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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9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 엘러리 퀸 / 박진세 : 별점 1.5점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 4점
엘러리 퀸 지음, 박진세 옮김/북스피어

북스피어의 박람강기 프로젝트 일곱번째 책. 박람강기(博覽强記)는 국어사전 풀이로는 "여러 가지의 책을 널리 많이 읽고 기억을 잘함." 이라는 뜻입니다. 북스피어에서는 장르 소설이 아니라 소설 외의 다른 책들을 이러한 이름으로 펴내고 있습니다. 제가 읽은 것으로도 작가의 수입, 지출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인 <<작가의 수지>>, 서간문집인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기행문인 <<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 이 있었습니다.

이 책 역시 박람강기 레이블로 출간된 책 답게 추리 소설은 아닙니다. 엘러리 퀸이 추리 소설을 연대별로 구분하여 각 연대별로 걸작을 꼽은, 추리 소설의 큰 역사와 대표작을 소개하는 일종의 가이드 북이자 서지 정보 책입니다.

그러나 제목만 다를 뿐, 추리 소설 애호가들에게는 익히 잘 알려져 있는 <<퀸의 정원>>의 단순 번역본에 불과해서 아주 실망스러웠습니다. 제가 이전에 관련해서 글을 남긴 적이 있을 정도로 이미 이런 저런 곳에서 공개되어 있는 내용이거든요.

물론 저는 일본어 사이트로 접했고, 영어나 일본어를 못하는 독자분들께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으리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정말로 의미가 있으려면 제가 링크한 일본 사이트처럼 국내에 번역되었는지, 어떤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지, 간략한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려주었어야 했습니다. 대충 훝어보니 약 30권 정도만 국내 소개된 듯 한데 간단한 수고 만으로도 이 정도 정보는 제공해 줄 수 있었을 거에요. 한 마디로 돈 받고 파는 책이 공짜 일본 사이트보다 담고 있는 정보가 부실합니다. 이 정도 수고도 하지 않고 그냥 책을 출간한 것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지금 이 책을 읽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희귀한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엘러리 퀸의 책 자랑 정도 밖에는 없습니다. 

그나마 내용이라도 재미있다면 괜찮겠지만 선정된 125 편의 책 소개 대부분은 작가와 탐정 이야기가 전부입니다. 제일 궁금한 내용은 정작 알려주지 않으니 뭘 어쩌라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완벽하게 성공하기는 했습니다만, 이래서야 이게 책 가이드로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또 이 책이 발표된 해는 1969년 증보판 기준으로 보아도 이미 50년 전이며, 선정 기준에 "역사적인 중요성"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게다가 "단편" 이어야 한다는 기묘한 기준도 있기 때문에 (아마도 잡지 EQMM의 홍보를 겸한 듯 싶어요) 국내에 소개되어 있다 하더라도 재미나 완성도 측면에서는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제가 읽었던 잘레스키 (자레스키) 왕자 시리즈 중 한편인 <<오번 가문의 비극>> 단편이 대표적이죠. 도저히 눈 뜨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거든요. <<아마추어 괴도>> (래플스 시리즈)도 마찬가지고요.
<<뜀뛰는 개구리>> 처럼 그 어떤 기준을 들이 대어도 추리 소설이라고 보기 어려운 작품도 선정되어 있는 것도 문제지만... 그래도 이 작품은 재미라도 있으니 좀 낫긴 하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추리 애호가로서 한 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 번역되었다는 점 외에는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이 없네요. 앞서 말씀드린 이유들에 더해 번역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고요. 추리 소설 명작 리스트가 궁금하시다면 이런 것 같은, 인터넷에 여러가지 공개된 자료를 참고하시는 것이 훨씬 나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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