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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1

최후의 도박 - 로버트 B. 파커 / 강호걸 : 별점 2점

스펜서는 보스턴 레드삭스 관계자 해럴드 애스킨으로부터 유망한 투수 마티 러브가 승부 조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의뢰받는다. 조사를 위해 작가로 위장한 스펜서는 락커룸 등에서 관계자 인터뷰를 진행하지만, 그날 고리대금업자 프랭크 두어와 히트맨 월리 호그의 방문 및 협박을 받게 된다.

탐정 스펜서 시리즈 세번째 작품. 이전에 전작을 읽고 더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모처에서 "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글을 읽고 호기심이 동해 찾아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킬링 타임용 펄프 픽션입니다. 쑥쑥 읽히는 재미는 있지만, 한번 읽으면 그 뿐입니다. 소재가 된 프로야구도 승부 조작과 도박이라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전형에서 한 발자욱도 더 나아가지 못했고요.
특히나 전개가 뻔한데 이 작품에서 스펜서가 탐정으로서 뭔가 추리(?)하는 부분은 딱 한 장면밖에는 없습니다. 마티 러브가 아내 린다를 처음 만났다는 상황 - 싸인을 해 달라고 하는 아내에게 한 눈에 반했다 - 을 너무나 작위적이라 느끼는 부분이죠. 이후 스펜서가 벌이는 조사는 모든 것이 그의 생각대로, 순서대로 진행됩니다. '마티 러브와 아내 린다가 처음 만났다는 이야기는 너무 작위적이다'에서 시작해서 린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죠. 약간의 트릭 (사진을 골라달라고 해서)으로 확보한 린다의 지문을 경찰 친구에게 조사 의뢰한 결과 그녀의 본명을 알게 되며, 어린 시절 가출해서 뉴욕에서 매춘부로 일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매춘부 시절 포주(?)를 만나 그녀가 매춘부 시절 촬영한 포르노가 협박 거리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아울러 포르노 마스터 프린트를 찾으러 온 놈팽이가 레스터 프로이드였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물 흐르듯 하여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아. 어떻게 단 한 번의 헛발질도 없을까요? 사실 린다가 마약 복용으로 검거된 과거만 없었더라도 첫 단계에서 꽉 틀어 막혔을텐데 말이죠. 하기사, 이런 저런 좌충우돌로 분량만 낭비하는 작품들 보다야 이런 깔끔한 전개가 읽기에는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게 펄프 픽션의 미덕이겠죠?

그래도 여기까지는 조사, 수사가 핵심이라 보통의 미국식 하드보일드 탐정물과 비슷하기는 한데, 다음부터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히어로물, 고전 서부극의 현대적 변주로 흘러갑니다. 돈 한 푼 받지 않고 오로지 정의감 때문에 스펜서는 프랭크 두어와 부하 월리 호그를 목숨걸고 처단하고, 버키 메이터드와 레스터 프로이드 컴비까지 응징해 버리거든요. 한 가족을 위해 악을 응징한다! 또 이렇게 세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거는 떠돌이 설정은 <<셰인>>의 판박이이기도 하죠.
물론 과거를 매스컴에 고백하는 린다의 큰 결심도 있기는 하나, 스펜서는 목숨을 걸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마당에 이 정도 희생은 미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러한 헐리우드스러움은 이외에도 작품 곳곳에 묻어납니다. 도나 발링턴이 가난에 쪄든 고향을 떠나 매춘부가 된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전형적인 시골처녀 상경기와 다름 없죠. 포주 패트리셔 애틀리가 도덕심을 발휘하여 마스터 프린트 폐기를 도와주는 것 역시 마찬가지고요.

뭐 그래도 쑥쑥 시원하게 읽히는 맛은 있으니 나쁘다고 폄하하기만은 어렵습니다. 마지막에 레스터를 작살내는 장면은 아주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요. 스펜서가 사람을 죽였다는 죄의식에 아주 약간 사로잡혀 있는 묘사도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추리물이라고 보기에는 몇 광년 떨어져 있지만 성공한 펄프 픽션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메이저리그, 범죄, 도박, 포르노까지 모든 흥행 요소가 갖추어 졌을 뿐더러 읽기도 쉽고 결말까지 완벽한 권선징악 해피엔딩이니 이래서야 실패하는게 더 어려울 듯요. 아, 저도 앞으로는 이런 작품을 써야겠습니다.

덧붙이자면, 작품이 발표된 1975년에는 미국에서도 매춘부라는 직업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 조금 특이했습니다. 지금은 스포츠 스타가 포르노 배우하고 결혼하는 세상인데, 세상이 변해도 참 많이 변했네요.
그리고 스펜서가 굉장히 요리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그려지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이전에 읽었던 <<약속의 땅>>에서도 요리를 통해 사람의 인간성을 파악하는 괜찮은 묘사가 등장했었는데, 여기서는 요리 묘사가 과하다 못해 흘러 넘칠 정도입니다. 매일 매일, 매 끼 무엇을 먹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을 정도거든요. 딱히 전개에 필요한 부분도 아닌데 말이죠. 여튼, <<스펜서의 요리책>> 이라는 책이 출간된 이유가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스펜서의 요리책이나 출간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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