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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5

죽이는 요리책 - 케이트 화이트 엮음 / 김연우 : 별점 2점

죽이는 요리책 - 4점
케이트 화이트 엮음, 김연우 옮김/라의눈

MWA (미국 추리 작가 협회) 에서 소속 작가들을 대상으로 레시피를 추천받아 모아 놓은 요리책.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 속 요리"라는 주제로 글을 조금 쓰고 있기 때문에 흥미가 생겨 사 보았습니다.

사실 구입 전부터 "요리"와 "추리 소설" 에 관련된 글들은 아니고 단순한 레시피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별로 큰 기대도 없었고요. 책은 유명 작가들이 짤막한 레시피 소갯글과 함께 레시피를 실어 놓은게 전부라 딱히 언급할 내용이 많지는 않네요.

그런데 책의 성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제가 이런 의뢰를 받았다면 최소한 제 작품, 자기 작품에 등장했던 인상적인 레시피를 소개했을 겁니다. 루이즈 페니의 <<마담 브누아의 투르티에>> 처럼 말이죠. 루이즈 페니는 자신의 작품 속 묘사와 함께 투르티에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작품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소재에 불과하긴 하지만, 최소한 자신의 작품 속에는 등장하는 소재죠. 그러나 요리가 특별한 소재로 등장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우리 어머니의 특기 요리" 라던가, "내 시리즈 탐정이 즐겨 먹음직한 요리"라면서 작품과 별 상관도 없는 레시피들이 실려 있는 건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MWA" 소속 작가들의 지명도가 떨어지는 것도 책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입니다. 전부 110명의 작가가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는데, 제가 이름을 들어보았거나 한 권이라도 책을 읽어본 작가는 15명이 채 안 됩니다. 제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추리 소설을 꽤 읽은 편인데 이 정도라면 아마 일반 독자분들은 한두 명 (리 차일드나 제임스 패터슨, 길리언 플린 정도?) 아시는 정도겠죠. 유명 작가의 레시피라면 팬심으로라도 구해 볼지 모르겠는데 이름을 알 만한 작가조차 적으니 우리나라에서는 여러모로 흥행하기 힘든 책이겠구나 싶었습니다.

또 레시피들의 거의 대부분이 "오븐"을 필요로 해서 집에서 해 먹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재료도 많고요. 토머스 H. 쿡의 <<채식주의자 칠리 프롤로그>> 는 아주 그럴듯해 보이는데 "초리조" 를 어떻게 구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아예 절망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존 매커보이 <<파산자의 굴라시>> 처럼 국내에서도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이루어진 레시피도 제법 되니까요. 파산자의 굴라시는 제일 먼저 간 쇠고기를 양파, 피망과 함께 냄비에 볶은 후 마늘 소금으로 간합니다. 국수를 알 덴테 직전까지 삶아 쇠고기, 채소를 볶은 냄비에 넣고 토마토소스도 넣은 후 뚜껑을 연 채 약한 불에 15분 정도 끓이고 케첩을 넣어 잘 섞으면 완성입니다. 맛있어 보이죠?
또 "베이커 가의 음식 사냥개"라는 제목으로 홈즈의 작품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소개한다던가, "당신의 정원에 있는 예쁜 독"이라는 제목으로 일상 속 독초를 소개하는 식으로 짤막하게 실린 몇 가지 팁들은 무척 반가웠고요. 책도 아주 잘 만들어져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딱히 마음에 드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별점은 2점. 유명 작가가 되면 몇 줄의 레시피 소개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어서 참 좋겠다는 생각만 뿐입니다. 수록 작가 중 누군가의 굉장한 팬이 아니시라면 딱히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25,0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더더욱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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