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자이 미즈마루 - 안자이 미즈마루 지음, 권남희 옮김/씨네21북스 |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한 책들로 잘 알려진 안자이 미즈마루의 작품집.
안자이 미즈마루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대표작은 물론, 만화와 캘리그래피(?), 그림책, 에세이까지 그가 작업했던 다양한 결과물들을 총 망라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체를 좋아해서 구입하였는데 책의 퀄리티는 기대에 충분히 값합니다. 특유의 자유분방하면서 대충 그린듯한 일러스트가 한가득 실려있기 때문이죠. 부제 그대로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 인데 아.. 저는 이렇게 간단한 그림들이 너무 좋아요. 어떻게 보아도 마음에 드는 그림들이라 그냥 조용히 보기만 해도 뿌둣하더군요. 단순히 년도별 대표작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한 모든 작업들이라던가, 작가가 스스로 뽑은 베스트워크 30, 그가 그린 다양한 초상화들 등 주제별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도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인쇄의 질도 아주 훌륭한 편이고요. 책의 성격은 하나의 완성된 책보다는 도록에 가깝지만 그림만 보아도 좋다는 점에서는 아사오 하루밍의 <3시의 나>와 같은, 성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 외 짤막하게 실려있는 안자이 미즈마루의 글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없잖아 있습니다. 아니, 단점이라고 하기 보다는 안타까운 점들이죠. 첫번째는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그가 작업했던 대표작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당연하겠지만 표지와 아주아주 약간의 내용만 소개될 뿐입니다. 그래서 내용도 궁금하고 꼭 읽어보고 싶은데 국내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니 이거 참 안타깝네요. 그리고 조금 조사해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 안자이 미즈마루가 유명세를 얻게 된 작품이라고 소개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중국행 슬로보트>의 일러스트가 국내판에는 전혀 다른 그림으로 대체되어 있더군요. 이렇게 국내 소개된 책이더라도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을 접하기는 또 어렵구나 싶은 것도 역시나 안타까운 일이죠. 덧붙이자면 그나마 소개된 책들도 디자인, 장정이 영 딴판이라 원본의 맛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두번째는 한국어로 출판되면서 생긴 문제들입니다. 일본과의 제책방식의 차이 및 일본어를 모르는 독자를 위한 번역 내용이 그림 주변에 지저분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가독성 문제가 생긴 것, 그리고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같이 대충대충, 하지만 부드러운 손글씨를 활자로 내용을 읽어야 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점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안자이 미즈마루의 여러 에세이는 국내에 소개되기 힘들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더더욱 안타까와요!
아울러 책의 비중이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컴비 작업에 많이 쏠려 있는 점, 별 관심없는 대담과 인터뷰가 많이 수록되어 있는 점도 개인적으로는 조금 불만스러웠습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과 글이 더 많았으면 하니까요. 물론 이 책이 안자이 미즈마루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 추모의 성격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강하기에 주변인들의 회고가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을 것 같긴 합니다만...
허나 안타까움과 불만은 사소할 뿐, 별점은 4점입니다. 이런 류의 성인을 위한 그림책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책이에요. 가격은 제법 되지만 그만큼의 가치는 충분한 만큼 저와 같은 취향의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을 볼 수 있는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해 뜨는 나라의 공장>은 바로 사서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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