내 출간이 반가웠고, 기대만큼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유쾌한 분위기입니다. 마치 마크 트웨인이 추리 소설을 쓴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고 할까요? 특히 프랑스인 탐정 발몽이 영국 사회에 대해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태도와 유머가 돋보입니다. 그의 허영심과 자의식 과잉이 만들어내는 코믹한 요소도 재미를 더하죠. 이러한 자뻑 탐정의 전형적인 예로는 '에르퀼 포와로'를 들 수 있겠습니다. 물론 발몽은 여성에게 약하다는 점에서 포와로와 차이가 있긴 하지만요.
추리적인 요소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살인 사건보다는 도난과 사기 사건이 중심이 되는데, 단순한 해결 과정뿐만 아니라 범죄 계획 자체가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20세기 초반 셜록 홈즈의 라이벌 탐정들이 활약하던 시기에 발표된 작품임에도, 기존 정통 단편 추리 소설의 전형에서 벗어나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탐정이 사건 해결에 실패하는 이야기나 '추리'보다는 '모험'에 집중한 단편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그렇죠.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고, 지금 읽어도 별로 낡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추리 소설에서 중요한 요소인 '공정한 정보 제공'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고, 본격 추리로서의 완성도도 다소 아쉬웠습니다. 또한, 이야기마다 수준 차이가 큽니다. 마지막에 실린 셜록 홈즈 패러디 단편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요. 특히 "셜로 콤즈의 모험"은 최초의 셜록 홈즈 패러디 단편이라는 자료적 가치는 높지만, 내용 자체는 가벼운 장난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유쾌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단편집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고전 추리 단편을 좋아하시거나 유머러스한 추리소설을 원하신다면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이 잘 팔려서 더 많은 고전 추리 걸작들이 출간되면 좋겠네요.
수록작별 간단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500개의 다이아몬드에 얽힌 수수께끼
외젠 발몽이 프랑스 총경으로 근무할 때의 이야기.
백만달러짜리 마리 앙투아네트 목걸이의 경매와 경매이후 벌어진 목걸이 행방을 뒤쫓는 추격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유능한' 발몽이 무능한 부하와 생각못한 방해로 작전에 실패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벌어지죠. 간단하지만 효과적이었던 범인의 다이아몬드 운송 계획도 볼거리지만 무엇보다도 '일반인'에게 주인공 명탐정이 패배하는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 등장해서 의외였습니다. 뤼뺑 시리즈 제 1작이 뤼뺑이 체포되는 이야기였던 충격과 버금가더군요.
이 시리즈의 특징, 자뻑 외젠 발몽과 그의 떠벌임, 자의식과잉 묘사와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반전까지 모두 등장하는 작품으로 별점은 3.5점입니다.
2. 두 얼굴의 폭탄 테러범
발몽이 영국으로 온 이후 이중신분으로 무정부주의자 조직에서 정보를 캐 내다가 폭탄투척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그것을 막으려 활약하는 모험담.
이 이야기는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첩보 - 모험물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당시 영국에 대한 발몽의 비판적인 시각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죠. 쉽게 읽히고 재미도 있으며 발몽의 옛 부하 아돌프 시마르가 등장하는 등 시리즈 팬으로 즐길거리가 많기는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점수를 줄 부분이 별로 없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3. 은숟가락에 담긴 단서
벤섬 기브스가 발몽을 찾아와 사건해결을 의뢰한다. 사건은 그와 친구들이 함께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사라진 백파운드를 찾아달라는 것.
라이오넬 데이커라는 유력한 용의자를 등장시키고 그와의 대화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독특한 소품입니다. 두명의 대화도 맛깔나고 은숟가락을 이용한 마술이라는 단서도 꽤나 유용한 등 소품이지만 풍성한 느낌이 좋았어요. 그러나 가장 중요한 '라이오넬 데이커가 어떻게 빚을 갚았나?' 에 대해서 설명되지 않는 것은 좀 아쉽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4. 치젤리그 경의 사라진 재산
치젤리그 경이 숨겨둔 막대한 재산을 찾는 이야기.
이 단편집에서 가장 정통 추리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몇가지 단서와 치젤리그 경의 유언을 토대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합리적으로 그려져 있거든요. 어떻게보면 좀 단순한 발상이기는 하나 다른 곳에서 찾아보긴 힘든 트릭이 사용되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별점은 4점입니다.
5. 건망증 클럽
예전 하서출판사의 <세계추리명작단편선>을 통해 접했던 단편.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습니다. 두가지 사건 - 은화 위조와 사기사건 - 이 묘하게 겹쳐져서 하나로 이어지는 전개도 좋았지만 발몽의 런던 경시청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활약이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사기꾼에게 한방 맞는 결말도 여러모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높이 평가할 부분은 너무나도 기발한 사기꾼의 계획이겠죠. 지금 보기에는 허술하기도 하고 약간 설득력이 처지는 부분도 있긴 하나 아이디어만큼은 정말 대단하거든요. 별점은 4점입니다.
6. 기형 발 유령
랜트림리 경의 저택에 출몰한다는 기형 발 유령의 발소리에 얽힌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 영국 경찰에 대한 발몽의 떠벌임같은 유쾌함은 잘 살아있긴 하지만 초반에 저택에 대한 묘사가 상세하지 않아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추리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며 내용도 지나치게 과장이 심한 듯 싶어서 여러모로 조금은 아쉬운 이야기였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7. 와이오밍 에드의 석방
와이오밍 에드로 불리우는 미국 무기징역수의 탈옥을 돕는 발몽이 탈옥에 감추어진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
두가지 사건, 즉 와이오밍 에드의 탈옥과 탈옥에 관련된 사기사건이 등장하는데 탈옥은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도 않고 가볍게 넘어가기 때문에 '사기사건' 으로 보는게 적당하겠죠.
솔직히 탈옥도 좀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을까 읽으면서 기대가 컸었는데 좀 실망스럽긴 했습니다. 그러나 범인의 사기 계획이 나름 치밀하고 설득력이 있기에 적당한 수준으로 마무리 되지 않았나 싶네요. 물론 마지막 '변장쇼'는 좀 오버라 생각되지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8. 레이디 알리시아의 에메랄드
도난당한 블레어 에메랄드를 되찾고 레이디 알리시아를 만족시키겠다는 발몽의 일념이 빛나는 이야기. 그러나 도난사건 자체가 일종의 장난같고 두 연인의 치기어린 쇼로밖에 보이지 않아서 추리적으로는 빵점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여성에게 약한 발몽의 일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점은 즐거웠지만 전체적으로 평균 이하였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셜록 홈즈 패러디
1. 셜로 콤즈의 모험
셜로 콤즈가 페그럼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이야기. 스코틀랜드에 대한 조롱과 더불어 패러디로서 즐길거리는 많으나 결국 셜로 콤즈의 추리와 수사는 치기어린 과대망상이었고 결국 운이 좋아서 단서를 찾았을 뿐이라는 결말은 추리 소설 애독자로서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하더군요. 재미도 있고 자료적 가치도 높지만 개인적으로는 씁쓸함이 더 큽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 두 번째 돈주머니의 모험
코난 도일에게 홈즈가 원고료를 요구하러 찾아오지만 도일에 의해 살해당한다는 나름 충격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내용에 알맹이도 없고, 패러디도 아닌 이상한 작품이에요. 저자 로버트 바가 코난 도일의 절친한 친구라는데 친구에게 거는 가벼운 장난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저자들 사이의 개인적인 친분이라는 의미 이외의 것을 찾기는 어렵더군요. 별점은 1.5점입니다.
2003년 12월 7일에 개설하였으니 이제 7주년입니다. (이전에 다른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 시기는 제외했습니다.)
나름 이글루스 터줏대감이긴 한데 난 마이너일 뿐이고....타살의 흔적 -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법의관들.강신몽 지음/시공사 |
현직 법의학자와 법의관들이 집필한 법의학 논픽션입니다. 우에노 마사히코의 "쥐똥나무", "독살", 그리고 브라이언 이니스의 "모든 살인은 증거를 남긴다"와 유사하게 다양한 법의학 관련 이슈를 다루고 있는데, 국내에서 발생했던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되었다는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정몽헌 회장 자살 사건, 고속도로 음독 변사 사건, 서래마을 프랑스인 부부 영아 살해 사건, 핸드폰 폭발 사건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사례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고속도로 음독 변사 사건의 결과를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네요.
추리 소설에서 활용할 만한 독특한 사건들이 등장하는 것도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강한 충격을 받아도 외상이 전혀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자살을 위해 목을 맨 사람이 줄이 끊어지면 사망 직전 순간적으로 얼마간 움직일 수 있다는 점, 물과 소금을 다량 섭취하면 사망할 수 있다는 점 등은 충분히 트릭으로 활용할 수 있을 만한 흥미로운 정보였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룬다는 것은 좋지만, 문체가 지나치게 딱딱하고 법의학 용어를 여과 없이 사용하여 읽는 재미가 떨어졌습니다. 또한, 도판이 부족한 점도 아쉬웠습니다. 도판이 있더라면 이해가 훨씬 쉬운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말이지요. 책의 가격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한국 실정에 맞춘 법의학 사례집이라는 점에서는 추천할 만합니다. 다만, 법의학이나 범죄 관련 서적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몰라도, 일반 독자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솔로몬의 개 - 미치오 슈스케 지음, 황미숙 옮김/해문출판사 |
아키우치는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다. 그는 어느 날 일하는 도중, 대학 조교수의 아들로 친분이 있던 요스케가 애완견 오비의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후 아키우치는 당시 사건 현장 근처에 있었던 친구 쿄야의 행동에 의심을 품고, 학교 교수이자 동물생태학자인 마미야의 도움을 받아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미치오 슈스케의 장편 소설로, 동물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12지' 시리즈의 한 권입니다. 이 시리즈는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이후 두 번째로 접한 작품인데, 제목처럼 '개'가 실제 사건의 핵심 소재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읽었던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실망스러웠습니다. 사건의 '트릭'이 별 볼일 없던 탓이 가장 큽니다. 동물을 이용한 일종의 원격 트릭인데, 개가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가정 자체가 설득력이 약하지요. 동물 생태학자인 마미야 교수를 통해 설명을 덧붙이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우연에 의존한 요소가 너무 강했고, 그 우연조차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사건이 결국 '사고'였다는 점도 큰 약점입니다. 이래서야 진상이 밝혀지든 말든 큰 의미는 없어요. 차라리 결말을 열어두고 진실을 밝히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 같습니다. 작중 등장인물들의 말처럼 "어차피 별 차이는 없었을 테니까요.".
또한, 아키우치가 폭우 속에서 친구들과 카페에서 대화하는 장면은 중요한데, 전개가 너무 작위적이었어요. 마지막에 작가가 펼쳐놓은 깜짝 반전도 무리수였고요. 어설픈 해피엔딩도 불만스러웠습니다. 솔직히 이야기의 흐름상 이 부분은 빼는게 훨씬 깔끔했을 것 같네요.
물론 쿄야의 알 수 없는 행동에서 비롯되는 긴장감, 그리고 의외의 진상이라는 결말은 비교적 잘 풀어놓았고, 동물 생태학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 등 일부 빛나는 부분도 있습니다. 확실히 재미있게 글을 쓰는 작가이긴 해요.
그러나 장점은 적습니다. 추리적인 요소는 건질게 없고, 소재도 빈약했으니까요. 장편으로 쓸만하지 않았던 아이디어를 억지로 길게 늘여 쓴 느낌입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 마미야 교수를 주인공으로 한 중편 정도 길이가 적당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제 짤막한 단편이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실렸습니다.
'등단' 이라고 부를 수준도 아니고 약간 창피하기도 하지만 제 이름으로 발표되는 것은 처음이라 굉장히 기쁘네요. 제 이름과 사진이 네이버 메인에 뜬다는 것도 놀라운 경험이고요.
관심있으시면 읽어주시고 의견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악플만은 제발 달지 말아주시길....
자메이카 어딘가에서 방해 전파를 쏴 미국의 미사일 및 로켓 발사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조사하던 스트렝웨이 대령이 실종되자, 영국 정보부는 007 제임스 본드를 급파했다. 본드는 미국 요원 펠릭스와 함께 수사를 진행하여 '닥터 노'라는 인물이 크랩 키 섬에서 방해 전파를 쏘았다는 증거를 확보한 뒤, 몰래 섬에 침투하는데...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프랜차이즈로 평가받는 007 신화를 연 작품입니다. 얼마 전 읽었던 "007 제임스 본드의 과학"이라는 책을 계기로 보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숀 코너리가 연기한 제임스 본드 영화는 제대로 본 적이 없기도 했고요.
이 작품은 영화로는 첫 번째지만, 이언 플레밍의 007 원작 소설 중에서는 여섯 번째 장편으로 1958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왜 이 작품부터 영화화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차피 이후 원작들도 모두 영화화되었으니 큰 의미는 없겠지요. 그런데 1958년 발표된 소설이고, 1962년 개봉된 영화라 당연히 구소련이 주적으로 등장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건 다소 의외였습니다. 영화 속 악당 닥터 노는 악의 조직 '스펙터' 소속이거든요. 별다른 목적 없이 테러를 저지르는 인물처럼 보였습니다.
하여튼, 영화는 초반부 정보부원 스트렝웨이 대령의 죽음과 미국 로켓을 향한 방해 전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007이 출동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이후 본드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추리를 통해 방해 전파가 크랩 키 섬에서 발신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내지요. 몇몇 증언과 단서를 조합하는데 나름대로 합리적이었고, 악당들의 암살 시도 등 몇몇 격투 장면도 효과적으로 삽입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본드가 닥터 노의 섬으로 향하면서부터는 재미가 크게 떨어집니다. 우슬라 안드레스의 전설적인 비키니 착용 장면을 제외하면 볼거리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본드가 직면한 위기는 하나같이 유치하고, 마지막 대결도 결국 악당의 방심 덕분에 승리하는 방식이라 긴장감을 느끼기가 어려웠던 탓입니다.
최근의 007 영화들은 이러한 각본의 부실함을 화려한 액션과 막대한 제작비로 보완했지만, 이 작품은 저예산 영화였으니 액션과 연출이 부실하고 조악한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지요. 그러나 연출보다는, 긴장감 넘치고 탄탄한 구성을 갖추지 못한 각본과 전개의 문제가 훨씬 커 보입니다. 제 기억 속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은 재미있었거든요. 이렇게 별로인 각본이 나올 작품은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숀 코너리의 9등신 폭풍 간지, 중반부까지 이어지는 탄탄한 추리적 전개, 훌륭한 미술적 요소들 – 특히 자메이카와 닥터 노의 섬에서 스칸디나비아 스타일 가구로 꾸민 세트와 의상들은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더군요 –,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거대한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별점을 매기자면 점수가 낮을 수도 있겠지만, 1960년대 당시의 시선으로 본다면 별점은 3점입니다.
PS : 영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007 리포트(1) : 007 제 1탄 '닥터 노'"를 참고하세요.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 아서 코난 도일 원작, 레슬리 S. 클링거 주석, 승영조 옮김/북폴리오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권"에 이어 드디어 2권마저도 완독했습니다. 1권 못지않은 무게와 두께 덕분에 들고 다니기는 어려워서 침대에 모셔두고,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에 한 편씩 읽었습니다. 한 달 정도 걸렸네요.
2권 역시 1권과 마찬가지로 단편집 "돌아온 셜록 홈즈", "그의 마지막 인사", "셜록 홈즈의 사건집"에 실린 작품들을 상세한 주석과 자료를 추가하여 편집해 놓았습니다. 단편들은 이미 이전에 다 읽었지만, 관련된 다양한 주석과 해설, 여러 자료가 곁들여지니 보다 깊이 있는 독서가 가능해서 좋았어요.
그러나 1권에서도 느꼈던 점이지만, 너무 '셜록 홈즈'와 관련된 사건 및 등장인물을 실존 인물인 것처럼 해석하는 주석은 과도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신화는 신화대로 두면 좋을 텐데,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정체를 분석하고 다양한 학설을 덧붙이고 있거든요. 덕분에 불필요하게 내용이 길어지기도 했고요. 물론 이런 부분이야말로 이 책의 존재 이유이자 주요 재미 요소이니 비판은 온당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요. 저 역시 한 달 동안 즐겁게 읽었으니 만족합니다.
그래도 1권에 비해 자료적 가치가 높은 주석이나 해설은 다소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1권은 할인된 가격에 구입했는데 2권은 정가로 구매했다는 점(!)이 약간 아쉬웠습니다.(물론 제 개인적인 기분 문제이긴 합니다만...) 별점은 3점입니다. 셜록 홈즈의 팬이시라면 장식용으로라도 추천드립니다. 두 권이 나란히 책장에 꽂히니 보기만 해도 풍성하니까요.
덧붙이자면, 셜록 홈즈의 열렬한 팬이 아니라면 일반 단편집 세트를 구입하시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 한 권의 가격이면 전집 9권 풀세트를 장만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으며, 방대한 주석도 어떤 면에서는 허황된 논의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셜록키언'을 위한 책입니다. 그리고 주석이 많은 만큼 찾기도 어렵고 가독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이러한 스타일의 주석·해설서는 전자책으로 출간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네요. 검색의 용이성과 하이퍼링크 활용도가 훨씬 높아질 테니까요.
기묘한 사건.사고 전담반 -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로크미디어 |
불가사의한 사건·사고를 전담하는 런던 경시청의 D-3 부서에서 마치 대령과 로버트 경위가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 7편과 기타 단편 4편이 실려 있는 단편집.
"미궁과 사건부"나 현대의 "X-File"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사건을 다루는 전담 부서는 여러 작품에서 변주된 설정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1940년에 발표된, 거의 원조격인 작품이지요. 다만 후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D-3 부서의 설정이 크게 활용되지 않고, 오히려 마치 대령이 활약하는 전형적인 명탐정물에 가깝다는건 아쉽습니다. 좋은 설정을 잘 살리지 못했어요. 마치 대령이 딕슨 카의 다른 명탐정들—펠 박사나 헨리 메리베일 경—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도 작품의 개성을 살리는 데에 크게 기여하지 못합니다.
1940년 발표작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네요. 하나는 낡고 진부한 트릭이 가득한 오래된 작품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트릭 자체는 익숙할지라도 거장의 솜씨로 완성도를 높인 고전 명작이라는 평가로요. 개인적으로는 후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등장하는 이야기들의 트릭이 오래된 것은 사실이지만, 발표된 시기를 감안하면 단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대를 앞서갔던 요소로 볼 수 있거든요. 이러한 트릭과 구성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조리 있게 진행하는 딕슨 카의 솜씨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고요. 뻔한 설정이라도 동기를 합리적으로 처리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단서를 포착하는 묘사와 전개 방식은 추리 소설 작법 측면에서 읽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특히 D-3 부서 시리즈 이외의 네 편은 딕슨 카 특유의 고딕 호러·역사극 스타일이 살아 있는 작품들이어서 더욱 반가왔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트릭의 신선함을 잃은 탓에 추리물로서 가장 중요한 '재미'가 반감되기는 했지만, 고전 정통 본격 추리 단편의 맛이 잘 살아 있어서 고전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별점은 전체 평균 2.7점으로, 반올림해서 3점 주겠습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건 1: 투명 인간 살인"
맞은편 방을 엿보던 남자는 그 방에서 아무도 없는데 갑자기 총이 떠올라 사람을 쏘는 것을 목격한다.
삼각다리 테이블이라는 무대 장치 덕에 트릭을 쉽게 간파할 수 있었던 작품. 그러나 동기가 합리적이고 깔끔하게 마무리된게 인상적이에요. 결정적 단서가 영어 단어 표현에서 기인했다는 점, '총알 자국'이 단순한 우연이라는 점은 아쉬웠지만요. 별점은 3점입니다.
"사건 2: 사라진 방"
술에 취해 아파트로 돌아온 로널드 던햄은 정신을 차리자 자신이 있는 곳이 다른 방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게다가 그 방에는 시체가 있었다.
모든 방의 가구 배치가 동일하다는 설정을 이용한 트릭이 돋보이는 작품. 시체가 레인코트의 앞, 뒤를 바꿔 입고 있었다는 등의 세부 묘사가 사건의 흥미를 더해줍니다. 트릭 자체는 뻔하지만 이야기 전개 방식이 뛰어나서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다만, 결정적 단서인 그림의 '세피아'라는 묘사가 애매하게 번역되어 독자에게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점이 아쉽더군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사건 3: 핫머니"
강도단이 강탈한 현금과 채권이 변호사 사무실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밀실에서 사라진 서류 가방을 다룬 소실 트릭물. "도둑맞은 편지"처럼 사람의 맹점을 찌르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불공정한 트릭이었습니다. 경찰이 조금만 더 꼼꼼하게 수사했더라면 충분히 밝혀질 수 있었다고 생각되네요. 제목과 내용을 연관시키는 유머러스한 전개는 좋았지만, 추리적인 요소가 약해서 별점은 2점입니다.
"사건 4: 새벽, 해변의 죽음"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한 사업가가 목격자들 앞에서 쓰러진다. 의사는 그가 날카로운 무기에 찔려 사망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예상하기 어려웠지만 알고 나면 별거 아닌, 현실적이면서도 간단한 트릭이 사용된 작품. 다만, 불가능한 상황을 강조하는 전개가 지나쳐서 무리수가 많은건 단점입니다. 특히 범인이 고무공을 이용하기 위해 장난감 병정 세트를 샀다는 설정은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사건 5: 허공에서 찍힌 발자국"
강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피해자와 크게 다투었던 옆집 소녀. 그녀를 용의자로 만든 증거는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이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피해자가 살아 있다는 점입니다. 피해자가 증언하면 범인은 밝혀질 수 밖에 없어서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트릭도 허술한 편이고요. 뤼팽 시리즈 "팔점종"에서 등장했던 발자국 트릭과 비교해 본다면, 세부 설명이 부족했어요. '몽유병'이라는 설정 역시 설득력이 떨어졌고요. 거장의 솜씨가 엿보이긴 하지만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은 평작 수준 이하의 태작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사건 6: 분장실의 시체"
인기 댄서 래포트 양이 분장실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용의자의 알리바이는 확고한 상황.
흔한 변장 트릭이 사용되었지만, 전반적으로 공정하게 단서를 배치해 추리의 과정을 잘 풀어내고 있는 작품. 사건의 동기도 설득력 있게 잘 짜여져 있고요. 짧은 소품이라 이야기가 풍성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지만, 큰 흠은 아닙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사건 7: 은빛 장막 속에서"
카지노에서 전 재산을 잃고 궁지에 몰린 윈턴. 수수께끼의 남자 데이보스에게 거액이 걸린 의뢰를 받지만, 그 직후 데이보스가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여러 추리 퀴즈에서 자주 소개되는 유명한 트릭이 등장합니다. 간단한 트릭이지만 전개가 워낙 탁월해서 완성도를 높입니다. 사건의 동기가 되는 밀수 사건도 설득력 높았고요. 수록작 중 최고작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이 외에도 "합법적인 사형집행인"(별점 4점), "살아 있는 자를 위한 죽은 자의 복수"(별점 2점),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흉기"(별점 2점) 등 다양한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리라장 사건 - 아유카와 데쓰야 지음, 김선영 옮김/시공사 |
리라장이라 불리는 건물에 일곱 명의 학생이 피서차 방문했다. 서로 친구들이었지만 각자의 사연으로 갈등이 있었다. 그런 그들을 대상으로 한 무서운 연쇄 살인극이 시작되는데...
아유카와 데쓰야의 1958년도 발표 작품입니다. "필독 본격 추리 30선"이나 "동서 미스터리 베스트 100" 같은 리스트에서 자주 언급되는 고전 본격물이지요. '판타스틱'에서 주최한 이벤트 덕분에 읽게 되었습니다. 리뷰에 앞서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정 장소에서 특정 인물들에게 닥친 연쇄 살인이라는 기본 설정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전형적인 일본 고전 본격물을 연상케 합니다. 그래도 1958년이라는 발표 시기 때문에, 기존 고전 본격물과의 차이점도 몇 가지 눈에 띄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리라장'이라는 장소의 존재입니다. 보통 이런 유형의 연쇄 살인은 외부와 연락이 두절된 '클로즈드 서클' 형태로 전개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경찰이 수시로 오갑니다. 심지어 경찰이 리라장에서 함께 거주하기까지 하는 파격적인 설정을 선보입니다. 경찰의 수사 과정이 탐정보다 훨씬 비중이 높고, 반대로 탐정은 니조와 호시카게 류조의 두 명을 등장시키면서도 이들의 매력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묘사도 특이했고요.
이런 점을 본다면 고전 본격물에서 트릭의 핵심만 남겨두고 작위성을 덜어낸, 고전 본격물에서 근대 사회파 추리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시기를 드러내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1950년대로 여전히 고전 본격물 쪽에 더 치우쳐져 있지만, 이후 1960년대에 접어들면 다카기 아키미쓰의 "야망의 덫" 등 장르의 주류가 점차 사회파 미스터리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과도기적인 모습에서 오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우선, '리라장'이라는 장소와 스페이드 카드로 대표되는 작위성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습니다. 용의자가 축소되고 특정될 수밖에 없는 외딴 별장의 휴가 여행을 범행 무대로 삼기보다는, 도쿄에서 사고로 위장해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더 합리적인게 당연한데 말이지요. 탐정 캐릭터의 매력이 희박한 것도 고전 본격물에서 중요한 요소가 빠진 느낌이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습니다.
또한, 이 작품의 핵심인 알리바이 트릭은 명성에 걸맞게 훌륭한 편이지만, 살로메 - 유키타케 살인 사건 이후에는 그렇게 정교하게 짜여 있지는 못합니다. 사건의 전개도 우연과 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요. 예를 들면, 알리바이부터가 경찰 수사의 부실함이 원인이었고, 하나 씨의 증언을 경찰들이 초반에 무시한 것, 하나 씨의 증언을 남편이 듣지 못한 것, 니조가 조사를 핑계로 입을 다물면서 사건이 이어지게 된 것 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경찰이 상주하는 리라장에서 연쇄 살인이 계속 벌어진다는 것은 솔직히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마지막 사건의 경우, 범인이 아비코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애초에 범행을 저지르지 않고 경찰에 사실을 알리는 것이 더 현명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불가능 범죄를 또 저지른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입니다. 기본이 되는 트릭 자체는 상당한 수준이며, 초반부 살로메-유키타케 사건까지는 몰입도가 높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야기가 너무 확장되면서 사족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졌고, 무리한 전개가 많아진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런 점에서 명성과 기대에는 살짝 미치지 못했네요. 물론, 기대가 너무 컸던 탓도 있겠지요. 개인적으로 니조가 등장하는 시점에서 마무리했더라면 더욱 괜찮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자면, 최근 읽은 책 중에서 책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가장 만족스러웠습니다. 판형도 마음에 들고 표지 디자인도 세련되었으며, 앞부분의 등장인물 소개, 중간중간 포함된 약도, 뒷부분의 해설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옛날 추리 문고 스타일이 떠오르는데, 앞으로도 이런 책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합니다.
자주 찾는 블로그에서 생각해볼 만한 기사가 있어 가져왔습니다. 원문 링크는 "iPad 전용 신문, 머독-잡스의 동침, 성공할까?"입니다.
루퍼트 머독이 잡스와 손잡고 iPad 전용 주간지를 창간한다는 이야기로, 핵심은 "독자들이 매주 0.99달러를 결제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냐? BEP점을 통과하려면 주당 57만 명이 1년간 결제해야 한다. 물론 광고의 도움이 전혀 없다는 전제에서다. 그의 구상대로 50만 부를 넘어서 광고까지 붙는다면 1년 안에 BEP점을 넘을 수 있다. 가능할까?"라는 점인 것 같습니다. 당장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다른 블로거님께서 "아이패드 전용 뉴스 서비스 The Daily 평가: 흐르지 않는 정보"라는 글을 통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시기도 했고요.
그러나 저는 "The Daily"가 비록 실패하더라도, 향후 출판 시장이 필연적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 판단되기에 시장 선점과 노하우 축적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실패한다고 해도 기술과 데이터베이스, 각종 인프라는 그대로 남을 것이고, 미디어 황제 머독은 이러한 자산을 투자 금액 대비 몇 배로 활용할 수 있는 인물이니까요.
그나저나 국내 잡지사들도 빠르게 대비해야 할 텐데, 현재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단순히 앱을 개발해 배포한 뒤 '우리도 새로운 미디어에 진출했다!'라고 자부하며 안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디지털 출판은 기존 종이책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미디어임을 인지하고, 지금이라도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기본적인 인프라 확보는 물론, 태블릿 환경에 맞는 새로운 기획을 시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이고,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가는데 혹시 저에게 투자하실 분 없나요?
뉴욕을 털어라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이원열 옮김/시작 |
도트문더는 출소 직후 옛 친구이자 친적인 켈프로부터 '큰 건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아프리카의 한 국가에서 신성시하는 에메랄드를 훔쳐내는 것. 도트문더는 이를 위해 운전수, 장비 담당, 자물쇠 담당을 추가하여 5인 팀을 구성하여 에메랄드를 훔쳐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순간의 실수로 장비 담당인 그린버그가 보석과 함께 체포되고 말았다. 이후 에메랄드를 되찾기 위해 교도소, 경찰서, 정신병원, 은행 지하금고를 차례로 털게 되는데...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대표작 중 한 편으로, 국내에서 이 작가의 작품을 접하기 어려웠던 만큼 더욱 반가웠습니다.
이 작품의 테마는 '보석 절도'로, '케이퍼 소설'이라는 장르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에드가상 수상 작품집 4"에 수록된 작가의 단편 "도둑들"과 주제와 분위기 모두가 비슷한데, 계속해서 꼬여만 가는 사건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주인공들의 모험, 마지막에 악당에게 한방 먹이는 반전에 이르는 과정이 유쾌하고 통쾌해서 읽는 내내 무척 즐거웠습니다. 또한, 계획이 계속 변경되며 업그레이드되는 덕분에 여러 편의 소설을 한 번에 읽는 듯한 풍성함도 느낄 수 있었고요. 비슷한 설정의 일본 작품 "황금을 안고 튀어라"가 시종일관 무겁고 진지한 전개였던 반면, 이 작품은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양국 작가들의 특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것같아 흥미로웠습니다.
주인공이자 절도 팀을 이끄는 리더 도트문더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치밀한 계획, 과감한 실행력과 더불어, 세탁기에서 잔돈을 훔치고 슈퍼마켓에서 음식물을 훔치는 등 소시민적인 면모까지 갖춘 독특한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계획이 꼬이는 과정과 이후 진행되는 과정에서 운과 우연의 개입이 많고, 작위적인 설정이 잦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완벽한 범죄 계획'이라는 테마에 비하면 밀도가 많이 낮아 보였어요. 첫 번째 계획이 실패하고 그린버그가 체포되는 원인이 '유리 케이스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정부터 어설펐고, 변호사 프로스커가 보석을 빼돌린 과정이나 정신병원에 자발적으로 들어간 이유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은 것도 아쉬웠습니다.
그 외에도, 헬기를 동원한 경찰서 습격이라는 대형 사건을 일으켰지만 별 탈 없이 작전을 완료한다는 지나치게 유쾌한 설정과 '최면술'을 이용하는 부분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앞부분의 치밀했던 계획과 비교하면 다소 허술하게 진행되는 느낌이에요.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빠른 템포로 유쾌하게 읽히는, 스트레스 해소용 화끈한 범죄 모험 소설임에는 분명합니다. '케이퍼 무비'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아울러 책 옆날개에서 소개된 영화가 궁금해 찾아보았더니, 예고편도 바로 확인할 수 있더군요. 확실히 영화화하기 좋은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참 황당해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네? 내 얘기 좀 들어봐.
우리 동네에 인간말종 노숙자 같은 동네왕따 상거지가 한 명 살고 있어. 근데 얘가 내 친척이야. 오래전에 대판 싸우고 의절하기는 했지만. 어쨌건 그래서 우리 옆집에 터 잡고 살고 있어. 문제는 담뱃값 좀 달라, 소주 먹고 싶다, 이러면서 가끔 행패를 부리는 거야. 고성방가는 물론이고 우리 집에 돌을 던지든가 빈병을 던지든가 하는 식으로.007 제임스 본드의 과학 - 로이스 그레시, 로버트 와인버그 지음, 유나영 옮김/한승 |
이전에 읽었던 "셜록 홈스의 과학"이 아주 좋았기에 읽게 된 시리즈 책입니다.
"셜록 홈스의 과학"이 셜록 홈스를 등장시켜 과학 수사를 설명했듯이, 이 책도 '007 - 제임스 본드'와 그 작품을 통해 첩보·스파이의 역사와 발전사를 다룰 것이라 생각했지요. 그러나 시리즈로 묶였을 뿐, 책의 성격이 너무나 달라서 아차 싶었습니다. 본드카, 총기와 폭발물, 핵전쟁, 첩보 장비 등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다양한 도구들과 악당들, 그리고 악당들의 음모를 약간의 과학적 상식을 섞어 분석하는 내용이더라고요. 그러나 밀도 높은 분석을 제공한다기 보다는, "007 -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충실한 해설서에 가깝습니다.
물론 덕분에 "007"이라는 시리즈, 특히 영화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본드 소설과 영화에 등장했던 화려한 장비나 다양한 본드카에 대한 설명은 읽는 재미가 넘쳤고요. 과학적 분석도 몇몇 이야기는 꽤 흥미로왔어요. 세균전과 화학전에 대한 짤막한 설명, 실제로 제작되었던 007용 도구(특히 '자이로콥터'!)에 대한 설명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마지막 부록으로 포함된 '마티니의 과학 - 제임스 본드의 마티니' 부분도 인상적이었고요.(관련 기사: 여기)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007 - 제임스 본드"라는 하나의 장르물에 대한 팬 사이트 해설 모음집 같은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007" 시리즈의 팬이 아니라면 큰 흥미를 느끼기 어려울거에요. 다양한 도구들에 대한 도판 하나 제대로 실려 있지 않은 것도 불만스럽고요. 이런저런 이유로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작품이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24시간 7일 - 짐 브라운 지음, 하현길 옮김/비채 |
다나는 미국 TV 리얼리티 쇼 "24시간 7일"에 참가하게 되었다. 쇼가 열리는 곳은 자메이카와 아이티 사이의 무인도 '바사섬'으로, 무인도였지만 쇼를 위해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였다. 그러나 쇼가 시작되자마자 참가자 12명을 제외한 모든 스태프가 괴바이러스로 사망하고, 참가자 12명도 시청자 투표를 통해 1명씩 바이러스에 의해 희생될 운명에 빠졌다. 방송은 차단되었지만, 인터넷과 위성방송 수신기를 통해 중계가 계속 되었고 미국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이 사건의 추이를 검토하며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데...
도서출판 비채의 트위터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된 작품입니다. 비채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줄거리 소개대로 무인도에 고립된 리얼리티 쇼 참가자들이 생존을 위해 싸워나간다는 내용은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의 공식에 충실한 듯 보이지만, 앞서 접했던 일본 작품들과는 확연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게임을 어떻게든 설득력 있게 만들려는 배경 묘사가 충실하다는 점입니다. 리얼리티 쇼를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는 '컨트롤'이라는 수수께끼의 인물과, 그가 이 게임을 진행하는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해 줍니다.
반면 이 장르의 핵심은 '참가자들이 어떻게 생존을 위해 싸워나가는지?'라는걸 잊은 듯합니다. 이 장르물은 대체로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릴과 서스펜스를 보장하기 때문에, 이를 넘어선 무언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면 흥미진진한 두뇌 게임이나 참가자 간의 갈등이 잘 표현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요소를 찾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참가자들의 생존을 결정하는 것이 그들 스스로가 아니라 '시청자'들의 투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는 극단적인 시청률 경쟁이 낳은 비윤리적인 미디어의 행태를 비판하는 의도를 담고 있겠지요. 문제는 게임 참가자들이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는겁니다. 그래서 긴장감과 재미는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약간의 게임 요소, 그리고 시청자를 현혹하기 위한 작전이 등장하지만 전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사족처럼 느껴졌어요.
또한 지나치게 헐리우드스럽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네요. 등장 인물들과 스케일 모두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느낌이거든요. 불치병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는 여주인공 다나(밀라 요보비치?)와, 전직 비행기 조종사로 뛰어난 육체와 지능을 갖춘 저스틴(매튜 맥커너히?) 같은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 설정은 진부합니다. 결말 또한 너무나 완벽하게 정리된, 그야말로 한 편의 헐리우드 영화 같았고요. 거창한 스케일도 겉보기에는 화려할 뿐, 결국 속이 빈 강정처럼 허술한 부분이 많습니다. 바사섬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탈출한 생존자들이 '헬리콥터'로 미사일을 피한다는 묘사가 대표적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거대한 작전이 미국 정부 모르게 진행된다는 설정부터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여러 복선과 단서들이 단순한 '떡밥'처럼 보인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이야기를 촘촘하게 구성한 후, 그에 맞춰 단서를 배치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장치로 넣은게 아닌가 의심스러워요. '컨트롤'의 계획 역시 허술합니다. 참가자 중 누군가가 섬을 탈출하거나, 미군이 섬을 초토화시키는 방식으로 개입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고, 계획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허점이 많았습니다. 전개에 중요한 요소였던 '컨트롤의 협력자'에 대해 방송에서 오판한 로릭 박사에 대한 후속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 그리고 '컨트롤'의 동기와 사건의 배경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점도 감점 요소입니다.
퍼즐 천재로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터커는 매력적이었고, 기본적으로 스릴과 서스펜스가 보장되는 장르물에 미디어 비판 요소를 결합하려 했던 시도도 나쁘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아무래도 작가의 욕심이 지나쳤던게 아닌가 싶네요. 장르물에 집중하거나, 아니면 미디어 비판에 집중하고 스케일을 줄여서 설득력 있게 진행하는 것이 나았을 겁니다. 현재의 결과물은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헐리우드식 스릴러일 뿐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이벤트로 읽게 된 도서라 보다 좋은 평을 남기고 싶었지만, 솔직한 리뷰를 남기는 것이 맞겠지요. 아마 앞으로 이벤트 당첨은 힘들 것 같습니다...
명탐정 코난 69 - 아오야마 고쇼 지음/서울문화사(만화) |
심야 플러스 원 - 개빈 라이얼 지음, 최운권 옮김/해문출판사 |
영국인 루이스 케인은 2차 대전 당시 '칸톤'이라는 암호명으로 프랑스 레지스탕스를 도와 활약했었던 인물로, 대부호 마간하르트를 리히텐슈타인까지 호송해달라는 옛 동료였던 변호사 멜랑의 의뢰를 받았다. 그러나 보디가드로 고용된 그와 유럽 No.3의 총잡이 하베이, 그리고 마간하르트와 그의 비서 재먼이 떠나는 여정은 단순한 호송이 아니었다. 곧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킬러들이 등장하고 경찰의 추적도 시작되는데...
개빈 라이얼의 1급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입니다. '호송' 이라는 특이한 주제도 좋지만,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주인공이자 호송의 중심 인물 루이스 케인이 과거 레지스탕스 때의 다양한 경험과 인맥을 살려 난관을 헤쳐나가는 모습은 정말로 리얼합니다. 알콜 중독과 싸우는 총잡이 하베이의 캐릭터 역시 묵직한 매력을 전해주고요. 또한 자신의 머리와 몸에 의지하여 상대방 킬러들과 두뇌 싸움을 벌이며 위기를 벗어나가는 과정에서의 서스펜스도 대단했습니다. 고전적이면서도 아날로그적으로 고전 명작의 향취가 물씬 납니다.
험난한 호송 과정의 묘사 뿐인 단순한 모험 서스펜스 스릴러에 머물지 않습니다. 리히텐슈타인으로 향하는 마간하르트의 '목적'과 그에 따르는 반전이 여러 개의 복선을 통하여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는 정교함도 갖추고 있습니다. 덕분에 끝까지 손에 땀을 쥐면서 읽을 수 있었네요. 그 외의 묘사들, 특히 프랑스에서 리히텐슈타인까지 유럽 대륙을 관통하는 여정의 디테일 역시 재미를 더해 주었고요.
그러나 범인의 계획이 허술하다는 약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무려 1천만파운드라는 돈이 걸려있는데(1파운드 = 2,000원으로 계산하면 무려 2백억원!), 마간하르트를 죽이기 위해 벌이는 작전이 너무 쪼잔하고 스케일이 작기 때문입니다. 호송의 중간 과정에서 케인 일행에게 너무 많은 기회를 준 것도 의문이고요. 마지막으로, 마간하르트가 프랑스 경찰에 체포되었다면 범인의 계획은 실패하였을 것이라는 점에서(합법적으로 주주 모임을 연기할 수 있었을테니) 운에 기댄 측면이 많다는건 분명 단점이겠지요.
하지만 고전적이고 묵직한 스릴러의 참맛을 잘 전해주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셜록 홈스의 과학 - E. J. 와그너 지음, 이한음 옮김/한승 |
제목만 보면 셜록 홈즈가 등장해 다양한 과학 상식을 설명하는 교양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셜록 홈즈 시리즈의 일부를 인용하며 당시 과학 수사—즉, 법과학의 역사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한마디로 법과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미시사 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은 총 13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주 자세한 내용까지 다루지는 않지만 과학 수사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다양한 사건 사례가 풍부하게 실려 있어 자료적 가치와 재미를 모두 충족시키는 보기 드문 책이었습니다. 특히, 모든 내용을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에피소드나 대사를 인용하며 설명하는 방식이 홈즈 팬들에게는 더욱 반가운 요소였습니다.
다만, 과학 수사 초창기에서 셜록 홈즈의 전성기, 즉 20세기 초반까지의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어 그 이후의 발전상을 심도 있게 알기는 어렵다는 점, 그리고 참고도서로 보기에는 도판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별점은 4점. 과학 수사의 역사에 대해 이만한 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과학 수사에 관심 있으시거나 다양한 사건 사례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께 꼭 추천드립니다.
"사자와의 대화"
시체를 분석해 범죄를 해결하는 법과학의 역사를 다룹니다. 사망 시간의 추정, 부검 및 해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죠.
특히 인상적이었던 사례는 19세기 후반 헝가리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어린 하녀가 실종된 후 유대인들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박해받던 중, 익사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으나 시간이 오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깨끗하게 보존되어 실종된 하녀가 아닐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세밀한 부검을 통해 뼈의 성숙도로 나이를 판정한 결과, 시신이 깨끗했던 이유가 피부의 진피층이 떨어져 나간 것과 강물이 차가워 시신이 3개월 동안 잘 보존되었기 때문임이 밝혀졌습니다. 결국 유대인들은 누명을 벗을 수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야수 이야기와 검은 개"
"바스커빌가의 개"를 토대로, 당시 유럽을 지배했던 고대 민담과 전설에서 비롯된 수상한 사건들을 설명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평이했지만, 마지막에 소개된 사례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느 사건에서 주인이 살해된 현장에서 죽은 채 발견된 앵무새의 부리에서 살인자의 피를 채취해 범인을 잡았다는 내용이었는데, 용감한 앵무새가 범인을 공격한 덕분이었습니다!
"옥에 티"
곤충과 범죄 수사의 연관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목이 왜 "옥에 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분야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파리가 잡은 범인"을 함께 읽어보시면 더욱 흥미로울 것입니다.
"독살의 증거"
제목 그대로 독살 사건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또한, 시체에서 독을 검출하는 방법, 특히 비소 검출 기법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얼룩끈"에서 뱀의 이빨 자국을 통해 해결한 사건을 예로 들며, 피하 주사 흔적을 발견해 독살 사건을 해결한 사례를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단서를 실제 사건과 연결해 설명해 주니 더욱 흥미로웠거든요.
"변장과 수사관"
비도크를 중심으로 변장과 관련된 실제 사례를 소개합니다. 비도크의 활약도 대단하지만, "가짜 경감 듀"로 유명한 크리픈 사건(정부를 아들로 변장시켜 도주했던 사건)도 다루고 있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재미있었던 내용은 심하게 절뚝이는 범인을 잡기 위해 그의 변장을 간파하고, 범인이 특수 구두를 신었을 것이라고 추리한 사립탐정 헨리 고다드의 활약이었습니다.
"범죄자의 초상"
범죄자의 신원 파악을 위한 방법의 발전 과정을 소개합니다. 초기에는 문신이나 흉터를 기록하는 수준에서 시작하여, 이후 사진술, 베르티용 측정법을 거쳐 지문 감식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설명됩니다.
마지막에 소개된 사건이 인상적이었어요. 1920년대 리옹에서 대낮에 열린 창문을 통해 여러 물건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이 매우 독특했습니다. 이랑이 모두 수직으로 뻗어 있었기 때문이었죠. 범인은? 놀랍게도 원숭이였습니다! 한 편의 추리 소설 같은 이야기였네요.
"오물"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는 먼지와 오물에 대한 법과학적 분석을 다룹니다. 1904년 독일에서 벌어진 재봉사 살인 사건에서는 범인의 손톱 밑 찌꺼기를 긁어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고 하네요. 이렇게 관련된 다양한 사례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중 놀라운 사건은 자신을 흡혈귀라 주장한 영국의 존 조지 헤이 사건이었습니다. 그는 피해자를 황산에 녹여 증거를 없앴다고 확신했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작은 조약돌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습니다. 사실 그 조약돌은 피해자의 담석이었고, 담석은 황산에 녹지 않았던 것이죠. 이런 기막힌 반전이야말로 현실이 소설보다 놀랍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신화, 의학, 살인"
19세기 범죄 수사에 영향을 미친 여러 기상천외한 이론들이 등장합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도 언급된 '골상학'이나 '범죄 유전 이론'을 비롯해, 자위행위가 해롭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등장한 황당한 치료법들, 흡혈귀에 대한 미신, 살해당한 사람의 망막에 마지막으로 본 장면이 보존된다는 믿음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위험한 호기심 - 알렉스 보즈 지음, 김명주 옮김/한겨레출판 |
그동안 진행된 여러 심리 실험 중 흥미롭고 의미 있는 것들만을 짧게 요약하고 정리한 책입니다. 심리 실험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와 비슷하지만, 실험의 의미나 후일담까지 자세히 분석하기보다는 다양한 사례를 최대한 많이 소개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진지한 실험뿐만 아니라 가십성 실험들도 포함되어 있으며, 되도록 짧고 재미있게 요약해 놓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충실한데, 이것이 단점은 아닙니다. 충분히 재미있었고, 예상보다 유익한 내용도 많아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너무나 유명한 '스키너의 상자', 홀로코스트의 이유를 탐구한 '충격적인 복종 실험', 영화 "익스페리먼트"의 원형이 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키티 제노비스 살인 사건에서 착안한 '구경만 하는 구경꾼' 등 이미 알고 있던 실험들이 많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고 인상적인 실험'을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므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죠.
내용의 깊이는 부족하지만, 흥미롭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만큼 별점은 4점입니다. 이런 유형의 심리학 실험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책에 실린 실험 중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페스팅거의 실험"
지구 종말을 예언한 도로시 마틴과 그의 추종자 집단에 잠입하여, 예언이 실패로 끝난 뒤의 상황을 기록한 실험입니다.
사이비 종교를 통해 집단의 믿음을 탐구했으며, 결론적으로 믿음은 끈질기고, 오히려 오류를 먹고 더욱 강해진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한때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다미선교회의 '휴거 사건'이 떠오르더군요.
"지상 최후의 생존자는?"
핵전쟁 이후 바퀴벌레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SF적 주장을 실험을 통해 뒤집었습니다. 바퀴벌레에게 방사능을 쬐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바퀴벌레는 생각보다 오래 살아남지 못하며, 오히려 벌의 한 종류인 '기생봉'이 방사능에 가장 강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와인 / 콜라 시음 맛 대결"
와인이든 콜라든, 사람이 '시각'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면 뇌는 혀로 느끼는 정보보다 시각 자료를 더 신뢰한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와인의 경우, 병을 먼저 보여주면 아무리 전문가라도 화이트 와인에 색소를 탄 것을 전형적인 레드 와인으로 착각했다고 합니다. 또한, 순수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펩시와 코카콜라의 맛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맛'은 혀보다 광고나 시각적 요소에 의해 지배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콜라 브랜드들이 광고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는 이유가 이해되네요.
"모차르트 이펙트"
음악이 성인의 시공간 능력을 일시적으로 향상시킬 수는 있어도, 아이들의 지능이나 학습 성취도를 높인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합니다. 즉, 모차르트 음악을 이용한 아동 교육 사업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입니다.
"코끼리 기억 실험"
'코끼리는 절대 잊지 않는다'는 서양 속설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입니다. 특정 무늬를 선택하면 먹이를 주는 방식으로 학습을 시킨 후, 1년 뒤 같은 실험을 진행했더니 코끼리는 67%의 확률로 정답을 맞혔다고 합니다. 기억력이 상당히 뛰어난 동물임이 입증된 셈이죠.
"기억 전이"
뇌를 먹으면 기억이 옮겨진다는 가설을 검증하려 한 실험입니다. 성공적으로 끝나지는 않았지만, 잠깐이나마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실험을 보며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의 한 에피소드("오메가의 성찬")가 떠올랐습니다... 웩!
"수면 학습 효과"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수면 학습은 효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구리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는 메시지를 들려주었더니 개구리 점프 대회에서 늘 우승했다는 실험 결과도 있었다고 하네요. 저도 자기 전에 영어 회화 파일이라도 틀어봐야겠습니다.
"검은 가방 사나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복면의 사나이를 통해 인간 심리를 분석한 실험입니다.
개인이 익명의 존재가 되면 반사회적인 행동을 더 쉽게 하며, 주변 사람들 역시 익명의 존재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쉬워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익명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면 강한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특성도 있다고 하네요.
이 실험을 보니 '슈퍼히어로'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껴집니다.
"물에 빠진 주인을 구하라"
'명견 래시'에서 착안한 실험으로, 주인이 위험에 처한 상황을 연출하고 개의 반응을 살펴보았습니다. 결과는… 멍멍이는 주인의 생명을 구해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한 결과일까요?
"타인의 물건"
미국 CSI 등에서 흔히 등장하는, '성폭력 피해자의 몸에서 타인의 음모를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검증한 실험입니다.
과학수사국 직원들이 자신의 배우자와 관계를 맺은 후, 음모를 수거하여 분석한 결과, 타인의 음모가 발견된 확률은 17.3%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달되는 경우보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두 배 더 많았다고 하네요. 다소 애매한 수치군요.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 구지라 도이치로 지음, 박지현 옮김/살림 |
시부야에 있는 니혼슈 전문 바 '숲으로 통하는 길'. 그곳에서 바의 마스터, 경시청 경부 구도, 술을 못하는 범죄 심리학자 야마우치는 자칭 '야쿠도시' 트리오를 이루며 다양한 화제로 수다를 나누다가, 매주 금요일만 나타나는 사쿠라가와 하루코라는 미모의 여성과 어울리게 되었다. 알고보니 그녀는 미궁에 빠진 사건을 듣고 곧바로 해결하는 알리바이 깨기의 명수였다...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과 유사하게, 니혼슈 전문 바를 무대로 한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물입니다. 설정 자체는 매우 고전적이지만, 니혼슈 바라는 공간적 특징을 살려 각 에피소드마다 맛있는 술과 요리, 안주가 등장하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다양한 잡학 지식이 펼쳐지는 부분에서는 "심야식당"을 연상하게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추리 요소를 결합한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특히 술과 요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모든 에피소드를 '...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설정하여 사건을 동화와 연결시킨 점도 나름대로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나 추리소설로는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트릭이 단순한 탓이 가장 큽니다. 모든 사건이 알리바이 트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대부분 우연과 운에 의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몇몇 트릭 장치는 지나치게 유치했고요. 게다가 '알리바이'만 강조될 뿐, 기타 현장 조사나 탐문 수사는 거의 생략되어 있습니다. 경찰이 보다 철저하게 수사했다면 쉽게 해결될 사건도 많습니다. 즉,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추리 퀴즈'에 가깝습니다.
또한 니혼슈와 다양한 요리뿐만 아니라, TV 드라마, 예능, 광고, 가수 등과 관련된 대화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비중이 크고, 이로 인해 사건 자체에 대한 설명은 부족해집니다. 이러한 잡학 정보가 캐릭터들의 개성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불필요한 요소였습니다. 이야기와는 무관하게 작가가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동화와 사건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억지스러웠습니다. 동화 속 숨겨진 진실을 사건과 엮는 방식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기존에 출간된 "어른들을 위한 그림동화"와 같은 책들에서 다루어진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신선함이 부족했거든요.
결론적으로, 읽기 쉬운 짧은 에피소드 구성과 술과 안주, 요리에 대한 묘사, 다양한 잡학 지식이 흥미로울 수는 있지만,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는 부족합니다. 차라리 요리책으로 나왔다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정말 읽을 책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가볍게 읽어볼 수도 있겠지만, 굳이 찾아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의 비밀"
등장 요리: 조개구이, 송이버섯구이 (숯불에 구워 간장으로 양념)
등장 니혼슈: 아즈마이치 (東一), 하루가스미 (春霞) - 아키타현의 향이 풍부한 다이긴조슈
사건: 도미사와 이시라는 과자 회사 사장이 자택의 간이 소각로에서 타 죽은 채 발견되었다. 용의자는 두 명이지만, 모두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로, 사망 시간을 조작하는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합니다. 트릭 자체는 유치하고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여러 단서가 모여 결말에 이르는 전개는 비교적 탄탄했습니다. 동화의 내용을 사건과 연결하는 방식도 효과적으로 활용되었고요. 수록작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빨간 모자의 비밀"
등장 요리: 날치 튀김 (신선한 미야케지마 산 날치와 참마를 다져 튀긴 요리, 레몬즙과 간장을 곁들여 섭취)
등장 니혼슈: 사쿠라가와 (桜川) - 도호쿠 남부 지방에서 빚은 과일향이 나는 다이긴조슈
사건: 71세의 할머니와 21세의 손녀딸이 살해당했다. 사인은 모두 교살이며, 용의자는 손녀딸 이즈미의 남자친구 미타무라와 이즈미 계모의 애인인 백수 시모이였다. 그러나 시모이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사망 추정 시각의 공백을 이용한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범인이 알리바이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즉, 순전히 우연과 경찰의 부주의한 수사로 인해 꼬였을 뿐인거지요. '시각 실인증'이라는 개념은 흥미로웠지만,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브레멘 음악대의 비밀"
등장 요리: 돼지고기 소시지 구이
등장 니혼슈: 아즈마이치 (東一), 오토코야마 (男山), 센주시라뵤시 (千壽白拍子) - 야마다니시키 100%를 원료로 시즈오카 효모로 빚은 술. 첫맛은 깨끗하고, 뒷맛은 산뜻함
사건: 악단 '사계'의 멤버 세 명이 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죽었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까지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기에 사고로 여겨지는데...
"명탐정 코난"에서도 사용된 팩스를 이용한 방화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정교하지 못하고, 기화하는 수면제라는 설정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신데렐라의 비밀"
등장 요리: 생굴 (간장과 레몬을 곁들여 섭취)
등장 니혼슈: 시라마유미 (白真弓) - 기후현 히다의 명주
사건: 캐슬 호텔 오너의 아들 조 다쿠야의 애인 요시노 리호코가 절벽 아래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녀가 추락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기에 사망 시각은 확실했다. 그런데 유력한 용의자 조 다쿠야의 알리바이는 완벽했다...
고전적인 시체 이동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경찰 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되었고, 알리바이 또한 범인의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우연'에 의한 것이기에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백설공주의 비밀"
등장 요리: 애플파이, 자오우 산기슭에서 직송된 화이트치즈 (와사비 간장 소스), 샐러드를 곁들인 호로새 훈제구이 (마요네즈 소스)
등장 니혼슈: 시라유키 (白雪) - 효고에서 생산된 명주. 마쓰오 바쇼, 치카마츠 몬자에몬 등이 즐겨 마셨음
사건: 유키코는 계모 도모미로부터 살충제가 든 애플파이를 선물받았다. 그러나 파이를 먹기도 전에 둔기에 의해 살해당하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차로 1시간, 오토바이로 30분이 걸리는 장소를 순간 이동하듯 이동하는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연에 의지한 알리바이이며, 범인의 행동이 눈에 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이 문제였습니다. 경찰 수사가 조금만 철저했다면 알리바이 없이도 쉽게 해결될 사건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의 비밀"
등장 요리: 광어회
등장 니혼슈: 메이보 (明眸) - 아이치현 세토산
사건: 채팅 사이트에서 바람잡이로 활동하던 네코다 마사미가 살해당했다. 유력한 용의자인 가라바는 사망 추정 시간에 한 시간 이상 떨어진 공원에서 데이트 중이었다는 알리바이 증명 사진을 경찰에 제출했다.
고전적인 트릭인 '시계 앞에서 찍은 사진'을 활용한 알리바이 조작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트릭이 조잡하고 유치한 수준이라 실망스러웠습니다. 해당 시간대의 탐문 수사만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쉽게 해결될 사건이었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비밀"
등장 요리: 참치와 방어조림
등장 니혼슈: 히카리 백춘 (白春) 다이긴조 - 과일향이 나는 미주
사건: OL 노하라 유메코가 음독 자살했다. 그런데 그녀는 자살 직전까지 중학교 동창인 탤런트 히키다 신지에게 줄 스웨터를 뜨고 있었다.
일종의 원격 살인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범죄성이 낮고, 이러한 이유로 사람이 죽을 가능성이 적어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치사량' 개념을 활용한 추리는 흥미로웠지만, 그 외의 요소들은 미흡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의 비밀"
등장요리 : 소 혓바닥 요리, 돼지고기 조림, 수제 로스햄, 흑돼지구이 - 사쓰마 자연 방목 흑돼지 로스를 간장에 절여 숯불에서 구운 것. 양파 슬라이스 곁들임
등장 니혼슈 : 와카다케 (若竹),
고시노칸바이 (越乃寒梅) - 매화의 명소에서 만들어진 니가타의 명주. 지방술 붐의 선두주자.
사건 : 보모 쓰키오리 아즈미 살해사건. 자택에서 교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용의자는 직장 동료인 모토야 마사카즈였다.
경찰의 무능함이 부각되는 조잡한 알리바이 트릭입니다. 용의자 핸드폰 통화 내역이나 주변 탐문 수사만 했더라도 뻔하게 드러났을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트릭의 핵심이 변장이라는건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차라리 1:1 비율의 사진을 오려 붙였다고 하던가... 점수를 주기 힘든 졸작입니다. 구태여 점수를 주자면 1점입니다.
"꼬마 요정과 구둣방 할아버지의 비밀"
등장요리 : 도오바찜 - 돼지고기를 간장, 미린, 설탕을 넣고 푹 끓여 찐 요리. 슈토 (酒盜) - 토사 명물 가다랭이 젓갈. 기본 안주임.
등장 니혼슈 : 덴구마이 (天狗舞) - 이시카와 현의 저온 장기숙성 준마이슈
사건 : 지난 1년간 시부야를 휘저으며 보석만 훔치는 괴도 S89호가 '요정의 구두'라는 100캐럿 다이아몬드를 훔쳤다. 하루코는 S89호의 정체를 밝혀내는데...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편'이어야 하지만... S89호의 정체도 어이가 없을 뿐더러 증거라고 들이대는 것들도 설득력이 약해 추리 소설로서의 가치가 전무합니다. 그냥 마지막 편이라는 의미 이외의 것을 찾기 어렵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태블릿PC 틈새시장 도전장 국내 중소업체 “우리도 뛴다”' 라는 기사를 보고, 그리고 최근 포스팅 된 몇몇 분들의 글을 읽고 적어봅니다.
일단 타블렛 시장 전망부터 알아보죠. 가트너 리포트에 따르면 전체 PC성장을 견인할 만큼 커진다고 하는군요. 곧이곧대로 이러한 전망을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미 700만대를 넘게 판 디바이스 시장이 한번에 쓰러지리라 믿는게 더 어리석겠죠? 주요 경쟁상대로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있습니다만, 타블렛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에 존재하는 틈새시장을 제대로 공략한 물건이기에 두 제품과의 차별점이 뚜렷합니다. 상대적으로 대형 화면에다가 배터리 용량도 당연히 여유가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용도로는 스마트폰에 앞서고 휴대성, 즉시성 측면에서 노트북에 앞서기 때문입니다. 이건 단순히 가격의 문제가 아니죠. 물론 저 개인적으로도 향후에는 타블렛과 노트북이 하나로 합쳐지는 흐름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의 일은 아닐 것으로 판단됩니다.메모리아노이즈의 유전현상 3 - 카도노 코우헤이 지음, 아키요시 후우린 그림/학산문화사(만화) |
"소울드롭의 유체연구 1~3" - 카도노 코우헤이 / 아키요시 후우린 : 별점 2점
사립탐정 하야미 미츠루는 모리나가 - 세가와 가문의 이혼 중재를 위해 모리나가 가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폭탄 투척 사건이 발생했고, 그는 중요 참고인으로 떠올랐다. 한편, 모리나가 가에서 발견된 '페이퍼 커트'의 예고장으로 인해 서컴 보험회사의 조사원 이사 슈운이치와 로봇 탐정 센죠 마사토, 그리고 페이퍼 커트를 쫓는 히가시오리 나오세 역시 한자리에 모이는데...
전작 "소울드롭의 유체연구"에 이은 '소울드롭' 시리즈의 두 번째 만화. 전작과 동일하게 '페이퍼 커트'를 쫓는 이사-센죠 컴비와 나오세의 이야기와 함께, 또 다른 범죄가 벌어지고 이를 해결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전작보다는 훨씬 낫더군요. 전작에서 가장 큰 불만 요소였던 무수한 떡밥 중 '캐비닛 워크'의 존재와 '소울드롭'이라는 개념, 그리고 '페이퍼 커트'인 아메야의 사고 방식이 약간이나마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20년 전 모리나가 당주 부인의 토막 살인 사건의 전말을 밝혀가는 과정도 추리적으로 상당히 괜찮어요. 특히 '원숭이 손'의 전설과 '페이퍼 커트'의 설정을 연결한 점은 이야기 전체를 하나의 큰 틀 안에서 유기적으로 묶는 역할을 해 줍니다. 순전히 인간관계를 통해 숨겨진 진상을 끄집어내는 전개도 충분히 인상적이었고요.
다만, 20년 전 사건이 밝혀진 계기가 기대하기 어려웠던 사체의 일부가 발견되었기 때문인데, 이는 순전히 우연인데다가 범인으로 알려진 아오야기가 부인의 머리를 들고 배회한 이유유도 설득력이 부족해서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별점은 2.5점. 하지만 이 평가는 전작을 읽었다는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작품만으로는 타당한 별점을 매기기 어렵습니다. "환영박람회"처럼 설정과 떡밥을 깔아두면서도 각 에피소드마다 차분하게 마무리되는, 단품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어야 했습니다. 전작을 읽지 않고서는 단독 작품으로서 성립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큰데, 앞으로 후속작이 나와 이야기가 완결된 후 제대로 평가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