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가 하나 - 타카노 후미코 지음, 정은서 옮김/북스토리 |
북 스토리 아트코믹스 시리즈 다섯번째 단행본. 관심이 가던 차에 연휴를 맞이하여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모두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일 처음에 실려있는, 과묵하면서도 성실한 남편과 그를 믿고 따르며 묵묵히 내조하는 아내의 잔잔한 일상을 그린 <<아름다운 마을>> 은 괜찮습니다. 잔잔한 이야기에서 일상 속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다른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게 하는 좋은 작품이에요. 이와 비슷한 잔잔한 이야기인, 익숙치 않은 초행 심부름길을 다룬 <<버스로 네 시에>> 도 마음에 들었고요. 특히 이 작품은 앵글을 과감하게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영화적이기도 하면서 시대를 뛰어넘어 신선함을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이야기들은 그냥 저냥입니다. 우선 <<병에 걸린 토모코>>는 굉장히 짧은 소품이라 언급하기 애매하고, <<내가 아는 그 아이>> 는 자신의 감정 표현에 대한 이야기인데 대단한 내용은 아니에요. <<도쿄 코로보클>>은 이야기는 명확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좀 낡은 이야기였고요.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야기로 성립은 하는데, 마지막 수록작으로 가장 긴 중편 분량의 <<오쿠무라 씨의 가지>> 는 도무지 무슨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더군요. 전기점을 운영하는 오쿠무라 씨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아마도 외계 지성체로 보이는 아가씨가 찾아옵니다. 그녀는 25년전 6월 6일 목요일 오쿠무라 씨가 먹었던 식사에 대해 물어봅니다. 그가 먹은 식사가 자기 선배의 결백을 증명해 줄 수 있다는 이유로요. 그리고 온갖 기묘한 도구로 당시 상황을 추측해 나가는 내용으로 "막대가 하나"라는 대사가 여기 등장하는데...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서 줄거리를 요약해드리기도 힘드네요. 기묘한 설정과 과감한 묘사들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작품에 제대로 녹아났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시대를 초월하는, 아직도 세련되어 보이는 깔끔한 작화와 선 굵은 전개는 충분히 인상적이기는 합니다. 이러한 그림과 함께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깊이있는 심리 묘사와 기묘한 설정이 가끔 눈에 띈다는 점에서는 <<카페 알파>>의 직계 조상 쯤 되는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죠. 그러나 <<카페 알파>> 만큼의 재미나 고즈넉함, 여유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아트 코믹" 취향은 아닌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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