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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8

어이없게도 국수 - 강종희 : 별점 2점

어이없게도 국수 - 4점
강종희 지음/비아북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며 임원까지 될 정도로 잘나가는 워킹맘이었다가 집에 눌러 앉은 저자가 한가한 틈을 이용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국수들에 대해 한토막씩 써 내려간 음식 관련 수필집.
요리사도 아니고 음식 전문가도 아닌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그다지 특별한 내용은 없습니다. 국수별로 짤막하게 자기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먹었는지라던가 관련된 자신만의 일화를 써 내려간 글들이에요. <오무라이스 잼잼>에서 음식 관련 상세 설명 대신, 조경규만의 일화가 중심인 만화다! 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책의 국수 삽화도 조경규씨가 그렸더군요. 인연이라면 인연이랄까. 몇몇 글들은 - 대표적으로는 짜장면, 구포 국수, 니신 소바 등을 들 수 있습니다 - 관련된 시까지 인용하는 등 설명도 제법 충실하지만 비중으로 따지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생과 국수를 엮은 구성이나 저자의 글솜씨가 나쁘지는 않아 재미있게 읽히며, 무엇보다도 누구나 떠올릴법한 평범한 국수들이기에 해당 국수에 대해 저만의 경험과 추억 등을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이 아주 좋았어요. 마침 생각나는대로 저만의 국수 일대기를 몇개 적어본다면,
  1. 시원한 국물하면 -안양 관양동 바지락 칼국수.
  2. 더운 여름은 냉면이 최고지. 딸아이가 좋아하는 - 산본 투데이몰 지하 "후원" 물냉면과 육수.
  3. 아버지 학생 시절부터도 유명했다는, 하지만 별 맛은 없더라 - 부산 보수동 완탕.
  4. 밤에 아내와 야식으로 먹는 시원한 국물에 계란 하나 깨넣은 라면.
  5. 아내가 딸아이를 위해 만드는 -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
  6. 돈내고 먹는거보다 뛰어난, 회사 식당 진리 메뉴 - 해장에는 얼큰 백짬뽕.
  7. 예전 회사 앞 중국집에서 점심마다 먹었더랬지 - 사천탕면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꽤 재미난 주제이니 생각날 때마다 추가해 봐야겠군요.

그런데 문제라면, 작가의 이러한 개인적인 일화들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그냥 바쁜 직장 생활 관련 이야기라면 모를까 저자의 어린 시절이나 특정 지역 한정 이야기, 혹은 워킹맘의 비애 같은 것은 저한테 와 닿을리 없는건 당연하겠죠. 직장 생활 이야기 역시나 저자의 직장 경력이 기자, 잡지사나 마케터라는 전문성이 필요한 유니크한 업종이라 공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였습니다만....
또 국수들에 대해 설명이 실린 에피소드들도 거의 대부분이 이 바닥에서 유명한 서적들에 의존하기에 새로운 것을 얻거나 인상적이었다고 하기 어려워요. 진주냉면 이야기처럼 직접 발로 뛰어 알아낸 정보나, 접해보지 못한 서적을 바탕으로 한 글들도 몇편 있기는 하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요.
무엇보다도 본인 경험 위주의 일기, 신변잡기류의 글들이라 저자의 명성이나 경력에 마케팅이 많이 기대야 할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무라카미 하루키와 제가 굴짬뽕을 먹은 경험에 대한 수필을 각각 썼을 때 일반 대중 독자들이 어떤 글을 선택할지도 자명하잖아요? 글의 수준이나 완성도가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게까지 빼어난 글로 보이지도 않고 말이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가벼운 읽을거리, 소일거리로 본다면 괜찮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수 관련, 아니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 견문록> 같은 다른 음식 관련 수필과 비교해 본다면 국수 관련 컨텐츠면 무엇이든 찾아보는 매니아라면 모를까 구태여 선택할만한 가치, 재미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네요.

덧 : "구포 국수"가 정말 맛있다고 소개되고 있더군요! 아버님 고향이자 현재 부모님이 거주하고 계신 곳인데 전혀 몰랐네요. 다음에 부모님 댁에 방문하면 꼭 먹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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