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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6

Q.E.D Iff 증명종료 11- 카토 모토히로 : 별점 3점

Q.E.D Iff 증명종료 11 - 6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의 두 번째 시즌도 10권을 돌파했네요. 이번 권에는 강력 사건만 두 편 연이어 등장합니다. 추리적으로도 볼 만한 부분이 많고, 생각할 거리도 전해주는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평균하여 별점은 3점입니다.

에피소드 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신뢰할 수 없는 증인>>
4년 전, 토마는 정원사 래디쉬와 알게 됐다. 토마는 해고된 래디쉬에게 도움을 주었지만, 래디쉬는 토마의 돈도 훔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8개월 뒤, 어니언과 마약 판매를 놓고 대립하던 콘 시럽이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총, 발자국 등 증거에 따르면 범인은 어니언이었다. 그러나 '정직한 사람'으로 유명한 래디쉬가 어니언의 알리바이를 보장한 탓에 검사는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다행히 토마의 도움으로 어니언은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이 때 래디쉬도 토마의 돈을 훔친 혐의로 3년형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4년 뒤 지금, 어니언의 부하 갈릭 오일은 출소한 래디쉬에게 '복수'라며 토마의 연구를 훔치라고 하는데....


전형적인 알리바이 깨기. 어니언의 알리바이는 사건이 발생한 8시 20분에 래디쉬 등 지인들과 농구 경기를 보고 있었다는 겁니다. 래디쉬는 그 시간은 마침 3쿼터가 한창이라서 어니언이 자리를 비웠다면 바로 알아챘을거라고 증언했고요.
알리바이를 만든 트릭은 생중계가 아니라 녹화 중계를 봤다는 겁니다. 음식을 주문한 뒤, 래디쉬에게 배달 음식 대응을 시키고 그 때마다 수분간 중계를 일시 정지하는걸 여러번 반복해서 원래대로였다면 3쿼터가 한창 진행될 8시 20분에 '하프 타임'이 걸리도록 만든 거지요. 어니언이 범행을 저지르고 돌아오는데에는 하프타임 15분이면 충분했기 때문에, 범행 후 3쿼터를 함께 볼 수 있었고요. 대단치는 않지만, 현실적이기는 합니다.
트릭 외에도 토마가 래디쉬를 구속되게 만든 이유 - 래디쉬는 도벽이 있었고, 콘의 마약도 훔쳤었으며 법정에서 위증을 한 것 보다는 단순 절도가 형량이 낮기 때문 등등 - 라던가, 토마가 함정을 파서 배후인 갈릭 오일을 체포하는 이야기 등의 곁가지들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복선 회수를 잘 해서 이야기 완성도는 제법 괜찮아요.

그러나 문제도 많습니다. 우선 트릭을 수사기관이 눈치채지 못했다는걸 제일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녹화 중계를 봤다는걸 왜 아무도 몰랐을까요? 미국은 PVR 기능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수사관은 충분히 알아낼 수 있었어요. 또 녹화 중계를 봤다면, 구태여 pause를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냥 시간을 늦춰서 시작하면 되니까요. 녹화 중계라기 보다는 타임 쉬프트 기능 - 우리나라에서는 한 때 '타임 머신' 이라고 불렀던, 외부 저장장치에 라이브 방송을 저장해서 돌려보는 기능 - 을 썼다는게 더 말이 됩니다.
그리고 영수증에는 보통 접수 시간이 출력될겁니다. 증거로 래디쉬 서명이 있는 사건 당일 영수증이 이미 확보되어 있었죠. 이 시간을 확인하면 실제 중계 시간과 래디쉬가 인지하고 있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도 증명 가능했을테고요.
마지막으로 아무리 래디쉬가 정직한 남자라도, 그의 증언만으로 무죄 판결을 받는다는게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교도소에 3번이나 갔다 온 어니언의 친구 증언을 사법부가 그렇게까지 신뢰하리라 생각되지는 않거든요.
아울러 갈릭이 토마 노트를 훔쳐 팔려고 했다는 이야기는 완전히 사족에 불과했습니다. 토마가 쓴 노트를 카메라로 찍었지만 이를 공항에서 회수한다는 결말도 어설펐고요. 아예 의미가 없지야 않겠지만, 이미 메일로 어딘가에 보냈을게 뻔한데 말이지요. 등장인물들 이름도 대충 생각한 티가 물씬 납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평작은 된다고 할 수 있겠죠. 별점은 2.5점입니다.

<<물에 빠진 새>>
202X년, 일본은 AI 재판관을 도입한다. 그 뒤 20년이 흐른 204X년, AI 관리관인 미즈노 규사쿠가 아내 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아내가 호스트와 불륜을 저지르는 현장을 목격하고 둘을 그 자리에서 죽였다는 혐의가 인정되어 미즈노는 AI 재판관으로부터 장기 징역을 선고 받는다.
미즈노는 항고하고, 변호사 견습인 미즈하라 가나가 이를 돕던 중 의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반년 전에 수상한 사람이 AI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미즈노에게 전화를 걸었었고, 사건이 벌어진 날 급히 집으로 가라고 전화해서 집에 갔다가 시체를 발견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미즈노는 가나에게 'MIT를 중학교 때 졸업한 천재'에게 AI에 정말 문제가 있는지, 자신이 숨겨놓은 코드를 보여주고 확인받아 줄 것을 부탁하는데....


204X년의 일본에서 변호사 견습생 가나와 천재 프로그래머 토마가 활약하는 일종의 평행 우주 세계관으로 그려진 작품.

AI가 재판하는 시대는 곧 다가올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실제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생각해 본 적은 없네요. 이 작품은 그런 상황을 가정하여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Q.E.D 시리즈 장점이기도 한 일종의 '학습 만화' 인 셈이지요.
제목인 '물에 빠진 새'부터가 AI 재판관의 특징을 잘 알려주는 말이더군요.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새가 물에 빠진걸 상상하죠. 그러나 AI는 '새'를 갈매기 등으로 해석합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가장 있음직한 일'로 해석하기 때문이에요. 즉, '융통성' 이라는게 발휘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아울러 AI는 불법적인 조사를 인정하지 않고, 증거에 합리적 의문이 있으면 무죄 판결을 내릴 수 밖에 없고요. 결론적으로, 검찰의 기소가 성공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거지요. 이럴 경우 강력범이 풀려날 가능성이 생긴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고한 피해자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여러가지 유착과 오판을 사전 차단한다는 장점이 더욱 커 보이네요.

그러나 당연히 AI 재판관이라도 문제를 일으킬 여지는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버그' 가 원인입니다. 검찰은 이를 이용하여 미즈노가 실형을 선고받게 만들지만, 토마가 모든걸 밝혀냅니다. 이를 위한 토마의 추리쇼가 법정에서 재판관, 검사와 대결을 통해 펼쳐지기 때문에 '법정 미스터리' 물 이기도 합니다.
추리적인 부분의 완성도도 제법 높습니다. 사건 현장은 부부 침실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버그를 알고 이를 이용하기 위해 사건 현장을 일부러 '부부 침실'과 '두 사람의 방'이라고 나누어 부르고, 위치도 '길'과 '복도' 왼쪽이라고 말할 때마다 다르게 불렀습니다. 그러면 버그 탓에 AI는 원래 같은 공간을 나누어 생각하게 됩니다. 두 사람의 방'에는 침대가 있는데 사건 현장인 '부부 침실'에는 침대가 없어서 제3자가 숨어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 결과 미즈노가 범인이라는 판결이 내려진거고요. 꽤 그럴싸하죠?
이러한 추리쇼가 펼쳐지는 와중에, AI가 사건 현장이라며 침대와 다른 가구가 없는 썰렁한 방 이미지를 화면에 띄워주는 장면은 극적 효과가 대단했습니다. 이런게 만화라는 매체가 가진 장점이라 생각되네요.
트릭도 대단하지는 않지만, 기발한 장치 트릭이 하나 등장합니다. 미즈노를 옭아맨 현장 증거를 만들어 내었던 트릭입니다. 아래와 같이 문 손잡이 뒤에 나이프를 테이프로 붙여서 문을 여는 미즈노의 지문이 묻게 만든 겁니다. 부자연스러운 지문의 끊어진 형태는 스카치 테이프 자국이고요.
그러나 트릭은 억지스럽습니다. 이런 손잡이는 손 끝으로 잡는게 아니라 손바닥으로 감싸 잡는게 당연하잖아요. 미즈노가 문을 열 때 이상함을 느낄 여지도 충분히 있고요. 살인 현장을 목격하기 전이었으니까요.
또 미즈노 아내의 불륜과 비밀 번호를 사전에 알고 있었고, 얼굴 인식은 사진으로 돌파할 수 있는 등장 인물은 미즈노의 회사 동료 유자와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범행을 저지른 동기와 행동이 영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버그를 팔았지만 이를 미즈노가 눈치챌걸 두려워해서 말살시키려고 했다는데, 버그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잖아요? 유자와가 코드가 기록된 노트 위치를 알고 있었다는게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로 보이지는 않았고요. 여러모로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무엇보다도 AI가 오류를 일으킨 원인을 납득하기 힘들어요. 만화에서도 평면도로 설명하고 있는데, 법정에서는 구두로만 사건 현장을 설명 AI에게 별다른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검찰이 구두로만 설명했다면 AI가 아니었더라도 해석에 오류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수수께끼를 만들기 위한 억지 장치였다 생각됩니다.
그리고 204X라는 근미래인데, 다른 200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묘사들도 고민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204X년에 숫자 암호키와 얼굴 인식으로 집에 출입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아요. 지문이 결정적 증거가 될 것 같지도 않고요. 이럴 바에야 AI가 재판하는 가상극 형태로 꾸미는게 어떨까 싶네요. 시즌 1 27권 수록작인 <<입증책임>>처럼 모의 재판 형식으로 말이죠.

그래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고,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었던건 분명합니다. 추리적으로도 나쁘지 않았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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