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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8

콘돌의 6일 - 제임스 그레이디 / 윤철희 : 별점 2점

콘돌의 6일 - 4점
제임스 그레이디 지음, 윤철희 옮김/오픈하우스

코드네임 '콘돌'인 정보원 말콤은 CIA 조직에서도 한직인 미국문학사협회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한가하고 무료하게 보내던 중,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다른 동료들이 모두 몰살당하고 말았다. 말콤은 '패닉 넘버'로 사건을 보고했지만, 오히려 조직 내 끄나풀에 의해 살해당할 위기에 처했다. 운 좋게 살아남아 도주에 성공한 말콤은 스스로 사건의 진상을 더듬어 나가기 시작하는데...

"콘돌"은 오래전 극장에서 감상했던 영화였습니다. 찾아보니 국내 개봉이 1989년이었더군요. 1975년 영화이니 국내 개봉은 무척 늦은 편이지요. 14년이나 뒤에 개봉할 정도로 큰 화제를 몰고 온 작품은 아닌데 좀 희한하군요. 여튼, 한창 전성기였던 로버트 레드포드와 페이 더너웨이가 주연을, 거장은 아니더라도 몇몇 작품("투씨", "아웃 오브 아프리카")으로 영화사에 큰 자취를 남긴 시드니 폴락 감독을 맡은 작품으로 당시 저는 고등학생이었는데 정말 너무나도 재미있게 감상했었습니다. 그때까지 보아왔던 영화 중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요. 어린 마음에 보기에도 무척이나 흥미로왔던 첩보 스릴러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쪽 장르 영상물로는 역시 비슷한 시기 TV에서 감상했던 리처드 체임벌린 주연의 "잃어버린 얼굴 (본아이덴티티)"와 제 추억 속에서는 쌍벽을 이룹니다. "아이거빙벽"까지 해서 저만의 3대장인 셈이지요.

서론이 길었군요. 이 책은 바로 그 영화의 원작 소설입니다. 오픈하우스에서 선보인 장르문학 시리즈인 '버티고'시리즈 중 한 권으로, 원작이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이렇게 번역, 출간되니 너무 반갑네요. 

그런데 제 기억 속 영화에 비하면 소설의 완성도와 재미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물론 영화는 경험치도 높지 않고, 접해본 컨텐츠도 많지 않았던 어린 시절 감상했던 탓에 과하게 좋은 평가를 내렸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소설의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영화화된 인기작답게 아예 형편없지만은 않아요.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이런 것 까지? 라는 생각이 드는, CIA 같지도 않은 독립적이고 한가한 정보 분석 부서 '미국문학사협회'에 대한 설정은 분명 독특하니까요. 여기서 일하는, 현장 요원이 아닌 말콤(콘돌) 설정도 타 첩보물과 차별화되는 부분이고요. 군인이나 경찰 출신도 아니고, 석사 학위 필기 시험 때 "돈키호테"를 '네로 울프'에 비교하여 쓴 답안지 덕분에 취직에 성공한 문학 전공자라니 정말 독특하잖아요.

미국문학사협회 직원들이 급작스러운 습격으로 몰살당한 후, 숨겨진 뒷문으로 점심을 사러 갔던 말콤만 운 좋게 살아남아 목숨을 걸고 도망다니면서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한다는 중반부까지의 전개도 흥미롭습니다. 별다른 훈련도 받지 않은, 무늬만 정보 요원인 말콤이 여러가지로 머리를 짜내어 도주하는 과정이 아주 그럴듯해서 설득력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CIA의 핵심 인물인 '노인'과 케빈 파웰이 말콤을 찾아내기 위해 벌이는 수사의 디테일도 빼어나고요.
참고로, 여기서 주는 교훈이라면 도주할 때에는 절대 이발소를 찾아가지 말라는 것. 결국 이발소를 통해 모든 행적이 드러나게 되거든요. "아저씨"의 원빈처럼 직접 자르는게 답인 듯 싶네요.
아울러 이만한 이야기를 200페이지를 갓 넘는 분량으로 소화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말콤이 웬디를 만나 은신하기 시작한 후 부터는 별로입니다. 우연에 의한, 작위적 설정으로 점철되어 있는 탓입니다. 애초에 웬디가 말콤의 말만 믿고 몸과 마음을 바쳐가며 도주를 돕는다는 설정부터 작위적입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헐리우드 스타일 도주극이 그러하니 여기까지는 이해합니다.
그러나 워싱턴에 변장하고 다시 잠입한 말콤과 웬디가 '우연히' 마로닉을 만나게 되어 총격전이 벌어지고, 이 와중에 말콤이 마로닉과 함께 있던 동행의 차 번호판을 기억하여 주소를 알아내는 과정은 개연성이 너무 떨어집니다. CIA 내부의 흑막이 벌이는 행동치고는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것도 문제고요.
이후 저택에 숨어든 말콤이 사로잡혀 죽을 위기에 빠지지만 마로닉에 의해 살아남는 과정도 작위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마로닉이 구태여 말콤을 살려줄 하등의 이유가 없으니까요. 이건 사건이 왜 일어났으며, 진상이 무엇인지를 악당 시점에서 상세하게 설명해주려는 목적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악당 마로닉이 자기 입으로 진상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그 다음에 말콤이 공항까지 찾아가 마로닉을 사살한다는 결말도 뜬금없습니다. 진상이라도 대단하면 모를까, 마약 밀수 때문이라니 좀 허무했어요. 웬디가 죽지 않아서 다시 만나게 된다는 마지막 장면은 사족에 불과하고요. 

영화의 디테일이 모두 기억나지는 않지만, 마지막 장면만은 확실히 기억납니다. 신문사를 찾아가 모든걸 폭로한 '콘돌'과 정부 요원이 대화를 끝낸 후 인쇄된 신문이 쌓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신문에 말콤이 이야기한 사건이 실렸을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 여운도 남기고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드는 멋진 결말이었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결말만큼은 영화가 백만배는 더 뛰어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독특한 캐릭터만큼은 높이 평가하나, 그 외에는 딱히 특기할 점이 없는 스파이 소설입니다.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영화를 구할 수 있다면 영화로 감상하는게 훨씬 낫습니다.

2013/10/01

[소식] 절판본 미스터리 박스(와우북) - 공유드립니다.

[소식] 절판본 미스터리 박스(와우북)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다운 이벤트군요. 아이디어가 참 괜찮은 것 같아 공유드립니다.
이벤트에 포함된 절판도서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적색은 저도 소장한 작품들입니다)

정말 희귀한 작품도 있지만 고려원과 해문쪽 추리걸작선은 아직 구하려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 증명 시리즈나 스카페타 시리즈같이 재간된 책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 <비밀일기>와 같이 전체 장르와 어울리지 않는 책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추첨에 참여해도 좋은 성과를 얻지 못할 확률이 더 높아보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제가 앞으로 출판사를 하게 된다면 꼭 따라해보고 싶은 이벤트네요. 저만의 절판본 리스트라도 만들어서 한번 관리해봐야겠습니다.

참고로 탐나는 작품은 아서 클라크의 "환상특급"과 P.D 제임스 시리즈이며 제가 읽은 책 중에서 고르라면 "챔피언 시저의 죽음"과 "레이디킬러"를 꼽겠습니다.

  • 챔피언 시저의 죽음/ 렉스 스타우트/ 이춘열 옮김/ 시공사/ 1995.
  • 신들의 사회/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행복한책읽기/ 2004.
  • 낙원의 샘/ 아서 클라크/ 정영목 옮김/ 시공사/ 1999.
  • 순간의 적/ 로스 맥도널드/ 김연남 옮김/ 홍원/ 1994.
  • 코스믹 러브/ 로저 젤라즈니 외/ 박상준 엮음/ 사울창작/ 1994.
  • 열흘간의 불가사의/ 엘러리 퀸/ 유명우 옮김/ 1994.
  • 앰버 연대기(1, 2, 3, 4, 5)/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예문/ 1999.
  • 에드가상수상작품집Ⅱ/ 엘러리 퀸 외/ 정태원 옮김/ 명지사/ 1998.
  • 두동강이 난 남과여/ 히가시노 게이고 외/ 봉성기획/ 1999.
  • 세계 심령 미스터리 사이키/ 로버트 실버버그 외/ 박상준 역음/ 서울창작/ 1994.
  • 숏컷/ 레이먼드 카버/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집사재/ 1996.
  • 일본 서스펜스 걸작선/ 하라 료 외/ 추리작가협회/ 고려원미디어/ 1993.
  • 환상특급/ 아서 클라크 외/ 박상준 엮음/ 서울창작/ 1994.
  • 디바/ 델라코르타/ 안선덕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스노우 크래쉬(1, 2) 닐 스티븐슨/ 김장환 옮김/ 새와물고기/1996.
  • 플레치/ 그레고리 맥도널드/ 정철호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죽어서 지킨 약속/ 러브 크래프트 외/ 한경희 편역/ 문학사/ 1994.
  • 인형의 눈(상, 하)/ 베리 우드/ 정영목 옮김/ 동아출판사/ 1994.
  • 천재들의 게임/ F. 폴 윌슨/ 고영휘 옮김/ 십일월출판사/ 1994.
  • 히치콕 서스펜스 걸작선/ 엘리너 설리번 엮음/ 고려원미디어/ 1994.
  • 결혼해 주세요/ 존 업다이크/ 폴임 옮김/ 밝은세상/ 1993.
  • 죽음의 열립방정식/ 모리무라 세이치/ 정성호 옮김/ 모음사/ 1984.
  • 남아 있는 모든 것/ 패트리샤 콘웰/ 이정환 옮김/ 시공사/ 1994.
  • 두 얼굴의 여자/ 수 크라프튼/ 나채성 옮김/ 큰나무/ 1994.
  • 잔혹한 사랑/ 패트리샤 콘웰/ 정한솔 옮김/ 시공사/ 1993.
  • 검은 휘파람/ 로버트 러들럼/ 홍석연 옮김/ 문지사/ 1998.
  • 호텔 Q의 25시/ 모리무라 세이치/ 정태원 옮김/ 글사랑/ 1995.
  • 마성의 아이/ 오노 후유미/ 정성호 옮김/ 한겨레/ 2001.
  • 강철군화/ 잭 런던/ 차미례 옮김/ 1989.
  • 영원의 아이(상중하)/ 덴도 아라타/ 김난주 옮김/1999.
  • 샤바케/ 하타케나카 메구미/ 김소연 옮김/ 2005.
  • 인간 쓰레기/ 아이작 싱어/ 박원현 옮김/ 고려원/ 1992.
  • 인생을 훔친 여자/ 미야베 미유키/ 박영난 옮김/ 2000.
  • 재앙의 거리/ 엘러리 퀸/ 정태원 옮김/ 1994.
  • 호러 사일런스/ J. G. 발라드 외/ 김성화 옮김/ 1994.
  • 악마 다리/ 코난 도일/ 조용만 옮김/ 학원출판공사/ 1993.
  • 금요일 옷 벗는 도둑/ 마쓰모토 세이초 외/ 정태원 옮김/ 비전/ 1994.
  • 중국 오렌지의 비밀/ 엘러리 퀸/ 이원두 옮김/ 시공사/ 1994.
  • 야성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치/ 김성재 옮김/ 책만드는집/ 1994.
  • 독 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이원두 옮김/ 이성/ 1994.
  • 스나크 사냥/ 루이스 캐럴/ 최내현 옮김/북스피어/ 2007.
  • 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최내현 옮김/북스피어/ 2006.
  • 비밀일기/ 스우 타운센드/ 배현나 옮김/ 김영사/ 1986.
  • 야수는 죽어야 한다/ 오오야부 하루히코/ 박영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비밀의 문/ 김내성/ 명지사/ 1994.
  • 트리스트란과 별공주 이베인/ 닐 게이먼/ 김명렬 옮김/ 2000.
  •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마루야마 겐지/ 김춘미 옮김/ 하늘연못/ 2001.
  • 보안관과 도박사/ 엘모어 레오나드/ 이종인 옮김/ 고려원/ 1994.
  • 별을 쫓는 자/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북스피어/ 2008.
  • 유년기의 끝/ 아서 클라크/ 정영목 옮김/ 시공사/ 2001.
  • 유령의 집/ 헨리 제임스/ 이채윤 옮김/ 데미안/ 2003.
  •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아서 클라크/ 김종원 옮김/ 한양출판/ 1994.
  •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로버트 하인라인/ 임창성 옮김/ 잎새/ 1992.
  • 울게 될 거야/ 야마모토 후미오/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 야수들의 밤/ 오시이 마모루/ 황상훈 옮김/ 황금가지/ 2002.
  • 어두컴컴한 물밑에서/ 스즈키 코지/ 윤덕주 옮김/ 씨엔씨미디어/ 1999.
  • 맥널리의 모험/ 로렌스 샌더스/ 이창식 옮김/ 고려원/ 1993.
  • 여름으로 가는 문/ 로버트 하인라인/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리더스 다이제스트 걸작추리모음 3/ 존딕슨카 외/ 동아출판사/ 1993.
  • 사이코/ 딘 쿤츠/ 신영희 옮김/ 한뜻/ 1997.
  • 발렌타인의 유산/ 스탠리 엘린/ 고경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태양의 유산(1, 2)/ 아사다 지로/ 한은미 옮김/ 시아/ 2000.
  • 언젠가 바다 깊은 곳으로(1, 2)/ 마루야마 겐지/ 박은주 옮김/ 책세상/ 2000.
  • A2Z/ 야마다 에이미/ 이유정 옮김/ 태동 출판사/ 2004.
  • 보이 A/ 조나단 트리겔/ 이주혜 옮김/ 이레/ 2009.
  • 프로페셔널 킬러/ 토마스 페리/ 최인석 옮김/ 모음사/ 1984.
  • 미드나이트 시즌/ 스티븐 킹/ 공경희 옮김/ 대산/ 1999.
  • 나를 기억하라/ 메리 히긴스 클라크/ 임지현 옮김/ 문학사상사/ 1995.`
  • 흔적/ 패트리샤 콘웰/ 조성은 옮김/ 시공사/ 1996.
  • 마지막 대본/ 미키 스필레인/ 정다빈 옮김/ 홍원/ 1993.
  •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김훈/ 문학동네/ 1995.
  • 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홍은주 옮김/ 북하우드/ 2006.
  • 메두사/ 이노우에 유케히토/ 송영인 옮김/ 시공사/ 1998.
  •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백민석/ 문학동네/ 2001.
  • 플레이보이 SF걸작선[1]/ 필립 K. 딕 외/ 황금가지/ 2003.
  • 워터멜론 슈가에서/ 리차드 브라우티건/ 최승자 옮김/ 도서출판 민/ 1995.
  • 무서운 사람들/ 얼 스탠리 가드너/ 강성열 옮김/ 세진출판사/ 1991.
  • 파프리카/ 쓰쓰이 야스타카/ 최경희 옮김/ 영림카디털/ 1994.
  • 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 정탄 옮김/ 끌림/ 2008.
  • 고독의 노랫소리/ 덴도 아라타/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2005.
  • 소돔의 성자/ 오사와 아리마사/ 이원두 옮김/ 이성/ 1993.
  • 아이스바운드/ 딘 쿤츠/ 안정희 옮김/ 한뜻/ 1996.
  • 불야성/ 하세 세이슈/ 김은아 옮김/ 대원/ 1999.
  • 사요나라 갱들이여/ 다카하시 겐이치로/ 이승진 옮김/ 향연/ 2004.
  • 아내가 마법을 쓴다/ 프리츠 라이버/ 송경아 옮김/ 웅진/ 2007.
  • 어둠(1, 2)/ 제임스 허버트/ 김석희 옮김/ 정신세계사/ 1995.
  • 아웃(1, 2, 3)/ 기리노 나쓰오/ 홍영의 옮김/ 다리미디어/ 1999.
  • 대망(1~10)/ 야마오카 소하치/ 박재희 옮김/ 동서문화사/ 1975.
  • 속삭이는 사람들/ 마가리트 밀러/ 현재훈 옮김/해문/1983.
  • 디미트리오스의 관/ 에릭 앰블러/ 이가형 옮김/ 해문/1986.
  • 판사와 형리/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차경아 옮김/ 문예출판사/ 1988.
  • 부머랭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신용태 옮김/ 해문/ 1988.
  • 서재의 시체/ 애거서 크리스티/ 설영환 옮김/ 해문/ 1989.
  • 연성결(상,하)/ 김용/ 박영창 옮김/ 중원문화사/ 1989.
  • 갈색 옷을 입은 사나이/ 애거서 크리스티/ 김석환 옮김/ 해문/ 1989.
  • 중국 황금 살인 사건/ 로베르트 반 훌릭/ 이동진 옮김/ 삼신각/ 1990.
  • 내가 죽인 소녀/ 료 하라/ 박영 옮김/ 청림출판/ 1990.
  • 녹정기(1~11)/ 김용/ 박영창 옮김/중원문화사/1990.
  • 부자연스러운 주검/ P. D. 제임스/ 차근호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1.
  • 피부 밑의 두개골(1,2)/ P. D. 제임스/ 이명성 옮김/ 일시서적출판사/ 1992.
  • 인간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찌/ 이원두 옮김/ 한길사/ 1991.
  • 제3의 사나이/ 그레엄 그린/ 안흥규 옮김/ 문예출판사/ 1991.
  • 여자에게 맞지 않는 직업/ P. D. 제임스/ 박종원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2.
  • 타인의 목/ 조르쥬 심농/ 김수연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2.
  • 열쇠 없는 집/ 얼 비거스/ 유명우 옮김/ 한길사/ 1992.
  • 타이태닉 호의 음모/ 도널드 A. 스탠우드/ 이인복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죽은 자와의 결혼/ 윌리엄 아이리시/ 김석환 옮김/ 해문출판사/ 1992.
  • 미드나이트/ 딘 R. 쿤츠/ 조석진 옮김/ 고려원미디어/1992.
  • 벌거벗은 얼굴/ 시드니 셀던/ 한번웅 옮김/ 신원문화사/ 1993.
  • 컴퓨터의 몸값/ 미요시 도오루/ 권자인 옮김/ 수목출판사/ 1993.
  • 마지막 모험/ 엘모어 레오나드/ 김명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3.
  • 한국 서스펜스 걸작선/ 이상우 외/ 고려원미디어/ 1993.
  • 어스시의 마법사/ 어슐러 K. 르귄/ 윤소영 옮김/ 웅진출판/ 1993.
  • 여형사 K/ 수 그라프톤/ 정한솔 옮김/ 큰나무/ 1994.
  • 쇠못 세 개의 비밀/ 로베르트 반 훌릭/ 이희재 옮김/ 디자인하우스/ 1994.
  • 경마장의 비밀/ 딕 프랜시스/ 이종인 옮김/ 고려원미디어/1994.
  • 레이디 킬러/ 도가와 마사꼬/ 김갑수 옮김/ 추리문학사/ 1994.
  •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들의 미스터리 걸작선 추리특급/ 엘러리 퀸 엮음/ 정성호 옮김/ 제삼기획/ 1994.
  • 종소리를 삼킨 여자/ 로베르트 반 훌릭/ 이희재 옮김/ 디자인하우스/ 1995.
  • SF 시네피아/ 아서 클라크 외/ 박상준 엮음/ 서울창작/ 1995.
  • 죽음의 편지/ 보브 랜들/ 김훈 엮음/ 고려원미디어/ 1996.
  • 유니스의 비밀/ 루스 렌들/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카인의 아들/ 패트리샤 콘웰/ 이창식 옮김/ 시공사/ 1996.
  • 시귀(1,2,3)/ 오노 후유미/ 임희선 옮김/ 들녘/ 1999.
  • 자본론 범죄/ 칼 마르크스/ 이승은 옮김/ 생각의나무/ 2004.
  • 월간 판타스틱 2008/08 Vol.18/ 페이퍼하우스/ 2008.
  • 만연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박유하 옮김/ 고려원/ 2000.
  • 위대한 세월/ 오에 겐자부로/ 김난주 옮김/ 고려원/ 1995.
  • 핀치러너 조서/ 오에 겐자부로/ 허호 옮김/ 고려원/ 1996.
  • 펠리컨브리프/ 존 그리샴/ 정영목 옮김/ 시공사/ 1994.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정계춘 옮김/ 자유문학사/ 1993.
  • 마지막 파티/ 윌리엄 캐츠/ 정태원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복수법정/ 헨리 덴커/ 이상곤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아이라 레빈/ 이일수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보안관과 도박사/ 엘모어 레오나드/ 이종인 옮김/ 고려원/ 1994.
  • 죽음의 세레나데/ 유우제/ 고려원미디어/ 1994.
  • 맨해턴 특급을 찾아라/ 클라이브 커슬러/ 이원두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독수리는 날아오르다/ 잭 히긴스/ 박주동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3.
  • 라마(6,7)/ 아서 클라크 & 젠트리 리/ 안정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4.
  • 맥널리의 행운/ 로렌스 샌더스/ 이순주 옮김/ 고려원/ 1992.
  • 맥널리의 비밀/ 로렌스 샌더스/ 이일수 옮김/ 고려원/ 1992.
  • 어둠을 울리는 우울한 종소리/앤드루 박스/ 이창식 옮김/ 고려원미디어/1992.
  • 여름으로 가는 문/ 로버트 A. 하인라인/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석양에 빛나는 감(1,2)/ 다카무라 가오루/ 홍영의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5.
  • 무죄추정/ 스코트 터로우/ 최승자 옮김/ 대흥/ 1991.
  • 내가 심판한다/ 미키 스필레인/ 황해선 옮김/ 해문/ 1990
  • 거짓 예언자/ 숀 플레네리/ 김갑수 옮김/ 남도/ 1989.
  • 가족사냥/ 텐도 아라타/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2003.
  • 야성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치/ 김성재 옮김/ 책만드는집/ 1994.
  • 메인 스트리트/ 트리베니안/ 정태원 옮김/ 진음/ 1994.
  • 트럼프 살인사건/ 엘러리 퀸/ 이제중 옮김/ 시공사/ 1995.
  • 어둠의 목소리, 사나이의 목/ 이든 필포츠/ 조르주 심농/ 이가형 옮김/ 하서/ 1981.
  • 두 아내를 가진 남자/ 패트릭 퀜틴/ 심상곤 옮김/ 해문/ 1990.

2021/02/13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 레너드 카수토 / 김재성 : 별점 4.5점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 10점
레너드 카수토 지음, 김재성 옮김/뮤진트리

부제는 "20세기 미국 범죄 소설사"입니다. 말 그대로 20세기 미국 범죄 소설, 그 중에서도 하드보일드 장르의 흐름을 미국의 역사적 변곡점, 흐름과 비교하여 분석하고 있는 문학사 서적이지요.

간단하게 정리해본다면, 하드보일드의 통로 역할을 한 작품으로 소개된건 드라이저의 "미국의 비극"입니다. 가족과 신앙이 도덕적 삶의 기초이고 중심이었던 19세기 모델에서 산업화, 도시화로 급변한 20세기 초 지극히 미국적인 범죄 행위를 그렸기 때문입니다.

그 뒤, 전통적 가족 모델이 서서히 해체되는 시기에 등장한 작품이 대쉴 해밋의 "몰타의 매"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신뢰의 결핍이 두드러집니다. 이는 기업화와 함께 찾아온 사회 경제적 변화 때문이지요. 당시 석유 회사에서 시작된 '트러스트' 체제 등장으로 가족 메타포가 기업 세계로 편입되었고, 기업 관행이 모든걸 지배했던 세계입니다. 그 결과, 전통적 가족 관계는 붕괴하고 이기적 개인들이 가족 유대 관계와 의무에서 벗어나 공감따위는 저버리고 돈만 쫓아 날뛰는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겁니다. 하지만 돈과 신뢰가 위험한 세상에서 의지가 되지 않는다는걸 보여주고, 샘 스페이드가 매로 상징되는 '투기'를 거부하는 모습은 1929년 주식 시장 폭락을 반영하며, 매 조각상이 가짜라는건 투기 역시 환상이라는걸 의미합니다. 광란의 투기 경제에 대한 해밋의 비판적 시각을 잘 알 수 있지요. 또 주목할만한건 '진짜 남자'에 대한 해석입니다. 대쉴 해밋은 남자를 남자로 만드는건 정당한 보수를 받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스페이드는 직업을 잃을 어떤 모험도 하지 않고요. 반대로 부자들은 무르고 기괴하게 여성적입니다. 돈 많은 악당들을 여성화하여 폄하한 겁니다.

그리고 대공황 시대를 잘 드러내는 작품은 제임스 M 케인의 "밀드레드 피어스"입니다. 하드보일드와 감상주의가 결합된 작품이지요. 밀드레드는 감상주의에 빠져 완벽한 가족을 꿈꾸지만 현실은 시궁창, 딸과의 관계가 파괴된 후 술에서 위안을 찾는 현실주의자가 된다는 결말로 가정사는 더 이상 여성 공동체에 의해 주도되지 않는다는걸 알려줍니다. 대공황 이후 뉴딜 정책으로 급작스럽게 모든게 변한 탓입니다. 뉴딜은 현대 복지 국가라는 개념으로 가족이 수행했던 보호 관리 역할을 정부가 맡아 수행했기 때문에 공감과 감성은 공적 영역으로 확대되었고, 여성은 뒤로 밀려나게 된 것입니다. 이를 통해 남성 중심 하드보일드 소설은 더욱 성장하게 됩니다. 여성은 배제되고, 남성 관료주의가 가정과 사회의 도덕적 중심이라는 자리를 차지했고요.

대공황 이후 가족은 위협받고, 남성은 남성상의 기본 토대인 가족 부양자로서의 정체성이 몰락하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때 탄생한게 완벽한 남자 필립 말로입니다. 위협받던 남성상과 파편화된 가족을 구하는 영웅으로, 배트맨과 슈퍼맨 탄생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요. 말로는 무너진 의뢰인이나 관계자들 가족 복원에 최선을 다하는, 감상적이고 선한 영웅이거든요. 이는 구시대 하드보일드 태동기의 냉혹한 회의주의와는 정 반대 모습이에요. 가정이 중심이 되며, 사회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그리고 1950년대에 접어들면, 말로는 더 깊숙이 사건에 개입하고, 더 정서적으로 엮이게 됩니다. 대표적인게 "기나긴 이별"로 말로는 일이 아니라 일의 수혜자에게도 충성합니다. 이거야말로 감성적인 부분이지요. 이렇게 1950년대에 과도한 남성상을 지닌 폭력적인 마초가 부드럽고 감상적인 영웅으로 변한건 냉전 시기, 강한 미국과 안정된 가정이라는걸 유지하려는 분위기 탓으로 설명됩니다. 가장 끔찍했던건 사회 질서의 붕괴를 뜻하는 여성의 일탈이었고요. 그 덕분에 이 때 진정한 의미의 '요부'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순위를 매기자면, 일하고 능력있는 여성도 나쁘지만, 동성애자는 전통적 가족의 대립항이라 훨씬 더 나빴고, 무엇보다도 잠재적 어머니 역할을 고의로 방기하는 여성 동성애자는 최악 중 최악으로 인식되었다고 하네요. 이후 짐 톰슨은 풍요 속 공포와 우려를 표현했고,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고향에서 뿌리를 잃은 도덕적 불안을 작품에 드러내었습니다. 그런데 두 작가 작품 속 주인공들 모두 피해자들에 대한 감상주의적 공감이 최대의 능력으로 묘사되며, 감상주의를 중산층에서 분리해서 상류층에 국한된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감상주의가 위험하다는 시각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특기할 만 합니다.

1960년대 들어서 하드보일드 탐정들은 더욱 친절해지고, 범인들은 더욱 사악하고 반사회적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탐정들은 가정을 중시하는 감상주의자에 심지어 페미니즘 운동의 영향으로 페미니스트이기도 할 정도로요. 이 시기, 로스 맥도널드는 무너지는 가족 관계를 그렸는데, 모자간 결합의 단절을 통해 부모들의 책임 회피와 피해자는 아이들이라는걸 나타내었습니다. 이는 반항하는 자녀와 무력한 부모라는 1960년대 세대간 갈등을 극명하게 투영한다고 할 수 있지요. 젊은이들의 신뢰를 받고 파괴된 가족을 복원해주는건, 연민, 공동체적 결속과 공감을 중요시하게 여기고 폭력을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사립 탐정이고요. 이렇게 친절하고 가정적인 사립 탐정 속성의 변화는 여성 탐정들을 등장시킵니다. 반면 더욱 사악하고 반사회적이 된 범인들은 결국 연쇄 살인범으로 진화하였습니다. "레드 드래곤"이 연쇄 살인범 소설의 교과서적 캐릭터와 기본 플롯을 제공한 뒤, 포화상태를 넘어서 공급 과잉상태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 이유 중 하나로 20세기 후반 미국 정부의 정신질환 정책과의 관계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자가 공감을 일으키는 대상에서 괴물로 변한 뒤 혐오와 배척의 대상이 되었으며, 연쇄 살인범은 이 대상화 작업에 적합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요.

이렇게 현대 연쇄 살인범 소설까지 큰 흐름을 일람하고 있으며, 흑인 범죄 소설과 같은 특이점에 대한 소개도 충실합니다. 미국 근대사와 범죄 소설의 흐름이 절묘하게 일치하는게 신기하기도 했고, 여러가지 대표작에 대한 소개도 상세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문제라면 저는 도저히 좋은 평가를 할 수 없었던 존 D 맥도널드의 작품이나 탐정 스펜서 시리즈에 대한 호평이었습니다. 이래서야 책에서 소개하는, 제가 읽지 못한 다른 작품들에 대한 신뢰도 하락할 수 밖에 없지요. 60년대 이후 범죄 소설의 흐름에 대한 소개는 별로 자세하지 않다는 점도 조금은 아쉬웠고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별점은 4.5점입니다 이쪽 장르에 대한 문학사이자 비평서로서 재미와 가치 모두를 충족시키는 좋은 책인건 분명합니다. 추리와 범죄 소설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리뷰를 쓰기 어려웠어요. 처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삼아 읽기 시작했던게 문제였습니다. 약간은 공부하듯 분석하고 정리해야 내용 요약이 가능한 내용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리뷰로 이 책을 잘 소개하지 못한건 다 제 공부가 부족한 탓입니다....

2014/10/13

사라진 테니스 스타 - 까뜨린느 아를레 : 별점 2점

사라진 테니스 스타 - 4점
까뜨린느 아를레 지음/추리문학사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이반 파첵이 자택 근처에서 조깅 도중 납치되었다. 테니스 협회는 납치범들이 요구한 100만 달러의 몸값을 거절했지만, 이반 파첵의 테니스 생명을 걱정한 세계랭킹 2위 데렉 빌더가 대신 몸값을 지불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몸값 지불 장소였던 전미오픈 경기장에서, 데렉 빌더마저 헬기를 이용한 범인들에게 납치되고 마는데…

김성종 최신세계추리소설 시리즈로, "지푸라기 여자"로 유명한 카트린 아를레(까뜨린느 아를레)의 작품입니다. 제목 그대로 납치된 테니스 스타와 몸값 지불을 둘러싼 유괴극입니다. 인질이 세계 랭킹 1, 2위의 프로 테니스 선수라는 설정이 특징이지요. 

내용은 유괴극답게 몸값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데, 범인들이 거의 성공에 이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완전범죄극이었던 "지푸라기 여자"의 작가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납치했던 이반 파첵을 활용하여 더 큰 돈을 다시 벌어들인다는, 몸값 전달 방식에 대한 꽤나 치밀하게 구성된 트릭 덕분입니다. 프로 테니스와 유괴를 결합한 소재 자체도 독특했고요.

그러나 이 몸값 전달 작전을 제외하면, 추리적으로나 내용적으로 크게 특기할 만한 점은 없습니다. 오히려 작가의 명성에 비교하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허술한 부분이 많습니다. 전미 랭킹 1위의 프로 선수가 경호도 없이 쉽게 납치된다는 도입부터 현실성이 부족한데, 데렉 빌더가 생중계 중인 테니스 경기장에서 헬기를 이용해 납치되는 장면은 정말이지 황당했습니다. 아무리 경찰이 무능하다 해도, 백주대낮에 납치극이 벌어지는데 수수방관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요. 모든 경찰력을 동원하면 헬기가 내리는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을 테고, 헬기가 영화 촬영에 쓰인 소품이라는 점만 확인했더라도 범인들의 위치를 추적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이쯤 되면 경찰이 공범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또 범죄의 흑막이 있었다는 식의 마무리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폴란드 민주화 운동을 위한 자금 확보라는 원래 범죄 의도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기에, 이런 설정은 오히려 사족처럼 느껴졌어요. 후속작을 염두에 둔 복선이었을까요? 어차피 후속작을 볼 일은 없겠지만요.

이렇게 일부 아이디어 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해서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습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번역의 완성도도 떨어지니 굳이 찾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절판되었으니 찾기도 힘들지만요.

2024/09/29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 - 이광연 : 별점 2.5점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 - 6점
이광연 지음/한국문학사

인문학이 문학이나 철학 등 문과 계열 뿐 아니라 수학이나 건축 등 이과 계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걸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청소년용 교양서. 수학이 인간 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학문이라는걸 여러가지 알기 쉬운 예제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딸 아이 논술 교재라서 겸사겸사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중 수학 공부와 건축의 원리가 같다는 주장은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건물을 설계하는게 책의 목차라는 주장이요. 수학책에서 목차를 보면 앞으로 공부할 내용이 무엇인지 머릿속에 조감도를 그릴 수 있고, 목차를 알면 이미 50%를 알고 들어간다는데 수학책에서 목차가 중요하다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앞으로 목차를 좀 더 꼼꼼히 보는 습관을 들여야겠어요.
또 기둥이 튼튼해야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데, 수학에서의 기둥은 기하와 대수이며 기하와 대수는 3,000년 전 고대 수학부터 통합되어 있었다는 주장과 매듭이론에 대한 쉬운 설명도 좋았습니다. 이론적으로 완전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왜 필요한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었습니다.
제 딸은 음악에 대한 설명을 좋아하더군요. 그 중에서도 피타고라스가 음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요. 저는 피보나치수는 장음정 6도와 단음정 6도로 귀로 들어도 아름답다는게 기억에 남습니다. 유튜브로 한 번 찾아보니 과연 그러하네요.
또 음악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에 다양하게 피보나치수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은 악절을 황금비로 나누는 건데, 이건 과연 무슨 효과가 있었을지 궁금해 집니다.
주식 시장의 엘리엇 파동 원리가 피보나치 수열이고, 블랙 숄즈 방정식은 확률 미적분 이론을 이용해 파생상품 옵션의 가격을 계산한 모델이라는걸 설명해 주는 부분에서는, 가난한 수학자가 이세계에 환생한 뒤, 그곳의 시장 경제를 가지고 노는 환생물이 떠올라 재미있었어요. 용(드래곤)을 파는 시장을 지배해서 수학자가 용왕이 된다!는 그런 이야기,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영화를 가지고 수학에 대해 알려주는 부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설국열차 등을 예로 드는데, 이 중에서 바이러스 감염률 한계 이론에는 놀랐습니다. 100만 명으로 모수가 늘어나면, 정밀도 99%의 검사라도 무려 9,999 명이 잘못 판단된다는데 여태 생각도 못했던 부분이에요.
그 외에도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직선보다 훨씬 빠르게 특정 물체를 이동시킬 수 있어서 겅사면에는 사이클로이드를 적용한다, 동물들, 독수리나 매도 땅 위에 있는 사냥감을 잡을 때 사이클로이드에 가깝게 목표물을 향해 곡선 비행을 한다는 이야기, 우리나라 전통 건축은 전형적인 황금비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금강비(5:7)로 이루어져 있고 이는 서양인보다 상대적으로 동양인이 키가 작아서 황금비보다 작은 비에서 아름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자 모양에서 중국에서 결승법 - 끈을 묶어 수를 표시하는 방법 - 을 썼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렇지만 뒷부분 이야기는 억지가 심해서 아쉬웠습니다. 대표적인건 삼국지 속 계륵이 암호이며, 이건 수학이는 주장입니다. 암호가 수학일 수는 있지만, 계륵은 수학과는 관련이 없는 심리적인 말장난에 가까우니까요. 또 그 뒤에 이어지는 암호에 대한 이야기는 수학인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서 다른 책에서 지겹게 많이 접혔던 내용이 대부분이라 실망스러웠어요.
김삿갓, 이순신과 조선 수군 이야기도 수학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수군에 훈도라는 수군직급이 있고 그들이 각종 계산을 담당했다고 해서 그들이 수학자라는 말도 안되지요. 지금 육군의 관측병들이 모두 수학자인가요? 마방진 이야기도 분량에 비하면 별다른 알맹이는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그림 그리는 얘기도 황금비라든가 외상 예술 같은 건 뻔하고 대단한 수학적인 이론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카르타고를 세웠다는 디도의 문제라던가, 달리의 4차원 그림 같이 그림의 주제가 된 수학 문제를 설명하는게 훨씬 좋았습니다. 이런 쪽으로 방향을 잡있어야 했을텐데 말이지요.

그래도 건질 내용이 없는건 아닙니다. 몇몇 주장은 와 닿기도 했고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수학에 대해 어려워하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2020/02/15

붓끝으로 시대를 울다 - 김성언 : 별점 3점

붓끝으로 시대를 울다 - 6점
김성언 지음/프로네시스(웅진)

역사 속 시와 노래를 단순 번역이 아니라, 시와 노래가 발표되고 노래되었던 시점의 여러가지 상황까지 고려하여 분석하여 알려주는 문화사, 문학사 서적입니다. 

모두 10개의 큰 주제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 중 "구지가"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입니다. 분명 거북은 임금이나 신령스러운 절대자인데 머리를 내밀지 않으면 구워먹겠다는 불경스러운 위협의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자는 중국의 기우제 노래인 "도마뱀 노래"를 가지고 이 이유를 풀어냅니다. 신성물을 얻거나 재앙을 막고자 매개자를 위협하는건 오랜 전통으로 "구지가" 역시 마찬가지 의미라는군요.
또한 이를 통해 굳이 자신을 왕으로 맞으라고 숨어서 이 노래를 가르친 김수로, 그리고 김해 김씨 집단은 중국에서 내려운 정복자라고 추리합니다. 한문화 영향권에서 널리 쓰이던 기우 노래로 자신들이 신으로부터 권능을 위임받았다는 우월성을 김해 토착민들 마음 속에 심어놓은 고도의 술책이라는 것이지요. 김수로의 정체야 어찌되었건, 기우제 노래를 통한 해석은 꽤 재미있네요. 약간 역사 추리물 느낌도 들고요.

지금 가사는 전하지않는 신라의 "동경곡"도 부대 기록을 통해 국가와 군주를 송축하는 노래로, 이를 위해 온갖 상징물들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노래의 목적은 '임금은 임급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상답게' 각자 계급에 맞게 의무를 다하라는 은근한 협박과 유도라는 주장이 인상적이에요. "애국가"와 동일한 목적이라는건데, 좀 센 주장이기는 하나 어느정도 수긍도 갑니다. "용비어천가"가 단순 찬양이 아니라 규계, 즉 왕도 윤리 덕목을 지켜야 한다는 강한 요구를 담았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고요.

시에 관련된 이야기 외에 시인에 대한 소개도 많습니다. 고려의 대문호였던 이규보가 당대에 관직을 얻지못해 당대 권력자 최충헌 등에게 온갖 아부를 하는 시를 남긴 아부꾼이었다는 등의 일화를 비롯, 조선 시대 시인들이었던 남효온, 박상, 권필, 이안눌을 설명해주거든요. 단순 인물 소개에 그치지않고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의 인생이 그들의 시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알려주는게 좋았습니다. 또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정치적 핍박을 받거나 좌천된 관리가 할만한 소일거리로는 고려말부터 조선 시대까지는 술 마시고 시를 읆는 것 밖에 없었을거라는걸 잘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외론 울분 다만 시 지어 쫓아내고, 괴론 마음 때로 술 곁에서 풀어보네"라는 박상의 싯구가 있을 정도거든요. 물론 권필과 같이 본인이 필화를 일으커 광해군의 노여움을 산 탓에, 고문 끝에 사망하고 만 반골 시인도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는 좌절한 채 시만 짓고 산 것으로 보이네요. 예나 지금이나 시인은 참 살기 힘들어요...

그 외에도 재미있는 내용이 많아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입니다. 재미는 물론 눈여겨 볼 부분도 많았던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 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26/01/31

아사토호 - 니이나 사토시 / 김진아 : 별점 3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나쓰히의 쌍둥이 동생 아오바가 나쓰히와 아키토 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대학생이 된 나쓰히의 지도 교수 후지에다가 실종되었고, 교수를 찾던 친구 아즈사도 자살했다. 다른 실종 사건이 여럿 있었으며, 이 모든 사건은 '아사토호'라는 책과 관련이 있다는걸 알아낸 나쓰히는 다시 재회한 아키토와 함께 '아사토호'의 정체에 대해 찾아 나섰다. 이 모든건 사람을 하나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천과 관련이 있었다...

신예 작가 니이나 사토시의 장편 소설입니다. 미스터리 호러 장르물이지요.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펼쳐져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린 시절, 나쓰히와 아키토 앞에서 아오바가 신비한 천에 의해 사라진 뒤, 둘 말고는 아무도 아오바를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 대학생이 된 나쓰히의 지도교수 후지에다의 실종과 교수를 찾던 아즈사의 기묘한 자살, 이 모든 것과 얽힌 책 '아사토호'에 관련된 수수께끼가 이어지는데 손을 떼기 힘들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나쓰히와 아키토가 여러 자료를 토대로 아사토호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은 한 편의 추리 소설을 방불케합니다. 아사토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마쓰무라의 자서전에 기록된 내용을 토대로 마쓰무라의 산장 위치를 추적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아키토는 기록의 증기 기관차에 탔던 시간과 버스를 탄 거리를 토대로 대략의 위치를 특정해내는 데 성공하고, 그 장소에서 결국 기요하라 병원까지 이어지는 단서들을 수집해 내어 진상에 도달하게 되니까요.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아사토호'에 대한 상세한 설정들도 굉장히 설득력 높습니다. 저자가 실제로 문학사 전공인 덕분이겠지요. 정말로 이런 책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연구자가 연구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한 설명은 굉장히 실감납니다.

추리적으로는 그 외에도 괜찮은 부분이 제법 많아요. 아키토가 영매사로서 선보이는 짤막한 에피소드처럼요. 일종의 콜드 리딩, 사전 답사와 의뢰인의 현황—신혼부부가 굳이 교외에 있는 단독 주택을 산 이유는?—을 토대로 추리를 통해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하지요.

호러 장르물로서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아즈사가 남긴 논문이 유서처럼 이어지는 장면이라던가, 후지에다 교수의 아내 미나미의 등장, 그리고 나쓰히가 사라지고 아오바가 나타난 시점에서 '아사토호'라는 책이 고전 걸작으로 널리 퍼졌고 결말까지 달라진 - 원래는 온나니노미야가 추녀였다는 한심한 결말이었는데, 아오바처럼 얼굴에 큰 상처가 있었다는 결말로 - 세계관으로 전환되는 부분 등은 꽤 섬찟했습니다.

모든 건 앞뒤가 딱 맞게 말이 되는 패턴이고, 이런 패턴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에는 반드시 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쓰히의 생각이 이 모든 것의 원인인 '천'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였기 때문이라는 진상도 잘 풀어냈습니다. 단순 괴기현상으로 풀어낸 게 아니라,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고 말이 되는 설정을 집어넣었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할 만 해요. 나쓰히는 아오바와 아키토의 환상 속 존재였다는 진상과 이에 따른 시점 변화도 적절했고요.

하지만 단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천이, 천을 함께 본 사람들이 원하고 빠져드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졌다고 하는데, 이야기의 결말을 잘 설명하지는 못하거든요. 예를 들어, 어린 시절 아키토가 일으킨 사고로 크게 다쳐 흉터가 생긴 아오바가 상처 없는 나쓰히로 거듭난 건 해피엔딩입니다. 그런데 굳이 아오바에 대해 나쓰히와 아키토가 이상한 기억을 공유하고, 새롭게 추적에 나선다는 이야기를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리고 아즈사가 원한 건 연구자로서의 성공이었는데, 천이 심어준 건 좌절감이었고, 그녀는 자살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성립한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말이 되는 건 원했던 후지에다 교수를 차지한 미나미 이야기뿐입니다.

천을 본 사람들이 하나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일종의 다중 우주 세계관이라서 하나의 우주에 천을 본 사람들이 여럿 얽힌다는 것도 이상했어요. 하나의 이야기에 다른 이야기들이 개입하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되니까요. '천'이 만든 이야기에서 '천'의 진상을 밝히는 결말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도요. 기껏 꿈 속에 데리고 왔는데, 이게 꿈이라는걸 밝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탓입니다.

마지막으로 천의 정체가 밝혀진 뒤의 분량은 많이 길고 애매했습니다. 아오바가 천과 일체화되어 죽음을 선택하려 한다는 장면이 특히 길었어요. 감정 과잉이라 여겨지기도 했고요. 이런 부분을 조금 더 정리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예를 들자면, "메두사"처럼 환상은 환상처럼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도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추리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보실 만한 작품으로 추천드립니다.

2010/06/28

허무에의 제물 - 나카이 히데오 / 허문순 : 별점 3점

허무에의 제물 - 6점
나카이 히데오 지음, 허문순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히누마 집안에서 일어나는 연쇄 밀실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 저자 나카이 히데오가 작명하고 창안한 '안티 미스터리'의 첫 작품으로 추리 장르문학사에서 뚜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유명한 고전이기도 하죠. 관심은 많았지만 두께와 악명높은 동서문화사의 번역탓에 읽기를 꺼렸었는데 국내 최대 추리동호회 "하우미스터리"에서 발기한 독서클럽 "고등고등열매" 에서 읽어야 할 첫번째 작품으로 선정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일단 '안티 미스터리'에 대해 찾아보았더니 아래와 같더군요.
  1. 미스터리 속에 미스터리가 존재
  2. 스토리의 반전이 많다.
  3. 결국 미해결 사건이 되거나 뒷맛 씁쓸한 결말로 끝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 작품은 이러한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사건이 과연 이 작품안에서 등장인물인 무레타가 쓴 소설인지, 아니면 다른 등장인물들의 추리를 통해서만 펼쳐지는 것인지도 불분명하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서로 경쟁하듯 추리를 쏟아내기 때문에 추리와 트릭이 난무할 뿐 아니라 추리마다 새롭게 이야기가 반전되기 때문에 결국 뭐가 진상인지도 헛갈리거든요. 마지막 결말이 씁쓸한것 역시 공식대로고요.
또한 '안티 미스터리'라는 이름답게 정통 고전 본격 미스터리의 반대되는, 어떻게 보면 고전 본격물의 패러디같은 느낌을 강한게 전해주는건 특이했습니다. "수수께끼의 인물"이라던가 "밀실", "과거의 피비린내 나는 악연", "증오가 넘치는 가족관계", "색깔로 형상화된 범행" 등과 같은 클리셰라고도 할 수 있는 일본 본격물의 요소들을 모조리 도입하여 작품안에서 정말 작위적으로 녹여내는 점이라던가, '녹스의 추리소설 10계'나 란포의 '속 환영성'같은 추리소설의 교과서적인 룰들을 따라 추리쇼를 진행하는 것 모두가 본격물에 대한 비틀기, 패러디로 보였으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비틀기와 패러디가 좋은 쪽으로만 작용한 것은 아닙니다. 무려 600페이지가 넘는 대장편이라 앞과 뒤가 연결이 잘 안되는 것도 있었지만, 비틀기와 패러디를 위한 작가의 의도가 지나쳐서 뒤로 갈수록 몰입하기 힘들었거든요. 작위적 설정이 한두번 정도 양념으로 쓰인다면 모를까 전편에 걸쳐 벌어지니 지루할 수 밖에요. 하나의 사건이 벌어질때마다 주요 등장인물 모두가 자신만의 장황한 추리를 펼치는 추리쇼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책의 구성도 나중에는 짜증이 날 정도였어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는 사람이 아는 독자들을 위해 맘먹고 비틀고 패러디한 희대의 괴작' 입니다. 중반까지는 본격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비교적 괜찮은 추리와 트릭들이 등장할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본격 추리소설의 얼개를 제대로 갖추고 있기는 해서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추리 애호가라면 즐길거리가 많기는 합니다만 패러디와 비틀기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는다면 지루하고 뒷맛이 개운치 않은, 어떻게보면 미완성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해괴한 작품이네요.

아는 사람이 읽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기도 쉽지 않으며, 보는 시각에 따라 5점 ~ 1점을 오갈 수 있어서 별점으로 평가하기가 정말로 어려운 작품인데 제 개인적인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악명높은 동서문화사의 번역본이라 걱정했는데 역시나 뒤로 갈수록 번역이 거슬리더군요. 아쉽습니다.

2016/03/26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 유키 쇼지 / 김선영 : 별점 2.5점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 6점
유키 쇼지 지음, 김선영 옮김/검은숲

"나"는 사이공으로 파견된 니치난 무역 사원으로 직무와 함께 도쿄 복귀 예정이었던 전임자 가토리의 실종 사건에 대한 진상을 알아낼 의무까지 지게 되었다. 나는 가토리를 마지막으로 목격했다는 훈, 그리고 임시 거처 양양관의 수상쩍은 이웃들인 득, 토 등과 얽히며 복잡한 베트남의 정치적 세력들의 암투가 벌어지는 싸움의 한복판으로 휘말려 들어가는데....

일본 추리 문학사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스파이 소설의 고전. 문예춘추 선정 일본 미스테리 100선에서 무려 19위로 선정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작품의 특징이자 매력 포인트는 분명합니다. 베트남 전쟁 직전의 남베트남을 무대로 평범한 일본 파견 주재원인 주인공이 목숨이 위태로운 첩보전의 세계에 휘말려 들어가는 과정을 꽤나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반면 스파이 소설에서 기대해 볼만한 정교한 작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모리가키의 덫에 걸린 것에 불과하니까요. 우연이기는 하지만 사택을 빠져나와 양양관에 머물게 된 시점부터요. 주인공이 한 일이라곤 모리가키의 부탁으로 옆방 토에게 서류를 전해준 게 전부고요.
물론 주인공이 우편배달부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토리를 찾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두 세력 - 응오딘지엠 정부 전복을 노리는 세력과 베트콩 세력 - 모두에게 쫓기게 되고, 결국 사람이 죽어나가는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제목이기도 한 "고메스의 이름은..." 이라는 말을 살해당한 "초"로부터 들은 이후는 그야말로 숨 쉴 틈 없이 여러 사건이 벌어져서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아울러 베트남 전쟁 직전의 베트남에 대한 묘사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작가 후기에서 밝히듯 당시 베트남을 방문하지 못하고 한정된 자료로 썼다는데, 그런 것 치고는 사이공과 여러 유명 장소에 대한 묘사 모두 괜찮았어요. 저도 가보지도 못하고 당시를 살아보지 못했으니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럴듯하다는걸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유명 식당과 클럽, 주인공이 휘말린 양대 조직과 조직원들의 묘사 모두 말이죠.

또 잔류 일본군을 소재의 하나로 사용한 것이 아주 괜찮았어요. 고메스를 자칭한 전화를 일본어로 한 이유는, 베트남어와 프랑스어로 주인공과 이야기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약간의 트릭처럼 사용되기도 하는데 작품과 참 잘 어울렸습니다. 오히려 이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예요.

하지만 과연 이게 스파이 소설인가? 하는 의문은 생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주인공은 스파이가 아니고 별다른 작전이 등장하지 않는 탓입니다. 스파이의 사전적 의미는 "수단을 써서 적이나 또는 경쟁 상대의 정보를 탐지하여 자기편에 통보하는 사람"인데, 주인공은 그냥 봉투 전해주는 운반책일 뿐입니다. 그것도 끝까지요. 이런 류의 소설에서는 아무리 일반인이라도 결국 특정 조직을 위해 싸워나가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요소는 전혀 등장하지 않아요. 즉, 주인공 입장에서는 모험물이나 재난물(?)일 수는 있지만 스파이 소설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주인공과 가토리를 진짜 스파이 모리가키가 끌어들인 이유 역시 불분명합니다. 몰래 봉투를 전해주기 위한 의도였다면 양양관에 거주하게만 해도 충분했을 거예요. 같은 일본인이라 반가운 마음에 자주 방문한다, 정도의 핑계를 대고 방문한 후 돌아갈 때 직접 옆집 문 앞에 봉투를 던져 놓는 정도로도 가능했을 일이니까요.

게다가 결말이 시시하다는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무엇보다도 고메스가 누구였는지 중요치 않다는 건 정말 문제예요. 고메스는 그냥 고메스로, 어차피 주인공과는 별 관계없는 베트콩 조직 내 암호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이게 뭔가 싶더군요. 최소한 "부머랭 살인사건"에서의 "왜 그들은 에반스를 부르지 않았을까?"라던가 "39계단"의 "39계단" 정도의 의미와 용도는 있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이 말을 들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사건에 휘말려 들어가게 된다는 식으로요. 허나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숱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수사와 미행을 통해 사건에 개입하고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이 말은 하등의 상관이 없어요. 이렇게 소재를 낭비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좋아 보이지는 않네요.

그나마 조직에서 탈출하는 마지막 장면만큼은 긴박감이 넘치지만 이 역시 모리가키의 변덕에 불과할 뿐더러 운이 많이 좌우하기에 잘 짜여졌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묘사도 매력적이고 내용도 상당히 흥미롭지만 위의 단점 때문에 감점합니다. 고전으로 일상계 스파이물이라는 독특함은 있지만,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슈퍼 스파이들이 난무하는 지금 시점에 먹힐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딱히 고전을 사랑하는 분이 아니라면 구태여 찾아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2021/12/31

2021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열 여덟번째 블로그 리뷰 총 결산입니다. 블로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나이라니 감개무량합니다. 다 컸으니 이제 돈을 좀 벌어 와야 할 텐데 말이지요.

하여튼,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사태 장기화 탓에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작년보다는 줄었어요. 작년에는 133권을 읽었는데, 올해는 추리 / 호러 장르문학 57 (77)권, 기타 장르문학 3 (4)권, 역사서 17 (9)권, 디자인 or 스터디 1 (4),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15 (25)권, 기타 도서 24 (14)권으로 다 합쳐서 117권을 읽었으니까요. 이유는 백신 접종과 위드코로나 정책 덕분에 다른 활동으로 보낸 여가 시간이 늘었던 탓입니다. 올림픽도 열심히 관전했고요. 거기에 더해 작년에는 '추리 소설 1,000권 읽기'라는 개인적인 큰 목표 달성을 위해 더 열심히 달리기도 했었지요. 여러모로 작년이 역대급이었던 셈으로, 당분간은 작년처럼 책을 많이 읽는 해는 오지 않을거라 생각되네요. 그래도 최소한의 목표인 100권은 훌쩍 넘겼으니 만족합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21년 베스트 추리소설 :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별점 4.5점! 20세기 미국 범죄 소설, 그 중에서도 하드보일드 장르의 흐름을 미국 역사 흐름과 비교하여 분석하는 문학사 서적. 상세 리뷰는 링크 참고하시길.

"나는 언제나 옳다" 
별점 4점! 복잡한 복합 장르 구성을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 단편 분량인 만큼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2021년 워스트 추리소설 :

"ON 온"
올해의 워스트 후보작은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서술트릭의 모든 것",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 "가면병동", "최후의 일격, "범죄 캘린더"와"On 온"의 7편이나 됩니다. 모두 별점 1.5점짜리였지요. 거장 엘러리 퀸의 작품이 두 편이나 포함되어 있는게 놀라운데, 한 편은 나이 탓에, 또 한 편은 양산 모드로 쓰여졌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최후의 일격"은 괜찮은 발상의 트릭이 사용되기는 했고, 단편집 "범죄 캘린더"는 별점 2~2.5점짜리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서 워스트 급은 아닙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은 책 자체 내용 문제보다는 다른 문제로 인한 감점 요인이 더 컸고요. 단편집 "서술트릭의 모든 것"은 "범죄 캘린더"와 같은 이유로 제외하면, 진짜 워스트 후보작은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와 "가면병동", "On 온"의 세 편이 남습니다. 

이 중 올해의 워스트로는 "On 온"을 꼽습니다. 유치한 설정, 합리적이지 못한 전개, 스테레오 타입의 뻔한 주인공들이 어우러진 싸구려 스릴러니까요. 다른 두 편은 약간이나마 추리적인 요소가 들어갔다는 점에서 그나마 "On 온"보다는 조금 나았습니다. 물론 도긴개긴입니다만....

2021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도 3권 밖에 읽지 않아서 뽑기가 어렵네요. 재미만큼은 확실했던 별점 3점의 "사라진 세계"가 베스트였어요. 워스트는 따로 뽑지 않겠습니다.

2021년 베스트 역사 도서 :

"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
별점 5점! 역사 바로 세우기 측면에서 모든 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와 "영어 조선을 깨우다 1"도 별점 4점을 받은 좋은 책이었는데, 아쉽게도 탈락했네요.

2021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별점 1점. 편협한 개인 의견을 잔뜩 투입해서 불쾌하기 짝이 없었던, 그냥 '나쁜' 책입니다.

2021년 베스트 / 워스트 디자인 or Study :

딱 한 권 밖에 읽지 않아서, 올해는 평가할게 없네요. 공부가 부족했던 한해네요....

2021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
올해 이 쪽 분야 책들은 다 고만고만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 "경양식집에서",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가스트로노미"의 5권이 별점 3점을 받았습니다. 이 중 재미와 자료적인 가치, 책의 완성도 등 모든 면을 고려하여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를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1부만 한정하면 별점 4점 이상도 충분했던 책이니까요.

2021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올해는 2점 이하의 별점이 없어서, 워스트는 따로 뽑지 않습니다.

2021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
별점 4점을 받은 책은 "1달러의 세계 경제 여행",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 "n분의 1의 함정"의 세 권이었습니다. 다 좋은 책이었지만, 이 중 재미에 더해 제 전공 분야인 커뮤니케이션과 상호 작용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를 올해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2021년 워스트 기타 도서 :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별점 1.5점을 받은 올해의 워스트 후보작은 "재미있는 식물 산책 도감",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만화로 보는 99가지 발명품 이야기"의 3권입니다. 이 중 사람 열받게 만드는 가소로운 자기 주장을 담고 있는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가 올해의 워스트입니다.

2021년 베스트 Movie : 

"나이브스 아웃"
훌륭하게 현대에 되살린 본격 추리물! 별점 3점.

2021년 워스트 Movie : 

"철권을 가진 사나이"
황당무계하고 유치했던, 심지어 액션마저 별 볼일 없었던 '가짜' 무협 영화.

2021년 베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전체적인 별점은 고만고만해서 베스트랄건 없네요. 에피소드 기준으로는 "Q.E.D iff 증명종료 14" 수록작 "1억엔과 여행하는 남자"가 오랫만에 별점 4점짜리 에피소드였습니다.

2021년 워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Q.E.D iff 증명종료 16"
수록작 3편 중 2편이 별점 1.5점, 1편이 별점 1점을 받은 워스트 오브 워스트. 그 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의 "앙숙"도 별점 1점짜리 망작이었습니다. 별점 1.5점 짜리 에피소드들은 언급하기도 힘들만큼 숱하게 있었고요. 추리 만화 분야는 영 실망스러웠던 한해였네요.

2021년 베스트 Comic - 기타 : 

"그리고, 또 그리고 1~5"
별점 4점짜리 책은 이 책 외에도 "피너츠 완전판 19 : 1987~1988"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베스트로 꼽은 이유는 재미와 감동에 더해 미대 졸업생인 저에게 많은걸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고요. 하여간, 극히 일부의 예외는 있지만 만화가가 그린 자기 이야기는 무조건 최고에요.

2020년 워스트 Comic - 기타 : 

최저 별점이 2점이라서, 워스트는 따로 꼽지 않겠습니다.

결산평 : 

이상으로 2021년 블로그 결산을 마칩니다. 올 한해는 저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한해였어요. 인생의 큰 목표 중 하나였던 '추리 소설 1,000권 읽고 리뷰 쓰기'를 완료했기 때문이거든요. 저도 하루하루, 한달한달, 한해한해가 더욱 소중한 나이가 되었는데, 2022년에도 저 개인적으로 내세울 수 있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의미있고 가치있는 2022년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했고, 또 감사드립니다!

2020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2012/12/09

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 - 최애순 : 별점 4점

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 - 8점
최애순 지음/소명출판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의 탐정소설에 대한 8편의 논문을 모은 한국문학사 서적.

8편의 논문은 각각 '탐정' 소설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론, 소파 방정환의 소년 모험소설, 채만식의 탐정소설 "염마", 김내성의 "백가면", 주요 번역 작품 소개, 번역 작품 중 독보적인 인기였던 모리스 르블랑과 루팡(뤼뺑) 시리즈의 번역 역사, 최서해의 번안 탐정소설 "사랑의 원수"(원작 "노란 방의 수수께끼")와 김내성 "마인"의 관계 연구, 방인근의 "마도의 향불"을 중심으로 한 식민지 조선의 여성 범죄와 팜므파탈 이야기가 주제입니다.

제목만 보아도 흥미진진한데, 내용도 딱딱하지 않고 상당히 재미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예상 외로 꽤나 인기 있었던 근대 조선의 '탐정' 소설들과 왜 정통 본격물이 유행하지 않고 통속적인 연애 소설과 결합되어 진화하였는지에 대해 밀도 있게 쓰여져 있는 덕분입니다. 이때 조선에 본격물이 안정적으로 정착하였더라면 제가 좋아하는 고전 본격물이 다수 소개되었을 테고, 국내 추리 창작 환경도 많이 변했을 텐데 조금 안타깝기도 하네요.

또 저자가 실제 확인한 자료를 통해 소개하는 다양한 창작 및 번역 작품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도 감탄을 자아냅니다. 방인근의 "마도의 향불"에 대한 소개는 마치 작품을 직접 읽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예요. 아울러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존재했음에도, 현재 우리가 직접 읽을 수 있는 작품이 한 손으로 꼽기도 힘들 정도라는 현실도 아프게 다가왔고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자료가 풍부하게 실려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소파 방정환과 김내성의 아동 모험물을 다양한 텍스트와 비교 분석한 내용, "노란 방의 수수께끼"와 "마인"을 비교하여 "마인"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연구, 그리고 한국형 팜므파탈을 당시 빈번했던 본부 살인 사건과 연계하여 소개하는 연구 등이 추리 애호가로서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연구야말로 한국 추리문학사적으로 의미 있는 주제겠죠.

아무래도 모든 분께 추천드리기에는 조금 어려워 보이기는 하나, 식민지 조선을 무대로 한 추리소설을 창작하는 분께는 자료적인 의미에서라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런 사람의 하나로서 별점은 4점입니다. 꼭 창작이나 자료적인 목적이 아니더라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분들에게 의미 있는 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덧붙이자면, 6.25 전후 한국 추리소설사를 조망하는 후속권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2019/02/02

1930년대 한국 추리소설 연구 - 오혜진 : 별점 3점

1930년대 한국 추리소설 연구 - 6점
오혜진 지음/어문학사

6년전에 읽고 리뷰까지 남겼었는데, 어쩌다보니 깜빡하고 다시 구입해서 읽은 책입니다. 5년이 지난 탓에 새로 읽는 것과 다를게 없었네요. 다시 리뷰 남깁니다.

총 5장으로 구성된(5장은 맺음말로 내용은 4장 구성), 해방 전까지의 한국 추리 소설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정리한 책으로 문학사니까 일종의 미시사 서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전에 읽었던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3 : 추리물"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해방 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점은 "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와 더 비슷한데, 내용이 연대기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시각이 일관된 덕분에 더 나은 점도 많습니다. 이전에 유사한 책들을 많이 읽어왔지만, 여전히 눈에 뜨이는 부분도 제법 되고요.

우선 추리 소설을 어떤 기준으로 연구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브 뢰테르의 세가지 분류 - Mystery, Crime novel, Suspense - 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과 서구 추리 소설이 어떻게 발전되었는지를 짤막하게 소개하는 등의 도입부가 마음에 듭니다. 연구서다운 상세한 설명과 접근 방법이 좋더라고요.

이후 실제 한국 추리 소설의 역사 역시 재미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우선 1920년대 중반 "취미"라는 용어가 일상화 되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원래 있던 단어인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당시 중산층의 개념이 1년 수입으로 1년간 채무 없이 살 수 있는 정도를 뜻하며, 극히 드물었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취미"에는 돈이 들고,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값싼 인쇄물을 가까이 하는 책읽기가 그나마 일반적인 취미로 널리 퍼졌다고 하고요.
또한 이러한 출판 산업의 호황에 더해 당시 언론 통제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가 난무한 것, 그리고 "자본주의" 때문에 상업화로 흐른 등 "대중 소설"을 위한 토양이 갖추어져 결국 추리 소설이 등장하게 되었다는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던 것도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지금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비싼 책 값 때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아울러 당시에도 코난 도일과 르블랑에 대한 편식이 심했다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이후 당시 발표된 여러 추리 소설을 소개하는데 이 역시 흥미로왔습니다. 최독견의 "사형수" 라던가, 신경순의 "피무든 수첩", "제 2의 밀실", 최유범의 여러 작품들이 그러합니다. 특히 최유범의 작품은 비록 일부 표절("브루스 파팅턴 설계도")이 있지만 미스터리 추리 소설로 장르의 규칙을 철저히 수행하고 있다고 하니 놀랍네요. 수수께끼 풀이가 완벽한 수준의 해방전 국내 작품은 그 유래를 찾기 힘든데 말이지요.
그 뒤에 이어지는 다른 작품들은 국내 추리 소설의 한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사랑과 연애사"가 부각되는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최유범의 작품이 더욱 빛을 발합니다. 그 뒤 김동인의 "광염소나타", 박태원의 "우맹", 김유정의 "만무방"과 같은 추리 서사가 도입된 국내 소설 소개가 이어집니다. 염상섭의 "사랑과 죄" 역시 마찬가지죠. 영화에 나온 수법을 따라하는 모방 범죄가 등장하고, 살인 사건이 주요한 내용인 등 꽤 진지한 추리 서사가 도입된 작품이라는데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몇몇 부분은 안타까움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은 "통속 소설", "대중 소설"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당시부터 존재했었다는 점입니다. 추리 소설이 싸구려 통속 소설로 폄하된 이유가 이 땅에 추리 소설이 소개된 시점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인데, 심지어 추리 소설을 창작, 번역하기까지 했던 일부 작가들조차(염상섭 등) 동일한 인식을 지녔다는 점에서 통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원래 과학적, 근대적 사고가 널리 퍼진 것이 논리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추리 소설의 유행과 관계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러한 근대적 사고 방식을 토대로 한 작품이 이렇게까지 폄하되는 것도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물론 당시 미디어, 작가들의 잘못도 크겠지만요.

마지막 4장에서는 1930년대를 대표하는 세 편의 작품 - 채만식의 "염마", 김동인의 "수평선 너머로", 김내성의 "마인"- 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당대 추리 소설의 수준, 그리고 어쩔 수없는 한계를 설명하며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내성의 여러 작품들을 소개해 주는데, 김내성의 "마인"을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 눈에 뜨입니다. 지금 읽으면 많이 허술하지만 당대 국내 추리 문학계를 대표했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 외 작품 소개 모두 읽을만 합니다. 그러나 책의 특성상(일종의 학술 논문) 전편 내용이 수록된 것이 아니라는게 좀 아쉽습니다. 관심이 크다면 별도로 구해 볼 수 밖에 없으니까요.

마지막에는 1940년대로 넘어오면서 전쟁 탓에 스파이 소설이 범람하였으며, 이른바 "친일 문학"으로 여러 작품이 발표된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외국인 여성 마리에가 만드는 센닌바리가 경성의 방공 시설과 반도내 포대 위치를 말하는 모르스 부호가 숨겨져 있음을 폭로한다는 김내성의 "수놓은 송학"이 대표적인데, 꽤 괜찮은 아이디어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식민지에서의 친일, 매국 문학으로 전락한 작가의 모습은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다른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이는 6년 전과 같습니다. 다른 유사 자료, 도서와 차별화되는 점도 크고, 나름의 재미는 물론 여러가지 정보와 함께 큰 흐름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덕분입니다. 추리 소설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저는 두 번 읽었지만 여전히 좋은 독서였습니다.

2005/08/22

사라진 시간 (Q Mystery 44) - 빌 벨린저 / 이기원 : 별점 2.5점

사라진 시간 - 6점
빌 밸린저 지음, 이기원 옮김/해문출판사
신발안에 천달러짜리 지폐를 지닌채 거의 목이 잘린채로 한 사나이가 발견되었다. 그는 오랜 치료끝에 겨우 회복했지만, 기억을 잃고 말았다. 경찰에서는 지문 조회를 통해 그가 "빅터 퍼시픽"이라는 사람임을 알려주었다.
빅터는 퇴원 후, 자신의 생명을 구한 응급처치를 해준 비앙카 힐이라는 여인에게 신세를 지며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비앙카의 룸메이트 로즈메리가 자신의 과거에 대한 단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 냈지만, 로즈메리는 빅터에게 대여금고 열쇠만 전해 준 채 살해 당했다...

빌 벨린저는 "이와 손톱"이라는 작품으로 더욱 유명한 작가입니다. 허나 현재 시점에서 국내에서 구하기에는 이 "사라진 시간" 쪽이 더 용이하죠. 해문 Q 미스터리 시리즈로 읽었습니다. "이와 손톱"은 아직 구경도 아직 못 해 봤습니다...ㅠ.ㅠ

하여튼,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남자가 같은 장소, 같은 상황 아래에서 목이 잘린채 살해된다. 한번은 1년 전, 한번은 1년 후.." 라는 기발한 발상에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추리문학사에 이름을 남길만합니다. 1년의 시차를 두고 교차되면서 벌어지는, 교차 편집을 잘 이용한 효과와 그에 따르는 긴장감도 아주 탁월했고요. 긴박하고 놀라운 사실을 속속 알게 되는 후반부의 속도감은 특기할만 하며, 덕분에 읽는 재미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크게 이렇다 할 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단서가 하나씩 주어지고, 하나의 단서를 클리어할 때마다 다음 단계의 단서를 찾게 되며, 막혔을 경우는 우연이나 주변 도움에 의해 단서를 얻는다는 전형적인 단계별 전개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탓입니다. 때문에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요소는 별로 없습니다. 
제일 중요했던 마지막의 반전 역시도 지금 읽기에는 조금 낡고 뻔한 요소였습니다. 의외성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에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아쉽게도 세월이 흐른 탓에 많은 가치를 잃고 말았네요. 그래도 추리 매니아라면 한번 정도는 꼭 읽어볼 만 합니다.

2021/10/28

감히 넘볼 수 없게 하라 - 계정민 : 별점 3점

감히 넘볼 수 없게 하라 - 6점
계정민 지음/소나무

19세기 초반에서 19세기 중후반까지의 영국 사회의 문화와 패션 흐름, 특히 실버포크 문학과 댄디즘에 대해 고찰하는 인문학 서적이자 문학사, 미시사 서적입니다. 중간 계급의 귀족 계급 따라하기와 이를 뒷받침해 주었던 실버포크 문학의 출현에서 시작하여, '댄디즘'이 일세를 풍미했지만 결국 시대적 흐름에 따라 귀족 계급과 실버포크 문학이 몰락하고 중간계급의 이데올로기가 사회를 지배하게 되기까지의 흐름이 상세하게 설명됩니다. 선물받아 읽었습니다. 

'패션' 보다는 '유행'에 대한 담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볼거리가 아주 많습니다. 우선 현대 사회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게 인상적이었어요. 귀족 계급이 어떻게 사는지를 상세하게 알려줌으로써, 그들을 흠모하고 따라하려는 중간계급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는 실버포크 문학은 현대로 따지면 유행을 선도하는 SNS 인플루언서나 유튜버들과 별로 다를게 없으니까요. 실버포크 문학의 대표 작가들 대부분도 귀족 계급으로, 자기들 이야기를 썼다고 하니 더더욱 그러합니다. 킴 카사디안같은 경우겠지요. 당시 런던 유명 상점에 대한 정보가 가득해서 '런던 상점 안내도'이자 '광고판'으로도 불렸다는 고어의 "아내의 용돈" 설명은, 버블 전성기에 유행과 소비에 매몰되었던 일본의 사회 환경을 캐쥬얼하게 그려냈던 "어쩐지 크리스탈"이 떠올랐고요.

그런데 이런 실버포크 문학과는 반대로, 댄디와 댄디즘의 목적이 '유행'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다는 것도 새로왔어요. 귀족 계급이 프랑스어에도 능통하고, 유럽 대륙의 문화와 예술에 해박하며 그곳에서 유행하는 첨단의 패션을 소비하는 자신들과 비교하면, 중간 계급 남성은 귀족 남성의 삶을 서투르게 흉내 내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판단해서, 이러한 자기들의 문화 자본을 과시하는 스타일을 개발해 냈던 것으로, 이들이 바로 댄디 Dandy였고, 이들이 개발해냈던 스타일과 태도, 가치관이 댄디즘 Dandyism 이었습니다. 즉, 귀족 계급이 자기들 위치를 중간 계급이 따라올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었던거지요! 조선 후기, 중인 계층이 실학자들과 시서화를 통해 교류했다는 이야기가 연상되네요. '문화'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 무리에 낄 수 있었다는건, 결국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가도 똑같은 법입니다. 

댄디즘이 단순히 패션에 국한된게 아니라, 일종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댄디들은 열심히 일해서 성공한 중간 계급의 근면성, 실용성, 생산성과 같은 가치관을 거부하고 장식성, 무용성, 비생산성에 집중했다고 하거든요. '멋쟁이'가 아니라, 꾸미기에만 몰두하는 무위도식 한량이 '댄디'였던 거지요. 의미가 완전히 다른 셈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댄디즘의 종말도 상세하게 설명되고 있는데, 결국 나폴레옹 전쟁 이후 경제 공황, 세금 증가, 귀족계층을 위한 곡물법 제정에 따른 식료품 가격 상승 등으로 1840년대를 지나면서 귀족 계급에 대한 반감이 극대화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빈곤과 노동 문제가 겹친 탓에 댄디즘과 같은, 소비와 과시로 점철된 귀족 계급의 생활양식은 시대착오적인 악습으로 사회적으로 규정되고 만 거지요. 그래서 댄디즘의 명줄은 다했고, 이후 도덕적이고, 근면 성실한 중간 계급 남성 이데올로기가 영국을 지배하게 되었다네요. 잠깐은 세상에 먹혔을지 몰라도, 이런 가치관이 오래 갈리 없으니 당연한 결말입니다.

이렇게 실버 포크 문학과 댄디즘의 종말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사회적, 역사적 배경에 대한 사실들도 눈길을 끕니다. 중간 계급 독자의 증가로 문학의 주도권이 시에서 소설로 바뀌게 되었고, 문학은 이들 중간 계급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획에 의해 생산되고 마케팅에 의해 소비되는 문화상품으로 변해갔다는 것, 댄디가 외모로 구별짓기를 시도한건 당시가 시각적 상상력이 빠르고 전면적으로 부상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라는 이론들이 그러합니다. 문학이 시에서 소설, 천재의 예술품에서 문화 상품으로 변했다는건 최근 웹툰이나 웹소설, 그 중에서도 판타지나 로맨스가 유행하는 최근 트렌드와도 왠지 비슷한 느낌도 들더군요. 소비 주체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소비 행태가 모바일화되었다는 뜻이니까요.

각 단락마다 당대 유행했던 실버포크 문학 작품, 관련된 유명 인물을 함께 소개해주어서 이해를 쉽게 만들어주는 구성도 좋습니다. 문학 작품의 내용 소개만으로도 당시 분위기가 머리에 쏙쏙 들어올 뿐더러, 댄디의 상징이었다는 브러멜과 도르세이 백작에 대한 소개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 재미있었거든요. 브러멜은 완벽한 단순함으로 고도의 절제미를 선보였던 반면, 도르세이 백작은 유럽 출신으로 요란하고 화려한 스타일을 선보였던 탓에 그를 따라하던 중간 계급 청년들의 패션은 황당해서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는군요. 단순히 입는 옷, 장신구 등에만 신경쓸 뿐, 기본이 되는 가치관과 사고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지요. 

그런데 이런 과정을 겪고도 '댄디'가 '멋쟁이'라는 의미로 계속 사용된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 저자도 댄디즘의 종말에 대해 설명하면서, 댄디를 흉내내는 중간 계급은 웃음을 자아내는 코믹 캐릭터로 바뀌었다고 설명하는데 말이지요. 물론 댄디가 되고 싶어해서 그들을 추종하는 '속물'들 과 진짜 멋쟁이 '댄디'는 확실히 달랐겠지만, '댄디즘' 자체가 부정적 의미가 되었다면 '댄디'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로 힘을 잃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현재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이렇게 주제에 대한 설명은 재미있고 상세하나 아쉬웠던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실버 포크 문학'이 얼마나 중간 계급에게 잘 먹혔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당시에 이런 소설이 나와서 인기를 끌었다, 정도는 근거가 빈약해요. 특정 소설이 인기를 크게 끌었다고 한 들, 그게 사회 현상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힘들잖아요? 판매량같이 명확한 근거, 최소한 다른 문화, 사회적인 근거가 뒷받침되었어야 했습니다. 지금의 결과물은 제대로 된, 정확한 역사서라고 보기는 여러모로 부족해 보입니다. 

도판이 부족하다는 것도 아쉽습니다. 댄디들과 그들의 패션에 대해서는 보다 상세한 도판이 필요했어요 글 역시 가독성 좋은,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었고요.

덧붙이자면, 제목만 보고 기대했던 분들은 조금 실망하실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부제인 '패션의 권력학'은 잘못 붙여진 제목이거든요. 사실 패션에 국한된다면, 댄디들의 패션을 중간 계급이 따라하지 못했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패션은 물론, 먹고 자고 하는 모든걸 똑같이 따라하는건 돈만 있으면 어려울게 없으니까요. 그들이 따라할 수도 없었던건 패션과 같은 표면적인게 아니라 댄디즘이라고 불리우는 가치관같은, 귀족 계급만의 사고 방식입니다.

그래도 문화 상품을 통해, 당대 계급간 갈등과 사고방식과 같은 일종의 이데올로기를 분석해낸 내용만큼은 아주 좋았습니다. 재미도 있었고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특정 시기, 특정 문화가 시작되고 끝나는 과정에 대해 전반적으로 잘 알려주는 좋은 미시사, 문화사 서적이었습니다.

2003/05/16

그녀에게 키스를 - 제임스 패터슨 : 별점 1점

그녀에게 키스를 - 2점
제임스 패터슨/우리문학사
자신을 '카사노바', "'젠틀맨'이라고 자칭하는 두명의 변태 성범죄자들과 납치당한 자신의 조카를 찾기위해 사건에 뛰어든 크로스형사와의 대결이 주요 줄거리인 작품.
작가의 전작 '시간의 침묵'에 이어 흑인 경찰 앨릭스 크로스를 주인공으로 한 전형적인 스릴러 형사물입니다. 영화화가 되어서 꽤 흥행하였기 때문에 나름 재미있나보다..하는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야기가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범죄묘사만 제외하고는 사건의 수사과정은 볼만한 내용이 하나도 없고 사건 해결 또한 모조리 우연에 의지하고 있어서 추리물로서의 가치는 제로에 가까워요. 반전이랍시고 준비해 놓은 범인의 정체도 너무 난데없어서 화가 나기까지 합니다. 실망이 너무 큰 나머지 '키스더걸'이라는 모건프리먼 주연의 영화 역시 보기가 싫어지는군요.

싸구려 헐리우드 오락물에 불과한 펄프픽션, 그것이 이 책에 딱 맞는 수식어입니다. 이런 추리/스릴러 쟝르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그 시장환경은 놀랍고 부럽지만 책의 수준이 너무 낮아 한심할 뿐이네요. 우리나라 출판사도 '베스트셀러''영화화!'라는 수식어에만 목숨걸어 쓰레기같은 대중소설이나 출판하지 말고 과거의 명작들을 꾸준히 찾아 복간하고 출간하는 노력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

2005/06/25

침대특급살인사건 - 니시무라 교타로 / 윤정규 : 별점 2.5점

침대특급살인사건 - 6점
西村京太郞 지음/추리문학사

총기사고로 면직된 전직 경찰 다나베가 사립탐정 업무를 시작한 뒤 어느 날, 한 부인이 자신의 임신한 딸을 에스코트해 줄 것을 의뢰했다. 그는 부인의 딸 유미꼬와 같이 오사카에서 사세베까지의 여행을 떠났지만 그가 의뢰를 완수한 직후, 공갈범 전과가 있는 기구찌 이사오가 살해당했고 피해자의 책상 서랍에서 다나베가 에스코트 의뢰를 수락한 뒤 작성했던 영수증이 발견되었다. 경찰은 영수증을 확보한 뒤 전직 경찰관 다나베가 기구찌를 협박한 증거로 삼아 다나베를 검거했다.
 다나베는 사건 당일 사세베까지의 여행했다는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해 후미꼬와 유미꼬 모녀에게 증언을 요구했지만 모녀는 다나베를 모르는 사람으로, 오히려 유미꼬를 귀찮게 쫓아 다니던 파렴치한으로 몰아갔다. 다나베에게 걸린 혐의는 점점 깊어지던 와중에, 과거 다나베의 상사였던 도쿄 경찰청 수사 1과의 토츠가와 경부가 옛 부하를 구해주기 위해 사건에 뛰어드는데... 

여정 미스터리의 달인이라는 니시무라 교타로의 작품입니다. 기차 시간표 트릭이라는 전통적 소재를 등장시킨 대표작을 작가별로 따져본다면 마츠모토 세이쵸에게는 "점과 선"이, 모리무라 세이이치에게는 "신간센 살인사건"이 있고 니시무라 교타로에게는 이 작품이 있는 것이겠죠. 예전에 읽었었지만 책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네요. 분명 예전 처음 읽었을 때에는 괜찮았었는데 지금 다시 읽으니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눈에 많이 띄거든요. 물론 장점도 존재합니다. 저자가 기차 시간표를 늘어놓고 알리바이를 구상하는 장면이 상상될 정도로 소설의 가장 중요한 트릭인 기차 시간표 트릭은 아주 괜찮고, 모녀에 의해 다나베가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쓰고 궁지에 몰리게 되는 상황은 꽤 치밀해서 설득력이 높거든요. 아이리쉬의 "환상의 여인"을 연상케 하는 재미도 느껴졌고요.
토츠카와 경부가 직접 발로 뛰면서 수사하여 오로지 사건 해결에만 집중하는 전개도 마음에 든 점입니다. 약간 사회파스러운 분위기로 불필요한 묘사가 거의 없다는 점도 장점이고요.

굉장한 악녀들인 두 모녀의 설정은 정말이지 최고입니다. 과거의 불우한 경험때문에 돈에 대한 엄청난 집착과 인간성이 상실되었다는 점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가 떠오르는데, 훨씬 앞선 시기에 손에 잡힐 듯 그려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그러나 단점도 너무 명확합니다. 우선 어수룩한 사립탐정을 범인으로 몰기 위해 치밀한 공작을 하는 모녀가 그 사립탐정이 전직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간과한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워요. 이 때문에 그가 예전에 근무했던 도쿄 경찰이 사건에 뛰어들며, 이후 범행 사실이 쉽게 발각되는 이유가 되어 버리거든요. 작전의 핵심은 마나베를 옭아매는 것이었고 그것을 위해 치밀한 사전 조사와 준비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전직을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될까요?
기구찌 이사오와 모녀와의 관계도 조금만 조사하면 쉽게 드러나는 동기가 있고, 결국 밝혀진 동기와 과거 때문에 다른 살인 사건들마저 발각된다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허술합니다.

또 관련자들을 전부 죽이다보니 이래저래 너무 많이 죽이게 되는데, 모녀가 살인을 통해 어느 정도 이상의 재력을 손에 넣었다면 청부 살인쪽을 고려하는게 당연합니다. 복잡한 알리바이 트릭을 써가며 몸으로 직접 해결한다는건 납득하기 어려워요. 누군가를 시킨다면 그 누군가의 입을 막아야 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을지 모르지만요. 

덧붙이자면 기차 시간표 트릭 자체는 괜찮긴 한데 결국 기차를 경찰관들이 "한번만" 타 보고 바로 진상을 꿰뚫는다는 점에서는 좀 허무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소설에 나오는 27분 밖에 없는 시간의 갭이 살인을 저지르고 돌아오기에 별로 여유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약점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번역도 깔끔하고 어느정도 재미도 있지만 저자가 알리바이 트릭을 먼저 개발(?)하고 그 이후에 플롯을 가져다 붙인 듯한 어색함도 느껴지는, 범작 수준에 머무른 작품입니다. 허나 이런 정통 기차 시간표 트릭의 교과서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한 만큼 이쪽 장르물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2008/12/31

경성탐정록 - 한동진

오프라인에는 아직 안 깔렸지만 온라인 서점에는 정보가 뜨는군요. 반가운 마음에 바로 포스팅합니다.


이 책은 제가 아이디어와 몇가지 트릭, 시놉을 제공했고 저희 형이 쓴 작품으로, 1930년대 초반의 경성을 무대로 하여 탐정 설홍주와 그의 친구인 한의사 왕도손 컴비가 등장하는 추리 중단편집입니다. 한국 추리문학사에 최초의 시리즈 탐정이 등장하는 단편집이라고 감히 말해 봅니다.

중편 분량인 "광화사", 그리고 단편인 "운수좋은 날"과 "황금사각형", "천변풍경", "소나기"까지 총 5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이중 "광화사"와 "운수좋은 날"은 이미 파우스트 지면을 통해 소개된 작품이고 다른 3편 중 2편은 온라인에 발표했던 작품입니다. "소나기" 는 미발표 신작 단편이고요.

정교한 트릭이 넘치는 퍼즐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과거 황금시대의 단편에 충실한 아날로그 스타일의 유쾌한 작품이라 생각하기에 많은 분들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네요.

아울러 첫 공개의 장이었던 "하우미스터리" 사이트와 운영진 여러분, 많은 추리 매니아 여러분, 학산 출판사 관계자 및 기타 이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4/04/23

IMBA 선정 20세기 최고의 미스터리 100선

미국 독립 미스터리 전문 서점 협회(Independent Mystery Booksellers Association)의 회원들이 선정한 20세기의 미스터리 소설 100선입니다.
출처는 dcinside 추리소설 갤러리입니다. 원글은 이 곳에서 확인하세요.

100편의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가 리뷰를 올린 작품은 모두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The Tiger in the Smoke - 마저리 앨링엄 (Allingham, Margery) (1952)
4. Aunt Dimity's Death - 낸시 애서튼 (Atherton, Nancy) (1992)
5. In the Heat of the Night - 존 볼 (Ball, John) (1965) / 국내 출간: 밤의 열기 속에서 (하서출판사)
6. Sheer Torture - 로버트 버나드 (Barnard, Robert) (1982)
7. Track of the Cat - 네바다 바 (Barr, Nevada) (1993)
8. The Beast Must Die - 니콜라스 블레이크 (Blake, Nicholas) (1938) / 국내 출간: 야수는 죽어야 한다 (황금가지)
9. When the Sacred Ginmill Closes - 로렌스 블록 (Block, Lawrence) (1986)
11. The Fabulous Clipjoint - 프레드릭 브라운 (Brown, Fredric) (1947)
12. The Thirty-Nine Steps - 존 버컨 (Buchan, John) (1915) / 국내 출간: 39계단 (문예출판사)
13. Black Cherry Blues - 제임스 리 버크 (Burke, James Lee) (1989)
15. The Thin Woman - 도로시 캔넬 (Cannell, Dorothy) (1984)
17. Thus Was Adonis Murderd - 새라 코드웰 (Caudwell, Sarah) (1981)
18. The Big Sleep - 레이먼드 챈들러 (Chandler, Raymond) (1939) / 국내 출간: 빅 슬립 (문학동네)
19. The Murder of Roger Ackroyd - 애거서 크리스티 (Christie, Agatha) (1926) / 국내 출간: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황금가지)
20. The Concrete Blonde - 마이클 코넬리 (Connelly, Michael) (1994) / 국내 출간: 콘크리트 블론드 (알에이치코리아)
21. The Man Who Liked Slow Tomatoes - K. C. 콘스탄틴 (Constantine, K. C.) (1982)
22. The Monkey's Raincoat - 로버트 크레이스 (Crais, Robert) (1987) / 국내 출간: 몽키스 레인코트 (노블마인)
23. The Moving Toyshop - 에드먼드 크리스핀 (Crispin, Edmund) (1946)
24. Dreaming of the Bones - 데보라 크롬비 (Crombie, Deborah) (1997)
25. The Last Good Kiss - 제임스 크럼리 (Crumley, James) (1978)
26. The Yellow Room Conspiracy - 피터 디킨슨 (Dickinson, Peter) (1994)
29. Booked to Die - 존 더닝 (Dunning, John) (1992)
30. Old Bones - 아론 엘킨스 (Elkins, Aaron) (1987)
32. Time and Again - 잭 피니 (Finney, Jack) (1970)
33. Who in Hell Is Wanda Fuca? - G. M. 포드 (Frod, G. M.) (1995)
35. The Hours Before Dawn - 실리아 프렘린 (Fremlin, Celia) (1958)
36. A Great Deliverance - 엘리자베스 조지 (George, Elizabeth) (1988) / 국내 출간: 성스러운 살인 (현대문학)
37. Smallbone Deceased - 마이클 길버트 (Gilbert, Michael) (1950)
38. “A" Is for Alibi - 수 그래프턴 (Grafton, Sue) (1982) / 국내 출간: 여형사 K (큰나무)
39. The Killings at Badger's Drift - 캐롤라인 그레이엄 (Graham, Caroline) (1987)
40. The Man With the Load of Mischief - 마사 그라임즈 (Grimes, Martha) (1981)
43. The Silence of the Lambs - 토머스 해리스 (Harris, Thomas) (1988) / 국내 출간: 양들의 침묵 (나무의철학)
44. Tourist Season - 칼 하이어센 (Hiaasen, Carl) (1986)
46. On Beulah Height - 레지널드 힐 (Hill, Reginald) (1998)
47. A Thief of Time - 토니 힐러먼 (Hillerman, Tony) (1988) / 국내 출간: 시간의 도둑 (고려원미디어)
48. Cotton Comes to Harlem - 체스터 하임즈 (Himes, Chester) (1964)
49. Hamlet, Revenge! - 마이클 이네스 (Innes, Michael) (1937)
53. When the Bough Breaks - 조너선 켈러먼 (Kellerman, Jonathan) (1985) / 국내 출간: 큰 가지가 부러질 때 (청담문학사)
54. The Beekeeper's Apprentice - 로리 킹 (King, Laurie) (1994)
55. Dark Nantucket Noon - 제인 랭턴 (Langton, Jane) (1975)
57. To Kill a Mockingbird - 하퍼 리 (Lee, Harper) (1960) / 국내 출간: 앵무새 죽이기 (열린책들)
59. Get Shorty - 엘모어 레너드 (Leonard, Elmore) (1990)
60. Sleeping Dog - 딕 록티 (Lochte, Dick) (1985)
61. Rough Cider - 피터 러브시 (Lovesy, Peter) (1986)
63. The List of Adrian Messenger - 필립 맥도널드 (MacDonald, Philip) (1959)
65. Bootlegger's Daughter - 마거릿 마론 (Maron, Margaret) (1992)
66. Death of a Peer - 나이오 마시 (Marsh, Ngaio) (1940)
67. Sadie When She Died - 에드 맥베인 (McBain, Ed) (1972)
68. The Sunday Hangman - 제임스 매클루어 (McClure, James) (1977)
69. If I Ever Rreturn, Pretty Peggy-O - 섀린 매크럼 (McCrumb, Sharyn) (1990)
70. A Stranger in My Grave - 마거릿 밀러 (Miller, Margaret) (1960) / 내 출간: 내 무덤에 묻힌 사람 (엘릭시르)
71. Devil in a Blue Dress - 월터 모즐리 (Mosley, Walter) (1988)
72. Edwin of the Iron Shoes - 마르샤 물러 (Muller, Marcia) (1977) / 국내 출간: 세계 여성 작가 서스펜스 걸작선 ‘쇠구두를 신은 에드윈’ (고려원미디어)
73. Death's Bright Angel - 자넷 닐 (Neel, Janet) (1988)
74. Mallory's Oracle - 캐럴 오코넬 (O'Connell, Carol) (1994)
75. Child of Silence - 애비게일 파젯 (Padgett, Abigail) (1993)
76. Deadlock - 새라 패러츠키 (Paretsky, Sara) (1984)
77. Looking for Rachel Wallace - 로버트 파커 (Parker, Robert) (1980)
79. Vanishing Act - 토머스 페리 (Perry, Thomas) (1995)
80. Crocodile on the Sandback - 엘리자베스 피터스 (Peters, Elizabeth) (1975)
81. One Corpse Too Many - 엘리스 피터스 (Peters, Ellis) (1979) / 국내 출간: 99번째 주검 (북하우스)
82. Blue Lonesome - 빌 프론지니 (Pronzini, Bill) (1995)
84. No More Dying Then - 루스 렌델 (Rendell, Ruth) (1971)
85. The Wrong Murder - 크레이그 라이스 (Rice, Craig) (1940)
87. Blood at the Root - 피터 로빈슨 (Robinson, Peter) (1997)
89. A Broken Vessel - 케이트 로스 (Ross, Kate) (1994)
90. Concourse - S. J. 로잰 (Rozan, S. J.) (1995)
91. Murder Must Advertise - 도로시 L. 세이어즈 (Sayers, Dorothy L.) (1933) / 국내 출간: 살인은 광고된다 (블루프린트) (ebook), 광고하는 살인 (동안)
95. Chinaman's Chance - 로스 토머스 (Thomas, Ross) (1978)
96. A Test of Wills - 찰스 토드 (Todd, Charles) (1996)
98. The Sands of Windee - 아서 업필드 (Upfield, Arthur) (1931)
100. Sanibel Flats - 랜디 웨인 화이트 (White, Randy Wayne) (1990)

다른 유사 리스트와 구분되는 특징이라면 한 작가 당 하나의 작품만 꼽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소개되는 작가들이 다른 리스트에 비하면 훨씬 많고, 다른 리스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작품들 - 예를 들자면 "스트라이크 살인" - 도 눈에 뜨이지요.

하지만 영미권, 특히 미국 작가에 집중되어 있다는 단점이 큽니다. 몇 안되는 유럽 작품에 "뒤마 클럽"이 속한 것도 납득불가고요. 작가별 대표작들도 동의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87분서 시리즈'라면 당연히 "살의의 쐐기"를 꼽아야 하지 않을까요? 온갖 하드보일드 작품들을 망라하면서 정작 제임스 엘로이의 작품이 없는 것도 믿기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참고 수준에 그칠 리스트입니다. 어차피 작품 선정 기준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으니 당연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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