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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30

2019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16차, 열 여섯번 째 블로그 리뷰 총 결산입니다. 이글루스 블로그도 어느덧 고등학생 레벨에 진입하였군요. 감개무량합니다.

리뷰에 대해 숫자로 정리해보면, 2019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48 (40)권, 기타 장르문학 1 (3)권, 디자인 or 스터디 4 (0), 역사서 15 (9)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11 (18)권, 기타 도서 18 (21)권으로 모두 97 (91)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 정도면 취미가 독서라고해도 부끄럽지는 않아 보이네요. 올해에는 책 출간과 같은 개인사로 독서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으니까요. 내년은 올해보다도 많이 읽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19년 베스트 추리소설 : "블러디 프로젝트"

올해의 베스트는 바로 "블러디 프로젝트"입니다. 문체와 같은 작품 외적인 문제로 약간 감점해서 별점은 3.5점이지만 내용과 완성도 모두 빼어나며, 재미 뿐 아니라 생각해 볼만 한 메시지를 함께 전해주는 좋은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 워스트 추리소설 : "살인 카드 게임" 

올해 읽었던 추리 소설들은 처참한 수준의 작품이 많았습니다. 47편의 작품 중 평균 이하를 의미하는 별점 2점 이하의 작품이 30작품이나 될 뿐만 아니라, 졸작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별점 1.5점 이하의 작품은 무려 15편이나 되거든요. 읽은 작품 중 졸작 비중이 31%나 되다니, 무척이나 가혹한 한 해였어요. 심지어 졸작 오브 더 졸작, 정말로 종이가 아깝고 나무에게 미안한 별점 1점의 작품도 "귀신나방""살인 카드 게임"의 두 편이나 됩니다.

두 작품 모두 엉망이지만 올해의 워스트로는 "살인 카드 게임"를 선정합니다. 작가의 이름값이나 출판사의 홍보 등을 미루어 보면 "귀신나방"은 그나마 찾아서 읽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살인 카드 게임"은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더 이상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2019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은 딱 1권을 읽었을 뿐이라 별도로 선정하지는 않겠습니다.

2019년 베스트 디자인 or Study : "편집자를 위한 북디자인" 

저는 디자인 전공자이기는 하지만 북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는 무척 낮았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와는 여러가지로 상황이 많이 변하기도 했고요. 이 책은 저와 같은 북 디자인 초보자라던가, 제목 그대로 북디자인을 잘 알아야 하는 편집자, 혹은 관련 직업인에게 굉장히 유용한 책입니다. 참 많은걸 배웠던, 좋은 독서였어요.

2019년 워스트 디자인 or Study :

이 분야의 독서는 4권 밖에 되지 않고, 그 중에서도 가장 나쁜 별점이 2점이기에 올해는 별도 워스트 선정은 없습니다. 도판만 충실해도 기본은 해 주는 분야니까요.

2019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소비의 역사" 

작년에도 "그랜드 투어"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설혜심 교수의 역작. 제목 그대로 소비라는 개념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는데, 400 페이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소재가 흥미롭고 내용의 재미가 대단해서 술술 읽히는 마법과도 같은 책입니다. 도판과 편집도 모두 완벽한 수준이고요. 미시사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9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올해 역사 도서는 가장 나쁜 별점이 2점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워스트로 꼽기에는 너무 가혹하기에, 올해는 별도로 선정하지 않겠습니다. 역사 도서는 대체로 선방한 분위기네요.

2019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맛의 천재" 

정말 오랫만에 등장한 별점 5점! 이탈리아 요리와 그 요리에 관련된 역사까지 상세하게 소개해주는, 요리와 미시사 양쪽 분야 모두에서 탁월한 놀라운 책입니다. 단점을 찾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완벽함을 자랑하지요. 요리, 특히 이탈리아 요리를 사랑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 이탈리아인들은 정말로 위대한 민족이에요. 요리와 예술 측면에서는 말이죠. 참고로, 이 역시 이 분야의 베스트로 꼽을 수도 있겠지만 추리 / 호러 분야와 마찬가지로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군요.

2019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역사 분야와 마찬가지로 별점 2점 이하의 작품이 없기에 올해는 이 분야의 워스트는 없습니다.

2019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이웃집 살인마" 

기타 도서에는 작년에 이어서 별점 4점을 받은 트리오가 존재합니다. 바로 "이웃집 살인마""위작의 기술", 그리고 "위험한 저녁식사"의 3편입니다. 다 좋은 책이라 우열을 가리기 힘들긴 하지만 "위험한 저녁식사"는 지금 읽기에 조금 낡은 이야기가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위작의 기술"은 다른 책과 겹치는 내용이 있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베스트에서 제외하였습니다. 물론 모두 좋은 책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은 없습니다.

2019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일상 기술 연구소" 

평범한 생활 속 기술 중 유용한 '꿀팁'을 소개하는 그런 책이라 생각했는데, 제목에서 연상되는 '기술'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실망을 안겨다 준 책. 내용도 영 와닿지 않아서 제 주변인에게 절대로 권해주고 싶은 책은 아니었습니다.

2019년 Movie 리뷰 : 

영화는 제법 많이 보았지만 고작 4편의 리뷰만 올렸으니 베스트와 워스트를 꼽는게 무의미해보입니다. 올해는 선정 없이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019년 베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2019년 추리 or 호러 만화는 전통의 시리즈인 Q.E.D와 C.M.B의 후속권을 읽었을 뿐입니다. 각 권의 수준도 고만고만하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베스트 권이 아닌 수록작 중 베스트 에피소드를 꼽도록 하겠습니다.

올해는 Q.E.D가 아니라 C.M.B 쪽이 볼만했다는게 특징입니다. 별점 3.5점짜리 에피소드가 무려 3편이나 등장했거든요.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4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낡은 집",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2의 두 번째 에피소드인 "혼선",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1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지옥혈"이 그 주인공입니다. 

다 좋은 작품이지만 여기서 한 작품을 꼽는다면 "혼선"을 꼽겠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아이의 장난이 강력 범죄와 엮이고, 이 범죄가 극적인 반전과 함께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는 전개가 깔끔한 수작입니다.

2019년 워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베스트와 마찬가지로 워스트 에피소드를 꼽겠습니다. 별점 1.5점의 졸작 에피소드도 Q.E.D iff 3권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세 명의 자객",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3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보이지 않는 사수",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2의 세 번째 에피소드인 "사시 부적"의 세 편이니 됩니다.

뭐가 더 낫다고 말하기 애매하지만 한 편을 꼽는다면 "보이지 않는 사수"입니다. 다른 두 작품은 그래도 '추리'와 '트릭'이 등장하는 반면 이 작품은 너무 작위적이며, 추리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에요.

2019년 베스트 Comic - 기타 : 

2019년 기타 만화는 별점 2.5점을 넘는 작품이 없기에 베스트는 별도로 선정하지 않겠습니다.

2019년 워스트 Comic - 기타 : "2001+5 Space Fantasia Anthology" 

2019년의 워스트는 호시노 유키노부의 단편집입니다. 이 작품말고 다른 단편집인 "요녀전설 1"도 마찬가지로 별점이 1.5점이니 가히 올해의 워스트 작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타석이 두 번이었는데 두 번 모두 병살타를 친 셈입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군요. 

참고로 똑같이 별점 1.5점짜리 졸작 중 "2001+5 Space Fantasia Anthology"를 선택한 이유는? 미완성으로 결말도 없는 작품을 버젓이 책으로 간행하여 팔아먹는 빌어먹을 행태 때문이에요. 이 정도면 병살타가 아니라 거의 게임 엔딩 수준의 실책이라 생각되어 용서가 안되네요.

결산평 : 

16년 째라니... 강산이 변해도 이제 한번 반넘게 변했네요. 올 한 해 우리 가족 모두가 무탈하게, 건강하게 보냈다는게 너무나 기쁩니다. 개인적인 가장 큰 목표였던, 제 책을 출간한다는 목표도 이루었으니 보람도 있었고요.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서는 올 한해 어떠셨나요? 좋은 일 많으셨었다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원하시는 일 다들 이루시는 그런 한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임이 분명할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거에요. 사랑합니다~!

2018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2020/11/29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의자들 - 아가타 토로마노프 / 최다연 : 별점 3점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의자들 - 6점
아가타 토로마노프 지음, 최다연 옮김/시공문화사

의자는 제품 디자인의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용도가 명확하고, 역사도 오래되어 새로운 게 많이 나올 것 같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소재와 구조를 연구하여 계속 진화하고, 발전해 나간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디자이너들의 도전 정신을 일깨우는 주제인 셈이죠. 요리로 따지면 라면같달까요. 그래서 의자 디자인을 좋아하고, 관심도 많아서 이런 저런 책 - "명작 의자 유래 사전", "의자의 재발견", "세상을 바꾼 50가지 의자" 등 - 을 읽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조금 특이합니다. 의자 디자인만을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목 그대로 유명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건축물과 그들이 디자인한 의자를 각각 한 페이지씩 서로 비교하며 소개하는 구성이거든요. 의자와 건축의 연관성을 깊게 느끼게 만들 목적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책을 읽어 보면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사상이 의자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는게 명확하게 드러나서 재미있었습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프랭크 게리, 마리오 보타 등 건축계 거장들이 디자인한 의자들은 딱 보면 그들의 건축물과 곧바로 연결될 정도로 이미지가 강하고 확실합니다. 심지어 아예 건축물을 위해서 디자인된 의자들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지요.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토르셀 스피릿 하우스와 스피릿 하우스 체어, 쿠마 켄고의 GC 프로스토 박물관 리서치 디자인 센터와 GC 체어, 위엘 아레츠의 라이트쉐 라인 칼리지와 LRC 체어는 의자 자체가 건축물의 일부라 생각될 정도였어요.

물론 앞서 말씀드린대로, 의자 자체를 혁신적으로 디자인한 사례도 많이 있습니다. 유명 건축가들은 유명 디자이너이기도 하니 당연하겠죠. 특히 미스 반 더 로에가 1929년에 디자인한 바르셀로나 체어와 1968년에 디자인한 베를린 신 국립 미술관 모두 지금 보아도 촌스럽지 않은, 아름다운 디자인이라는게 놀랍습니다. 단순함과 균형감이 핵심이라고 하는데, 이런 디자인을 해 보고 싶어지네요. 바르셀로나 체어는 꼭 구입해서 앉아보고 싶은데, 천만원이 넘는다니 과연 생전에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리처드 마이어의 1978년 작품인 암체어 810과 2006년 디자인 된 아라 파키스 박물관도 같은 맥락입니다. 완벽한 비율, 기하학적 구조의 완벽한 균형감이라는 점에서요. 과한 장식이나 패턴보다는 이런 작품들이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의자는 유명하지만 반대로 건축가로서의 작품은 잘 알지 못했던 디자이너들의 건축물 소개도 반가왔습니다. 게리트 리트벨트가 대표적입니다. 그가 디자인했던 레드 블루 체어는 몬드리안의 작품과 유사해서 유명한데, 건축물은 처음 보았네요. 건축물 역시 기하학적으로 사각형 평면을 강조했으며, 포인트 컬러가 선명하다는 점에서 레드 블루 체어와 연관성이 느껴지는데 실제로 보고 싶어집니다.  

그 외 이소자키 아라타가 1973년에 디자인 한 마릴린 체어는 유명한 찰스 레니 매킨토시의 디자인을 유머스럽게 재해석했다는게 눈에 띄더군요. 론 아라드의 3 스킨 체어도 역동적인 형태가 과장되어 유머스럽게 느껴졌고요. 건축가들의 의자는 딱딱하고 기능적일거라는 인상이 짙은데 이를 깨 주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책의 구성과 디자인, 도판 역시 취지에 걸맞게 높은 수준이라 만족스러웠어요.

그러나 의자에 비해 대표작 건축물 소개는 여러모로 조금 부족했습니다. 유명 건축가의 경우, 대표작이 많을텐데 한 개만 선정된 것도 그렇고, 실내, 외가 모두 중요할텐데 사진이 딱 한장만 실려있어서 전체를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종의 화보처럼 설명은 최소화하고 있는데, 의자의 캔틸레버 구조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 정도는 별도로 해 주어도 좋았을 것 같네요. 

하지만 단점은 크지 않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조금 부족하지만, 책의 취지를 살리는데에는 충분했습니다.

2020/01/05

명작 의자 유래 사전 - 니시카와 다카아키, 사카구치 와카코 / 박유미 : 별점 2.5점

명작 의자 유래 사전 - 6점
니시카와 다카아키 지음, 사카구치 와카코 그림, 박유미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역사 속 대표적인 의자 350가지를 선정한 뒤, 큰 판형을 잘 활용한 상세한 일러스트와 디자이너 정보와 함께 시대순, 지역별로 구분하여 소개하는 디자인 역사서입니다.

의자 디자인에 대한 책은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의자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제품 디자인'의 정수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의자 디자인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되고 깊은지를 잘 알려주는데, 책에 따르면 의자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오늘날 의자의 형태가 이 때 거의 완성되었거든요.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의자인 헤테프헤레스 1세의 황금 안락 의자, 그리고 좌석, 등판, 팔걸이, 4개의 다리, 하인방의 부재 (4개의 다리를 엮어 지탱하는 구조물)로 구성되어 오늘날의 의자 기본 구조와 거의 동일한 투탕카멘의 옥좌 등의 발굴로 증명되고요. 개인용 목제의자는 현대의 스툴 개념과 동일합니다.

그 다음은 현재 남아있는 유물은 없지만 그림으로 확인 가능한 고대 그리스의 의자 클리스모스, 고대 로마의 카데드라를 거쳐 중세 유럽으로 넘어가는데, 중세 유럽은 문화와 건축 양식에 따라 구분됩니다.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의 세가지 양식으로요.
이러한 문화와 양식 측면의 구분은 다음 시대인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등으로 이어지며 해당 시기마다 그 양식을 대표하는 의자들이 소개됩니다. 로코코부터는 나라별로 신고전주의 (루이 16세 양식), 퀸 앤 양식 (영국 앤 여왕 제위 시대 양식) 등으로 더 상세하게 구분한게 특징입니다. 이 때부터 특정 문화와 양식에 종속되어 유행을 따라가지 않은 디자이너 - 대표적으로는 영국의 가구 디자이너 토마스 치펀데일 - 가 등장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이 뒤는 특이하게 특정 '의자'의 소개로 넘어갑니다. 영국의 윈저 체어, 미국의 셰이커 체어, 토넷의 곡목 의자입니다. 한 시대를 거의 평정하다시피하며, 지금도 사랑받는, 일종의 '양식'과 '형태'를 만든 명작 의자들이기 때문입니다.

19세기부터는 다시 양식으로 구분되는데 영국의 미술 공예 운동, 아르누보와 20세기 전반 모던 양식 등으로 이어지고, 20세기부터는 현대 의자라고 해도 무방한 의자들과 유명 디자이너들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친숙한 이름이 많아서 반가운데,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매킨토시와 힐 하우스 래더백 체어, 해릿 토마스 릿펠트의 레드&블루 체어,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바르셀로나 체어, 르 코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야콥센의 스완 체어와 더 에그 체어, 베르너 팬톤의 팬톤 체어, 핀란드의 영웅 알바르 알토와 그의 의자들, 미국의 천재 찰스 임스와 그의 의자들, 그리고 현대의 아론 체어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20세기부터의 소개는 조금 아쉽습니다. 19세기까지의 소개는 크게 특정 시기를 묶어서 의자의 발전사를 시대순으로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었는데, 그냥 유명한 의자들을 닥치는대로 소개한 것에 지나지 않는 탓입니다. 책의 소개만으로 특정 양식이나 흐름 등을 알아차리기는 힘들어요. 이렇게 나열식으로 의자와 디자이너를 소개하면, 이전에 읽었던 "세상을 바꾼 50가지 의자"와 같은 책과 다를 바가 없잖아요? 아니, 흑백 일러스트로 소개해 준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못합니다. 큰 판형을 살리지도 못하고 대부분 작은 사이즈로 소개되고 있기도 하니까요.
뒤에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형태, 계통도로 정리해 놓기는 했는데 실제 본문과 연결해 보기는 어려운 만큼, 차라리 이 형태와 계통도를 맨 앞에 목차처럼 수록하고, 의자들의 소개도 계통도대로 명확하게 소개해주는게 훨씬 좋았을 겁니다. 제목 그대로 '유래'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말이죠.

아울러, 일본이 제품 디자인 강국이기는 하나 '명작 의자 유래 사전'이라는 책에 한 꼭지를 할애하여 역사를 소개하고, 주요 디자이너와 의자를 소개할 정도로 비중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일본에서 나온 책이라 어쩔 수 없기는 하겠지만, 뭔가 공평한 시선으로 보이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19세기까지는 별점 5점을 주어도 괜찮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 감점합니다. 의자 디자인의 역사와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뒤의 부록과 같은 형태, 계통도만 참고하면 좋을 듯 합니다.

2006/05/23

로고와 이쑤시개 (우리 삶을 엿보는 디자인 이야기) - 존 헤스켓 / 김현희 : 별점 3점

로고와 이쑤시개
존 헤스켓 지음, 김현희 옮김/세미콜론

우리 생활과 삶 속에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알기쉽게 설명한 책. 개념적으로는 대충 이해하고 있는 내용이지만, 자세한 설명과 도판으로 보다 쉽게 독자에게 이해시키면서도 앞으로의 미래까지 제시하고 있하는게 좋았습니다. 또한 주제별로 디자인 자체가 삶이나 생활을 바꾼 예들을 자세하게 수록하여 빠른 이해를 돕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예를 들면 제목의 "이쑤시개"는 일본의 이쑤시개로 이쑤시개를 중간에서 부러뜨려 젓가락 받침으로 사용하게끔 하는 방법을 예로 들며 "유용성과 유의성"이라는 주제를 설명하고 있는 식이죠.

디자인의 역사와 관련된 챕터 이외에 "유용성과 유의성", "사물", "커뮤니케이션", "환경", "정체성", "시스템", "컨텍스트" 등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는데, 디자인의 역사와 디자인의 현재, 미래를 담고 있으면서도 디자인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주제로 삼아 내용을 전개하는 셈이지요.

저도 디자인 전공자이긴 하지만 실제 학교에서 개념적으로 좀 좁게 접근될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한 일반론들을 명료하게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입니다. 또한 어떤 특정 분야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제품 디자인을 비롯하여 그래픽,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접근을 시도하는 점도 특출난 점입니다.

하지만 개념적으로는 좀 뻔한 이야기일 수 있어서 책의 내용이 지루해 지는 감이 있었으며 너무 쉽게 쓰려고 한 탓인지 표면적으로 스쳐지나가는 이야기들도 제법 있어서 입문서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도 합니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디자인 서적이라는 특성상 관련 예시와 도판이 좀 오래되었다는 단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아쉽긴 하고요. 무엇보다도 최근의 가장 화두가 되고 중심이 된다 할 수 있는 IT 쪽의 이야기가 전무하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이만큼 쉽고 재미나게 디자인이라는 것의 개념을 정리해 놓은

2022/09/04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 - 사이먼 가필드 / 송성재 외 : 별점 4점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 - 8점
사이먼 가필드 지음, 송성재 외 옮김/안그라픽스

정말 오랫만에 디자인 전공 관련 책을 읽어보았네요. 여러가지 서체를 통해 서체의 역사와 디자인 속성들, 그리고 쓰임새 등에 대해 안내해 줍니다.

제가 이십년도 더 전,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할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내용이 많았습니다. 헬베티카가 왜 그렇게 많이 사용되는지?에 대한 저자의 해설처럼요. 헬베티카는 불편부당, 중립성, 신선함 등 스위스적 특성을 잘 드러내는 기하학적 인상과 함께 근면하고 정직하다는 느낌을 전해주어 기업의 CI에서조차 친근하고 검소한 인상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애초 헬베티카는 간결하고 범용적인 알파벳, 그리고 가장 분명한 방식으로 중요한 정보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지요. 

제가 현역 시절 가장 많이 사용했던 유니버스는 프루티거가 디자인한 서체로 스위스의 완벽함과 프랑스의 우아함, 영국의 고귀함을 종합했지만 조금 엄격하고 융통성이 없는 반면, 프루티거는 좀 더 인간적인 느낌이 담겼다라는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프루티거를 더 많이 쓸걸 그랬네요. 여튼, 프루티거가 했다는 말, "점심식사 때 사용한 스푼의 모양을 기억한다면, 분명 그 모양은 잘못된 것입니다. 스푼과 글자는 도구입니다. 하나는 그릇에서 음식을 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페이지에서 정보를 꺼내는 것입니다.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아름다운 글자여서 독자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것, 그것이 좋은 디자인입니다".는 모든 디자이너들이 새겨들어야 하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평범하지만 아름답고 편안한 것, 그게 궁극의 디자인이라는 건데 정말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메타 폰트 등을 디자인한 전설적인 독일 폰트 디자이너 슈피커만이 한 말도 마찬가지에요. "이코노미스트"의 리디자인 작업을 할 때 한 말이라는데, "나는 결코 누군가가 그 서체를 꼭 집어서 '멋진 서체군요.'라고 말하는 것을 원치 않아요. '정말 멋진 기사네요.'라고 말해주기를 바라죠. 나는 소리를 디자인해요. 그 소리는 읽기 쉬워야 하죠". 거장은 역시, 달리 거장이 아닙니다.

이외에도 푸투라, 고담, 타임스뉴로만, 배스커빌, 길산스, 리버풀, 벵돔 등 다양한 폰트의 탄생기와 사용기 등과 서체를 만들 때 어떤 식으로 만들어 나가는지, 어떤 서체가 가독성이 좋은지, 어떤 문구가 서체를 표시하기에 적당한지, 어떤 서체가 어떤 상황에 적합한지와 같은 디자인 방법론, 그리고 헬베티카를 표절한 에이리얼과 같은 표절 및 폰트 저작권이 무시되고 사용되는 행태 등 전문가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여러가지 디테일한 정보가 가득합니다. 과연 '헬베티카' 폰트가 없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지? 와 같은 재미난 이슈들도 포함하고 있고요. 

이 중 기억에 남는건 특정 상황에서 어떤 서체가 어울리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입니다. 감사편지는 자신 있는 분위기와 분명하고 진실한 태도를 보여줘야 하니 제네바가 제격, 사직서의 경우는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즐거웠다면 뉴욕이나 버다나 같이 인간적인 면이 묻어나는 서체를, 일하던 시간이 지옥같았다면 냉정해 보이는 에이리얼이 적절하다고 합니다. 연애편지에 잘 어울리는 폰트는 이상적으로는 O가 큰 폰트가 사랑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조금 고풍스러운 글씨 느낌이 나거나 글을 읽는 사람에게 말을 걸려는 듯 부드럽고 서정적인 이미지를 남기려면 이탤릭체인 휴머나 세리프라이트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하고요. 절교 편지에는 불쾌함을 주지 않으면서 분명하게 의사를 전달하려면 평범하고 오래된 타임스레귤러, 혹은 살짝 내려놓는 느낌의 이탤릭 폰트도 나쁘지 않다네요. 

그리고 항상 궁금해했던, '왜 아직도 새로운 서체가 디자인되는가?'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알려준다는게 참 좋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세상이 바뀌고 그 세상의 콘텐츠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방법으로 새로운 것을 표현하고 싶어하니까요. 음악 앨범, 책 디자인을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는 몇 개의 마스터 페이지로 돌려막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이렇게 재미와 가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좋은 책인데, 내용에 약간 두서는 없으며 편집 자체가 좋지 않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언급되는 폰트를 따로 찾아서 확인해보기가 어렵게 만들어져 있거든요. 좋은 서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좋은 디자인을 보여주지 못하니 조금 당황스러웠어요. 당연하겠지만 영문 서체만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도 한국의 디자이너들에게는 조금 괴리감을 전해주고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제가 젊었을 때, 폰트 디자인을 막 배우기 시작했던 학생 시절이나 아니면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할 때 읽지 못했던게 아쉽기만 하네요. 왜 이 서체가 이렇게 디자인되었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디자인을 했어야 했는데, 단순히 글자 몇 개의 디자인 형태에 매몰되어 대충 아웃라인만 따서 변형하여 작업했던 그 시절이 참으로 부끄러워집니다. 지금이라도 심기일전하여, 좀 더 좋은 디자인을 해 봐야 겠습니다.

2008/12/29

2008년도 읽은 책 총 결산

2007년도 읽은 책 총 결산

올해 읽은 책 총 결산의 다섯번째입니다. 5년차에 접어들었군요. 보통 이글루 결산에 이어 진행했는데 올해는 이글루 결산이 좀 늦어서 먼저 포스팅합니다.

어쨌건 올해는 작년보다는 독서량이 증가해서 총 82권 읽었네요. 작년에는 55권이었니 약 50% 정도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이런저런 이벤트를 통해 고맙게 읽은 책이 꽤 되기도 하고, 선물받은 책들도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좀 증가하는 추세이니 안도했달까요?

그럼 결산 들어갑니다~ 언제나처럼 제 블로그에 올린 리뷰들 중에서만 선정했습니다.

2007년 베스트 추리소설 : 이중구속 - 크리스 보잘리언

2007년 워스트 추리소설 :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 히라야마 유메아키

2007년 베스트 장르 문학 : 1권 밖에 읽지 않아서.. 베스트는 없음. 카테고리를 없애야 하나?

2007년 워스트 장르 문학 : 상동

2007년 베스트 역사 관련 도서 :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 이철

2007년 워스트 역사 관련 도서 :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이수광

2007년 베스트 전공관련 / 스터디 도서 :  디자인의 디자인 - 하라 켄야 / 민병걸

2007년 워스트 전공관련 / 스터디 도서 : 혼다 디자인 경영 - 이와쿠라 신야 외 / 박미옥

2007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사이먼 싱의 암호의 과학 - 사이먼 싱 / 이원근

2007년 워스트 기타 도서 : Eye_26세, 나는 세상으로 뛰쳐나갔다.

2007년 베스트 단편 : 광화사 (From "경성탐정록 / 파우스트 Vol.5")

결산평 : 
올해의 특징이라면 별점이 더 후해졌다는 것! 을 들 수 있겠네요. 그런데 외려 추리장르에서는 별 5개짜리가 없다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군요.

추리문학 베스트 "이중구속"은 별점 4점을 받은 많은 작품들 중 한편으로, 별점 4점을 받은 작품들이 좀 오래되거나 절판된 도서들도 있어서 최근 작품 중에서 고르다 보니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정통 추리물은 아니라 무게감이 약간 떨어지는 감이 없잖아 있긴 합니다만... 그리고 워스트인 "유니버셜~" 은 너무나도, 지나칠 정도로 제 취향이 아니라서 저에게는 거의 재앙급의 작품이었기에 주저없이 뽑을 수 있었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취향 문제로 보이기는 하지만요.

역사관련 도서의 베스트 "경성을 뒤흔든~" 은 유일한 해당 카테고리의 별점 5점짜리 책이기에 당당히 뽑혔습니다. 재미와 자료적인 가치 모두 수준급인 좋은 책이었죠. 같은 계열 시리즈이긴 하지만 워스트로 뽑힌 "조선을 뒤흔든~" 은 사실 별점 2점이라 워스트로 꼽기는 좀 야박하기도 한데 어쩌겠습니까. 워스트는 워스트니까요.

전공관련 도서는 올해는 그다지 많이 읽지 못했더군요. 하지만 베스트인 하라 켄야의 "디자인의 디자인"은 언제 읽었더라도 베스트로 꼽을 수 있는 아주아주 좋은 책이었습니다. 디자인 전공자나 디자인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으로 당연히 별점도 5점이지요. 워스트인 "혼다의 디자인경영"은 별점 2점으로 워스트인데 좀 억울할려나요?

기타 도서 베스트는 당연히 "사이먼 싱의 암호의 과학"입니다. 별점도 5점이지만 저에게는 아주 도움이 되기도 했으니까요. 워스트인 "Eye-26세..."는 회사에 공짜로 들어와서 30분만에 읽은 짤막한 여행기로, 읽고나서 30초만에 책에 대한 기억이 휘발되는 그런 알맹이 없는 책이었어요. 대관절 이런 듣보잡 책을 왜 번역해 냈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베스트 단편은 두말할것도 없이 경성탐정록 시리즈인 "광화사" 입니다. 다른 좋은 작품들도 많이 읽었던 한해였지만 (예를 들면 천사가 지나갔다 (From "러시아 추리작가 10인 단편선") 같은 작품은 아주 좋았죠) 광화사라는 작품이 저와 저의 형에게 너무나 큰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기에 선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단 한가지 걸리는 것은 단편이라기엔 좀 긴 분량이라는 것이죠^^

아울러 기타 분야를 살짝 언급하자면, 올해 읽은 만화 중 베스트는 "왓치맨 - 알란 무어 / 정지욱" 이었고 워스트는 막판에 등장한 "소년탐정 김전일 2부 7권" 입니다. 원래는 "본격 제 2차 세계대전 만화 1권 - 굽시니스트 " 였습니다만 막판에 김전일이 등장하여 당당히 워스트 탑을 차지했네요. 이유는 리뷰에 언급되어 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올해 본 영화 중 베스트는 "Wall-E" 이고 워스트는 "사랑의 은하수 (Somewhere In Time) - 자노 슈와르크 " 였습니다. 베스트는 올 한해 본 작품들이 다 고만고만한 작품들이라 고민했는데 시즌 막판에 본 Wall-E가 워낙 좋아서 선정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워스트 "사랑의 은하수" 역시 어떻게 보면 당연하겠죠. 그만큼 저에게는 너무나지루하고 졸린 영화였거든요. 너무 낡았어요...

이상으로 올해 결산을 마칩니다~

2014/10/08

세상을 바꾼 50가지 의자 - 디자인 뮤지엄 / 권은순 : 별점 4점

세상을 바꾼 50가지 의자 - 8점
디자인 뮤지엄 지음, 권은순 옮김/홍디자인

영국의 디자인 박물관 "디자인 뮤지엄"이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디자인 분야의 주요한 오브젝트를 선정해 소개한다는 디자인 뮤지엄 시리즈 한국어판 제1권입니다. 생활 디자인 중에서는 조명과 함께 하나의 장르로 여겨질 정도가 된 "의자"에 대한 이야기로, 지난 150년간의 디자인 역사를 되짚어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네요.

디자인사에서 의미 있는 50개의 의자를 선정하여 한 장씩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제목이나 주제에 어울리게 이 책만 읽어도 어느 정도 디자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예를 들자면 나무로 시작해서 모더니즘, 미술공예운동, 바우하우스,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믹스 앤 매치, 팝아트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습니다.

구성과 내용도 만족스러웠고, 비교적 관심 있던 주제이기도 해서 더욱 즐겁게 읽었습니다. 읽다 보면 익숙한 디자이너나 의자가 등장해 반갑기도 했는데요. 마르셀 브로이어, 미스 반 데어 로에, 임스 부부, 필립 스탁, 부흘렉 형제 같은 디자이너들, 그리고 크리스틴 킬러 스캔들 사진으로 유명한 모델 3107 같은 의자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인쇄 품질이 약간 아쉽고, 책의 장정도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자료적 가치와 더불어 눈까지 즐거운 책이었습니다. 분량도 짧아서 부담 없이 읽기 좋았고요. 제 별점은 4점입니다. 디자인 전공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현재 인터넷 서점에서 원래 가격의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인데, 이 정도 가격이면 정말 살 만합니다!

그나저나 이 책에 등장하는 의자들을 실제로 소장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나중에라도 이 의자들을 3D 모델링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모든 각도를 볼 수 있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나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2006/07/30

디자이너의 문화 읽기 - 스티븐 헬러, 마리 피나모어 엮음 / 장미경

디자이너의 문화 읽기
스티븐 헬러, 마리 피나모어 엮음. 장미경 옮김/시지락


유명한 그래픽 디자인 저널인 "AIGA"에 실렸던 다양한 글들을 주제별로 엮은 책입니다.

목차는
  • 디자인의 차용
  • 미디어의 이해
  • 정체성과 도상
  • 예술과 기술
  • 모던과 기타 사조들
  • 디자인 교육
  • 미래의 충격
  • 사실과 인위
  • 사랑, 돈, 권력
  • 공공작업
입니다.

짧은 글들을 위 목차대로, 주제별로 모아놓았는데 전문적인 글을 비롯하여 유명 작가와의 인터뷰, 가벼운 신변잡기 스타일의 글까지 엄선(?)하여 수록되어 있습니다. 좀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전문적인 글들도 있지만 워낙 글들이 짧기에 충분히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400여페이지가 넘는 분량안에서 워낙 다양한 주제들이 등장하기에 디자이너나 디자인에 관심있는 일반인들도 흥미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겠죠.

디자인쪽으로만 본다면 아무래도 프린트 쪽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디자이너들이 많다보니 생각외로 폰트와 타이포, 편집에 관한 글들이 많은 편입니다. 저는 앞부분의 C.I 쪽 글들이 훨씬 관심가는 분야이기 때문인지 뒷부분보다 재미있고 마음에 들더군요. 폰트 디자인은 아무래도 영어권 폰트 (헬베티카, 가라몬드, 유니버스 등...) 쪽 이야기만 나오고 그쪽 역사만 나오다 보니 왠지 와 닿지도 않았고 이슈가 되기에도 부족해 보였습니다.

폰트의 예를 들었지만 전반적인 글들의 내용이 전부 미국쪽에 치중된 것과 다양한 도판이 수록되지 못하여 글 안의 이미지들이 잘 전달되지 않는 점, 그리고 90년대 중후반에 출간된 탓에 현재의 데스크탑에서 이루어지는 디자인 환경을 잘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 단점도 있지만 외려 당시에 컴퓨터의 진화에 따라 달라지는 디자인 환경을 고민하여 적었던 글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측면도 있었던 것은 의외의 수확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일반인들도 쉽게 디자인 작품을 원하는 디자이너 스타일로 만들 수 있게 해 준다는 가상의 "디자이너 프로그램"에 대한 짧은 글은 정말 굿 아이디어! 라고 생각되거든요. 물론 디자이너에게는 재앙이겠지만...

하여간 두꺼워도 재미있고 유익한 독서였다 생각합니다. 특히 저에게는 맨 앞의 "디자인의 차용"과 "정체성과 도상" 부분이 가장 유익했던 것 같네요. 전문가나 디자인에 평균이상의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나 눈길을 줄만한 책이라 이런 책이 국내에 출간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지만 계속 독자들이 구입해 줘야 비슷한 서적들이 꾸준히 출간될 수 있겠죠? 출판사의 건투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06/09/11

디자인이 만든 세상 - 헨리 페트로스키 / 문은실 : 별점 4점

디자인이 만든 세상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문은실 옮김/생각의나무

원제는 Why There is No Perfect Design, 부제는 "젊은 세대를 위한 단 한권의 디자인 이야기" 입니다. 모두 열 다섯 개의 칼럼이 실려있는데 제목 그대로 생활속의 디자인의 재발견에 대한 글입니다. 이 바닥에서 재미있는 글 솜씨 하나는 인정해 줄만한 공학자 헨리 페트로스키의 기발하면서도 위트있는 글이 가득합니다. 일상 생활속의 사소한 모든 것들이 디자인이라는 저자의 마인드도 마음에 들고요. 예를 들면 저녁 식사를 하는데 어디서 뭘 어떻게 먹을지도 전부 기획이고 디자인이라는 내용의 글은 정말 무릎을 치게끔 만들었습니다. 사실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비쥬얼로만 생각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만드네요.
공학자답게 자신의 글을 뒷받침하는 여러 자료와 도판도 굉장히 충실합니다. 과거의 비합리적이었던, 또는 기술 개발의 문제로 불편했었던 사안들이 발전해 나가는걸 눈으로 확인하게 해 주어 더욱 흥미로왔습니다. 예를 들면 종이봉투에서 카트로 쇼핑시 물건을 넣는 용기(?) 가 발전되어가는 단계는 당시의 특허 서류와 해당 물품을 시대별로 해당 자료를 다 보여주는 식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게 읽은 것은 그전부터 궁금했었던 "숫자의 디자인 : 계산기와 전화기의 숫자판이 다른 이유" 였습니다. 단지 막연한 이유가 아니라 해당 기기의 근본부터 되짚어서 같은 숫자지만 배열이 다른 이유를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더군요. 좀 다른 이야기지만, 이 두 기기의 숫자판 배열이 다른 것은 추리만화 "어둠의 인형사 사콘"에서 중요한 트릭으로 써먹은 적이 있지요.

그 이외에도 마트에서 줄서는 법, 어떻게 물건을 담는 것들이 발전했는지에 대한 것, 전구에서 헤드라이트까지의 역사, 완벽한 집을 구하는 방법, 계단에 관한 소고 등 재미있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이런 내용들이라면 누구나 호기심이 당기지 않을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디자인에 관한 내용이 많지는 않지만 디자이너라면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들이기에, 또한 꼭 디자인에 관심이 없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적극! 추천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단, 가격은 좀 쎈 편입니다.... (12,000원 이군요)

2020/12/29

2020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열 일곱번 째 블로그 리뷰 총 결산입니다. 블로그 나이가 성인이 될 날도 얼마 안 남았네요.

올해 특징이라면, 독서가 취미이신 모든 분들이라면 마찬가지겠지만 독서량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겁니다. 이 결산을 시작하고 책을 가장 많이 읽있네요. 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숫자로 정리해보면, 2020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77 (48)권, 기타 장르문학 4 (1)권, 역사서 9 (15)권, 디자인 or 스터디 4 (4),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25 (11)권, 기타 도서 14 (18)권으로 모두 133 (97)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작년보다 30% 정도 늘었군요. 분야로 따지면 추리 / 호러 등 장르 문학과 Food 및 구루메 관련 책을 많이 읽은게 눈에 띄고요. 방콕하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래도 좀 자극적이고 재미있거나, 주요 관심사를 찾아 읽기 마련이니 당연합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20년 베스트 추리소설 : "흉가" 

올해 읽은 작품 중 별점 3점 이상 작품은 21편입니다. 꽤 수확이 많았던 한해였어요. 읽은 작품 중 1/3 가까이가 수작 이상인 셈이니까요. 이중 올해의 베스트는 "흉가"입니다. 무섭고 재미난 이야기 전개도 훌륭하지만 복잡한 설정, 복선 회수, 결말까지 완벽했습니다. 욕설, 육두문자 없이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끌고간다는 점도 아주 마음에 들었고요. 코로나로 외출도 못하는 더운 여름 휴가철에 탐독할만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아울러 올해 읽은 단편집 중에서 최고의 단편도 뽑아 보겠습니다. 별점 4점 짜리 작품으로는 아카가와 지로 "유령 열차" 수록작인 "비 옷을 입은 시체", 곤도 후미에의 "타르트 타탱의 꿈" 수록작인 "텅빈 카슐레", 스티븐 킹의 "악몽과 몽상 1" 수록작인 "돌런의 캐딜락", 마쓰모토 세이초의 "현란한 유리" 수록작인 "비와 2층", 미쓰다 신조의 "괴담의 테이프" 수록작인 "빈 집을 지키던 밤", 이사카 고타로의 "남은 날은 전부 휴가" 수록작인 "작은 병정들의 비밀 작전",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1"수록작인 "탐정 스페이드",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수록작인 "푸른 히아신스 향기", "뇌물과 부패"가 있습니다.
그러나 별점 4.5점짜리 작품이 무려 2편이나 있어서 4점 정도로는 후보가 될 수 없었어요. 별점 4.5점을 받은 작품은 미야베 미유키의 "희망장" 수록작인 "희망장"과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2" 수록작인 "두 개의 양념병"입니다.
이 중 베스트로는 "희망장"을 선정합니다. "두 개의 양념병"도 걸작이지만, 발표된지도 오래되었고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니 양보해도 될 것 같네요.

2020년 워스트 추리소설 : "너무 예쁜 소녀" 

많이 읽은 만큼 실망스러웠던 작품도 많았습니다. 75권 중 별점 2점 이하 작품이 28편이었거든요. 그래도 평균 이하 작품이 2/3를 넘었던 작년보다는 1/3에 불과하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러나 졸작 오브 더 졸작, 정말로 종이가 아깝고 나무에게 미안한 별점 1점의 작품도 세 편이나 됩니다. "너무 예쁜 소녀", "콜드게임", "루팡의 딸"이 그 주인공이지요. 이 중 워스트로는 "너무 예쁜 소녀"를 선정합니다. "콜드게임"은 잔혹한 왕따 가해자를 편드는 듯한 설정이 문제였을 뿐 재미면에서는 나름 합격점을 줄 만 했고, "루팡의 딸"은 최소한 짧기라도 하니까요. "너무 예쁜 소녀"는 추리도 없고 스릴도 없는데 길기까지한 완벽한 시간 낭비였습니다. 끝까지 참고 읽은 저에게 상을 주고 싶습니다.

2020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은 4권만 읽었는데 모두 고만고만했습니다. 별도의 베스트, 워스트는 없습니다.

2020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올해는 아홉 권밖에 읽지 않았는데 일곱 권이 별점 3점 이상이었습니다. 별점 4점짜리 책도 "펜슬 퍼펙트",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의 세 권이나 되고요. 

이 중 베스트로는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을 꼽겠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알기 위한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해 줄 뿐 아니라, 재미도 있고 가격까지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올해 역사 도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가장 나쁜 별점이 2점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워스트로 꼽기에는 너무 가혹하기에, 올해는 별도로 선정하지 않겠습니다. 역사 도서는 대체로 선방한 한해였어요.

2020년 베스트 디자인 or Study : "명작순례" 

이쪽 분야 책들은 도판만 괜찮아도 평균 이상은 해 줍니다. 그래서 실패가 별로 없는 분야인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올해 유일의 별점 5점을 받은 책이에요.요. 수록된 글들도 좋고, 도판까지 완벽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책을 사지 않으면 무슨 책을 사겠습니까.

2020년 워스트 디자인 or Study : 

올해 이 분야는 네 권 밖에는 읽지 않았는데 가장 나쁜 별점이 2.5점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워스트 도서가 없습니다.

2020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커리의 지구사" 

'지구사' 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식문화 역사 시리즈 중 한 권. 제가 읽었던 시리즈 중에서는 최고작입니다. 커리에 대한 역사는 물론, 세계화된 과정과 세계속 커리 요리들, 그리고 커리의 현재까지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커리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20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중세 유럽의 레시피" 

제목에서 기대했던 중세 유럽 요리에 대한 깊이있는 정보는 커녕, 최소한의 재미와 자료적 가치도 기대하기 어려운 별점 1점짜리 망작입니다. 담고있는 내용에 비하면 가격도 어처구니 없는 수준이고요. 저처럼 낚이는 분이 없으면 좋겠네요.

2020년 베스트 기타 도서 : "탱크의 탄생" 

올해 읽은 기타 도서는 특출나게 빼어난 책은 없었지만, 평균 이상 재미를 전해주는 괜찮은 책들이 제법 많았었습니다. "심리 조작의 비밀", "탱크의 탄생", "망령의 기억", "깃털 도둑"이 별점 3점을 받은, 그런 책들이었지요.

다 좋은 책이지만 이 중 베스트로는 "탱크의 탄생"을 꼽겠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라하는 '도감' 분야의 책으로 도판, 일러스트가 완벽하게 제 취향이었기 때문이에요. 이 책의 가장 단점은 제법 비싼 가격일 뿐이에요. 무기 도감을 좋아하신다면 놓치지 마시길.

2020년 워스트 기타 도서 : "편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인데 장르 문학이 아니라 드라마라서 기타 도서로 분류하였습니다. 작위적이고 뻔한 전개도 감점 요소이지만 무엇보다도 핵심 주제 - 범죄자 가족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 에 대해 주인공의 심정을 공감하기 어려웠기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어요.

2020년 베스트 Movie : "포드 V 페라리" 

많은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올해 최고의 영화는 코로나 사태 직전 영화관에서 감상한 이 영화입니다. 남자 가슴을 뛰게 만드는 웅장한 화면과 음향 효과가 발군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영화관에서 보지 않았다면 베스트 영화는 다른 작품이 되었을거에요.

그나저나, 언제쯤 극장에서 영화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2020년 워스트 Movie : "머더 미스터리" 

'정통 미스터리'라고 소개된 글에 낚였네요. 일견 전형적인 미스터리물로 보이지만, 실제 영화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코미디 영화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추리적으로 건질건 전무해요. 게다가 별로 웃기지도 않고요. 왜 애덤 샌들러를 요새 보기 힘든지 새삼 느끼게 해 준 망작이었습니다.

2020년 베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올 한 해는 "시마 코사쿠의 사건부"를 제외하고는 추리 or 호러 만화는 전통의 시리즈인 Q.E.D와 C.M.B의 후속권을 읽었을 뿐입니다. 이 중 최고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 목록 36" 이었습니다. 수록작 중 "산의 의사"와 "카스미장 사건"이 아주 좋았기 때문입니다. 별점 3.5점은 충분합니다. 

에피소드별로 살펴보자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5" 수록작인 "도토리와 솔방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9" 수록작 "상상 속 살인", "Q.E.D iff 12" 수록작 "재생의 시간"도 별점 3.5점의 좋은 작품들이었습니다.

2020년 워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책 전체 평균 별점은 2점이 가장 낮은데, 이 정도로 워스트로 꼽기는 좀 가혹하지요. 그래서 에피소드로 워스트를 꼽아 봅니다.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7" 수록작인 "크로스로드"와 "종려나무 동전"이 별점 1점입니다. 동기, 트릭, 진상 모두 작위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졸작이었어요.

2020년 베스트 Comic - 기타 : "모로호시 다이지로 자선 단편집" 

2020년 만화들은 별점 3점짜리가 무려 14편이라서 많아서 한 편을 꼽기 어렵네요. 그래도 이 중에서 딱 한 편!을 꼽으라면 "모로호시 다이지로 자선 단편집"입니다. 다른 단편집에서 이미 접했었던 작품들이 많이 수록된 탓에 감점했을 뿐, 모로호시 다이지로라는 작가에 대해 잘 알려주는 좋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단편집을 읽어보지 않고 이 책만 읽는다면, 별점 4점도 거뜬했을거에요.

2020년 워스트 Comic - 기타 : "지구빙해사기" 

대가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이 불명예스러운 올해의 워스트네요. 당대를 풍미했던 오토모 가즈히로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야기, 설정, 작화와 분위기를 적당히 섞어 만든 하이브리드 혼종이나 결과물은 전혀 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결산평 : 

이글루스 블로그 운영도 17년 째인데, 올 한해가 가장 변화도 많고 드라마틱했습니다. 다른 해에 비해 유별나게 책을 많이 읽기도 했고요. 그러나 코로나라는 예상치못한 질병 탓이라서 마냥 좋아할 수는 없네요. 코로나 때문에 많은 분들이 힘들어 하셨고, 지금도 계속 힘든 분들이 계실 터라 가슴도 무척 아프고요. 모쪼록 코로나 사태가 빨리 진정되어, 기쁜 마음으로 블로그 운영을 비롯한 일상 생활을 보낼 수 있게 되면 좋겠네요.

여러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원하시는 일 다들 이루시는 그런 한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일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게 분명합니다. 사랑합니다~!

2012/05/11

펭귄 북디자인 1935-2005 - 필 베인스 / 김형진 : 별점 5점

펭귄 북디자인 1935-2005 - 10점
필 베인스 지음, 김형진 옮김/북노마드

클래식 문고본 시리즈로 유명한 펭귄 출판사의 출판물들을 다섯 가지 시대로 구분하여 정리한, 일종의 디자인 역사서입니다. 크게 보면 미시사 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자주 찾아가는 이요님 블로그에서 리뷰를 읽고 관심이 가서 구입했는데, 손에 잡고 완독하기까지 몇 시간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몰입하여 읽었습니다. 한때 출판사를 하나 차리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펭귄북스라는 전설적 출판사의 시작과 다양한 출판물들의 아이디어와 결과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가 없을리가 없으니까요. 화려한 도판으로 시대별로 다양하게 선보이는 서적들의 디자인을 보는 재미도 엄청났고요.

전부 유익하고 재미있는 내용이지만, 펭귄의 역사로 보자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탄생한 다양한 임프린트에 대한 내용이 특히 와닿았습니다. 디자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1961년 도입된 로멕 마버의 "마버 그리드"였고요. 전자는 "돈 버는 재주가 있었다"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발상이 돋보였고, 후자는 얀 치홀트의 전설적 세로 그리드를 벗어나 현대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다양한 장르의 출판물에 적용 가능한, 그야말로 만능 그리드라는 점에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그리드와 더불어 폰트와 정렬 방식 모두가 완벽해서 지금 보아도 전혀 촌스럽지 않더라고요. 솔직히 너무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느낌을 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이러한 클래식한 디자인을 지금도 유지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마음에 들었어요. 물론 디자이너 입장에서 시각적으로 강한 펭귄 심볼의 사용은 탐탁지 않았겠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진짜 디자인이 아쉽습니다.

비록 지금 하는 일은 다르지만 디자인과를 졸업했기에 더더욱 관심이 가고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만약 이 책을 제가 학부생 때 읽었더라면 제 인생이 혹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드는군요. 학부 때에는 전혀 관심 두지 않았던 편집 디자인의 매력을 새롭게 알게 되었으니까요. 제 학부 시절 이런 서적들이 별다르게 없었던 것이 유감스러울 따름입니다. 별점은 5점입니다.

출판 분야 종사자나 최소한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 특히 예비 편집 디자이너에게는 필독서라 생각됩니다. 저처럼 뒤늦게 후회하는 우를 범하지 마시고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2008/10/06

혼다 디자인 경영 - 이와쿠라 신야 외 / 박미옥 : 별점 1.5점

혼다 디자인 경영 - 4점
이와쿠라 신야.이와타니 마사키.나가사와 신야 지음, 박미옥 옮김/휴먼&북스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인 혼다의 디자인 경영의 역사와 그 사례를 주로 혼다의 창업주인 혼다 소이치로와 디자이너인 이와쿠라를 중심으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혼다의 다양한 차종과 그 디자인 철학, 그리고 “전략”이라고까지 부를 만한 디자인 중심 제품의 개발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기에 전략에 관련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딱딱하지 않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제품이 상품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디자인이라는 중요한 명제를 수십년전부터 생각하고 제품에 도입했던 혼다사의 경영진에게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요.

하지만 구세대적인 사장의 절대 독재와 상명하복이 지나치게 좋은 쪽으로만 해석된 것은 불만이며, 너무 사례 위주이기 때문인지 실제 전략에 도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도 많은 책이기도 합니다. 혼다사의 역대 차종들과 그 개발 과정을 접하는 재미 이외의 다른 실무적인 부분을 잡아내기는 어려웠거든요. 아무래도 재미와 실무라는 두마리 토끼를 결국 다 잡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약간의 참고와 약간의 재미를 지닌 킬링타임용으로 적당한 책이었습니다. 뭔가 가치있는 교양서를 읽고 있다는 위안을 삼기에는 부족했어요. 그다지 남는 것은 없었으니까요. 별점은 1.5점입니다. 혼다의 자동차 역사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 아니라면 구태여 찾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2017/11/26

의자의 재발견 - 김상규 : 별점 2점

2011년에 초판이 발간된 책으로 좋은 의자란 무엇인지, 좋은 의자 디자인은 무엇인지, 어떤 의자들이 있는지, 누가 유명 의자 디자이너인지 등 의자 디자인에 대해 여러가지를 알려주는 디자인 에세이집입니다.

소개된 유명 디자이너들의 유명한 의자 디자인 작품, 여러 디자인 회사들에 대한 소개와 설명은 재미있으며, 도판도 충실하지만 제가 읽어왔던 다른 의자 디자인 관련 책들과 비교할 때 차별화되는 요소는 특별히 없습니다. 출간된지 제법 된 탓에 지금 시점에서는 이미 생명력을 다한 작품과 소재가 많다는 것도 문제에요. 3D 프린터가 보편화된 지금 보기에는 아이들 장난감과 다를 바 없는 스웨덴 디자인그룹 프론트의 '스케치 가구' 퍼포먼스가 대표적입니다.

또 내용이 정리가 되어 있지 못한 느낌이 강한데, 이유는 저자의 욕심이 과한 탓입니다. 의자의 역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고, 좋은 의자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고, 좋은 의자 디자인은 또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등 펼쳐 놓은 이야기는 많지만 정작 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아요. 저자의 글 솜씨도 그닥이며, 책의 목차와 내용도 잘 정리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괜찮았던건 다른 문화와 연결되는 의자 이야기로 이를 좀 더 소개해 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속, 명화 속 의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등 다른 책에서 보기 힘든 아이디어가 빛나는 이야기들이었는데 말이지요.

별점은 2점입니다. 구태여 구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22/02/26

세계를 매혹한 돌 - 윤성원 : 별점 3점

세계를 매혹한 돌 - 6점
윤성원 지음/모요사

보석과 주얼리가 주제인 책인데, 이전에 읽었었던 "보석 천 개의 유혹"과는 많이 다릅니다. 이 책은 19세기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보석과 주얼리의 유행과 디자인 변천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행이 사회적인 분위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건, 얼마전에 읽었던 "감히 넘볼 수 없게 하라"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었지만, 이 책은 보석과 주얼리를 통해 그러한 사실을 잘 알려줍니다. 

또 보석과 주얼리는 가격 때문에 사회 지도층이 관련될 수 밖에 없어서, 실제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왔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단순한 보석, 주얼리 유행 통사가 아닌, 약간 미시사적인 측면도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국가별로 달랐던 유행의 이유는 그 국가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도 했으니까요. 

예를 들어, 베를린 아이언은 철로 만들어진 주얼리로 프로이센의 대 나폴레옹 해방전쟁 당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기념품이었습니다. 귀부인들이 군자금에 보태기 위해 금 주얼리를 기부하고, 철로 만든 베를린 아이언 주얼리를 대신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독일 민족의식 발현이라는 속 뜻과 무관하게, 적국이었던 프랑스에서는 1 제정 몰락 후 왕정복고기에 문학, 건축 등 전 분야에서 중세 고딕 문화가 유행했던 탓에 베를린 아이언이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왕정복고기에는 고가의 큰 보석을 사용할 수 없었던 현실도 한 몫 했었고요. 

반면 영국에서는 19세기에 16세기 르네상스를 베낀 주얼리가 유행했습니다. 상류층이 19세기의 놀라왔던 예술, 문학, 과학 기술의 진보를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와 동일시했던 덕분이었습니다. 영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갈 때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유행이었겠지요. 아울러 이 때 로마, 이집트, 헬레니즘 및 에트루리아 유적 발굴로 고고학적 복고 양식도 함께 유행했다고 합니다.

특정 아이템의 변천사도 흥미로왔습니다. 여성의 목을 감싸는 초커는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 단두대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유행이 시작되었었습니다. 색깔도 빨간색이었고요. 허나 19세기에 접어들며 검은색 초커는 매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는 마네의 "올랭피아" 등으로 잘 알 수 있고요. 이후 영국 알렉산드라 왕세자비가 갑상선 수술 흉터를 감추기 위해 다이아몬드와 진주가 여러 줄 세팅된 폭넓은 초커를 착용하기 시작한 뒤, 19세기 말 ~ 20세기 초 유럽 상류층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되었다네요. 지금의 문신 (타투) 유행과도 조금 비슷하지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문신은 범죄 등 안 좋은 이미지의 대명사였는데 요새는 인스타그램 셀러브리티 등을 통해 일종의 패션 아이템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초커의 유행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으로도 잘 알 수 있는데, 클림트의 그림 속 초커 실물은 나치의 압류 이후 사라졌다니 이 역시 하나의 흥미로운 역사 속 일화로 재미있게 읽었던 내용입니다.

이러한 흥미로운 역사 일화는 그 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인류 역사상 안정과 번영을 가장 길게 누렸고, 그 어느 때 보다 탐미적이었던 '벨에포크' 시대에서 유행을 선도했던 사교계의 중심지 막심 레스토랑을 무대로 화려함을 뽐냈던 3대 고급 매춘부인 라 벨 오테로, 리안 드 푸지, 에밀리엔 달랴숑의 승부 이야기처럼요. 이 일화와 함께 소개되었던 당시 쥬얼리는 도판만 보아도 그 화려함이 남다른 수준이라 과연 '벨에포크'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미국 사교계를 주도했던 에스터 가문의 안주인 캐럴라인과 신흥 부호 밴더빌트 가문의 안주인 알바 밴더빌트의 승부와 거래 역시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였고요.

그 외에도 벨에포크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었던 오스트리아 엘리자베트 황후와 그녀의 쥬얼리, 영국 메리 왕비가 혼란기에 수집했던 당대 유럽 왕실의 명품 쥬얼리들 이야기도 여러 왕조의 흥망성쇠와 함께 소개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상징과도 같은 '블라디미르 티아라'가 어떻게 영국 왕실까지 흘러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독일 공주로 러시아 차르 알렉산드르 2세의 셋째 아들 블라디미르 알렉산드로비치 대공과 결혼했던 마리아 파블로브나 '미첸' 블라디미르 대공작 부인이 러시아 혁명 당시 몸을 피하면서 진짜 값비싼 보물을 블라디미르 궁전 비밀 장소에 숨겨두었었는데, 그녀의 친구였던 영국인 예술품 딜러 앨버트 스토퍼드가 노동자로 변장해서 궁에 잠입한 뒤 보물을 꺼내어 런던으로 빼돌렸다는, 혁명과 모험이 모두 들어가있는 낭만적인 이야기입니다. 이를 메리 여왕이 구입하여 지금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공식 석상에 착용하고 나오게 되었다는건 참 많은걸 느끼게 해 주고요. Winners takes it at all 인 거겠지요? 

1차대전 후, 아르누보와 벨에포크 복고풍 로코코는 모두 옛 것이 되었고, 미래지향적이고 기하학적인 모티브의 디자인의 유행은 야수파, 입체파 등의 미술사조, 디자인의 바우하우스의 등장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네요. 부족해진 남성들 대신 여성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활동적이고 실용적인 쥬얼리 디자인이 많아졌다는 것도 눈에 뜨이고요. 인도 마하라자들의 어마무시한 쥬얼리 컬렉션들, 1922년 투탕카멘 발굴을 통한 동서양이 융합된 디자인의 유행과 2차 대전 후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주얼리 유행 테마들 소개도 볼만했습니다.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다이아몬드 제국 드비어스의 탄생과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로 기억되는 성공 공식에 대한 설명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이 광고를 누가 어떻게 집행했는지를 다루는 글은 처음 읽어보기도 했고요.

전문적으로 쓰여진 글로 보기에는 저자의 개인 경험과 개인 생각에 대한 비중이 높으며, 미시사 서적으로 보기에는 쓰여진 내용에 대한 근거가 빈약하다는 약점은 있지만, 이 정도면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재미도 있으면서 여러가지 자료적인 가치도 높은 책인 덕분입니다. 도판만 보아도 값어치는 충분히 합니다. 보석, 주얼리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시라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21/12/31

2021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열 여덟번째 블로그 리뷰 총 결산입니다. 블로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나이라니 감개무량합니다. 다 컸으니 이제 돈을 좀 벌어 와야 할 텐데 말이지요.

하여튼,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사태 장기화 탓에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작년보다는 줄었어요. 작년에는 133권을 읽었는데, 올해는 추리 / 호러 장르문학 57 (77)권, 기타 장르문학 3 (4)권, 역사서 17 (9)권, 디자인 or 스터디 1 (4),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15 (25)권, 기타 도서 24 (14)권으로 다 합쳐서 117권을 읽었으니까요. 이유는 백신 접종과 위드코로나 정책 덕분에 다른 활동으로 보낸 여가 시간이 늘었던 탓입니다. 올림픽도 열심히 관전했고요. 거기에 더해 작년에는 '추리 소설 1,000권 읽기'라는 개인적인 큰 목표 달성을 위해 더 열심히 달리기도 했었지요. 여러모로 작년이 역대급이었던 셈으로, 당분간은 작년처럼 책을 많이 읽는 해는 오지 않을거라 생각되네요. 그래도 최소한의 목표인 100권은 훌쩍 넘겼으니 만족합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21년 베스트 추리소설 :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별점 4.5점! 20세기 미국 범죄 소설, 그 중에서도 하드보일드 장르의 흐름을 미국 역사 흐름과 비교하여 분석하는 문학사 서적. 상세 리뷰는 링크 참고하시길.

"나는 언제나 옳다
별점 4점! 복잡한 복합 장르 구성을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 단편 분량인 만큼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2021년 워스트 추리소설 :

"ON 온"
올해의 워스트 후보작은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서술트릭의 모든 것",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 "가면병동", "최후의 일격, "범죄 캘린더"와"On 온"의 7편이나 됩니다. 모두 별점 1.5점짜리였지요. 거장 엘러리 퀸의 작품이 두 편이나 포함되어 있는게 놀라운데, 한 편은 나이 탓에, 또 한 편은 양산 모드로 쓰여졌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최후의 일격"은 괜찮은 발상의 트릭이 사용되기는 했고, 단편집 "범죄 캘린더"는 별점 2~2.5점짜리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서 워스트 급은 아닙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은 책 자체 내용 문제보다는 다른 문제로 인한 감점 요인이 더 컸고요. 단편집 "서술트릭의 모든 것"은 "범죄 캘린더"와 같은 이유로 제외하면, 진짜 워스트 후보작은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와 "가면병동", "On 온"의 세 편이 남습니다. 

이 중 올해의 워스트로는 "On 온"을 꼽습니다. 유치한 설정, 합리적이지 못한 전개, 스테레오 타입의 뻔한 주인공들이 어우러진 싸구려 스릴러니까요. 다른 두 편은 약간이나마 추리적인 요소가 들어갔다는 점에서 그나마 "On 온"보다는 조금 나았습니다. 물론 도긴개긴입니다만....

2021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도 3권 밖에 읽지 않아서 뽑기가 어렵네요. 재미만큼은 확실했던 별점 3점의 "사라진 세계"가 베스트였어요. 워스트는 따로 뽑지 않겠습니다.

2021년 베스트 역사 도서 :

"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
별점 5점! 역사 바로 세우기 측면에서 모든 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와 "영어 조선을 깨우다 1"도 별점 4점을 받은 좋은 책이었는데, 아쉽게도 탈락했네요.

2021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별점 1점. 편협한 개인 의견을 잔뜩 투입해서 불쾌하기 짝이 없었던, 그냥 '나쁜' 책입니다.

2021년 베스트 / 워스트 디자인 or Study :

딱 한 권 밖에 읽지 않아서, 올해는 평가할게 없네요. 공부가 부족했던 한해네요....

2021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
올해 이 쪽 분야 책들은 다 고만고만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 "경양식집에서",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가스트로노미"의 5권이 별점 3점을 받았습니다. 이 중 재미와 자료적인 가치, 책의 완성도 등 모든 면을 고려하여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를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1부만 한정하면 별점 4점 이상도 충분했던 책이니까요.

2021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올해는 2점 이하의 별점이 없어서, 워스트는 따로 뽑지 않습니다.

2021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
별점 4점을 받은 책은 "1달러의 세계 경제 여행",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 "n분의 1의 함정"의 세 권이었습니다. 다 좋은 책이었지만, 이 중 재미에 더해 제 전공 분야인 커뮤니케이션과 상호 작용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를 올해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2021년 워스트 기타 도서 :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별점 1.5점을 받은 올해의 워스트 후보작은 "재미있는 식물 산책 도감",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만화로 보는 99가지 발명품 이야기"의 3권입니다. 이 중 사람 열받게 만드는 가소로운 자기 주장을 담고 있는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가 올해의 워스트입니다.

2021년 베스트 Movie : 

"나이브스 아웃"
훌륭하게 현대에 되살린 본격 추리물! 별점 3점.

2021년 워스트 Movie : 

"철권을 가진 사나이"
황당무계하고 유치했던, 심지어 액션마저 별 볼일 없었던 '가짜' 무협 영화.

2021년 베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전체적인 별점은 고만고만해서 베스트랄건 없네요. 에피소드 기준으로는 "Q.E.D iff 증명종료 14" 수록작 "1억엔과 여행하는 남자"가 오랫만에 별점 4점짜리 에피소드였습니다.

2021년 워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Q.E.D iff 증명종료 16"
수록작 3편 중 2편이 별점 1.5점, 1편이 별점 1점을 받은 워스트 오브 워스트. 그 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의 "앙숙"도 별점 1점짜리 망작이었습니다. 별점 1.5점 짜리 에피소드들은 언급하기도 힘들만큼 숱하게 있었고요. 추리 만화 분야는 영 실망스러웠던 한해였네요.

2021년 베스트 Comic - 기타 : 

"그리고, 또 그리고 1~5"
별점 4점짜리 책은 이 책 외에도 "피너츠 완전판 19 : 1987~1988"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베스트로 꼽은 이유는 재미와 감동에 더해 미대 졸업생인 저에게 많은걸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고요. 하여간, 극히 일부의 예외는 있지만 만화가가 그린 자기 이야기는 무조건 최고에요.

2020년 워스트 Comic - 기타 : 

최저 별점이 2점이라서, 워스트는 따로 꼽지 않겠습니다.

결산평 : 

이상으로 2021년 블로그 결산을 마칩니다. 올 한해는 저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한해였어요. 인생의 큰 목표 중 하나였던 '추리 소설 1,000권 읽고 리뷰 쓰기'를 완료했기 때문이거든요. 저도 하루하루, 한달한달, 한해한해가 더욱 소중한 나이가 되었는데, 2022년에도 저 개인적으로 내세울 수 있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의미있고 가치있는 2022년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했고, 또 감사드립니다!

2020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2024/05/11

우리 미술 이야기 2 : 영원한 현재 - 고려 - 최경원 : 별점 2.5점


우리 문화 유산의 아름다움과 자랑거리, 그리고 알아두면 좋을 이런저런 내용을 소개해 주는 책. 저자의 "한류 미학 1"을 재미있게 읽어서 뒤이어 읽게 된 후속 권입니다. 절판 후 재출간되면서 제목이 바뀌었네요.

2권은 고려 청자 중심으로 고려 문화 예술만 소개하고 있는데, '고려의 청자를 비롯한 문화 예술품은 '대량 생산'되었기에 '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기저에 깔고 있습니다. 장인이 모든 것을 다하는게 '공예', 산업 혁명 이후 기계적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며 생산품 형태를 고안하는 일이 '디자인'인데, 국가 주도로 대량 생산된 청자는 '디자인'의 산물이라는 것이지요. 이는 '표준화' 경향으로 증명된다며 대체로 유사한 청자의 형태 등으로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꽤 그럴듯 했습니다. 디자인에 의한 대량 생산품의 우수함은 문화의 우수함을 증명한다는 주장도 아주 억지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고요.

다양한 청자를 가지고 청자의 우수성과 예술성을 설명해주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도입부의 '청자의 색' 설명부터 눈길을 끕니다. 고려 청자의 다소 칙칙한 색이 찬양되고 있는 이유를 알려주는데, 고려청자는 '옥'의 색을 겨냥해 만들어진, '비취' 색이었기 때문입니. 옥은 중국에서도 구하기 힘든 보석 중의 보석으로, 송나라에서 처음으로 옥의 색과 질감을 유사하게 재현했었지만 고려 청자가 진짜 비취색을 구현해서 당대의 명물이 되었다고 하네요.

명품 고려 청자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느끼게 해 주는 여러가지 발견과 정보도 볼 만 했습니다. 사진이 아니라 스케치를 통해 그림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도판도 매력적이고요. 아래와같이 돋을새김 상감으로 이루어진 문양은 사진으로는 그 형태를 온전히 보기 어려운데, 스케치로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도자기는 3차원적 형태에 잘 어울리도록 그려지고, 이어진 형태로 감상해야 하는 그림이 많아서 전체를 돌려가며 보아야 된다는 착안도 좋았습니다. 이런건 박물관에서도 전시 시에 활용해주면 참 좋을 아이디어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천천히 돌려서 전시하는 식으로 말이죠.

저자만의 주장도 눈길을 끄는게 많은데, 그 중 두 가지가 인상적입니다. 첫 번째는 황금 비례는 수학이 진리라고 생각했던 그리스 시대의 정신적 습관으로 만들어진 결과로 특정한 하나의 양식이자 독특한 미적 가설에 불과하다는 주장입니다. 황금 비례가 많이 사용되는건 사람의 눈의 구조가 똑같고, 보편적인 감정이 있어서 대체로 2:3이나 3:4 정도의 비례를 좋다고 느끼기에 그런 조형 결과물들이 많은 것 뿐이라서 특별히 대단한 이론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청자를 만들 수 없었던 조선은 문화가 낙후된게 아니라는 일련의 주장입니다. 조선 왕조 500년을 문화 퇴행기로 보는 건 일제 강점기 시기 총독부 소속의 일본 학자 세키노 타다시의 역사 왜곡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조선시대 문신들은 삼강오륜을 앞세운 근엄한 도덕적 생활을 해서 정서가 발달하지 못했고, 경제력도 보잘것 없어서 미술이나 미적 감각을 발전시킬 힘과 여유가 없었다는 김원룡의 시각도 마찬가지로 악의적 편견인 것이지요. 저자는 조선의 경향은 조형 예술 역사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추상'이라는 개념의 경향일 뿐이라며, 이를 맨 마지막에 소개된 '은진미륵'을 통해 설명해줍니다. 은진미륵은 세계에 관한 관심이 달라진 데에 따라 만들어진 새로운 미적 감각의 표현으로, 인자한 보살의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단순화시킨 조형으로 특유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걸 여러가지 분석으로 알려주거든요. 이러한 경향이 조선으로 이어지게 된 것일테고요. 또한 청자가 만들어지지 않은건 옥의 모조품이라는 목표가 더 이상 사회적으로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게 타당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주장은 재미는 있는데 완벽하게 동의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황금비례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이론화 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은진미륵에서도 추상성에 따른 아름다움은 솔직히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예가 좀 잘못된게 아닌가 싶더군요.

이외에도 많은 아름다운 유물을 보는건 좋았지만 청자가 대부분이고, 내용도 비슷한게 많아서 뒤로 가면 갈 수록 지루하다는 문제도 큽니다. 청자의 형태가 유기적으로 이는 최신 디자인 경향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반복되는 탓입니다.
그리고 이전에도 지적했지만 문헌, 사료적 근거가 다소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저자는 문헌을 분석하는 것 보다 유물 자체를 관찰하고 추론하는게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자신의 추론을 문헌을 통해 뒷받침하려는 노력 정도는 해 주는게 보기가 좋았을겁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유물 중심으로 분량을 줄였더라면 훨씬 좋았을겁니다.

2019/03/30

맛의 천재 -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 / 윤병언 : 별점 5점!

맛의 천재 - 10점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지음, 윤병언 옮김/책세상

이탈리아인이 자국의 유명 요리와 그 요리에 관련된 주변 역사까지 상세하게 소개해주고 있는 요리 관련 미시사 서적입니다. 딱딱할 내용을 재미나게 써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전세집 운운하는 박찬일 셰프의 소갯글부터가 재미난데 이어지는 본문도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기묘한 유머가 가득합니다. 

요리 역사에 대한 사료적 가치도 엄청납니다. 피자만 해도, 피자의 역사만 오롯이 다룬 책도 읽어보았지만 오히려 이 책 쪽이 밀도가 더 높을 정도니까요.
원래, 19세기 초 까지만 해도 반죽에 먼저 치즈 등 식재료를 올리고 그 위에 토마토 소스를 뿌렸다는데 언제 이 순서가 뒤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원래 있었지만 요리사 라파엘로 에스포지토가 재치(피자의 이름을 묻는 왕비에게 왕비의 이름이라고 대답한)를 발휘한 덕분에 역사에 길이 남았다는 등 시시콜콜하면서도 실제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디테일이 가득합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스파게티의 마르코 폴로에 의한 중국 유래설은 오류라고 합니다. 1929년 미국의 "마카로니 저널" 이라는 월간지에 실린 근거없는 기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기사를 읽어보니 베네치아 뱃사람 이름이 스파게티였다는 등 황당하기 짝이 없어서 이 기사가 사실처럼 굳어진게 이해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애초에 재료부터 다르니까요. 물론 마르코 폴로의 "동방 견문록"에 수마트라 지방의 파스타에 대해 언급되어 있다는 사실은 실제 중국에서 유래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전해주기는 합니다. 당연히 마르코 폴로보다는 훨씬 전 시대에 말이죠.
또 스파게티가 주력 국수가 되고 마카로니는 샐러드 용으로 밀려난 계기는 1927년 크래프트 사의 파마산 치즈 가루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원래 마케로니는 귀족들의 음식이었는데 안타까와요.

샐러드는 이탈리아 대표 요리의 하나랍니다. 로마에서부터 먹어왔다지요. 소개되는 로마식 샐러드 레시피를 보니 식초는 아끼되 기름은 아끼지 말고, 소금은 많이 후추는 적당히 쳐서 먹는다는데 완전 제 취향입니다.
프로슈토는 고대 로마에서도 먹었던 유서깊은 음식으로 포 강 유역의 에트루리아 문명터에서 발굴된 뒷다리가 없는 돼지의 뼈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고 합니다. 당시의 돼지 종류는 지금과 달랐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좋았어요. 또 놀랐던 건 당연히 생으로만 먹을 줄 알았는데 볶거나 익혀먹는 레시피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튀김까지 있는데 그 맛이 궁금해집니다. 

카르파초가 그 명성에 비하면 만들어진지 고작 50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에도 놀랐네요. 실존 인물로 의사가 건강 문제로 날고기를 권했던 후작 부인 니나 모체니고를 위해 만들어진 요리라는 역사도 흥미롭고요. 이름도 화가 카르파초의 이름에서 따온 직접적인 네이밍이라는데 역시나 처음 알았습니다. 요리 창조자인 베네치아 해리스바의 주세페가 아들 아리고와 요리 이름에 대해 고민하다가 앞 벽에 화가 비토레 카르파초의 전시회 포시터를 보고 옳다쿠나 싶어 이름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화가가 즐겨 쓴 붉은 색이 요리의 색상과 유사했기 때문이라는데 무릎을 칠 만 합니다.

후반부 누텔라 이야기에서는 다시금 책의 가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누텔라가 어떻게 생겨났고, 그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현재와 같은 세계 정복 (?) 이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를 그야말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경쟁 제품까지 소개하니 말 다했죠. 그나마 누텔라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소개했던 "오무라이스 잼잼"에서의 내용은 그냥 겉핥기에 불과하더라고요. 그 외에도 옥수수, 모짜렐라, 와인, 티라미수 등 친숙한 음식에 대한 방대한 정보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과감한 발상도 돋보입니다. 포크에 대해 소개하며 샤를마뉴 재위 당시 왕과 귀족들은 사냥한 동물들을 끊임없이 먹어야 했기 때문에 통풍이 직업병과 같았다는 반쯤은 우스개스러운 이야기도 좋은 예지만, 로마 시대에 늑대는 야수가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로마인들이 기본적으로 채식주의자라는 사실에 기반하며, 그들이 양을 먹지 않았기에 늑대는 경쟁자, 야수가 아니라 친구였다는거지요. 그러나 인간이 양을 먹기 시작하면서 늑대가 야수가 되었다는데, 무척이나 그럴듯합니다. 로마의 시조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에게 젖을 먹인게 늑대였던 것이 이 발상을 뒷받침합니다.
와인과 사과주의 대결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와인이 세계를 뒤덮은 이유를 기독교와 연결시켜 설명하거든요. 초기 기독교, 로마 교회는 포도주와 깊이 연관되어 있었는데 알프스 북쪽 드루이드 교도는 사과주를 마셨다는 사실에서 시작합니다. 드루이드들 천국 명칭 '아발론'은 아발의 섬, 즉 사과의 섬이라는 뜻이라는 말과 함께요. 결국 로마 교회가 승리한 뒤 사과가 지옥을 상징하며 종교 행사에서 사과주가 영원히 사라져 버리게 된 것이지요.
샐러드가 식사의 시작에서 식사 도중의 곁들임 음식으로 밀려나는 과정과, 다시 식사 시작 음식으로 복귀하는 과정이 실제 역사적 사실 - 식초가 들어간 음식을 거부하는 문화와 비타민 유행 - 과 결합해 보여주는 내용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디테일이 탁월한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습니다. 르네상스 시기의 연회 문화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다양한 책을 읽었지만 와인을 따르던 전문가 코피에레에 대한 묘사는 처음 봤네요. 온갖 좋은 점은 한 몸에 다 갖춘 듯한 사람이더라고요. 길게 늘어뜨린 옷에 주홍색 양말, 붉은색이 아닌 검은색 벨벳 신발을 신는다는 패션 센스마저 돋보입니다.
또 당시 요리들은 모두 단품이 아니라 코스였으며 당시 설탕을 많이 사용했던건 소금의 짠맛을 상쇄하기 위해서였다는 발상도 눈에 띕니다. 그리고 안 좋은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료가 필요했다는 것도 사실과 멀었다는군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먹어야 했던 사람들은 당연히 비싼 향료를 살 여유도 없었을 거라는게 이유인데 확실히 와 닿습니다.
캐비아는 원래 굉장히 싸구려 음식으로 1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영국 병사들에게 보급품으로 캐비아 캔을 나누어 줄 정도였다는 것도 신기합니다. 참치 대뱃살, 킹크랩과 같은 과정을 밟은 셈이네요.

그 외에도 유명한 디자이너 브루노 무나리의 손길이 닿은 에스프레소 머신과 저도 사용해 본 적이 있는 모카 에스프레소 디자인 등 디자인 강국 이탈리아스러운 이야기들도 마음에 들었고 다빈치가 실제로 레스토랑을 경영했다는 이야기, 그곳에서의 일화도 기억에 남습니다. 음식의 양을 줄이고 플레이팅에 신경을 쓴 최첨단의 세련된 레스토랑이었는데 손님들 모두 격분해서 경영은 실패하고 말았답니다. 과연, 플레이팅 따위보다는 가성비가 최고인거죠.

이런 내용이 재미난 글과 함께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빼곡하게 실려 있습니다. 단점을 찾는게 힘들 정도로 재미있고 가치도 높은 책입니다. 2만원이라는 가격도 수긍할만 합니다. 제 별점은 5점! 요리, 특히 이탈리아 요리를 사랑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 이탈리아인들은 정말로 위대한 민족이에요. 요리와 예술 측면에서는요.

2022/04/10

오늘의 의자 - 이지은 : 별점 2.5점

오늘의 의자 - 6점
이지은 지음/모요사

사물들의 미술사 3권. 전 권에 이어 의자를 통한 당대 사회, 문화를 다루는 인문학 서적입니다.

그런데 시리즈 이전 책들보다는 주요 소재인 의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들이 많다는 차이는 있습니다. 주로 의자 자체의 의미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토네트 14번 의자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설계, 생산 및 운송으로 대량 생산될 수 있었기 때문에, 당대 문화 아이콘이 될 수 있었다는 내용으로 산업이 유행과 문화를 이끌게 되었다는걸 알려주는 식이지요. 이어지는 바실리 체어, 파이미오 암체어, 임스 플라스틱 체어는 각각 금속, 합판, 플라스틱으로 의자 재료가 진화해나갔던 과정이 중심이고요. 

그래서 기대했던, 의자를 통해 당대 문화와 사회를 드러내는 이야기들은 아닙니다. 물론 바실리 체어는 바우하우스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디자인의 태동을, 임스 플라스틱 체어는 전후 대폭발한 미국 중산층의 삶과 플라스틱의 인기를 다루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야기 중심에서는 빗겨나 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명백히 의자였으니까요. 바실리 체어의 초기형 디자인이라던가, 임스가 공모전에 제출했었던 원형 임스 체어라던가 초기 모델에 대한 도판 등 몇몇 자료는 흥미로왔지만 책이 지향하는 바와는 좀 거리가 많았어요.

물론 의자보다는 그 의자가 등장했던 시대와 장소에 대한 설명이 더욱 상세한 이야기도 없지는 않습니다. 바그너의 포스트슈파르카세 의자 이야기처럼요. 이 이야기에서는 의자는 당시 최첨단, 모던의 상징이 되었던 소재들 중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소개되며, 내용 거의 전부는 세기말 최첨단 유행의 도시였던 빈의 당시 분위기를 잘 설명해 줍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러웠어요. 명품 의자의 디자인적인, 그리고 디자인사에서의 의미를 다룬 책은 그동안 숱하게 읽어 왔던 탓입니다. 그렇게 새로운 내용이 많지도 않았고요. 분류도 '역사'가 아니라 '디자인' 쪽입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16/12/31

2016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2015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13차, 열 세번째를 맞는 블로그 결산입니다. 숫자부터 정리해보면, 2016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53 (53)권, 기타 장르문학 8 (10)권, 역사서 18 (12)권, 디자인 및 스터디 도서 4 (5)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9 (7)권, 기타 도서 15 (21)권으로 모두 107 (107)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작년과 거의 비슷하군요.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16년 베스트 추리소설 :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단평 : 세상은 넓고, 모르는 작가도 많고, 재미있는 작품도 아직 이렇게나 많다! 

올해 추리, 호러 장르물 중 별점 4점 이상 작품은 단 한편도 없습니다. 그런데 별점 3점짜리는 "별도 없는 한밤에", "천사들의 탐정", "미스테리아 8호", "사냥개 탐정", "검은 수도사", "가면 무도회 1,2",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엠브리오 기담"의 여덟 편이나 됩니다. 

다 좋은 작품들이지만 한편을 꼽기 위해서 우선 잡지인 "미스테리아 8호"를 뺐습니다. 호러 성향이 강한 "별도 없는 한밤에", "엠브리오 기담"과 역사 모험물 성격이 강한 "검은 수도사"도 빼면 네 편이 남네요. 다 좋은 작품들이지만 이 중 추리적으로도 괜찮고 재미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선사한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를 올해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2016년 워스트 추리소설 :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단평 : '미스터리'가 아니었다... 

2016년에는 별점 2점 이하의 작품이 무려 16편이라고 한탄했는데 올해는 26편입니다! 읽은 작품 중 반 가까이가 수준 이하였다는 이야기지요. 참으로 너무합니다. 최악인 별점 1.5점 이하도 무려 열 편이나 되고요.

하지만 최악 중의 최악인 별점 1점을 획득한 작품은 이 작품 뿐입니다. 최악인 이유는 책의 완성도를 떠나 '미스터리'가 아닌 탓이에요. 그냥 청춘 연애물일 뿐이거든요. 작품의 수준을 떠나 구태여 추리물이라고 소개하여 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 괘씸한 마케팅 때문에 올해의 워스트로 꼽습니다.

2016년 베스트 기타 장르문학 : 

"제라르 준장의 회상" 

단평 : 시대를 뛰어넘다. 

올해의 기타 장르문학에서는 별점 3.5점의 이 작품이 베스트입니다. 모두 10권도 읽지 않아 한권의 베스트를 꼽기는 좀 애매하지만요. 여튼 코난 도일 경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고전 명작 모험물입니다.

2016년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양심의 문제" 

단평 : 바탕에 깔린 사상 문제. 

도서출판 불새의 용기있는 행보에는 항상 박수를 보내는 바이지만... 이 작품만큼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역겨운 식민지 시대의 유산인 제국주의적 세계관을 은연 중에 포장하여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2016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신들의 연기, 담배" 

단평 : 교양과 재미의 절묘한 결합. 

이 책은 올해의 유이한 별점 4점짜리 책입니다. 교양과 재미,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놀라운 결과물이죠. 제가 꼭 흡연자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2016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조선의 武와 전쟁" 

단평 :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역사 도서는 좀 가려읽는 편이라 워스트가 대체로 없는 편인데 올해는 이 책이 뽑혔습니다. 단평대로 기대한 내용에 전혀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었어요.

2016년 베스트 디자인 / 스터디 도서 : 

올해 이 분야는 달랑 4권만 읽었기에 별도로 평하지는 않겠습니다. 내년에는 이 쪽 분야도 좀 더 열심히 읽겠습니다.

2016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백미진수" 

단평 : 실력자가 애정을 담아 쓴 미식 에세이의 진수.

이 책은 올해 유이한 별점 4점짜리 책입니다. 읽는 내내 즐거우면서도 유용한 좋은 에세이였어요.

2016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레시피" 

단평 : 발췌에 이은 레시피 소개에 그친, 날로 먹은 책 

제목 그대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한 음식, 요리를 발췌한 후 해당 레시피 소개가 전부인 책. 저자의 아이디어는 눈꼽만치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2016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서프라이즈 : 인물편" 

단평 : 이 책이 존재할 이유를 모르겠다. 

올해 기타 도서는 전부 고만고만해서 베스트를 꼽기는 쉽지 않네요. 별점 3점짜리 작품이 있기는 하지만 ("장서의 괴로움") 독보적이라고 하기는 어렵거든요. 하지만 워스트는 확실합니다. 총 4편의 별점 1.5점짜리 망작들 중에서도 이 책이 선명하게 빛나기 때문입니다. 왜 책이 나왔는지 이유 자체를 모를 무의미한 결과물입니다.

2016년 베스트 기타 Comic :

"피너츠 완전판" 

단평 : 발간만으로도 감사한 완전판! 

올해 별점 3점을 넘는 만화는 많았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으로 점수가 좋은 작품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총 4권을 읽었고, 대체로 별점이 우수했던 "피너츠 완전판"을 올해의 작품으로 꼽아봅니다. 단평 그대로 발간된 것 만으로도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2016년 워스트 기타 Comic : 

"역시 빵이 좋아!" 

단평 : 만화로 보기에는 여러모로 애매했다. 

올해 별점 1점짜리 망작은 본 작 외에 "스파이 vs 스파이", "산적 다이어리 2"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작품들은 최소한 '만화' 이기는 한데 이 작품은 아무리 봐도 만화가 아닙니다. 빵 소개서를 만화처럼 만든 것에 불과하니까요. 최소한의 이야기와 재미도 없기에 올해의 워스트로 꼽습니다.

그외 영화, 만화 등은 대체로 부분별로 5편 이상 감상한 것이 없기에 올해는 선정하지 않습니다.


결산평 : 

총 독서 권수가 작년과 똑같다는게 놀라운데 여튼 올해도 100권을 넘겼습니다. 이 정도면 취미인으로 할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제가 나이가 든 탓인지, 아니면 출간작들의 수준이 갈 수록 떨어지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평균 이하의 작품들 수가 급증했다는 겁니다. "장서의 괴로움"에 나온 유명한 장서가 다니자와의 명서 감정술처럼 - "명저라는 홍보에 넘어가 샀던 책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류 이하 책을 이것저것 찾아 읽지 않았다면 초일류를 초일류라고 인정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한 통과의례일 수는 있겠지만, 몇몇 망작들은 그야말로 읽는 시간조차 아깝기 그지 없었습니다. 뭐 좋게 생각하면 이런 작품들을 소개하는게 제 미미한 블로그의 존재 의미겠죠. 찾아주시는 분들의 시간이라도 아껴야 할 테니까요.

하여튼,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여러분들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성취하시는 한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임이 분명할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거에요. 사랑합니다~!

2017/12/28

2017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2016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14차, 열 네번째!를 맞는 블로그 결산입니다. 열네살이라... 블로그 생활도 이제 중학생 레벨에 진입한다니 감개무량합니다.

숫자부터 정리해보면, 2017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52 (53)권, 기타 장르문학 3 (8)권, 역사서 15 (18)권, 디자인 및 스터디 도서 2 (4)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9 (9)권, 기타 도서 20 (15)권으로 모두 101 (107)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작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100권은 넘겼으니 만족합니다.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17년 베스트 추리소설 : 

"올빼미의 울음" 

단평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장편 중에서 재미와 함께 서스펜스를 가져다 주는 보기드문 수작.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추리, 호러 장르물 중 별점 4점 이상 작품은 단 한편도 없습니다. 이 작품 홀로 별점 3.5점을 받았을 뿐이죠. 전반적으로 흉작인데, 내년에는 좀 더 재미있는 작품을 많이 읽었으면 합니다.

2017년 워스트 추리소설 : 

"나를 사랑한 스파이" "후쿠오카 살인" 

단평 : 과연 바닥은 어디인가? 

올해 별점 1점을 받은 쓰레기는 이 두 편입니다. 뭐라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수준의 망작들입니다. 꼭 피해가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7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수상작 없음" 

올해 기타 장르문학은 딱 3권밖에 읽지 않아 선정할 작품이 없네요.

2017년 베스트 역사 도서 : 

"보석 천 개의 유혹" 

단평 : 첫번째 장은 별점 5점도 아깝지 않음. 

올해는 역사 도서 중에서 "대지를 보라" "북로우의 도둑들" "보석 천 개의 유혹" 이 별점 4점이었습니다. 무려 세 권이나 별점 4점이라니 대단하지요.
전부 재미와 가치를 동시에 지닌 좋은 책들이지만 이중 한 권을 꼽는다면, 일제 강점기 시대에 대한 개인적 관심사가 크게 작용한 "대지를 보라", 특정 특정 소재에 집중한 "북로우의 도둑들" 보다는 재미와 대중적인 측면에서 앞서는"보석 천 개의 유혹"을 올해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2017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수상작 없음" 

역사 도서는 좀 가려읽는 편이라 워스트가 대체로 없습니다. 올해 별점 2점 짜리 책은 두 권인데 "워스트"라고 할만한 책들은 아닙니다.

2017년 베스트 디자인 / 스터디 도서 : 

"수상작 없음" 

읽은 책이 2권 밖에 안되기에 평가가 불가하네요.

2017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수상작 없음" 

올해 읽은 10권 모두 고만고만해서 딱히 베스트는 없습니다. 별점 3점짜리 책은 4권인데 이 정도 별점은 베스트로는 좀 애매하죠.

2017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진짜? 가짜?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본 음식 이야기" 

단평 : 전반적으로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다. 

온갖 잡다한 정보를 담아내어서 주제에 걸맞지도 않았고, 깊이있는 내용도 부족한 등 총체적 난국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e-book 으로 읽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2017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작가의 수지" 

단평 : 이쪽 바닥에 속한, 관심있는 사람들 모두의 필독서.

작가로서의 벌이에 대한 상세한 정보 전달은 물론 여러모로 허투루 듣기 어려운 프로 작가의 의식이 선명히 빛나는 멋진 에세이입니다. 재미까지 있으니 별점 4점을 받는건 당연하지요. 이 쪽 바닥 (출판)에 어떤 식으로든 속해 있거나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2017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윤광준의 신 생활명품" 

단평 : "생활 명품"과는 몇 광년 멀어지다. 

올해 기타 도서 중 별점 1.5점을 받은 책은 이 책과 "학교 출입 금지" 의 두 권입니다. 그래도 "학교 출입 금지" 는 애초부터 제 취향은 아닌, 아동용 성장기 비스무레한 책이라 그렇다 치더라도(딸이 골라줘서 억지로 읽었을 뿐입니다...) 이 책은 너무나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당당한 올해의 워스트에요. "생활 명품" 이라는 말이 아까운, 그냥 비싼 명품 소갯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널리고 널린 광고가 태반인 명품 소개 잡지와 구분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오히려 최신 트렌드나 신상을 소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잡지보다도 못합니다.

그 외 만화는 "피너츠 완전판 5"가 별점 4점으로 올해의 베스트이며, 다른 작품들은 대체로 무난했습니다. 딱히 소개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결산평 : 

순수한 책만 따져서 올해도 완독한 책이 100 권이 넘네요. 이 정도면 취미인으로 할만큼 했기에 만족스럽습니다. 추리, 호러 등 장르 문학은 최근 점수가 별로 좋지 않지만, 그래도 작년 보다는 조금 나은 듯 해서 다행이고요. 내년에는 보다 재미있고 가치있는 작품을 많이 읽게 되면 좋겠습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 원하시는 일 다들 이루시는 그런 한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임이 분명할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거에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