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 사이바라 리에코 지음, 김문광 옮김/에이케이(AK) |
전에 <만화가 상경기>를 읽고 리뷰를 남겼었던, 괴짜로 유명한 작가의 대표작.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이 적합한 세 남매를 중심으로 남매와 여러 주변인물들 - 조폭, 약물중독자, 정신병자, 변태, 창녀들....- 의 이야기가 짤막하게 이어지며 전개되는 작품입니다.
이야기 한편 한편은 <사채꾼 우시지마> 에피소드로 옮겨도 될 만큼 끔찍한데, 이러한 잔인하고 괴로운 밑바닥 인생들의 현실을 동화같은, 흡사 <보노보노>가 연상되는 그림체와 기이한 개그 감각으로 그려내었다는 갭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놀랍게도 이 만화는 개그만화거든요!
잔혹한 현실과 귀여운 그림체의 조합은 아사리 요시토오의 잔혹 동화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아사리 요시토오 작품들은 모두 판타지나 SF처럼 현실같지만 현실이 아닌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는 것에 반해 이 작품은 황당할 정도로 비참한 현실을 그리고 있어서 더욱 큰 갭이 느껴집니다. 가난과 폭행, 방치와 무관심이 일상화된 세계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이야기니까요. 마냥 웃고 즐길 수도 없달까요.
그래도 주인공들이 어떤 식으로든 조금씩 성장한다는 점에서는 약간 다행이긴 합니다 누나의 짐이 되지 않으려는 잇타, 폭력의 세계에서 벗어나 어부가 되는 고이치, 빚을 다 갚는데 성공한 누나 등 어떤 식으로든 밑바닥 인생에서 발판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이니까요. 결국 가족이 해체되는 결말이기에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모두 성장한 만큼 미래에는 조금이나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볼 수 있겠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호불호가 갈릴게 뻔하지만 저에게는 진한 여운을 남기는 만화였습니다. 정말 행복이란게 별게 아니구나 싶게 만들기도 하고요. <자학의 시>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추천드립니다. 물론 이 작품은 <자학의 시>의 긍정적 결말과는 다르게 현실은 여전히 시궁창이라는 차이는 존재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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