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황금가지 |
호러 문학의 제왕 스티븐 킹의 기념비적인 대표작. 영화 버젼으로도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죠. 주말 내 읽을 거리를 찾다가 호기심에 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영화를 먼저 봐서 내용을 알고 있던 탓입니다. 광신도 어머니 때문에 겪는 성적인 무지와 왕따로 촉발되는 거대한 재앙이라는 핵심 내용은 영화 그대로거든요.
게다가 돼지피를 뒤집어 쓴다던가 하는 묘사는 아무리 잘 써도 영상을 따라가기도 힘들 판인데 정작 잘 쓰여져 있지도 못합니다. 돼지피에서 이어지는 클라이막스인 캐리의 폭주와 마을에 닥치는 거대 재앙은 데뷰작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박력과 화끈함, 통쾌함 모두 부족해요. 너무 짧기도 하고요. 대표적으로 크리스와 빌리의 최후는 최근 영화 쪽이 몇 배는 더 낫습니다.
그래도 소설에서는 혹시 뭔가 다른 전개가 있을까 싶었는데 별다른 건 없습니다. 신문 기사, 다양한 인터뷰, 고백서 등 이런저런 인용 문서들로 캐리 사건이 실존했음을 강하게 드러내고, 전개에 설득력을 더하고는 있지만 있으나 마나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입니다. 작가 후기에서 고백하듯 단편 분량을 중, 장편 이상으로 늘리기 위한 꼼수로밖에는 여겨지지 않았어요.
그래도 몇가지, 담임과 교장 선생님은 제대로 된 교육자였고 수지와 토니, 특히 그 중에서도 토니는 순수한 의도만 가지고 있었던 점은 눈에 띄더군요. 이들의 노력만으로도 캐리는 어머니로부터 벗어나 충분히 행복해 질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악역을 담당하는 크리스와 빌리가 단순한 일진은 아니고 비교적 복잡한 배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조금 특이했고요. 그래봤자 동네 건달이긴 하지만...
한마디로, 스티븐 킹의 데뷰작이라는 점 외의 장점은 찾기 힘듭니다. 발표 당시라면 모를까,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았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만, 역사적인 가치를 감안했을 뿐입니다. 영화를 이미 보셨다면 구태여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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