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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소년탐정 김전일 Season2 9, 10 : 별점 1.5점

소년탐정 김전일 2부 9 - 2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0 - 4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이제는 정말이지 관성으로 보는 김전일 시리즈 Season2 9~10권입니다. 중편 길이의 "켄모치 경부의 살인"과 중학생 김전일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 2편 - "다이빙 수영장의 악몽", "캠핑장의 괴사건" - 이 실려있습니다.

이 중 마지막 작품은 좋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망작에 가깝습니다. 정통 본격 추리 만화에서 일상계 단편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것부터가 이 책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만드네요. 정통 본격물로 공정한 트릭과 독자와의 두뇌싸움, 그리고 그 와중에 벌어지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9권은 별점 1점, 그래도 장점이 조금 더 많은 10권은 별점 2점입니다. 

좋은 기억은 사라진지 오래되었건만 잊을만하면 나타나서 쌈지돈을 털어가는 기둥서방같은 느낌인데, 이럴거라면 더 이상 나타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켄모치 경부의 살인" 

3년 전 여고생 사체 유기 사건의 소년범 3명이 차례로 살해당했다. 유력한 용의자로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켄모치 경부가 지목되었다. 켄모치 경부는 마지막 소년범 부스지마의 살해 현장이었던 완벽한 밀실 안에서 체포되고 마는데...

과거의 사건에서 비롯된 현재의 연쇄 살인, 가슴 아픈 진상이라는 김전일의 뻔하디 뻔한 테마가 재반복되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까지 발전과 변화없이 시리즈가 이어진다는게 놀라울 뿐입니다. 힘없는 일반인에게 '지옥의 광대' 타카토 요이치가 지혜를 빌려준다는 범죄 코디네이팅 설정까지 그대로고요. 

아무리 지혜를 빌려줬다손 치더라도, 일반인으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범인이 현역 경관을 납치하여 혼수 상태로 구금한 뒤 총을 빼앗는다던가, 원격 조종 폭탄을 만드는 등의 범행을 저지른다는 것도 황당합니다. 범인이 마지막에 죽을 각오였다면 그냥 2명을 총이나 칼로 죽여버리면 됐을텐데, 왜 이렇게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었는지 설명도 전무하고요. 그나마 좀 짧기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길기는 또 왜 이렇게 긴 걸까요... 

딱 한 가지, '바움쿠헨'에서 실마리를 잡는 마지막 부스지마 사건의 트릭 하나만큼은 건질만했습니다. 이 트릭 덕분에 별점은 1.5점입니다.

"다이빙 수영장의 악몽" 

중학생 김전일이 등장하는 일종의 외전입니다. 중학생 김전일이 우연히 목격한 사건 - 다이빙하다가 착수 실패의 충격으로 사망한 미츠요 사건 - 의 진상을 밝혀낸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름만 중학생일 뿐 고교생과 다른 점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왜 중학생이라고 이야기를 꾸몄는지 알 수가 없네요. 차라리 긴다이치 후미를 등장시키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트릭 역시 평범한 학생이 꾸미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거대한 장치 트릭이라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짧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캠핑장의 괴사건" 

중학생 김전일이 친구들과 간 캠핑장에서 미유키의 시계와 팬티를 훔쳐간 범인을 찾아낸다는 지극히 일상계스럽고 유머스러운 작품입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수록작 중에서는 제일 괜찮습니다. 충분히 있음직한 사건에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트릭, 그리고 마지막 팬티의 은닉 장소도 만화의 내용과 잘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즐겁게 읽을 수 있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4/06/16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3 - 게임관 살인사건 : 별점 1점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3 - 4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유원지에 놀러간 김전일과 미유키는 일행과 떨어져 지나가던 버스를 잡아탔다. 그러나 버스는 통째로 납치당했고, 승객들은 기이한 생존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이상하게 만화만 읽게 되네요. 여러모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해서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튼 간만에 읽은 김전일 시리즈입니다. 발표된 지 2년이나 지났지만 제 기준으로는 가장 최신작이죠.

특징이라면 특정한 일련의 사람들을 특정 장소에 모아놓고 펼치는 일종의 '게임'을 다루는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장르를 김전일 시리즈에 결합시켰다는 점입니다. 한창 유행했던 장르로 "큐브", "극한추리 콜로세움", "인사이트 밀", "크림슨의 미궁", "페르마의 밀실", "24시간 7일", "쏘우 1", "다우트", "누가 울새를 죽였나", "라이어 게임", "살해하는 운명카드", "다크 존" 등 관련 콘텐츠도 엄청나게 많은데, 김전일 시리즈답게 게임보다는 추리물적인 접근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은 실패였습니다. 범인이 너무나도 쉽게 드러나는 탓입니다. 마지막 증언에서 버스가 어두워 일행을 못 찾았다는 것이 결정적이었어요. 일행인 딸이나 바텐더가 버스를 한 번도 훑어보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될까요? 승객이 열 명도 안 되는데!

또 게임을 벌이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 위한 동기인 100억의 유산도 그다지 와닿지 않습니다. 거액이기는 하지만 외딴 곳에 이 정도의 시설을 갖춰 놓고 살인 게임쇼를 벌일 정도의 재력과 노력이라면 딸에게 전해주기에 충분했을텐데, 뭐 하러 사람까지 죽이는지 모르겠거든요. 이보다는 사람을 고용해서 그냥 한 명씩 교통사고 같은 걸로 죽이는 게 훨씬 쉽고 싸게 먹혔을 겁니다.

그리고 게임을 벌이는 이유가 밝혀지다 보니, 내용도 어처구니 없어져 버립니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 중 2명을 원하는 순서로 살해하기 위해서라면, 별 관계도 없는 사람들을 끌어들여 게임쇼를 벌이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요새같이 검시가 발달한 상황에서 목격자 증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테니까요. 무엇보다도 바텐더와 딸까지 끌어들인 이유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참여한 피해자들의 관계만 조사해도 동기가 손쉽게 들통날테니까요. 아니, 참석하지 않았더라도 무기 마담 주변 인물의 조사만으로도 드러날 동기였기에 애초부터 게임쇼 자체가 불필요했던 행위였습니다.

그렇다면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장르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이 재미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첫 번째만 게임이고, 두 번째의 고리 풀기, 세 번째의 컵라면과 마지막의 에티켓은 게임이라 부를 수도 없으니까요. 또 에티켓에서의 와인 라벨은 와인에 취미가 없어도 알 수 있는 정보인데 너무 1차원적으로 접근한 듯 합니다. 첫 번째를 제외한 모든 게임에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고요.

물론 아주 건질 게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트릭과 잘 결합된 첫 번째의 네 자리 숫자 맞추기 게임은 나름 괜찮았습니다. 두 번째 컵라면 이야기에서 컵라면 밑바닥에 열쇠가 없는 상황을 추리에 접목시킨 것도 나쁘지는 않았고요. 첫 번째 게임의 경우 재미있는 추리일 뿐 '증명할 수 없다'는 큰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이 정도 장점으로는 턱도 없습니다. 전체적인 완성도와 재미는 기대 이하였고, 추리적으로도 별로이며 마지막 결말까지 용서하기 힘들 정도로 억지스러워서 도저히 점수를 줄 수가 없군요. 별점은 1점입니다.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장르물의 재미가 어디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김전일은 이미 끝났다는 것을 다시금 확신시켜준 망작입니다. 돈 주고 사지 않은 게 다행일 뿐입니다.

2005/11/11

추리 매니아가 본 소년탐정 김전일

akachan님의 블로그에서 글을 읽고 생각이 나서 저도 적어봅니다.

이 글에서 김전일에 대한 가치는 akachan님이 잘 설명해 주셨는데 과연 추리적으로는 어떨까요? 그것을 잠깐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단 김전일 시리즈는 전부 퍼즐 미스터리에 가까운 정통파 추리물 입니다. 범인과 탐정의 두뇌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며 이 와중에 여러 트릭이 등장하고 이것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데에서 지적 쾌감을 가져다 주는 쟝르라 할 수 있죠. 특히나 김전일 시리즈는 주간 연재물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어서 트릭과 범인과의 대결을 연재분마다 효과적으로 나열하여 독자에게 다음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솜씨가 대단해서 독자에게 작품에 몰입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만화"라는 쟝르적 특성 탓에 시각적으로 제공되는 정보가 소설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정보의 공정한 제공이라는 추리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독자가 만화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추리물이 만화와 만났을때의 모범 답안이랄까요? 이후 유사 작품들에 많은 영향을 끼친 부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이야기 수준에 적합한 사토 후미야의 그림 솜씨가 결합하여 상승작용을 불러 일으킨 것이겠죠. 물론 연재 후반부가 되면 트릭 자체가 "숨은 그림 찾기"가 되어 버려 오히려 감점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최소한 중반부 에피소드까지는 무척이나 잘 이용했다고 생각되네요.

또한 에피소드의 거의 전 편에서 범인이 스스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사건을 벌이는 것 역시 아주 큰 장점입니다. 이미 죽은 사람이건 비현실적 존재이건 간에 작품의 등장인물들과 독자에게 감정이입을 시키면서 죄를 뒤집어 씌우는 대상이 대부분 존재하거든요. 심지어는 김전일 자신이 죄를 뒤집어쓰는 편까지 있으니까요. 이러한 전개 덕분에 김전일이 사건을 해결하려 하는 동기 부여가 가능할 뿐더러 진범을 밝히고 누명을 벗기는 과정의 흥미가 배가됩니다. 우연에 의한 사건 해결을 방지하는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할만 하고요. 사실 정통 추리물로 불리우는 작품들에서도 트릭에만 치중한 나머지 많이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놀라울 뿐입니다.

비록 시리즈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부터는 이야기의 설득력과 밀도가 떨어지고 트릭의 수준도 떨어지는 등 장기 연재의 폐해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추리 만화계에서 아직까지도 독보적인, 추리 만화의 붐을 일으킨 것은 물론이고 설정과 캐릭터에 있어서 수많은 아류작을 만들어낸 ("누구누구의 몇대 후손" 등이 등장하는 등), 추리 매니아에게 언제나 흥분을 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PS 1 : 야마기 세이마루와 사토 후미야 컴비도 코난의 영향 때문인지 아동 취향의 모험물을 버무린 "탐정학원 Q'를 내 놓긴 했고 나름대로 히트도 쳤지만 이야기 전개가 빈약하고 설정이 유치해서 저에게는 크게 와 닿지는 않더군요. 비교해 본다면 역시 "김전일"이 대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네요.
PS 2 : 그나저나 "부동고교"는 왜 이리 살인점과 피해자가 많은지.. 정말 굿이라도 당장 해야 합니다.

2008/12/23

소년탐정 김전일 2부 7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 별점 1점

소년탐정 김전일 2부 7 - 2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김전일 2부 최신권입니다. 부제목에 적힌대로 "혈류실 살인사건"과 "후도고교 축제 살인사건" 이라는 두개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혈류실 살인사건"은 후도고교가 매년 실시해온 바둑부 합숙 대결에 부원 부족으로 억지로 참가한 김전일, 그리고 인솔교사 대리로 참가한 겐모치 경감 앞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후도고교 축제 살인사건"은 제목 그대로 축제기간 중 사진부 메이트 카페 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고요.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서는 너무나도 재미없고 단순한 이야기였습니다. 혈류실 살인사건의 경우 목을 벤다는 등의 작위적인 알리바이 트릭이야 그렇다쳐도 다이잉메시지를 남긴 방식이나 동기도 설명하기 어려운 등 문제점이 산적해 있지만 무엇보다도 "동기"가 뚜렷한 인물이 한명 있다는 점에서 구태여 김전일이 나설 필요가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현역 경시청 경감과 명탐정의 손자가 함께 있는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르다니... 이건 범죄 계획을 넘어서서 살인 그 자체에 집착하는 싸이코패스 수준아닌가요?

후도고교 축제 살인사건의 경우도 동기에 관련해서 경찰 조사만 병행되었더라면 어차피 밝혀졌을 범행이었을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트릭인 "커피잔 따뜻하게 만들기" 가 지나칠 정도로, 정말 황당할 정도로 어이가 없는 트릭이어서 기가 막힐 정도였습니다. 과학적으로 포장하긴 했는데 너무 변수가 많은 트릭으로 생각되거든요. 그나저나 이놈의 고등학교는 왜 아직도 폐교를 안하는거야?

어쨌건, 결론을 말하자면 아마기 세이마루의 능력도 여기까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까지 나오고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이젠 제발 그만 나와줬으면 하는 생각이 더욱 간절하네요.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건만.... 때문에 별점은 1점입니다. "김전일"의 제목을 달고 나와서 어처구니 없는 트릭으로 일관하는 추리만화에게는 절대로 좋은 점수를 주고싶지 않군요. 에잇 저주해 버릴테다.

2008/10/13

소년탐정 김전일 2부 설령전설 살인사건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 별점 2점

소년탐정 김전일 2부 6 - 4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자전거 여행때 도와준 거부의 산악인으로부터 1억의 유산을 상속받게 되어 설산 산장으로 여행을 떠난 김전일과 미유키, 그리고 켄모치 반장은 아니나 다를까 고립된 산장에서 연쇄 살인 사건에 직면하게 되는데...

작년에 산거 같은데 포스팅이 1년이나 늦었네요. 늦었지만 다시 겨울이 다가오는 만큼 포스팅 해 봅니다^^ (사실은 깜빡했다가 어제 책을 다시 찾아서리...)

일단 이 작품은 추리적으로는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밀실트릭에 있어서 참신함이 돋보였고 무엇보다도 "바꿔치기" 트릭이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되었었거든요. 단서도 공정하게 제공되는 편이기도 하고요. 독자의 맹점을 찌르는 날카로운 부분이 확실히 있긴 있습니다.

그러나 트릭 이외에는 이야기 전개는 빵점입니다. 애시당초 김전일이 왜 그 산장에 가야 했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없는데다가, 피해자 중 한명인 쌍동이가 2인 1역을 수행한 이유에 대해 설명이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이 2인 1역 트릭이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해서 보다 효과적으로 설명했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또 간략한 줄거리에서만 보아도 알 수 있듯, 구닥다리 설정의 찬란한 향연입니다. 김전일 소년과 눈덮인 산장은 이미 "태롯 카드 산장"에서 써먹은 소재일 뿐더러, 이미 수많은 고전 클로즈드 써클 미스테리에서 지겹도록 등장한 설정입니다. 불가능한 밀실 살인사건 역시 수차례 반복된 아주아주 식상한 소재고요. 더군다나 과거의 범죄에서 비롯된 가슴아픈 사연까지! 이건 이미 전작에서 수도없이 반복되었던 스스로의 복제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그야말로 "아니나 다를까"의 연속이죠.


때문에 추리만화로서의 완성도는 괜찮은 편이지만 과연 "만화"라는 것으로 재미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네요. 지루함 그 자체인 원사이드한 포맷을 버려서 무리하게 이야기를 늘리지 말고 단편 위주로 전개하는 것이 좋을텐데 너무 장편만 고집하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미 나올만한 캐릭터와 배경 설정은 다 나온 만큼 짤막한 사건 위주의 단편 옴니버스 시리즈 물로 나아가면 훨씬 재미있을것 같거든요. 작품 말미에 수록된 간만의 하야미 레이카가 나오는 단편이 아주 괜찮기도 했고 말이죠.

이런저런 단점들 때문에 개인적인 별점은 2점입니다. 사실 1점을 줘도 시원치 않지만 하야미 레이카 단편 덕분에 2점 줍니다. 새 작품은 아직 발간되지 않았는데 제 바램대로의 짤막한 옴니버스 단편집이기를 바랍니다.

2007/02/25

소년탐정 김전일 - 고쿠몬 학원 살인사건 (상 / 하)

소년탐정 김전일 2부 4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추리 만화 붐의 일등 공신인 김전일의 2부 두번째 이야기도 드디어 완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갈수록 밀도가 낮아지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답습할 뿐인 수준 이하의 작품이라 이 시리즈가 계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심마저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팬으로서 무척 안타깝네요.
일단 이번 이야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트릭입니다. 과거 있었던 여러가지 이야기들에서 트릭과 아이디어를 뽑아다가 쓴 느낌이 강하게 들 정도로 새로운 점을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핵심 트릭은 전에 제가 포스팅했던 "극한추리 콜로세움"과 동일할 뿐더러 그에 따르는 여러가지 장치들은 과거 김전일 이야기에서 많이 등장했던 여러가지를 짜깁기 한 것이었거든요. 게다가 김전일의 라이벌인 "지옥의 광대"가 살인 계획을 잡고 실행만 범인들에게 맡긴다는 탐정학원 Q의 살인 코디네이터 설정을 도입한 이야기 구조는 완전한 미스로 보여요. 이럴 바에야 스핀 오프 격으로 탐정학원 Q의 켈베로스가 등장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이야기는 왜 이렇게 긴건지....
사토 후미야의 그림체도 지금의 샤프한 캐릭터보다는 예전의 통통하고 굵은 느낌의 캐릭터가 더 마음에 듭니다. 만화적으로는 더 보기가 힘들어졌다고 생각되네요.

다음 권이 나올지 안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의무감으로 봐 주기에도 너무 지루해져 버렸습니다. 다음 권에서 뭔가 회심의 역작이 나와주지 않으면 제 마음속에서는 이젠 접어야 하는 시리즈로 전락해 버릴 듯 하네요.

2011/07/31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1~12 연금술 살인사건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 별점 0.5점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2 - 2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이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권을 한 번에 읽었네요. 장편에 조금 못 미치는 길이의 "연금술 살인사건"과 단편 "고도 1만 미터의 살인" 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먼저 "연금술 살인사건"을 소개하자면, 김전일이 주식 투자로 저축을 날려버린 겐모치 경부의 부탁을 받고, 거액의 금이 숨겨져 있다는 섬 '연금도'로 떠난 후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린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정말 해도 너무한 망작입니다. 하나의 통짜 금속으로 이루어진 문을 하룻밤 사이에 원하는 부분만 녹여서 돌파한 뒤, 나오면서 다시 완벽하게 메꾸어 밀실을 만든다는 트릭이라니... 벽을 뚫고 나간 후 다시 메워서 밀실을 만든다는 황당한 아이디어보다도 더 말이 안 되는 , 만화적 상상력에 불과한 이야기였습니다. 아무리 융점이 낮은 금속이라 해도, 하룻밤 만에 이 모든 작업을 완벽하게 마무리한다는 건 범인이 용접의 신이라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게다가 범인을 옭아매는 단서인 제비뽑기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종이 한 장의 번호가 다르다는 게 그렇게 중요한 단서인지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처음에 카미오카가 "나는 후카모리 호타루의 팬이라 참여했다"고 말했던 만큼,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요.

또한 경찰이 신상만 조사해도 동기가 누구에게 있는지 뻔히 드러나는데, 이런 외딴섬에서 불편하게 살인을 저지를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점도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인기 있을 만한 소재들—외딴섬의 저택, 보물찾기, 밀실 살인사건, 연쇄살인, 고정 캐릭터 출연 등—을 긁어모아 작위적인 모래성을 쌓은 것, 그것이 이 작품의 정체입니다. 모든 면에서 부실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어요. 별점은 0.5점입니다.

두 번째 작품 "고도 1만 미터의 살인"도 마찬가지로 어처구니없는 내용이었습니다. 뻔한 전개도 문제지만, 그나마의 증거라는 것이 '냄새'라는 점도 황당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약 밀수를 파헤친 부하와 함께 비행하는 기장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네요. 간만에 등장한 아케치 경시가 또다시 슈퍼맨 같은 능력을 선보이는 것 외에는 건질 것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역시 0.5점.

그래서 두 작품 합친 별점도 0.5점입니다. 이제는 정말 이 시리즈가 왜 계속되는지 모르겠네요. 최근 몇 년 사이 계속된 망작들 출간에도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남겨준 이름값이 있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완전히 사라진 느낌입니다. 차라리 김전일이 죽어버려서 시리즈를 끝내는 것이 늦었지만, 남아 있는 유일한 선택이 아닐까 싶네요. 어쨌든 저는 이제 더 이상 이 시리즈를 찾아볼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2016/06/23

십자 저택의 피에로 - 히가시노 게이고 / 김난주 : 별점 2점

십자 저택의 피에로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재인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즈호는 이모 요리코의 급작스러운 자살 사건 이후, 1주기를 맞아 다케미야가(家)의 십자 저택을 찾았다. 그러나 1주기 다음날 그녀와 다케미야 가족, 그리고 손님들 앞에 현재 다케미야 산업 사장인 무네히코와 정부 미타 리에코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미즈호는 새벽에 깨었을 때 발견했던 단추가 현장에서 조작된 것 등으로 집안 사람 중 누군가 범인일 것으로 의심하고, 마침 누군가의 공작으로 다케미야 산업의 이사인 가쓰유키가 범인으로 밝혀지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추리 소설입니다.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 얼론 작품으로, 34살 때 발표한 비교적 초기작이지요. 정통 본격물로 독자에게 정정당당히 승부를 거는 내용, 인형사 고조라는 독특한 캐릭터 및 피에로 시점의 묘사가 들어가는 등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에서 확실히 젊은 작가의 패기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과 시도는 작품에 좋게 작용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우선 설정과 트릭 모두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단점이 큽니다. 본격물 대부분이 작위적이긴 하지만, 십자 저택이라는 공간은 아무리 봐도 트릭을 위해 만들어진 티가 물씬 납니다. 공들인 설정일 수는 있지만 흔하게 볼 수 없는 구조인 탓에, 이를 활용한 트릭이 있으리라는건 쉽게 짐작 가능합니다.

그리고 인형과 인형사의 등장은 뜬금없습니다. 요리코 자살 사건 당시 장식장의 인형을 피에로 인형으로 바꿔치기한 이유, 인형에 묻어 있을지 모르는 지문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건 잘 설명되지만 이 정도 역할을 위해 "비극을 부른다"는 인형, 정체불명의 인형사를 등장시킬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장식장에 인형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좌우 대칭인 소품은 화분 등이라도 무방했을 테니까요. 게다가 인형사 고조에게 만화 같은 기묘한 캐릭터성을 부여한건 유치했습니다. 피에로 시점의 묘사 역시 독특하기는 하지만 불필요한 건 마찬가지고요. 이야기의 흥미를 돋우고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추가한 설정으로 보이는데 괜히 복잡해지기만 했어요.

미치코와 고조 두 명이 아니, 중간에 살해당하는 아오에마저 탐정이니 무려 세 명이나 탐정 역할을 수행하는 전개도 좋지 않습니다. 상호 보완하는 관계가 아니라 둘 다 동일한 정보를 제공받아(아오에의 단서 포함) 동일한 결론에 이르는 탓입니다. "W의 비극"처럼 외부인에 가까운 미치코 혼자 탐정 역할을 하는 것이 훨씬 깔끔했을 겁니다. 진짜 사건의 핵심인 가오리의 역할만 고조의 입으로 설명되는데, 미치코만 단독물로 쓰였더라도 전개에 문제는 없었을 거예요. 덧붙이자면 중간에 진상을 파악한 탐정역 (사람들이 싫어하는)이 살해당하고 다른 인물이 뒤를 이어받는다는 전개는 크리스티 여사의 "누명"이 떠오르는데, 차라리 "누명"처럼 심리 서스펜스 분위기로 끌고가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네요.

그 외의 디테일들, 초중반 상자가 찢어진 것을 발견한 경찰의 수색, 무네히코가 마술책에 메모를 남긴 것, 나가시마가 리에코의 집에 침입해 워드프로세서의 리본을 교체하는 것 등 모두 지나치게 편의적입니다. 요리코로 분장한 미타 리에코의 지문이 인형에 묻어있다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단서가 되리라는 생각도 안 들고요. 심하지는 않다고 해도 막장 재벌 가문의 설정도 너무 진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년탐정 김전일"의 초기 연재 에피소드와 유사한 설정, 트릭도 거슬린 부분입니다. 물론 이 작품이 1989년에 발표되었고 "김전일"은 1992년 이후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허나 "김전일"이 더 설득력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도 어려워요. 예를 들어 어머니를 농락하고 버려 힘들게 살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복수라는 동기는 "이인관촌 살인 사건"과 유사합니다. 타 작품에서도 흔하게 쓰였지만 범인의 심리는 왠지 모르게 비슷했거든요. 하지만 어머니를 살해하는 극한 심리를 보여준 "이인관촌 살인 사건" 쪽이 설득력 측면에서는 한 수 위였습니다.
십자 저택의 구조를 활용한 거울 트릭도 "학원 7대 불가사의 사건"과 거의 동일한데, 사용된 소품과 방법 모두 "학원 7대 불가사의 사건"이 훨씬 설득력이 높다는건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건질 게 없지는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장애가 있는 다케미야 가오리의 나가시마에 대한 집착은 아주 인상적이에요.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고 난 뒤 복수를 위해 사람들을 조종하고, 나가시마를 지배하려 한다는 것인데 여성 심리 묘사에 탁월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솜씨가 더해져 상당히 섬찟하게 다가옵니다.

범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시즈카 할머니와 가정부 스즈에 아주머니를 통해 증거가 조작되어 사건이 미궁에 빠지게 된다는 초반 전개도 나쁘지 않습니다. 정통 본격물답게 독자에게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미덕 역시 잘 살아 있습니다. 읽는 재미도 작가의 명성에 어울리는 수준이고요.

허나 단점이 많아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구태여 찾아볼 필요 없는 범작입니다.
여러모로 욕심이 너무 과했다는 느낌입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들어내고 보다 깔끔하게 정리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2006/07/15

쭉쭉빵빵 꽃미녀 탐정단 (전 18권) - 키타자키 타쿠 : 별점 2점

스피드 걸이라는 만화로 조금 알려진 키타자키 타쿠의 정통(?) 추리 만화입니다. 

일단 간단하게 추리만화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자면, 추리 만화는 그동안 많이 있었고, 특히 추리강국 일본에서야 데즈카 오사무가 초기부터 쟝르물을 시도했을 정도로 그 저변이 깊고 넓습니다. 하지만 요새와 같이 하나의 "쟝르"로서 정의되고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온건 아무래도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부 (소년탐정 김전일)" 대박의 영향이 크지 않나 싶어요. 이후에 나온 이른바 "시리즈" 작품만 해도 한두개가 아니며 그 중에서도 "긴다이치 하지메" 처럼 누구누구의 후손이 활약한다는 이야기만 해도 제가 본 것만 두, 세개는 넘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시리즈는 유행에 편승했을 뿐 성공한 작품이 거의 없습니다. 이유는 캐릭터나 추리적인 분위기만 유사하게 잡았을 뿐, 추리물의 기본 - 잘 짜여진 단서들, 정교한 트릭 등 - 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긴다이치 소년이 추리만화 쟝르의 시발점이 되었지만, 다른 유행에 편승한 작품들이 인기에 있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혜성처럼 나타나 쟝르가 활성화 되는데 공헌한 건 "명탐정 코난"입니다. 조금 낮은 연령 취향의 설정을 가지고는 있지만, 나름대로 정교한 트릭을 선보이며 정통 추리물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며 긴다이치 소년과 추리만화의 양대산맥을 이루었지요. 긴다이치와 코난의 성공과 "학원 추리물"이라는 쟝르물로서의 확고한 자리매김으로 이후에 등장하는 작품들도 정해진 공식을 잘 따라 추리와 트릭만 뒷받침 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쟝르로 인정받게 된 것 같습니다. 이후의 작품들로 준척급 이상의 성과를 거둔 작품은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나 "탐정학원 Q", "Q.E.D" 등이 있겠네요.

서론이 좀 길어졌는데 지금 소개할 이 "쭉쭉빵빵 꽃미녀 탐정단"도 이러한 "추리물"과 "시리즈물"이라는 정해진 공식에 충실합니다. 그 중에서도, 시리즈를 끌고가는 탐정 캐릭터의 독특함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여성 3인조 아이돌 그룹 "TriColore"의 멤버인 시라세 아키라거든요. 여자라는 점과 아이돌이라는 신분이 타 추리물 탐정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독특하죠. 

주인공의 라이벌로 "괴도 리스트"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 역시 공식에 충실한데 김전일의 괴도신사나 코난의 괴도 키드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거기에 시리즈 중반 이후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작품 전체를 꽤뚫는 악역인 - 김전일의 요이치나 코난의 검은 코트의 사나이들에 대응하는 - 연쇄살인마 "산타클로스"의 존재마저도 공식대로입니다. 

또한 옴니버스 시리즈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TriColore"가 연예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큰 기둥 줄거리를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됨으로서 단편물로서만이 아니라 긴 호흡의 이야기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며, 그 외에도 고교생인 아키라의 학교 생활이나 청춘물 같은 사랑 이야기, 협력자 격인 경찰, 여러 다양한 친구들 등 친숙한 설정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 공식에 충실하다고 다 좋은 추리만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러한 공식보다는 추리, 그리고 트릭이 추리만화라는 쟝르의 가장 중요한 점인데 이 만화는 유감스럽게도! 정통 추리물에 걸맞는 멋진 추리적 요소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동기나 배경 설명 등은 꽤 그럴싸하지만 본격적인 추리 부분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맥이 빠질 정도로 어이가 없거든요. 다이잉 메시지, 과학적 트릭, 공간이동 트릭, 밀실 살인 트릭 등 거의 모든 추리적 트릭이 등장하고 있지만 문제가 없는 트릭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간단한 사건들의 소박한 트릭이 더욱 와 닿는 것은 정말이지 안타깝기만 하네요. 작가가 굉장한 트릭을 구상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장면이 눈에 선하긴 한데 원체 트릭들이 한심한지라....

또 트릭이 별볼일 없는 데 비해 이야기가 너무 장황한 것은 작가 스스로도 그러한 약점을 잘 알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겠지만 외려 이야기의 흐름을 지루하게 만들 뿐입니다. 예를 들자면 시라세 아키라의 아버지가 고고학자라는 설정, 다른 멤버인 리나, 카나코의 가족 이야기들은 군더더기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거든요. 시라세 아키라가 학교에서는 정체(?)를 숨기고 히유가 아키라라는 본명으로 안경하나 끼고 다니면서 정체를 숨긴다는 슈퍼맨같은 변장 설정 역시 사족에 불과하고요. 그 외에도 후반부로 가면 그림쪽은 확실히 좋아지긴 하지만 전작에 비해 뭔가 무뎌진 듯한 뎃셍 등 그림에서의 문제도 눈에 많이 띄는 것, 노출이나 므흣(?)한 장면들로 승부수를 던지는 것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추리할 때에는 찬물을 머리에 끼얹고 추리하는 아이돌 시라세 아키라라는 존재만으로도 인기 시리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긴 했습니다. 추리물을 제외한 부분은 여러 인물들의 애정 관계나 인물 설정, 그리고 아이돌에 관한 여러 디테일 등으로 비록 뻔하지만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부분이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주요 멤버인 카나코가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는 것으로 하여 그룹의 멤버 체인지를 한다던가,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주인공들의 헤어 스타일이 바뀐다던가 하는 디테일이 마음에 들더군요. 이러한 재미때문에 18여권에 이르는 꽤 긴 시리즈로 연재된 것 같지만 위에서 설명한 추리만화로서 가지고 있는 결정적 약점, 즉 트릭이 후지다!는 것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인기가 없는 것을 떠나 다른 어디서도 관련 글을 찾아볼 수 없는 철저한 마이너 만화이지만 추리 매니아로서 의무감을 가지고 얼마전 완결편까지 전권 구입에 성공한 기념으로 리뷰를 남깁니다. 차라리 절판된다면 책의 가치가 본의 아니게 올라갈지도 모르겠군요.

2008/08/14

탐정학원 Q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 별점 2점

탐정학원 Q 22 - 4점
아마기 세이마루.사토 후미야 지음/학산문화사(만화)

휴가기간동안 몰아서 본 만화책 중 하나입니다. 완결된 줄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제서야 완독했네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 완전 실망스러웠습니다. 너무 저연령을 타겟으로 한 만화인 탓입니다. 나이 서른 다섯이 읽으려니 정말 적응하기 힘들더군요.

탐정학원이라는 설정부터가 너무 유치합니다. 단 탐정과 조수 렌죠, 그리고 탐정 학원생들의 설정은 아케치 코고로와 소년탐정단을 다시 부활시킨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년탐정단'이 반세기 이전 아동물인데 이 낡은 포맷을 가져오다니, 시대착오도 정도껏 했어야죠. 게다가 지나친 만화적 상상력을 덧붙인 탓에 판타지에 가까와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주인공인 큐가 가장 평범한 인물이니 말 다했죠. 다른 Q클래스 친구들은 아무리 만화라도 지나치게 과장되었어요. 

후발 주자였지만 보다 큰 인기를 얻은 "코난"에서도 '거대한 악당 조직과 소년 탐정단'이라는 아이디어를 차용한 듯 싶은데, 포인트를 잘못 잡았습니다. "코난" 보다 과장된 캐릭터들과 설정들이 호흡이 길고 무거운 이야기와 합쳐지니 별로 재미를 느낄 수 없었거든요.

추리적으로 괜찮은 이야기가 없지는 않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추리의 질과 수준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큽니다. 본격 추리적인 재미를 느끼기에는 부족했어요.  범죄 코디네이터라는 좋은 아이디어도 잘 살리지도 못했고요. 막강한 적인 명왕성의 범죄 코디네이팅이 하는 족족 실패니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결말도 허무합니다. 명왕성의 총수 킹 하데스와 단 모리히코의 격돌, 그리고 탐정학원 Q 클래스 학생들과 명왕성의 대결, 큐와 류의 대결 등이 복합적으로 펼쳐지는데 별다른 트릭도 없이 서둘러 마무리해 버립니다. 허무할 정도였어요.

한마디로 평하자면 "김전일 작가가 그린 아동용 코난 아류작"입니다. 꾸준히 구입해 보다가 질려서 포기했었는데, 포기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작품에서 건질건 케르베로스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도 김전일의 요이치와 겹쳐져 버리긴 했지만요... 별점은 약간이나마 있는 본격 추리적인 요소를 감안해서 2점입니다만,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2009/03/16

최근 읽은 추리만화 감상

비밀 5 - 4점
시미즈 레이코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이번 권은 두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네요. 그중 첫번째 이야기가 메인으로 "60년 전 유괴하여 살해한 죄를 자백한 한 시한부 인생 노인의 고백, 그리고 고백대로 시체를 발굴한 현장에서 20-25년 밖에 지나지 않은 성인 남성의 시랍화된 시체가 발견된 뒤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우연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습니다. 시리즈의 팬으로서 감찰의 유키코의 재등장. 아오키의 프로포즈 등 세세한 볼거리는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왠지 시리즈 초반의 과학과 추리가 상상력과 잘 결합되었던 독특한 분위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범행의 동기 역시 절절하긴 하지만 진부하기 그지 없었고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본 사건과는 무관한 최초의 유괴사건에 관련된 이야기가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키 경시정의 "추리" - 감찰의 유키코의 친구를 보고 내리는 추리나 시체의 자상을 통해 범인을 추리하는 것 등 - 가 상당히 돋보이긴 했고요. 

하지만 평작 이하 수준이라 별점은 2점입니다. 그나저나 이 작품도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별점이 추락하는군요... (덧붙이자면, 두번째 이야기는 꽁트수준으로 짤막할 뿐더러 뇌 스캔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풍자하듯 다룬 작품이기에 별로 언급할게 없었습니다)


소년탐정 김전일 2부 8 - 4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한권짜리 단편입니다. 흑마술 살인사건이라는 부제인데 거창한 이름이 붙은 저택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극, 그것도 인형을 통해 연쇄살인을 미리 예고한다는 것과 같은 정통 미스터리적인 요소에 흑마술을 통한 오컬트적 분위기, 그리고 "지옥의 광대" 타카토 요이치까지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노리고 만든, 인기를 끌만한 요소를 그러모아 과거의 활력을 찾아보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보이더군요 . 

그러나 사건의 동기 부분에서 기존 김전일 시리즈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구태를 반복하고 있으며, 추리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줄만한 정교한 트릭이 등장하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독자에게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작품의 핵심 본질 자체가 별로 좋아지지 못했습니다. 정말이지 트릭은 어처구니가 없는 수준이었고요.

그래도 전작보다는 나은 수준이라는게 어찌보면 황당할 뿐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Q.E.D 큐이디 31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도 31권째네요. 이번 권에는 두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가벼운 이야기 - 무거운 이야기가 보통 같이 실리곤 했던 전례처럼 첫번째 이야기는 연구 데이터 분실에 관련된 이야기이고 두번째 이야기는 살인 사건입니다. 

그런데 보통은 가벼운 이야기 쪽의 트릭이나 구성이 더 좋았었지만 이번 권에서는 첫번째 이야기가 더 별로였습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전개가 납득되지 않는데 이유는 범인이 애시당초 사건을 벌일 필요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을테니까요. 또한 추리적으로는 정말이지 봐줄만한 요소가 없기도 해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작가 스스로도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보이기도 했고 말이죠. 

로키와 에바가 등장하고 미국을 무대로 한 스케일이 큰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팬으로서 즐겁게 읽었고, 우리나라의 "황우석 박사" 사건이 연상되는 등의 잔재미는 있지만 평작 수준에 못미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나마 두번째 이야기는 조금 나았습니다. 일단 트릭이 괜찮았거든요. 간만에 본 "만화에 아주 적합한"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식으로 트릭이 구성되어 있고 결말부분의 반전도 존재하기 때문에 추리적으로 즐길거리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작품 안에서도 밝혀지듯 동기가 너무나 약하며, 경찰의 적절한 증거에 대한 검사만 있었더라도 범인을 보다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는 점 때문에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만 보완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그래도 평작 수준은 되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 이야기가 쪽박이고 두번째 이야기는 평작이라 두 작품의 합한 평점은 2점 정도로 생각되네요.

2003/12/15

불연속 살인사건 -사카구치 안고 / 유정 : 별점 1.5점

불연속 살인사건 사카구치 안고 지음, 유정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아내와 나는 여름을 산간마을에 있는 친구 집에서 보내게 된다. 시인, 소설가, 극작가, 배우, 화가 등 20여 명과 같이 지내게 되는데, 돌연 인기작가가 살해되면서 이후 차례로 7, 8명이 연달아 칼에 찔리거나 교살, 독살, 익사체로 죽어나간다. 범행방법도 제각각, 동기도 알 수 없는 이 연쇄살인은,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불연속 살인사건인가.

일본 고전 미스테리 걸작을 뽑을때 빠지지 않는 사카구치 안고의 불연속 살인사건입니다. 평소 헌책방을 뒤져 절판된 추리소설을 구해 읽는것을 좋아하지만 워낙 유명한 일본 정통(?) 고전 추리소설인지라 동서 추리문고의 따끈따끈한 새책으로 구해 읽게 되었습니다.

위의 줄거리와 같이 무려(!) 20여명에 가까운 등장인물들이 나온다는 것이 특징으로 화자역인 야시로 슨페이나 탐정역의 교세이 박사 두명 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개성에 가려 별로 돋보이지 않을 정도에요. 홈즈나 왓슨의 비중이 죽어나가는 조연들보다 낮은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이름들도 "야시로 슨페이""우타가와 가즈우마""모치즈키 다카히토" 등등 외우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 앞부분의 등장인물 표를 계속 보게끔 만들더군요. (중반 이후부터는 번역과 교정 문제인 듯 이름이 잘못 표기된 부분이 꽤 눈에 띄더군요. 흐....)
또 여러 설정들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구식이라는 것도 큰 특징으로 한 시골마을에 왕처럼 사는 구 귀족 출신의 부자와 그의 자식들, 변태적이고 엽기적인 친구들, 미친 의사와 간호원까지.. 어떻게 보면 "김전일"에 많이 나옴직한 시골 명문가와 비뚤어진 인간관계의 원형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김전일에 비하면, 이야기는 너무나 장황하고 사건보다는 심리묘사와 각종 상황묘사, 그리고 인물간의 대사에 치중하고 있어서 추리소설의 느낌이 많이 약합니다. 너무 대사가 많은 나머지 가장 중요한 사건인 "살인사건"마저도 이런 저런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묻혀 어영부영 넘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니까요.
그러나 이건 약과일 뿐이고 더 큰 문제는 너무 많이 죽어서 결국 용의자가 좁혀진다는 것입니다. 저조차도 끝부분에서 트릭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범인이 누군가인가 하는 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거든요. 실질적 동기를 가진 사람이 한명밖에 남지 않았으니 말 다했죠 머...^^ 
게다가 정통 고전파 명작 중 하나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정통파라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에요. 최소한 동요에 맞춰 사람이 죽어나간다던가, 이름 머릿글자 순으로 죽어나간다던가 하는 재미 정도는 더해주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결론내리자면 고전을 읽은 기쁨은 있지만 아쉬움도 큰 책입니다. 이 책은 분명 고전이고 발표 당시에는 뭔가 획기적이고 대단한 면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고 지루하기만 할 뿐이었어요.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나 작가의 이름값에 기댄 측면이 커 보이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뒷부분에 수록된 진슌신의 "얼룩화필"도 별로 신선하지 못했기에 본전 생각이 더 나게 만듭니다.

2006/12/26

제 1회 독자 미스터리 대상 - 만화부분

제 1회 독자 미스터리 대상 시작.

decca님이 추진하시는 국내 최초 독자선정 미스터리 대상 투표인데 만화부분이 빠져 개인적으로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알라딘을 통해 올 한해 나온 추리 만화만 대~충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목을 불문하고 본격이나 정통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만 골라서. 시리즈는 재판이나 재간된 것이 아닌 신간만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가가 탐정 사무소 9~10 : 칸자키 스미

검은 사기 6 ~ 9 : 쿠로마루 / 나츠하라 타케시

곤충감식관 파브르 1~5 : 키타하라 마사키 / 아키야마 히데키

데스노트 7 ~ 12 : 오바 츠쿠미 / 오바타 다케시

도박 묵시록 카이지 31 ~ 33 : 후쿠모토 노부유키

라이어 게임 1 ~ 2 : 카이타니 시노부

명탐정 코난 52~55 : 아오야마 고쇼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1~4 : 하야미네 카오루 / 에누에 케이

미궁 시리즈 32 ~ 33 : 카미야 유

미녀형사 아시미 15 ~ 16 : 곤도 마사유키

범죄 교섭인 5 : 키 타카시

사신탐정과 우울온천 / 사신 탐정과 유령학원 1 : 사이토우 미사키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 ~ 3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원 아웃 15 ~ 17 : 카이타니 시노부

월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 / 사사키 노리코

절대미각 식탐정 5 ~ 6 : 테라사와 다이스케

탐정학원 Q 20 ~ 22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CMB 박물관 사건 목록 1 ~ 2 : 카토우 모토히로

Q.E.D 23 ~ 25 : 카토우 모토히로

더 있긴 하겠지만 대충 대충의 기억과 조사로는 여기까지. 읽은 것은 반 이상이지만 새 시리즈는 거의 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탄력과 관성에 의해 보게되는 코난이나 김전일, QED 같은 시리즈는 선뜻 베스트라 내세우기가 좀 어렵네요.

그래도 단 한권을 꼽아야 한다면 구관이 명관, 명탐정 코난 53권과 QED 24권을 꼽겠습니다. 코난은 첫번째 에피소드는 그냥 저냥이었지만 두번째의 암호트릭이 꽤 괜찮았거든요. QED 24권은 QED만의 자그마한 에피소드인 크리스마스 에피소드가 마음에 들어서요. 

시리즈를 하나 꼽아보라면, 역시 몇년 전 부터 계속된 시리즈라 올해의 베스트로 꼽기에는 난감하지만 독특한 소재와 심리게임이 발군인 "원 아웃 을 꼽습니다.

2004/11/08

팔묘촌 (八つ墓村) - 긴다이치 코오스케 시리즈 : 별점 2점

팔묘촌이라고 불리우는 마을은 이전 한 사무라이가 부하 7명과 함께 황금 삼천량을 가지고 정착하였지만 돈에 흑심을 품은 마을 사람들에게 몰살당하며 저주를 내린 전설이 전해지는 마을이다.
마을 유지인 타지미 가문의 장주 "요우조"가 애첩의 도망 후 폭주하여 마을 사람 32명을 살상한 사건이 8월 8일의 사건이 있은 24년 후, 유우지와 애첩의 아들로 알려진 "타츠야"를 가문의 후계자로 하려고 그를 마을로 불러오게 된다.
하지만 타츠야의 외할아버지, 병약한 이복형, 스님 등이 차례로 독살당하며 이른바 "제비뽑기"식 살인 (공통 분모가 있는 2명 중 한명만 살해하는 것)이라는 것이 알려진 후 저주의 원흉이라 타츠야가 마을 사람 모두에게 의심받기 시작한다.
긴다이치는 외할아버지의 독살 사건의 조사를 의뢰 받은 후 차례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의 조사를 계속하여 모든 사건의 원인을 알아내고 타츠야의 출생의 비밀까지 밝혀낸 후, 운명의 8월 8일 마을사람들이 폭동을 일으켜 타츠야를 죽이려다가 타지미 가문 지하의 종유동에서 몰살당한 후 밝혀진 진범에게 모든 사건의 진실을 폭로하게 된다.

3부작 드라마 스페셜입니다. 원작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요코미조의 긴다이치 시리즈 대표작 중 한편이라고 해서 무척 기대하고 시청하였습니다.

조사해보니 일본의 촌마을에서 누군가가 마을 사람들을 학살한 사건은 실화라고 하더군요. 이런 실제 상황을 가지고 작가가 "과거의 저주" 때문이라는 이유를 상상해내고, 여기에 광기어린 일본의 전형적인 지역 유지 가문을 - 가문의 핏줄을 중시하며 약간 변태적이고 괴기스러운 캐릭터들로 이루어진 전형 - 더하여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일단 "제비뽑기 살인"이라는 살인의 아이디어가 좋네요. 색다른 맛이 있거든요. "보물찾기"까지 이야기 중에 삽입하는 설정도 제법 괜찮고요. 무엇보다도 이런 류의 작품에서 찾아보기 힘든 헤피엔딩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만화 김전일 시리즈의 "참수무사"와 "백발귀"가 연상되는 내용이라 더 반가왔던 것 같아요. 오리지널인 할아버지의 시리즈에서 많은 모티브를 얻었다는 분명한 증거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손자 김전일군처럼 주요 등장인물이 거의 모두 죽어나간 상황에서 범인을 알아내는 결말,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 (범인의 손가락!)는 최후의 장면에서야 결국 확보한다는 점에서 본격 추리물로서 가치가 높아 보이지는 않네요. 범인의 트릭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고요. 이래저래 추리물보다 모험물로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기본적인 재미는 충분히 전해줄 뿐더러 상당히 큰 규모의 세트와 CG를 동원하고 2차대전 직후의 분위기를 잘 재현한 영상은 마음에 들었고 긴다이치 역의 이나가키 고로도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서 완성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이미 전작인 "이누가미 일족"이 있는 모양인데 이것도 한번 구해봐야 겠네요.

2007/03/22

죽은 사람은 스키를 타지 않는다 - 패트리샤 모이즈 / 진용우: 별점 3점

죽은 사람은 스키를 타지 않는다
패트리샤 모이스 지음, 진용우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런던 경시청의 주임 경감 헨리 티베트는 아내 에미와 함께 이탈리아의 산타 키아라로 스키 휴가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이 여행의 이면에는 산타 키아라가 중심이 된 국제적 마약 조직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한 밀명이 있었다. 

그는 정체를 숨긴채 스키를 타기 위해 찾아온 여러 국적의 스키어들과 친분을 나누며 스키를 즐겼지만, 마약 밀매의 중심인물로 의심되는 프리츠 하우저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 뒤 이탈리아 경찰 스페치 경감과 함께 사건 수사에 뛰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프리츠 하우저가 살해된 당시 가능성이 있던 용의자들은 모두 제각기 동기가 있던 상태여서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그래도 어느 정도 범인을 확신한 헨리에게 중요한 단서를 쥐고 있던 리프트 관리인 마리오 영감이 무언가를 고백하기로 했지만, 마리오 영감마저 프리츠 하우저와 동일한 모습으로 살해당하고 말았다. 헨리는 이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 고민하게 되는데..

패트리샤 모이즈의 처녀작 장편으로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실 초반은 굉장히 지루합니다. 본격적인 사건인 프리츠 하우저 살인 사건이 벌어질 때 까지의 100페이지에 이르는 길고 긴 스키어들과 스키장의 묘사가 참기 힘들 정도로 따분한 탓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정말이지 정신없이 읽게 되더군요. 사건이 벌어진 뒤의 이야기가 워낙에 흡입력이 넘치고, 정통파에 기반을 둔 본격 트릭물이라서 저같은 본격 애호가에게는 딱 들어맞는 작품인 덕분입니다.

요새 기준으로 본다면 소박하게 느껴지는, 단(!) 두건의 살인 사건만 등장하지만 두 사건 모두 상세한 시간표까지 등장시키는 식으로 공정하고 정교하게 잘 짜여진 트릭들이 돋보입니다. 특히 마지막에 헨리 티베트가 결정적 힌트를 얻는 장면은 공평하게 정보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독자에의 도전" 같은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였고요. 덧붙이자면 현대 추리소설에서 많이 간과되는 부분인, 제가 좋아하는 "동기" 부분까지 모든 용의자에게 고르게 혐의가 갈 수 있도록 상세하게 설정하고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첫 번째 사건에 비해 두 번째 사건은 다소 억지스럽습니다. 예를 들면 "발자국" 문제는 차라리 눈이 오는 걸 기대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고, 활강은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두 사건 모두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구현하는데에는 성공했지만, "범인이 될 수 있는 인물"을 만드는데에는 실패했기 때문에 완전 범죄로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고요.
그리고 영어, 이탈리어어, 독일어가 각각 쓰이는 상황은 보다 더 재미있게 구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성탐정록 첫 번째 이야기 같은 트릭이 나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덧붙이자면 작품의 재미와는 별개로 여류 작가 특유의 귀족적 취향과 로맨스적인 설정이 좀 과도한 것은 옥의 티였습니다. 애거서 여사님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2차대전 이후 비교적 현대로 넘어온 시대의 소설 치고는 너무 낭만적이랄까요? 특히 맨 마지막의 남작의 액션씬(?) 은 정말 아니올시다 였습닌다. 재미를 해칠 정도는 아니지만 거슬렸어요.

그래도 최소한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만족할만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걸작"이라고 칭하기에는 좀 부족하더라도 말이죠. 헨리 티베트 경감도 시리즈 캐릭터인 모양인데 후속작도 보고 싶어지게 만들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눈 쌓인 산장+스키장과 거기 묵는 악인을 중심으로 모인 많은 사람들" 이라는 주제가 이 작품에서 제일 처음 등장했는지는 좀 궁금하네요. 본격물이 등장하기 딱 좋은 무대잖아요. 최소한 김전일의 "타로 산장" 에피소드가 이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은 분명합니다. 리프트가 굉장히 적절하게 쓰인 점만 보더라도 말이죠. 솔직히 이 소설처럼 관광명소가 된 스키장이라면 모를까 김전일의 타로 산장같은 펜션이 리프트 같은 거대 시설을 유지한다는 것은 너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이유를 이제서야 좀 알겠네요. 야마기 세이마루 씨가 이 작품을 읽고 "나도 써먹어야겠다!" 라고 두 손을 불끈 쥐는 모습이 눈 앞에 선합니다.

2004/09/27

중국 오렌지의 비밀 - 엘러리 퀸 : 별점 2.5점

 
중국 오렌지의 비밀 - 6점 엘러리 퀸/시공사

뉴욕 챈슬러 호텔 22층에 있는 맨더린 출판사 사장 도널드 커크의 사무실에 찾아온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현장인 대기실의 모든 집기에서부터 피살자의 복장까지 거꾸로 뒤집혀 있는 괴상한 상황에 더해 밀실에 가까운 대기실의 존재 탓에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도널드 커크의 친구인 엘러리 퀸은 우연히 사건에 뛰어들게 되고, 피살자의 복장에서 단 하나 빠져있던 "넥타이"를 주목하며 특유의 추리력으로 결국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엘러리 퀸의 국명시리즈의 하나로 초기작이라 볼 수 있는 작품.
개인적으로 엘러리 퀸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모를 어려운 인용구를 남발하는 식의 잘난척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죠. 그래서 우연찮게 구했던 몇몇 작품만 읽고 애써 구해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블로거 "옥수수밭"님의 도움으로 구해서 읽게된 이 작품은...! 엘러리 퀸의 잘난척과 인용구는 역시나 가득하지만 고전 추리로서의 미덕과 정통파로서의 품격과 내용을 모두 갖추고 있는 좋은 작품이더군요. 역시 선입견을 가지면 안되요... 반성, 반성합니다. 

여튼, 누가 뭐래도 정통파는 의외의 상황, 정교한 트릭, 의외의 범인 이 세가지가 잘 짜여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거의 밀실에 가까운" 방에서 모든것이 뒤집혀진채로 죽은 피해자 (입고있는 옷과 방의 모든 가구들, 심지어 그림까지!)라는 의외의 상황과 이 상황을 잘 이용한 트릭, 그리고 가장 범인 같지 않은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 까지 정통파의 플롯과 내용을 그대로, 하지만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자에게 던지는 도전장!이라는 부분으로 독자에게 지적 게임을 유도한다던가 후반부의 엘러리가 관련자 전원을 모아놓고 추리쇼를 펼치는 부분은 김전일과 코난류의 일본 추리 만화의 마지막 장면과 무척이나 흡사하여 왠지 친근감마저 느껴졌고요. (특히나 김전일과 굉장히 비슷한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범인이 갑자기 닥친 상황에서 급하게 짜낸 트릭으로 완벽한 알리바이를 구축할 수 있었다라는 부분의 설득력이 약한 것은 단점이긴 합니다. 이런 트릭으로 방을 밀실로 만들고 알리바이를 만드느니 시체를 잠깐 동안만 숨겨놓고 나중에 태워버린다던가.. 하는 방법으로 처리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요?
거기에 방을 밀실로 만드는 방법은 약간 억지스럽기도 합니다. 감히 잠깐 생각했던 트릭으로 엘러리 퀸에게 대결하다니 건방진 놈 같으니라고.

그래도 추리적으로는 마음에 들은 부분이 많고 내용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국명 시리즈는 "이집트 십자가", "그리스관" 에 이어 이로써 세 작품 째인데 기회가 된다면 더 구해서 읽어보고 싶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책을 주신 옥수수밭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PS : 그런데.. "중국 오렌지"라는 제목은 억지네요. 국명시리즈라는 타이틀에 엘러리가 너무 집착한 듯 싶어요^^

2006/01/03

토요 와이드 극장 - 긴다이치 코스케 VS 아케치 코고로

경찰 차관이 밀실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며 이어 그와 유착관계에 있던 악덕 상인, 그리고 경찰 차관의 내연녀 등이 차례로 살해된다. 경찰 차관 사건의 의뢰를 받은 아케치 코고로와 우연찮게 사건에 끼어들게 된 긴다이치 코스케가 서로 힘을 합쳐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게 되는데...!

아케치 코고로와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두 일본 명탐정의 합동 추리 수사극이라는 설정부터 재미나지만 거기에 캐릭터성을 유지시키면서 무대를 현재로 옮겨 더욱 더 흥미를 유발한 작품.
아케치 코고로는 심리학 전문가인 조교수로, 긴다이치 코스케는 사립탐정으로 등장하는데 캐릭터성은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한 편이라 의외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약간 재수없는 부유한 천재 아케치와 후줄근하고 별볼일없는 외관의 킨다이치라는 설정은 똑같거든요. (제가 아는 아케치 코고로는 첫 등장에서는 상당히 후줄근한 모습이었는데 "소년탐정단" 등을 거치며 어느새 댄디한 신사의 이미지가 정착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해결 장면에서도 김전일과 유사한 것이, 아케치의 추리는 결국 빗나가고 긴다이치가 사건의 진상에 접근한다는 구성이 정말 똑같습니다. 에도가와 란포가 본다면 기가 막히겠지만 말이죠. 그래도 배우들이 상당히 어울리는 편이고 세세한 부분도 나름대로 신경쓴 디테일은 꽤 괜찮습니다.
하지만 설정에 비해 추리적인 구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부제가 [명탐정 추리대결! 불꽃의 불가능 밀실 살인 트릭] 이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멋진 트릭은 등장하지도 않고 추리 대결은 벌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등장하는 트릭 비스무레 한 것은 다이잉 메시지 하나 정도 밖에 없고 그 이외에는 그냥 몸으로 때우는 활약뿐이거든요.
게다가 마지막 장면이 너무나 허무해서 황당할 지경입니다. 예상가능한 범위안에 있는 악역 캐릭터의 설정도 마음에 들지 않고 필요 이상으로 속편을 의식한 듯한 결말도 불만스럽네요. 악역과 스쳐지나가는 마지막 장면은 완전히 "모든 것이 F가 된다" 입니다.

이런 드라마는 기획과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추리적인 요소가 더욱 중요할텐데 이렇게 막 나갈 바에야 원작을 아예 현대로 각색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각본이 형편없어서 아쉽네요. 두 탐정의 팬이라면 현대에 부활시킨 모습이 꽤 어울리는 편이라 한번 봄직도 하지만 그 외의 추리 매니아라면 신경 꺼도 될만한 수준의 작품이었습니다. 제목과 설정이 아깝군요.

PS : 나가세 토모야의 긴다이치는 의외로 잘 어울리는 편이라 정말 놀랐습니다.

2008/12/29

2008년도 읽은 책 총 결산

2007년도 읽은 책 총 결산

올해 읽은 책 총 결산의 다섯번째입니다. 5년차에 접어들었군요. 보통 이글루 결산에 이어 진행했는데 올해는 이글루 결산이 좀 늦어서 먼저 포스팅합니다.

어쨌건 올해는 작년보다는 독서량이 증가해서 총 82권 읽었네요. 작년에는 55권이었니 약 50% 정도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이런저런 이벤트를 통해 고맙게 읽은 책이 꽤 되기도 하고, 선물받은 책들도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좀 증가하는 추세이니 안도했달까요?

그럼 결산 들어갑니다~ 언제나처럼 제 블로그에 올린 리뷰들 중에서만 선정했습니다.

2007년 베스트 추리소설 : 이중구속 - 크리스 보잘리언

2007년 워스트 추리소설 :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 히라야마 유메아키

2007년 베스트 장르 문학 : 1권 밖에 읽지 않아서.. 베스트는 없음. 카테고리를 없애야 하나?

2007년 워스트 장르 문학 : 상동

2007년 베스트 역사 관련 도서 :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 이철

2007년 워스트 역사 관련 도서 :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이수광

2007년 베스트 전공관련 / 스터디 도서 :  디자인의 디자인 - 하라 켄야 / 민병걸

2007년 워스트 전공관련 / 스터디 도서 : 혼다 디자인 경영 - 이와쿠라 신야 외 / 박미옥

2007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사이먼 싱의 암호의 과학 - 사이먼 싱 / 이원근

2007년 워스트 기타 도서 : Eye_26세, 나는 세상으로 뛰쳐나갔다.

2007년 베스트 단편 : 광화사 (From "경성탐정록 / 파우스트 Vol.5")

결산평 : 
올해의 특징이라면 별점이 더 후해졌다는 것! 을 들 수 있겠네요. 그런데 외려 추리장르에서는 별 5개짜리가 없다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군요.

추리문학 베스트 "이중구속"은 별점 4점을 받은 많은 작품들 중 한편으로, 별점 4점을 받은 작품들이 좀 오래되거나 절판된 도서들도 있어서 최근 작품 중에서 고르다 보니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정통 추리물은 아니라 무게감이 약간 떨어지는 감이 없잖아 있긴 합니다만... 그리고 워스트인 "유니버셜~" 은 너무나도, 지나칠 정도로 제 취향이 아니라서 저에게는 거의 재앙급의 작품이었기에 주저없이 뽑을 수 있었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취향 문제로 보이기는 하지만요.

역사관련 도서의 베스트 "경성을 뒤흔든~" 은 유일한 해당 카테고리의 별점 5점짜리 책이기에 당당히 뽑혔습니다. 재미와 자료적인 가치 모두 수준급인 좋은 책이었죠. 같은 계열 시리즈이긴 하지만 워스트로 뽑힌 "조선을 뒤흔든~" 은 사실 별점 2점이라 워스트로 꼽기는 좀 야박하기도 한데 어쩌겠습니까. 워스트는 워스트니까요.

전공관련 도서는 올해는 그다지 많이 읽지 못했더군요. 하지만 베스트인 하라 켄야의 "디자인의 디자인"은 언제 읽었더라도 베스트로 꼽을 수 있는 아주아주 좋은 책이었습니다. 디자인 전공자나 디자인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으로 당연히 별점도 5점이지요. 워스트인 "혼다의 디자인경영"은 별점 2점으로 워스트인데 좀 억울할려나요?

기타 도서 베스트는 당연히 "사이먼 싱의 암호의 과학"입니다. 별점도 5점이지만 저에게는 아주 도움이 되기도 했으니까요. 워스트인 "Eye-26세..."는 회사에 공짜로 들어와서 30분만에 읽은 짤막한 여행기로, 읽고나서 30초만에 책에 대한 기억이 휘발되는 그런 알맹이 없는 책이었어요. 대관절 이런 듣보잡 책을 왜 번역해 냈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베스트 단편은 두말할것도 없이 경성탐정록 시리즈인 "광화사" 입니다. 다른 좋은 작품들도 많이 읽었던 한해였지만 (예를 들면 천사가 지나갔다 (From "러시아 추리작가 10인 단편선") 같은 작품은 아주 좋았죠) 광화사라는 작품이 저와 저의 형에게 너무나 큰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기에 선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단 한가지 걸리는 것은 단편이라기엔 좀 긴 분량이라는 것이죠^^

아울러 기타 분야를 살짝 언급하자면, 올해 읽은 만화 중 베스트는 "왓치맨 - 알란 무어 / 정지욱" 이었고 워스트는 막판에 등장한 "소년탐정 김전일 2부 7권" 입니다. 원래는 "본격 제 2차 세계대전 만화 1권 - 굽시니스트 " 였습니다만 막판에 김전일이 등장하여 당당히 워스트 탑을 차지했네요. 이유는 리뷰에 언급되어 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올해 본 영화 중 베스트는 "Wall-E" 이고 워스트는 "사랑의 은하수 (Somewhere In Time) - 자노 슈와르크 " 였습니다. 베스트는 올 한해 본 작품들이 다 고만고만한 작품들이라 고민했는데 시즌 막판에 본 Wall-E가 워낙 좋아서 선정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워스트 "사랑의 은하수" 역시 어떻게 보면 당연하겠죠. 그만큼 저에게는 너무나지루하고 졸린 영화였거든요. 너무 낡았어요...

이상으로 올해 결산을 마칩니다~

2005/07/28

옥문도 (獄門島)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4점

옥문도 - 8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시공사
쇼와 21년, 즉 1946년 일본이 항복한 직후 옥문도라는 섬에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찾아온다. 그가 찾아온 이유는 전우 기토 치마타의 죽음을 알리고 유서를 전하기 위해서라는 표면적인 이유 뒤에 그가 죽으면서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세 여동생이 살해당할 것이라며, 그것을 막아달라는 유언이 있었기 때문.

기토 가문은 섬의 선주로 막강한 권세가 있었지만 다이코라고 까지 불리웠던 막강했던 선대 선주 카에몬이 죽은 이후 본가와 분가와의 세력 다툼과 두 후계자의 징집으로 말미암아 서서히 가세가 기울고 있던 상태였었다. 치마타의 배다른 세 여동생은 대단한 미인들이었지만 모자란 듯 한 묘한 분위기의 자매들이었고 명탐정이라고 불리우는 코스케의 방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곧 세 자매는 차례로 괴이한 방식으로 살해당하게 되는데....

기대하고 또 기대했던 "옥문도"의 정식 번역판입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대표작이기도 하고 국내에는 "김전일"에서 할아버지로 잘 알려진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죠. 동서에서 "혼진 살인사건"이 이미 출간되었긴 하지만 "혼진"의 경우는 트릭이 너무 일본적이고 동기면에서 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했으며 지루한 면도 없잖아 있었지만 이 작품의 경우는 재미와 전개면에서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먼저 외딴섬 "옥문도"와 그곳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연쇄살인의 배후에 있는 섬을 지배하는 가문 (국내 영화 "혈의 누"도 거의 동일한 설정이었죠) 같이 음울하면서도 굉장히 폐쇄적인 이질적 공간을 무대로 한 것과 고르고의 세자매라 칭해지는 세자매, 그리고 자매들의 아버지인 광인인 요사마츠같은 비현실적인 존재들이 등장함으로써 동시대의 라이벌이었던 에도가와 란포의 변격물적인 분위기를 어느정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란포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분위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주도해 나가지만 이 작품에서는 일종의 동기와 트릭에 연관된 장치로 쓰이고 있다는 것은 차이점이겠지만요. 또 이야기에서 이러한 인물들이 비교적 합리적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극 구성에서 효과적으로 배치되어 이야기가 진행됨으로써 몰입도를 높이고 재미를 배가시키는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일본의 본격물로 명성있는 작품답게 추리적인 요소도 뛰어난 편입니다. 연쇄살인극이 펼쳐지는 와중에서 각각의 사건의 트릭 수준이 상당하거든요. 보통 엽기적인 범죄의 경우 그러한 엽기적 연출의 타당성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많은 작품들이 실패하고는 하는데 이 작품은 상황과 트릭이 잘 맞물리는 괜찮은 트릭으로 보여집니다.
그 중에서도 첫번째, 두번째 사건에서의 알리바이 공작 트릭은 정말 빼어납니다. 세번째 사건 트릭은 예상 가능한, 약간은 뻔한 트릭이지만 범인을 특정하는데 있어서 장소의 특이성을 이용하여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상황 설정이 좋아요.
독자와의 승부도 굉장히 공평한 편이라 가장 중요한 단서를 앞머리에서 부터 설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중요 단서와 상황에 대한 묘사를 디테일하게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탐정인 긴다이치 코스케와 동일 선상에서 두뇌게임을 하게 하는, 본격물로서의 미덕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물론 트릭이 우연에 의지한 부분이 있으며 세밀하지 않다는 약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울러 살인범이지만 악하지만은 않은, 나름의 소신과 신념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진행해 나가는 카리스마 확실한 범인이 킨다이치 코스케보다도 더 마음에 들었는데 범인이 자신의 모든 범행이 "헛수고"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막판의 작은 반전 후 너무나 급격하게 무너져 버리는 부분도 좀 아쉬웠어요.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려우나 중요한 단서가 지극히 일본적인 것이고, 동기 역시 소설에서 칭하듯 "너무나 봉건적인" 일본 특유의 상황에 기인하는 탓에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 공감을 얻기에 좀 부족하다 싶더군요. 몇몇 부분에서 묘사와 설명이 너무 장황해서 지루하고, 중요 단서마다 꼭 토를 다는 방식 같이 세월을 느끼게 하는 요소도 단점이기는 한데 아무래도 너무 오래전에 발표된 탓이 크겠죠.

하지만 이러한 단점은 굉장히 사소한 부분으로 일본의 본격물의 풍취를 느끼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내용 전개와 기본 설정부터 지극히 일본적인 요소가 강해서 번역에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예상되지만 번역도 깔끔하고 특히 일본 속담이나 여러 인용되는 인물과 고사들을 각주 처리하는 등의 배려도 좋았고요. 책 자체도 최근 출간된 추리소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이즈와 디자인으로 폼나게 출간되어 고맙기만 할 뿐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기획에서 출판까지 책임져 주신 decca님께 원츄를 날리며.....! 부디 많이 팔려서 앞으로 시리즈가 간행되길 바랍니다. 

덧 1 : 마지막 긴다이치 코스케와 범인과의 한판 대결로 압축되는 결말 부분은 죽어야 할 모든 인물들이 죽은 이후에 범인을 밝내는 뒷북 성격이 강해 역시나 김전일의 할아버지구나.... 싶었습니다.

덧 2 :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만큼 영상화도 많이 되었는데 캐스팅은 여기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저도 본 적이 있는 "팔묘촌"도 올라와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있네요.

2006/08/26

팔묘촌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3점

팔묘촌
요코미조 세이시

팔묘촌은 에이로쿠 9년, 멸망한 가문의 젊은 무사 8명이 삼천냥의 황금을 가지고 숨어 지내다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참살된 전설이 있는 마을. 그러나 황금은 결국 발견되지 않고 여러명에게 저주가 내린 듯 죽음이 닥치자 마을 사람들은 8명의 무사를 공양하고 그들을 마을의 신으로 삼는다.

그로부터 300여년 뒤, 나 데라다 타츠야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양부에게 얹혀 지내다 전쟁 후 양부의 집마저 불타 혼자 살아가고 있는 중 라디오에서 나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은 회사 과장에 의해 내가 팔묘촌이라는 마을 최고 갑부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팔묘촌으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 다지미 요조는 일찌기 내가 태어난 직후 어머니와의 부적절한 관계때문에 발광하여 마을사람 20여명을 살해하고 행방불명된 과거가 있는 인물이었다.

팔묘촌으로 출발하기 직전 처음 만난 외할아버지가 독살당한 것을 시작으로 처음 만난 의붓 형, 그리고 의붓형의 장례식에서 마을 스님마저 독설당하고 이 모든것이 아버지의 업보를 뒤집어 쓴 내가 돌아왔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며 흉흉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나의 편인줄 알았던 마을 두번째가는 유지의 며느리인 미야코도 서서히 나에게서 등을 돌리고, 마을 사람들의 폭동을 일으켜 어쩔 수 없이 비밀 통로를 통해 도망친 후 유일한 힘이 되어 주었던 의붓 누나인 하루요마저 살해당한것을 발견하고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노리코와 함께 정체모를 인물인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모든것을 의지한채 지하 동굴에 숨어 있게 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집요한 추적이 이어지고 노리코와 나는 동굴 깊숙한 곳으로 계속 쫓겨 결국 막다른 곳에 이르게 되는데...


간만에 읽은 추리소설인 것 같네요. 블로그의 정체성에 좀 더 충실해져야 하나.... 하여간 지인이자 은인이신 decca님의 도움으로 전에 TV 드라마로 먼저 보았던 긴다이치 코스케 등장 추리물의 대표작 "팔묘촌"을 드디어 책으로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제일 큰 특징이라면 에도가와 란뽀의 "고도의 마인 (외딴섬 악마)" 처럼 주인공의 1인칭 시점의 수기 형태로 기술되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유행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어쨌건 주인공 타츠야의 시점으로 모든 전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나 추리는 마지막 추리극 형태의 설명 부분을 제외하고는 크게 보여지지가 않으며 외려 타츠야에게 닥치는 공포스러운 사건들과 상황들을 변격물 형태로 잘 포장하여 보여주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고도의 마인" 처럼 트릭도 많고 추리적인 장치도 잘 짜여진 편이지만 아무래도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변격물의 성격을 띈 모험소설로 보입니다.
그래도 추리적으로 본다면 이야기의 큰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연쇄살인과 보물찾기 중에서 연쇄살인 쪽은 꽤 잘 짜여진 트릭을 보여주고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8명의 제물을 바쳐야 한다는 미신에서 비롯된 무차별 살인을 보여주는 설정이 꽤 그럴싸하거든요. 가장된 동기 아래에서 벌어지는 무차별 살인 와중에 꼭 죽여야 하는 인물을 죽여야 하는 전개는 크리스티 여사님의 "ABC 살인사건"과도 굉장히 흡사하고요. 그러나 범행 자체가 완전범죄에 가까웠다는 점은 좋았지만 범인이 최초에 대신 죄를 뒤집어 쓸 희생양을 잘못 골랐다는 것 때문에 사건의 결정적 해결이 범인의 자백에 의존한다는 점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희생양이 버젓이 살아있던 중반까지는 참 좋았는데 말이죠... 뭐 이러한 점은 완전범죄 트릭물의 가장 큰 맹점이기도 하고 다른 고전 정통 트릭물에서도 많이 눈에 뜨이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탐정역인 긴다이치의 활약이 굉장히 적어서 최소한의 추리쇼는 보여주었어야 하지 않나 싶거든요. 이런 문제들 때문에 결과적으로 마지막의 해결 장면, 그리고 긴다이치 코스케의 캐릭터가 많이 약해져버리더군요. 막판에 긴다이치가 사건이 다 끝난 다음에, 범인도 결정적 단서가 남겨져 있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범인을 알고 있었다"라고 말하며 마무리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허무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리고 보물찾기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뭔가 근사한 트릭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결국은 치밀한 탐색과 우연에 의한 발견이라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앞부분에 미완성된 지도와 수수께끼같은 싯구, 지명 등 괜찮은 암호트릭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니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숨겨진 보물은 이야기의 핵심 요소로 등장하긴 하지만 결국은 사족에 가까운 내용인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무려 60여년전에 발표되었다는 시대를 뛰어넘는, 최소한 드라마 보다는 훨씬 재미있는 소설이여서 무척이나 재미있고 만족스러웠던 독서였습니다. 위의 아쉬운 점은 분명히 존재하더라도 이야기의 진행과 소설적 구성이 참으로 완벽해서 흡입력도 굉장했기 때문이죠. 덕분에 저는 손에 잡고 거의 2~3시간만에 다 읽어버렸을 정도였습니다. 소설을 읽고나니 무려 세번의 영화, 여섯번의 드라마 (띠지에서 인용)로 영상화 되긴 했지만 이 소설을 영상화하는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듭니다. 아무래도 긴다이치의 비중이 너무나 작기 때문인것 같네요.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너무나 미미해서 탐정 캐릭터물의 팬이라면 2% 부족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김전일의 팬이라면 굉장히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원전격의 내용으로 김전일 시리즈의 교과서적인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좋은 의미이건 나쁜 의미건 말이죠) 그 외에도 많은 곳에서 패러디된 회중전등을 머리띠와 가슴에 둘러맨 싸이코 연쇄살인마의 원전이라는 의미도 있고요. 국내에 이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가 "옥문도"와 "팔묘촌", 그리고 동서에서 나온 "혼징 살인사건"까지 세권이 정식 출간되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출간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