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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1

돈이 되는 중고책에 대한 단상

얼마전 "중고책으로 돈 버는 사람들"이라는 광고를 보고 글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20년 넘게 중고책을 구입해왔던 경험으로, 돈이 되는 중고책이 무엇일지? 잠깐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되팔기 목적으로 중고책을 산 적은 없고, 단 한 번도 개인간 책 중고 거래를 해 본 적도 없습니다. 오직 알라딘 등에 알라딘 매입가로 팔아 왔을 뿐입니다. 그런데 알라딘에 판 가격보다 중고가가 높으면 살짝 짜증이 나더라고요. (<<꿈의 화석>>은 3,200원에 팔았는데, 중고 가격이 거의 3만원 대네요). 그래서 이런 정보를 좀 알아두는게 좋겠다 싶어 적어봅니다. 여러분께도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돈이 될 중고책은 당연히 사람들이 찾는 책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아래에 해당하는 책들일 것 같습니다.
  1. 구하기 힘듬. 책이 절판되었고, 이북으로도 출간되지 않음. 당분간 출간 예정도 없음.
  2. 1에 해당하는 책 중에서, 높은 지명도를 갖는 책. 유명한 명작이거나, 유명 작가의 작품이거나 다른 곳에서 많이 언급되는 책.
  3. 2에 해당되는 책 중에서, 수집욕을 강하게 자극하는 책 (그림이 미려하다거나, 정말 희귀하다거나....).
  4. 1, 2, 3에 해당되는 책 중에서, 다른 책으로 대체 불가능한 책
  5. 시리즈라면 전권 (중요 포인트)
이런 항목들을 모두 아우르는 주제로 대표적인건 1980년대 ~ 2000년대까지의 만화입니다. 제가 가진 책 중에서 모두 해당되는걸 꼽자면 <<타임시커즈>>, <<환영박람회>> 입니다. 책 상태도 좋고, 모두 완결편까지 한 Set로 소장하고 있는터라 현재는 제법 값어치가 나갑니다. 단권이지만 <<외천루>>도 1 ~ 4조건을 모두 충족하기에 값이 꽤 비싸고요.




국내에서는 유명세에 비하면 많이 팔리지 않아서 초판 이후 절판된 작가들 - 예를 들어 모로호시 다이지로 - 작품 중 일부도 중고 가격이 만만치 않아요.
반면 이 시기 만화라도 당시 많이 팔려서 구하기 쉬운 탓에 1번 항목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책도 있습니다. <<어쩐지 좋은일이 생길것같은 저녁>>처럼요.

만화 외에도 위의 조건들을 충족시켜 고가를 형성하는 책들은 당연히 많습니다. 매니아 층이 탄탄한 장르 소설의 경우 꽤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재간되기 전 <<점성술 살인사건>>과 <<관 시리즈>>가 그러했었죠. SF도 비슷해서 재간 전 <<별의 계승자>>는 엄청났었습니다. 찾아보니 다아시 경 시리즈 <<마술사가 너무 많다>>도 3만원을 훌쩍 넘네요.
하지만 소설은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기는 꺼려집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작품은 많이 팔리기도 해서 공급도 많으며, 예상치못한 복간이나 전자책 출간이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요새는 비파괴 북스캔 후 OCR을 돌려 개인이 전자책처럼 만들 수도 있는 시대이기도 하니,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인문서의 경우는 아주 유명하다면 절판되는 경우가 적습니다. 재간도 자주 되며, 도서관에서도 구할 수 있고요. 특히 역사책은 4번 항목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추천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확실한 매니아층 - 소장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 이 있는 책이 괜찮아 보입니다. 밀리터리물, 요리, 자동차나 각종 취미 분야 (예를 들자면 건담) 등에서 독보적(?)인 책은 가격이 괜찮습니다. 제가 가진 책 중에서는 <청설모의 자동차카툰>>이 대표적입니다. 투자는 소설보다는 이 쪽이 나은 선택일 듯 합니다.


아울러 구입하려면 업자가 아닌 알라딘 직접 배송 중고 등 플랫폼 이나 당근 등의 개인 판매본을 노리는게 좋습니다. 업자는 책의 가치를 잘 알고 있으니, 비싼 책을 싸게 구입하는건 거의 불가능하니까요. 가격도 최소 3명 이상의 판매자가 책정한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중고 구입 시에는 꼭 사전에 중고 플랫폼에서 검색해보세요 (팔 때도 마찬가지). 엄청난 고가라도 시장 가격과 다른 경우가 있거든요. 업자의 경우, 절판이라고 어마무시한 가격을 임의로 붙여놓고 '한 놈만 걸려라' 인 경우도 많으니까요. <<기동전사 건담 일년 전쟁사>>는 상, 하권 낱권보다 두 권 세트 가격이 두배 가까이 비싼데 이런 경우도 주의해야 합니다.

허나 이 이론이 절대적인건 아닙니다. 조건을 대충 충족한 것 같은데 생각보다 가격이 오르지 않는 책도 많아요.
그래서 너무 투자(?)에 연연하지 말고,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하는 개념으로 접근하시는게 속은 편할겁니다. 그러다보면 가격은 오를 수 있으니까요. 제가 좋아하지만 그동안 중고 시장에서는 별로 대접을 받지 못했던, 김진태 만화들도 결국 가격이 엄청 올랐더라고요. 결론내리자면, 존버는 승리한다!
 
그런데 과연 <<대지옥전 진광대왕>>이 얼마나 할지, 살짝 궁금해집니다. 1, 4에 해당되기는 하는데....


2015/04/02

이토록 아찔한 경성 - 김병희 외 / 한성환 외 엮음 : 별점 2점

이토록 아찔한 경성 - 4점
김병희 외 지음, 한성환 외 엮음/꿈결


"OBS의 특별기획 프로그램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라는 특강 프로그램에서 전문가들이 강의한 내용을 선별하여 글로 옮긴 책입니다. 여섯 개의 주제를 가지고 근대 경성의 삶과 그것이 현재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개인적으로 근대 경성, 일제 강점기 시기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내용들 대부분이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 탓입니다. 주제들 각각이 한 권의 책으로 이미 많이 출간된 탓도 크고요. 제가 읽은 것만도 광고는 "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대중 음악은 "오빠는 풍각쟁이야", 문화재는 "명품의 탄생"으로 이미 접했던 내용이니까요.

또 원래가 TV 방송이라 내용들 대부분이 에피소드 중심으로 쉽게쉽게 접근한다는 점, 각 챕터를 담당한 전문가가 다른 탓에 전체 챕터 내용, 구성 방향, 문체 등 모든 면에서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물론 쉽게 쓰여졌다는 것을 단점이라고 부르기 어렵기는 하겠죠. 몇몇 새롭게 알게 된 사실, 그리고 아이디어를 얻은 부분이 없지는 않고요. 풀 컬러로 이루어진 책의 구성과 도판, 디자인도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정도의 내용이라면 방송으로 보는 게 훨씬 빠르고 유익했을 것 같고, 어차피 깊이 있는 내용을 얻으려면 결국은 제가 언급한 다른 책을 찾아봐야 할 터라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챕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1부 광고로 본 근대의 풍경"

근대 광고는 다른 책으로도 익히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태동 정착기 - 성숙기 - 쇠퇴기로 3분하여 설명하고 있는 점, 천연당 사진관의 90도로 돌려놓은 기묘한 광고같이 시기별 대표 광고에 대해 "광고 전문가"의 시각으로 설명해 주는 부분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식민지 시기 광고에 대해 타자적 욕망 운운하는 결론은 무리수로 보입니다. 시기가 어찌 되었건 광고의 본질은 다 똑같을 테니까요. 식민지 시기라고 다르게 설명할 이유는 없습니다.

"2부 대중음악으로 본 근대의 풍경"

역시나 다른 책에서 본 내용으로 특기할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트로트와 신파를 엮는 것이 핵심 내용인데 딱히 새롭지 않았거든요. 또 라시도미파의 5음계를 가지고 트로트의 음계가 어떤 것이며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아무래도 TV 같은 매체가 아니면 와닿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3부 사법제도로 본 근대의 풍경"

일제시대 때 순사로 대표되는 경찰조직이 강력한 권한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해 주고 있는데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순사"가 공포의 대명사처럼 쓰였는지 알게 되었다는 점도 좋았고요. 결국 비용 문제로 판사와 검사의 수가 적기에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었는데, '범죄즉결례'라는 것으로 3개월 이내의 형은 경찰이 내릴 수도 있었다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소설가 김동인의 단편소설 "태형"과 특정 재판을 예로 들어 설명해 주어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구성도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이러한 후진적인 당시 체제를 해방 이후 상황까지 이어서 설명해 주는 것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제 관심 밖 영역인 탓도 있지만 저자인 김인회 씨의 정치적 배경이 글에 개입된 느낌도 강했기 때문이에요.

"4부 문화재로 본 근대의 풍경"

간송 전형필 선생의 문화재 수집 활동 이야기 외에는 우리나라의 반출된 문화재를 어떻게 하면 잘 회수할 수 있을지가 결론인 내용으로,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와 비슷한 주제입니다. 생각해볼 만한 주제이지만 기대했던 내용은 아닌 탓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5부 미디어로 본 근대의 풍경"

근대 미디어, 그 중에서도 신문과 라디오를 중심으로 설명해 줍니다. 신문의 역사는 국사책에도 나올 법한 내용이 전부라 대단한건 없습니다. 그래도 선조 때 있었다는 "조보"라는 매체가 민간 신문이었다는 저자의 이론은 재미있더군요. 경성방송국 직원이 "미국의 소리" 방송을 몰래 들은 "밀청 사건"도 제 공부가 부족한 탓에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기억에 남고요.

"6부 철도로 본 근대의 풍경"

이수광 씨의 다른 근대 관련 서적은 한 권 읽어보았었는데 문체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더랬죠. 여기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치게 소설적인, 그리고 과장된 문체로 일관하고 있거든요. 덕분에 다른 챕터와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는 것도 불만스러웠으며, 본인 스스로의 해석이 많이 가미된 것도 영 별로였습니다. 곡산군이 폐허가 된 이유라는 철도 공사 역부 차출에 관련된 민중 봉기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컸어요.

2016/12/01

장서의 괴로움 - 오카자키 다케시 / 정수윤 : 별점 3점

장서의 괴로움 - 6점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정은문고

유명한 장서가로 수 만권(2~3만 권 정도?)의 책을 보유한 저자가 장서 보유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입니다. 개인 경험담과 이런저런 생각을 펼쳐보이는 에세이지만, 장서 구입과 관리 등 다양한 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실용 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책의 성격만 보면 얼마 전 읽은 "책장의 정석"과 비교됩니다. 차이점이라면 "책장의 정석"은 가지고 있는 책을 '관리'하는 팁을 제공한다면(심지어 관리할 수 있는 분량만 보유하도록 적절한 처분법마저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이 책은 '관리'가 불가능한 수준의 장서가를 위한 내용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관리'를 위해 책을 어떻게 처분(?)해야 하는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저자 스스로 '책이 너무 많이 쌓이면 지적 생산의 유통이 정체된다. 사람 몸으로 치면 혈액순환이 나빠진다. 피가 막힘없이 흐르도록 하려면 현재 자신에게 있어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은 일단 손에서 놓는 편이 낫다'고 하는데, 이는 "책장의 정석"과 일치합니다.

다양한 일화가 많은 것도 특징입니다. 개인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들은 당연히 아주 실감나고요. 헌책방, 고서를 찾거나 구입하는 것에 얽힌 본인의 경험담, 그리고 책을 정리하는 방법과 팁 등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 합니다.

다른 장서가들과의 인터뷰라던가 그들만의 책 보관 방법, 장서가가 등장하는 여러 가지 영화와 콘텐츠 등 장서에 얽힌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들도 가득합니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책이 사는 집"을 지은 장서가 네기시 씨의 인터뷰였습니다. 이유는 너무 부러웠기 때문이죠.

책을 줄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소개하면서도, 결국 주체하지 못하고 책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서관을 잘 활용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에 관련된 원고를 쓰다가 어쩌다 보니 도서관에 대한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는데, 정말이지 저자는 어쩔 수 없는 장서가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자가 소개하는 이 분야의 베스트는 오다 미쓰오의 "도서관 산책"입니다.

그리고 책을 줄이는데 제일 효과적일 수 있는 전자 서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눈에 띕니다. 책은 단순히 내용물로만 구성되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동의하는 바가 없지는 않지만 앞으로 전자 서적의 발전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아울러 장서가답게 이런저런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이야기들도 많은데 이 역시 눈여겨볼 만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책 정리법(책이 너무 많으면 안 된다)을 송나라 학자 구양수의 시필에 나온 '명창정궤'라는 말로 설명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햇빛 잘 드는 창 아래 깨끗한 책상, 그 위에 책 한 권이면 충분하지 않냐는건데, 이를 12세기 일본의 가인 가모노 조메이의 움막과 연결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걸 보면 학식이 참으로 대단하다! 싶어요. 책을 많이 읽으면 저도 이렇게 자연스러운 인용과 연결이 가능할지 궁금해지네요.

그 외에도 주목할 만한 인용이 많습니다. 몇 가지 소개해드리자면 우선 문필가 요시다 겐이치의 말인 "책장에 책이 5백 권쯤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라는 말입니다. 하루에 세 권씩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참으로 와 닿습니다.
유명한 장서가 다니자와의 명서 감정술도 비슷합니다. "명저라는 홍보에 넘어가 샀던 책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류 이하 책을 이것저것 찾아 읽지 않았다면 초일류를 초일류라고 인정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는 것인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당연하지만 이런저런 책들도 제법 소개되는데 이 중에서는 영화 속 서점과 도서관이라는, 영화 속에 책이나 책장이 나오는 영화를 엮어놓은 책이 가장 끌립니다. 영화 언젠가 책 읽는 날의 후일담을 엮은 동명의 책에서 영화 속 주인공인 독서가 미나코가 좋아한 10권의 책 목록도 마찬가지예요. 아는 책은 에리히 케스트너의 "하늘을 나는 교실"과 앤 모로우 린드버그의 "바다로부터의 선물"밖에는 없는데, 저자 역시 극찬하고 있는 "티보 가의 사람들"은 굉장히 방대한 분량이지만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 책은 실물 크기 일러스트에 의한 "낙엽도감"이지만요. 수집가로서의 장서가를 다룬 '남자는 수집하는 동물' 챕터에서 소개된 "소년소녀 쇼와 미스터리미술관"이라는 책도 꼭 읽어보고 싶고요.

이렇게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일본'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이런저런 유용한 팁이 많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한국의 거주 문화와 책에 대한 일반적인 경우를 놓고 보면 그렇게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정말로 책을 좋아한다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보장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본인이 장서가시라면 한 번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저 역시 500권도 안 되는, 장서라고 하기는 초라한 수준의 책만 갖추고 있지만 책을 좋아하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더 늘리면 안 될 것 같긴 합니다만...

마지막으로 덧붙입니다. 미나코가 좋아한 10권의 책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티보 가의 사람들 - 마르탱 뒤 가르 (국내 출간)

안녕, 콜럼버스 - 필립 로스 (국내 출간, 굿바이 콜럼버스)

아름다운 여름 - 체사레 파베세 (국내 출간)

바다로부터의 선물 - 앤 모로우 린드버그 (국내 출간)

실물 크기 일러스트에 의한 낙엽도감 - 요시야마 히로시 / 이시카와 미에코

여자 - 카터 브라운

미국의 송어낚시 - 리처드 브라우티건 (국내 출간)

열두 달 반찬 - 고지마 신페이

하늘을 나는 교실 - 에리히 케스트너 (국내 출간)

사이좋은 부부 - 오다 사쿠노스케

2020/12/27

문구상식 - 와다 데쓰야 / 고정아 : 별점 2점

문구상식 - 4점 와다 데쓰야 지음, 고정아 옮김/홍시

모으는 취미도 없고, 그다지 많이 쓰지도 않지만 문구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이전 "문구의 과학" 리뷰 글에서 언급했듯 친숙하지만 놀라운 창조물로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는걸 깨닫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구의 과학" 외에도 "궁극의 문구", "문구의 모험" 등 문구 관련된 여러 책들을 읽어 보았습니다. 문구의 대명사인 연필 관련 서적도 여러 권 읽었고요. 이 중 다큐멘터리를 글로 옮긴, 일종의 논픽션인 "그래, 나는 연필이다"와, 거대한 농담과 같은"연필 깎기의 정석"을 제외한다면, 대체로 문구에 대한 미시사적 접근, 혹은 특정 문구에 대한 소개나 저자의 문구 사용에 대한 노하우를 담고 있었습니다. 
이 책도 문구에 대한 소개와 노하우를 담고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책들에 비하면 재미도 없고, 내용에 대해 공감하기도 힘들었어요. 

물론 건질만한 내용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다른 책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던 '붙임쪽지'에 대해 한 단락을 할애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풀어놓는 부분이 괜찮았어요. 저도 책을 읽을 때, 읽고 나서 리뷰에 사용하기 위해 포스트잇이나 투명한 필름형 붙임쪽지를 붙여 놓는 편인데, 그런 부분에 대한 저자 의견에 공감되는 점이 많기도 했고요. 저도 저자의 말대로 투명한 필름형 붙임쪽지가 왜 3색 이상 컬러로 구성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파일링' 단락도 볼 만 했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저자와 같이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지는 않지만 기본 개념 자체는 배워볼 만한 부분이 있었으니까요. 예를 들어 쌓이는 자료는 1차적으로 '즉시 분류'한 뒤, 여유가 생길 때 제대로 분류하라던가, 데이터로 저장할 경우 폴더명의 계층화와 파일명에 신경쓰라는 이야기는 충분히 업무에 적용해 봄 직 했습니다. 

소개되는 문구도 많지는 않지만, 몇 가지는 흥미가 갑니다. 첫 번째는 펜텔 오렌즈 샤프입니다. 0.2mm 두께로 경도 B나 2B로 쓰면 부드러우면서도 가늘고 섬세한 글씨를 쓸 수 있다는데 하나 구입하고 싶어졌어요. 가격도 저렴하다고 하니까요. 파카 조터 볼펜은 제가 진급 축하 선물로 받았던 거라 소개 자체가 반가왔고요. 풀과 테이프, 양면 테이프의 장점만 모았다는 '풀 테이프'는 정말 유용해 보여서, 곧 찾아서 구입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런 몇 가지 내용 외에는 다른 책에서 접했던 내용도 많고, 관심없는 분야 소개도 많은 탓에 지루했습니다. 지워지는 볼펜 프릭션, 샤프심이 회전하는 샤프 쿠루토가, 몰스킨 노트 등은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입니다. 만년필에 대한 항목은 인터넷이나 다른 책을 통해 알 수 있던 내용보다도 못했고요.
그나마도 필기구 류는 관심있는 분야라서 열심히 읽었는데, 노트와 수첩은 정말 지루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문구에 대해 흥미를 가지는 이유인 '놀라움과 노력'을 느끼기 힘든 내용들인데다가, 제가 '노트 필기'를 그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공식적인 자리는 회사에서 배포하는 무료 수첩이나 다이어리를 이용하고, 업무 시에는 주로 이면지에 스케치나 노트를 하거든요. 그나마도 그때그때 PC로 바로 옮길 뿐더러, 대부분은 이미 PC나 스마트폰으로 바로 디지털 작업을 시작하기도 하고요. 비싸고 전문적인 노트는 필요가 없어요. 유명한 '몰스킨 노트'도 한 번 써 봤지만, 저한테는 가성비가 최악인 물건이었습니다. 저자가 소개한 제품 중 리히트 랩의 '트위스트 노트'는 그래도 혁신, 참신함이 도입된 결과물로 보이기는 하는데, 이 역시 저에게는 가성비가 좋을리 없겠지요. 아울러 도판이 전무하다시피한 것도 큰 약점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다른 문구 관련 서적에 비해 재미와 자료적 가치 모두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제가 이런 책을 좀 많이 읽은 탓이 큰데, 이제 이 쪽 분야도 당분간 좀 접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8/11/11

책 정리하는 법 - 조경국 : 별점 2점

책 정리하는 법 - 4점
조경국 지음/유유

저는 독서가 취미인 애서가입니다. 그 탓에 쌓이는 책에 대한 고민은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이사 계획 때문에 최근에는 고민이 더욱 늘었고요.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부제인 "넘치는 책들로 골머리 앓는 당신을 위하여"가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부제만 보면 딱 저의 고민을 해결해 줄, 그런 책이라 생각되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완벽하게 기대를 배신당했습니다.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로요. 저자가 이 책의 독자가 누구인지를 망각한 탓입니다. 머리말 서두에서 "이 책을 읽는 분이라면 분명 자신만의 특별한 책 정리법이 있을 겁니다."라고 쓴 걸 보면, 저자도 이 책은 어느 정도 책을 소유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독자라는걸 잘 알고 있는 듯 합니다. 저 역시 그런 사람으로서 저자만의 특별한 노하우 공유를 기대했고요. 하지만 실제 내용은 정말이지 '초보자' 수준의 지식을 설명하고 나열하는데 그칠 뿐입니다!

그나마 제목과 연결고리를 가질만한 내용은 4부인 "서가의 다양한 형태들" 정도입니다. 직접 만드는게 최고라며 사이즈 등 여러가지 팁을 소개해 주고 경량랙 등 기성품에 대한 소개도 충실한 덕분입니다. 자금의 여유가 있다면! 이라며 추천하는 이케아 빌리 시리즈도 눈여겨 볼 만 하더군요. 다음에 이사갈 때 저도 한 번 고려해 봐야겠다 싶을 정도로요.
7부인 "책을 싸는 이유와 노하우"에서 맥도날드의 포장용 봉투가 완벽한 책싸개라고 알려주는 부분도 실용적인 팁이라 인상적이었어요. 튼튼하기도 하고 가벼우면서도 색깔도 무난하니 괜찮다는 이유인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으로 애용할 듯?

하지만 괜찮은 팁과 노하우 공유는 이 정도에 그칩니다. 다른 내용들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 수준에는 걸맞지 않는 초심자용 내용이 많아요. 예를 들어 4부인 "책 정리하는 법"은 제목만 놓고 보면 책의 핵심인데, 책을 어느정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자신만의 정리법이 있을테고 저 역시 그러한만큼 딱히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니었어요. 그냥 헨리 페트로스키의 방식, 십진분류법, 분야별 분류, 작가별 정리, 출판사별 정리 등 다양한 방식만 나열될 뿐입니다. 책 목록 정리법도 '비블리'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추천하며 마무리하는데 이 역시 새로운 내용도 아니며 딱히 땡기지도 않았고요.
마지막에 책을 정리하는 최후의 방법이라며 소개되는 다양한 책 처분법 역시 새로운 내용은 전무합니다. 기증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팔거나 헌책방에 파는 등의 방법이 소개되는데 책을 어느 정도 소유하고 있는 애서가라면 당연히, 누구나 알 내용이에요.

저자 본인 기준에 맞추어져 있어서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습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완벽한 서재의 조건 중 180*80 센티미터 크기의 책상이 필요하다는 게 대표적입니다. 서재는 책을 보관하는 곳이기도 하고, 책을 읽는 곳이기도 해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합니다. 허나 그런 것 치고는 책상이 너무 크잖아요! 차라리 이 책에도 등장하는 일본의 유명 애서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말하는, "방 안에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의자 주변의 반경 1미터 남짓이면 충분하다"는 완벽한 서재 쪽이 더 공감갑니다. 공간을 좁게 구성하는게 책을 보관하는 기능에는 훨씬 유용한게 당연하니까요. 이어지는 자신의 책상, 독서대, 스탠드, 커튼 등에 대한 이야기들도 모두 저자의 기준일 뿐이고요.
제목과 아예 동떨어진 이야기가 많은 것도 문제인데 2부인 "남의 서재 엿보기"는 저자가 과거 잡지사에서 일할 때 사진가의 서재를 찾아 인터뷰했던 기억을 더듬어 쓴 내용으로 책 정리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저자의 헌책방을 열기까지의 과정도 재미는 있지만 단순한 개인사 에세이라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어요.

마지막으로 도서출판 유유의 책 답게 내용과 분량에 비하면 높은 가격도 매력을 떨어트립니다. 저는 전자책으로 약 7,000여원에 구입했는데 종이책은 200쪽에 불과한 분량임에도 정가가 무려 12,000원입니다! 도판도 모두 흑백에다가 특별한 일러스트가 사용되지도 않았고, 양장본도 아닌데 이 가격은 정말 미친게 아닌가 싶어요. 종이책은 모르겠지만 전자책은 1/3 분량이 유유 출판사 책 소개에 할애되어 있는데 이건 또 뭔가 싶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쉽게 읽힌다는 점, 그리고 드물지만 유용한 팁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가격과 전체적인 수준을 고려한다면 권해드릴만한 책은 아닙니다. 사실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은 저자의 머릿글에 모두 나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이렇게 길게 쓸 필요도 없었어요. 책 정리법의 핵심은 "책 욕심을 버리는 것" 이며, 그렇지 못하면 내가 가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내 정리법은 공간을 구분하는 데에서 시작하고 서가별로 여러가지 기준을 세워서 정리한다... 는 짤막한 글인데 이게 정말 전부입니다. 이 책 본문에 소개되는 실제 책 정리에 대한 디테일은 그만큼 별 볼일이 없습니다.

2008/04/15

쓸쓸한 사냥꾼 - 미야베 미유키 / 권일영 : 별점 2점

쓸쓸한 사냥꾼 - 4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북스피어

헌책방 다나베 서점의 사장인 이와씨와 이와씨의 손자인 미노루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단편집입니다. 예전 "판타스틱" 창간호를 통해 이미 접해본 작품이기도 하죠.
특징은 중간의 딱 한편을 제외한 나머지 5편이 "책"을 주요 소재로 하여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2편은 실제 존재하는 책, 나머지 3편은 작가의 창작물로 보이는데 헌책방이라는 무대 설정과 잘 어울리는 괜찮은 아이디어였습니다.

하지만 작가의 의욕과는 관계없이 두번째 작품 "말없이 죽다"를 제외하고는 이 멋진 설정이 그다지 효과적으로 쓰이지 못했습니다. 추리적으로도 과히 인상적이지 못했고요. 물론 이와씨와 미노루 및 매 편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디테일한 심리묘사와 헌책방을 중심으로 한 여러 설정들은 충분히 읽을만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평작 이상은 아닌 수준이었어요.
사실 '평작 수준'이라는건 나쁘지는 않지요. 이 단편집도 실려있는 모든 작품들은 일반적 단편 수준에 값하기는 하고요.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다른 작품들에 비교한다면 부족한 부분만 눈에 많이 띄는게 문제입니다. 이게 바로 거장이 감내해야 할 불이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별로 추천할 요소는 없습니다. 재미도 그냥저냥하고, 추리적으로도 별볼일 없기 때문입니다. 책 덕분에 벨린저의 대표작인 "이와 손톱"이 국내 정식 재출간되는 길이 열렸다는 의의 이외에는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힘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과 착각해서 구입한 "혼죠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가 훨씬 좋았기에 주객이 전도된 느낌마저 드네요.

개인적인 베스트는 추리적 요소와 재미, 완성도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유일한 작품 "말없이 죽다"를 꼽습니다. 다른 작품들은 별로 기억에 남지도 않고 크게 재미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 딱 한편 때문에 취향도 아닌 다른 작품들을 사 본 격이니 전체 책의 별점도 2개밖에 못 주겠습니다....

"6월은 이름뿐인 달"
잡지 "판타스틱" 창간호에 실려있었던 작품입니다. 그때는 별로 좋은 평을 하지는 않았었던 것 같은데 책으로 엮여져 나와 따로 읽으니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그나마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나은 수준이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말이죠... 어쨌건 어떤 작품이건 역시 "책"으로 읽어야 제 맛이 사는거 같네요. 전혀 다른 작품들이 섞여 있던 잡지와 다르게,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맛이 더 좋았거든요.
하지만 주요한 단서로 묘사되는 "이와 손톱"은 사실상 어떤 단서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서 역시나 앞서 이야기한, '설정을 위한 설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봉인" 부분에 대한 것 때문에 "이와 손톱"이 소재로 쓰였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적이지 않았습니다.

"말없이 죽다"
헌책방 다나베 서점의 이와씨 시점이 아닌 작품으로 이와씨와 미노루의 비중이 한없이 낮은, 독립적으로까지 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연작으로의 느낌이 많이 줄어들며 나름의 설정이 힘을 받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기발한 맛이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굉장히 황당한 상황에서, 작중 화자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기도 했지만 작품 자체가 물 흐르듯 전개되어 극중의 상상과 현실이 조화롭게 완결되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 단편집에서 거의 유일하게 "책"이라는 소재와 "사건" 이 가장 잘 들어 맞기도 하고요.
추리보다는 상상력에 기대는 부분이 많고 우연에 의한 전개가 등장하는 등 정교한 부분은 조금 부족하지만,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무정한 세월"
유일하게 "책"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지 않는 단편입니다. 작품의 중요한 소재인 "유령 이야기"가  일본의 과거사가 얽혀 약간 섬뜩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여러가지 면으로 비추어 볼 때 이 작품집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추리적인 요소도 거의 없고요. 더 섬뜩하게 달려주거나 아니면 과거사에 대한 다른 시각을 좀 더 디테일하게 보여주었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느낌입니다. 도대체 작가가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 모르겠네요.

"거짓말쟁이 나팔"
"거짓말쟁이 나팔"이라는 일종의 잔혹동화와 아동 학대의 진범이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설득력있게 조화된 작품. 전개도 합리적이며 나름 잘 짜여져 있습니다.
하지만 추리적 요소가 거의 없고 사건도 너무 쉽게 해결되어 버려서 좀 맥이 빠지네요. 

"일그러진 거울"
여성 심리를 디테일하게 그리는 맛이 일품입니다. 한장의 명함으로 비롯된 심리 묘사, 그리고 마지막의 끝맺음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나 추리물은 아닐 뿐더러 이와씨와 미노루의 다툼이 작품과 잘 융합되지 못해서 평작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 힘듭니다. 그야말로 여성 심리 묘사 빼고는 남는게 없습니다.

"쓸쓸한 사냥꾼"
제일 큰 사건 (연쇄살인사건)을 다루고 있고 "미완의 추리소설"이라는 추리 소설에 가장 적합한 소재를 지니고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되어 버린 "졸작" 입니다. 추리적으로 뭔가 있을거 같은데, 단지 사건의 몇가지 나열 이외에는 볼게 없습니다. 범인도 제발로 찾아오는건 기껏 만들어 놓은 설정을 다 무너트리는 것 같아 영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끝마무리도 개운치 않습니다. 가족의 화합을 다시 그리는 설정인가 싶긴 합니다만, 설득력 없는 전개로만 가득차 있어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네요. 이 작품집의 워스트로 꼽겠습니다. 이 작품이 표제작이라는 것이 제일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2025/01/19

(번역) 컬럼 : 책 모형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

전에 읽었던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 속에 등장하는 츠즈키 미치오의 책에 대한 재미있는 컬럼을 발견해서 소개드립니다. 원문은 이 곳입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관심있게 읽을 수 있는 주제라 생각합니다. 저는 전자책 버전으로 읽었는데, 책이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는걸 전혀 몰랐습니다. 이런건 - 빌 벨린저의 "이와 손톱"도 마찬가지겠지요? - 정말 전자책으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인데, 기술 발전과 전자책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책 모형이란 무엇인가?

책 모형(束見本)은 대량으로 인쇄 및 제본을 시작하기 전에 실제 사용될 종이를 이용해 시험적으로 제작된 책입니다. 몇 부 정도만 인쇄소에 의뢰하여 만들어지며, 이를 통해 완성된 책의 외형과 특징을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의 두께(등 너비), 무게, 열림 정도, 촉감 등을 사전에 검토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죠.

이 책 모형은 인쇄 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표지와 본문 모두 하얗게 비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점에서도 이러한 백지 책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일기장, 메모장, 혹은 그림책으로 활용하는 등 용도가 다양합니다.

책의 구성은 편집자가 페이지를 배치하고, 디자이너나 책 제작자가 종이를 지정하여 완성됩니다. 특히 고급 제본(上製本)의 경우에는 세부적인 제본 양식을 지정해야 하며, 이 단계에서 속지, 책갈피(스핀), 꽃무늬 천(花布) 등도 결정됩니다. 그러나 책 모형은 대량 생산 과정과는 달라서 최종 완성본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부 상자를 제작할 때는 실제 제작된 책의 크기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 있죠.

추리소설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

이러한 책 모형을 소재로 한 독특한 추리소설이 있습니다. 일본 작가 츠즈키 미치오(都筑道夫, 1929~2003)의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는 1961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이후 여러 출판사를 통해 재출간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책 모형의 구조를 활용한 독창적인 트릭과 기발한 이야기로 많은 독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소설의 줄거리

주인공인 아와지 에이이치(淡路瑛一)는 잡지에 잡문을 쓰며 생계를 유지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집에는 책 모형이 있었고, 주변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계기로 그는 책 모형을 일기처럼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독자들은 주인공이 기록한 일기 형식의 글을 읽으며 사건을 따라가게 됩니다.

경찰은 주인공을 용의자로 의심하지만, 그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진범을 찾기 위해 직접 탐정 역할을 맡습니다. 하지만 자신도 누군가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용의자, 탐정, 피해자의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트릭과 결말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는 몇 장의 공백 페이지가 등장합니다. 책 모형에서 공백 페이지는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당시 독자들은 이를 인쇄 사고로 오해하여 반품하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특히 초판본은 페이지 번호도 없어서 더 혼란을 주었습니다.

갑자기 공백 페이지가 나타난다. 공백 페이지가 가장 많은 책은 헤이안쇼텐(平安書店) 판본으로 9페이지이며, 고단샤 문고(講談社文庫)는 6페이지, 고분샤 문고(光文社文庫)는 5페이지이다. 이는 접지 방식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책 속 깊숙한 부분에 몇 줄로 조판된 글자가 있다. 그곳에 사건의 진상이 적혀 있다.

소설의 진상은 공백 페이지의 깊숙한 부분에 적혀 있습니다. 단순히 책을 넘기기만 해서는 발견할 수 없도록 만든 주인공의 의도였죠. 이러한 트릭은 소설의 물리적 형식을 활용한 뛰어난 장치로 평가받습니다.

작품이 남긴 의미

저는 대학생 시절 이 작품을 통해 책 모형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편집자로 일하게 되면서 이 책이 제게 미친 영향을 실감하게 되었죠. 이야기의 플롯과 책 제작의 물리적 구조가 서로 맞물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큰 반응을 얻지 못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도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작품의 배경이 된 신주쿠, 이케부쿠로, 고이시카와 등 익숙한 장소들을 떠올리며 가끔 이 책을 다시 읽곤 합니다. 책 속에 담긴 일본 에도 시대 문화와 언어유희 역시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드는 매력입니다.

추가 이야기 (2016년 2월 27일)

오랫동안 꿈꾸던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의 초판본을 드디어 손에 넣었습니다. 페이지 번호가 없는 공백 페이지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죠. 당시 이 페이지는 독자들로부터 반품 요청이 빗발쳤던 악명 높은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이 초판본은 제 서재의 소중한 보물이 되었고, 다른 희귀 서적과 함께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이 작품의 전자책 버전도 출간되었습니다. 공백 페이지가 어떻게 디지털화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2025/02/16

아틀라스 마이오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도책 - 강민지 : 별점 2.5점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탄생한 "아틀라스 마이오르"는 역사상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지도책으로 평가받습니다. 당시 유럽 최고의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결과물로, 단순한 지도책을 넘어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아틀라스 마이오르"가 어떻게 제작되었으며,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알려줍니다.

지도책을 단순한 지리학적 도구가 아니라, 인문학적, 역사적 맥락에서 깊이 있게 분석한다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덕분에 예술, 인문학 서적이자 문화사, 미시사 서적 이라는 성격도 갖추고 있습니다. 지도책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명이 좋은 예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해상 무역국이었으며, 높은 문해율과 학문을 숭상하는 분위기 속에서 서적과 인쇄물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지도책은 단순한 실용적 목적을 넘어, 지식을 과시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개인 도서 지관을 꾸려 장서를 자랑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크기가 크고 값비싼 지도책이 인기를 끌었고, 이는 곧 출판 시장에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로 성장했습니다.'는 것이지요.

지도책 본연의 모습에 대한 소개도 충실합니다. "아틀라스 마이오르"를 중심으로 지도 제작의 발전 과정까지 폭넓게 조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르텔리우스(상업 지도책의 선구자), 메르카토르(현재도 사용되는 평면 도법의 창시자), 블라외 가문(아틀라스 마이오르 제작 명문 가문), 혼디우스 가문(블라외 가문의 라이벌) 등 지도 제작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등장하며, 이들과 이들의 대표작을 통해 지도책이 단순한 정보 전달 도구를 넘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지도 제작과 출판의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한 권의 지도책을 탐구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역사적 맥락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요.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지도 제작에 사용된 도판과 인쇄 기술에 대한 상세한 설명입니다. "아틀라스 마이오르"에 대한 방대한 양의 도판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당시 한국을 묘사한 지도가 포함된건 반가왔고요. 또한, 인쇄 방식과 채색 과정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운데, 컬러 인쇄 기술이 없던 시절 '채색사'라는 직업이 존재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들이 단순한 흑백 인쇄물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완성하는 데 기여했으니, 지금도 그 이름이 전해지는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아울러 지도책을 단순한 과학적 산물이 아니라 미학적 관점에서도 연구 분석하는데, 그 깊이가 대단합니다. 지도 제작에 사용된 물감을 단순히 색채의 문제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당시 네덜란드의 유행과 연결해 설명하며, 지도 속 도상(알레고리) 분석을 통해 지도책이 가진 상징적 의미를 해석하는 식이거든요. 특히 지도에 등장하는 문양과 장식 요소를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시대적 사고와 권력 관계를 반영하는 요소로 분석하는 과정은 지도책을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듭니다.

그러나 "아틀라스 마이오르" 외의 불필요한 내용이 지나치게 많은 구성은 아쉽습니다. 지도책의 유행 이유나 지도 제작 역사를 설명하는 부분은 필수적인 정보지만, 당대 경쟁 지도 제작자의 지도까지 세세하게 다루고, 당시 네덜란드에서 유행하던 문화까지 지나치게 깊이 파고드는건 과했습니다. 특히 60페이지에 걸친 '도상(알레고리)' 설명은 지나쳤습니다. 지도책에 문양이 들어갔다고 해서, 문양의 구성 요소와 의미, 디자인 규칙까지 세세하게 독자가 이해할 필요는 없었으니까요.

도판도 풍성하지만, 내용을 확인하기에는 다소 작은 도판이 많은건 단점입니다. 주요한 도판은 접어 넣는 방식으로라도 보다 크게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저자의 가벼운 문체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최신 트렌드를 인용한 비유가 자주 등장하는데, 책의 분위기와 영 어울리지 않았던 탓입니다. 이런 표현은 어느 정도는 교열 과정에서 조정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지도책을 다룬 미시사, 예술사적인 측면에서는 가히 독보적인 결과물이라는건 분명합니다. 허나 지도책을 벗어난 이야기도 많기에 감점합니다. 

2006/12/04

전설의 자유 추리 문고

원래 제가 중학교때까지 가끔 눈에 띄면 모으던 문고 시리즈였습니다만, 최근 우연찮게 3번 구입하게 되고 책 뒤의 다른 책 소개를 보니 정말 눈이 뒤집히네요.

뭐 목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나친 반 다인 취향과 뜬금없이 끼어 있는 어슐러 K 르귄의 "암흑의 왼손"을 제외하고는 정말 추리 역사에 길이 남을 고전 명작을 거진 다 소화하고 있어서 나무랄데 없는 선정으로 보입니다. 크리스티 여사님 책이 한권도 없긴 하지만 여사님 책은 당시부터도 해문 빨간책 시리즈로 전권이 나오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이 뺀 것이 아닌가 싶네요. 현명한 판단인 것이 사실 저는 여러 추리 문고 시리즈에 여사님 책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직도 불만이거든요. 해문 빨간책이 여사님 책 시장은 평정하다시피 했으니 다른 시리즈로 구입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기에 차라리 그 책을 내 놓을 바에야 다른 멋진 작품들을 선정하는 것이 분명 나은 판단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이 시리즈는 당연히 일어 중역본인 듯 하지만 번역도 의외로 매끄럽고 좋은 편입니다. 교정을 여러본 보았는지 오탈자도 거의 없고 문체도 좋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는 최근 출간되었던 정식판보다 이쪽이 외려 번역이 좋았습니다. 정식판은 지나치게 딱딱하고 지루하게 번역했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다시금 목록을 보니 어렸을 적에 많이 구입하지 못한 것이 후회됩니다. 그 당시 용돈을 쪼개서 사던 즐거움 중 하나가 추리소설을 구입하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많이 사지는 못했더라고요. 돈이 좀 없더라도 몇권 더 사는건데 그랬습니다... (그래서 지를때 지르지 않으면 훗날 후회가 오나 봅니다)

제가 지금 제일 읽고 싶은 책은 시리즈 26 "눈먼 탐정 캐러더스", 27 "포튠을 불러라", 28 "이와 손톱", 그리고 50번째인 "주정꾼 탐정" 입니다. 헌책방 순례도 어언 10여년 짼데 아직도 발견 못했습니다.

고가 매입...은 힘들겠지만 도움주실 분 계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꼭 읽고 싶습니다!

1~2 : 셜록 홈즈의 모험  - 코넌 도일
3 : 뤼뺑의 고백 - 모르스 르블랑
4 : 브라운 신부의 지혜 - 체스터튼
5 : 팔점종 - 모리스 르블랑
7 : 벤슨 살인사건 - 반 다인
11 : 딱정벌레 살인사건 - 반 다인
14 ~ 15 : 클로이든발 12시 30분 - 크로포츠
18 : 새벽의 데드라인 - 윌리엄 아이리쉬

19 : 미궁과 사건부 - 로이 비커즈
20 : 어두운 거울 속에 - 엘런 매클로이 (헬렌 맥클로이)
21 : 즐거운 살인 - 크리스핀
22 : 강철도시 - 아시모프
23 : 움직이는 타깃 - 로스 맥도널드
24 ~ 25 : 카나리아 살인사건 - 반 다인
26 : 눈먼 탐정 캐러더스 - 브래머
27 : 포튠을 불러라 - 베일리
28 : 이와 손톱 - 윌리엄 벨린저
29 ~ 30 : 위험한 여로 - 브랜드
31 : 작은 독약병 - 샬럿 암스트롱
32 : 제 8지옥 - 스텐리 엘린
33 : 케닐 살인사건 - 반 다인
34 : 법정 밖 재판 - 헨리 세실
35 ~ 36 : 도중의 집 - 엘러리 퀸
37 : 싸이코 - 로버트 블록
38 : 흑거미 클럽 - 아시모프
39 ~ 40 : 여자 살인 이야기 - 아일즈
41 : 살인급행 침대열차 - 자프리조
42 : 암흑의 왼손 - 어슐러 르귄
43 ~ 44 : 검은 탑 - P.D 제임스
45 : 가든 살인 사건 - 반 다인
46 : 스카이 잭 - 토니 켄릭
47 : 사람의 덫 - 로저 사이먼
48 : 사라진 시간 - 윌리엄 벨린저
49 : 르윈터 망명 - 로버트 리델
50 : 주정꾼 탐정 - 에반 헌터

자유추리문고 소장중 / 다른 판본으로 소장중 / 못구함, 혹은 안구함...
* 2021.01.02. 리뷰가 있는 작품은 링크 추가합니다. 전부 자유 추리 문고는 아니지만요.

2005/02/01

간만에 책 구입

인터넷 헌책방 훈민정음에서 주문한 책이 도착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고르는 것이 아니라 웹사이트의 리스트에서 제목과 작가만 보고 선택한 책의 포장을 뜯어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은 즐거우면서도 흥미진진, 스릴이 넘치는 작업입니다.

이번에 구입한 책들 소개를 하자면

먼저 피터 러브제이의 "밀랍인형", 이번 구매는 이 책 때문에 다른 책들을 구색 맞추기 식으로 구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초 기대작입니다. "마지막 형사"와 "가짜경감 듀" 단 두권만 읽은 작가이지만 항상 실망을 주지 않고 기대하게 만들었던 피터 러브제이의 작품이고 책 상태도 좋아서 무척 만족스럽네요. 빨리 읽어봐야겠습니다. (근데 피터 러브시가 맞는지 러브제이가 맞는지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마쓰오카 게스케의 "최면", 몇개의 서평만 보고 충동구매하듯 구입했는데 책 상태는 1,2권 모두 최상급이라 만족스럽네요. 기대도 조금 됩니다.

에버하르트 로사의 "심심풀이로 읽는 화학"은 그야말로 충동구매입니다. 하지만 약간 흥미가 가는 것도 사실이고 조금 넘겨봤는데 쉽고 재미있게 쓴 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 쉽고 재미난 이론서적도 무척 좋아하니 만큼 즐겁게 읽을 수 있을것 같네요.

고광석의 "중화요리에 담긴 중국" 이 책은 서점에서 서서 띄엄띄엄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막상 사서 보기에는 조금 아깝다 싶던 차에 헌책방 리스트에 올라와 있어 구입했습니다. 대충 읽어본 바로는 꽤 재미있었는데 제대로 다시 읽어봐야죠.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두권은 실패작이네요.

마쓰모토 세이쵸의 "땅의 손가락", 이 책은 이미 가지고 있고 전에 포스트도 올린 "적색등"과 같은 작품이며 쓰치야 다카오의 "미완의 종지부"역시 전에 포스트 올렸던 "호메로스 살인사건"과 같은책입니다.

그동안 국내 번역된 세이쵸 작품은 거의 다 읽지 않았나 싶기도 해서 주저 주저 하다가 구입했는데 역시나였고 쓰치야 다카오 책 역시 마이너 작가이긴 하지만 치구사 시리즈의 다른 작품이 번역되었길 바라는 일말의 기대와 함께 선택했는데 아쉽습니다. (그러니까 의역하지 말고 원제를 번역한 제목만 쓰란 말이다!)

이 중 세이쵸의 작품은 거의 재난급이지만 쓰치야 다카오의 책은 상당히 재미있는 수작이니 만큼 필요하신 분께 드리고 싶네요.

그래도 당분간 무슨책을 읽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즐겁습니다.

2021/07/31

서점의 명탐정 - 니타도리 게이 / 이희정 : 별점 2점

서점의 명탐정 - 6점
니타도리 게이 지음, 이희정 옮김/㈜소미미디어

니시후나바시에 있는 작은 서점에서 화자인 고참 아르바이트생 아오이가 탐정역인 점장과 함께 이런저런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일상계 추리물입니다.

제목과 표지만 보았을 때,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처럼 '서점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룰 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생각대로였습니다. 심지어 책 뒤 소갯글을 보니,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의 저자 오사키 고즈에가 '서점'으로 테마를 정했던 앤솔러지에 기고했던 것에서 시작된 이야기라고 하네요. 최근 무거운 작품들만 읽어서 기분전환차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서점이 주요 무대이며 점장이 탐정이라는 점에서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등장하는 일상계 추리물" 카테고리에 속합니다. 서점을 무대로 한 작품도 많지요. 그러나 이 작품만의 특징이 존재합니다. 바로 "책" 자체가 수수께끼가 되는 이야기는 없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의 경우는 책들이 중요 소재였던 반면, 이 작품에서는 서점이라는 공간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수록작 중 "모든 것은 에어컨을 위해"의 경우, 특정한 책의 도난 사건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어떤 책인지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에요. 훔쳐낸 방법이 핵심 내용이니까요. 이런 방향도 꽤 괜찮더군요. 서점이라는 장소,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풀어내는데에는 아주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수록작 중에서 "일곱 권으로 바다를 건널 수 있다"는 서점과 책의 특성을 잘 살린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서점이여 영원히"는 서점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고요. 그리고 손님이 원하는 책을 찾아주는 역할이 서점 직원의 중요 업무 중 하나로 등장하는데, 이런 내용의 시리즈가 나와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 전 먹었던 요리에 대한 기억만 듣고 추억속 요리를 재현해 주는 "추억을 파는 식당" 처럼 말이죠.

하지만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탓입니다. 특히 과장된 캐릭터들은 영 적응이 안되더군요. 점장부터가 그러합니다. ‘니시후나바시 POP 광고의 여왕’ 과 같은 별명, 바쁜 현장에서 빠져나와 게으름을 피우는 모습 등 세세한 설정들은 만화 주인공같은 느낌만 전해 주거든요. 여기에 집사 역할을 수행하는 성실한 고참 아르바이트 아오이 설정은 진부하기 짝이 없습니다. 

추리적으로도 나쁘지는 않지만, 미묘합니다. 등장하는 트릭들이 문제입니다. 대체로 억지스러워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오히려 별다른 추리가 등장하지 않고, 상황만으로 사건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곱 권으로 바다를 건널 수 있다"가 가장 마음에 들더라고요. "서점이여 영원히"도 점장의 어설픈 추리를 뺐더라면 훨씬 좋았을테고요.

한마디로, 전형적인 가벼운 양산형 전문가 일상계 추리물입니다. 가볍게 읽기는 수록작 네 편 중 수준 이하였던 두 편이 점수를 너무 깎아 먹어서 별점은 2점입니다만, 쓱 한 번 읽기에는 적당했습니다. 일본의 서점 관련된 작품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 싶네요.

덧붙여 실제 서점 근무 경험은 없다는 저자의 후기에는 조금 놀랐습니다. "서점 직원에게 책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러 오는 사람들은 대체로 책 제목을 잘못 기억하고 있다"던가, 서가로 문고본을 옮길 때 띠지는 손톱 밑으로 파고들어 다칠 수 있고, 찢어지기도 쉬워서 일부러 빼 놓는다는 등 디테일은 서점 근무 경험이 없다면 알 수 없었을 정보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저자는 구제 반코의 "망나니 서점원 (暴れん坊本屋さん)"을 참고했다는데, 그 외에도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컨텐츠가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도 읽어 보았던 '해골 서점 직원 혼다씨' 처럼요. 이런 점은 조금 부럽네요. 하긴, 소설을 쓰기 위해서 모든걸 직접 경험할 필요야 없는게 맞기도 할 테고요.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곱 권으로 바다를 건널 수 있다" 

서점 서가에 꽃혀있는 책을 습관적으로 정리하고 있던 손님은, 알고보니 다른 용무가 있었다. 그는 미국 유학으로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 연인으로부터 책들을 받았는데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던 차에, 이 서점에서 주문을 받았다는걸 알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찾아왔던 것이었다. 연인은 급작스러운 유학 이야기를 들은 뒤 연락 두절 상태였다. 일곱 권의 책은 그림책, 소설, 인문학, SF 등 장르가 다양했고 받았을 당시 제일 위에 "네가 없어도 괜찮아"가 놓여 있었다...

주요 등장인물들과 무대가 되는 서점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시작되는 첫 이야기로, 손님이 '정리꾼'이라는 설정을 활용해서 풀어내는 간단한 암호 트릭이 등장합니다. 책들은 크기별로 놓으면 "스카이프 가입해"라는 메시지가 표시되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문고판이 나온 오래전 소설의 단행본을 구태여 주문하는 등의 단서도 등장하고요. 

책을 주문하고 배달된 날짜, "네가 없어도 괜찮아"가 상자 맨 위에 놓여 있었던 이유 등을 근거로 정리꾼의 애인은 서점 아르바이트생 히라노라는 추리도 괜찮았습니다. 주문과 배달에 보통 1주일이 소요되는데, 몇 일 걸리지 않았던게 단서였습니다. 서점에 재고가 있다는걸 완벽하게 파악했어야 하는데, 이를 조사하기 위해 서가를 훝고 다니는 손님은 없었으니 그 연인이 서점 직원이라는건 꽤 그럴듯 했어요. 포장 역시 단서였습니다. 판형이 다른 특정 책이 맨 위에 올라가려면, 직원이 직접 포장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정리꾼이라는 손님이 책을 선물받고 정리도 하지 않은채 집에 두었을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책 제목 앞 글자만 따서 읽으면 되는 간단한 암호라서, 의지만 있었다면 책을 정리하지 않았어도 풀 수 있었을테고요. 경우의 수는 5천개 정도밖에 안되니까요. 무엇보다도 이런걸 물어보려고 서점에 올 것 같지는 않네요.

그래도 서점이라는 특성을 잘 살린 일상계 추리물로 기본은 해 주는 에피소드였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모든 것은 에어컨을 위해" 

서점을 찾은 손님 시마지리는 아르바이트 생 이케베의 친구였다. 그는 서점 직원들에게 이케베가 자신의 소중한 책을 훔쳐간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문제는 이케베는 도저히 책을 가져갈 수 없었던 상황이었고, 방법에 대해 서점 직원들이 모여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내 놓기 시작하는데...

도난품은 유명 라이트노블 작가 하스미 쿄의 사인본으로 시마지리의 가방 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시마지리가 잠깐 쓰레기를 버리러 자리를 비운 사이, 방에 있었던 이케베가 훔쳐갔다는 거지요. 하지만 이케베의 몸 속 어디에도 책은 숨길 수 없었고, 그가 가져갔던 문고본이 가득했던 상자 안에는 책을 더 이상 넣을 방법이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케베가 책을 어떻게 훔쳐내었는지?에 대해 서점 직원들이 각자 추리를 이야기하는, 일종의 추리 배틀이 핵심인데, 나름대로 재미있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정말로 훔쳐낼 방법이 없었다는 상황을 알려주는 전개도 괜찮았고요. 결국 책이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문고본이 가득찼던 상자 안에 넣는 방법 밖에 없었다는게 증명되거든요. 상자안의 책들 커버를 벗겨서 책 한 권이 더 들어갈 공간을 만들었다는게 진상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지식이 사용된 트릭이라고 할 수 있어요. 덧붙여, 시마지리가 방법을 알기 위해 서점에 찾아온 이유도, 보통 손님들은 서점 직원이라면 ‘무엇이든 알고 있다’고 곧잘 생각한다는 것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인데 꽤 그럴듯했어요. 이런저런 다른 서점 동료들 캐릭터들도 읽는 재미를 더하고요.

하지만 벗겨낸 책 커버의 처리 방법은 설득력이 떨어지더군요. 상자 골판지 앞, 뒤를 뜯어낸 사이에 집어넣었다는데, 시마지리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데, 50권이나 되는 책 커버를 완벽하게 안에 집어넣고 재포장하는건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쓰레기 버리러 갔다 오는게 20분 이상 걸리지는 않았을테고, 설령 시간 내 집어 넣었더라도 티가 전혀 나지 않았을 것 같지도 않았고요. 이보다는 조금 더 큰 다른 상자를 미리 마련해서, 이미 포장해 두었던 박스와 책을 함께 넣었을 거라는 히라노의 추리가 더 그럴듯하게 느껴졌습니다. 시마지리가 상자를 직접 들었기 때문에 그럴리 없다고 했지만, 미묘한 크기 차이를 알아내는건 힘들지 않았을까요?

작가로 성공한 친구 싸인본을 질투심에 버렸지만, 그 작가 친구가 집에 자러올지도 몰라서 싸인본을 훔쳤다는 동기도 이상했어요. 진상을 알고 난 시마지리가 흔쾌히 용서하면서, "또 사서 사인 받으면 된다"고 말하는 장면과 배치되었기 때문입니다. 시마지리는 다시 싸인을 받아도 되고, 이케베는 안 될 이유가 있을까요? 또 이름 부분 필적이 다르면 눈치채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이렇게 흔쾌히 용서할거면 시마지리가 이런 소동아닌 소동을 일으킬 필요가 있었을지도 의문입니다. 

게다가 애초에 책을 훔치는게 목적이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훔칠리기 만무합니다. 어떤 트릭을 써도 용의자는 자기밖에 없으니까요. 시마지리 집에 놀러가서 몰래 가방에 넣고 오는 것과 같은 상황이니, 상자 골판지를 뜯어내는 등의 불필요한 노력을 할 이유가 없어요. 문고본이 박스안에 정말로 "가득차 있었다"도 우연이었다고 생각되고요. 억지와 우연이 만들어낸 불가능 범죄인 셈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서점 업무에 대한 여러가지 디테일은 좋았지만 트릭, 동기, 상황 모두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일상 업무 탐정단" 

하스미 쿄의 사인회가 있던 날 밤, 서점에 누군가가 침입하려 했었다. 다음날 출근 때, 정문 쪽에 테디베어가 목매달렸고, 가게 안 쪽에서 붙여놓은 하스미 쿄가 친필 사인한 포스터에는 핑크색 마커로 불경과 낙서가 가득 적혀져 있었다. CCTV 확인 결과 테디베어가 매달리던 새벽 3시 36분에는 포스터에는 낙서가 없었다. 이후 아침에 발견될 때 까지 모든 출입구는 잠겨 있었고, 뒷문 오토록도 열린 기록이 없었는데, 범인은 어디서 들어와 어디로 나갔을까? 

아오이, 히라미, 코미야마 모두 서점 일을 하며 트릭을 파헤치고 범인을 잡자는 결의를 다지던 와중에, 서점의 단골 손님 타와타가 밤 중에 하스미 쿄의 편집자가 도망가는걸 목격했다고 말하는데....

직전 이야기에서 인기 작가로 소개된 하스미 쿄가 주요 소재로 등장합니다. 스토커 타와타가 하스미 쿄의 지문을 노리고 그가 서명한 포스터를 얻기 위해 이런저런 범죄를 저지른다는 내용이지요.

핵심인 포스터 낙서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빛이 핑크색을 띄게 만든 뒤 비치면 핑크색 낙서는 사라져서 보이지 않는다는 트릭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즉, 테디베어를 매달던 시점 전에 낙서를 했던 것입니다. 초등학생 과학 실험같은 느낌인데, 실제로 잘 되었을지도 의문이지만 무엇보다도 작 중에서도 언급되듯, CCTV가 흑백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마침 CCTV가 흑백이었던건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지요. 이 트릭 보다는, 창 밖으로 멀쩡한 포스터를 붙여서 위장했다는 히라노의 아이디어가 더 괜찮았어요. 붙인 포스터를 뗀 건 CCTV에 찍히지 않아서 기각되긴 했지만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해서 낙서를 언제 했는지를 모르게 만든 이유가 불명확하다는 점입니다. 범인 타와타는 밤중에 낙서를 하고 달아나다가 점장과 아오이에게 목격되었었죠. 이 때 타와타는 자기 정체가 드러났다고 생각하고, 최소한 낙서에 대한 혐의는 벗어나기 위해 이런 트릭을 사용했다고 설명됩니다. 처음 발견한 사람이 낙서를 했다고 의심받았을 거라면서요. 그런데 점장과 아오이가 달아난 사람이 타와타라는걸 알았다면, 이런 공작을 했든 안했든 그녀가 범인이라고 생각했을게 뻔합니다. 현장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점장이었을 가능성도 있고요. 타와타가 편집자 유루즈메가 도망치는걸 목격했다고 한 증언도 억지스러워요. 유루즈메가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더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을까요? 어차피 자기가 범인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면, 다른 누군가를 범인으로 몰 까닭도 없고요. 괜히 유루즈메가 수상하지 않다는걸 드러내는 빌미가 되었을 뿐입니다.

낙서로 포스터를 훼손한 동기도 납득이 가지 않아요. 서점이 포스터를 버리면 그걸 손에 넣기 위해서였으며, 하스미 쿄가 사인할 때 손바닥을 찰싹 붙이는 버릇에서 착안하여, 코트지로 만들어진 포스터에서 잔류 지문을 회수하여 집에 몰래 침입할 의도였다는데 그게 과연 가능했을까요? 또 이렇게 엄청난 공을 들여 포스터를 훔치느니, 사인할 때 버릇을 이용하여 직접 사인을 받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이런 문제들 때문에 서점에 대한 디테일은 여전히 좋습니다만,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세금 관련되어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이 등장하는게 기억에 남을 뿐인 졸작이에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 "초세금 대책 살인 사건"은 추리 작가가 세금을 낼 수 없게 되자, 경비를 부풀리기 위해 개인적으로 산 물건, 여행지 등을 억지로 원고에 등장시킨다는 내용이라는데 재미있을 것 같네요.

"서점이여 영원히"

아오이가 일하는 사사쿠라 서점은 경영이 악화되고 있었다. 어떻게든 서점을 살리려고 문예서 담당인 이치노세와 아오이는 힘을 합쳤지만, 점장의 얼굴을 보기도 힘든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 때 잡지에 "진열대에서 빼지 않으면 유해 서점으로 간주하겠다"는 협박장을 꽂아놓고 가는 사건이 일어났고. 거액의 사진집이 도난 당한 날에는 "유해 서점으로 지정되었다"며 밤 11시에 뒷문 앞으로 모이라는 협박장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에 누군가 서점에 불을 지르는데...

약간의 서술 트릭이 도입된 작품으로 점장 이치노세와 고참 아르바이트 아오이가 처음 만났던 '사사쿠라 서점'에서 일어났던 과거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의욕없고 자리를 자주 비우는 점장은 남자인 사사쿠라 점장인거지요. 이걸 마지막에 드러내고 있는건 꽤 그럴듯 했습니다.

실제 사건에 대한 추리 역시 괜찮은 편이에요. 서점 밖에서 서점 안 화재 경보기를 작동시킨 방법은 유치했지만,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추리는 합리적이면서, 서점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협박장인 빨간 괴문서는 언제나 반품 직전 잡지에서 나왔는데, 인기 잡지들이라 손님이 먼저 가져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해서, 협박장을 보낸건 서점 내부 사람이라는걸 밝혀내는 식입니다. 협박장을 꽂은 잡지를 눈여겨 보고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여기에 더해, 착화제가 남자 화장실에 버려졌다는걸 단서로 이치노세는 범인이 서점 내부의 남성이라고 확신합니다. 남자 화장실 휴지통에 착화제를 버리고 뚜껑을 닫은건 조작이 아니라 정말로 버린 것이며, 그렇다면 다른 성별로 위장할 필요가 없다는 추리였는데, 아주 그럴듯했어요.

하지만 이 이야기의 가장 큰 장점은 사사쿠라 점장이 불을 지른 동기입니다. 점장은 목적은 보험금 때문이었다면서 서점은 이제 사라질 것이라면서, 아무도 책을 읽지 않게 됐다고 합니다. 책 말고도 오락거리가 넘쳐난다면서요. 문고본과 만화 매출은 늘어나지 않았냐는 이치노세의 반론에, "다 도서관에서 빌려본다, 아니면 중고 서점에서 산다, 요즘은 잘 나가는 책만 들여놓는 편의점 수익이 훨씬 높다. 어차피 인터넷 서점에는 상대가 안된다"며 자신의 좌절감을 강하게 토로하는데,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저 역시 도서관, 중고 서점을 애용하고, 인터넷 서점으로 책을 사니까요. 동네 서점이 사라지는데 일조하고 있나 싶어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요. 

하지만 "책과 서점은 다르다. 서점에서 보고 싶은 책을 발견하는 것이다"는 이치노세의 말과 그 외에도 즐기는 공간으로 바뀌어서, 카리스마 직원의 힘을 빌려서, 전문성을 특화시켜서, 지역 밀착형 등으로 살아남고 명맥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아오이의 생각, 그리고 뒤이어 서점은 없어지지 않을 거라는 희망섞인 기대와 함께 끝나는 결말 덕분에 마음의 평화를 찾았습니다. 암요, 책만 파는 공간은 비디오, DVD 대여점처럼 언젠가 없어질게 분명해요. 살아남으려면, 시대 흐름에 맞춰서 계속 변화해야지요. 어떻게 변화하는게 좋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작중 등장하는, 지금의 니시후나바시에 위치한 서점이 꽤 잘 되어가고 있는 것 처럼, 동네 서점들이 꾸준히 살아남아 주면 좋겠네요. 저도 동네에 이런 서점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밖에도, 암에 걸릴 것 같던 만화책 절도 사건 등 여러가지 디테일도 좋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도나 조 나폴리가 썼다는 "도망친 숲의 마녀"라는 책이 중요하게 등장하는데,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헨젤과 그레텔 마녀를 주인공을 했다는 소개가 꽤 재미있었거든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출간되지 않았네요....

2017/11/19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 엘러리 퀸 / 박진세 : 별점 1.5점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 4점
엘러리 퀸 지음, 박진세 옮김/북스피어

북스피어의 박람강기 프로젝트 일곱 번째 책입니다. 박람강기(博覽强記)는 국어사전 풀이로는 "여러 가지의 책을 널리 많이 읽고 기억을 잘함." 이라는 뜻으로, 북스피어에서는 장르 소설이 아니라 소설 외의 다른 책들을 이러한 이름으로 펴내고 있지요. 저도 이 중에서 작가의 수입, 지출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인 "작가의 수지", 서간문집인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기행문인 "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을 읽고 리뷰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 책 역시 박람강기 레이블로 출간된 책답게 추리 소설은 아닙니다. 엘러리 퀸이 추리 소설을 연대별로 구분하여 각 연대별로 걸작을 꼽은, 추리 소설의 큰 역사와 대표작을 소개하는 일종의 가이드 북이자 서지 정보 책입니다.

그러나 제목만 다를 뿐, 추리 소설 애호가들에게는 익히 잘 알려져 있는 "퀸의 정원"의 단순 번역본에 불과해서 아주 실망스러웠습니다. 제가 이전에 관련해서 글을 남긴 적이 있을 정도로 이미 이런 저런 곳에서 공개되어 있는 내용이거든요.

물론 저는 일본어 사이트로 접했고, 영어나 일본어를 못하는 독자분들께는 유용한 정보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의미가 있으려면 제가 링크한 일본 사이트처럼 국내에 번역되었는지, 어떤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지, 간략한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려주었어야 했습니다. 대충 훝어보니 약 30권 정도만 국내 소개된 듯 한데 간단한 수고 만으로도 이 정도 정보는 제공해 줄 수 있었을 거에요.
한 마디로 돈 받고 파는 책이 공짜 일본 사이트보다 담고 있는 정보가 부실합니다. 이 정도 수고도 하지 않고 그냥 책을 출간한건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아요. 지금 이 책을 읽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희귀한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엘러리 퀸의 책 자랑 정도 밖에는 없습니다.

그나마 내용이라도 재미있다면 괜찮겠지만 선정된 125 편의 책 소개 대부분은 작가와 탐정 이야기가 전부입니다. 제일 궁금한 내용은 정작 알려주지 않으니 뭘 어쩌라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완벽하게 성공하기는 했습니다만, 이래서야 이게 책 가이드로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또 이 책이 발표된 해는 1969년 증보판 기준으로 보아도 이미 50년 전이며, 선정 기준에 "역사적인 중요성"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게다가 "단편" 이어야 한다는 기묘한 기준도 있기 때문에(아마도 잡지 EQMM의 홍보를 겸한 듯 싶어요) 국내에 소개되었다 하더라도 재미나 완성도 측면에서는 부족한게 많습니다. 제가 읽었던 잘레스키(자레스키) 왕자 시리즈 중 한편인 "오번 가문의 비극"이 대표적이지요. 도저히 눈 뜨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거든요. "아마추어 괴도"(래플스 시리즈)도 마찬가지고요. "뜀뛰는 개구리" 처럼 그 어떤 기준을 들이 대어도 추리 소설이라고 보기 어려운 작품도 선정되어 있는 것도 문제고요. 그래도 이 작품은 재미라도 있으니 좀 낫긴 하네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추리 애호가로서 한 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 번역되었다는 점 외에는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이유들에 더해 번역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고요. 추리 소설 명작 리스트가 궁금하시다면 이런 것 같은, 인터넷에 여러가지 공개된 자료를 참고하시는 것이 훨씬 나을 겁니다.

2022/03/20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 요리후지 분페이 / 서하나 : 별점 2.5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 6점
요리후지 분페이.기무라 슌스케 지음, 서하나 옮김/안그라픽스

오래 전에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라고 글을 남겼었고, 몇 권의 책을 읽기도 했던 일본의 디자이너 요리후지 분페이의 에세이입니다. 디자이너로서 디자이너라는 업과 디자인이라는 일에 관련된 여러가지 생각과 가치관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현업 디자이너로서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 중 특히 요리후지 분페이의 대학시절 은사가 한 말은 디자이너로서 새겨 들어야 할 것 같아요. "디자인은 감성적이지 않고 과학적이다"는 말입니다. 감각적으로 좋다고 느끼는 것은 아무런 가치없는 자기만족일 뿐이며, 무언가를 만든다면 왜 그걸 하는지를 언어로 쌓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은사가 전투적으로 커뮤니케이션했던 전공투 세대였기 때문에 그랬을거라는 부연 설명이 살짝 덧붙여져 있지만, 세대를 떠나 맞는 말입니다. 최소한 왜 만드는지는 생각하고 만들어야하는건 당연합니다. 단지 예뻐서, 멋져 보여서가 아니라요. 요리후지 분페이도 가슴 속 깊이 새겼는지, 이 책을 통해서 자기가 만든 다양한 작업물에 대해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작업도 몇 가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다양한 요소를 모듈화하여, 이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일러스트를 만들고 그 모듈 킷의 사용료를 받는다는 획기적인 발상이었습니다. 조합 가능한 일러스트라는 아이디어는 흔합니다. 제 대학 졸업 작품도 비슷했었지요. 시기상으로 따져보면 거의 동시기라 뭔가 으쓱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겨 상용화했다는건 아주 참신했어요. 제 아이디어는 머리, 몸, 다른 유닛을 조합하여 무궁한 몬스터를 만들어낸다는, 비교적 작은 범위의 딱히 효용성 없는 결과물이라 상업화에 성공한 요리후지 분페이의 작업물과 비교하기도 어렵고요. 

짤막하게 스쳐지나가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엠블렘에 대한 아이디어도 아주 괜찮았습니다. 도쿄는 물의 도시이고, 스포츠에서 땀은 빼 놓을 수 없고, 재생이 중요한 시대 환경을 감안하여 1964년 도쿄 올림픽 엠블렘을 색깔만 파란색으로 바꾸어 재활용하는게 어떨까? 라는 건데, 아주 그럴듯했어요. 디자인에 부가되는 이야기를 풀어내어 설명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중요해져 버린 시대 비판을 위해 든 예였지만, 2021년 올림픽 엠블렘으로 사용되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디자이너 요리후지 분페이가 풀어놓는 본인의 경력들도 흥미로왔습니다. 디자인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실력만 가지고는 안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 끝에, 경제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하여 피터 드러커의 책을 열심히 읽었다는 일화에서는 확실히 남다른 부분이 느껴졌고요. 저도 30대에 한 3~4년 정도 디자인 에이전시 사무실을 운영했던 적이 있는데, 당시의 요리후지 분페이보다도 나이가 많았음에도 이런 발상은 하지도 못했었습니다. 시간이 나면 놀기 바빴었지요. 심지어 기껏 읽은 피터 드러커 관련 책은 이거 하나밖에 없고요. 많이 반성이 됩니다. 당시 읽었던 다른 책을 통해 '참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하나 있다면, 그 아이디어만으로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자세를 본받아, 그렇게 일하려 노력했다는 것도 대단해 보였고, 본인 작품을 예로 들어가며 자기의 디자인론을 펼쳐나가고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노하우를 참고할 만한, 프로 현업 디자이너로서의 조언들도 제법 됩니다. 그 중 아이디어를 형태로 만들어 나가는 방법론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별로 특이한건 아니었습니다. 생각이 막히면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려보라는 등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니까요. 그러나 슬럼프가 왔을 때는 방법이 없으니 가장 안정적인 방법으로 일을 하면서 슬럼프를 벗어나기를 기다려야 한다는건 괜찮은 조언이었어요. 홈런보다는 번트라도 대라는 건데, 젊은 디자이너들에게는 굉장히 유용할 조언이었다 생각됩니다. 여러 관련 부서, 담당자와 소통할 때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라는 조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뒤에, 너무 자세하게 적으면 상대방이 생각을 하지 않게 되니 문제라고 바로 자기 말을 뒤집기는 하는데, 자세히 설명해서 나쁠건 없지요. 저도 한 때 디자이너에 대한 선민의식이 있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많이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요리후지 분페이 말에 동의하는게 하나 있습니다. 전문가에게 맡기면서 정작 인쇄 감리처럼 현장에 가서 지켜보는건 확실히 이상해요. 당연히 믿고 맡겨야지요. 그림은 생각이 20%, 작업이 80%인데 디자인은 반대라는 이론도 좀 특이했고, 북 디자인은 관심이 많은 영역이 아니라서 기억에 많이 남지는 않지만 디자이너의 재능이라는 부분은 상당부분 알고리즘으로 치환될 수 있다는 의견도 굉장히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 작가가 이 책을 왜 썼는지를 언어화해 두고, 이 책과 어떻게 만나고 싶은지를 상상한다는건 다른 디자인 작업에도 써 먹음직한 내용이었어요. 이는 '경험 디자인'과 같은 맥락이라 생각되네요. 잘 팔리는 책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큰 제목' 이라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대단한 실력을 갖췄는데도 인정받지 못하는 디자이너를 본 적이 없다던가, 서로간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는 '인사하기' 라던가, 디자인을 포함해 어떤 것을 창조하는 일은 그 사람이 안고 있는 커다란 불안을 원동력으로 한다는 등의 경험이 뒷받침된 말들도 염두에 둘 만 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장점만 있는건 아닙니다. 내용에 두서가 없을 뿐더러, 유명 디자이너가 썼고, 본인 디자인 방법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도판이 지극히 부실하다는 큰 문제가 있는 탓입니다. 컬러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최소한 소개된 작품에 대해서는 도판을 모두 수록해 주었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원소생활"이라는 책을 만들 때 이야기를 꽤 길게 이어가는데, 정작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그 결과물은 함께 소개되지 않는건 너무하다 싶어요. 북 디자인이 책 표지만 있는건 아닌데, 표지만 잔뜩 도판으로 수록한 것도 문제이며 북 디자이너로서의 생각을 잔뜩 풀어놓지만 이 책의 디자인도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용에서 설득력을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이 책 디자인처럼 저자와의 간극이 느껴지는 결과물은 그 외에도 제법 많습니다. 픽토그램 활용한 디자인이 대표적이에요. 솔직히 좋은지 잘 모르겠더군요. 다리 사이의 구멍이 왜 그렇게 큰 완성도를 가져다 주는지 저는 알 수 없었거든요. 본인 스스로 픽토그램은 수도 없이 손 봤다면서, 그 다음에 바로 광고 카피 문구 자간에는 일부러 손을 대지 않았다고 말하는 맥락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재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후배 디자이너로서 경외감을 가지고 읽을 만한 부분도 없지 않고요. 그러나 단점도 확실하고, 취향도 많이 탈 것 같아 선뜻 권해드리기는 어렵습니다.

2014/04/19

알라딘 중고서적을 잘 찾아보면... 온라인 비블리아 고서당

여러모로 뒤숭숭하고 힘들고 어려운 시기네요. 책도 손에 잘 잡히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세월호 생존자 구조가 모쪼록 잘 이루어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이번에는 읽은 책도 없고 하니,   오무라이스 잼잼 리뷰에서 언급했던 알라딘 중고서적에 대해 조금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알라딘 중고도서 헌터인데 왠만한 책은 알라딘 직배송으로만 구입합니다. 회원 판매가격은 이해불가 가격도 많고 배송비가 얄짤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절판되었고 희귀본이라면? 당연히 회원 판매를 알아봐야죠. 알라딘 판매 회원 중에도 몇몇 절판 희귀본 전문 셀러가 있습니다. "비블리아 고서당"의 온라인 버전인 셈이지요. 그 중 한 셀러의 판매 목록에 들어가서 훑어보니 참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절판되었다는데 놀랐습니다. 이런 책까지 나왔었나? 싶은 책도 있고요. 가장 놀라운 가격의 책은 요거입니다. 출간된 지 10년도 안 된 책인데 가격이 상당해요. 보통 절판 희귀본의 시세는 정가의 1.5~2배인데, 이 책은 3배에 달할 뿐더러 원래 정가도 고가의 책이라 높은 가격이 형성된 듯 싶습니다.

이런저런 정보를 접하니 제가 가진 고서들의 가격이 궁금해져서 저만의 다카키 아키미쓰 컬렉션을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다른 책은 아예 검색도 안 되고, 그나마 검색된 "제로의 밀월"은 2,000원... 그 외의 추리소설들 모두 가격이 형편없더군요. 재간되기 전의 "점성술 살인사건"과 "관 시리즈", "불야성" 등을 소장했을 때에는 중고가격이 상당했었는데... 다 오래전 일이 되어버렸네요. 아쉽...

제가 가진 책이야 망했지만, 그래도 잘 관심을 가지면 갖고 싶은 책을 건질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중고도서 헌터짓은 계속할 예정입니다. 바로 오늘도 이 책을 5,000원 대에 건졌거든요! 이러니 헌터짓을 그만둘 수 없지요.

2009/10/16

도서실의 바다 - 온다 리쿠 / 권영주 : 별점 2점

도서실의 바다 - 4점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북폴리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읽고 호감이 생견 차에 알라딘 중고책으로 싸게 팔길래 구입한 책입니다. 사실 꼭 사고싶었다기 보다는 다른 책을 사는데 어차피 배송비를 내야 하길래 판매자의 다른 책을 더 살까 하고 보다가 충동적으로 구입한 책이죠.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읽고나니 실망이 더 큽니다. 충동구매를 하면 안된다는 것을 다시금 알려주는 책이랄까요.

일단 "봄이여 오라", "수련", "노스탤지어" 같은 작품들은 내용을 일부러 이해하기 어렵게 꼬아놓은 듯 한데 영 적응이 되지 않더군요. 이야기의 맥락은 둘째치고서라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조차 감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책을 꼼꼼하게 읽으며 행간을 파악하려 하지 않는 제 잘못도 있겠지만 일부러 혼란스럽게 하려는 의도가 지나쳐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요. 

본편을 읽지 않으면 별다른 재미를 느끼기 힘든 외전격의 작품인 ""수련", "도서실의 바다" 역시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작품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성립하기는 하지만 세계관을 명확하게 알지 않으면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는 점에서 애초에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원체 "리세"라는 캐릭터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장편의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는 "피크닉 준비"는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수준의, 작품이라고도 할 수 없는 글이었습니다. 세상 어디에서 예고편을 돈받고 판답니까? 똑같이 예고편격인 "이사오 오설리반을 찾아서"는 그나마 다행스럽게 이야기로 성립을 하기는 하지만 역시나 돈주고 사서 읽기에는 힘든 성격의 작품이라 생각이 되네요. 이런 작품이 실려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제게는 크게 실망스러웠습니다.

물론 이 책의 꾸준한 인기를 대변하듯 작가의 잔잔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실려있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영화의 기억"이라는 작품은 주인공이 작은 아버지 장례식을 마친 뒤 "청환기"라는 영화와 더불어 초등학교시절 겪었던 바닷가에서의 숙모 익사사건을 떠올린다는 이야기로 "청환기"라는 실존하는 작품을 잘 인용하는 것과 더불어 정통 추리물의 형식을 띄면서도 독특한 작가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트릭이 현실성이 약간 떨어져 보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하죠. 비극적인 모자의 이야기로 실존한다는 "청환기" 영화와 소설도 보고 싶어지네요. 그리고 "국경의 남쪽" 이라는 작품은 과거 한 카페에서 10년간 일하며 물에다가 비소를 풀어 손님들에게 대접한 웨이트리스에 대한 약간은 섬뜩한 이야기인데 치사량은 아니지만 많이 마시면 죽는다는 것, 그래서 웨이트리스가 "서비스"를 하면 할 수록 해당 손님은 죽어간다는 이율배반적인 설정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와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묘사력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처럼 반 정도는 마음에 들고 반 정도는 그렇지 않았는데 문제는 마음에 안드는 반이 너무 심하게 마음에 안 들어서 전체적인 점수가 많이 낮아졌네요. 어쨌건 좋은 작품은 분명히 제 취향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셈이니 다음번에는 꼭! 이 작가의 장편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PS : 장편 중 제 취향으로 보이는 작품 추천 부탁드립니다. 제 취향은 아무래도 추리물이겠죠?^^

2018/08/12

마크 쿨란스키의 더 레시피 - 마크 쿨란스키, 탈리아 쿨란스키 / 한채원 : 별점 2.5점

마크 쿨란스키의 더 레시피 - 6점
마크 쿨란스키.탈리아 쿨란스키 지음, 한채원 옮김/라의눈

얼마전 "대구" 라는 책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다양한 음식 관련 저서로 잘 알려진 마크 쿨란스키의 책입니다. 워낙에 좋아하는 작가라 주저없이 구입하게 되었네요.

그런데 구입하기 전에 책 소개를 좀 읽어보고 살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크 쿨란스키의 다른 책들처럼 음식이나 요리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와 전혀 다른 '레시피 모음집'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양한 경력을 지니고, 음식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춘 마크 쿨란스키이기에 평범하게 레시피만 실려있는건 아닙니다. 일주일에 한 번, 딸 탈리아가 지구본을 돌려 짚은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 먹던 가족의 게임에서 시작된 책으로, 해당 나라에서 많이 먹는 음식을 평범한 미국 가정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거든요. 푸드 프로세서와 오븐만 있으면 거의 모든 음식을 만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유럽은 물론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에 우리나라와 몽골까지 포함된 아시아까지 정말로 방대한 종류의 음식을 소개하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깍둑썰기한 참치에 참깨,다진 파, 카이엔 페퍼, 참기름, 간장을 섞는 하와이 식 애피타이저 '아히 포키', 잘게 자른 토마토와 오이, 양파, 올리브 오일, 민트 잎과 후추로 만드는 이란의 '시라지 샐러드', 이런저런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지만 오븐이나 푸드 프로세서 없는 저도 충분히 만들 수 있어 보이는 독일의 소고기 요리 '사우어브라텐', 새조개를 소금물에 담아 끓인 후 우유와 샐러리를 넣어 만드는 아일랜드의 '새조개 수프', 소고기 슬라이스를 양념에 절인 후 구워 먹는 니카라과의 '니카라관 비프' 등은 도전해보고 싶어집니다.

또 해당 국가에 대해 짤막하지만 특유의 글 솜씨로 재미있게 소개해 주는 부분도 볼거리입니다. 특히 마크 쿨란스키가 이런저런 이유로 직접 방문했었던 나라의 경우, 본인이 해당 국가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주는데 이런 글들은 정말로 재미있었어요. 

소개되는 음식을 통해 해당 지역의 문화를 살짝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하와이의 대표 음식으로 일본의 타쿠완(다꾸앙)이 소개되는 글을 통해, 일본인들이 하와이에 다이콘(무)을 들여왔다는걸 알게 되는 식으로요.
전문가다운 식견을 보여주는 항목도 있습니다. 일본 요리를 소개하면서 '굴은 일본인들처럼 씻을 필요 없다' 고 하는 부분이 대표적이에요. 소금물로 씻는게 좋아 보이기는 합니다만.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레시피 모음집이고, 저자 가족에게는 즐거움이자 기쁨이었겠지만 독자에게는 딱히 땡기지 않는 나라와 요리들이 포함되어 있는 등 모든 내용이 만족스럽지만은 않습니다. 2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도 비싼 편이고요. 무엇보다도 마크 쿨란스키의 다른 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책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몇몇 국가, 혹은 대륙으로 압축하여 해당 국가의 요리와 음식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2023/11/24

살인 플롯 짜는 노파 - 엘리 그리피스 / 신승미 : 별점 2점

살인 플롯 짜는 노파 - 6점
엘리 그리피스 지음, 신승미 옮김/나무옆의자
<<아래 리뷰에는 진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범죄 소설 읽기가 취미인 아흔 살의 페기 스미스. 그가 즐겨 앉던 의자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을 때, 노인의 죽음은 의심 없이 자연사로 처리될 뻔했다. 간병인 나탈카가 'M. 스미스 부인. 살인 컨설턴트'라고 적힌 명함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의문을 품은 나탈카는 페기의 아파트를 정리하다 페기가 소장한 수많은 범죄 소설에서도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낀다. 책 앞쪽 '헌사'나 책 뒤쪽 '감사의 말'에서 '페기의 조언에 감사한다'는 문구를 무수히 많이 발견했기 때문이다. 
다른 책들을 들춰보며 단서를 찾던 나탈카는 페기가 죽는 순간 읽고 있던 책에 끼워져 있던 엽서를 발견하고 만다. '우리가 당신을 찾아간다.'라고 쓰인 의문의 문장. 뒤이어 총을 든 괴한이 페기의 아파트를 찾는가 하면, 페기에게 감사의 말을 헌정한 작가 중 한 명인 덱스 첼로너가 살해당하는 등 노부인의 죽음은 책과 작가들을 둘러싼 거대한 수수께끼로 비화하고, 애거사 크리스티, 도로시 L. 세이어스를 비롯해 추리소설 황금기 작가로 설정된 가상의 인물 실라 앳킨스의 책이 사건의 단서로 떠오른다.

홀로 노년을 보내던 노인이 많은 추리작가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고, "살인 컨설턴트"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었으며 심지어 협박장까지 받았다는게 밝혀지는 도입부는 아주 흥미로왔습니다. 페기의 정체가 과연 무엇이었을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좋은 장치들이었어요.
페기의 이웃 친구인 노인 에드윈, 간병인 나탈카와 그들 단골 카페 사장인 베네딕트와 사건을 맡은 하빈더 형사가 힘을 합쳐 사건을 풀어나가는 전개도 좋았습니다. 별거 아닌 듯 했던 90살 노인의 죽음이 유명 추리 소설 작가 덱스 챌로너와 랜스의 연쇄 살인 사건으로 확장되는 과정이 자연스러우면서, 여러가지 단서와 정보들의 제공을 통해 독자들을 몰입하게 만듭니다. 고전 추리 소설인 실라 앳킨스의 "감사 단식" 이라는 책 속에 단서가 있다는 말 처럼요.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한 간병인이자 비트 코인으로 50만불이 넘는 돈을 가지고 있는 미녀 나탈카, 전직 수사 (수도사) 출신의 바리스타이자 추리 드라마 매니아인 베네딕트, 전 BBC 직원이자 게이로 다방면에 걸쳐 폭넓은 지식을 갖춘 80대 노인 에드윈 트리오의 매력도 빼어납니다. 다들 여러가지 약점들을 갖추고 있지만, 매력도 확실해서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인물들이거든요. 

하지만 흥미로운 전개에 비하면 결말은 어설픕니다. 덱스 챌로너 사건의 범인이 밝혀진건 CCTV에 범인이 찍혔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이유입니다. 즉, 트리오가 스코틀랜드 에버딘까지 여행을 떠나면서까지 조사에 나설 이유는 없었습니다. 여행을 통해 새롭게 알아낸 사실도 딱히 없고요. 간병인 회사 대표 퍼트리샤가 범인이었다는 진상도 앞서 별다른 단서나 정보 제공이 없어서 그리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동기도 문제에요. 퍼트리샤는 덱스의 어머니 베로니카의 돈을 빼돌리다가 들통나 그녀를 살해했고, 이 사실을 덱스가 알아챌까 두려워 살해했다고 하는데, 베로니카가 살해되었다는걸 현 시점에서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런데 위험을 무릅쓰고 유명 작가를 살해하면서까지 입을 막을 이유가 있었을까요?
페기와 랜스를 살해한건 또 다른 추리작가 줄리였다는 것 역시 억지스러웠습니다. 그녀의 데뷰작이자 유일한 히트작이 실라 앳킨스의 "감사 단식"의 표절이라는걸 둘이 알아채서 살해했다는 동기부터 어설퍼요. "감사 단식"은 절판되었지만 베네딕트도 쉽게 구할 정도로 많이 퍼져있었습니다. 이렇게 널리 알려진 책을 읽은 사람을 모두 죽일 수는 없잖아요? 이 이유라면 베네딕트는 왜 살해하지 않았을까요? 설령 유명 작가로 문단에서 어느정도 알려진 랜스는 살해한다 쳐도, 페기를 살해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리고 나름 건강한 남자였던 랜스가 분명히 그의 입장에서는 요주의 인물인 - 자기 어머니 소설을 표절한 작가 - 줄리가 독약을 주사하는걸 수수방관한 이유도 불분명하고요. 다른 무언가로 협박했겠지만 전혀 설명되지 않습니다.

추리적으로도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뭔가 공정해보이게끔 단서를 깔아놓기는 했는데, 독자가 이를 해석하고 추리하기는 불가능한 탓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책 속에 단서가 있다"는 말이 대표적입니다. 이 말은 책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성 패트릭의 그림(책갈피)을 뜻하고, 패트릭은 바로 퍼트리샤이다! 라는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책갈피의 존재는 극후반에 공개되기에 추리의 여지는 전무할 뿐더러, 간병인 마리아에게 왜 "퍼트리샤가 뭔가 수상하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은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또 핵심 동기인 "감사단식"과 줄리의 데뷰작 내용이 비슷하다는건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에게 아예 제공되지도 않고요. 소개되는 정보, 단서 중 범인을 밝히는데 유용했던건 기껏해야 페기가 관찰한 통행인들을 기록한 노트가 전부입니다. 이 마저도 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페기가 줄리의 표절을 알고도 계속 도와준 이유라던가, 마일즈가 어떻게 덱스 첼로너의 소설과 같은 소설을 먼저 완성할 수 있었는지 등 그 외에도 설명되지 않는게 너무 많습니다.

앞서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했지만, 나탈카가 우크라이나에서 비트 코인 관련 사기를 쳐서 마피아에게 쫓기고 있다던가, 나탈카를 쫓는 2인조 러시아인은 알고보니 덱스 챌로너의 출판 담당자 마일스를 쫓고 있었다는 내용은 솔직히 불필요했습니다. 서스펜스를 강화시키기 위한 목적이었겠지만, 추리 소설 매니아인 독거 노인에 관련된 죽음을 다루는 코지 미스터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비현실적인 설정이었어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있지만 비현실적인 캐릭터, 뭔가 있어보이지만 알멩이 없는 전개, 사전에 전혀 공유되지 않았던 충격적이면서 뜬금없는 진상 등의 요소를 종합해보면 영상물에 더 어울리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2019/12/30

2019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16차, 열 여섯번 째 블로그 리뷰 총 결산입니다. 이글루스 블로그도 어느덧 고등학생 레벨에 진입하였군요. 감개무량합니다.

리뷰에 대해 숫자로 정리해보면, 2019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48 (40)권, 기타 장르문학 1 (3)권, 디자인 or 스터디 4 (0), 역사서 15 (9)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11 (18)권, 기타 도서 18 (21)권으로 모두 97 (91)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 정도면 취미가 독서라고해도 부끄럽지는 않아 보이네요. 올해에는 책 출간과 같은 개인사로 독서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으니까요. 내년은 올해보다도 많이 읽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19년 베스트 추리소설 : "블러디 프로젝트"

올해의 베스트는 바로 "블러디 프로젝트"입니다. 문체와 같은 작품 외적인 문제로 약간 감점해서 별점은 3.5점이지만 내용과 완성도 모두 빼어나며, 재미 뿐 아니라 생각해 볼만 한 메시지를 함께 전해주는 좋은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 워스트 추리소설 : "살인 카드 게임" 

올해 읽었던 추리 소설들은 처참한 수준의 작품이 많았습니다. 47편의 작품 중 평균 이하를 의미하는 별점 2점 이하의 작품이 30작품이나 될 뿐만 아니라, 졸작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별점 1.5점 이하의 작품은 무려 15편이나 되거든요. 읽은 작품 중 졸작 비중이 31%나 되다니, 무척이나 가혹한 한 해였어요. 심지어 졸작 오브 더 졸작, 정말로 종이가 아깝고 나무에게 미안한 별점 1점의 작품도 "귀신나방"과 "살인 카드 게임"의 두 편이나 됩니다.

두 작품 모두 엉망이지만 올해의 워스트로는 "살인 카드 게임"를 선정합니다. 작가의 이름값이나 출판사의 홍보 등을 미루어 보면 "귀신나방"은 그나마 찾아서 읽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살인 카드 게임"은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더 이상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2019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은 딱 1권을 읽었을 뿐이라 별도로 선정하지는 않겠습니다.

2019년 베스트 디자인 or Study : "편집자를 위한 북디자인" 

저는 디자인 전공자이기는 하지만 북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는 무척 낮았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와는 여러가지로 상황이 많이 변하기도 했고요. 이 책은 저와 같은 북 디자인 초보자라던가, 제목 그대로 북디자인을 잘 알아야 하는 편집자, 혹은 관련 직업인에게 굉장히 유용한 책입니다. 참 많은걸 배웠던, 좋은 독서였어요.

2019년 워스트 디자인 or Study :

이 분야의 독서는 4권 밖에 되지 않고, 그 중에서도 가장 나쁜 별점이 2점이기에 올해는 별도 워스트 선정은 없습니다. 도판만 충실해도 기본은 해 주는 분야니까요.

2019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소비의 역사" 

작년에도 "그랜드 투어"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설혜심 교수의 역작. 제목 그대로 소비라는 개념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는데, 400 페이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소재가 흥미롭고 내용의 재미가 대단해서 술술 읽히는 마법과도 같은 책입니다. 도판과 편집도 모두 완벽한 수준이고요. 미시사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9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올해 역사 도서는 가장 나쁜 별점이 2점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워스트로 꼽기에는 너무 가혹하기에, 올해는 별도로 선정하지 않겠습니다. 역사 도서는 대체로 선방한 분위기네요.

2019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맛의 천재" 

정말 오랫만에 등장한 별점 5점! 이탈리아 요리와 그 요리에 관련된 역사까지 상세하게 소개해주는, 요리와 미시사 양쪽 분야 모두에서 탁월한 놀라운 책입니다. 단점을 찾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완벽함을 자랑하지요. 요리, 특히 이탈리아 요리를 사랑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 이탈리아인들은 정말로 위대한 민족이에요. 요리와 예술 측면에서는 말이죠. 참고로, 이 책 역시 이 분야의 베스트로 꼽을 수도 있겠지만 추리 / 호러 분야와 마찬가지로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군요.

2019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역사 분야와 마찬가지로 별점 2점 이하의 작품이 없기에 올해는 이 분야의 워스트는 없습니다.

2019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이웃집 살인마" 

기타 도서에는 작년에 이어서 별점 4점을 받은 트리오가 존재합니다. 바로 "이웃집 살인마"와 "위작의 기술", 그리고 "위험한 저녁식사"의 3편입니다. 다 좋은 책이라 우열을 가리기 힘들긴 하지만 "위험한 저녁식사"는 지금 읽기에 조금 낡은 이야기가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위작의 기술"은 다른 책과 겹치는 내용이 있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베스트에서 제외하였습니다. 물론 모두 좋은 책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은 없습니다.

2019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일상 기술 연구소" 

평범한 생활 속 기술 중 유용한 '꿀팁'을 소개하는 그런 책이라 생각했는데, 제목에서 연상되는 '기술'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실망을 안겨다 준 책. 내용도 영 와닿지 않아서 제 주변인에게 절대로 권해주고 싶은 책은 아니었습니다.

2019년 Movie 리뷰 : 

영화는 제법 많이 보았지만 고작 4편의 리뷰만 올렸으니 베스트와 워스트를 꼽는게 무의미해보입니다. 올해는 선정 없이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019년 베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2019년 추리 or 호러 만화는 전통의 시리즈인 Q.E.D와 C.M.B의 후속권을 읽었을 뿐입니다. 각 권의 수준도 고만고만하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베스트 권이 아닌 수록작 중 베스트 에피소드를 꼽도록 하겠습니다.

올해는 Q.E.D가 아니라 C.M.B 쪽이 볼만했다는게 특징입니다. 별점 3.5점짜리 에피소드가 무려 3편이나 등장했거든요.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4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낡은 집",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2의 두 번째 에피소드인 "혼선",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1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지옥혈"이 그 주인공입니다. 

다 좋은 작품이지만 여기서 한 작품을 꼽는다면 "혼선"을 꼽겠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아이의 장난이 강력 범죄와 엮이고, 이 범죄가 극적인 반전과 함께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는 전개가 깔끔한 수작입니다.

2019년 워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베스트와 마찬가지로 워스트 에피소드를 꼽겠습니다. 별점 1.5점의 졸작 에피소드도 Q.E.D iff 3권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세 명의 자객",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3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보이지 않는 사수",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2의 세 번째 에피소드인 "사시 부적"의 세 편이니 됩니다.

뭐가 더 낫다고 말하기 애매하지만 한 편을 꼽는다면 "보이지 않는 사수"입니다. 다른 두 작품은 그래도 '추리'와 '트릭'이 등장하는 반면 이 작품은 너무 작위적이며, 추리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에요.

2019년 베스트 Comic - 기타 : 

2019년 기타 만화는 별점 2.5점을 넘는 작품이 없기에 베스트는 별도로 선정하지 않겠습니다.

2019년 워스트 Comic - 기타 : "2001+5 Space Fantasia Anthology" 

2019년의 워스트는 호시노 유키노부의 단편집입니다. 이 작품말고 다른 단편집인 "요녀전설 1"도 마찬가지로 별점이 1.5점이니 가히 올해의 워스트 작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타석이 두 번이었는데 두 번 모두 병살타를 친 셈입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군요. 

참고로 똑같이 별점 1.5점짜리 졸작 중 "2001+5 Space Fantasia Anthology"를 선택한 이유는? 미완성으로 결말도 없는 작품을 버젓이 책으로 간행하여 팔아먹는 빌어먹을 행태 때문이에요. 이 정도면 병살타가 아니라 거의 게임 엔딩 수준의 실책이라 생각되어 용서가 안되네요.

결산평 : 

16년 째라니... 강산이 변해도 이제 한번 반넘게 변했네요. 올 한 해 우리 가족 모두가 무탈하게, 건강하게 보냈다는게 너무나 기쁩니다. 개인적인 가장 큰 목표였던, 제 책을 출간한다는 목표도 이루었으니 보람도 있었고요.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서는 올 한해 어떠셨나요? 좋은 일 많으셨었다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원하시는 일 다들 이루시는 그런 한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임이 분명할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거에요. 사랑합니다~!

2018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2009/06/01

삼월은 붉은 구렁을 - 온다 리쿠 / 권영주 : 별점 3점

삼월은 붉은 구렁을 - 6점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북폴리오

이쪽 바닥(?)에서는 꽤 인기를 많이 모았던 작품이죠. 하지만 정통 추리물이 아니라고 들어어서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었는데, 할인 행사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과 같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환상의 책을 소재로 한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인데, 소재가 같음에도 장르와 분위기가 작품별로 굉장히 다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분위기는 분명 유사하고, "의안의 남자" 와 같은 소재가 연결되어 있어서 "연작"이라는 냄새는 솔솔 풍기지만요. 나만 그런가..

어쨌건 읽고난 소감을 말하자면 "절반의 아쉬움" 입니다. 이 작품집에서 딱 반은 마음에 들었고, 나머지 반은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마음에 든 작품은 앞의 두편 "기다리는 사람들"과 "이즈모 야상곡", 마음에 들지 않은 작품은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와 "회전목마" 였습니다. 제가 지나칠 정도로 추리 애호가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여성적인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아서 뒤의 두 작품은 취향에 잘 맞지 않더군요.

그러나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분위기를 잡아나가는 솜씨는 그야말로 탁월하고, 뭔가를 "설명하거나 묘사하는" 실력이 대단해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그야말로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작품이 아닌가 싶고 말이죠. 다음번에는 이 책 안에서 묘사된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읽고 싶은 생각이 드는 "흑과 다의 환상" 부터 읽어봐야겠네요.

작품별로 좀 더 상세하게 소개해 드리자면

"기다리는 사람들" :
평범한 샐러리맨 고이치는 취미가 "독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회장님이 주최하는 2박 3일간의 "봄의 다과회"에 초청됩니다. 다과회에 참석한 고이치는 회장님과 다른 3명의 손님들이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라는 책을 매개로 이 모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죠. 회장은 고이치에게 이 환상속의 책이 다과회가 열리는 저택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말해주며, 그 책을 찾는 키워드는 "석류 열매"라는 일종의 다이잉 메시지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라는 독서광들이 찾아 해메는 환상의 책을 찾는 추리적인 재미와 함께, 실존하지 않는 책과 기묘한 저택의 묘사가 몽환적인 느낌을 전해줍니다. 추리적인 요소도 괜찮지만 "소문"을 만들기 위한, 그리고 "소문"이 "전설"이 된다는 전개도 인상적이었고요. 무엇보다도 책 속에서 설명하는 또다른 환상의 책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라는 책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고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듭니다. 이만큼 책 소개를 쓴다면 이 책을 사보지 않고는 못배기겠죠. 별점은 4점입니다.

"이즈모 야상곡"
출판사 편집부에서 근무하는 다카코와 아카네는 전설처럼 전해져오는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실재 작가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납니다. 단서는 다카코가 우연히 발견한 자신의 아버지의 젊은 시절 문집. 그리고 한 술병의 선전용 카드였습니다...

두 여성의 버디 무비이자 로드 무비와 같은 느낌을 풍기면서도, 전설의 책의 실재 작가를 찾기위한 이야기를 추리적으로 그럴싸하게 풀어놓는 작품입니다. 하룻밤 동안의 기차여행을 주로 다루고 있기에 "몽환적"인 느낌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이야기의 논리는 훨씬 더 날이 서 있는, 정교하면서도 치밀한 느낌을 전해주더군요. 또한 작가의 정체에 대한 단서 제공도 공정한 편이며, 다양한 복선이 반전이 포함된 결말로 잘 이끌고 있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별점은 3점.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
두 고교생 소녀가 언덕 밑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사고사로 결론내려지지만 소녀의 전 가정교사와 남자친구는 이 죽음의 진상을 알아내기 위해 소녀가 남긴 일기장을 근거로 조사에 착수하며, 소녀들에게 숨겨진 비밀을 알게됩니다...

고교생 소녀들의 심리가 주로 등장하는 하이틴 로맨스 백합물 같은 작품입니다. 그냥 하이틴 로맨스 같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피비린내 나는 사건이 전면, 후면에 배치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사건 자체도 너무 엽기적이라 뒷맛이 개운치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오츠 이치에게 더 잘 어울리는 소재가 아니었을까요? 오츠 이치가 이 소재로 작품을 썼다면 소녀들이 비밀을 알게 된 후에는 서로를 난도질한다는 결말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어쨌건 저는 이런 류의 이야기는 전혀 취향이 아닙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회전목마"
이 이야기는 두개의 이야기, 즉 "3월의 나라"에 존재하는 "학원제국"에 전학온 여학생 미즈노 리세의 이야기 +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실제로 써 나가는 작가의 이야기가 결합된 작품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이야기들이 왜 공존해야 하는지 도저히 이유를 알 수가 없더군요. 재미있는 시도이긴 하지만 연관성도 느끼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야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 너무 강하거든요. "학원제국" 이야기는 만화나 판타지에 너무 흔히 등장하는 소재라서 큰 감흥이 없기도 했고 말이죠.

실제 작가가 책을 써 내려가는 부분의 이야기는 다양한 과거의 소품들 - 옛날 만화, 헨리 다거의 그림, 영화 "엘모의 모험", 소설 "컬렉터" 등 - 을 등장시키는 등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지나치게 뻔하고 지루한 "학원제국" 이야기가 중간중간 섞여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통에 맛난 것만 먹고 싶은데 제가 싫어하는 아이스크림이 담겨서 싫어도 섞어 먹게 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래도 제가 읽지 못했거나 접하지 못한 컨텐츠를 소개하는 작가의 글빨은 정말로 장난이 아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학원제국" 이야기는 빼고 읽죠 머....

2024/12/15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 에드워드 브룩-히칭 / 최세희 : 별점 2점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 4점
에드워드 브룩-히칭 지음, 최세희 옮김/갈라파고스

저자가 소장하고 있는 희귀하고 기묘한 책들을 소개하는 책. 사람의 실제 피부로 만들어진 책같이 쉽게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책들이 가득합니다. 도판이 특히 빼어난 편으로 눈도 즐겁고,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자료들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중세와 근대 서양 서적이 중심을 이루지만, 중국의 갑골문과 잉카의 매듭책 키푸 같은 다른 문화권에서 유래된 책들도 포함되어 흥미를 더합니다. 후반부에 소개된 초소형 책들도 감탄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고요.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책과 관련된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입니다. 예를 들어, 그림책 "가장무도회"는 책 속의 암호를 풀면 보석 장식의 황금 산토끼가 묻힌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출간 후 3년 뒤 정답자가 나왔고, 황금 산토끼 역시 정말 존재했다는게 밝혀졌지요. 게다가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니, 아주 환상적인 판매 전략이었다 생각됩니다.
미국 저널리스트 마이크 맥그레이디가 저급하고 선정적인 소설의 인기를 풍자하기 위해 기획한 로맨틱 코미디 소설 "낯선 남자는 나체로 왔다"는 끝없이 섹스 장면만 이어지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출판 사기' 섹션은 더욱 흥미로왔습니다. 하워드 휴즈의 자서전을 가짜로 써 수십만 달러 계약을 따냈던 클리퍼드 어빙의 사기 사건이나, 히틀러의 일기를 무려 60권이나 날조한 독일의 콘라드 쿠야우 사건처럼 단순한 출판을 넘어 범죄적 성격을 띤 사례들을 소개해주는 덕분입니다.

그러나 몇 가지 단점도 눈에 뜨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책의 구성과 흐름에서 두서가 없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소장하거나 조사한 기묘한 책들을 나름대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지만, 이는 책의 형태나 제작 방식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습니다.
또 대부분 흥미 위주로 소개하고 있어서 역사적 맥락이나 책의 의미를 깊이 다루는 내용도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피부로 만들어진 책과 같은 사례는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단순히 기묘한 소재로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분량도 과도하게 할애되어 있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희귀한 책을 화려한 도판과 흥미로운 이야기로 소개하지만, 두서없는 구성과 얕은 깊이로 추천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도 비슷한 정보는 쉽게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