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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7

문구상식 - 와다 데쓰야 / 고정아 : 별점 2점

문구상식 - 4점 와다 데쓰야 지음, 고정아 옮김/홍시

모으는 취미도 없고, 그다지 많이 쓰지도 않지만 문구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이전 <<문구의 과학>> 리뷰 글에서 언급했듯 친숙하지만 놀라운 창조물로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는걸 깨닫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문구의 과학>> 외에도 <<궁극의 문구>>, <<문구의 모험>> 등을 읽어 보았습니다. 문구의 대명사인 연필 관련 서적도 여러 권 읽었고요.
이 중 다큐멘터리를 글로 옮긴, 일종의 논픽션<<그래, 나는 연필이다>>와, 거대한 농담과 같은<<연필 깎기의 정석>>을 제외한다면, 대체로 문구에 대한 미시사적 접근, 혹은 특정 문구에 대한 소개나 저자의 문구 사용에 대한 노하우를 담고 있더군요. 이 책도 문구에 대한 소개와 노하우를 담고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책들에 비하면 재미도 없고, 내용에 대해 공감하기도 힘들었어요. 물론 건질만한 내용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다른 책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던 '붙임쪽지'에 대해 한 단락을 할애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풀어놓는 부분이 괜찮았어요. 저도 책을 읽을 때, 읽고 나서 리뷰에 사용하기 위해 포스트잇이나 투명한 필름형 붙임쪽지를 붙여 놓는 편인데, 그런 부분에 대한 저자 의견에 공감되는 점이 많기도 했고요. 저도 저자의 말대로 투명한 필름형 붙임쪽지가 왜 3색 이상 컬러로 구성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파일링' 단락도 볼 만 했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저자와 같이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지는 않지만 기본 개념 자체는 배워볼 만한 부분이 있었으니까요.


예를 들어 쌓이는 자료는 1차적으로 '즉시 분류'한 뒤, 여유가 생길 때 제대로 분류하라던가, 데이터로 저장할 경우 폴더명의 계층화와 파일명에 신경쓰라는 이야기는 충분히 업무에 적용해 봄 직 했습니다.

소개되는 문구도 많지는 않지만, 몇 가지는 흥미가 갑니다. 첫 번째는 펜텔 오렌즈 샤프입니다. 0.2mm 두께로 경도 B나 2B로 쓰면 부드러우면서도 가늘고 섬세한 글씨를 쓸 수 있다는데 하나 구입하고 싶어졌어요. 가격도 저렴하다고 하니까요. 파카 조터 볼펜은 제가 진급 축하 선물로 받았던 거라 소개 자체가 반가왔고요. 풀과 테이프, 양면 테이프의 장점만 모았다는 '풀 테이프'는 정말 유용해 보여서, 곧 찾아서 구입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런 몇 가지 내용 외에는 다른 책에서 접했던 내용도 많고, 관심없는 분야 소개도 많은 탓에 지루했습니다. 지워지는 볼펜 프릭션, 샤프심이 회전하는 샤프 쿠루토가, 몰스킨 노트 등은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입니다. 만년필에 대한 항목은 인터넷이나 다른 책을 통해 알 수 있던 내용보다도 못했고요.
그나마도 필기구 류는 관심있는 분야라서 열심히 읽었는데, 노트와 수첩은 정말 지루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문구에 대해 흥미를 가지는 이유인 '놀라움과 노력'을 느끼기 힘든 내용들인데다가, 제가 '노트 필기'를 그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공식적인 자리는 회사에서 배포하는 무료 수첩이나 다이어리를 이용하고, 업무 시에는 주로 이면지에 스케치나 노트를 하거든요. 그나마도 그때그때 PC로 바로 옮길 뿐더러, 대부분은 이미 PC나 스마트폰으로 바로 디지털 작업을 시작하거든요. 비싸고 전문적인 노트는 필요가 없어요. 유명한 '몰스킨 노트'도 한 번 써 봤지만, 저한테는 가성비가 최악인 물건이었습니다. 저자가 소개한 제품 중 리히트 랩의 '트위스트 노트'는 그래도 혁신, 참신함이 도입된 결과물로 보이기는 하는데, 이 역시 저에게는 가성비가 좋을리 없겠지요.
아울러 도판이 전무하다시피한 것도 큰 약점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다른 문구 관련 서적에 비해 재미와 자료적 가치 모두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이런 책을 좀 많이 읽은 탓이 큽니다. 이제 이 쪽 분야도 당분간 좀 접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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