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은 왜 씨암탉을 잡아주실까? - 윤덕노 지음/청보리 |
다수의 음식 관련 서적을 발표한 윤덕노 작가의 2010년에 간행된 책입니다. 주로 우리나라의 음식 관련 속설이나 상식에 대해 풀어주고, 짚어주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장점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했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는 점입니다. 제목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지요. 참고로, 장모님이 사위에게 씨암탉을 잡아 준 이유는 닭은 양기가 넘치며, 씨암탉은 알을 낳으니 자손을 많이 낳으라는 뜻이라네요.
이외에도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몇 가지 소개해드리자면, 우선 고사상에 돼지 머리를 놓는 이유는 고사 자체가 돼지 신에게 바치는 의식이기 때문이랍니다. 돼지는 인간의 재물과 영화를 담당하는 신이며, 높은 신에게 사람의 소망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고도 하고요.
냉면에 무가 들어가있고, 중국 면 요리는 단무지가 반찬인 등 국수와 무를 같이 먹는 이유는 옛 사람들은 밀이나 메밀에 몸에 좋지 않은 맥독이 있다고 믿어서 이를 중화시키기 위함이라네요. <<동의보감>>에도 무는 체한 것을 빨리 내려주고 메밀 국수의 독을 풀어준다고 적혀 있고요. 무에 소화 효소가 풍부해서 나온 이야기겠지요.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를 다녀간 서긍의 <<고려도경>>에 왕족, 귀족만 양과 돼지를 먹고 가난한 백성들은 미꾸라지, 전복, 조개, 왕새우 등을 잘 먹는다고 적혀 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지금과 반대니까요. 미국에서도 오래 전에는 랍스터가 가장 싸구려 음식 재료였다는 이야기와도 비슷하네요.
과거 복날에는 보신탕, 육개장, 팥죽, 연계백숙, 닭찜을 먹었다는데 그 이유도 흥미롭습니다. 음양오행의 조건에 맞춰 더위를 이길 수 있어야 하며, 음식에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성질, 즉 귀신을 몰아내고 질병을 예방하는 재료와 조리법으로 만들어져야 했거든요. 개고기를 복날에 먹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초복, 중복, 말복은 모두 경일로 쇠에 해당하는 날이라 개는 불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신탕을 먹으면 더위를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불은 쇠를 달구고 녹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닭은 흙의 성질을 지닌 탓에 더위를 물리칠 수 없어서 따뜻한 성질을 지닌 인삼을 더한게 복날에 먹는 삼계탕의 유래인 것이고요. 귀신을 몰아내거나 하는 속성이 없는 소고기로 만든 육개장에 고춧가루를 넣어 시뻘겋게 만든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삼계탕은 현대에 들어 개발된 음식이며, 고춧가루의 전래도 그리 이른 시기는 아닌 만큼, 여름과 복날에 삼계탕, 육개장을 먹은 것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을테니 다 나중에 끼워 맞춘게 아닌가 싶군요.
숙주 나물의 숙주라는 이름 유래는 저도 신숙주로 알고 있었는데, 이는 속설이며 한나라 때 사전인 <<설문해자>>에 따르면 콩을 '숙두'라고 하였기 때문에, 콩에서 나오는 싹은 숙두나물이 되었답니다. 그럴듯하네요.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에서 유래된게 아니라, 순수 우리말인 신체의 일부를 나타내는 '도리'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는 추론도 꽤 합리적이에요.
우리의 식문화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사실도 많습니다. '생선회'는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먼저 즐겼다는 주장처럼요. 현존하는 문헌 중 생선회에 관한 첫 기록은 고려 중기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이며, 동 시기 중국 송나라에서도 생선회가 유행하였는데 이는 일본 문헌에 '사시미'가 처음 등장한 1399년보다 최소 150년 이상 앞선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증거라고 하기에는 좀 빈약하지만, 한 번 생각해볼만한 내용으로는 보입니다.
그 외에도 밥 짓는건 조선 사람이 최고라던가, 조선은 두부 왕국이었다는 등의 재미난 기록에 얽힌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재미있지만, 다양성과 재미 측면에서는 이 책이 가장 좋았습니다. 초기작인 덕분에 온갖 재미있을만한 아이디어를 가득 채워넣은게 아닌가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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