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게임 -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예담 |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3 여름, 복수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었다. 중2 때 동급생들이 한 명 한 명 습격당하기 시작하고 결국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다. 범행 예고에서부터 토로요시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4년 전, 학급 내 집단 따돌림의 표적이었던 토로요시. 하지만, 전학 간 토로요시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츠야를 비롯해 뜻을 같이 하는 아이들은 ‘기타중학 방위대’를 결성, 토로요시를 찾아 나서는데…….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 경악할 만한 반전,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상처로 남을 슬픈 이야기. 고3의 끝나지 않는 여름방학을 그린 오기와라 히로시 스타일의 청춘미스터리.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오기와라 히로시는 개인적으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은 다른 그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작가입니다. 장르를 막론하고 기묘할 정도로 유쾌한 분위기와 함께 달릴 때 달려주는 화끈함이 아주 일품이지요.
이 작품은 존재를 전혀 몰랐었는데,, 우연찮게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순전히 작가 이름만 보고 대여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장점만큼은 기대에 값합니다. 입시를 앞둔 중학교 2학년 동창들이 모여, 시덥잖은 농담과 옛 추억담 등을 털어놓고 왁자지껄 떠드는 모습들은 상황과는 걸맞지 않게 유쾌하며, 토로요시를 쫓는 과정과 마지막 습격과 위기는 손에 땀을 쥘 정도로 화끈하고 박진감 넘치거든요. 토로요시의 타겟이 료타 한 명으로 좁혀지고, 료타와 미츠야가 위기에 처하는 클라이막스로 이어지는 전개도 직구 승부로 일관하고 있어서 화끈함을 더해줍니다. 누군가 습격당하고, 그걸 막기 위해 노력하고, 현장을 목격하고 추격을 벌이지만 실패하고.... 의 반복인데 회를 거듭할 수록 폭력의 수위도 업그레이드 되고요. 오로지 직구로만 승부하는 오기와라 히로시 작품답더군요. 마지막 결정구로 토로요시는 이미 죽었고, 그의 부모가 진짜 복수귀였다! 는 반전도 묵직하게 스트라이크로 꽂힙니다.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출만한, 그런 이야기였어요.
이런 장점들 덕분에 읽는 맛 하나만큼은 기대에 값합니다.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삽시간에 읽어버릴 정도로 흡입력은 빼어납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은 아닙니다. 소재와 설정이 굉장히 불쾌한 탓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 토로요시에게 가해진 왕따 행위는 처참하기 이를데 없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전개에서 그에 대한 반성, 속죄는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왕따 가해자들이 스스로를 지키고, 친구의 복수를 하기 위해 '기타중학 방위대' 라는 이름의 친목 자경단(?)을 조직해서 자기들끼리 자경단 놀이를 하는게 내용의 대부분으로 이들에게 닥치는 토로요시의 위협은 힘을 합쳐 극복해야 하는 난관, 토로요시는 최종 보스인거죠. 이래서야 주객이 전도된 셈입니다. 왕따 피해자가 과거의 가해자였던 인간 쓰레기들을 하나씩 쓰러트리면서 최종 보스인 료타를 해치우는 토로요시 시점의 이야기였어야 했는데 말이죠. 최소한 절대악 료타 시점에서 닥쳐오는 복수를 느끼며 두려워하다가 왕따 가해자들이 모두 파멸하는 이야기였어야 했습니다.
토로요시 부모가 그 집요한 복수의 행각으로 욕을 먹고, 죽다 살아난 료타가 불구가 될 수도 있지만 반드시 일어설 것이다!를 다짐하는 마지막 장면은 불쾌함의 정점을 찍어 줍니다. 피해자는 자살하고, 가족은 몰락했지만 가해자 우두머리는 뉘우침도없이 불사조처럼 살아남아서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는건데 이건 피해자 입장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악몽일거에요.
아울러 이야기가 미츠야 시점으로 전개되는 것도 이상합니다. 왕따 가해자는 아니라는 식으로 대충 빠져나가고 있는데,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라 치더라도 피해자 토로요시 시점에서는 도와주지 않았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악질 가해자와 별다를게 없잖아요? 진솔한 반성의 모습도 드러나지 않고요. 이런 놈이 위험을 딛고 성장하여 어른이 된다는 성장기처럼 이야기를 포장하고 있으니 참 염치도 없다 싶었습니다. 야구 소년다운 관련 묘사들은 재기발랄하지만 그 뿐이고요.
마지막으로 토로요시의 부모가 아들을 대신해 복수극을 벌였다는 반전도 설득력 측면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무기, 그 중에서 스턴건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평범한 중년 아저씨가 고3 싸움꾼들을 차례대로 손쉽게 제압한다는건 잘 와 닿지 않았거든요. 높은 굽의 구두로 변장한 것 역시 활동성이 떨어지는건 당연할터라 이유를 알기 어려워서 좀 이상했고요. 차라리 원래 미츠야들이 생각했던 것 처럼, <<홀리랜드>>처럼 토로요시가 급작스럽게 거구가 되었고, 꾸준한 노력으로 힘과 여러가지 기술을 손에 넣었다는 설정이 더 현실적이었을 것 같기는 합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점. 읽는 재미만큼은 높이 평가하지만, 왕따 가해자 옹호를 위한 작품이 아닌가 싶을 생각이 들어서 도저히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제 기준으로는 콜드 게임이 아니라 몰수 게임입니다. 왕따라는 소재가 이렇게 소비되는 작품은 두번 다시는 읽고 싶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토로요시의 부모가 아들을 대신해 복수극을 벌였다는 반전도 설득력 측면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무기, 그 중에서 스턴건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평범한 중년 아저씨가 고3 싸움꾼들을 차례대로 손쉽게 제압한다는건 잘 와 닿지 않았거든요. 높은 굽의 구두로 변장한 것 역시 활동성이 떨어지는건 당연할터라 이유를 알기 어려워서 좀 이상했고요. 차라리 원래 미츠야들이 생각했던 것 처럼, <<홀리랜드>>처럼 토로요시가 급작스럽게 거구가 되었고, 꾸준한 노력으로 힘과 여러가지 기술을 손에 넣었다는 설정이 더 현실적이었을 것 같기는 합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점. 읽는 재미만큼은 높이 평가하지만, 왕따 가해자 옹호를 위한 작품이 아닌가 싶을 생각이 들어서 도저히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제 기준으로는 콜드 게임이 아니라 몰수 게임입니다. 왕따라는 소재가 이렇게 소비되는 작품은 두번 다시는 읽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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