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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0

추리 소설 1,300번째 리뷰 등록을 지나쳤네요...

추리소설 리뷰는 2003년 2월 23일 "빙설의 살인"부터 올리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21년 뒤인 2025년 6월 8일에 1,300번째 리뷰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1,300번째 리뷰작은 긴다이치 시리즈인 "미로장의 참극"입니다. 

리뷰가 많아지고, 재독한 책과 분권된 책들을 따로 올린 리뷰도 있어서 오류가 계속 생겼는데, ChatGPT의 도움을 얻어 다시 정리해보니 이전 1,200번째 리뷰 글은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이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2023년 12월 3일에 올렸던 리뷰이니 100편의 리뷰를 추가하는데 총 553일이 걸린 겁니다. 한달에 5.5권 정도의 페이스라는건 이전과 같고요. 목표인 2,000개의 추리 소설 리뷰까지 700개가 남았으니, 2035년 9월 말 정도에는 달성 가능해 보입니다. 그날까지 계속 블로그를 할지, 하더라도 추리 소설 리뷰를 계속 올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계속해 봐야겠지요. 

그림은 11년 전 이글루스 유저셨던 EST님이 보내주셨던 '블로그 6주년 축전'을 이용한 것인데, EST님께는 특히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ChatGPT의 도움을 얻어 다시 카운트한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전에도 분석했던 적이 있는데, 300번째부터 오류가 났었군요.

100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200 여류 조각가

300 아카쿠치바 전설

400 고백

500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600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700 클래식 미스터리 걸작선

800 해가 저문 이후

900 아무도 문밖에서 기다리지 않았다

1000 목사관의 살인

1100 샴 쌍둥이 미스터리

1200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

1300 미로장의 참극

2021/01/23

추리 소설 1,000번째 리뷰 등록!

2003년 첫 리뷰 "빙설의 살인"에서부터 시작한 추리소설 리뷰가 2021년 1월 23일 오늘 "주석 달린 셜록 홈즈 6"으로 드디어 1,000번째 리뷰를 채웠습니다! 추리 소설 1,000권을 읽고 리뷰를 쓰는게 이 블로그 개설 당시부터 목표였었는데, 2003년 2월에 개설했으니 약 17년, 6,258일만에 목표를 달성했네요. 900번째 리뷰였던 2019년 8월 4일 "조용한 무더위"로부터는 1년 5개월, 17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이전보다 무려 9개월이나 단축되었는데, 작년 리뷰 결산에서 말씀드렸듯 코로나 사태 탓입니다. 집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지요.

1,000개의 추리소설 리뷰를 쓰는 동안 누추하고 마이너한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리뷰는 쓰면 쓸 수록 힘들고, 최근 방문자 수도 급감한데다가 이글루스 에디터 동작도 엉망이고, 도서 리뷰는 글을 올려도 제대로 노출도 안되는 등 블로그 운영에 대해 이전과 같은 의욕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도 2,000개의 추리 소설 리뷰를 향해 달려 봐야죠.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힘 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블로그에 찾아주시고, 관심과 댓글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이제는 블로그 이름인 "추리소설 1000권 읽기! hansang's world"도 바꿔야겠네요. "추리 소설 천 권 이상 읽은, hansang의 리뷰 세계"가 어떨가 싶은데, 다음 리뷰 올릴 때 까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림은 11년 전 EST님이 보내주셨던 "블로그 6주년 축전"을 이용한 것인데 EST님께 특히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추리소설 900번째 리뷰 등록

2015/11/22

오무라이스 잼잼 6 - 조경규 : 별점 2.5점

오무라이스 잼잼 6 - 6점
조경규 글.그림/씨네21북스

조경규 씨의 웹툰. 얼마 전 "박스셋트 유감"이라는 글을 올리긴 했지만, 만화 자체만 놓고 보면 국내 음식 관련 만화 중 손꼽을 만한 작품입니다. 발간된 걸 알고 주저 없이 구입했습니다.

이미 5권 분량, 100화가 넘는 이야기가 출간된 만큼 내용과 분위기 면에서 새로운 점은 많지 않습니다. 이전 리뷰에서 언급했던 장단점은 거의 그대로에요. 하지만 6권만의 특징을 조금 언급하자면, 우선 이전 권에서 보였던 장단점이 많이 희석되었다는 점 입니다. 우선 장점이라고 했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묘함’이 이번에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는, 가족과 무엇을 함께 먹었다는 식의 일상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쁘진 않았지만, 5권에서 이런 기묘함이 강하게 느껴졌던 터라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겠지요.

반대로 가장 큰 단점으로 여겼던 가족 이야기가 그렇게 거슬리지 않았던 건 다행이에요. 부록이나 보너스가 예전처럼 가족 이야기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은 덕입니다. 아내에 대한 보너스 만화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는 허용 범위라 생각합니다. 물론 여전히 재미는 없었습니다.

또 이전 권에 비해 훨씬 두꺼워졌는데 - 4, 5권이 488쪽인데 6권은 568쪽 -, 24화 구성이라는건 같지만 보너스 만화가 꽤 길게 실려있는 등 부록과 보너스가 강화된 덕분입니다. 부록과 보너스 이야기들—아보카도 키우기, 풍선껌 불기, 결혼식 주례 에피소드, 클래지콰이와의 인연 등—과 몇 개 안 되지만 음식 관련 레시피 소개—절편 떡볶이, 집에서 만드는 파라타, 부위별 수육 도감, 스모어 만들기 등—이 단순 사진이 아닌 만화 형식으로 그려져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사진과 글 중심의 탐방기와 인터뷰도 상대적으로는 줄어든 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기묘한 재미는 줄어들었지만, 이전 권에 비하면 공짜로 볼 수 있는 웹툰 대비 소장 가치는 소폭 상승했습니다. 가격도 천 원 올랐으나 내용에 비하면 적정한 가격이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내용이 웹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것이니 구입 여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야 겠지만요.

덧붙이자면, 초판 부록으로 들어 있는 빵 그림은 대체 왜 들어 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것은 조금 구겨져서 오기도 했고요. 혹시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걸까요?

2021/06/05

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 에드워드 D. 호크 / 김예진 : 별점 2.5점

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 6점
에드워드 D. 호크 지음, 김예진 옮김/GCBooks(GC북스)

아래 리뷰에는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을의 기상천외한 괴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 의사 선생 샘 호손의 활약이 그려진 단편집입니다. 단편의 제왕 에드워드 D 호크의 작품으로 모두 열 두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다양한 불가능 범죄들이 등장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붕 다리로 들어간 마차가 다리 중간에서 사라진 사건, 유령이 시장을 칼로 찔러 살해한 뒤 사라진 사건, 잠겨진 열차 승무원 실에서 승무원이 살해되고 금고 속 보석이 사라진 사건, 용접으로 봉해진 타임 캡슐 안에서 시체가 발견된 사건 등 사건들이 굉장히 흥미로운 덕분입니다. 불가능 범죄의 종합 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사실 아주 오래전, 일본어 번역본을 읽고 리뷰를 남겼던 바로 그 작품입니다. 당시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많은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엉망이지만 한국어 번역도 진행하여 소개드렸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한국어 번역본으로 접하니 감개무량합니다. 일본어로 읽어서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된 것도 좋았고요.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불가능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일어난 작품은 "지역 축제의 수수께끼"를 비롯해서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절반은 살인범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구태여 불가능 범죄 상황을 억지스럽게 만드는 내용입니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린 스턴트맨이 공중에서 목이 졸려 살해되었다는 "늙은 떡갈나무의 수수께끼"가 대표적입니다. 범인이 협박을 받아서 범행을 저질렀다면, 보는 사람도 많은 촬영 현장에서 살인을 저지를리가 없을테니까요. 살해 의도가 있었다 한 들, 낙하산에 손을 대는 식으로 사고로 위장하는게 당연했고요. "저주받은 야외 음악당의 수수께끼"도 마찬가지입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음악회 현장에서 유령의 소행으로 위장한 살인 사건을 저지른다? 솔직히 말도 안되지요.

트릭도 다시 보면 어설픈 작품들이 제법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문 잠긴 승무원실의 수수께끼"는 사람이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작은 창 하나만 뚫려있는 승무원실 안에 있는 승무원을 어떻게 살해했는지?라는 수수께끼가 등장하는데, 실상은 너무나 간단한 트릭입니다. 작은 창으로 흉기를 집어넣어 찌른거지요. 하지만 샘 호손을 비롯한 현장에 있던 그 누구도 이 가능성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상식 외의 전개로 불가능 범죄처럼 보이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아울러 '변장' 트릭의 사용도 지나쳤습니다. "낡은 방앗간의 수수께끼", "작고 붉은 학교 건물의 수수께끼", "크리스마스의 교회 첨탑 수수께끼" 등이 모두 변장 트릭을 써먹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고전 본격물의 향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없는, 재미있는 작품집이었습니다. 아쉽다 싶은 작품도 있어서, 전체 평균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만 별점 3점 이상은 충분히 줄 수 있는 "지붕 다리의 수수께끼", "낡은 방앗간의 수수께끼", "작고 붉은 학교 건물의 수수께끼" 등의 수작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고전 본격물이 취향이신 분들께 권해드리는 바입니다.

덧붙이자면, 이전에 수록작별 리뷰는 올렸었기에, 별도의 수록작별 리뷰는 따로 올리지는 않습니다. 궁금하시면 이전 리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6/07/04

맹인탐정 맥스 캐러도스 - 어니스트 브래머 / 배지은 : 별점 2점

맹인탐정 맥스 캐러도스 - 4점
어니스트 브래머 지음, 배지은 옮김/손안의책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전 "눈먼탐정 캐러더스"라는 제목의 자유 추리문고로 접했던,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 중 한명인 캐러도스 시리즈 단편집입니다. 모두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다행히도 이전 자유 추리문고 버전과 겹치는 작품은 2편밖에 없네요(하서판 걸작선에서 읽었던 "브룩벤드 장의 비극"까지 포함하면 3편이지만요).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게 좋은 작품들은 아닙니다. 추리적으로 별로인 탓입니다. 고전 황금기 작품답지 않은 수준이에요. 어떤 작품은 비약이 너무 심하고("디오니시우스의 동전" 등), 어떤 작품("나이트크로스 신호등 문제" 등)은 단서 추적이 전부라 추리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브룩벤드 장의 비극", "틸링 쇼 미스터리" 두 편은 괜찮지만 양적으로 부족해요. 이전 리뷰에서 언급했던 "추리적으로 그다지 정교한 장치는 없다. 이야기의 논리는 합리적이지만 세밀한 복선이나 반전 없이 한방향으로 흘러가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에 기복이 별로 없고 드라마도 재미가 없으며, 무엇보다도 사건이 시시하다. 무엇보다도 결말이 너무나 한심스러운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말 그대로입니다.

아울러 캐러도스의 능력에 대한 과장이 너무 심합니다. 제목 그대로 장님이기는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오감을 지닌 인물로 묘사되거든요. 인쇄된 신문도 손끝으로 만져 읽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너무 작은 글씨는 무리라서 비서에게 낭독을 부탁한다지만). 거기에 막대한 재산, 경찰 수사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위에 더해 심장 고동소리를 듣고 명중시킬 수 있는 총솜씨까지! 이 정도면 "데어 데블"에 필적하는 능력자이지요. 추리 소설이 아니라 마블 혹은 DC 코믹스에서의 활동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무래도 추리 소설에서 뭐가 중요한지를 간과한 느낌입니다. 탐정의 개성에 집중하면 잠깐 흥미거리야 될 수 있겠지만, 오래 가기는 힘들죠. 노래 실력 없이 유행과 퍼포먼스에 치중하는 아이돌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국내에 소개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다른 셜록 홈즈의 라이벌보다야 이름이라도 널리 알려졌으니 아주 실패한건 아니지만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저와 같은 고전 본격물 애호가가 아니시라면 구태여 찾아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디오니시우스의 동전"

이전 자유 추리문고 버전으로 접했던, 탐정 칼라일과 캐러더스가 처음 만나게 되는 시리즈 첫 단편입니다. 전설적인 명탐정이 첫 등장한다는 것 외에 딱히 언급할 만한 장점은 없으며, 추리적으로 비약이 심하다는 단점만이 도드라집니다. 칼라일이 가져온 동전을 캐러더스가 이전에 만져본 적이 있다 하더라도, 알 수 있는 것은 주인이 시스토크 경이라는 것 뿐입니다. 동전의 진위 여부를 감정할 수 있을지는 차치하고서라도, 헬렌 브루네시가 니나 브룬이라는 가명을 계속 써가며 하녀로 일한다는건 추리의 영역도 아니고요.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나이트크로스 신호등 문제"

"그때 성공을 갈구하는 내 욕망의 잔에 자네의 조롱을 가득 들이붓는 거야." - 캐러더스가 칼라일에게 도와줄 것을 약속하며 하는 말

"지금으로서는 아무리 작은 주택이라도 정부의 합법적인 약탈로부터 안전한 것 같지가 않습니다." - 주식 투자를 하지 말 것을 권유하는 캐러더스에게 답하는 파킨슨의 대답

나이트크로스 역에서 발생한 중앙 교외선의 충돌사고로 6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기관사는 통과 신호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신호원은 정지 신호를 바꾼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칼라일은 기관사 허친스 씨의 의뢰로 조사에 나선 뒤 캐러더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진상은 신호등을 바꿔치기한 범인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이게 과연 사립탐정이 나서서 수사했어야 하는지 의문이에요. 두 명의 증언이 모두 사실이라면 제3자의 조작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해 보는 것이 상식이니까요. 캐러더스의 추리도 거의 없고, 탐문 수사에 의지하는게 전부입니다. 

마지막에 드리슈나에게 자살을 권유하는 결말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셜록 홈즈라면 이런 인정을 베풀지 않았을 겁니다. 악당은 지옥으로 가야죠. 또 범인에게 유서도 없는 자살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대체 불쌍한 기관사는 어떻게 풀어줄 셈인걸까요?

딱 한 가지, 범인 드리슈나가 수십 명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지 않으며, 되려 영국 정부와 군대가 인도의 죄 없는 수천 명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논리로 자신이 영웅이라고 주장하는 장면만큼은 인상적입니다. 작품이 발표된 시기를 고려해보면 놀라울 정도죠.

"당신은 당신의 정부와 군대가 내 나라의 죄 없는 수천 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까?"

그래도 저 한 줄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역부족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브룩벤드 장의 비극"

크리크와 결혼한 여동생 밀리센트의 생명이 걱정된 홀리어는 칼라일에게 조사를 부탁했다. 현장 조사를 나간 캐러더스는 크리크의 트릭을 눈치채고 범행을 벌일 날짜를 예측하여 잠복하는데...

이런 저런 앤솔러지 등에서도 접해본 나름 대표작입니다. 범인이 공들여 만든 과학적인 트릭이 돋보이지요. 지금 읽기에는 많이 뒤처졌으며, 범인 크리크가 이를 위해 지나칠 정도로 세공을 많이 했다는 단점은 있지만 발표된 시대를 감안하면 큰 단점은 아닙니다. 당시에는 충분히 벼락을 맞아 죽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먹혔을 테니까요. 의외성 있는, "사랑과 전쟁"을 연상케하는 막장 결말도 아주 괜찮았어요. 지금 읽어도 낡아보이지 않으며, 크리크의 행동도 살짝 이해할 수 있게 만들거든요.

낡긴 했지만 대표작다운, 읽을만한 작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영리한 스트레이드웨이트 부인"

"어떤 상황에서 누가 뭘 할지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그 사람의 행동이 지니는 단 하나의 특성만 연구하면 된다는 것이었지." - 캐러더스가 칼라일에게 추리법에 대한 단상을 어느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하는 말.

"원의 호가 아주 작더라도 그 호를 가지고 전체 원의 크기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 하인들은 아는 게 거의 없을 거라는 스트레이드웨이트 부인의 말에 대한 캐러더스의 답.

이전 자유 추리문고 버전으로도 읽었던 작품. 다시 읽어도 유치하고 조잡한 사기극입니다. 자기 물건이 아닌 물건으로 보험에 가입한다, 그리고 그 물건을 잃어버린 척 하고 보험금을 타낸다는 건데 발표 당시에는 먹혔을지 모르지만, 지금 읽기에는 너무 순진한 발상이었습니다. 부부의 잘못이 크지만 보험사가 과연 이렇게 허술하게 보험을 가입해 주었을지도 의문이고요.

또 목걸이를 잃어버린 척 위장한 것은 명백한 범죄입니다. 5천 파운드를 편취하려는 사기 행각이니까요. 그런데 남편이 목걸이를 반납하려 했다손 치더라도(그것도 의사를 처음부터 밝힌 게 아니라 캐러더스의 강압에 못 이긴 것), 이를 캐러더스가 받아들인 것은 엄연한 직권 남용입니다.

추리적으로도 언급할 게 별로 없습니다. 캐러더스가 부인 장갑의 향수 냄새가 다른 것을 눈치채고 진상을 알아낸다는 것만큼은 캐러더스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지만, 문제는 이 정보가 독자에게 공정히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죠.

범죄라 하기도 어려운, 일종의 부르주아 상황극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배우 해리의 마지막 업적"

루카스 스트리트의 사설 대여금고 회사는 런던에서 가장 견고하고 안전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매니저만 아는 암호를 먼저 제출해야 하고 그 뒤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열쇠로 여는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여금고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 단편집에서 돋보이는 불가능 범죄물입니다. 진상도 합리적이에요. '범인이 변장하여 12개의 금고를 임대하여 열쇠를 복사하고 반납한다. 이후 아내를 통해 매니저 장부를 몰래 사진을 찍어 암호를 알아낸 뒤, 소유자로 변장하여 방문한다'는 것인데 꽤 그럴싸합니다. 캐러더스의 불에 타지 않는다는 호텔 (결국 화재로 전소해버린)에 대한 견해도 인상적입니다. "그 호텔이 화재에 안전하다고 확신한 조심성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인데 이 이야기만 가지고 소설을 쓸 수 있을 정도에요.

하지만 해리의 아내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건 운과 우연 덕분이었으며, 변장이 만능처럼 사용된건 문제입니다. 아무리 변장이 특기라도 해도 한두 명도 아닌 열 두명을 변장했다? 무리입니다. 마지막에 범인 해리가 교회 간증회에서 구원을 얻어 훔친 물건을 모두 되돌려 준다는 결말도 어처구니가 없었고요.

또 캐러더스가 범인이 미국인일 것이라고 추리한 이유도 비합리적입니다. 현대 미국의 영민하고 창의적인 분위기가 그를 기발한 장치의 전문가로 키워낸 것이라고? 이건 뭔 말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이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 중 몇 안 되는 본격 추리물인 건 분명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틸링 쇼 미스터리"

매들린 휘트마시는 캐러더스에게 아버지 윌리엄이 재산 때문에 오랜 분쟁이 있어온 조카 프랭크를 쏘고 자살했던 사건의 진상 조사를 부탁했다. 프랭크는 운 좋게 주머니 속 시계에 총알이 박혀 살아났었다. 그녀의 몇 가지 증언 - 아버지 서랍 속 총이 사라졌었던 것, 두 번째 총성은 조금 약했던 것 - 을 토대로 캐러더스는 사건을 재수사해 나가는데...

조금 올드하지만 '팜므 파탈'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은 매들린 캐릭터가 돋보였고, 지나칠 정도로 운이 좋은 프랭크에게 의심이 가게끔 하는 전개도 좋았습니다.
우선 매들린부터 살펴보자면, 프랭크가 나쁜 놈이기는 하지만 일말의 죄책감 없이 캐러더스를 이용하여 그를 살인범으로 만드려는 조작을 벌이는 전개가 예상 외라 깜짝 놀랐습니다. 이 당시 추리 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굉장히 활동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생각됩니다.

또 매들린의 조작에 의해 프랭크가 범인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지만, 결국 최초 알려진(거짓말같은) 진상이 진짜이며, 의뢰인의 의뢰 후 독자에게 공유된 증언과 증거가 모두 조작되었다는 것 역시 시대를 앞서간 전개였고요.

물론 프랭크의 시계가 독자에게 공정한 단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단점이긴 합니다. 캐러더스는 여기서 진상을 알고 사건이 조작되었음을 눈치챘지만, 독자는 시계를 물리적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 끌려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도 아주 신선하고 놀라운 요소가 많기에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파운틴 코티지의 소동"

"사람들은 기이하고 알 수 없는 이런저런 상황들을 운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어버리곤 하지요" - 엘시가 최근 닥친 불운을 이야기하자.

칼라일의 사랑하는 조카딸 엘시 부부에게 이웃집에서 콩팥 요리를 정원에 던졌고, 멀쩡한 정원사가 저렴한 가격에 일하겠다고 자원하는 등의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캐러더스는 이 모든 일에 숨겨진 진상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는데...

일종의 일상계. 사실 지금 읽기에는 좀 뻔합니다. 원래 이 집의 집사였던 옆집 남자는 이 집에 세들기를 호시탐탐 노리고, 원래 이 집의 정원사였던 남자가 싼 값에 정원을 가꾸어 주겠다고 자원한다면 그 이유는 뭐겠습니까? 집에 뭔가 숨겨져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독자에게 보물 찾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 주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거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암호가 숨겨져 있다는 책인 "돔 너머의 화염"이 독자에게 제공되지 않기에 암호문을 푸는 재미는 전무하고 그냥 캐러더스의 설명에만 의지하고 있거든요.

그 외 콩팥을 던진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등 석연치 않은 부분에 더해, 도움을 당당하게 생각하는 염치없는 엘시 캐릭터는 정말이지 호감을 갖기 어려워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한마디로 그냥저냥한 소품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어둠 속의 게임"

"귀도는 외국인이었고 그 중에서도 최악인 이탈리아인이었다." - 귀도에 대한 소개 중. 발로텔리에게 분노한 영국 팬이 쓴 글인가 싶을 정도로 편파적이라 외려 인상적이군요.

비델 경감이 X 백작부인의 의뢰로 중요한 서류를 훔친 귀도 일당의 체포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해 왔다. 흔쾌히 허락한 캐러더스에게 대영 박물관에서 귀중한 동전이 도둑맞았다는 전화가 걸려왔고, 이후 정체 모를 이탈리아 여인이 귀중한 동전을 발굴했다며 찾아오는데...

첫 번째 이야기인 "디오니시우스의 동전" 사건에 등장했던 위조범 동피에르, 그의 부인 니나 브룬이 등장하여 단편집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입니다. 일종의 수미쌍관식 구조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사건은 별게 없어요. 동피에르와 니나 브룬이 동전을 미끼로 캐러더스를 유괴한 후, 귀도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두려는게 전부인 탓입니다. 이후 납치된 캐러더스가 기지를 발휘하여 은신처를 정전시킨 후, 제목 그대로 어둠 속에서 납치범들과 대치한다는 전개로 이어지는데 이래서야 추리물보다는 모험물에 가까와 보입니다.

때문에 추리적으로 특기할 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오히려 마지막에 비델 경감이 어떻게 은신처를 덮쳤는지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등의 약점만 도드라질 뿐이에요. 비록 캐러더스가 입구에 흔적을 남겼더라 하더라도, 그것만 가지고는 불충분했을 텐데 말이지요. 또 과연 어둡다 하더라도 맹인 1명에게 2명, 아니 3명(니나 브룬까지)의 악당이 꼼짝없이 털리는 것도 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캐러더스의 액션(?)이 펼쳐진다는 점은 놀랍긴 합니다. "데어데블"의 선구자격인 작품이랄까요. 어둠 속 클라이맥스의 긴장감도 대단했고요. 추리물로서 가치는 거의 없지만 만화 같은 극적 전개는 괜찮았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장님 슈퍼 히어로물이랄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11/12/24

물만두의 추리 책방 - 홍윤 (물만두)

물만두의 추리 책방 - 6점
홍윤(물만두) 지음/바다출판사

전설의 추리소설 리뷰어 물만두 홍윤님의 1838편의 리뷰 중 200편을 선정해 실어 놓은 리뷰집입니다. 추모의 의미를 담아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인터넷에서 고인의 리뷰를 자주 접했었지만, 책으로 읽으니 새로운 느낌이네요. 수록 리뷰 중 제가 읽은 작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89편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리뷰를 올렸던 작품들은 비교해가며 읽어보았습니다. 확실히 리뷰의 수준이 차이가 나더군요. 많은 부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좋은 부분을 찾아내어 주목하는 리뷰가 많았다는 점과, 작품의 역사적인 의미, 전작 출판에 대한 강한 소망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진정한 추리 애호가였다 생각되고요.

리뷰들 중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내용이 많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한창 블로그를 방문하며 리뷰를 접했을 때에는 무심히 넘겼던 부분이었지만, 고인의 지병을 알고 나니 이러한 고민이 더욱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아픈 사람, 호전될 가능성이 제로라고 선고받은 사람도 희망을 가질 때가 있다. 이것은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살아있는 한 희망이 있음을 믿고 싶다." - 제프리 디버 "곤충소년"

"산다는 건 어쩌면 죽는 것보다 더 힘든 고행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남아서 죽은 이를 추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 미치오 슈스케 "섀도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곁에 있다고 잘 보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곁에 없다고 못 보내는 것도 아니다. 죽은 이를 애도하는 마음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그는 영원히 존재하는 사람이 된다. 죽음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건 아름답게 살라는 뜻이다." - 텐도 아라타 "애도하는 사람"

"살아만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말은 사실이다. 죽으면 그저 묻히는 것뿐이다. 산다는 건 고행과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는 건 불행은 작아 보이게 만들려 애쓰며 극복해 나아가고, 행복은 더 크게 만끽하며 오래도록 간직하고 추억하기 때문이다." -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이와 같은 글들이 다시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누군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한 내일이다."라는 경구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추리소설과 장르문학 리뷰어를 자처하는 저에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고, 보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일단, 고인이 강력 추천한 작품 중 아직 읽지 못한 것부터 읽어봐야겠습니다.

"전설은 아니더라도, 어떤 것에서든 최고는 아니더라도 내 시대가 끝날 때 나 혼자만이라도 만족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사쿠라바 가즈키 "아카쿠치바 전설"

하지만 이미 전설이었고, 최고였습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가 알라딘 블로그를 거의 이용하지 않아 고인과의 접점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제 알라딘 블로그 방명록에 남겨진 한 줄 글이 유일한 인연이라니... 생전에 댓글로라도 의견을 나누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경성탐정록"에 대한 좋은 리뷰에 제대로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한 것도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고인이 강력 추천한 작품 목록

  • 코넬 울리치 (윌리엄 아이리쉬)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 수키 김 통역사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 할런 코벤 단 한 번의 시선
  • 조너선 캐럴 웃음의 나라
  • 토머스 해리스 이니그마
  • 존 카첸바크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 프레더릭 포사이스 어벤져
  • 츠지무라 미즈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모리 히로시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 심포 유이치 화이트아웃
  • 히가시노 게이고 둘 중 누군가가 그녀를 죽였다
  •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 히가시노 게이고 다잉아이
  • J.M. 에르 개를 돌봐줘
  • 막심 샤탕 악의 심연
  • 프레드 바르가스 4의 비밀
  • 박미경 괴상한 해초
  • 류성희 나는 사랑을 죽였다
  • 이은 수상한 미술관

2020/11/19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7) : 조경규 만화들

돼지고기동동 - 6점
조경규 지음/송송책방

"오무라이스 잼잼"으로 유명한 조경규 작가가 꽤 오래전에 연재했던 웹툰입니다. 단행본은 올해 출간되었네요. 연재당시 다 봤었지만, 우연찮게 단행본도 구입하게 되어 리뷰를 남깁니다.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하늘이네 가족이 친지, 이웃들과 돼지고기 요리를 해 먹는게 전부니까요. 남편이 요리를 전담하고, 아내는 밑준비와 밥을 짓는다는 역할 분담은 독특하지만, 평범한 한국인 가정답게 등장하는 요리 모두 평범합니다. 돼지 갈비를 이용한 김치 찌개, 삼겹살 구이, 돼지고기 앞다리살 불고기, 콩나물 밥이 등장하는데 누구나 집에서 한 번 해 먹어 봄직한 요리들이죠. 밖에서 사 먹는 요리도 순댓국과 감자탕이고요. 중국 식당에서 탕수육을 먹고, 회사 점심으로 돈가스를 먹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집밥'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평범한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는 제한될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인지 작 중 "오무라이스 잼잼"을 그린 인기 만화가 조경규 씨!가 직접 등장해서 중국 요리 회과육을 선보이고, 아파트 반상회를 빙자한 요리 대결이 펼쳐지는 와중에 아파트 윗집 아가씨가 돼지고기 소시지로 만든 핫도그를 대접하기도 하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던것 같아요. 요리 대결을 끝으로 마무리 되고 맙니다. 오래 연재되기는 좀 힘든 소재였어요. 

전개도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별 내용도 없는데 힘을 주어 표현한 부분들이 그러합니다. 연재를 지나치게 의식한 듯한데, 영 작품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결말도 깔끔하고 하늘이네 세 가족의 화목한 모습도 귀엽고 볼거리이며, 이웃간의 훈훈한 정이 느껴지는 이야기라 마음에 드네요. 딸 아이에게 선뜻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조경규 작가가 직접 등장하여 "오무라이스 잼잼"과 이어지는 세계관이라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덧 1 : "오무라이스 잼잼" 보다는 큰 판형이라는게 특이했습니다. 세밀한 그림을 감상하기 용이한 판형인데, 보통 웹툰에는 잘 어울리지 않지만 조경규 작가 만화는 펜터치가 세밀한 덕분인지 큰 판형에도 잘 어울리더군요. 

덧 2 : 하늘이가 사랑하는 '삼통 파워'가 작중 세계관에서 가장 인기있는 만화로 보이는데, '팬더 댄스'를 등장시키는게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조경규 유니버스'를 구축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오무라이스 잼잼 11 - 6점
조경규 글.그림/송송책방

딸아이가 좋아해서 계속 구입해서 읽어보고는 있지만, 어느 순간 리뷰를 쓰지는 않게 된 조경규 작가의 인기 일상계 식도락 만화입니다. "돼지고기 동동" 리뷰를 쓰는 김에 최신 권 리뷰를 올려 봅니다.

이전 권에 비해 조경규 작가와 가족들이 직접 겪은, 일상계스러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조경규 작가 가족이 메추리알 요리 파티를 하고, 식당에서 간 요리를 시켰는데 너무 많아서 당황했던 경험, 중국에 가서 마라샹궈를 먹는다던가, 홍콩에서 에그롤을 사기위해 분투했던 이야기가 펼쳐지는 식으로요. 나쁘지는 않은데, 이전처럼 특별한 경험에서 시작해서 요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전개가 많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인 "오무라이스 잼잼" 최고 매력 포인트인데 말이지요.
그나마 등장하는 것도, 오락실 기계를 사러 가서 너무 많이 하지 않도록 룰을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초코칩 쿠키처럼 멈출 수 없게 된다는 초코칩 쿠키 이야기같이 뻔하거나 억지스러운게 많았습니다. 아울러 음식들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알려주는 내용도 이전보다는 부족한 편입니다. 가족 일상계 중심 이야기니까요.

그래도 이야기 중간중간 소개가 없는건 아닙니다. 양꼬치를 위구르 족이 팔기 시작한게 대유행의 시초라던가 하이라이스의 유래, 도토리묵 묵사발 원조인 대전 강태분 할머니, 에그타르트에 대한 상세한 설명 등 볼만한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전 권과 비교하기 어려운 장점이 있는데, 단행본 구입한 보람이 느껴진다는 겁니다. 게임기가 등장하는 이야기 두 편이 웹툰에서는 삭제된 덕분입니다. 게임기가 불법 복제품이기 때문이라는데, 책에는 수록되는게 문제 없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출판물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라서 기뻤습니다. 

"오묘하고 잼있는 이야기"라는 만화 게임북 부록도 아주 좋았어요. 해가 지나면 쓸 일없는 달력이나, 용도도 불분명한 스티커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2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은 좀 세기는 하지만, 600페이지라는 볼륨과 풀 컬러라는 점에서 수긍할 만 합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6)

2014/01/06

베이커 스트리트 살인 - 아서 코넌 도일, 마틴 H 그린버그 외 / 정태원 : 별점 2.5점

베이커 스트리트 살인 - 6점
아서 코넌 도일 외 지음, 마틴 H. 그린버그 외 엮음, 정태원 옮김/단숨

"홈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다양한 후대 작가들이 쓴 단편 소설들을 모아놓은 파스티쉬 앤솔러지. 7년 전에 출간되었던 "베이커가의 살인"과 같은 책으로 표지와 구성이 미묘하게 다르긴 하나 내용은 기본적으로 동일합니다."

그런데 왜 이러한 형태로 재출간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는 이전 판본의 편집과 구성,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들거든요. 코난 도일 경의 글이 앞에 위치한 배치라든가 디테일한 디자인 등 전체적인 구성이 더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어른의 사정이 있는 거겠죠?

여튼, 내용 리뷰는 같은 책이니 당연히 이전 리뷰와 거의 동일합니다. 서문 및 각종 에세이들의 자료적 가치는 높지만 수록 단편 11편의 수준이 고르지 못하고, 고 정태원 선생님의 번역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띄어 선뜻 권해드리기는 좀 어렵다는 것까지 말이죠. 특히나 "홈스"라고 번역된 이름은 아무리 읽어도 영 어감이 별로더군요....

그래도 나이가 들고 취향이 약간 바뀐 탓에 예전 리뷰에서 좋게 평했던 작품보다 시원찮게 평가했던 작품이 더 마음에 들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괜찮았던 작품은 아래의 세 작품입니다.

"홈스를 태운 마차"
우연히 홈스를 태우게 된 마부를 화자로 한 슬랩스틱 소동극에 가까운 유쾌한 소품. 추리는 거의 없다시피할 정도지만 유쾌한 분위기에 더해 마부의 고민까지 깔끔하게 해결하는 전개가 좋았습니다.

"아라비아 기사의 모험"
실존 인물인 "천일야화"의 작가 리처드 경을 등장시키고 당대로서는 최첨단 문물인 코닥 카메라, 그리고 역사적 사실은 투탄카멘의 무덤을 엮어 그려낸 괜찮은 역사추리물입니다. 진상을 추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홈스가 실재 역사와 교묘하게 엮이는 전개가 아주 매력적인 작품이었어요.

"체셔 치즈 사건"
트릭은 번역으로는 알 수 없는 일종의 삼행시 같은 것이고 설정과 전개는 예전에 읽었던 데이비슨 포스트의 "대암호"와 유사하지만 시대와 장소를 잘 살린 덕에 차별화되는 높은 설득력을 갖게 된 괜찮은 작품입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앞서 권해드리기 좀 어렵다고 쓰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완성도와 재미는 보장하는 만큼 셜록 홈즈의 팬들이시라면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018/06/30

정의 - 하마오 시로 외 / 페가나 : 별점 2점

정의 - 4점
하마오 시로 외/페가나

저작권 보호 기간이 만료된 컨텐츠들을 번역 소개하는 전자책 전문 출판사 페가나의 일본 단편 추리소설 모음집입니다. 비교적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임에도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번역의 질도 괜찮다는 점에서 가끔 생각이 나면 구입해 읽곤 합니다.

이번에는 모두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전 모음집에 비하면 별로였습니다. 추리물도 아니고 한 편의 이야기로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두 편("촬영장 살인사건", "병사와 배우")에다가, 다른 작품들도 딱히 새롭거나 신선하지 않은 고전 본격물의 재탕이거나 심각한 단점을 한가지 이상 가지고 있는 탓입니다. 표제작인 "정의"만이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보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별점은 2점입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진주탑의 비밀" 코가 사부로

일본 작가 코가 사부로의 명탐정 하시모토 빈이 등장하는 단편입니다. 이전 읽었던 "혈액형 살인사건" 에 수록되었던 작품으로 전람회장에서 거액의 진주탑이 가짜로 바꿔치기 된 사건을 다룹니다.

12Kg 정도 되는 탑을 5미터 높이의 창으로는 가지고 나갈 수 없고, 범행 당시의 유리 깨지는 소리가 침입할 때가 아닌 도망갈 때 들렸다는 점, 그리고 진주탑이 바꿔치기 되었다는 증언은 사세 주임 단 한 명이 확인했다는 단서를 모아 사건의 진상을 추리해 내는데, 여기까지 읽으면 다 아시겠지만 진주탑이 바꿔치기 된 게 아니라 가장 비싼 진주 한 개만 바꿔치기 된 것이지요...

몇몇 단서들을 토대로 진상을 밝혀내는 전개는 전형적인 고전 본격물 스타일로 단서, 추리, 진상 모두 그런대로 합리적이라 딱히 흠을 찾기는 어렵지만 지극히 무난해서 새로운 점 역시 딱히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전 리뷰에서도 언급했듯 모조 진주탑을 만들어 달라는 우연한 의뢰가 겹쳐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든 건 완전한 억지고요. 제 3의 인물이 개입한게 우연이라는 점에서 작위적인데다가, 사세 주임이 처음부터 진주 몇 개를 빼돌릴 생각을 하지 않고 우연에 기인해 거액을 들여 기묘한 사기를 치려고 한 건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그렇게 추천할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촬영장 살인사건" 사카이 카시치

촬영장에서 동료 엑스트라를 죽인 남자는 미친 척을 한 것일 뿐이라는 내용의 단편. 의외성도 없고 추리물이라고도 하기 어려운 망작입니다. 어차피 도주에 성공한 거라면 미친 척을 할 이유도 없잖아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미친 기관차" 오사카 케이키치

명탐정 아오야마 쿄스케가 등장하는 단편으로 오사카 케이키치는 다른 단편집으로 이미 접했었던 작가인데 추리적으로는 반짝반짝했던 작품들이 많아서 기대가 컸습니다.

기차역 (W역)에서 가해자의 흔적이 전무한 사체가 발견된 불가능 범죄를 다루는데, 쿄스케가 광학 현미경을 요구한 후 피해자 상처의 모래의 재질에 대해 분석한 후 흉기를 추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듯 "과학 수사" 가 핵심이라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내용도 단순하지만은 않아서 조면암과 석영조면암을 구분하여 설명할 정도로 깊이가 있는 편이에요. 

그 외에도 기관차와 선로. 열차 운행 시간, 물과 석탄의 보충, 운행 속도 등을 감안한 추리, 또 열차 내부 장치와 흉기인 곡괭이 자루 구멍을 연결하는 추리도 나름의 탄탄하고 깊이 있는 자료 조사가 뒷받침 된 덕에 굉장히 설득력이 높습니다. 초창기 기차와 기차역에 대한 묘사는 철덕들에게는 굉장히 사랑을 받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푸짐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추리로 밝혀낸 진범인 역장의 동기가 장점을 다 잡아 먹습니다. 열차에 손을 잃은 후 그 열차를 바다로 밀어넣는 복수를 위해 두 명이나 되는 승무원을 죽인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됩니다. 정차해 있는 동안 불이라도 지르는게 더 합리적이잖아요.

때문에 감점해서 별점은 2점입니다. 동기만 설득력 있었어도 조금은 높은 점수를 받았을텐데 아쉽네요.

"병사와 배우" 와타나베 온

병사 옹과 배우 하루는 친구로 옹은 옆나라 맘루크 술탄 왕국의 파르티잔 파업 진압 전쟁에서 돌아온 직후였다. 하지만 실제 전투는 없었기 때문에, 이건 영화사의 속임수가 아닐까 의심하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네요. 1928년이라는 발표 년도를 보면 체제 비판인 듯 싶은데, 거의 백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눈길을 끌 만한 요소는 전무합니다. 왜 이상한 판타지스러운 설정을 만들어 이야기를 전개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체제 비판이라서 설정을 틀었다고 보기에는 어차피 내용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라 그닥 효과가 있어 보이지 않거든요. 핵심 주제인 "전쟁은 추악하지만, 전쟁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영화야 말로 진짜 쓰레기다." 라는 주제도 그다지 설득력있게 드러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정말로 파르티잔 파업 진압 전쟁이 영화사의 속임수라는게 밝혀졌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검은 수첩" 히사오 주란

히사오 주란은 에도 시대를 무대로 한 "아고주로 체포록" 시리즈로 접해보았던 작가입니다. 모험물 성격이 강했던 아고주로 시리즈는 재미있게 읽었었죠. 이 작품은 근대를 무대로 일본인 파리 유학생 "나" 가 같은 건물에 살던 주민들과 얽힌 후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나" 가 허름하고 저렴한 하숙집으로 이사온 첫 날, 아래층 부부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게 됩니다. 그들은 미국 태생의 음악 전공인 일본계 이민자 2세 커플이지요. 그리고 우연히 친분을 맺게 된 윗층 남자는 룰렛 순열을 예측하는 공식을 알아낸 수학자고요. 그리고 유학 자금이 끊겨 한 방을 노리는 아래층 부부가 윗층 남자의 룰렛 순열 공식이 담긴 검은 수첩을 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제법 탄탄한 설정으로 꽤나 몰입하게 만드는, 재미 하나만큼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는 독자 심리를 자극하는 전개 능력이 탁월한 덕분일 뿐, 실제 그닥 깊이가 있지는 않습니다. 룰렛 순열 공식이 무엇인지 등장하지 않는 것처럼요. 이야기의 핵심인데 장황한 대사로 그럴듯하게 포장할 뿐, 결국 실체가 없는 이야기라 별로 설득력있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등장인물들도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유학 자금이 끊겼다는 이유로 도박이나 하려는 철없는 부부는 볼썽사납기 그지 없어요. 도박에서 살인으로 흐르는 인과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함이라 해도 정도가 너무 지나치고요. 단지 살인을 관찰하기 위한 주인공의 심리도 이해 불가입니다. 타인의 죽음을 방조하는 방관자는 또 다른 살인의 공범이나 마찬가지인데 왜 그걸 정당화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 캐릭터 설정과 묘사로 낯선 느낌과 불쾌함을 자극하는, 가학적인 분위기가 흥미를 자극하는 건 사실이지만 제 취향은 아닙니다.

마지막에 결국 부부는 인간다움을 되찾지만 6층 남자는 실연과 잃어버린 젊음을 저주하며 자살하고, 도박 비법인 수첩은 주인공에 의해 난로로 향한다는 결말도 앞서 풀어나가던 과정에 비교하면 너무 쉽게, 대충 넘어가는 느낌입니다.

그나마 룰렛 시스템을 완성한 남자 수학자만큼은 나쁘지 않긴 합니다. 카리스마 있고 괜찮은 편으로, 그가 일부러 잃으려 했지만 따 버렸다는 중반부 반전도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뭔가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갔어도 훨씬 괜찮았을텐데 조금 아쉽네요. 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펄프 픽션 이상의 결과물은 아닙니다.

"정의" 하마오 시로

옛 친구 키야가와 준이 키누가와 변호사에게 찾아와 키누가와가 맡고 있는 마츠무라 자작 살인 사건 이야기를 꺼냈다. 마츠누마 자작은 호텔 방에서 총에 맞은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처음에는 자세와 현장 상태를 미루어 자살이라 생각되었지만 유서가 없는 점과 왼손잡이인 백작이 오른손으로 총을 쏠 리가 없었기 때문에 호텔 종업원 모리키가 체포된 상황이었다...

표제작입니다. 하마오 시로의 작품은 역시나 페가나의 추리 단편 선집 "감방" 을 통해 접했던 적이 있습니다. "감방" 에 수록되었던 "그는 누구를 죽였는가"도 아주 좋았는데 이 작품도 괜찮습니다. 모리키의 무고를 입증할 증인은 키누가와의 아내와 불륜 관계였다는 이야기로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전개가 실로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봐도 뻔한 설정이지만 이를 법리와 정의의 이름으로 논쟁을 벌이는 둘의 대화가 그야말로 압권이에요.

딱 한 가지, 증인인 A씨는 키요가와의 동생이 아니라 키요가와 준 본인이라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 읽어도 여전한 재미를 선사하는 긴장감 넘치는 좋은 이야기임에는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이 단편집 수록작 중에서는 최고에요. 

2019/08/04

추리소설 900번째 리뷰 등록

2003년 첫 리뷰 "구석의 노인 사건집"에서부터 시작한 추리소설 리뷰가 2019년 8월 4일 오늘 "조용한 무더위"로 900번째가 되었습니다. 계절과 딱 맞아떨어지는 제목이네요.

800번째 리뷰였던 2017년 5월 28일 "허즈번드 시크릿"으로부터 2년 2개월, 약 26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이전보다 3개월 정도 늦어졌는데 아무래도 예전만큼 책을 많이 읽기는 조금 힘드네요. 나이도 들고, 애도 커 가면서 독서에만 시간을 온전히 내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에는 출간 준비로 바빠서 도저히 책을 읽을 수도 없었고요. 이제 목표인 1,000권까지 100권 남았는데 이대로라면 2022년 쯤 달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여튼 900권째 추리소설 리뷰를 쓰는 동안 누추하고 마이너한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최근 도서 리뷰는 글을 올려도 제대로 노출도 안되고, 방문객 수도 급감하여 블로그 운영에 대해 의욕은 전혀 생기지 않긴 합니다. 그래도 이글루스가 존재하는 한 리뷰는 계속 올릴 예정이니 관심 있으시다면 앞으로도 자주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그림은 10년 전에 EST님이 보내주셨던 "블로그 6주년 축전"을 이용한 것인데 EST님께 특히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2010/05/06

줄어드는 남자 - 리처드 매드슨 / 조영학 : 별점은 2.5점이지만 표제작은 3점

줄어드는 남자 - 6점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리처드 매드슨의 장단편집입니다. 표제작인 장편 "줄어드는 남자"와 9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원래의 판본도 이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장편 한편에 단편이 덧붙여진 구성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줄어드는 남자"
이유를 알 수 없이 하루에 0.36cm미터씩 줄어드는 주인공 스콧에 대한 이야기. 줄어드는 이유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기에 정통 SF라기보다는 서스펜스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고독한 한 남자의 처절한 사투가 벌어진다는 점에서 작가의 대표작 "나는 전설이다"를 연상케 하니까요.

작품은 스콧이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자괴감,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무력감과 싸워나가는 이야기와 완전히 줄어든 이후 지하실에서 갇힌 채 먹고 사는 본능적 욕구와 더불어 그를 노리는 거미와 사투하는 이야기 두 개가 교차하여 전개됩니다.
이 중 줄어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성장 드라마같은 느낌이 강하고, 주인공의 히스테리도 거북스러워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성에 대한 집착도 현실적일 수는 있지만, 광기가 더욱 두드러지는게 별로였고요.
하지만 지하실에 갇힌 뒤 물을 구하고 먹을 것을 마련하면서 거미와 싸워나가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사투의 묘사가 대단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스콧에게 닥치는 위험과 공포에 대한 묘사가 압도적이고, 그에 맞서는 스콧의 영웅적 행동에는 몰입할 수 밖에 없었기에 크기가 "0"이 되는 순간부터 다시 조금씩 성장한다는 해피엔딩 결말을 바랬지만 예상외로 결국 "무" 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 이른바 마이너스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마무리는 좀 의외였습니다. 주인공 괴롭히기를(?) 즐기는 작가 성향을 생각해본다면 당연한 결말일 수도 있겠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잔 리쓰고우 주연의 "환상특급" 영화판 에피소드로 유명한 단편이죠. TV로 봤던 것 같은데 원작을 보니 새롭네요. '비행 공포증'에 '나만 보이는 귀신'이라는 테마를 더해 어마어마한 심리 묘사를 뽑아내고 있습니다. 영화 "식스센스"에서 주인공 꼬마가 다락방에 갇힌 뒤 경기를 일으키며 울부짖던 장면의 심리 묘사가 소설로 쓰여졌다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까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시험"
미래의 합법적인 고려장 제도를 다루고 있는 서늘한 단편입니다. 어딘가의 다른 앤솔로지에서 본 적이 있는, 아이들을 일정 나이에 테스트해서 지나치게 똑똑한 아이들을 걸러낸다는 단편이 떠올랐어요. 정 반대의 설정이긴 하지만...
어쨌건 아버지를 거추장스러워하면서도 걱정하는 아들의 처절한 심리 묘사는 역시나 일품이었어요. 별점은 3.5점입니다.

"홀리데이 맨"
사람들의 죽음의 순간을 모두 알 수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단편. 주인공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솔직히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장르조차 짐작이 안 갑니다. 차라리 직업이 저승사자였다는 결말은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별점은 1.5점.

"몽타주"
한 소설가 지망생이 영화를 보고 인생을 압축해서 지냈으면 좋겠다고 소원한 뒤, 흡사 영화와 같은 85분동안의 압축된 인생을 산다는 이야기. 아이디어는 재미있지만 이야기 전개는 결말까지 별로 새로울게 없어서 그냥저냥한 평작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2점.

덧붙이자면 "몽타주"는 영화 용어로는 쇼트와 쇼트를 이어붙여 관객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지요. 이는 작품 내용하고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제목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배달"
한 마을에 이사온 불청객이 편지 등을 이용하여 딱 2개월만에 이웃들을 작살내 버린다는 이야기. 다른 앤솔로지에서 보았던, 한 존경받는 노부인이 사실은 마을의 소문을 이용하여 불화를 일으키는 편지를 보내는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물론 조금 더 하드하고 과격하긴 합니다만... 그런데 흥미진진한 과정에 비한다면 불화를 일으키는 작전이 별로 치밀해 보이지 않는 등 헛점이 너무 많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예약손님"
부두교를 이용한 악덕상인(?)이 등장하는 아주아주 짤막한 단편. 재미있긴한데 반전이 예상대로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버튼, 버튼"
이전 리뷰 참고하세요.

"결투"
스티븐 스필버그의 초창기 영화의 원작. 트럭 운전사와의 신경전에서 촉발된 죽음의 레이스에 대한 이야기로 서스펜스가 넘치는 걸작입니다. 사실 영화는 좀 지루한 감도 있었는데, 단편 길이가 딱 맞는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별점은 3.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예전에 다른 앤솔러지에서 "2차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작품을 읽었을 때에는 상당히 별로였었던 기억이 납니다. 번역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네요.

"파리지옥"
사업과 인생에 짜증만 남은 중년 남자가 파리 한 마리를 잡으려다 분노가 폭발한다는 일상계(?) 단편. 파리를 잡으려는 행위에서 발전하는 심리 묘사가 너무 극단적이라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 폭발력 하나만큼은 대단했어요. 묘사력 때문에라도 별점은 2.5점입니다.

전부해서 총점은 24점으로 9로 나누면 (10작품인데 "버튼, 버튼"은 이전에 리뷰하였기에 뺐습니다) 2.6666666..... 이니 평균은 2.5점. 하지만 표제작이자 제일 긴 장편인 "줄어드는 남자"는 별점 3점은 충분한 괜찮은 작품이었어요. 리처드 매드슨이라는 작가를 좋아하신다면, 쟝르 문학을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2015/06/23

추리소설 700번째 리뷰 등록!

추리소설 600번째 리뷰 등록!

2003년 첫 리뷰 "구석의 노인 사건집"에서부터 시작한 추리소설 리뷰가 2015년 6월 23일 오늘 "다섯 마리 아기 돼지"로 700번째가 되었습니다. 600번째 리뷰였던 2013년 7월 13일 "점과 선"으로부터는 약 23개월 (10일), 한달에 4~5권 정도 읽는 페이스라는 것은 이전과 동일합니다. 블로그 제목대로 1,000권 읽기까지는 70개월, 6년 정도 남았군요.

어쨌거나 700권째 리뷰를 쓰는 동안 누추하고 마이너한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자주 찾아주시길.

아울러 그림은 예전 EST님이 보내주셨던 "블로그 6주년 축전"을 이용한 것인데 EST님께 특히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2013/07/13

추리소설 600번째 리뷰 등록!

추리소설 500번째 리뷰 등록!

2003년, 첫 리뷰였던 "구석의 노인 사건집"에서 시작한 추리소설 리뷰가 2013년 7월 13일, "점과 선"으로 드디어 600번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인 2011년 8월 11일, "검은 옷을 입은 신부"가 500번째 리뷰였는데, 그로부터 약 23개월이 걸렸군요. 한 달에 4권 정도 읽은 셈이네요. 블로그 제목 그대로 1,000권 읽기까지는 앞으로도 약 100개월, 8년 정도가 더 걸릴 것 같은데, 언젠가는 분명히 완주할 수 있겠지요. 사실 그때까지 이글루스가 남아 있을지가 더 걱정되긴 합니다만...

어쨌든 600번째 리뷰를 쓰게 되는 이 시점까지, 누추하고 마이너한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이번 글의 그림은 예전에 EST님께서 보내주셨던 블로그 6주년 축전을 사용하였습니다. EST님께 특히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17/05/28

추리소설 800번째 리뷰 등록

추리소설 700번째 리뷰 등록!

2003년 첫 리뷰 "구석의 노인 사건집" 에서부터 시작한 추리소설 리뷰가 2017년 5월 28일 오늘 "허즈번드 시크릿"으로 800번째가 되었습니다. 700번째 리뷰였던 2015년 6월 23일의 "다섯 마리 아기 돼지"로부터 23개월째네요. 한 달에 4~5권 정도 읽는 페이스라는건 이전과 같습니다. 이 정도로 규칙적이라면 거의 칸트 선생님 급인듯? 하여튼, 이 페이스대로 1,000권 읽으려면 46개월, 앞으로 4년 정도 걸리겠네요.

800권째 추리소설 리뷰를 쓰는 동안 누추하고 마이너한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자주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그림은 예전 EST님이 보내주셨던 "블로그 6주년 축전"을 이용한 것인데 EST님께 특히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2010/07/19

살인, 미스터리 그리고 결혼 - 마크 트웨인 / 김욱동: 별점 3점

살인, 미스터리 그리고 결혼 - 6점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문학수첩

마크 트웨인 단편집입니다. 총 5편의 단편과 왠만한 단편 길이의 해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전에 읽었던 "뜀뛰는 개구리"와 유사한 성격입니다. 그런데 "퀸의 정원"에도 선정되었던 "뜀뛰는 개구리"보다 더욱 범죄소설에 가까운 작품이 많이 실려있어서 의외였습니다. 그래봤자 유머 소설의 범주를 벗어나는 작품은 별로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이 단편집쪽이 더 "퀸의 정원"에 가깝다고 생각되네요. 혹 "퀸의 정원" 때문에 마크 트웨인을 찾아보시려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이 책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작품 중 베스트는 "해들리버그를 타락시킨 사나이"입니다. 하나의 사기극으로만 놓고 보아도 상당한 완성도의 작품이기 때문이죠. 또한 해설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각 작품별로 정말로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데 이 해설만 읽어도 마크 트웨인에 대해서 어느정도 아는척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워스트는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서 보기 어려운 허클베리 핀 이야기인 "귀신 이야기"를 꼽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13.5 나누기 5해서 2.7점이지만 반올림에 해설을 더해서)
수록작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해들리버그를 타락시킨 사나이"
"정직"이 모토인 마을 해들리버그를 한방에 타락시킨 사나이의 이야기. 작전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거액을 자신을 도와준 것에 대한 답례라며 마을에 맡긴 뒤, 마을 유력자 주민들이 모두 그 돈의 주인이라고 나서게끔 꾸미는 것이거든요. 그야말로 "돈 앞에 장사없다"라는 것이죠.

나름 진지한 사기극이기도 한데 워낙에 분위기가 시끌벅적하고 유머러스할 뿐 아니라 끝까지 통쾌한 맛이 있어서 이 책의 베스트 작품으로 꼽고 싶네요. 그야말로 마크 트웨인 작품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작품이었어요. 별점은 4점입니다.

"100만 파운드 은행권"
과거 이원복의 "사랑의 학교"에서 인상적으로 봤었던 에피소드의 원작입니다. 우연히 빈털터리로 영국에 도착한 미국인에게 영국 부자 형제 2명이 100만파운드 수표를 맡긴 뒤 1개월 뒤에 다시 자신들을 찾아오라고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랑의 학교"에서의 만화적인 과장된 표현이 잘 어울릴법한 만화같은 내용에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다는 느낌을 전해줍니다.

하지만 결국 주인공이 마지막에 사기와 진배없는 행위로 한몫 잡는다는 결말은 좀 씁쓸하네요. 역시 있는놈이 더 한 법이겠죠. 그러고 보면 돈이 돈을 부른다는 주제의 이야기도 될 수 있겠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캘러베러스 군의 악명높은 점핑 개구리"
뭐가 그렇게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마크 트웨인의 출세작이라죠. 초간단 사기극인데 이전 리뷰 참고하세요.

참고로, 책 뒤의 해설에 따르면 동부와 서부의 가치관이 충돌할 때를 배경으로 한 깊이있는 사회 풍자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지금와서 한국 독자가 그러한 뉘앙스를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별점은 2.5점입니다.

"살인, 미스터리 그리고 결혼"
서로 사랑하는 메리 그레이와 휴 그레고리에게 장애물은 유산 상속 문제로 휴를 멀리하는 그레이 가문 사람들과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자칭 폰테인블로 백작입니다. 백작이 메리에게 열렬히 구애하기 시작하거든요. 그 와중에 휴를 싫어하는 메리의 백부 데이비드 그레이가 살해되고 휴가 곧바로 체포됩니다. 옷조각, 칼, 혈흔 등의 증거 때문이죠.

이 단편집의 표제작으로 원래는 마크 트웨인이 여러 유명작가들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쓴다는 시리즈 형태로 기획한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희한할 정도로 정통 추리 소설같은 설정이 가득합니다. 복잡한 인간관계와 거액의 유산, 칼과 혈흔이라는 증거 등 이야기 자체는 고전 본격물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고요. 중반부까지는 이런 기대에도 충분히 값 합니다.
그러나 막판에 갑자기 휴가 불쌍하다는 이유로 범인 중 한명이 자백해서 진범에 체포된다는 결말은 어떻게 보아도 추리 소설로 보기는 무리겠지요.

하지만 이 작품의 최대 매력은 마크 트웨인이 라이벌 의식을 느꼈다는 쥘 베르느 조크에 있습니다. 폰테인블로 백작이라 자칭하는 범인의 마지막 고백서를 통해 쥘 베르느가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폭로하고 있거든요. 뭐 그냥 보면 열등감이 폭발하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워낙에 농담을 즐겼던 작가이니 만큼 그러려니 해야죠. 그리고 추리적인 요소는 없다시피 하지만 딱 하나! 하늘에서 떨어진 이유에 대한 설명이 그런대로 합리적이고 내용과 부합하기에 만족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2001년에 미발표 원고가 발견되어 발표된 따끈따끈한 작픔으로 마크 트웨인의 작풍이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는군요.

"귀신 이야기"
허클베리 핀과 늙은이 짐이 폭우가 쏟아지던 시기에 한 동굴에 거처하면서 나누던 괴담인데 결말도 없고 내용에 대한 설명 역시 전무하기 때문에 하나의 작품으로 보기는 힘드네요. 대관절 왜 실렸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미완성 잡문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2017/09/03

미스테리아 13호 - 미스테리아 편집부 : 별점 2.5점

미스테리아 13호 - 6점
미스테리아 편집부 지음/엘릭시르

미스테리 장르문학 전문잡지 미스테리아 최신간입니다. 창간 2주년 기념호라 그런지 특별 보급가이기도 하고, 항상 관심있게 찾아보던 주제인 "경성"을 특집으로 하고 있어서 구입했습니다.

특집인 "경성" 관련 기사들은 기대에 값합니다. 1930년대 경성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장르 문학'과 관련된 시각으로 설명해주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던 덕분입니다. "별건곤"에 실렸다는 경성 7대 특수촌이나 5대 마굴에 대한 탐사기는 충분히 하나의 작품 소재가 될 만큼 재미있었어요.
경성을 탐정 소설의 배경으로 바라보고 분석한 기사들도 좋았습니다. 예를 들면 "염마"에 등장하는 서광옥의 X별장은 "체신국 뒤로 해서 개천을 메워가지고 새로 낸 큰길을 단 후 누상동 큰거리에서 언덕 위에 지은 큰집을 찾았다"라는 묘사를 통해 '아방궁'이라 불렸던 친일파 윤덕영의 저택을 모델로 했다고 알려주는 식입니다.
여기에 더해 남촌과 북촌의 특수성과 같은 사회적인 부분, 아편굴과 같은 특수 장소와 같은 당대 경성에 대한 갖가지 디테일이 가득하여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박태원의 "최후의 억만장자"는 예전에 읽어봤던 작품으로 내용은 별 볼일 없지만, 삽화를 맡았던 월북 화가 정현웅의 그림은 마음에 들었어요. 목판화 스타일의 삽화는 지금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수준의 완성도니까요.

물론 이런저런 한국 추리 소설 역사서에 실려있는 내용에서 불과한 기사들도 제법 됩니다. 김동인의 "수평선을 넘어서"에 대한 기사가 대표적이에요. 얼마전 읽었던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3 : 추리물"에 수록된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아요. 주제에 맞춰 "경성"이라는 공간, 배경에 집중하지 않고, 당시 사회적 배경을 통틀어 설명하고 있는 탓입니다. 이렇게 풀어내면 다른 유사한 컨텐츠와 변별력을 가지기 힘들지요.

그러나 특집 외의 기사들은 기대 이하의 결과물이 많습니다. 홍보 문구에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8인에게 가상 표지를 제안했다는 "세상에 아직 없던 책"은 그 중에서도 최악입니다. 박철희의 "환상의 여인" 정도만 괜찮을 뿐, 그외 표지들은 실제 책이 출간되더라도 구매 욕구가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에요. 요새 대학생들 과제도 이것보다는 나을 듯 한데, 차라리 왠만한 미술 대학 디자인 학과와 연계하여 결과물을 수록하는게 좋았을 겁니다.

"미스테리아"의 핵심 컨텐츠인 리뷰 형태의 새 책 소개도 이번에는 그냥저냥입니다. 그닥 끌리는 책이 없더군요. 게다가 리뷰어 중 한 분은 직업이 "인형사, 자유기고가"라고 되어 있어서, 대체 이 리뷰가 무슨 기준인지도 헛갈립니다. 꼭 전문가가 좋은 리뷰를 쓴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는 컨텐츠가 아니라, 비용을 들여 구입한 책의 리뷰라면 그만큼의 전문성은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미스터리 애호가라면 최소한 인터넷을 통해 잘 알려진 분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잠깐 인터넷을 찾아보았는데 당쵀 뭐하시는 분인지 모르겠더군요. 이 분이 소개하는 기타무라 가오루,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들도 구태여 리뷰가 필요한지도 의문입니다(심지어 요네자와 호노부 작품은 '소시민'시리즈 최신간!). 이 잡지를 구해 읽어볼 정도의 독자라면, 이 두 작품은 딱히 리뷰가 필요없을테니까요. 새책 소개는 다른 곳에서는 잘 소개되지 않는 독특한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뒤 이은 영화 "불한당"의 감독 인터뷰 역시 개인적으로는 별로였습니다. 감독이 SNS를 통해 실수했던 이력만 기억에 남을 뿐으로 이런 인물을 지면을 할애해가며 인터뷰를 한 이유를 모르겠거든요. "불한당"이 국내 범죄, 느와르 영화에서 특기할 만한 성취를 이룬 작품이라서 일까요?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별로 그랬을 것 같지도 않네요.

특집 외 기사들 중에서는 미스테리 속 음식에 대해 파헤치는 정은지 작가의 컬럼과 3편의 논픽션 정도만이 그나마 괜찮은 편입니다. 정은지의 컬럼에는 국내에는 소개된 적이 없는 형사 몬탈바노 시리즈를 소개하며, 작 중 등장하는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들의 소개가 곁들여지고 있는데 재미도 있고 신선했습니다. 제가 준비 중인 '장르 문학 속 음식 이야기'라는 컬럼과 비교되어 자극도 되었고요.
3편의 논픽션은 법의학자가 분석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미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살인 매뉴얼, 한강변에서 발견된 시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중 마지막 이야기가 가장 강렬합니다. 범인을 조작하려는 경찰의 노력에, 무고한 용의자가 겨우 혐의를 벗는 과정, 그리고 결국 미제 사건으로 범인은 커녕 피해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라는 결말까지 모두 충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3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역시 이전 호들과는 다르게 수준 이하의 작품이 더 많네요. 우선 로스 맥도널드의 "사라진 여인"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루 아처 시리즈라는 점을 제외하면 특기할 만한 점이 전무한 소품입니다. 루 아처가 묶은 모텔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루 아처가 진상을 파헤친다는 내용인데 루 아처가 하나씩 손에 넣은 단서를 되짚어가면 진상이 드러나는 전개라 추리의 여지도 없고 이야기도 원사이드하게 흘러갑니다. 선택지가 하나 뿐인 미션을 수행하는 느낌이랄까요? 딱히 반전이 있는 진상도 아니고요. 이 정도면 평범 이하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국내작가 차무진의 "비형도"는 전개는 흥미로우나 좋은 작품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런 단서나 복선도 없이 귀신들 사이에 어울린다는 결말이 영 납득이 되지 않거든요. 물론 조상병이 살의를 품은 순간, 그 장소에 있던 귀신들 속으로 들어가 귀신들의 역할극이 벌어진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되기는 합니다만... 개연성도 없는 역할극이 전체 분량의 90%에 달하는 작품을 좋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죠. 생각한대로 현실이 바뀌는 "열린 우주"라는 핵심 설정 및 이를 통해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은 아주 재미있었는데 아쉽네요. 하기사 좋았던 부분들도 여러모로 애매하긴 합니다. 사건의 시작은 학예사의 뿔테 안경이 아니라 "껌"이었어야 할 것 같고, 학예사가 목을 메다는 장면은 이게 뭔가 싶으니까요. 여튼, 이 역시 별점은 1.5점입니다.

그래도 피터 러브시의 "오이스터 브라운이 저지른 범죄"는 아주 괜찮습니다. 펄, 오이스터 자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 트리거의 의심을 독자에게 공유하게 만드는 전개는 정말로 일품이에요. 분명 언니가 사라졌는데 애써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오이스터의 행동의 이유는?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퇴비화 속도가 빨라지는 발효 촉진제를 산 이유는? 집에 아무도 들이지 않는 이유는? 이런 질문들은 가장 설득력 있는 추리, 즉 "펄은 죽었고 오이스터가 그녀를 자체적으로 처리하려 한다"로 이어지니까요.
하지만 진상은 정말로 터무니없었고 황당하다는 점에서 독자의 뒷통수를 칩니다. 거장다운 장난스러운, 그렇지만 또 서늘한 결말도 매력적이에요. 트리거가 어디로 갔는지 정말 아무도 몰랐을지, 그리고 트리거의 차가 집 앞에 있으므로 완벽한 인멸은 불가능 했으리라는 점에서 조금 감점하여 별점은 3.5점입니다만, 거장의 실력만큼은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렇듯 다양한 기사, 읽을 거리로 가득차 있는데 특집과 정말로 몇 안되는 기사, 한 편의 단편만이 기대에 값하기에 전체 별점은 2.5점입니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다면 2점 이상 주기는 힘들었을거에요. 식민지 경성, 그리고 그 공간을 무대로 한 장르 문학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읽어보셔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딱히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2018/01/27

궁극의 문구 - 다카바타케 마사유키 / 김보화 : 별점 3점

궁극의 문구 - 6점
다카바타케 마사유키 지음, 김보화 옮김/벤치워머스

최근 문구 관련 책을 꽤 자주 읽는군요. 이 책은 공대 출신 디자이너로 1999년 "TV 챔피언"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식 '문구왕' 에 등극한 이후, 문구왕으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저자의 문구 리뷰집입니다. 저자의 화려한 프로필은 블로그를 참고하세요.

책은 130여 페이지 정도의 얇은 분량으로, 문구왕이 직접 써 보았던 정말로 괜찮은 문구 68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해당 문구의 장점과 가격 등 상세 정보가 소개되어 정보로서의 가치는 아주 높고요(이후 8종의 추가 문구까지 더하면 76종!). 직접 그린 일러스트도 꼼꼼해서 볼 만 합니다.
짤막한 리뷰지만 곳곳에서 문구왕 다운 디테일도 돋보입니다. 톰보우의 유성 다색 볼펜 리포터 4 소개에서 '4색 노크의 모양이 모두 다르다'는 아이디어를 콕 짚어 이야기하는 식으로요. 이렇게 색별로 다른 형태를 유니버셜 디자인으로 구현하는건 앞으로 정말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몇몇 칼럼들, 그리고 문구왕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부분도 많이 공감되었고요.

당연히 몇몇 제품은 리뷰 만으로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인데,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제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 펜텔 멀티 8. 8종의 심을 가진 색연필 샤프펜슬 : 3,800엔(국내 판매가 약 34,000원)이라는 가격은 좀 비싸지만 딸아이 필통에 넣어주고 싶네요. 
  • 펜텔 사인펜 : 이전에 써 본 적 있습니다. 별 감흥없이 사용했었는데 문구왕 왈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여 지금까지 왕좌를 지키고 있는, 이 바닥의 컵누들, 포카리스웨트, 오로나민C라고 하는군요. 1963년에 발표된 세계 최초의 휴대용 수성펜으로, 지금까지 디자인을 유지하고 발매되는 원조라는데, 이런 역사적 의미만으로도 다시 구입하고 싶어집니다.
  • PIROT 캡리스블랙 : 펜촉이 클립 쪽에 달려 주머니에 꽂고 다녀도 잉크가 흐르지 않는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2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 단종되었다는 현실의 벽은 높지만 실물을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외에 몰스킨 노트, TOMBOW MONO 지우개, A-Type 커터칼, D형 디자인 나이프, 3M 스프레이 풀 시리즈, 3M 테이프들, 국내에서는 '날크립'으로 알려진 OHTO 슈퍼 그립 등 친숙한 문구 소개도 아주 반가왔습니다.

그러나 몇몇 리뷰는 지나칠 정도로 '오덕' 스럽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크게 "쓰다", "지우다", "자르다", "붙이다", "엮다", "재다", "정리하다", "그 외" 로 분류되어 있는데, 이 중 "쓰다"와 "지우다" 외 다른 분류 속 제품 들은 일반 가정에서 일반인이 쓰기에는 좀 과하다 싶은 제품들이 제법 되는 탓입니다. 테이프 커터, 게이지 펀치, 날짜 스탬프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제품이 제법 많은 점도 아쉬웠어요. 설명만 읽어도 몇몇 제품은 소장 의욕이 불타오르는데 구할 방법이 없네요. 문구왕의 쇼핑몰에서 국내 배송도 지원해 주면 좋겠지만 힘들겠지요.

하지만 단점 보다는 재미, 가치가 워낙 뛰어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문구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이렇게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쓴 리뷰집은 대체로 한 번 읽어볼 만 한 것 같습니다. 전문가의 노하우를 저렴하게 훔쳐(?)올 수 있으니까요.
물론 원하는 정보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또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 SNS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어떤 정보가 진짜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보 과잉이 되어버린지 오래이기에, 지금은 이렇게 진짜배기 전문가가 공인한 정보의 가치가 더욱 높아 보입니다.

2020/08/23

백사당 - 미쓰다 신조 / 김은모 : 별점 3점

백사당 - 6점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 겸 편집자 미쓰다 신조는 다쓰미 미노부라는 남자의 괴이한 체험을 들은 뒤, 그가 쓴 원고를 건네받았다. 그런데 그 원고를 읽은 미쓰다 신조와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 둘 씩 괴이한 현상이 일어났고, 결국 젊은 여성 편집자 다마가와는 행방불명되고 말았다. 미쓰다 신조는 이 현상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서는 다쓰미 미노부를 만나야 되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교토에 있는 그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집에서도 괴이한 현상을 경험하고, 실종된 다마가와는 돌아온 뒤 눈 앞에서 자살하는 등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는데....

직전 "사관장"에 이어 읽은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 3부작 마지막 작품입니다. 읽고 나니 "사관장"을 읽고 든, 미완성같다는 느낌이 맞았더라고요. "사관장"은 이야기의 도입부이자 전편이고, 이 "백사당"으로 이야기가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하나의 긴 장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백사당"을 통해 "사관장" 속 중요한 수수께끼들의 진상이 밝혀지거든요. 일본에서는 '작가 시리즈 3부작 전편 (사관장)'과 '작가 시리즈 3부작 후편 (백사당)'으로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그렇게 소개했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둘 중 하나만 읽게 되는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만해도 깜빡 그럴 뻔 했습니다.

하여튼, 작품은 미쓰다 신조가 겪은 괴기 체험에 기반을 둔 '작가 시리즈'답게 공포의 마물 '마모우돈'이 실제한다는걸 전제로 하고 있긴 한데, 놀라운건 이야기 속 일어났던 괴이한 현상이 모두 합리적인 추리로 설명된다는 점입니다. 작 중 친구 소후에 고스케의 말에 따라서 - "초자연 현상은 해석할 방법이 없으니,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는건 확실하게 일어났다고 인정되는 현상만 상대하는" - 요. 덕분에 그야말로 '호러 미스터리'라는 장르 정의에 딱 들어맞습니다. 

이 지론에 의하면, 결국 "사관장"에서의 수수께끼는 백사당에서의 아버지 실종과 새어머니 실종, 두 개의 사건만 확실히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래서 두 사건에 대해서만 합리적인 해석이 될 수 있도록 파고듭니다.

첫 번째 수수께끼인 할머니 탕관 의식 도중 실종된 아버지 사건에 대한 탐정역인 아스카 신이치로의 추리는, 아버지는 새어머니 도미 씨에게 살해당했고 그 시체는 관 속에 숨겨져 있었다는 겁니다. 도미 씨가 백사당에 들어올 수 있었던건, 자물쇠가 잠겨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고요.
우선 도미 씨는 탕관을 도와주겠다며 백사당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살해한 뒤, 탕관 후 이물질을 배출하기 위한 탕관구를 통해 죽은 할머니의 시신을 분해해 버리고 관 속에 대신 아버지의 시신을 넣었습니다. 그 뒤 백사당 입구 옆 공간에 숨어있다가, 다미 할멈이 백사당 안으로 들어올 때 몰래 탈출했다는 추리입니다.
백사당이 밀실이기는 하지만, 탕관을 하기 위해 설치된 탕관구라는 특이한 구멍의 존재와 요철 모양으로 입구 옆에 공간이 있는 구조라는 점을 잘 활용한 멋진 트릭이었어요.

마물에 의한 기억상실 정도로 치부되었던 도도야마 산에서의 체험도 알고보니 추리적으로도 잘 짜여져있으며, 정교한 극적 반전이 등장해서 무척 인상적입니다.
단서는 이전에 등장했던, 도도야마 산을 올랐던 사람들 이야기들입니다. 혼자서 산을 찾았던 사람들은 모두 무사했는데, 두 명이 방문하면 둘 다 무사하거나, 한 명만 무사하거나, 둘 다 죽었으며 세 명 이상이 올라가면 대부분 죽었다는게 그동안 있었던 일입니다. 이를 통해 두 명 이상이면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게 아닐까라는 추리가 이어집니다.
"사관장"에서는 아이들끼리 도도야마 산을 올라가기로 결심했었는데, 할머니 장례로 흐지부지되는 듯한 묘사가 나왔었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아이들 모두 도도야마 산에 올라갔던 겁니다! 그 중 한 명이 경찰 서장의 아들인 전학생 미쓰다 신조였고, 미쓰다 신조는 도도야마 산 정상 신당에서 다쓰미 미노부를 만났는데 둘이 정신적으로 뒤바뀌어 버리고 만 것이에요. 무언가 습격한게 아니라 둘이 급작스럽게 만난걸 계기로 정신이 바뀐 채 기억을 잃은 겁니다.
그래서 성인이 된 미쓰다 신조와 다쓰미 미노부가 엮이게 되었으며, 미쓰다 신조가 무언가에 쫓기는 현상이 일어났고, 결국 미쓰다 신조가 다우군 다우초를 제 발로 찾아 햐쿠미가 은거방 격자 안에 갇히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이 진상의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관장"에서 친구가 된 전학생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등 이를 서술 트릭처럼 활용한 전개도 돋보입니다. 아, 정말 생각도 못했네요. 늙어 보이는 다쓰미 미노부가 사실은 미쓰다 신조들과 동년배라는 것 역시 서술 트릭의 일종으로 마지막 진상이자 반전의 순간 충격을 극대화하는데 일조합니다. 다쓰미는 마모우돈에게 정기를 빼앗긴 탓에 폭삭 늙어버렸다는 설정인데, 이 설정은 작품 속 또 다른 중요한 단서로 등장하는 6년전 아이들 실종 사건과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마모우돈이 정기를 빼앗으며 나라에서부터 다쓰미가 사는 교토까지 이동하면서 벌어진 일이거든요. 마모우돈은 아이들의 정기 덕분에 아름다운 여자로 탈바꿈 하게 되었고요.

전편에서 설명이 부족했거나 설명되지 않은 부분을 보완해 주는 내용도 많습니다. 다쓰미 미노부가 겪었던 할머니의 학대는, 말 그대로 '첩의 아이'에게 명문가 대가 이어진다는 것에 대한 분노라고 이전 리뷰에서 설명드렸었는데, 이 작품에서의 보충 설명에 따르면, 햐쿠미가 당주들은 모두 여성 편력이 심하고, 여성들에게 원한을 많이 샀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대로 햐쿠미가 당주들에게는 여성들의 저주가 씌워졌다는군요. '나'인 다쓰미 미노부(햐쿠미가에서 다쓰미가의 양자로 보내져 성이 바뀜)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었던거지요.
아울러 스나가와가 살았던 집 폐허에서 만난 무언가는 스나가와의 할아버지의 원령인건 당연한데, '왜 원령이 나타나서 햐쿠미가를 원망하는지'는 전편에서는 설명되지 않았죠. 이 작품에서 원령의 존재는 앞서 설명드린 도도야마 산 체험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집니다. 아이들끼리 도도야마 산을 올라갔다가 이상해졌는데, 마침 스나가와는 함께 올라가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스나가와가 아이들이 산에 올라가도록 만들었다는 소문이 퍼졌고, 결국 마을 사람들이 스나가와를 죽였지요. 그 뒤 스나가와의 부모는 자살하고 할아버지도 굶어죽은 시체로 발견되어 원한이 남게 된 것이고요. 스나가와가 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올라가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원한이 사무칠만한 비참한 죽음인건 분명합니다.

이외에 이 작품 속에서만 등장하는 괴이 현상에 대한 묘사들도 좋습니다. 다쓰미의 "사관장" 원고를 읽은 미쓰다 신조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현상들인데, 특히 여성 편집자 다마가와가 자살하는 순간 입에서 쏟아낸 방언, 기묘하게 남긴 메시지는 섬찟할 뿐 아니라 미쓰다 신조와 다쓰미 미노부가 동일 인물이라는걸 드러난다는 복선으로도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쓰다 신조가 마모우돈을 만난 순간 두 페이지에 걸쳐 이어지는 '스륵 스륵 스륵...' 의 표현도 섬찟하며, "사관장" 초반 할머니가 강제로 곰팡이 슨 만주를 먹이는 장면과 겹치는 스나가와 할아버지 원령의 전병 대접과 원한의 토로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눅눅한가...')

그런데 정작 추리와 진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정통 추리물로 보기는 힘듭니다. 다쓰미 미노부와 미쓰다 신조가 할머니 묘를 파서 관을 확인해 본 결과, 관 속의 뼈는 그냥 할머니 뼈였습니다. 즉, 도미 씨의 살의를 눈치챈 아버지 나오호 씨가 입구 옆 공간에 숨어있다가 다미 할멈이 들어오는 틈을 타 도망갔다는게 진상이라 좀 허무했어요. 다미 할멈이 다쓰미 미노부를 위해 꾸민 일로 당주 나오호씨가 도망치는 큰 소동이 일어나면, 체면을 중시하는 도미 씨가 아들을 본가에서 내칠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평소 다쓰미 미노부를 아꼈던 다미 할멈이라면 충분히 할 만한 일이라 합리적이기는 한데, 추리적으로 재미는 없습니다.
또 이 진상이 사실이라면, 도미 씨와 하룻밤 밤 백사당에 갇혀 있었을 때 무사했던게 설명 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고요. 

그리고 두 번째 수수께끼에 대한 추리는 명백히 문제가 있습니다. 아스카 신이치로는 도미 씨 장례식에서 탕관을 하던 다쓰미를 습격한건 단순한 환청과 환각이었으며, 다음날 아침 백사당을 찾은 다미 할멈은 쓰러진 다쓰미를 보고 충격을 받아 죽었다고 추리합니다. 이를 발견한 두 명 숙부와 고모는 도미 씨 시체를 탕관구를 통해 없애고 다미 할멈의 시체를 도미 씨 관에다 넣었다는 거지요. 그러나 '나'가 멀쩡한만큼, 다미 할멈은 고령으로 인해 백사당에서 자연사한걸로 이야기하면 되는데, 이렇게까지 무리한 트릭을 감수해가며 고모와 숙부들이 다미 할멈의 죽음을 숨길 이유는 없습니다. 앞서 첫 번째 수수께끼의 진상이 단순 도망이라면, 이러한 트릭을 고모와 숙부들이 급조해서 떠올릴 이유도 없고요.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우선은 미쓰다 신조 및 친구들의 말로가 조금 불분명하다는겁니다. 단순 실종으로 퉁치고 끝내는건, 이야기가 제대로 끝나지 않은 느낌입니다.
햐쿠미가가 백마리 뱀에서 가려 뽑은 뱀신을 모신다던가, 그 외 이런저런 스쳐지나가는 괴담들같이 뭔가 있어보였지만 아무것도 아니었던 묘사도 많습니다. 아버지 나오호 씨가 마지막 순간, 미쓰다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갑자기 등장해서 살짝 폼을 잡다가 바로 정기를 빨려 리타이어 해 버리는 장면도 단지 나오호 씨의 말로에 대해 알려주는 것 외의 역할은 없는 불필요한 이야기였고요.
마모우돈이 다쓰미 미노부의 몸을 한 미쓰다 신조와는 잘 지내면서, 미쓰다 신조의 몸을 한 다쓰미 미노부는 햐쿠미가에 감금한 이유도 모르겠네요. 전의 사건들을 보면 미쓰다 신조를 납치하는건 일도 아닌데, 왜 이리 복잡한 단계를 거치는지도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추리를 펼쳐보이는 탐정 역인 미쓰다 신조의 친구 아스카 신이치로의 캐릭터는 특별한 매력이 없어서 재미가 없었습니다. 모든 탐정들이 괴상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평범해서 작품에 많이 묻혀요. 탐정은 아니지만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친구 소후에 고스케도 등장하기 때문에 비중과 존재감도 흐릿한 편이고요. 이럴 바에야 차라리 도조 겐야 시리즈로 만드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전작과 합쳐 1000페이지를 훌쩍 넘는 어마무시한 분량도 부담스러웠고요.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입니다.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백사당에 관련된 거의 모든 수수께끼는 완벽하게 풀린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더운 여름 밤을 보내기 위해서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2018/11/15

쥐덫 - 애거서 크리스티 / 김남주 : 별점 2.5점

쥐덫 - 6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황금가지

황금가지의 정식 한국어 판으로 다시 읽은 크리스티 여사님의 대표 단편집입니다. 이전에, 무려 14년 전에 해문 출판사 버젼으로 읽고 리뷰를 남겼었죠. 다시 읽은 김에 짤막하게 리뷰 남깁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단점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무려 9편이나 되는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보니 완성도가 낮은 작품도 존재한다는 단점이지요. 예전에는 다 좋아 보였는데, 14년 동안 너무 많은 작품을 읽어온 탓이겠지요. 예를 들어 "관리인 사건"은 정보 제공이 공정하지 못해서 좋은 단편이라고 하기는 힘듭니다. "조니 웨이벌리 사건"의 경우는 증거가 너무 빈약하고요. "사랑의 탐정"은 범인들의 위증에만 기대고 있는 최악의 작품입니다.
여사님 리뷰의 바이블인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 에서의 별점도 2점에 불과하며, 이유는 메인인 "쥐덫"의 트릭은 재탕한 것이고 추리 소설로 알맹이가 너무 없으며, 다른 단편들은 추리 퀴즈 수준이기 때문이라는데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갑니다.

그래도 마냥 폄하하기만은 힘듭니다. "쥐덫"은 아무리 트릭을 재탕했다 하더라도 폐쇄된 공간, 제한된 등장인물들끼리 빚어내는 긴장감은 일품입니다. 어차피 트릭도 대단하지 않은, 평범한 인물 바꿔치기에 불과해 재탕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줄자 살인 사건"은 트릭에 기댄 추리 퀴즈 같은 작품이지만 짤막한 분량 안에 사건의 동기까지 집어넣은 솜씨는 눈여겨 볼 만 합니다. 피해자 스펜로 부인이 처음에 꽃집을 시작해서 부자가 되었다는 한 페이지도 안되는 과거사를 살짝 언급한 후, 스펜로 부인이 하녀일을 할 때 사라진 에메랄드를 연결하는 식이거든요. 하녀 외에 여주인의 몸종이 있었을 것이다라는 당대의 상식이 잘 공유되지 못한 건 안타깝지만요.
그 외에도 "완벽한 하녀 사건"과 "검은 딸기로 만든 '스물네 마리 검은 새'"는 이런 트릭을 사용한 작품의 교과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최소한 "퀸 수사국" 같은 정말이지 추리 퀴즈에 불과한 이야기하고는 차원이 다릅니다. 푸아로, 미스 마플에 할리 퀸까지 등장하는 종합 선물세트라는 점도 돋보이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추리 소설의 팬이자 크리스티 여사님 팬이라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분이시라면 이미 읽어 보셨겠지만요.

2015/05/12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5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6점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고서 전문 헌책방 비블리아를 무대로 펼쳐지는 연작 옴니버스 추리 단편집 두 번째 권입니다. 이번에는 세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 중 두 편은 중학생 소녀의 독후감, 헌책 출장 감정과 같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소재를 그리는 전형적인 일상계입니다. 시오리코씨 어머니와 수백만엔에 이르는 책 도난 사건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의 과거편은 단순 일상계로 보기는 어렵지만, 현재편은 책을 팔려고 내 놓은 뒤 사라진 손님을 찾아 나선다는 점에서 일상계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완벽한 일상계 추리물인 셈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일상계 추리물을 좋아하고, 독서와 헌책방 역시 좋아하기 때문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전 리뷰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시오리코씨 어머니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게 좋았을겁니다. 최종보스 느낌인데 작품과는 영 어울리지 않았거든요. 책을 좋아하는 미녀 시오리코씨, 그녀를 흠모하는 근육 알바 고우라 다이스케의 순진무구한 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그들 주변, 동네의 소소한 책 관련 사건으로도 충분했을텐데 말이지요.

다른 시리즈에 비하면 추리적으로 건질게 별로 없다는 단점도 큽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시오리코씨가 당사자 중 한 명이라서 추리라고 부르기 애매하고, 두 번째 이야기는 시오리코씨가 책을 확인하지 못했던 실수가 더 크게 다가오는 탓입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추리적으로는 가장 괜찮지만, 앞서 이야기한대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소재와 설정이었고요.

덧붙여, 시리즈 다른 편들과는 다르게 등장하는 책들 중 딱히 읽고 싶은 마음이 든 책이 없다는 점, 그리고 책의 완성도는 좋지만 각 단락별로 추가된 일러스트는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책과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 점도 실망한 부분입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재미만 놓고 보면 나쁘지는 않지만 아주 좋지도 않은, 뭐 그런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 중 한권으로는 충분히 읽을만 합니다.

각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앤서니 버지스 "시계태엽 오렌지"

1권에서도 등장했었던 고스가 나오가 자신의 똑똑한 여동생 유이가 쓴 "시계태엽 오렌지" 독후감으로 생긴 문제를 고우라에게 의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독후감으로 생긴 문제라니! 책 관련 추리 소설 중 이 정도까지 사건성을 낮춘 일상계가 있었을까요? 여튼, 소재는 정말이지 참신했습니다. "시계태엽 오렌지" 영화로 잘 알려진 내용은 '불완전판'이며, 원래는 알렉스가 개과천선하여 과거의 삶과 결별하고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는 결말이 '완전판'으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고요. 무엇보다도 이 사실이 내용과 잘 어우러지는 전개가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그러나 독후감은 상당히 잘 쓴 내용으로 큰 문제는 없어보이는데 외려 주위의 설레발이 너무 심한게 아닌가 싶더군요. 원칙적으로는 중학생이 "시계태엽 오렌지"를 읽은 것 부터가 문제가 아닌가 싶은데 왜 그런건 지적하지 않는지 잘 모르겠고요.

또 사건의 진상을 밝혀나가는 과정은 치밀해서 괜찮기는 하지만, 결국 원본은 시오리코씨가 썼다는 일종의 반전 때문에 추리적으로는 뭐라 이야기할 거리가 없습니다. 결말을 알고 나서 단서를 짜맞추는 방식과 다를게 없으니까요.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일상계의 왕도를 걷는 점에서는 별점 4점도 충분하지만 추리적 요소가 약해 약간 감점합니다.

후쿠다 데이치 "명언수필 샐러리맨"

고우라 다이스케가 대학교 1학년때까지 사귀었던 옛 동창 아키호로부터, 그녀의 돌아가신 부친의 수집 도서 정리를 의뢰받은 뒤의 이야기.

고우라의 과거사, 그리고 현재 그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푸근한 이야기로, 첫 시작에서 비블리아 고서당으로 팩스와 전화가 온 사실과 아키호가 출장 감정을 의뢰한 이유가 연결되는 치밀한 구성도 괜찮습니다.
알 수 없는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주제와 그것을 드러내는 묘사들, 그리고 후쿠다 데이치가 유명작가 시바 료타로의 본명이며, "명언수필 샐러리맨"은 성공 전에 발표한 책이라는 잡학 지식도 좋았고요.

그러나 내용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아무리 엿듣는 사람이 많았고, 부녀가 만날 때마다 싸우는 등 복잡한 가정 사정이 있었다지만, 귀중한 책을 몰래 물려주려 했다는 설정이 전혀 와닿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물려줘봤자 받는 사람이 그 가치를 영원히 알 수 없다면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이 에피소드가 사건으로 성립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출장 감정을 나선 시오리코가 귀중한 책을 놓쳤다는 것인데, 이건 큰 문제입니다. 아팠다는 설정은 있지만 그래도 그간 보여주었던 책에 관련해서는 너무나 완벽했던 캐릭터성이 무너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감기로 인해 시오리코씨는 출장 감정을 나서지 않고 고우라에게 원격으로 지시했기 때문에 책을 놓쳤다... 라는 식으로 전개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아시즈카 후지오 "utopia"

시오리코씨의 어머니 이야기가 첫 등장하는 에피소드.

일단은 시오리코씨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설명하기 위한 목적에는 충분히 부합하는 이야기입니다. 수상한 손님이 판매를 의뢰한 책만 가지고 주소를 짐작하여 찾아오는 부분에서는 그녀의 뛰어난 추리력을 알려주며, 이후 깨우친 진상을 가지고 협박하여 손에 넣기 어려웠던 휘귀본을 입수한다는 부분에서는 사악함을 알려주기 때문이죠. 아울러 "선의의 제삼자"가 되기 위한 교묘한 장치, 즉 장물인 "최후의 세계대전"에 2,000엔이라는 가격표를 붙여 책을 판매, 구입한 것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이 없게끔 안배하는 '악마의 술책' 역시도 돋보였어요.
개인적으로는 만화가 후지코 후지오를 좋아해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허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시오리코 씨의 어머니가 이렇게 넘을 수 없는 산과 같은, 그야말로 최종보스로 등장해야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치고는 너무 거창하잖아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 훨씬 마음에 들기도 하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