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거리 추정 -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엘릭시르 |
새학기의 시작, 동아리들이 벌이는 신입생들 가입 권유 행사 신칸제에서 신입생 오히나타가 고전부에 흥미를 보인다. 그녀는 고전부에 가입하려 하였으나 몇주가 지난 뒤, 급작스럽게 퇴부를 결심한다. 전교생 참여 필수인 마라톤 대회 '호시가야 배'에서 오레키 호타로는 20Km 장거리를 뛰면서, 그녀가 급작스럽게 퇴부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것을 처음부터 더듬어 나가는데...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 다섯번째. 이번 권은 그야말로 일상계의 극치입니다. 서두에 사토시가 이야기하듯 '신입 부원이 왔다. 마음이 바뀌었다. 탈퇴했다' 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이만큼이나 흥미로운 작품을 써냈다는 점에서 요네자와 호노부의 일상계 추리물 이야기 구성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네요. 또 이러한 간단한 사건 - 오히나타의 탈퇴와 그 이유 - 을 오레키 호타로가 마라톤을 하는 시간과 거리에 맞추어, 첫 만남이었던 신칸제 (신입생 가입 권유) 에서부터 그려나가는 전개도 독특합니다. 마라톤 도중이라는 점을 뺀다면 일반적인 소설 전개와 딱히 다르지는 않지만 덕분에 후쿠베, 이바라, 지탄다, 오히나타를 차례로 만나는 설정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괜찮은 발상이었어요.
추리적으로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소소한 사건들이 연속되는 전개가 발군으로, 이러한 사건이 연속되며 이야기의 핵심인 오히나타의 퇴부를 결심하게 만든 이유에 대한 단서가 하나둘씩 던져지는데 상당히 정교하게 잘 짜여져 있거든요. 밝혀지는 진상도 예상 외이지만 기발하고요. 등장하는 소소한 사건들 - 신칸제에서 제과연의 테이블 위에 호박이 놓여 있는 이유는?, 호타로 생일에 축하해주기 위해서 찾아온 고전부원들 중 이전에 호타로 집에 찾아왔던 것은 누구?, 오히나타 사촌오빠가 신규 오픈하는 카페의 이름은 무엇? 오히나타가 퇴부를 결심한 날 지탄다가 한 잘못은 무엇? - 모두 하나의 단편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괜찮다는 것도 큰 장점이죠. 마지막에 오히나타의 친구가 "소노코"라는 이름일 수 있다는 것도 일본어 트릭이기는 하지만 괜찮은 발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교함이 외려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중간중간 사소한 단서들 대부분이 일상 생활 속 대화라,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오레키 호타로의 '순간 기억 능력'이 압도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몇 주 전에 일어났던 사건들 속 모든 대사를 머리속에 녹음하는 수준인데 이건 말도 안돼죠. 오히나타의 "친구"가 가공의 제 3자인지 아닌지에 대해 알아내는 것이 특히 그러한데, 이바라가 치즈를 싫어한다는 상황의 대사와 그 다음에 있었던 카페 방문 시 주문 메뉴를 연결한다는 것은 거의 초능력으로 보여요. 이러한 사소한 대화를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그동안 친근했던 오레키 호타로가 일종의 초인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약간 감점했어요. 하지만 책으로 읽는 독자에게는 공정한 정보이기는 하고, 이야기도 앞뒤가 잘 짜여진 재미있는 '추리 소설' 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일상계 추리물로서는 완벽한 수준이랄까요. 아직 읽지 않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그나저나, 이전 권 <멀리 돌아가는 히나> 이후 오레키 호타로와 지탄다 메루의 관계가 급 진전하지 않을까 기대되는 제목인데 실상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두 사람은 지탄다와 신입 부원인 오히나타를 의미하는데, 향후 전개도 궁금해집니다. 후쿠베와 이바라도 사귀기 시작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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