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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3

에도 명탐정 사건기록부 - 오카모토 기도.노무라 고도.히사오 주란 / 김혜인.고경옥.부윤아 : 별점 2.5점

에도 명탐정 사건기록부 - 6점
오카모토 기도.노무라 고도.히사오 주란 지음, 김혜인.고경옥.부윤아 옮김/엔트리

20세기 초반, 주로 1930년대 발표된 에도물 단편 모음집. 노무라 고도의 제니가타 헤이지, 오카모토 기도의 한시치, 히사오 주란의 센바 아코주로 시리즈 단편이 각 세편씩 수록되어 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제니가타 헤이지 체포록>
  • 금빛 여인
  • 은비녀의 저주
  • 일곱 명의 신부

  • <한시치 체포록>
  • 간페이의 죽음
  • 봄눈 녹을 무렵
  • 고양이 소동

  • <아고주로 체포록>
  • 버림받은 구보
  • 유배선
  • 고양이 눈의 남자

읽기 전에는 오래된 작품이기도 하고 마치부교, 요리키, 도신, 오캇피키 등 잘 모르는 일본 고어가 난무하는 등 우리와는 거리가 먼 일본의 에도 시대가 배경이이기에 큰 재미를 느끼기 힘들 것이라 예상했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흥미로운 사건들이 등장하고, 이를 주인공들이 활약해서 해결하는 추리물이자 모험물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들이니 재미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겠죠.
또 개성강한 주인공들도 인상적입니다. 각 작품별로 명확하게 특징이 구분되기도 하는데, 제니가타 헤이지는 주로 발로 뛰는 행동형 액션 히어로에 가까우며 한시치는 조용하지만 강한, 우직한 노송같은 이미지고 아고주로는 난봉꾼에 되는대로 사는 호걸 캐릭터거든요. 이러한 재미와 캐릭터를 놓고 보면 당대의 인기는 물론 지금까지 명맥이 유지되는게 당연하다 싶더군요.

그래서 전체 별점은 2.5점. 조금 낡긴 했고 우리 정서에 잘 안 맞을 수도 있지만 독특한 추리물, 모험물로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있는 작품들이었어요. 에도물을 좋아하신다면 놓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조금 성향은 다르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물도 그렇고, 예전에 읽었던 마노스케 이야기도 그렇고, 에도물은 항상 기본은 해 주는 것 같네요.

각 시리즈별로 조금 자세하게 리뷰한다면,
우선 제니가타 헤이지 시리즈는 루팡 3세의 숙적 이름으로 잘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읽어본 것은 처음이네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액션 히어로에 가까운 열혈 청년이라 추리적으로 특기할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쇼군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어약원 본초가의 음모에 이상한 종교 의식이 얽힌다던가, 미녀들이 연이어 눈에 은비녀가 꽂힌 시체로 발견된다던가, 혼례를 치루던 신부 일곱명이 납치되는 이야기들이라 모험물적인 성격과 스케일은 가장 커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등장인물, 특히 제니가타의 정인 오시이가 엄청난 미녀로 묘사되고 제니가타의 동전 던지기가 대단한 비술로 그려지는 등의 볼거리 역시 화려하고요.
추리적으로는 별거 없더라도 <은비녀의 저주>에서 처음 죽은 게이샤가 만자부로의 하오리에서 떨어진 히모를 쥐고 있었기 때문에 만자부로가 범인이라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장면 등 괜찮은 부분도 제법 있는 편입니다. 평균 별점은 2.5점 정도.

<한시치 체포록>은 단편집을 읽어본 적은 있습니다. 다행히 수록 작품이 겹치지 않는군요.
유명세에 걸맞게 완성도는 세가지 시리즈 중에서 가장 높습니다. 추리적으로도 볼만할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로 인해 범죄가 발생하는 드라마가 잘 짜여져 있거든요.
이 중 개인적으로는 <봄눈 녹을 무렵>이 마음에 들더군요.  맹인 안마사 도쿠주가 안마를 거부한 이유가 결말 부분에서 설명되는 것아 아주 괜찮았기 때문이에요. 에도물에 딱 맞는 설정인데 정말이지 생각도 못했네요. 이 작품만큼은 별점 3점은 충분하죠. 하지만 다른 작품들 두편은 평범합니다. 때문에 전체 평균 별점은 역시나 2.5점.

마지막 아코주로 시리즈는 처음 알게된 작품인데, 일단 <우주해적 코브라>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주인공이 호걸이자 해결사이며 약간 안티 히어로로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모든 이야기에서 일종의 트릭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가장 추리물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고요. 이래저래 이색적이네요.
첫번째 작품인 <버림받은 구보>는 시리즈의 도입부 성격이 강해서 눈여겨 볼 부분이 많지는 않지만 귀중한 상자 메야스바코를 훔쳐내기 위한 담대한 심리 트릭이 돋보입니다. 백주대낮에 당당하게 상자를 훔치고 도둑을 쫓는 모습을 가장하여 도주한다는 것인데 시대와 딱 들어맞는 괜찮은 트릭이었습니다.
<유배선>은 "마리 셀레스트호" 사건에서 따온 듯한 에도시대 유배선의 승무원들 실종사건을 그린 작품입니다. 정말 발상의 전환이 대단한, 기발한 작품이에요. 정말이지 이 사건이 에도물로 변주가 가능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뿐더러, "방금 전 까지 밥을 짓고 있었던" 상황을 트릭으로 이용한 점이 아주 기가 막히거든요. 이 트릭이 신겐에게서 따온 것이라는 마지막 대사에서는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희대의 미스터리를 잘 짜여진 에도물로 리메이크한 솜씨도 발군이지만 실제 일본 역사 속 이야기를 트릭으로 잘 활용한 솜씨도 인상적이라 이 작품집에서 베스트로 꼽고 싶습니다. 덧붙이자면 아고주로의 활약도 대단합니다. 상가집에서 진상을 깨우치고, 편지를 어디서 받았는지에 대한 증언 하나만으로 실종자가 어디에 있는지 추리해 내는 방식은 셜록 홈즈의 방식과 똑같더군요.
<고양이 눈의 남자>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벌어진 일가족 참살 사건을 그린 작품으로 오징어를 이용한 트릭은 나쁘지는 않지만, 범인과 동기도 뻔하고 비약이 심해서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좀 처지는 범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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