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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0

멀리 돌아가는 히나 - 요네자와 호노부 / 권영주 : 별점 2.5점

멀리 돌아가는 히나 - 6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엘릭시르

고전부 시리즈 네번째. 모두 일곱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 단편집입니다. 가을, 겨울을 거쳐 봄방학에 이르는 시기를 다루고 있죠.
각 이야기별 줄거리 및 짤막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해야 할 일은 간략하게>
가미야마 고등학교 7대 불가사의 중 첫번째라는 "비밀클럽의 권유 메모"를 찾는 내용으로 소박한 학교 관련 일상계 소품. 추리적으로도 대단치 않습니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시체를 숨기려면 전쟁터에"라는, 브라운 신부 단편 ("브라운 신부의 옛날 이야기")에서도 인용되었던 격언이 핵심입니다.
그래도 이야기 서두에 등장하는 음악실 괴담에서부터 제목과 일맥상통하는 호타로의 행동이 잘 연결되는 결말 부분의 반전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일상계도 이런 반전이 가능할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에요. 사토시도 의외로 정곡을 찔러서 만만한 남자가 아니라걸 알려주고요. 여기에 음악실 괴담까지 해결해주기 때문에 여러모로 풍성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사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추리지만 이런게 고등학교 무대에 적합한 트릭이겠죠. 여기가 뭐 부동고교도 아니고.
한마디로 말해서 일상계 왕도를 걷는 작품이에요. 시리즈 팬에게 여러가지 재미를 선사해 주기도 하고 말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대죄를 짓다>
수학선생님이 진도를 착각한 이유에 대한 아주 짤막한 이야기.
진상은 소문자 a와 d를 착각했다는 것으로 사소하고 별거 아닙니다. 그냥 화를 낸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지탄다의 생각을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하지만 그것도 뭐 대단한건 아니고... 과연 화를 내는 것도 에너지 낭비인건지 좀 궁금하네요.
별 내용이 없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정체 알고 보니>
고전부원들이 온천 여행을 떠나는데 숙소인 여관에서 지탄다와 마야카가 목매달아 죽은 시체의 유령을 본다는 이야기.
<고전부> 시리즈 추리의 핵심, 즉 "신경쓰이는" 지탄다를 납득시키기만 하면 된다는게 잘 드러납니다. 진상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추리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독자에게도 공정하게 전달되는 단서들을 조합하여 나름의 합리적으로 설명해주기는 합니다. 유카타를 말리기 위해 헤어드라이어를 쓰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뭐 그런 변수까지 다 등장시키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테니...
<고전부> 시리즈의 핵심을 꿴다는 측면에서 꼭 봐야 하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기억이 있는 자는>
"10월 31일, 역 앞 고분도에서 물건을 산 기억이 있는 자는 지금 즉시 교무실 시바자키한테 와라." 라는 교내 방송에 대한 호타로의 추론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누군가가 한 말에 대한 추리를 통해 의외로 숨겨져 있는 범죄에 대한 진상을 파헤친다는건 "9마일은 너무 멀다"를 떠오르게 합니다. <9>하지만 이 작품에서 진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호타로가 지탄다를 납득시켜 승부에 이기기 위한, 순수한 추론일 뿐이거든요.
몇 가지 증거, 즉 방과 후에 호출 방송을 한 것, 학생지도부가 아니라 교감이 불렀다는 것, 10월 31일이라고 날짜를 지칭한 것, 방송을 두 번 반복하지 않은 것 등만 가지고 추론을 이끌어내는 호타로의 솜씨는 인상적이지만 진상이 위조지폐와 관련된 범죄라는 것은 비약이 너무 심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새해 문 많이 열려라>
새해 참배에서 창고에 갇히게 된 호타로와 지탄다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이는 소동극. 너무 추운 날에 남녀 단 둘이서 신사 창고에 갇힌다는 만화스러운 전개를 가진 작품.
궁지에 몰리고 별다른 수단이 없는 둘이 가진 몇가지의 소품을 최대한 활용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펼쳐지는, 일종의 모험담이라고 봐도 되겠죠? 이전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오다 노부나가에게 팥을 담은 주머니 양 끝을 묶어 전달했다는" 고사를 효과적으로 써먹는 것도 좋았습니다. Side라는 부제로 구분하여 이바라와 사토시 시점, 호타로와 지탄다 시점을 번갈아 보여주는, "이니시에이션 러브"같은 전개도 독특했고요.
그러나 유실물이 무녀 아르바이트 중인 마야카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등 운에 의지한 작전이라는 것, 창고에 갇힌 시점에서 지탄다의 체면을 그렇게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었을지 잘 납득이 안된다는 것, 무엇보다도 <고전부> 시리즈의 매력인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은 약점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수제 초콜릿 사건>
이바라 마야카가 사토시에게 주려던 초콜릿이 고전부실에서 도난당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의 작품.
내용 자체는 정말 별게 없지만 고등학생의 순진하고 풋풋한 사랑이야기, 즉 집착하지 않는 것에 집착하면 더 편한 마음으로 지내던 사토시가 마야카에게 집착해야 하는 딜레마를 다룬 이야기라 생각하고 보면 괜찮은 작품.
하지만 주인공들의 심리묘사가 별로라 잘 와닿지는 않더군요. 뭔가 좀 더 말랑말랑하고 애틋하게 표현하는게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특이한 캐릭터를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이긴 했지만, 이런 류의 평범한 일상계 사랑이야기에는 적합한 캐릭터들은 아닌것 같아요. 일상계라면 보다 일상계다운 주인공이 나와 주는 것이 훨씬 좋았을 거에요.
또 에너지 절약 주의, 즉 하지 않아도 될 일은 하지 않는다라는 호타로만큼이나 특이한 사상을 가진 사토시같은 고등학생이 실존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도 않기도 했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추리와 내용, 캐릭터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요. 그나저나 책 뒤 해설을 보니 작가는 일종의 도서 추리 소설이라고 생각한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리봐도 도서 추리는 아닌데...

<멀리 돌아가는 히나>
표제작. 제목 그대로 히나 축제에서 히나 인형(으로 분장한 지탄다)이 다리에 생긴 문제로 멀리 돌아가게 된 경위를 밝혀내는 추리가 펼쳐지는 작품. 
그러나 이 추리는 곁가지일뿐이고 내용은 히나 인형 옆에서 우산을 받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호타로와, 그에게 자신의 감정을 밝히는 지탄다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 드러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전 편의 사토시의 심리묘사보다는 호타로 묘사가 괜찮아서 그런대로 괜찮게 읽혔습니다. 사토시는 3인칭이고 호타로는 1인칭인 덕분입니다. 훨씬 말랑말랑하고 귀엽고, 여튼 좋았어요.
아울러 히나 인형이 돌아가게 된 계기 역시 일상계다운 괜찮은 진상이였습니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럴듯했거든요. 공정한 정보제공도 돋보였고 말이죠. 별점은 3점. 묘사, 전개, 추리적인 부분 모두 괜찮았던 작품입니다.

결론적으로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 일상계 작품다운, 평범하게 재미있는 수준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일상계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번 챙겨볼만한 시리즈임에는 분명해요. 이 시리즈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호타로와 지탄다의 관계가 한발자욱 더 나아갈 수 있을지 너무 너무 궁금해집니다. 후속권이 빨리 나와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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