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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2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 엘리스 피터스 / 최인석 : 별점 2점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 4점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북하우스
이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캐드펠 수사는 수도원의 영예를 위해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오려는 로버트 부수도원장의 웨일즈행 여정에 동참했다. 유골이 있다는 웨일즈 귀더린에 도착한 일행은 유골 이전을 반대하는 마을 지주 리샤르트와 갈등을 빚었다. 그래서 논의를 다음날 이어가기로 했는데, 리샤르트는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유력한 용의자는 외지인 엥겔라드였다. 엥겔라드는 평소 리샤르트의 딸과 결혼 문제로 다툼을 벌였으며, 범행에 사용된 흉기도 그의 화살이었다...

영국 작가 앨리스 피터스(Ellis Peters)의 캐드펠 수사(Brother Cadfael)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이 시리즈는 20여 년 전 번역 출간되었던 바 있는데, 이번에 북하우스에서 완역본으로 재출간되었습니다. 이전 번역 출간본 제목은 "성녀의 유골"이었지요. 시리즈 중 대표작입니다. 미국 추리 작가 협회(MWA)영국 추리 작가 협회(CWA)에서 각각 선정한 all time best 100에 포함되었을 정도로요.

시리즈 특징인 12세기 영국의 풍경과 분위기를 생생하게 재현한 묘사는 여전히 뛰어납니다. 시리즈의 다른 작품과 달리 웨일즈 귀더린 지방을 배경으로 하는데, 영국 본토와는 다른 웨일즈 특유의 분위기가 마을과 그곳 사람들의 세세한 묘사를 통해 손에 잡힐 듯 그려집니다.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로버트 부수도원장과 마을 지주 리샤르트의 갈등도 흥미로웠습니다. 세속적 욕망으로 변질된 종교가 아무리 권위를 갖추었다 해도, 순수한 신앙과 믿음 앞에서는 얼마나 무력한지를 잘 보여주거든요. 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던, 그리고 수도사가 주인공인 작품의 시대적 분위기와도 잘 어우러졌고요.

추리적인 부분에서도 몇몇 장면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리샤르트의 사체 검시를 통해 사건 현장의 조작 여부를 밝혀내는 캐드펠의 추리가 대표적입니다. 나름 과학 수사인데, 12세기라는걸 감안해도 별로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멋진 추리였습니다. 또한, 쇼네드가 범인 콜룸바누스 수사를 추궁하다가 실수로 그를 죽게 만든 뒤, 그를 성녀의 유골과 함께 ‘빛의 세계’로 보낸 것처럼 꾸미는 마지막 장면이 아주 기발했습니다. 수사가 사라진걸 기적으로 포장하는, 시대에 걸맞는 완전범죄였기 때문입니다. 종교적 신념을 세속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려 한 수도원에 대한 통렬한 복수로도 해석될 수 있고요. 2년 뒤 모두가 행복해졌다는 에필로그도 만족스러웠어요.

그러나 all time best 100에 포함될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뛰어난 '추리' 소설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탓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용의자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리샤르트를 살해할 동기를 가진 사람은 마을 사람들 중에는 없습니다. 다툼이 있었다는 외지인 엥겔라드가 범인일 경우, 그가 현장에 자기 화살을 그대로 남겨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요. 현장을 조작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남는 용의자는 성녀의 유골을 슈루즈베리 수도원으로 옮기려 했던 캐드펠 일행뿐입니다. 리샤르트만 없다면 유골을 쉽게 옮길 수 있으니, 이는 확실한 동기가 됩니다. 그러나 사건 당시 캐드펠과 함께 있었던 수도사들은 범인일 수 없습니다. 결국 기도하러 나갔던 제롬 수사나 콜룸바누스 수사 중 한 명이 범인입니다. 당연히 야망 넘치는 콜룸바누스 수사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고요. 

이 정도로 용의자가 좁혀지면, 사실 둘 중 누가 범인인지는 중요하지 않지요. 문제는 둘 중 누가 범인인지 밝히기 어렵다는 겁니다. 콜룸바누스 수사에게 처방했던 양귀비액이 줄어든 것(그가 제롬 수사에게 먹여 잠들게 만들었기 때문)은 증거가 될 수 없어요. 결국 쇼네드가 성녀로 변장한 뒤, 콜룸바누스를 자극하여 자백을 유도하는 식으로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이렇게 논리적 증거 없이 심리적 압박만으로 범인을 밝혀내는건, 이 작품을 정통 추리소설로 보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중세 영국의 역사적 분위기와 종교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담아낸 점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하지만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는 다소 아쉬워 감점합니다. 역사 미스터리보다는 팩션 드라마에 더 가까운 작품이에요. 정통 추리물을 선호하는 저로서는 앞으로 이 시리즈를 더 읽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2022/08/05

영국 추리작가 협회 (CWA) 선정, 사상 최고의 추리소설 100선 (The Top 100 Crime Novel)

영국 추리작가 협회 (The Crime Writers' Association: CWA)에서 1990년 발표했던 사상 최고의 추리소설 100선 (The Top 100 Crime Novels of All Time) 입니다. 2022년 현재 시점에서 국내 미 출간작은 회색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국내 출간작은 모두 59편입니다. 대부분의 출간작이 상위 50위 이내 (43편) 집중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상위권에 유명 작품이 더 많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몇 년 전에 미국 추리작가 협회 (MWA) 선정 베스트 미스터리 100을 소개해 드렸던 적이 있는데, 비교해서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특히 MWA에서는 1위로 꼽은 셜록 홈즈 시리즈 순위가 낮은게 가장 의외였어요. 세 편 선정된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중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가 다른 유명 걸작들을 능가하는 작품인지는 살짝 의심스러웠고요. 미국 작품은 하드보일드 계열만 주로 선정한게 의도인지도 궁금합니다.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 중에서는 도로시 L 세이어스의 "학원제의 밤"이라던가,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사라진 완구점", 마저리 엘링엄의 작품 등이 눈에 뜨이는데, 언젠가는 국내에 출간되면 좋겠네요.

1위 "진리는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2위 "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3위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존 르 카레

4위 "학원제의 밤" 도로시 L 세이어스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6위 "레베카" 다프네 뒤 모리에

7위 "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8위 "월장석" 윌키 콜린스

9위 [[the ipcress file]] 렌 데이튼

10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11위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12위 "실종 당시의 복장은" 힐러리 워

13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14위 "로그 메일" 제프리 하우스홀드

15위 "기나긴 이별" 레이몬드 챈들러

16위 "살의" 프랜시스 아일즈

17위 "자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스

18위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L 세이어스

19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20위 "39계단" 존 버컨

21위 "셜록 홈즈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22위 "살인은 광고된다" 도로시 L 세이어스

23위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애드거 앨런 포 24위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에릭 앰블러

25위 [[사라진 완구점]] 에드먼드 크리스핀

26위 [[Tiger in the smoke]] 마저리 엘링엄

27위 "가짜 경감 듀" 피터 러브시

28위 "흰 옷의 여인" 윌키 콜린스

29위 [[A Dark-Adapted Eye]] 바바라 바인

30위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제임스 M. 케인

31위 "유리 열쇠" 더쉴 해밋

32위 "배스커빌 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33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존 르 카레

34위 "트렌트 마지막 사건" E.C 벤틀리

35위 [[From Russia with Love]] 이언 플레밍

36위 "경관 혐오" 에드 멕베인

37위 "제리코의 죽음" 콜린 덱스터

38위 "낯선 승객"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39위 "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40위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41위 "독 초콜릿 사건" 앤서니 버클리

42위 "성녀의 유골" 엘리스 피터스

43위 "죽음의 혼례" 엘리스 피터스

44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45위 "재능있는 리플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46위 "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47위 "호수의 여인" 레이먼드 챈들러

48위 "무죄 추정" 스콧 터로우

49위 "내 눈에 비친 악마" 루스 렌들

50위 "벨벳의 악마" 존 딕슨 카

51위 "치명적 반전" 바바라 바인

52위 [[The Journeying Boy]] 마이클 이네스

53위 [[A Taste for Death]] P.D. 제임스

54위 "독수리는 날개치며 내렸다" 잭 히긴스

55위 [[My Brother Michael]] 메리 스튜어트

56위 [[Bertie and the Tin Man]] 피터 러브지

57위 [[Penny Blac]] 수전 무디

58위 [[Game, Set & Match]] 렌 데이튼

59위 [[The Danger]] 딕 프란시스

60위 [[Devices and Desires]] P.D. 제임스

61위 [[Under World]] 레지널드 힐

62위 [[Nine Coaches Waiting]] 메리 스튜어트

63위 [[A Running Duck]] 폴라 고슬링

64위 [[smallbone deceased>> 마이클 길버트

65위 [[The Rose of Tibet]] 라이오넬 데이비슨

66위 [[Innocent Blood]] P.D. 제임스

67위 <<맹독>> 도로시 L 세이어스

68위 [[Hamlet, Revenge!]] 마이클 이네스

69위 "시간의 도둑" 토니 힐러먼

70위 [[A Bullet in the Ballet]] Caryl Brahms & S. J. Simon

71위 [[Deadheads]] 레지널드 힐

72위 "제3의 사나이" 그레이엄 그린

73위 [[The Labyrinth Makers]] 앤서니 프라이스

74위 [[the quiller memorandum>>애덤 홀

75위 "내안의 야수" 마거릿 밀러

76위 [[The Shortest Way to Hade]] 새러 코드웰

77위 "질주" 데스몬드 배글리

78위 [[Twice Shy]] 딕 프란시스

79위 [[The Manchurian Candidate]] 리처드 콘돈

80위 [[the killings at drift>> 캐롤라인 그래험

81위 "야수는 죽어야 한다" 니콜라스 블레이크

82위 "고르키 파크" 마틴 크루즈 스미스

83위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 애거서 크리스티

84위 "녹색은 위험"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85위 [[Tragedy at law]] 시릴 헤어

86위 "콜렉터" 존 파울즈

87위 "기데온과 방화마" J.J. 매릭

88위 "대통령의 유산 The Sun Chemist" 라이오넬 데이비슨

89위 "나바론 요새" 알리스테어 맥클린

90위 [[The Colour of Murder]] 줄리안 시몬즈

91위 [[Greenmantle]] 존 버컨

92위 "모래톱의 수수께끼" 어스킨 칠더스

93위 [[wobble to death>> 피터 러브지

94위 <<붉은 수확>> 더쉴 해밋

95위 [[The Key to Rebecca]] 켄 폴렛트

96위 [[Sadie When She Died]] 에드 멕베인

97위 [[The Murder of the Maharajah]] H.R.F. 키팅

98위 [[What Bloody Man Is That?]] 사이먼 브렛

99위 [[Shooting Script]] 게빈 라이얼

100위 "네 명의 의인" 에드거 월러스

2021/05/07

통 - 프리먼 월스 크로프츠 / 오형태 : 별점 2.5점

 - 6점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 지음, 오형태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부두에서 포도주 통 하역 작업을 하던 해운회사 직원 보로턴은 통 한 개 안에 금화와 시체가 들어있다는걸 알아차렸다. 그런데 브로턴이 회사와 경찰에 신고하던 사이에 통을 누군가 가져가 버렸다. 번리 경감의 수사를 통해 통을 가져간 사람인 훼릭스 씨와 통, 그리고 통 속 금화와 시체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번리 경감은 파리 경시청 경감 르빠르쥬와 함께 피해자 아네트, 피해자의 남편 보와라크 수사에 나서는데....

1920년에 발표된, 고전 본격 추리 소설 황금기 최고 걸작 중 한 편입니다. 작가 F.W.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의 데뷰작이자 대표작이기도 하고요. 유명세답게 이런저런 리스트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편입니다. '주간문춘에서 선정했던 동서미스터리 100'에서는 33위로, '에도가와 란포 본인 선정 미스터리'에서는 9위로 선정했었네요. '히치콕 매거진 선정 세계 10대 추리 소설' 중에서는 무려 2위이고요. 저도 오래 전에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모처럼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이 추리 소설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용의자들 중 누가 진범인지를 밝혀내는 후더닛, 혹은 불가능해 보이는 범죄를 어떻게 저질렀는지 알아내는 하우더닛과 같은 당대에 유행했던 '두뇌 게임', '퍼즐 미스터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작품 속 피해자 아네트는 단순한 교살로 살해되어 추리의 여지는 없습니다. 범인은 훼릭스가 아니면 보와라크 씨일 수 밖에 없거든요. 이 작품은 한 마디로 말해서, 두뇌 게임이 아니라 '수사를 통한 현실감'이 주는 재미를 처음으로 독자에게 선사한 작품입니다. 그 덕분에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겠지요.
1부에서 통을 누가 가져갔는지에 대한 수사도 볼 만 하지만 2부와 3부에 걸쳐 선보이는 본격적인 수사는 감탄을 자아냅니다. 2부는 번리 경감, 파리의 경시총감 쇼베 씨, 르빠르쥬 경감이 보와라크 씨의 알리바이가 완벽하고, 훼릭스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발견하여 그를 체포하는 내용이며 3부는 훼릭스의 변호사가 고용한 탐정 조르쥬 라튀슈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보와라크가 진범임을 밝히는 내용인데, 20세기 초반 시대상을 잘 반영하면서 당시 최신 문물과 단서들을 활용하여 멋지게 표현해 냅니다.

무언가를 수사, 조사하기 위해서는 추리를 통해 가설을 먼저 세우는 덕분에 아예 추리의 여지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이 역시 수사의 영역으로 보는게 타당합니다. 사건 관계자의 증언을 듣고 이를 조사하여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탐문 수사가 대부분인 수사 과정은 추리할 부분이 많지 않고요. 2부에서 놓치거나, 간과했던 부분을 3부에서 검증, 보완하여 진상이 드러나게 될 뿐이거든요. 대표적인게 보와르크의 알리바이입니다. 보와르크는 파리에서 집사와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고 증언하고, 집사 등은 그 시간에 보와르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걸 보장합니다. 그러나 라튀슈의 조사로 이 전화는 파리가 아니라 칼레에서 걸려왔다는게 밝혀지게 됩니다. 확실히 추리가 아닌 수사를 통해 깰 수 있는건 범인의 알리바이 밖에 없지요. 이런 점에서 광고 문구 그대로 '리얼리즘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현실적인 수사 과정에 반해, 고전 본격물에서 흔히 봄직했던, 시체가 들어있던 불길하고 기묘한 '통'의 존재가 결합되어 흥미를 자아내는 설정도 좋습니다. 시체가 들어 있을 수도 있어서 경찰에 신고했지만, 관계자들이 여럿 얽혀 왔다가다 하는 과정이 긴장감넘치고 심지어 웃음까지 자아내는 1부는 아주 흥미로왔으며, 마지막에 시체가 발견되는 클라이막스는 그야말로 압권이었어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고전 중심의 리스트말고, 'MWA 추천 베스트 미스터리 100'과 같은 최신 작품을 포괄하는 리스트에는 선정되어 있지 않은데 이 역시 당연합니다. 시대를 앞서나가고, 경향을 주도한 당대의 최신작이었지만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고, 문제도 많은 탓이에요. 보와르크 씨가 저지른 범죄부터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그는 살해 후에 충분히 사체를 숨길 수 있었습니다. 훼릭스와 사랑의 도피를 했다고 이미 집사와 하녀가 믿은 상태니까요. 구태여 조각상을 한 개 더 주문하면서, 정체가 드러날걸 각오해가면서까지 통을 파리에서 영국으로, 다시 영국에서 파리로 옮길 수고를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시체를 통 속에 넣어둔 뒤, 집사 눈에 띄지 않게 처리하는걸 고민하는게 당연하지요. 훼릭스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그랬다는데, 그럴거라면 파리에서 훼릭스가 아내를 살해하고 도주했다고 꾸미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훼릭스가 수상해 보이도록 만들어 누명을 씌울 생각이었다는데, 통이 깨져서 금화와 함께 시체가 살짝 드러나지 않았다면 사건이 커지지도 않았을 겁니다. 훼릭스에게 누명을 제대로 씌우려면, 이 작품에서처럼 훼릭스가 찾기 전에 시체가 드러났어야 하지만 이는 순전히 우연이었어요.

그래도 통의 이동은 작품의 핵심이니 그렇다 치죠. 그러나 2부에서 보와라크의 알리바이가 확실하다고 의견을 모으는 장면은 여러모로 어설픕니다. 예를 들어 보와라크가 1시 쯤 내린 집중호우를 맞아서 옷이 젖었다는게 그 시간에 밖에 있었던 증거는 될 수 없습니다. 경시총감 쇼베의 말대로 부인이 1시 전에 집을 나갔다는 것도 증명되지 않고요. 지나치게 보와라크를 무죄로 만드려는 억지로 보였습니다.
세부 설정들도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습니다. 훼릭스의 복권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이를 사건에 써먹을 생각을 했다는게 대표적입니다. 게다가 훼릭스와 친구 르 고티에 씨는 복권 이야기를 할 때 보와르크 씨가 있었다고 말하지도 않았어요. 이건 공정하지 않지요. 마지막에 보와르크 씨가 라튀슈에게 모든 범행을 고백한 뒤 그를 죽이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자살하는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울러 가독성이 떨어지는 동서 추리문고의 번역도 역시나 문제가 많네요. '워타르 로드'는 '워털루 로드'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이러한 점 때문에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지금 시점에서 이 작품을 평가한다는게 온당한 처사는 아니겠지만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부와 3부를 묶어서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드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2020/11/08

나선계단의 비밀 -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 / 판도라books : 별점 2점

나선계단의 비밀 (개정판) : 국내 최초 완역판 - 4점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 지음/판도라books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신 여성 레이첼 이네스는 조카 2명과 함께 써니싸이드 저택에서 여름 한 철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먼저 도착하여 현지에서 집사 토마스 존슨을 채용했는데, 그로부터 저택에서 지난 몇 달 동안 아무도 없는 밤에 이상한 현상(문 소리가 나고, 창문이 닫히는 등)이 일어났다는 기묘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날 밤, 레이첼 이네스와 하녀 리디는 그 이상한 현상과 맞닥뜨렸다. 다행히 다음날에 조카 핼시와 커트루드, 핼시의 친구 베일리가 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날 새벽에 저택 주인의 아들 아놀드 암스트롱이 살해되고, 핼시와 존 베일리도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레이첼 이네스는 기묘한 현상과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사관 중 한 명인 제이미슨과 손을 잡는데...

100여년전 발표된 서스펜스 스릴러로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 작품입니다. 다양한 추천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포함되고 있지요. 'MWA 추천 베스트 미스터리 100'에서는 40위네요. 무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보다도 순위가 높습니다!
그러나 이런 명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개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30년 전, 아동용 팬더 추리 걸작선이 마지막이었어요. 절판된지도 오래되었고요. 그런데 찾아보니 e-book으로 번역, 소개되었기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저작권료가 필요없는 퍼블릭 도메인이 된 덕분이겠지요.

읽어보니 명성을 얻고, 걸작의 지위를 굳힌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부분이 분명 있거든요. 합리적인 설정을 고딕 호러와 잘 결합한 아이디어가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밤마다 특정 장소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가 나고, 누군가 저택에 계속 침입하려고 한다는건 괴기스럽습니다. 그러나 이건 '저택 안에 무언가 있고, 몰래 이를 손에 넣으려는 목적'이었던 거에요! 나름 합리적이지요.
이를 피해자 아놀드의 부친인 트레이더즈 은행 회장 폴 암스트롱의 급작스러운 병사, 거금 횡령에 따른 트레이더즈 은행의 파산, 뭔가에 놀라 심장마비로 죽는 집사 토마스 사건 등과 엮은 전개도 합리적인건 마찬가지입니다.
요약해서 설명하자면, 트레이더즈 은행에서 거금을 횡령한건 폴 암스트롱이었습니다. 그는 죽은 걸로 위장하여 횡령한 돈을 가지고 도망칠 속셈이었지요. 그러나 아내가 써니싸이드를 임대한걸 모르고 써니싸이드에 돈을 숨겨 놓았던 탓에 집에 몰래 숨어들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했던 겁니다. 집에 돈을 숨기려면, 원래 주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으니 그럴듯하지요? 집사 토마스는 죽었다고 한 옛 주인을 보고 놀라서 죽었고요. 이 역시 앞서 토마스가 유령을 무서워하는 묘사가 나오는 등 복선을 쌓아 올린 덕에 설득력이 높습니다.
이런 류의 설정을 정통파 고딕 호러와 결합한 아이디어도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이런 류 아이디어의 원조로서 역사적 가치도 높고요. 사실 '몰래 숨어들려는 사람' 쪽에서 바라 본 이야기가 많은데 ("경찰서를 털어라"), '아무 것도 모르는 (집)주인' 쪽 시각에서 본 이야기라 독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이유도 명확히 알겠더군요. 그만큼 문제도 많아요. 가장 큰 문제는 아놀드 암스트롱 살인 사건입니다. 범인이 작 중에서 행적과 과거가 거의 언급되지 않은 가정부 왓슨 부인이기 때문이에요. 뜬금없기 그지없죠. 이건 아무리 봐도 반칙입니다.
사건 속 우연도 지나칩니다. 아놀드가 핼시와 잭 베일리가 저택을 떠난 직후 살해된 것, 왓슨 부인이 거트루드 방에서 핼시의 총을 손에 넣어 살해했다는 것 모두가 우연이었으니까요. 이럴 바에야 아놀드 살인 사건은 빼고, 폴 암스트롱이 저택을 침입하려는 과정을 자세하게 그리는게 더 나았을겁니다.

중요한 순간을 이런저런 이유로 놓치며, 중요한 정보를 사람들이 감추는 식의 옛스러운 전개도 굉장히 지루합나다. 또 모든 사건은 그냥 흘러갈 뿐입니다. 결국 범인인 폴 암스트롱이 사고로 사망하는 식으로 해결되고요. 추리 요소는 거의 등장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더 지루했던 것 같네요. 

짜증나는 등장 인물들도 지루함을 유발하는 요소입니다. 조카 핼시와 거트루드가 대표적입니다. 핼시의 친구이자 거트루드의 연인 잭 베일리는 누가봐도 수상했어요. 거액 횡령에도 연루되어 있고,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새벽 3시에 달아나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러나 둘은 이유는 말하지도 않고, 그저 믿어달라고 징징대기만 합니다. 거트루드는 어느 때 보다 고모가 필요할 때 도와주지 않는다고 절규하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레이첼 이네스가 말한게 맞습니다. "증명이 되어야 나는 믿을 거다. 그때까지는 아무도 믿을 수 없어. 이네스 가문은 그렇다." 이 작품 속 거의 유일한 '상식인' 이 주인공이라는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러나 레이첼 이네스 역시 가문 운운하는 식으로 드러내는 봉건 귀족스러운 사고 방식의 소유자로 짜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는 별다를게 없어요. 시대를 반영하는 흑인 비하 대사도 거슬렸고요.
의미없는 캐릭터들도 많습니다. 왓슨 부인이 아놀드 암스트롱을 살해한 동기를 위해 등장시킨 루시앤, 폴 암스트롱의 협력자 워커 박사, 협박범 니나 캐링턴이 대표적입니다. 본 이야기와 관계없는 곁가지로 분량 늘이기에 불과해 지루함을 더해줄 뿐입니다. 작위적이기도 하고요.

아울러 레이첼 이네스 가족이 저택에서 휴가를 끝내기를 범인 폴 암스트롱이 기다리지 못한 이유도 잘 모르겠어요. 그가 정말로 죽은게 아니라는걸 밝혀내지 못하는 한, 시간은 폴 암스트롱의 편이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한 번 읽어볼 가치는 있지만, 지루하고 짜증나는 요소도 많은 탓에 감점합니다. 필요없는 부분은 과감히 들어내고 속도감있게, 그리고 더 고딕 호러 느낌으로 전개했다면 진짜 걸작이 되었을텐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덧붙이자면, 제가 언급한 문제에는 번역 탓도 있습니다. 문장들이 매끄럽지 않고, 직역도 많으며, 교정도 제대로 보지 않은걸로 보이거든요. 주요 인물인 잭 베일리는 중반까지 '존' 베일리라고 등장할 정도니 말 다했지요. 좋은 번역으로 제대로 읽으면 제 평가가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2020/10/08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 에릭 앰블러 / 최용준 : 별점 2.5점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 6점
에릭 앰블러 지음, 최용준 옮김/열린책들

영국인 추리 소설 작가 레티머는 터키 이스탄불을 여행하다가 우연히 디미트리오스라는 범죄자의 시체를 보게 되었다. 래티머는 디미트리오스에게 강한 흥미가 생긴 나머지 디미트리오스의 행적을 좇아 유럽을 횡단해 가며 이런저런 조사를 벌이는데...

에릭 앰블러가 발표했던 스파이 소설의 고전입니다. 이쪽 바닥에서는 일찌기 걸작으로 인정받은 작품이지요. MWA 선정 베스트 미스터리 100 순위도 17위라는 고순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파이 소설로 알려진 바와 다르게, 범죄자를 쫓는 탐정 수사물로 보는게 맞습니다. 물론 래티머는 제대로 된 탐정은 아니고, 수사도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받아 추억담같은 이야기를 듣고 수집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옛 동화나 민요를 수집하는 민속학자 활동에 가깝지요. 차이점이라면 디미트리오스는 정말로 사악한 범죄자이며, 이야기되는 추억담은 모두 범죄라는 정도고요.

읽으면서 아직도 걸작으로 회자되는 이유는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흔해빠진 스파이 소설이나 느와르, 하드보일드 물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고급스러움이 곳곳에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는 빼어난 묘사들과 생생한 캐릭터들 덕분입니다. 유유부단하며 체면을 중시하는 속물이자 샌님인 주인공 래티머부터 눈부실정도로 생생해요. 뭔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알맹이는 없고,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모습은 실존하는 인물이라는 느낌을 전해 줄 정도입니다. 탐정 수사, 모험물 주인공이 이렇게 평범하고 소심하기도 힘든데, 거의 백여년전 작품에서 자연스럽게 해 내고 있는게 놀랍네요.

조역들도 현실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범죄물, 특히 느와르나 하드보일드에서 자주 등장했던 쌍욕을 하는 범죄자, 보자마자 사람을 죽이는 킬러, 여성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마초와 폭력배들은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사악한 범죄자 디미트리오스조차도 나름 신사적이며, 그를 등쳐 먹으려는 시시한 사기꾼 악당 피터슨조차 철학사를 옆에 끼고 사는 인물로 그려지는 등, 후대의 느와르나 하드보일드와는 캐릭터가 사뭇 달라요. 요즘 작품이라면 당연시되는 불필요한 정사 장면 묘사나 고어, 포르노에 가까운 혐오스러운 폭력 묘사 역시 찾아보기 힘들고요.

실제 등장은 마지막 몇 페이지에 그치는 디미트리오스의 존재감도 발군입니다. 그야말로 '씬 스틸러' 로 돈과 권력을 탐하는 순수한 악당이지만, 기묘한 조직력과 행동력, 관찰력이 잘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가난뱅이 악당 시절, 이웃이었던 프레베자를 범죄에 끌어들이며 한 말이 기억에 남네요. "내가 당신을 고른 건, 비록 당신이 무르고 감상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약삭빠르고 쉽게 흥분하지 않기 때문이야. 내가 그날 당신 방에 갔을 때, 나는 당신이 커튼에 돈을 숨겨 놓았을 거라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당신 같은 사람들은 늘 커튼에 돈을 숨겨 놓거든. 낡은 수법이지. 하지만 당신은 초조한 눈으로 핸드백을 계속 주시했고, 그래서 나는 당신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았어." 라는데,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프레베자는 자기 자신이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이 말에 넘어가 버리고 말지요.

디미트리오스의 여러 악행을 1920~30년대 유럽에서 일어났던 실제 역사에 잘 녹여낸 전개도 그럴듯합니다. 예를 들자면, 디미트리오스는 1922년 터키와 그리스 전쟁으로 벌어진 스미르나 대학살 당시, 피난민들 움직임을 이용하여 그리스로 도주했고, 1924년에 터키 지도자 케말 퍄사 암살 음모에 가담했었으며, 1926년에 유고슬라비아가 오트란토 해협에 설치한 기뢰 위치가 기록된 지도를 빼돌려 프랑스에 팔아먹으려고 했다는 식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약간 팩션 느낌도 전해 주고요.
래티머가 당시 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이스탄불에서 스미르나, 아테네, 소피아, 제네바를 거쳐 파리로 향하는 여정도 마찬가지로 볼 만 합니다. 그런데 구글 지도로 확인해보니 4,162Km에 달하는 거리더라고요. 단순한 호기심으로 이렇게 긴 수사 여행을 떠나는 래티머도 확실히 보통 사람은 아니긴 하네요.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그닥 도드라지는 부분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수사는 별 볼일 없고 - 영국인 작가가 밝혀낼 수 있는 상식적인 수준에 그칩니다. - 디미트리오스의 악행과 범죄는 모두 관계자 증언만 있는 탓입니다. 증거라고는 전무합니다.

그나마 딱 한 가지, 이전 디미트리오스를 협박했던 피서르가 살해된 후 디미트리오스로 위장된 경위를 설명하는 피터슨의 추리 정도만 볼만 했습니다. 여러명이 함께 요트 여행을 간 뒤, 다른 승객이 내릴 때 피서르에게만 따로 이스탄불로 함께 가자고 유혹했다는 추리지요. 그리고 이스탄불에서 피서르를 살해하고 자기 옷을 입혀 바다에 버린 후, 자신은 피서르의 이름으로 투숙한 뒤 떠난 겁니다.
다만 피서르가 자신이 협박하던 디미트리오스와 선뜻 단 둘이 항해를 떠났다는건 설명하기 어렵고, 역시나 증거라곤 하나도 없다는 문제는 큽니다.

또 래티머가 확인했던 사체가 사실은 디미트리오스가 아니라 피서르였다 한 들, 이를 밝힐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프랑스 경찰이 뭘 할 수 있지도 못해서 딱히 디미트리오스에게 위협이 될 사건도 아닙니다. 피터슨이 협박하자 디미트리오스는 살인으로 입을 막으려 하는데,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어보였거든요. 

그리고 피터슨이 디미트리오스에게서 백만 프랑을 울궈낸 뒤, 당연한 보복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건 마찬가지에요. 온갖 범죄를 저질러 왔던 악당인데, 협박범을 그냥 놔 둘리 없잖아요? 래티머도 위험한건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협박은 엄연한 범죄인데 래티머가 공범으로 함께 자리하는 전개도 쉽게 납득하기는 어려웠어요.

피터슨과 래티머를 궁지에 모는 데 성공한 디미트리오스가 래티머를 제압하지 못해 최후를 맞는 결말도 많이 시시했습니다. 래티머는 바닥 양탄자에 미끄러진 탓에 디미트리오스가 쏜 총알을 피할 수 있었고, 이어진 격투로 총을 빼앗는데 성공하는데, 이렇게 운과 우연에 의해 살아남는게 소시민 래티머에게 어울리기는 하지만 조금 더 정교한 무언가를 기대했는데 아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고급스러움을 얻기 위해 도입한 장황하면서 옛스러운 묘사, 그리고 느릿느릿한 전개와 말투는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였습니다. 고급스러움의 반대급부로 지루함이 생겨난 셈이지요. 예를 들어 제목은 래티머가 디미트리오스를 처음 만났을 때 떠오른, '인간은 악마의 가면처럼 얼굴을 사용한다. 얼굴은 자기감정을 보충해 주는 감정을 타인의 가슴속에 불러일으키기 위한 도구다.' 라는 상념에서 비롯된겁니다. 얼굴이 가면같다니! 멋지긴해도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발표 당시에는 걸작이었을테고, 지금 읽어도 멋진 작품이기는 하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추리적인 요소와 재미 측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에 감점합니다. '추리' 보다는 '순문학'에 가까운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열린책들'에서 '세계문학' 으로 출간한게 이해가 됩니다.

덧 1 : 해설이 아주 좋습니다. 서점에서 뒷부분 해설만이라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덧 2 : 원래 "디미트리오스의 관"이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해설에 따르면 원래는 "가면"이 맞다고 하는군요. 미국 출간 당시 제목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도 관 보다는 가면 쪽이 작품에 더 적절합니다.

2020/05/23

레베카 - 대프니 듀 모리에 / 이상원 : 별점 2.5점

레베카 (초판 출간 80주년 기념판) - 6점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현대문학

'나'는 남편 맥심과 함께 작은 호텔에 머물며, 과거 함께 시간을 보냈던 대저택 맨덜리에서의 생활을 회상한다.

'나'는 결혼 후 드 윈터 부인으로 맨덜리에 살게 되었다. 그러면서 맥심 드 윈터의 전처 레베카가 비참하게 사고로 죽었지만, 아직도 맨덜리에 그녀의 그림자가 짙게 남아있다는걸 느꼈다. 그런데 우연히 레베카의 시체가 발견되었고, 그녀 죽음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되었다. 맥심 드 윈터는 '나'에게 자신이 그녀를 살해한 뒤 시체를 숨긴 것이라고 고백하는데...

대프니 듀 모리에의 전설적인 장편 소설입니다. 18~20세기 초반 큰 인기를 끌었던, 상류 사회와 로맨스, 범죄호러를 결합한 '고딕'이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미스터리 소설 중 한 편이지요. 'MWA 추천 미스터리 100'이나 '동서 미스터리 100' 같은 이런저런 리스트에 포함될 정도로 명성만큼 큰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거의 600페이지 가까운 분량으로 이렇게 두꺼운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숙제를 끝내기 위한 사명감 비슷한걸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숙제를 끝내기는 정말로 어렵더군요. 이야기의 2/3 대부분이 드 윈터 부인의 1인칭 심리묘사인데, 그녀의 마음에 전혀 공감할 수 없던 탓이 가장 큽니다. 어린 철부지 소녀가 급작스럽게 대저택의 안주인이 된 당황스러운 마음은 이해가 되지 않는건 아니에요. 그러나 맨덜리 저택과 그 주인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신분이라는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져 시종일관 소심함을 드러내고, 주변 사람들 눈치를 신경쓰고 그들의 반응을 상상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에는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당황스럽고, 철부지였다 하더라도 대저택 안주인으로 몇 개월 보냈으면 당연히 적응을 했어야죠. 몇 개월이 지나도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스스로 극복 하지 못하고 손톱이나 물어 뜯는 모습에는 공감을 할래야 할 수가 없네요. 

이렇게 그녀의 어리버리함이 지나치게 부각되기 때문에, 저택 주변에 항상 맴도는 '레베카'의 그림자가 그리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레베카를 숭배했다는 저택 관리인의 우두머리 댄버스 부인의 악의만큼은 실감나게 느껴집니다만, 이 역시 그녀가 어설퍼서 댄버스 부인의 증오를 초래한 것에 불과합니다. 드 윈터 부인이 댄버스 부인에게 자신이 이제부터 드 윈터 부인이며, 그녀의 윗 사람이라는걸 처음에 확실하게 인지시켰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거든요. 댄버스 부인이 굴복하던가,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알아서 떠나버렸을테니까요.
심지어 지나치게 상황 인식이 부족한 탓에 스스로 사건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합니다. 독자들은 이미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레베카가 정숙하지 못했다는걸 눈치채고 있습니다. 저택을 몰래 방문했던 사촌 파벨이 레베카의 문란한 생활 속 상대 중 하나라는 것도 쉽게 예측 가능하고요. 왜 그녀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지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맨덜리에서 오랫만에 수많은 손님이 방문하는 무도회가 열리는데, 댄버스 부인이 사근사근하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모습에서 무언가 사악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건 너무나도 뻔합니다. 그러나 딱 한 명, 주인공 드 윈터 부인만 모를 뿐이지요. 이래서야 드 윈터 부인이야말로 문제의 원흉이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남편 맥심이 그녀의 적응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건 이해합니다만, 그녀가 속 시원하게 사실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게 더 큰 문제에요. 맥심지어 유일한 그녀의 편인 영지 관리인 프랭크에게는 어려운 상황과 댄버스 부인의 적의에 대해 명확한 사실을 이야기했었어야 했습니다. 그냥 그렇게 느낀다, 와 같은 말로는 부족했어요. 특히나 댄버스 부인이 아무도 모르게 레베카의 사촌 파벨을 맨덜리에 들였던게 탄로난 건은 하인으로서 하면 안될 일입니다. 이걸 꾸짖을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댄버스 부인에게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지루함을 참고, 2/3 정도를 지나면 다행히 명성을 회복합니다. 무도회에서 드 윈터 부인이 댄버스 부인의 복수로 레베카의 옷을 입어 주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 사건이 벌어진 직후, 레베카의 사체가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곧바로 맥심 드 윈터는 아내에게 자신이 레베카를 죽이고 배를 침몰시켰다고 고백하고요. 레베카가 저질렀던 온갖 부정들이 여기서 맥심의 입을 통해 드러납니다. 이후 명백한 침몰 흔적때문에 벌어지는 재심리, 자살로 대충 결론내려지지만 이의를 제기한 사촌 파벨의 협잡 등 여러번의 위기가 몰아치기 때문에 손에서 떼기 힘든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렇게 맥심 드 윈터에게 위기가 연이어 닥치고, 하나씩 위기를 넘는 듯 하지만 위기가 계속되는 전개는 그야말로 '서스펜스'가 뭔지 그 답을 제시해 주는 느낌입니다.
특히나 파벨이 찾아와 협작질을 벌이는 날, 여러 명의 관계자들을 소환해 진상이 무엇인지를 추궁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맥심! 그렇게 하면 안돼!'라는 심정으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들더라고요. 아울러 이를 함께 극복해 나가며 소녀에서 진짜 귀족 여성이 되는 드 윈터 부인의 성장기로서도 볼 만합니다. 그녀의 맥심을 향한 장황한 심리 묘사에 더해, 맥심은 레베카를 진짜로 사랑하지 않았고, 진짜 사랑한건 자신이라는걸 깨닫는 장면 등은 이 작품이 로맨스가 중요한 요소인 고딕이라는 장르라는걸 새삼 깨닫게 해 주고요.

그러나 치안판사 줄리언 대령이 직접 수사에 나설 정도의 단서를 파벨이 제시한게 맞는지는 솔직히 의심스럽습니다. 그가 레베카가 만나자고 보낸 쪽지를 들고 있던건 사실이지만, 그 쪽지가 레베카가 사망한 날 쓰여졌다는 증거는 없으니까요. 오히려 정체를 알 수 없는 쪽지로 지역 명사를 협박한 파벨을 체포하여 재판하는게 당연한 수순이에요.

레베카가 몰래 의사를 찾아간 뒤,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는걸 알게 되었다는 결말도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습니다. 그녀가 이 사실을 알고, 자살 겸 해서 일부러 맥심 드 윈터를 도발한게 진상이라고 해도, 그렇다면 쪽지를 남긴 이유는 설명되지 않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댄버스 부인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도 잘 모르겠고요. 

무엇보다도, 맥심 드 윈터가 어찌되었건 아내를 살해한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정숙하지 못한 아내에 대한 응징으로 포장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범죄에요. 빅토리아 시기 직후, 20세기 초반에야 레베카의 부정이 죽을 죄였을지는 몰라도 지금 시점에서 그렇게 생각하는건 무리지요. 어떤 식으로건 단죄는 필요하다 생각되어서 별로 개운치 못합니다. 단지 저택을 잃은 정도로 끝나기는 부족했어요. 이 때문에 작은 호텔 등에 숨어산다는 현재 역시도 그게 얼마나 큰 벌인지 잘 와 닿지도 않습니다. 히치콕의 영화에서는, 레베카의 사인은 사고사이며 결말은 해피엔딩이라는데 저같은 의문을 품은 사람들을 위한 각색이라 생각됩니다. 헐리우드식이기는 하지만, 이 쪽이 더 명확해서 좋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울러 진상을 눈치 챈 댄버스 부인의 복수도 허망합니다. 저라면 드 윈터 부부가 돌아온 직후, 불을 질렀을 거에요. 그깟 저택이 뭐가 대단하다고....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후반부 1/3은 고딕 미스터리의 대명사다운 놀라운 서스펜스와 몰입감을 자랑하지만, 2/3 분량의 지루함에 대한 압박이 커서 감점합니다. 지금 읽기에는 낡은 요소가 많다는 점에서, 시대를 뛰어넘은 걸작은 아니라 생각되네요. 현대 독자라면, 영화 쪽을 감상하는게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조용한 무더위" 수록작인 "파란 그늘"에서 중요한 요소로 쓰였던, 다과회에 나왔다는 비밀 샌드위치는 어디에 등장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샌드위치는 맥심의 할머니가 티 타임에 먹은 물냉이 샌드위치, 맨덜리에서 먹는다고 언급된 오이 샌드위치가 기억에 남을 뿐인데 말이죠.
여기서 무언가 요리를 발췌한다면, 드 윈터 부인이 처음 보고 놀란 호화스러운 아침 식사나, 매형 자일즈가 감탄하는 영국에서 제대로 된 음식의 대표격인 수플레, 차를 마실 때 빠지지 않는 스콘과 카스텔라가 더 나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019/11/16

추리 소설 30선

출처 : MLB park

영국추리작가협회 선정 1위부터 100위까지 작품과 미국추리작가협회 선정 1위부터 100위 작품들, 그리고 일본 미스테리 독자 선정 서양 추리소설 1위부터 100위에 뽑힌 작품들 순위를 기본으로, 여기에 추리소설 평론에 있어 가장 권위를 갖는 평론가들인 데이비드 레먼, 하워드 헤이크래프트, 줄리언 시먼스, H.R.F. 키팅이 뽑은 100대 추리소설과 미국 독립서점협회에서 선정한 100대 추리소설 리스트를 보완해서 뽑은 역사상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추리소설 30편 순위라고 합니다.
저도 MWA 추천 베스트 미스터리 100 이라던가, 일본의 주간문춘 선정 동서 미스터리 베스트 100의 해외편 등을 관심깊게 보아 왔는데, 고전 중심으로 추리 소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친숙하고, 국내 소개된 작품들이 많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한 리스트라 생각합니다. 

너무 오래되어 지금 읽기에는 큰 재미나 가치를 느낄 수 없는 작품들이 일부 있고, 어떤 작품은 순위와 선정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대체로 평균 이상의 좋은 작품들이거든요. 특히나 고전과 역사적 작품들이 많다는 점에서 추리 소설 입문자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을 듯 합니다.

순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리뷰가 있는 작품은 링크가 걸려 있으며, 리뷰는 없지만 읽었던 작품은 붉은색,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은 회색입니다. "레베카"와 "유리 열쇠"부터 빨리 찾아 읽어봐야겠네요. 

* 2020/02/01 "유리 열쇠" 링크 추가
* 2020/08.30 "레베카" 링크 추가
* 2020/12/31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링크 추가
* 2022/11/27 "로그 메일" 링크 추가

30. 유리 열쇠 (대실 해밋)

29. 붉은 수확 (대실 해밋)

28.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27. 로그 메일 (제프리 하우스홀드)

26. 재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

25.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존 르 카레)

24. 광고하는 살인 (도로시 세이어즈)

23.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22. 가짜 경감 듀 (피터 러브지)

21. 트렌트 최후의 사건 (E C 벤틀리)

20.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세이어즈)

19. 대학제의 밤 (도로시 세이어즈)

18. 39계단 (존 버컨)

17. 사라진 완구점 (에드먼드 크리스핀)

16.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존 르 카레)

15. 실종당시 복장은 (힐러리 워)

14. 바스커빌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13. 디미트리오스의 관 (가면) (에릭 엠블러)

12.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1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셔 크리스티)

10. 빅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9. 월장석 (윌키 콜린즈)

8. 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7. 레베카 (다프네 듀 모리에)

6.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제임스 케인)

5.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4. 말타의 매 (대실 해밋)

3. 애크로이드 살인 (애거셔 크리스티)

2. 셜록 홈즈 단편집 (아서 코난 도일)

1. 진리는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2017/12/25

죽이는 요리책 - 케이트 화이트 엮음 / 김연우 : 별점 2점

죽이는 요리책 - 4점
케이트 화이트 엮음, 김연우 옮김/라의눈

MWA (미국 추리 작가 협회) 에서 소속 작가들을 대상으로 레시피를 추천받아 모아 놓은 요리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 속 요리"라는 주제로 글을 조금 쓰고 있기 때문에 흥미가 생겨 구입했습니다.
구입 전부터 "요리"와 "추리 소설" 에 관련된 글들은 아니고 단순한 레시피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별로 큰 기대도 없었고요. 

역시나, 책은 유명 작가들이 짤막한 레시피 소갯글과 함께 레시피를 실어 놓은게 전부라 딱히 언급할 내용이 많지는 않네요.
오히려 책의 성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제가 이런 의뢰를 받았다면 최소한 제 작품, 자기 작품에 등장했던 인상적인 레시피를 소개했을 겁니다. 루이즈 페니의 "마담 브누아의 투르티에" 처럼 말이지요. 루이즈 페니는 자신의 작품 속 묘사와 함께 투르티에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작품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소재에 불과하긴 하지만, 최소한 자신의 작품 속에는 등장하는 소재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의 특기 요리" 라던가, "내 시리즈 탐정이 즐겨 먹음직한 요리"라면서 작품과 별 상관도 없는 레시피들이 실려 있는 건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아울러 "MWA" 소속이지만 지명도가 떨어지는 작가들이 많다는 점도 책의 매력을 반감시킵니다. 전부 110명의 작가가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는데, 제가 이름을 들어보았거나 한 권이라도 책을 읽어본 작가는 15명이 채 안 됩니다. 제가 그래도 추리 소설을 꽤 읽은 편인데 이 정도라면, 아마 일반 독자분들은 한두 명(리 차일드나 제임스 패터슨, 길리언 플린 정도?) 알 정도겠지요. 유명 작가의 레시피라면 팬심으로라도 구해 볼지 모르겠는데 이름을 알 만한 작가조차 적으니, 우리나라에서는 여러모로 흥행하기 힘든 책이겠구나 싶습니다. 

또 레시피들의 거의 대부분이 "오븐"을 필요로 해서 집에서 해 먹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재료도 많고요. 토머스 H. 쿡의 "채식주의자 칠리 프롤로그" 는 아주 그럴듯해 보이는데 "초리조" 를 어떻게 구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아예 절망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존 매커보이의 "파산자의 굴라시" 처럼 국내에서도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이루어진 레시피도 제법 되니까요. 파산자의 굴라시는 제일 먼저 간 쇠고기를 양파, 피망과 함께 냄비에 볶은 후 마늘 소금으로 간합니다. 국수를 알 덴테 직전까지 삶아 쇠고기, 채소를 볶은 냄비에 넣고 토마토 소스도 넣은 후 뚜껑을 연 채 약한 불에 15분 정도 끓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케첩을 넣어 잘 섞으면 완성입니다. 맛있어 보이죠?
또 "베이커 가의 음식 사냥개"라는 제목으로 홈즈의 작품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소개한다던가, "당신의 정원에 있는 예쁜 독"이라는 제목으로 일상 속 독초를 소개하는 식으로 짤막하게 실린 몇 가지 팁들은 무척 반가웠습니다. 책도 만듦새는 아주 좋고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딱히 마음에 드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유명 작가가 되면 몇 줄의 레시피 소개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어서 참 좋겠다는 생각만 들 뿐입니다. 수록 작가 중 누군가의 굉장한 팬이 아니시라면 딱히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25,0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더더욱 말이죠.

2014/11/20

맹독 - 도로시 L. 세이어즈 / 박현주 : 별점 2.5점

맹독 - 6점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시공사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성 추리소설가 해리엇 베인은 전 애인 필립 보이스를 비소로 독살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녀에게 반한 피터 윔지경은 배심원 합의 실패로 생긴 한 달간의 유예 기간을 이용해 그녀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사건에 뛰어드는데...

귀족 탐정 피터 윔지경 시리즈 중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MWA 추천 베스트 미스터리 100"에도 36위로 선정되어 있지요.

시리즈가 워낙에 유명해서 이전에 두어 권 읽어본 적은 있으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 작품은 예상 외로 재미있더군요. 그동안 제가 이 시리즈를 재미없게 느끼게 만들었던 가장 큰 원흉인 피터경이 이번에는 꽤 친근하게 다가온 덕이 큽니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중간중간 유식한 티를 내는 인용 문구, 과시적인 소비 행태, 그리고 첫눈에 반했다는 이유 하나로 해리엇 베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신사 중의 신사, 귀족 중의 귀족이라는 여성 판타지를 집대성해 놓은 비현실적이고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캐릭터 속성은 여전합니다. 그래도 이번엔 꽤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게 묘사되어서 이전에 읽었던 작품들보다는 훨씬 낫더라고요. 공부 잘하고 돈도 많은 엄마 친구 아들이지만, 허술한 데도 있고 유쾌해서 밉지 않은 친구처럼 느껴졌거든요. 연예인으로 따지자면 유희열 같은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여신님"의 베르단디를 여성들이 바라보는 시각이 이런 것일까 싶은데, 남성 독자인 제게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당대 인기 시리즈 주인공다운 매력은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작품 뒤 해설을 보니, 도로시 세이어즈 여사 본인이 작중 해리엇 베인처럼 농락당하고 버려진 경험이 있었고, 이 작품에서 그 반대의 이상향을 심혈을 기울여 투영한 것이라는 설명이 있는데 수긍이 갑니다.
그 외 등장인물들도 인상적입니다. 못하는 게 없는 집사 번터의 활약도 눈에 띄였고, 종교로 개심한 전직 금고털이 빌은 완전 씬 스틸러 수준이었습니다. 이제 평범한 열쇠장수로 정직하게 살아가는 인물인데, 피터경이 칭찬하자 “이런 승리를 주신 주님께 감사를!”이라고 외치는 장면은 정말 유쾌했어요.
이러한 캐릭터 묘사는 번역의 힘도 커 보입니다. 이전에 "동서추리문고"로 읽었던 다른 작품들도 제대로 번역된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이런 캐릭터들 외에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추리물로의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탓입니다. 마지막에 피터경이 "비소 과자"를 대접하며 벌이는 추리쇼는 꽤 기발하고 재미있지만, 그 외의 추리 전개는 고전 황금기 걸작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범인의 정체와 동기가 작품 초반에 드러나버리고 마니까요. 

경찰 수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피터경 홀로 사적인 네트워크와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사건을 수사하여 해결한다는 전개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결정적 역할은 머치슨양이나 클림슨양 같은 피터경의 부하들이 맡고, 단서를 밝혀내는 과정에서도 우연이 너무 많이 작용하는 문제도 큽니다. 머치슨양이 자물쇠 따기를 직접 배우는 디테일은 좋았지만, 클림슨양이 유언장을 발견하고, 머치슨양이 비밀 공간을 발견하는건 거의 우연에 의한 것이었거든요.

트릭은 "어떻게 비소를 먹였는가?"라는 한 가지 뿐인데, 이 역시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핵심은 독에 대한 내성을 키웠다는건데, 이런 이론이 실제로 가능한지 부터가 의문이에요. 오히려 몸에 독이 축적되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대실 해밋의 단편  "파리 종이"와 비교해도 설득력은 떨어집니다.

몇몇 작위적인 설정도 눈에 거슬립니다. 몰래 어쿼트의 모발을 입수하여 비소 검사를 한다는 장면이 대표적인데, 이미 유언장 위조라는 정황증거가 충분하기 때문에 당연히 체포 후 정식으로 모발 검사를 했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피터경의 귀족 마인드가 강하게 드러나는 것도 별로였어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피터경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대표작이라는 점과, 여성 부하들의 활약을 여성 첩보원처럼 그려낸 부분은 인상적이며 007 시리즈처럼 경쾌한 진행은 시대를 앞서간 듯한 매력이 있지만, 추리적인 완성도 면에서 부족하기에 감점합니다. 작품 수준만 놓고 보면 동 시기에 크리스티 여사와 자웅을 겨뤘다는 것이 솔직히 잘 믿기지 않네요. 귀족 탐정이라는 캐릭터가 인기의 비결이었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읽은 피터 윔지경 시리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아직 피터경 시리즈를 읽지 않으신 분들께는 입문작으로 추천드립니다. 특히 여성 독자분들에게는 조금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013/12/25

내 안의 살인마 - 짐 톰슨 / 박산호 : 별점 3점

내 안의 살인마 - 6점
짐 톰슨 지음, 박산호 옮김/황금가지
이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텍사스 작은 마을의 신뢰받는 부 보안관 루 포드는 창녀 조이스와 얽힌 뒤, 과거 자신을 괴롭혔던 정신적인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느꼈다. 결국 조이스를 그녀를 짝사랑하는 엘머 콘웨이와 엮어 살해했지만 조이스가 큰 상처를 입고도 살아있는 채 발견되자 루는 걷잡을 수 없게 폭주하게 되는데....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를 앓고 있지만, 운 좋게 그것을 숨겨온 주인공 루 포드가 특정 사건을 계기로 폭주를 벌이는 이야기를 1인칭으로 그린 범죄 - 심리 서스펜스물입니다. "MWA 추천 베스트 미스터리 100"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 1952년도에 발표된 고전이기도 합니다. 이 리스트가 없었더라면 아마 읽게 되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여튼 찾아 읽어보게 되었네요.

작품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돌직구'입니다. 죽이고 싶고, 죽여야 하면 바로 죽입니다. 이렇게 시종일관 돌직구 스트라이크가 팍팍 꽂힙니다. 때문에 루 포드 캐릭터 묘사가 가장 중요한데 캐릭터 묘사, 즉 직구의 구위 역시 일품입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굿 가이로 통하지만 실상은 잔인무도한 살인마 주인공이 이렇게 설득력 있게 표현된 작품도 드물지요. 1인칭 시점으로 여러 가지 살인 계획을 세우고 수행하는게 냉정하면서도 하나의 게임처럼 그려지고 있는데, 정말로 오싹할 정도였어요. 그야말로 소시오패스 그 자체인 인물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귀공자 연쇄살인마 "테드 번디"가 살짝 연상되는데, 작품 발표 시기가 테드 번디 사건 20여 년 전이라는걸 보면 그야말로 이 분야의 선구자라 불러도 무방할 겁니다.

이러한 캐릭터를 날것 그대로 생생하게 그리는 묘사도 대단합니다. 하드보일드 작가가 맘먹고 그려낸 "나쁜 놈"이라는 이미지인데, 1인칭 하드보일드 스타일 범죄물은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등의 작품이 있기는 하나 이 작품의 범인은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달라요. 타당한 동기는 뒷전인 살인마니까요.

아울러 최초 범행에서 받은 뒤 우연찮게 사용한 20불의 존재가 동네의 껄렁한 불량아인 조니에게 이어지고, 교도소 안에서 살해한 조니가 사실 알리바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다른 희생양을 찾아 약혼녀를 살해하고, 협박범을 강도로 위장하여 살해하는 등의 모든 범행이 1인칭으로 그려져서 도서 추리물 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것도 독특했어요. 마지막의 조이스가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는 반전도 나쁘지 않았고요. 사실상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다는 점에서 더더욱 말이죠.

그러나 불필요한 잔설정이 많은 것은 좀 아쉽더군요. 초반에 루 포드가 다국어를 하고 심심풀이로 미적분을 푸는 지적인 인물로 묘사되지만, 이후 그러한 설정은 별로 드러나지 않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루 포드가 정신적 문제를 가지게 된 계기인 가정부와의 에피소드, 그의 죄를 뒤집어썼던 의붓형 마이크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히 사족이었습니다. 이왕지사 돌직구를 날리려면 그냥 나쁜 놈이다는 식으로 가는 게 더 좋았을 겁니다.

전개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콘웨이는 처음부터 진범을 알고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초반에 보안관 밥에게 무언가 이야기했다는 것이나, 조니 파파스의 아버지 가게를 리모델링하는걸 돕는 식으로요. 그런데 왜 루 포드를 그냥 방치해서 사건을 키우는지는 전혀 설명되지 않습니다. 또 변호사 빌리 보이 워커가 루 포드를 정신병원에서 꺼낸 것 때문에 불필요한 마지막 사건이 또 일어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이렇게 설정면의 오류나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는 어딘가의 연재물이 아니었을까 짐작하게 만듭니다(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문제는 있지만 강력한 소설로, 컨트롤은 별로지만 돌직구 하나로 타자를 제압하는 투수가 연상되는 작품입니다. 지나치게 잔인하고 묵직한, 불쾌감 남는 묘사 탓에 모든 분들께 권해드리기는 어려우나 명성에 어울리는 가치는 충분하죠. 시대를 뛰어넘어 여러 차례 영화화 된 이유는 분명해 보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크리스마스에 읽고 리뷰를 올리기에는 좀 너무하네요....

2013/12/17

나의 로라 - 비라 캐스퍼리 / 이은선 : 별점 3점

나의 로라 - 6점
비라 캐스퍼리 지음, 이은선 옮김/엘릭시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모의 유명 여성 카피라이터 로라 헌트가 자택에서 총살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녀는 연인 셸비와 결혼을 앞둔 상태였다. 사건을 맡게 된 형사 마크 맥퍼슨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얼굴도 본 적 없는 그녀에게 빠져드는데...

원제는 "로라(Laura)". 여성 작가 비라 캐스퍼리의 작품입니다. 여성 작가가 쓴 하드보일드물의 대표작 중 한 편입니다. MWA 추천 베스트 미스터리 100에도 당당히 선정된 고전으로, 챈들러와 말로우가 모두 소개된 현 시점에서 본다면 국내 출간은 외려 늦어보이기까지 합니다(챈들러 완역은 하루키가 팬이라는 것이 잘 알려진 탓도 클 것 같긴 하지만요).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팜므파탈과 마초 탐정(또는 형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서사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형사 마크는 본인 스스로 무식하다고 여기지만, 꾸준한 독서를 통해 이지적인 면을 갖춘 노력가입니다. 여성을 함부로 무시하거나 혐오하지도 않고요. 강렬한 폭력 충동도 보이지 않는 냉정한 인물입니다. 여성 주인공 로라 역시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남자를 농락하고 벗겨먹으려는 악녀가 아닙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현재의 지위를 차지했고, 남자를 고르는 것도 본인의 주체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하는 독립적 여성입니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너무 빛나서 주변 남자들이 나방처럼 몰려들고, 그래서 서로가 불행해진다는 측면에서 보면 궁극의 팜므파탈일 수도 있겠지만, 여튼 이렇게 등장 인물들부터 전형적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현대적으로 느껴질 정도에요.

또한, 이러한 등장 인물들이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로 그려져 설득력을 더해 줍니다. 영화 각본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답게 상황별로 장면이 연상되는 묘사력도 빼어나며, 등장 인물들에게 딱 들어맞는 명대사가 잘 어우러져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명곡 "Smoke Gets in Your Eyes"가 초연되었던 뮤지컬 "로버타"의 언급 등 당대의 시대상을 알려주는 묘사 역시 깨알 같은 재미를 느끼게 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화자가 월도 - 마크 - 로라 순으로 바뀌며 전개되는 것도 좋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서술 트릭같이 이야기를 꼬아놓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확실하다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1인칭 시점 덕분에 각 캐릭터들에 대해 독자가 더 깊게, 상세히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월도가 얼마나 현학적이고 자기 과시욕으로 똘똘 뭉친 질투의 화신인지, 마초 경찰로 보였던 마크가 피해자로 알았던 로라에 대해 알아갈수록 왜 흔들리는지, 로라는 대체 어떤 여자인지에 대해서 이보다 더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요. 아울러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동기, 즉 월도 스스로 영원히 조종할 수 있었던 로라가 자신의 품을 벗어나게 되자 격렬한 살의를 품게 되었다는 것도 꽤 그럴듯하게 설명됩니다.

그 외에 셸비가 잃어버린 금담배갑, 그가 산 싸구려 술이 단서가 된다는 복선도 나름 잘 짜여져 있는 등 전체적인 전개도 충실합니다.

그러나 단점도 분명합니다. 일단 사건이 순전히 우연에 의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다이앤이 로라의 집에 머물게 된 것, 셸비가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 모두 우연입니다. 최소한 경찰 신고만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도 월도가 용의선상에서 벗어나는 건 어려웠을 거에요. 아울러 로라의 유죄가 강하게 시사되는 상황에서 마크가 아무런 단서도 없이 그녀의 무죄를 믿는다는건, 기존 하드보일드에서 팜므파탈에게 사로잡혀 진실을 망각하는 남성 피해자 역할이 반복되는 것에 불과해 이 작품의 장점을 퇴색시키는 듯하여 아쉬웠습니다.

추리적으로도 앞서 이야기한 복선 이외에는 별다른 인과관계 없이 사건이 벌어지는 편이라 눈여겨볼 부분이 없습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낭비된 복선이 거슬립니다. 예를 들면 꽤나 중요하게 언급되던 왈도의 골동품 사랑이 실상 전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최소한 로라에게 선물한 화병은 좀 더 비중 있게 다루어졌어야 하는데, 전형적인 맥거핀에 불과해 실망스러웠습니다. 마지막 왈도와의 사투를 다룬 결말도 헐리우드스러워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차라리 본인의 의지는 아니지만 모두가 불행해지는, 운명대로의 결말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장점도 확실하고 읽는 재미도 뛰어난 고전임에는 분명합니다. '엘릭시르' 시리즈다운 예쁜 디자인과 일러스트도 아주 마음에 들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전형적인 남성향 하드보일드물에 식상하신 분들께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영화화되어 큰 히트를 치고 하드보일드 영화 걸작선에 이름을 올렸다는데, 영화도 꼭 한번 구해보고 싶어지네요. 호러 영화로 더 알려진 빈센트 프라이스가 잘생긴 매력덩어리 셸비 역으로 출연한다니 더더욱이요!

2013/12/04

MWA 추천 베스트 미스터리 100 정리

얼마전 올린 글에 필받아서 다시 정리해 본 MWA 추천 베스트 미스터리 100.
읽은 책 중 리뷰가 있는 것은 링크, 없는 것은 적색, 국내 출간되었지만 아직 안 읽은 것은 검은색, 그리고 미출간 작품은 회색으로 체크하였습니다.

100위가 두권이라 총 101권의 책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 중 국내 미출간작은 31권입니다. 남은 70권 중 49권을 읽었네요.
안 읽은 작품들은 취향이 아닌 것도 있지만 최근 소개된 작품도 제법 많으니 이번 정리를 기회삼아 찬찬히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읽고 소장도 하고 있는데 리뷰가 없는 작품은 다시 읽고 리뷰를 올려야겠어요. 왜 빠졌을까...

* 2013.12.17 "나의 로라" 추가 (총 50권 독파)
* 2013.12.25 "내 안의 살인마" 추가 (총 51권 독파)
* 2014.01.21 "몰타의 매" 링크 추가
* 2014.11.20 "맹독" 추가 (총 52권 독파)

* 2014.12.30 국내 출간작 추가
* 2015.12.08 "브랫 패러의 비밀" 추가 (총 53권 독파)
* 2020.02.01 "유리 열쇠" 추가 (총 54권 독파)
* 2020.05.23 "레베카" 추가 (총 55권 독파)
* 2020.10.08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추가 (총 56권 독파)
* 2020.11.8. "나선 계단의 비밀" 추가 (총 57권 독파)
* 2022.11.27 "로그 메일" 추가 (총 58권 독파)
* 2025.03.22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성녀의 유골) 추가 (총 59권 독파)

- 총 101권 중 국내 출간작이 74권, 미 출간작은 27권이네요. 제가 읽은 것은 73권 중 59권입니다.
1 "The Complete Sherlock Holmes", Arthur Conan Doyle. -셜록홈즈 전집
2 "The Maltese Falcon", Dashiell Hammett. "몰타의 매"
3 "Tales of Mystery and Imagination", Edgar Allan Poe - 에드거 앨런 포 단편집 (우울과 몽상)
4 "The Daughter of Time", Josephine Tey. "진리는 시간의 딸"
5 "Presumed Innocent", Scott Turow. "무죄추정"
6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John le Carre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7 "The Moonstone", Wilkie Collins. "월장석"
8 "The Big Sleep", Raymond Chandler. "크나큰 잠"
9 "Rebecca", Daphne du Maurier. "레베카"
10 "And then there Were None", Agatha Christie.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11 "Anatomy of a Murder", Robert Traver.
12 "The Murder of Roger Ackroyd", Agatha Christie.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13 "The Long Goodbye", Raymond Chandler. "기나긴 이별"
14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 James M. Cain.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 번 울린다."
15 "The Godfather", Mario Puzo. "대부"
16 "The Silence of the Lambs", Thomas Harris. "양들의 침묵"
17 "A Coffin for Dimitrios", Eric Ambler.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18 "Gaudy Night", Dorothy L. Sayers.
19 "Witness for the Prosecution", Agatha Christie. "검찰측 증인"
20 "The Day of the Jackal", Frederic Forsyth. "자칼의 날"
21 "Farewell, My Lovely", Raymond Chandler. "안녕 내 사랑"
22 "The Thirty-nine Steps", John Buchan. "39계단"
23 "The Name of the Rose", Umberto Eco. "장미의 이름"
24 "Crime and Punishment", Fyodor Dostoevski. "죄와 벌"
25 "Eye of the Needle", Ken Follett. "바늘 구멍"

26 "Rumpole of the Bailey", John Mortimer.
27 "Red Dragon", Thomas Harris. "레드 드레건"
28 "The Nine Taylors", Dorothy L. Sayers. "나인 테일러즈"
29 "Fletch", Gregory McDonald. "플레치"
30 "Tinker, Taylor, Soldier, Spy", John le Carre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31 "The Thin Man", Dashiell Hammett. "그림자 없는 남자"
32 "The Woman in White", Wilkie Collins. "흰옷을 입은 여인"
33 "Trent's Last Case", E. C. Bentley. "트렌트 마지막 사건"
34 "Double Indemnity", James M. Cain "이중배상"
35 "Gorky Park", Martin Cruz Smith. "고르키 파크"
36 "Strong Poison", Dorothy L. Sayers. "맹독"
37 "Dance Hall of the Dead", Tony Hillerman.
38 "The Hot Rock", Donald E. Westlake. "뉴욕을 털어라"
39 "Red Harvest", Dashiell Hammett. "붉은 수확"
40 "The Circular Staircase", Mary Roberts Rinehart. "나선 계단의 비밀"
41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Agatha Christie. "오리엔트 특급살인"
42 "The Firm", John Grisham.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43 "The Ipcress File", Len Deighton.
44 "Laura", Vera Caspary. "나의 로라"
45 "I, the Jury", Mickey Spillane. "내가 심판한다"
46 "The Laughing Policeman", Maj Sjowall and Per Wahloo. "웃는 경관"
47 "Bank Shot", Donald E. Westlake.
48 "The Third Man", Graham Greene. "제3의 사나이"
49 "The Killer Inside Me", Jim Thompson. "내 안의 살인마"
50 "Where Are the Children?", Mary Higgins Clark.
51 "A Is for Alibi", Sue Grafton. "여형사 K" ("의미없는 알리바이")
52 "The First Deadly Sin", Lawrence Sanders. "제 1의 대죄"
53 "A Thief of Time", Tony Hillerman. "시간의 도둑"
54 "In Cold Blood", Truman Capote. "인 콜드 블러드"
55 "Rogue Male", Geoffrey Household. "로그 메일"
56 "Murder Must Advertise", Dorothy L. Sayers. "광고하는 살인"
57 "The Innocence of Father Brown", G. K. Chesterton. "브라운 신부의 동심"
58 "Smiley's People", John le Carre "스마일리의 사람들"
59 "The Lady in the Lake", Raymond Chandler. "호수의 여인"
60 "To Kill a Mockingbird", Harper Lee. "앵무새 죽이기"
61 "Our Man in Havanna", Graham Greene.
62 "The Mystery of Edwin Drood", Charles Dickens.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
63 "Wobble to Death", Peter Lovesey.
64 "Ashenden", W. Somerset Maugham. "어쉔덴"
65 "The Seven Percent Solution", Nicholas Meyer. "7퍼센트 용액"
66 "The Doorbell Rang", Rex Stout.
67 "Stick", Elmore Leonard.
68 "The Little Drummer Girl", John le Carre "리틀 드러머 걸"
69 "Brighton Rock", Graham Greene.
70 "Dracula", Bram Stoker. "드라큘라"
71 "The Talented Mr. Ripley", Patricia Highsmith "재능있는 리플리씨"
72 "The Moving Toyshop", Edmund Crispin.
73 "A Time to Kill", John Grisham. "타임 투 킬"
74 "Last Seen Wearing", Hillary Waugh.
75 "Little Caesar", W. R. Burnett.
76 "The Friends of Eddie Coyle", George V. Higgins
.
77 "Clouds of Witness", Dorothy L. Sayers. "증인이 너무 많다"
78 "From Russia, with Love", Ian Fleming.
79 "Beast in View", Margaret Millar. "내 안의 야수"
80 "Smallbone Deceased", Michael Gilbert.
81 "The Franchise Affair", Josephine Tey.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82 "Crocodile on the Sandbank", Elizabeth Peters.
83 "Shroud for a Nightingale", P. D. James. "나이팅게일의 수의"
84 "The Hunt for Red October", Tom Clancy. "붉은 10월"
85 "Chinaman's Chance", Ross Thomas.
86 "The Secret Agent", Joseph Conrad. "비밀요원"
87 "The Dreadful Lemon Sky", John D. MacDonald.
88 "The Glass Key", Dashiell Hammett. "유리열쇠"
89 "Judgment in Stone", Ruth Rendell. "활자 잔혹극 (유니스의 비밀)"
90 "Brat Farrar", Josephine Tey. "브랫 패러의 비밀"
91 "The Chill", Ross Macdonald. "소름"
92 "Devil in a Blue Dress", Walter Mosley.
93 "The Choirboys", Joseph Wambaugh.
94 "God Save the Mark", Donald E. Westlake.

95 "Home Sweet Homicide", Craig Rice. "스위트홈 살인사건"
96 "The Three Coffins", John Dickson Carr. "세 개의 관"
97 "Prizzi's Honor", Richard Condon.
98 "The Steam Pig", James McClure.
99 "Time and Again", Jack Finney.

100 "A Morbid Taste for Bones", Ellis Peters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성녀의 유골)"
100 "Rosemary's Baby", Ira Levin "로즈메리의 아기"

2013/12/02

MWA 범죄 소설 추천 리스트 얼마나 읽었나

자주 가는 국내 최고의 추리 동호인 사이트 하우미에서 퍼옵니다.

MWA 범죄 소설 추천 리스트 얼마나 읽었나;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많이 알려진 리스트이기는 하나 조금 더 인터랙티브하게 구성되어 있네요. 관심 있으시면 재미삼아 한번씩 해 보시길~

제 점수는 47점. 음.. 아직 공부가 많이 부족하군요.

2009/12/07

이 미스터리를 읽어라! 해외편 - 본격물 목차 소개

이전에 읽었던 "이 미스터리를 읽어라 - 일본편" 에 이은 해외편입니다. 형이 구입했기에 빌려서 읽게 되었죠^^ (땡쓰~)

무려 100편이나 되는 작품이 총 7편의 큰 주제로 나뉘어 소개되고 있는데 첫번째가 본격물, 두번째가 하드보일드, 세번째가 경찰소설, 네번째가 법정 미스터리, 다섯번째가 서스펜스 스릴러, 여섯번째가 모험 & 스파이물, 일곱번째가 괴기환상 & 패러디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리뷰 전에 이 중 본격물부터 먼저 간략하게 정리해서 목차만이라도 소개해볼까 합니다.

읽은 것은 적색 (그중 리뷰가 있는 것은 링크), 번역 자체가 안된 것은 녹색, 번역되었지만 땡기지 않거나 절판 등의 이유로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은 파란색입니다. 총 30편 중 6편이 번역되지 않았고, 남은 24편 중 4편을 읽지 않았으니 84% 독파니까 나름 선방한 편이군요. 나머지도 어서 읽어봐야 겠습니다.

미스터리라고 한다면 본격물! 저릿저릿한 무서움을 만끽해라!
1. 모든 것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에드가 알란 포우 - 모르그가의 살인
2. 영국 미스터리의 기념비적 대작 - 월장석

3.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홈즈 시리즈, 그 중 최고봉은 "바스커빌가의 개"
4. 준비된 의외의 비장의 카드! 실속이 빛나는 "구석의 노인"
5. "심리적 밀실" 스타일을 창출한 불후의 명저 "노란방의 비밀"
6. 소년의 꿈. 괴도 뤼뺑의 진면목이 떠오르는 "813"
7.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의 동심"을 읽지 않은 독자는 가짜다!
8. 큰 논쟁을 불러 일으킨 추리소설중의 추리소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9. 크리스티와 인기를 양분했던 도로시 세이어스의 "나인 테일러스"
10. 일본의 여정 미스터리 붐에 불을 당긴 F.W 크로포츠의 "통"
11. 미국 미스터리 중흥의 시조. 회심의 역작 "그린 살인사건"

12. 30년간 베스트 원의 자리를 독점.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13. "세개의 관"으로 불가능범죄를 풀어나가는 놀라운 쾌감을!
14. 개성파탐정의 필두는 "독사"로 데뷰한 미식가 탐정 네로 울프.
15. 변호사물의 원조 "기막힌 살인사건"은 최고의 유머 미스터리.
16. "본격단편"에 반드시 꼽히는 실력파 "9마일은 너무 멀다"
17. 안락의자 탐정의 고독한 자리를 지키는 브롱크스의 "엄마는 뭐든지 알고 있다"
18. 현재의 쥴리안 소렐이 더욱 숙달시킨 완전범죄.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키스"
19. 전통과 참신한 모험소설의 융합이 호평받은 "사이먼은 누구?"
20. 사상 최저의 무능한 탐정이 책 속으로! "도버 4 / 절단"
21. 순도높은 영국 본격파의 맛. 레지널드 힐의 "뼈와 침묵"
22. 중후하고 고귀한 향기. P.D 제임스 "욕망과 음모"
23. 수많은 상을 모두 획득! 루스 랜들 "장미의 살의"
24. SF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펼쳐놓는 고도의 수수께끼 "흑거미 클럽 1"
25. 아 이런 방법이 아직 있었다니! 본격 팬들이 감탄한 "호그 연속살인"
26. "숲을 지나가는 길"은 크로스워드 퍼즐을 풀듯이 읽는 것으로도 충분
27. 희대의 명 요리장이 팔을 걷어올리고 만든 일품요리 "초대받지않은 손님들의 뷰페"
28. MWA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백골의 판타지. 엘킨즈의 "오래된 뼈"

29.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궁극의 역사 미스터리 "장미의 이름"
30. 수도사를 탐정으로! 성인들의 역사 미스터리 "수도사 캐드펠"

2009/07/11

홈즈 시리즈의 parody와 pastiche의 역사

일본 추리관련 사이트에서 읽고 느껴지는 것이 있어 번역해 올립니다. 수많은 의역이 있지만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참고로, 글을 올리는 요지는 "경성탐정록"은 결코 parody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섭니다.^^ 차라리 pastiche나 오마주에 가깝죠. 과연 설홍주와 왕도손 이름이 달랐다면, 홍진호와 광수였더라도 패러디라는 말을 들었을까요? 홈즈 형태의 추리물 (명탐정과 화자이자 조수가 등장하는 형태의 본격추리 장 / 단편) 자체가 하나의 장르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유사품이나 팬픽으로 평가절하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일본 미스터리 / 추리소설 데이터베이스 aga-search로 부터>

아서 코난 도일이 탄생시킨 셜록 홈즈 작품은 성전이라고도 하는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이 있지만, 이외에 여러 작가들이 홈즈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크게 나누어 parody와 pastiche로 구분됩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parody는 특정 작품과 명탐정을 희화화하고 풍자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린 것을 가르키며, pastiche는 원작 자체를 충실하게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홈즈의 첫번째 parody가 등장한 것은 단편 "보헤미아의 스캔들"이 발표된 이듬해인 1892 년, <아이들러 매거진> 5 월호에서였습니다. 발표한 사람은 영국 최초의 외국인 탐정 유진 발몽의 창조자이자 도일의 친구이기도 했던 "로버트 바" 로, ""Detective Stories Gone Wrong : The Adventures of Sheroaw Kombs (세로우 콤즈의 모험, 훗날 베그럼의 괴사건으로 제목 변경) "라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도일의 사후 50년이 지나 저작권이 소멸된 지금에도 이러한 parody와 pastiche가 계속 출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는 것은 홈즈의 인기를 말해 준다고도 할 수있습니다.

이러한 수많은 작품 중에서 특히 중요한 3편의 작품이 있습니다.

제일 먼저 소개할 작품은, 도일이 1927년 5월에 "쇼스콤 올드 플레이스"를 발표한 뒤 홈즈 시리즈의 집필을 중단했던 이듬해, 1928년에 발표된 미국 작가 오거스트 덜레이의 작품으로, 홈즈를 꼭 닮게 묘사한 캐릭터 "솔라 폰즈" 가 활약하는 시리즈입니다. 현재 장단편 합쳐 전부 70편의 작품이 남아 있습니다.

그 다음 작품은 1952년부터 "코리어즈" 지에 연재되었던 12편으로, 도일의 아들인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과 본격황금기 시대의 거장 존 딕슨 카가 합작한 단편집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1954년)입니다. 이 작품들은 홈즈의 작품 중에서 이름만 등장했던, 소위 "언급되지 않은 사건" 12편을 그리고 있습니다.
딕슨 카는 이전에 유족들이 공인한 코난 도일의 전기인 "코난 도일"을 발표했었는데 이 때의 인연으로 도일의 아들 에이드리언과 알게되어 함께 이 작품을 발표하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 작품은 현대 추리소설계에서 단편의 명수로 알려져 있는 미국 작가 로버트 L 피쉬 Robert L. Fish)가 창조한 "슈록 홈즈" 시리즈를 들 수 있습니다. 그의 사후 미국 탐정작가 클럽 (MWA)에서 그 해에 발표된 최우수 처녀 단편을 선정하여 수여하는 "피쉬 상"이 창설될 정도로 뛰어난 단편작가였던 피쉬가 쓴 이 parody 시리즈는 1960년에 "EQMM (엘러리 퀸즈 미스테리 매거진)"에 "애스콧 타이 사건 (The Adventure of the Ascot Tie)"이 발표된 이래, 사망하는 1981년까지 전부 32편이 발표되었습니다.

그 외에 장편으로는 홈즈가 은퇴한 뒤의 사건을 그린 H.F 하드 (H F Heard)의 "꿀맛 (A Taste for Honey)"과 홈즈 parody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니콜라스 메이어의 "7퍼센트 용액 (The Seven-Per-Cent Solution)"이 유명합니다.

단편으로는 열렬한 셜록키언으로 알려진 추리 작가이자 평론가인 빈센트 스타렛트의 "진본 <햄릿> 사건"과 발표 당시에는 코난 도일 명의로 발표되었던 "지명수배남" , 그리고 미국 본격 황금 시대의 거장 엘러리 퀸이 편찬한 선집 "셜록 홈즈의 재난 "에 수록된 단편들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단편집에는 모리스 르블랑, 애거서 크리스티, 엘러리 퀸, 안토니 버클리, 스튜어트 파머, 안토니 바우처 등 쟁쟁한 멤버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본격 작가로 유명한 여류 작가 쥰 톰슨 (June Thomson)이 발표한 일련의 pastiche들이 셜록키언들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현재 4편의 단편집이 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많은 홈즈 parody와 pastiche 외에도 홈즈의 형인 마이크로포트가 활약하는 작품들, 홈즈의 숙적 천재범죄자 모리어티교수가 활역하는 존 가드너의 "범죄왕 모리어티의 생환", "범죄왕 모리어티의 복수", 심지어 홈즈의 자손이 활약하는 작품들까지 있기에 이 모든 작품들을 통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홈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진심어린 열의가 전해져 오기 때문에 손에 잡히는대로 읽고 싶어지는 것이 바로 셜록키언이라는 것이겠죠.^^

2009/06/28

약속의 땅 - 로버트 B 파커 / 최운권 : 별점 2점

약속의 땅 - 4점
로버트 B.파커 지음, 최운권 옮김/해문출판사

사립탐정 스펜서는 사업가 허브 세퍼드로부터 집을 나간 아내 펨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스펜서는 몇가지 조사를 거쳐 그녀의 거처를 알아냈지만, 그녀가 여성해방 운동가들과 함께 지내며 자발적 의사로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는걸 알고 그녀의 거처를 남편에게 알려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펨이 은행강도 사건에 휘말리고, 남편인 허브도 스펜서가 평소 알고 지내던 해결사 호크와 연관된 사채업자들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서, 두 명에게 닥친 수난을 한번에 해결하기 위한 작전에 착수한다...

TV 시리즈로 더욱 친숙한 "탐정 스펜서" 시리즈 장편입니다. 저는 방영 당시에 시청한 기억이 전혀 없긴 하지만 TV 시리즈까지 제작되었다는 것은 제법 인기가 있었다는 얘기겠죠? 책 역시 영상화 된 것이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전형적인 미국식 헐리우드 탐정물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펄프 픽션이죠.

솔직히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사립탐정이 활약하는 하드보일드 추리-액션물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스릴이나 긴장감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탓입니다. 추리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이야기 구조가 간단하고, 주인은 별다른 위기없이 생각한데로 일이 착착 진행해서 사건을 해결하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스펜서의 일당인 100불은 정말 사기처럼 느껴질 정도에요. 하는 일이 없으니까요.

그나마 스펜서의 수사와 행동에 설득력이라도 좀 있어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면 마지막 위기의 순간에 호크가 스펜서를 도와줄 것이라고 어떻게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이야기도 전형적이고 뻔하게 흘러가며, 선과 악의 구도가 확실해서 의외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뻔한 권선징악 스토리가 인기의 원인이었을 수도 있지만, 장편소설 분량으로 끌어가기에는 매력이 부족했습니다. 메인 악당도 찌질한 모습으로 긴장감을 불러오는데 실패했고요.

그래도 완전히 졸작이다, 재미가 없는 지루한 작품이다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나름의 독특한 매력은 가지고 있는 덕분입니다. 제일 큰 매력은 역시나 주인공 "탐정 스펜서"입니다. 전직 헤비급 프로 복서다운 강인한 육체에 굉장한 독서량을 통해 세련되고도 유머스럽고, 정곡을 찌르는 시니컬한 화술을 갖추고 있다는 설정은 비현실적입니다. 속된말로 "청순한 글래머" 같으니까요. 그런데 그만의 인생관, 약점과 실수 등도 디테일하게 묘사하여 꽤 생동감 넘치는, 실존하며 바로 옆에 서 있을 것 같은 현실적인 인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친구 비슷한 존재인 흑인 호크도 상당히 독특해서 무척 인상적이었고요.

상세한 묘사도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예를 들자면 스펜서가 오징어 튀김을 먹는데, 피망을 튀김 칼집 사이사이 끼워주는 세심함을 눈치채고 그 주방장의 사람 됨됨이를 판단한다는, 짤막하지만 그럴듯한 묘사처럼요. 

하지만 단점이 더 많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MWA(미국 추리작가 협회) 장편상 수상작이긴 하지만 지나친 통속성 탓에 명성에 값하지는 못했네요. 이 시리즈를 더 읽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TV 시리즈라면 모를까...

2005/09/05

여류 조각가 상/하 - 미네트 월터스 / 임옥희 : 별점 3점

여류 조각가 -상 - 6점 미네트 월터스 지음/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여류 조각가 -하 - 6점 미네트 월터스 지음/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조각가"라는 별명이 붙은 희대의 살인마 올리브. 그녀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토막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어 있다.
그녀에 대한 작품을 쓰기 위해 인터뷰를 신청하고 자료를 조사하던 작가 로즈는 그녀에 대해 알게 될수록 그녀의 혐의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고, 올리브를 최초로 체포한 경찰 할과의 만남을 통해 또다른 이상한 범죄에 말려드는데....


미네트 월터스의 유명한 작품이죠. 읽기 전 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에드가 상 수상작일 뿐더러 워낙 평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절판되어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구하자마자 바로 읽게 되었습니다.

여성 사이코 살인마가 등장하고 그 살해방식의 잔인성에 촛점이 맞춰진 초반부는 "검은집"이나 "유니스의 비밀" 같은 작품을 연상케하는데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정통 추리물로 변해 나가는 전개 과정의 의외성이 돋보이네요. 추리적인 수준 또한 높고요. 극히 적은 단서들을 하나씩 추적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이치에 맞고 치밀하거든요. 저는 마지막까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인물이 범인이라는 점에서도 정말 놀랐고요.그 외에도 나름대로 여운과 독자의 상상을 어느정도 허용하는 결말도 인상적이었어요.
아울러 여성 작가다운 묘사도 볼거리인데 특히 주요 캐릭터인 올리브는 정말 굉장하게 묘사됩니다. 키 180cm에 체중이 160Kg이나 되는 압도적인 외모에 파괴적인 충동, 그리고 식탐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작품안에 넘쳐나기 때문에 제가 읽어 왔던 추리소설 캐릭터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라 생각되네요.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불필요한 잔가지, 예를 들면 할이라는 전직 경찰과 변호사 피터 크루에 관련된 사건과 같은 요소는 좀 지루했어요. 왜 나왔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리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올리브의 묘사에 비해 신경질적이고 히스테리 가득찬 주인공 탐정 작가 로잘린드(로즈) 레이는 캐릭터는 읽는 내내 짜증을 유발할 정도로 별로였고 말이죠.
무엇보다도 번역이 굉장히 문제가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까칠까칠하고 거슬려서 읽기 힘들 정도였어요. 요새는 좋은 번역을 만나기가 어렵군요.

그래도 에드거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작품 다운 재미와 수준은 충분히 전해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별 3개는 충분히 줄 만 합니다. 역시 MWA상과 에드거상, 대거상 수상 작품들은 전부 기본 이상은 해주네요.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단, 번역은 감수하시길....

PS : 로즈의 캐릭터는 영화 "데이비드 게일"의 빗시 블룸과 굉장히 유사한 면이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히스테리성향이 있는 전문직 여성이라는 묘사도 그렇지만 탐정역을 소화하는 과정이 상당히 닮았어요. 뭐 이런 류의 캐릭터의 스테레오 타입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요.

2005/07/20

래스코 탄젠트 - 리처드 노스 패터슨 / 황해선 : 별점 1.5점

래스코 탄젠트 - 6점 리처드 패터슨 지음, 황해선 옮김/해문출판사

외부에서의 밀고로 조사가 시작된 대통령의 친구인 거물 실업가 래스코의 주가조작 사건 담당인 경제범죄대책위원회 고발국 소속 변호사 크리스토퍼 캐넌 파제트. 그는 정치적인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사건의 성격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관과 계속 충돌한다.
그러던 중, 래스코의 경리부장이던 알렉산더 리만에게 증언을 약속받으나 리만은 파제트의 눈 앞에서 뺑소니차에 치어 즉사하고 파제트는 리만의 유품을 뒤져 수수께끼 같은 메모를 입수하게 된다.

계속 사건을 추적해 가던 파제트는 정보가 계속 누설되어 래스코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내부의 배신자를 찾으면서도 메모의 내용을 해독하는데 성공하여 래스코의 모든 음모를 밝혀내게 되지만 배신자의 책략으로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우연찮게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입니다. 그닥 땡기지는 않았지만 책 뒷표지에 있는 "1979년도 미국 추리 작가 협회상(MWA)" 수상작이라는 문구에 낚이기도 하고 가격도 워낙 싸서 냉큼 구입하게 되었네요. 해문 Q 미스테리 46권입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내용은 뻔하디뻔한 미국식 스릴러에 불과하더군요. 정의감에 불타는 주인공과 거물 악당을 잡아들이기 위한 노력, 그 와중에 벌어진 증인의 원인모를 죽음과 그에 꼬리를 무는 의문의 사건들... 단서는 피해자가 남긴 메모 한장뿐!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충격적인 배신자의 정체!까지 어디서 본듯한 내용이 난무합니다.

스테레오 타입의 이야기와 주인공 캐릭터라 워낙 뻔하기 때문에 이를 커버하기 위해서라도 복잡한 음모와 배신자의 정체를 잘 포장하는 것이 나름 중요할텐데 이 작품은 이런 부분에서도 성공하지 못했어요. 무엇보다도 증인인 알렉산더 리만이 죽기 직전 남긴 메모로 범행의 전모가 밝혀지며 범행이 입증된다는 결말은 당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설령 백번 양보해서 범행을 입증할 수 있다고 해도 순전히 주인공 파제트의 추정에 불과한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뭔가 있어보이던 메모조차 별다른 암호 트릭도 아니고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정보의 나열이었을 뿐이어서 더욱 실망스러웠고요.

그래도 경제범최대책 위원회 고발국 소속 변호사라는 주인공 크리스토퍼 케넌 파제트라는 캐릭터의 직업 하나만큼은 독특하고 신선해서 좋았습니다. 직업에 더해 고발국이라는 특수한 환경 등에 대한 디테일도 뛰어난 편이라 감탄했는데 조사해 봤더니 작가가 변호사 출신이더군요. 이야기 전개도 시원시원 명쾌하며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하여 연결하는 글재주는 있어서 읽는 재미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고요.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요즘 읽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구식인, 시시하기 짝이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2003/12/15

오른손 - 딕 프란시스 : 별점 3.5점

채찍을 쥔 오른손 - 8점 딕 프랜시스 지음, 허문순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전직 기수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왼손을 잃고 지금은 탐정으로 활약하는 시드 해리. 정평있는 경마 레이스의 유망주였던 말들이 잇따라 참패를 겪고 하나같이 심장이상 증세를 보이는 데 대해 의문을 품고 사건에 접해가던 시드는, 경악할만한 경마계의 음모를 캐기도 전에 무서운 협박으로 그 자신이 공포의 도가니로 빠져 버린다. 승부하는 남자의 투혼 - 남자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 있다!

위의 글은 표지에 있는 카피와 줄거리 요약입니다. 원래가 경마 기수 출신이었다는 딕 프란시스의 경마를 무대로 한 하드보일드소설로 MWA와 CWA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네요.
주인공은 사고로 왼손을 잃은 은퇴기수이자 현재 사립탐정인 시드 해리로 여러개의 사건이 복잡하게 맞물려 전개되며 결국 해결된다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작품입니다. 등장하는 사건들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1. 유망경주마의 급격한 몰락에 대한 조사를 경주마 조교사 조지 캐스퍼의 아내 로즈마리로부터 의뢰받음.
2. 경마계의 실력자 프라이어리 경으로부터 자신이 참여한 신디케이트의 적법성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의뢰 받음.
3. 내부에 있는 배신자를 찾아달라는 경마장 보안부장 루커스 웨인라이트의 의뢰 받음.
4. 이혼한 전처를 등쳐먹은 사기꾼의 행방 추적.

와 같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하나의 결론으로 이르는 과정이 깔끔해서 마음에 듭니다. 이혼한 전처이야기는 사족인듯 하지만....
그러나 맨 마지막 장면은 조금 의외입니다. 범인의 심정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드보일드의 줄기를 충실히 따라온 소설치고는 너무 담백한 결말인거 같네요. 뭐 미국 하드보일드처럼 각 관련자가 전부 죽어나가는 그런 결말이 좋은 것만은 아니니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요.

결론내리자면 추천작. 고리타분할것 같은 예상을 깨고 꽤 재미있었어요. 유명세가 이해가 되는 작품이랄까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저는 예전에 미래세대라는 출판사에서 나온책을 헌책방에서 어렵게 구했는데 최근에 동서 추리문고에서 다시 나오더군요. 번역도 마음에 안 들었던 만큼 (아니, 솔직히 번역은 최악이었습니다) 다시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