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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0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0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0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의 스핀 오프 C.M.B도 계속된 시장 수요가 있나 보네요. 드디어 앞자리가 4로 바뀌었습니다.
이번 권에 수록된 작품은 모두 4편입니다. 소소한 일상계 이야기는 없습니다. 살인 사건 이야기가 두 편에 세 편의 무대가 해외 (캄보디아, 브라질, 말타)일 만큼 스케일이 크거든요.
그러나 커진 스케일에 걸맞는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억지스럽고 무리한 내용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해외가 무대일 이유도 별로 없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전작에서 좋았던 기세를 이어나가지 못해 아쉽네요.

수록 이야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기적의 신전>>
캄보디아 세관원 보오는 유럽 제약 회사 조사단이 기적이 일어났다는 시바 신전 조사 목적으로 방문한다는 소식을 전해듣는다. 한 어머니가 아픈 소년을 데려가 기도한 뒤 병이 완치되었는데, 소년이 앓고 있던 병이 항생물질이 없는 라임병이기 때문이었다.

유적 탐험물에 가까운 이야기. 수수께끼는 기적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단 하나 뿐인데, 신전에 살던 벌의 독으로 밝혀집니다. 그러나 신전에서 벌떼의 습격을 받고 난 후 내린 결론이라서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신라가 주변 환경과 기후 등을 토대로 벌이 살고 있다는걸 먼저 알아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별다른 설명없이 기적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운이 좋아서 병이 나았다는게 전부라서 설득력도 약합니다. 언젠가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왔던 (<<마스터 키튼>>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었죠), 눈 다래끼 때문에 시력이 좋아진 것과 같은 급의 이야기지요. 한 마디로 추리적으로 별볼일 없고, 현학적인 재미도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마약 대용으로 (코브라의 독은 신경독이기에) 코브라에게 의도적으로 물린 뒤 독 때문에 죽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었습니다. 코브라에게 물리면 보통 죽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이 효과를 전하게 되어서 어처구니없는 무모한 방법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거지요. 이는 기적 덕분에 병이 치료됐다는 말이 널리 퍼지는 이유와 같다고 해석됩니다. 마찬가지로 죽은 사람들은 소문을 낼 수 없으니까요. 코브라 이야기 덕분에 별점은 2점입니다.

<<시끄러운 킬러>>
살인청부업자 모모야는 한 번도 살인에 성공한 적이 없다. 그를 고용하는 사람들은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했다는 소문으로 상대를 위협할 목적 뿐이었다. 그만큼 보수도 저렴했다.
어느날 모모야에게 희귀 동물 밀매업자 가키야마를 죽여달라는 의뢰가 접수되었다. 성공 보수 2백만, 실패 보수 3만엔에 기한 3일의 조건이었다. 그러나 가키야마의 사무실은 철통 보안 상태라 모모야는 실패를 거듭했지만 결국 가키야마는 살해되고 말았다. 구지라자키 경부는 살인 현장이 밀실이라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신라를 찾아오는데...

사람을 죽여본 적 없는 살인 청부업자도 나름의 수요가 있다는 발상은 재미있었습니다. 무모한 장난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모모야가 저지른 습격들이 밀실을 돌파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는 진상도 괜찮았고요. 특히 모모야가 습격할 때 준비했던 휘발유는 불을 붙이는게 아니라, '냄새' 로 환기를 유도했다는 일종의 트릭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교하다기보다는 만화같은 허황된 내용에 가깝지만, 어차피 킬러 설정부터가 만화같아서 잘 어울리더군요.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잠깐 등장하는 이집트의 열쇠에 대한 소개도 재미있었습니다. 열쇠라기보다는 일종의 도구에 가깝지만요.

그러나 그동안 사람을 죽여본 적 없으면서 왜 이 사건에서는 정말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앞서의 습격으로 누가봐도 유력한 용의자라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데 무모하게 범행을 감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약점은 큽니다. 살인을 희화한 느낌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아파네마에서 온 소녀>>
히시자와는 4일 전, 브라질 리오의 초고급 호텔에 투숙했었다. 브라질 고위 관리인 오스카가 부정을 저지른걸 증명하는 서류를 전달하기 위한 여행이었다. 약속 날짜까지 여가를 보내던 히시자와는 소피아를 만나는데, 그녀로부터 중요한 서류가 들어있는 USB와 여권은 인형 속에 숨겨 호텔 내 금고 안에 넣어두라고 충고를 받는다.
그러나 히시자와는 소피아와 함께 강도들에게 납치당하고, 혼자서 겨우 빠져나온 히시자와는 그간의 이야기를 비행기에서 만난 하츠키에게 털어놓는다.


신라가 히시자와의 이야기를 듣고 강도 사건과 소피아의 정체를 추리하는 이야기. 대단한 내용은 없습니다. 어떻게 USB를 몰래 빼돌리는지?가 핵심인게 뻔한데 이 트릭도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고요. 얼굴 인식 등 뭔가 대단한 보안이 있는 척 하지만 그냥 전화 한 통화로 입구 보안이 뚫리니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소피아가 강도들과 한 패로 이 모든걸 배후에서 꾸몄다는 진상도 예상 범위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한 작전을 펼칠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그냥 처음에 히시자와가 아무 생각없이 USB를 주머니에 넣고 다닐 때 함께 훔치면 됐을텐데 말이지요. USB가 도난당했다는게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게 목적이었다? 평범한 브라질 도둑이라면 히시자와가 누군지 알게 뭡니까. 그냥 훔치고 보는거지. 출처가 히시자와라는걸 숨기는게 목적일리도 없습니다. 브라질 국민 입장에서는 히시자와도 부정에 가담한 외부 세력에 불과하니까요.
히시자와가 방문한 일정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약속 날 전날에 도착해서 다음날 바로 서류를 전달하는게 상식입니다. 미리 도착해서 몇일간 여가를 보낼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도 소피아가 자신을 찾으려면 "이파네마의 물고기를 찾아라"고 말했던 부분은 C.M.B 스럽긴 했습니다. 이파네마의 어원은 '나쁜 물'로 '물고기가 없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즉, 소피아는 없으니 찾지도 말라는 뜻이라는거지요.
또 브라질의 치안 문제, 경제가 좋지 않은건 정치가들의 부패 때문이라는 소피아의 말도 현재 일본 자민당 정권과 겹쳐 보여서 재미있었어요. 작 중에 등장하는 "단지 몸만 움직인다고 돈이 들어오지는 않는다"는 브라질 속담도 인상적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잠깐 손을 멈추고, 고민해서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정작 예시로 드는건 밀수라서 조금 당황스러웠거든요. 이런 점에서는 브라질을 잘 이해하고만든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하지만 이야기 핵심 사건의 동기, 전개를 납득하기 어렵고 추리라고 할 만한 내용도 없기에 감점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병속의 배>>
세금회피처인 탓에 세계 유수의 기업이 모이는 말타 공화국에 거주하는 대부호 랜드가 살해되었다. 살해된 방은 손님용 응접실과 연결된 문 외에는 전부 잠겨진 밀실이었다. 랜드가 살해된 금요일은 원래 이런저런 투자 상담을 하는 날로 살해된 3시에서 4시 사이에 만났던 사람은 프라이빗 뱅커 포쉣, 가타가케, 에코 웨스트 3명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들 모두 상담 중에 랜드는 살아있었다!고 이야기하는데....

프라이빗 뱅커 3명 중 한 명이 범인인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첫 번째 상담자 포쉣은 랜드의 돈을 횡령한 동기가 있습니다. 마지막 상담자 에코 웨스트는 결국 시체를 보았다고 증언했고요. 그렇다면 범인은 포쉣일 수 밖에 없어요. 그러나 두 번째 상담자 가타가케가 살아있는 랜드와 협상 후 계약서에 사인을 받았기 때문에, 에코 웨스트가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됩니다.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포쉣의 알리바이를 깨는게 목적인 작품입니다.

그런데 트릭은 간단합니다. 증언과는 다르게 가타가케가 먼저 상담을 했다는게 진상이거든요. 사실을 말하지 않은건 계약이 무효가 될 까 두려웠던 것이고요. 이는 솔직히 트릭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합니다. 에코 웨스트의 범행을 증명하지 못하면 가타가케, 포쉣에게도 수사가 들어갈게 뻔해서 끝까지 숨길 수도 없었을 테고요. 같은 이유로 포쉣이 흉기인 고가의 실크 넥타이를 범행 후에도 그대로 가지고 있으리라는 확신도 근거가 없습니다. 여러모로 트릭, 해결 과정 모두 기대 이하였어요.

그나마 랜드의 사체가 깨진 보틀쉽과 함께 발견된게 일종의 단서가 된다는건 좋았습니다. 원래 보틀쉽은 사무실에 숨겨져 있었으며, 랜드 스스로 모르는 사람에게는 보여주기 힘든 취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꺼내져 있었다면? 범인은 익히 잘 아는 사람이며, 그렇다면 범인은 3명의 프라이빗 뱅커 중 10년 넘게 거래해 온 포쉣이라는 것이지요. 이 보틀쉽 아이디어만큼은 좋았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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