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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2

퍼펙트 게임 (2011) - 박희곤 : 별점 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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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개봉한 야구 영화. 최동원, 선동렬이라는 두 대투수의 잊을 수 없는 15이닝 연장 무승부 완투 승부를 소재로 만든 영화입니다. BTV 설치 기념으로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완전 실망스럽더군요. 도대체 뭘 생각하고 만든 것인지 알 수가 없거든요. 이 영화의 핵심은 두 대투수의 엄청난 투수전 한 경기죠. 때문에 당연히 두 투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어야 합니다. 즉
선동렬 - 지금이 아마츄어 시절부터 우상이었던 최동원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그 때인가?
최동원 - 고질적인 어깨부상, 이제 최고 투수는 선동렬인가? 아니면 아직 나인가?
이러한 고민이 보여지고, 이것들에 의해 괴로워하고 또 성장하는 모습이 나왔어야 해요. 여러가지 문제에 시달리다가 치열한 승부를 통해 한단계 높은 곳으로 도약한다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면 충분했을 것입니다. 야구 팬들도 이러한 내용이면 만족했을테고요.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핵심 이야기는 뒷전이고 온갖 주변 에피소드에 시간을 낭비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박만수 캐릭터와 관련 에피소드죠. 해태 타이거즈의 무명 백업 포수로 야구라는 꿈 하나만 가지고 최저 생활비에도 모자른 연봉을 받으며 버티는, <공포의 외인구단>의 뜨기 전 백두산같은 인물인데 저는 이 영화에 이러한 인물이 왜 나오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한국 영화의 고질병인 억지 신파, 억지 감동을 주기 위한 작위적인 장치에 불과하다 생각됩니다. 실존인물도 아니고 말이죠. 물론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에 가상인물이 등장해서 감초 역할을 하는 것이 뭐 아주 없는 사례는 아니지만 이런 쓰잘데 없는 인물이 나와서 흐름을 다 깨먹는건 아주 잘못된 것으로 보여요.
그나마 박만수는 야구 선수로 영화에 아주 중요한 역할 (동점홈런)을 담당하기라도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스포츠지 여기자에요. 상당한 비중으로 온갖 장면에 출연하는데 당쵀 왜 나오는지를 알 수가 없더군요. 의상이나 분장도 80년대로 보이지 않아 영 몰입도 안 되었고요.
그 외에도 이 게임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하는 에피소드, 마지막에 영호남이 하나되는 감동의 도가니탕도 무리수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캐스팅의 문제도 지적하고 싶어요. 그 중에서도 양동근. 저는 양동근의 연기는 죤 웨인 스타일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영화에서든 그 인물이 된다는 메소드 액팅과 반대되는, 어떤 영화에서 어떤 인물을 연기하던 죤 웨인이라는 연기 스타일이요. 제가 본 양동근 출연작에서의 양동근이 연기한 캐릭터는 모두 동일 인물이라 여겨질 정도의 외모, 발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약간의 사투리만 구사할 뿐 결국 양동근이더라고요. 문제는 그가 연기한게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선동렬"이라는거...  마찬가지 이유로 손병호의 김응룡 감독 연기도 완전 별로였습니다.

그래도 조승우의 최동원 연기와 최동원 중심의 롯데 이야기는 괜찮은 편입니다. 외모부터 발성 등 기본적인 캐릭터가 꽤 그럴듯하고 허구이기는 하나 팀 내에서 김용철과의 갈등, 고질적인 어깨 부상으로 인한 고민 등 야구 중심으로 드라마가 잘 잡혀 있거든요.
강현수라는 가상의 인물과 그의 아버지 강감독 에피소드가 뜬금없기는 하지만 최동원의 인간성을 부각시키고 김용철이 그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기는 하니까요.
야구 시합의 열기, 긴장감은 잘 그려내었기에 이러한 롯데 - 최동원 이야기처럼 해태 - 선동렬 이야기를 구성했더라면 영화가 훨씬 좋았을텐데 안타깝기까지 하네요. 아니면 차라리 최동원이 모든 것을 불살랐던 1984년 한국시리즈를 영화로 만드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야구 팬으로서 이런 영화가 많이 나와주었으면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기본적인 영화 완성도의 문제가 있어서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슈퍼스타 감사용>이 아직까지는 국내 야구 영화 중 최고인 것 같군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다는데 저같은 가벼운 야구팬에게도 어필할 수 없는 야구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건 애시당초 무리였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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