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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7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1~16 - 이시구로 마사카즈 : 별점 3점


마사토끼 등 여러 리뷰어들에게 낚여서 이런저런 만화책을 구입하곤 했는데, 별로 성공을 거두지를 못해왔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재미있게 읽었던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다시 구입하기로요. 그래서 첫 번째로 선택한게 바로 이시구로 마사카즈의 히트작인 이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라 선택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천국대마경>>도 재미있게 감상하기도 했고요.

작품은 다시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더군요. 미치오 슈스케의 <<N>> 보다 앞서 시계열을 바꾼 전개를 시도했다는게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띄엄띄엄 발매될 때마다 한 권씩 읽었을 때는 쉽게 알아채지 못했던 부분인데, 한 번에 읽으니 호토리의 헤어스타일 등으로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몰아 읽은 덕분에 대책없는 동네 말괄량이에서 '탐정'으로 성장해나가는 호토리를 비롯하여, 스스로가 쳐 놓은 울타리를 호토리의 도움으로 하나 씩 넘어서는 콘 선배 등 등장인물들의 성장도 눈에 더 잘 들어왔고요.
학원물로도 볼만했습니다. 예전에는 별 생각없이 넘겼는데, 다시 읽어보니 수학여행, 학원제, 운동회, 부활동 등 청춘 학원물의 필수 에피소드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덕분입니다. 부 합숙 정도만 빠져있는데 이건 등장인물들이 하리바라를 제외하고는 모두 '귀가부' 소속이기 때문인데, 대신 상점가 여행, 그리고 밴드 '메이즈' 활동이 등장하니 엇비슷하다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초반의 번역은 아쉬웠습니다. 일본어 말장난을 억지로 한국말로 바꾼 탓에 "사나다 사카나 사라다 (사나다 생선 샐러드)"같은 언어 유희들이 사라져버리고 말았거든요. 후반부처럼 그냥 일본어로 쓰고 해석을 덧붙이는게 훨씬 나았습니다.

그래도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학원물, 청춘물, 추리물, 개그물 등 모든 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해주니까요. 아직 읽지 않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추리물로 볼 수 있는, 추리가 핵심인 에피소드만 꼽아보며 글을 마칩니다. 
1권 
<<눈>>
모리아키 선생님의 할아버지가 그린 기묘한 그림의 정체는?
호토리가 추리력을 발휘하는 첫 번째 에피소드. 
가족들이 나눠 가졌다는 그림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2권
<<파자마 천사>>
화창한 날 정해진 시간에 선글라스를 끼고 정해진 장소에 나와 시간을 보내는 환자의 목적은?
일종의 일상계 추리물. 현장 조사만으로 풀 수 있는 수수께끼입니다.

4권
<<아라시야마 보물 조사단>>
시즈카 언니로부터 얻은 보물 지도가 품고 있는 보물은?
지도의 나무 그림과 강 형태가 일치하고, '황금 호수'는 안개에 덮인 마을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진상 등 소소한 재미가 가득했던 작품. <<C.M.B>>의 한 에피소드가 떠올랐습니다.

5권
<<시내 설방 이야기>>

타츠미야 시로를 찾는 온나 유키는 누구였나?
일상계라면 일상계, 말장난이라면 말장난.

<<학교 미궁 안내>>
학교 관찰 연못 속 괴수 메시의 수수께끼
경비 아저씨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소문으로 보였지만, 알고보니 진짜 괴물이 있다는 반전.

6권
<<환상의 소년>>

도랑 속 수박을 공으로 바꿔치기한 이유는?
일상계. "탐정 교훈 첫째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놈은 탐정으로서 실격입니다."가 딱 들어맞는 이야기.

8권
<<호토리와 수수께끼 왕국>>

판타지 세계에서 조세핀이 내 놓는 퍼즐을 풀어라!
추리물이라기보다는 <<레이튼 교수>>가 연상되는 판타지 퀴즈물.

<<대괴수 오야 고교에 나타나다>>
영화연구회에서 만든 촬영용 괴수 오야코돈을 부순건 누구?
추리물로 보기는 다소 부족했지만, 후쿠자와가 호토리를 '명탐정'으로 존경하게 되는 에피소드.

9권
<<대량구매 계획>>

베치코 과자는 어디서 만들어서 유통된 것인지?
추리물이라기보다는 SF에 가깝지만 시즈카 언니의 추적 수사는 볼거리.

10권
<<콘 데드엔딩>>

콘 선배가 방에서 살해한 사체를 힘을 합쳐 유기한다!
호토리를 위해 준비한 깜놀 이벤트. 나름의 반전도 좋았다.

<<Detective Girls 2>>
세탁소 아저씨 아라이는 어디로 사라졌나?
호토리의 추리에 탓층이 진심으로 놀라는 (그리고 호토리를 진짜로 인정하게 되는) 에피소드

11권
<<어둠 속에 도사린 목소리>>

옛 구민 센터 자리에서 있을리 없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토리가 타카부라는 별명의 아이를 착각했던게 진상. 
"탐정 교훈 첫째,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놈은 탐정으로서 실격입니다."

<<헌대판 얼룩 띠의 비밀>>
타케루의 친구 맛키가 줄넘기 줄에 다친 날, 친구들과 같이 쓰는 노트에 '긴 줄로 전원 죽인다'는 섬뜩한 문구가 써 있었다.
우연이 겹쳐 일어난 사건.

12권
<<호토리는 탁상 난로 안에서 추리한다>>

호토리 사촌이 취주악부 합숙을 갔는데, 스키장 통나무 집 1층 객실에 있을 남자아이들이 깜쪽같이 사라졌다...
1층이 2층이었다 - 눈에 파묻힌 1층이 있었다 - 는게 진상으로, 호토리 사촌은 2층을 1층으로 잘못 알았던 것. 추리 퀴즈에 가깝다.

13권
<<폐허촌>>

유령이 나온다는 폐촌 스사비 마을 탐험을 떠난 시즈카, 호토리, 콘은 마을에서 기묘한 조각상과 가면을 쓴 사람들을 목격하고 도주한다....
3부작으로 이어지는 긴 호흡의 모험 추리물. 재미와 흥미 모두를 갖춘 수작.

<<저주받은 비디오>>
오래전 영화 동호회 자료에서 발견된 수수께끼 비디오. 오야 고교의 이상한 풍경이 찍혀 있었다.
오야 고교 7대 불가사의를 찍었던 비디오로, 원래 불가사의였던 우물이 사라지고 화단이 새로 등장한 이유를 밝히는 조사로 이어진다. 세리자와 선생의 고백(?)으로 진상이 밝혀지기 때문에 추리의 맛은 부족하지만, 일상계로는 나무랄데 없다.

15권
<<안경 행방불명 사건의 전모>>

안경을 잊어버렸던 토시코에게 돌아온 안경은 지저분해져 있었다. 수영 보충 수업을 받던 토시코가 사라졌던 사건과 관계가 있었다.
토시코에 빙의(?)한 호토리의 '메소드 추리'가 돋보인다. 일상계로는 나무랄데 없다 (2) 

16권
<<대사건>>
호토리가 협박장을 받았다. 모리아키 선생님과 사귄다고 착각한 누군가로부터였다.
과거 모리아키 선생님을 좋아했다는 여선생이 범인으로, 일상계스러운 추리에 더해 호러블한 작화가 인상적.
<<악>>
모리아키 선생님 할아버지가 남긴 붉은 그림에 블랙 라이트를 비추자 기묘한 그림이 떠올랐다.
1권의 주사위와 조합하여 금고를 여는 방법을 알려주는 암호였다는 내용.
암호도 재미있지만, 할아버지가 연구했던게 '사람을 죽이는 그림'이라는 진상도 이렇게 끝내기에는 아까왔다.

2022/12/29

2022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열아홉번째 블로그 리뷰 총 결산. 드디어 이 블로그가 성인이 되었습니다. 19금 컨텐츠도 이제 소화할 수 있겠네요.

올해 읽은 책은 권수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괄호는 작년)
추리 / 호러 장르문학 71 (57)권, 기타 장르문학 5 (3)권, 역사서 5 (17)권, 디자인 or 스터디 4 (1),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4 (15)권, 기타 도서 13 (24)권
모두 102 (117) 권을 읽었습니다. 작년과 비교하면 약 15% 정도 감소했네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덕분으로 외부 활동이 늘었고 대선, 월드컵 등 굵직한 이벤트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추리 / 호러 장르문학은 더 많이 읽었고, 그동안 자주 읽었던 역사서와 음식 관련 도서에 대한 관심이 급감한건 아무래도 짬이 나서 책을 읽는 시간에는 좀 더 흥미 위주의 책을 집어들게 된 탓이고요. 올해 추리 소설 1,100권째 리뷰를 달성하느라 좀 많이 달렸던 이유도 있을겁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22년 베스트 추리소설 :
<<디오게네스 변주곡>>
올해는 별점 3.5점을 받은 작품이 두 편 있었습니다. 이 책과 미쓰다 신조의 <<마가>>입니다. 두 작품 다 좋은 작품이지만, 단편집으로 <<추리 소설가의 등단 살인>>, <<숨어있는 X>>라는 두 편의 별점 4점 짜리 단편이 수록된 이 작품을 올해의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아울러 올해 읽은 단편 중 최고의 단편은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 수록작인 <<엘러리 퀸을 읽은 남자>>입니다. 보기드문 별점 5점짜리 단편이지요. <<디오게네스 변주곡>> 수록작 2편과 교고쿠 나쓰히코의 <<싫은 소설>> 수록작 <<싫은 여자친구>>는 별점 4점으로 아쉽게 선정되지 못했네요.

2022년 워스트 추리소설 :
<<심야의 손님>>
별점 1점짜리 작품이 이렇게 많았던 해도 드물 것 같습니다. A.J 킨넬의 <<퍼펙트 맨>>, 엘러리 퀸의 <<샴 쌍둥이 미스터리>>, 오쿠라 데루코의 <<심야의 손님>>, 모리스 르블랑의 <<수정 마개>>, 시로다리아 교의 <<명탐정에게 장미를>>의 여섯 편이나 되니까요. 최악 중에서도 최악은 <<심야의 손님>>이었습니다. 단편집인데 수록작들은 별점 1점도 못되는 작품들 투성이거든요. 이렇게 뭐 하나 건질거 없는 망작은 정말이지 오랫만에 봅니다.

2022년 베스트 기타 장르문학 :
<<프로젝트 헤일메리>>

2022년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변덕쟁이 로봇>>

2022년 베스트 역사 도서 :
<<기억의 의자>>
달랑 5권 읽긴 했지만 역사 관련 도서들은 언제나 평타 이상은 쳐 줬었죠. 별점 3.5점을 받은건 이 책이 유일했지만, 다른 책들도 별점 2.5점 이상이었고요. 올해도 워스트는 따로 선정하지 않겠습니다.

2022년 베스트 디자인 or Study :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
달랑 4권 읽기는 했지만, 그 중에 군계일학처럼 빛나는 별점 4점짜리 책입니다.
그 외 책들도 가장 낮은 점수가 별점 2점이니, 워스트는 역시 선정하지 않겠습니다.

2022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혼밥 자작 감행>>
디자인 관련 서적과 마찬가지로 4권만 읽었는데 놀랍게도 모두 별점 3점입니다! 평균 별점으로는 가장 높은 분야네요. 다 좋았지만 제가 사랑하는 만화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삶을 구현한 듯한 쇼지 사다오의 에세이 <<혼밥 자작 감행>>을 베스트로 꼽아봅니다.

2022년 베스트 기타 도서 :
<<덜미, 완전범죄는 없다 1>>
범죄 관련 논픽션으로 완벽했던 결과물. <<그것이 알고 싶다>>를 애청하신다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는 책입니다.

2022년 워스트 기타 도서 :
<<그 남자의 시계>>
별점 1.5점을 받은 책은 <<그 남자의 시계>>와 <<룸>>의 두 권입니다. 이 중 워스트는 <<그 남자의 시계>>입니다. 두 권 모두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어서 실망이 컸지만, <<그 남자의 시계>>가 가격 측면에서는 더 비쌌으니 감점도 더 크게 받아야겠지요.

2022년 베스트 Movie :
<<탑건 : 매버릭>>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극장에서 두 번 봤습니다.
워스트는 딱히 꼽을게 없네요...

2022년 베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BOX ~ 상자 속에 무언가 있다>>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상상력이 나름 정교한 이야기와 결합된 수작 모험물.

2022년 워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C.M.B 박물관 사건목록 44>>
설득력없는 트릭의 향연. 시리즈가 끝난게 다행이다 싶네요.

2022년 베스트 Comic - 기타 :
<<혼자를 기르는 법>>
독특한 작화, 무거운 분위기, 가벼운 개그의 조합. 좋았습니다.

2022년 워스트 Comic - 기타 :
<<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
독특한 설정 외에는 건질게 없었던 망작.


2022년 한 해도 이렇게 저물어가네요. 여러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원하시는 일 다들 이루시는 그런 한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일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게 분명합니다. 사랑합니다~!

2021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2022/05/28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5 (완결)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고화질]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5 (완결)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드디어! Q.E.D의 스핀오프 C.M.B가 완결되었습니다. 제가 첫 리뷰를 올렸던게 2006년 12월이니, 무려 16여년의 세월을 함께 한 셈입니다.

수록된 작품은 두 편입니다. <<대단원>>은 이전 권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대영박물관의 케이티 이사의 사악한(?) 음모를 분쇄한다는 내용입니다. 전편의 범인이었던 올드리치가 살아있었고, 신라가 살고 있는 곳을 알아내어 죽이려고 했지만 이는 신라의 함정이었지요. 신라가 살고 있던 곳은 케이티로부터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케이티도 살인 방조 혐의로 경력이 끝장나고 말고요.
나름 통쾌하기는 하지만 추리적으로 대단한건 없었습니다. 잘 짜여진 이야기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화재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박물관에서 극적으로 죽은척했지만 살아남는다는 올드리치의 계획부터가 억지스러웠으니까요. 이 계획은 올드리치가 범인임이 확정된 후, 여러 목격자들에게 박물관에서 죽음을 맞는다는걸 보여줘야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전 이야기처럼 혼자 신라를 죽이고 반지를 빼앗으려 했다면 불필요한 계획이었어요.

<<로마노프 왕조의 보물>>은 제목 그대로 타츠키가 로마노프 왕조의 보물을 찾아나서는 이야기입니다. 23살이 되어 문화재 복원가가 된 타츠키가 로마노프 왕조의 보물이 숨겨진 곳이 기록되었다는 오래된 일기의 복원 의뢰를 받은 뒤, 여차저차해서 일기를 썼던 일본인 타츠노스케의 발자취를 쫓아 러시아를 횡단해 나간다는 내용이지요.
역시나 추리적으로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의뢰인 미츠토시가 범인으로 타츠키 일행을 미행했다는 결말도 당황스러웠고, 중간에 등장하는 시체 소실 트릭도 억지스럽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시체를 두꺼운 기차 의자 시트 뒤에 감췄다가, 차장으로 변장해서 꺼냈다는 트릭인데 시체가 시트 뒤에 이렇게까지 숨겨질 정도로 시트가 두껍고 푹신할리가 없지요. 그림으로 그린 결과물도 억지스러웠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이 에피소드의 유일한 가치는, 일종의 '도라에몽' 시공이라서 16년간 고등학생이었던 신라와 타츠키도 결국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뒤 함께 '박물관'이라는 길을 걸어갈 것이라는걸 알려주는 에필로그밖에는 없습니다.

무려 16년의 세월을 함께 한 작품의 마무리치고는 너무 별로라 아쉽지만, 그래도 완결되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별점은 2점 주겠습니다. 이제 Q.E.D에 보다 집중해 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완결을 기념하여, 그동안 CMB에 등장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꼽으며 리뷰를 마칩니다. 이 목록만 보아도 20권 중반~30권 후반까지가 재미면에서 최전성기 구간이었던게 확인되네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 : <<치과>>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9>> : <<상상 속 살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7>> : <<광구>>, <<고양이 꼬리>>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 목록 36>> : <<산의 의사>>, <<카스미장 사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5>> : <<도토리와 솔방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4>> : <<낡은 집>>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2>> : <<혼선>>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1>> : <<지옥혈>>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0>> : <<소우야 군의 실종>>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5>> : <<백 스토리>>, <<향목>>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4>> : <<다이아몬드 도둑>>, <<옷장 속의 유령>>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3>> : <<네 번째 코테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2>> : <<여름 보충 수업>>, <<유리의 낙원>>, <<나선 골동품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4>> : <<주사위게임>>, <<꽃집 아가씨>>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2>> : <<노파와 원숭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1>> : <<마루지메네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 : <<도시전설>>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 : <<파란 빌딩>>, <<저주의 가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 : <<의태>>

2022/05/06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4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1.5점

[고화질]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4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NBA와 프로야구를 챙겨보는 바람에 책을 읽을 짬이 도통 나지 않는 요즈음입니다. 그래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화를 주로 읽게 되네요. 잊고 지내다가 Q.E.D 신작이 나와서 리뷰를 올렸었는데, C.M.B는 아예 완결까지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찾아서 읽어보았습니다.
그동안 C.M.B는 한 권에 단편 3~4편으로 이루어진 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권은 <<C.M.B. 살인사건>>이라는 이야기 단 한편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게 특이하더군요. 마지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되네요. 상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참고 부탁드립니다.

대영박물관에서 3개의 C.M.B 반지가 신라 한 명에게 주어져있다는걸 못마땅하게 여긴 것에서 사건은 시작됩니다. 연구 비용을 원하는 학자들의 불만도 폭주했고요. 그래서 박물관은 신라가 가지고 있는 3개의 반지 중 2개를 박물관이 선정한 학자 5명 중 누군가에게 넘겨줄 것, 그리고 신라가 켐브리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딴 뒤 교수로 일할 것을 요청합니다. 이 협상을 위해서 신라는 타츠키와 함께 영국 런던을 찾습니다.
그러나 5인의 학자 후보 중 한 명인 메이슨이 밀실에서 살해되었고, 당연히 신라가 유력한 용의자로 몰립니다. 신라는 알리바이를 증명해서 풀려나지만, 그 뒤 일본을 찾아왔던 3명의 학자들도 차례로 공격받아서 테렌스 행크는 죽고 베르다는 중상을 입습니다. 마지막에 신라의 박물관을 범인이 찾아와 신라와 대결을 펼치게 되지요.

이렇게 긴 이야기를 통해 C.M.B 반지를 버리기로 신라가 결심하는 등 시리즈 전체로 놓고 보면 중요한 전개가 이루어지는데, 추리적으로는 영 아니었습니다. 메이슨 밀실 살인 사건은 MRI의 강력한 자력을 이용하여 묶여있던 메이슨이 칼에 찔리게 만들었다는 트릭이고, 이미 죽은 테렌스 행크가 신라를 습격한 일본에서의 사건도 범인 올드리치가 행크의 시체를 등에 짊어지고 있다가 내던졌다는 트릭이 사용되고 있는데 두 가지 모두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만화니까 그런대로 볼만했달까, 설득력을 느끼기는 힘들었어요. 마지막에 올드리치가 신라의 박물관에서 신라와 일기토를 벌이는 장면도 지나치게 작위적이었고요. 불타는 박물관 공룡 화석 위에서 액션을 펼치는건 아동용 모험 만화와 다름 없었습니다.
메이슨 사건은 미이라가 관련되어 있기에 '몰약', 테렌스 행크 사건은 피해자가 황금 가면을 쓰고 있어서 '황금', 박물관에 불을 지른건 '유향'이 관련되어 있고 이 세 가지 키워드는 C.M.B의 뜻인 동방박사 3인과 연결된다는 장치도 정작 사건과는 별 관계가 없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냥 현학적인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장치로만 사용되었는데, 최소한 올드리치하고는 연결이 되었어야 했었습니다. 

물론 올드리치가 베르다를 태우고 운전할 때, 베르다가 네비게이션을 보는 틈을 노려서 일부러 차를 트럭에 부딪히게 만들고 누군가 공격했다고 주장했던 사건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추리 만화를 그려온 작가의 내공이 어느정도 엿보였달까요? 신라가 반지를 버리고 스스로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결심하는 장면도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는 납득할만한 괜찮은 마무리였다 생각되고요.

그러나 장점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리즈 대미를 장식하는 이야기치고는 너무 별로라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빨리 다음 권을 읽고 시리즈에서 손을 떼는게 낫겠어요. 직전에 읽었던 Q.E.D도 실망스러웠지만 이에 비하면 선녀였다는게 더 놀랍습니다...

2021/12/31

2021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열 여덟번째 블로그 리뷰 총 결산입니다. 블로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나이라니 감개무량합니다. 다 컸으니 이제 돈을 좀 벌어 와야 할 텐데 말이지요.

하여튼,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사태 장기화 탓에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작년보다는 줄었어요. 작년에는 133권을 읽었는데, 올해는 추리 / 호러 장르문학 57 (77)권, 기타 장르문학 3 (4)권, 역사서 17 (9)권, 디자인 or 스터디 1 (4),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15 (25)권, 기타 도서 24 (14)권으로 다 합쳐서 117권을 읽었으니까요. 이유는 백신 접종과 위드코로나 정책 덕분에 다른 활동으로 보낸 여가 시간이 늘었던 탓입니다. 올림픽도 열심히 관전했고요. 거기에 더해 작년에는 '추리 소설 1,000권 읽기'라는 개인적인 큰 목표 달성을 위해 더 열심히 달리기도 했었지요. 여러모로 작년이 역대급이었던 셈으로, 당분간은 작년처럼 책을 많이 읽는 해는 오지 않을거라 생각되네요. 그래도 최소한의 목표인 100권은 훌쩍 넘겼으니 만족합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21년 베스트 추리소설 :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별점 4.5점! 20세기 미국 범죄 소설, 그 중에서도 하드보일드 장르의 흐름을 미국 역사 흐름과 비교하여 분석하는 문학사 서적. 상세 리뷰는 링크 참고하시길.

"나는 언제나 옳다
별점 4점! 복잡한 복합 장르 구성을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 단편 분량인 만큼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2021년 워스트 추리소설 :

"ON 온"
올해의 워스트 후보작은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서술트릭의 모든 것",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 "가면병동", "최후의 일격, "범죄 캘린더"와"On 온"의 7편이나 됩니다. 모두 별점 1.5점짜리였지요. 거장 엘러리 퀸의 작품이 두 편이나 포함되어 있는게 놀라운데, 한 편은 나이 탓에, 또 한 편은 양산 모드로 쓰여졌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최후의 일격"은 괜찮은 발상의 트릭이 사용되기는 했고, 단편집 "범죄 캘린더"는 별점 2~2.5점짜리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서 워스트 급은 아닙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은 책 자체 내용 문제보다는 다른 문제로 인한 감점 요인이 더 컸고요. 단편집 "서술트릭의 모든 것"은 "범죄 캘린더"와 같은 이유로 제외하면, 진짜 워스트 후보작은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와 "가면병동", "On 온"의 세 편이 남습니다. 

이 중 올해의 워스트로는 "On 온"을 꼽습니다. 유치한 설정, 합리적이지 못한 전개, 스테레오 타입의 뻔한 주인공들이 어우러진 싸구려 스릴러니까요. 다른 두 편은 약간이나마 추리적인 요소가 들어갔다는 점에서 그나마 "On 온"보다는 조금 나았습니다. 물론 도긴개긴입니다만....

2021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도 3권 밖에 읽지 않아서 뽑기가 어렵네요. 재미만큼은 확실했던 별점 3점의 "사라진 세계"가 베스트였어요. 워스트는 따로 뽑지 않겠습니다.

2021년 베스트 역사 도서 :

"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
별점 5점! 역사 바로 세우기 측면에서 모든 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와 "영어 조선을 깨우다 1"도 별점 4점을 받은 좋은 책이었는데, 아쉽게도 탈락했네요.

2021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별점 1점. 편협한 개인 의견을 잔뜩 투입해서 불쾌하기 짝이 없었던, 그냥 '나쁜' 책입니다.

2021년 베스트 / 워스트 디자인 or Study :

딱 한 권 밖에 읽지 않아서, 올해는 평가할게 없네요. 공부가 부족했던 한해네요....

2021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
올해 이 쪽 분야 책들은 다 고만고만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 "경양식집에서",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가스트로노미"의 5권이 별점 3점을 받았습니다. 이 중 재미와 자료적인 가치, 책의 완성도 등 모든 면을 고려하여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를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1부만 한정하면 별점 4점 이상도 충분했던 책이니까요.

2021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올해는 2점 이하의 별점이 없어서, 워스트는 따로 뽑지 않습니다.

2021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
별점 4점을 받은 책은 "1달러의 세계 경제 여행",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 "n분의 1의 함정"의 세 권이었습니다. 다 좋은 책이었지만, 이 중 재미에 더해 제 전공 분야인 커뮤니케이션과 상호 작용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를 올해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2021년 워스트 기타 도서 :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별점 1.5점을 받은 올해의 워스트 후보작은 "재미있는 식물 산책 도감",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만화로 보는 99가지 발명품 이야기"의 3권입니다. 이 중 사람 열받게 만드는 가소로운 자기 주장을 담고 있는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가 올해의 워스트입니다.

2021년 베스트 Movie : 

"나이브스 아웃"
훌륭하게 현대에 되살린 본격 추리물! 별점 3점.

2021년 워스트 Movie : 

"철권을 가진 사나이"
황당무계하고 유치했던, 심지어 액션마저 별 볼일 없었던 '가짜' 무협 영화.

2021년 베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전체적인 별점은 고만고만해서 베스트랄건 없네요. 에피소드 기준으로는 "Q.E.D iff 증명종료 14" 수록작 "1억엔과 여행하는 남자"가 오랫만에 별점 4점짜리 에피소드였습니다.

2021년 워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Q.E.D iff 증명종료 16"
수록작 3편 중 2편이 별점 1.5점, 1편이 별점 1점을 받은 워스트 오브 워스트. 그 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의 "앙숙"도 별점 1점짜리 망작이었습니다. 별점 1.5점 짜리 에피소드들은 언급하기도 힘들만큼 숱하게 있었고요. 추리 만화 분야는 영 실망스러웠던 한해였네요.

2021년 베스트 Comic - 기타 : 

"그리고, 또 그리고 1~5"
별점 4점짜리 책은 이 책 외에도 "피너츠 완전판 19 : 1987~1988"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베스트로 꼽은 이유는 재미와 감동에 더해 미대 졸업생인 저에게 많은걸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고요. 하여간, 극히 일부의 예외는 있지만 만화가가 그린 자기 이야기는 무조건 최고에요.

2020년 워스트 Comic - 기타 : 

최저 별점이 2점이라서, 워스트는 따로 꼽지 않겠습니다.

결산평 : 

이상으로 2021년 블로그 결산을 마칩니다. 올 한해는 저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한해였어요. 인생의 큰 목표 중 하나였던 '추리 소설 1,000권 읽고 리뷰 쓰기'를 완료했기 때문이거든요. 저도 하루하루, 한달한달, 한해한해가 더욱 소중한 나이가 되었는데, 2022년에도 저 개인적으로 내세울 수 있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의미있고 가치있는 2022년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했고, 또 감사드립니다!

2020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2021/10/22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 - 카토우 모토히로 / 학산문화사 : 별점 2.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전통의 시리즈 43권입니다. 이번 권에는 네 편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으며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 "투명어"와 "치과"는 평균 이상은 되는 괜찮은 작품이지만 그닥이었던 두 편이 점수를 깎아먹은 탓입니다. 다음 권은 C.M.B 반지와 관련된 긴 호흡의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은데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앙숙"

신라는 다힐 교수의 부탁으로 이라크 쿠르드 자치구의 아시리아 유적 발굴 현장을 찾았다. 그 곳에서 만난건 예전부터 신라에게 경쟁의식을 불태우던 앙숙 무라트였다. 그런데 발굴 현장 텐트에 숨어든 사람이 있었다. 원치 않은 결혼을 피하고자 노력 중인 사루마였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체면이 손상될거라 생각했던 친척들이 그녀를 살해할 수도 있었다. 사루마는 프랑스 국적이 있었고, 신라 일행은 그녀의 프랑스로의 탈출을 도와주는데...

그닥이었던 첫 번째 이야기. 전개가 너무 뻔했습니다. 신라의 앙숙 무라트가 사루마 가족에게 그녀의 도주 계획을 털어 놓지만, 알고보니 거짓말로 사실은 사루마의 무사 탈출을 도왔다는건 누가 봐도 쉽게 눈치챌 수 있거든요. 눈에 잘 띄는 캐리어를 택시에 잘 보이게 싣고, 그 택시를 뒤쫓는다는게 대표적입니다. 명예 살인이라고 해 봤자 동네 아저씨 한 명이 단도를 들고 설치는 정도라서 위기감이 느껴지지도 않았고요. 실제로 타츠키 혼자 간단히 제압하지요. 

앙숙이라는 무라트도 일방적으로 신라에 대한 질투심을 품는 동네 꼬마일 뿐입니다. 신라가 지닌 지식과는 상대도 될 수 없기에 대단한 대결을 펼치지도 못하지요. 앙숙이라는 설정은 애초에 필요하지도 않았어요. 

CMB 특유의 현학적인 정보를 얻을 내용도 거의 없었습니다. 쿠르드 자치구, 아시리아 유적 발굴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명예 살인'이 핵심 소재였으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1점입니다. 추리적으로나, 재미면으로나, 얻을 수 있는 지식 측면으로나 뭐 하나 건질게 없는 졸작입니다.

"투명어" 

뉴욕 미술관에서 지구 온난화 경고 미술전이 열렸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를 거짓이라 생각한 사람의 협박이 이어지다가, 결국 미술관 학예원 토마스가 누군가에게 습격당해 중상을 입고 말았다. 범인이 어떻게 침입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미술관 오너 에리는 친구 토마에게 소개받은 신라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하는데...

범인이 외부에서 정문까지 딱 하나 있는 길을 환한 조명과 감시 카메라에 들키지 않고 통과한 뒤, 2개의 전시실을 3명의 경비원들에게 들키지 않고 돌파하여 사무실까지 침입했던 방법은 '거울을 이용'했던 겁니다. 조명 아래 길에서는 거울 뒤에 숨어 이동했고, 전시실에 들어가서는 거울 뒷면의 검은 판을 이용하여 일종의 사각을 만들었던 거지요. 마술에 쓰임직한 트릭인데, 1회성으로는 쓸 수 있었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미술관과도 잘 어울렸고요. 실제로 이런 거울을 옮기는 사람이 목격되더라도, 작품을 옮기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었을거라고 설명되고 있으니까요. 

전시되고 있는 '투명어'를 이용한 작품을 통해, 물고기의 특징으로 트릭을 설명하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투명어보다는 일반 물고기가 더 잘 숨는 셈이다.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적들에게서 숨기 위해 짙은 바다색과 비슷한 짙푸른 빛의 등을, 바다 밑에서 바라보는 적들에게서 숨기 위해 눈부신 태양과 같은 은빛 배를 가지고 있는 덕분이다는건데, 트릭에 정말 딱 맞아 떨어지는 설명이었습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도깊은 설명도 인상적입니다. 표현의 자유가 무엇이며, 왜 중요하고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지를 쉽게 알려주고 있는 덕분입니다. 특히 표현의 자유에는 적절한 프로토콜이 필요하며, 이런 역할을 미술관, 박물관 등이 수행한다는 이야기가 와 닿더군요.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했고요. 이 부분만 따로 떼어서 널리 소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Q.E.D의 토마의 친구 '재난의 사나이' 알렌의 아내 에리가 등장하는건 오랜 팬으로서 반가웠던 부분이고요.

그러나 유력한 용의자를 체포하여, 그의 족적을 확보하기까지 한 상황이었다면 신라의 도움이 필요했을지는 의문입니다. '거울을 현장에서 깼다'는 걸로 피해자 몸에 묻었을 거울 조각과 현장의 거울 조각, 그리고 용의자 신발에서 그 거울 조각을 채취하면 그가 범인이라는게 드러날 거라고 신라는 말하는데, 이건 트릭을 파헤치지 않아도 경찰 수사로 밝혀낼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수사를 통해 현장에 있었던 거울 조각을 알아낸 뒤, 여기서 트릭을 유추하는게 더 말이 되지요. 또 사람이 한 명 숨을 큰 거울을 현장에서 쉽게, 조용히 처리할 수 있었을까요? 작품 하나를 태운 정도로? 어림도 없어요. 이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억지스럽네요.

이렇게 문제가 없지는 않아 감점합니다. 그래도 얻을 수 있었던 지식의 가치가 높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치과" 

코즈에는 치과 진료를 받은 후, 병원을 나서다가 안개에 휩싸인 뒤, 진료받기 전 치과에 앉아있던 상태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타임 리프에 빠진걸 알아챈 그는 루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다른 대기 손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다가 경찰에 체포되고, 안개에 휩싸이는걸 반복한 끝에 마지막 손님 신라에게 도움을 받게 되었다. 주변 환경에 단서가 있다는 신라의 말을 들은 뒤 코즈에는 차분히 주위를 관찰하여, 손님 중 한명인 여고생의 전화 착신음, 또 다른 손님인 꼬마 여자 아이 얼굴의 점, 치과 접수원의 이름, 치과에 놓인 곰 인형 등 모든게 전 여자친구와 관련이 있다는걸 깨닫는다.

전 여자 친구와 가슴 아프게 헤어졌던걸 뉘우치고, 다시 만나는게 루프에서 빠져나오는 열쇠였고, 방법은 예약 날짜를 바꾸는 것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원래 예약 날짜는 그녀의 생일이었기 때문이지요.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이런 저런 사소한 단서를 전 여자 친구와 관련이 있다며 드러내는 장면은 일상계 추리물 느낌이라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낼 수도 있다는데 감탄했어요. '일상계 SF 로맨스'인 셈입니다. 점이 있던 꼬마 아이가 미래에서 온 코즈에와 여자 친구의 딸이었다는 에필로그도 사족 느낌이 들지 않게 잘 처리했고요.

그런데 이게 C.M.B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신라가 힌트를 주기는 하지만, 결국 코즈에가 혼자서 깊이 생각해도 알아낼 수 있는 단서들이었으니까요. 신라가 곰팡이 관련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주는 건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딱히 이야기와는 관계가 있어보이지는 않더군요. 오히려 C.M.B 시리즈에 억지로 집어 넣은 부분이 감점 요소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독특함과 재미, 신선함 모두 기대 이상이었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이번 권의 베스트 에피소드로 꼽겠습니다.

"카메오 글라스" 

마우가 고대 로마 유물인 카메오 글라스를 사려다가 사기를 당했는데, 이를 도와주는 이야기로 카메오 글라스 케이스를 이용한 바꿔치기 트릭이 등장하는데, 현실성 높은 나쁘지 않은 트릭이에요. 뒤집힌 카메오 글라스 형태에서 착안했다는 이야기도 설득력 높고요.

하지만 마우 등장 이야기가 대부분 그렇듯, 그 외의 설정에서는 현실성을 찾기 어려서워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C.M.B 반지를 회수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신라에게 전해 주기 위한 목적이 더 컸던 에피소드였다 생각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21/05/16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2 - 카토우 모토히로 / 학산문화사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2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카토우 모토히로QED 스핀오프CMB 42권입니다. 스핀오프가 42권이나 나오다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나는군요.

이번 권에는 총 3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월하미인"과 "재규어의 숲"은 건질게 없는 망작이었습니다. "시체가 없어!"가 그나마 괜찮았고요. 그런데 앞서 두 작품이 너무 형편없어서 반대급부로 점수를 더 얻은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전체 평균한 별점은 1.8점... 2점인데, 여러모로 딱히 권해드릴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첨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월하미인" 

연기자 지망생 야마자키 칸타는 고등학교 동창 후지 하루카와 동창회에서 재회하여 관계를 진전시켜 나갔다. 그러나 후지는 번창하던 빵집을 접고 귀향을 결심했다. 어머니 병간호 때문이었다.

추리물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조언하는걸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인생 교훈이 담겨있는 드라마입니다. 

그러나 드라마가 별로 인상적이지 않아서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습니다. 다만 교훈 자체만큼은 와 닿기에 약간의 점수를 더하여 별점은 1.5점입니다.

"재규어의 숲" 

남아메리카의 대농장의 딸 아나는 숙부 알렉스와 재규어 관찰 중 시체를 발견했다. 정황 상 피해자 리카르도는 마약 조직에 의해 살해된 걸로 추정되었는데, 경찰 수사로 리카르도가 5일 전, 지역 사면 라라로부터 죽음의 예언을 받았다는게 드러났다. 

라라를 찾아간 알렉스에게, 라라는 아나의 아버지인 농장주 마테우스 산토스에게 죽음이 다가왔다는 예언을 하고, 결국 마테우스는 리카르도가 같은 위치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마침 재규어 관찰을 위해 산토스 농장에 방문했던 신라와 타츠키는 아나와 동행했다가, 누군가로부터 습격을 받는데...

무려 2회를 할당해서 전개한, CMB치고는 비교적 긴 호흡의 이야기지만 건질게 없네요. 특히 추리적으로 그러합니다. 우선 리카르도가 죽은 이유는 마약 조직에 의한 것이니 수수께끼고 뭐고 없습니다. 마테우스 사건에서 마테우스가 죽을 때까지 숨기고 있었던 비밀은 무엇인지?와 마테우스 산토스가 왜 살해되었는지?와 두 가지 수수께끼가 불거질 뿐입니다. 

이 중 첫 번째는 마테우스 산토스가 마약조직의 보스였다는게 진상인데 너무 뻔했습니다. 전개 과정에서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요. 두 번째 진상은 마약조직 보스로서 운송을 방해하는 사람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었는데, 농장주로서 사건 현장을 얼쩡거리다가 보스의 얼굴을 모르는 부하에게 살해되었다는 것으로 허술할 뿐더러 "브라운 신부의 옛날 이야기"가 떠오르는 진부한 이야기였습니다. 재규어 관련 이야기는 억지로 삽입된 느낌이 강해서 역시나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고요.

이 작품에서 점수를 줄 만한건 앞서 말씀드렸던 아나의 추리 정도? 그리고 약간의 잡다한 지식에 불과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시체가 없어!" 

경제학자이자 인력파견회사 회장인 우메나카의 집에서 피투성이의 남자가 손에 식칼을 든 채 나오다가 체포되었다. 40분 전 남자가 침입하고 그 10분 뒤 현관으로 나왔다는게 밝혀졌고, 곧바로 경찰은 수색 영장을 가지고 우메나카의 집을 수색했다. 피투성이의 남자 베트남인 닷트는 연인 마이가 실종된 뒤, 인력파견회사 책임자 다카마츠와 트러블을 일으켰었던 동기가 있었기에, 우메나카 집에 다카마츠의 시체가 숨겨져 있으리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체는 발견되지 않는데...

추리적으로 점수를 줄 만한 유일한 수록작입니다. 특히 동기 측면에서 아주 그럴듯했습니다. 닷트는 일부러 경찰이 출동해서 우메나카 자택을 수사할 수 밖에 없도록 자기 피를 뿌려가며 사건을 키운 것이었습니다. 정제계 실력자인 우메나카에 대해 고발해봤자, 외국인 말을 듣고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한거지요. 그럴듯하죠?

그러나 우메나카, 다카마츠가 여성들을 감금하고 있던 방을 경찰이 찾아내지 못한건 억지스러웠어요. 아래와 같이 지하 와인 저장고 문을 열면 방문이 숨겨진다는, 일종의 사각이라는건 꽤 괜찮은 발상이자 트릭인건 맞습니다. 하지만 너무 허술해요. 들어온 사람 중 한 명이라도 먼저 나간다던가, 평면도만 확인해도 바로 알 수 있으니까요. 이를 발견하지 못한건 경찰의 부실 수사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카마츠에게 전화를 걸어서, 우메나카 집 안에 휴대전화가 있다는걸 드러내는 것도 억지입니다. 현대인이 휴대전화를 챙기지 않고 몸을 숨긴다는건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그나마 읽을만한 작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21/05/05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1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1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도 40권을 넘어섰네요. 이번 권에는 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수록된 이야기 모두가 설득력 측면에서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C.M.B의 또다른 매력인 현학적인 정보 제공 측면에서도 건질게 많지 않고요. 그래서 좋은 점수는 주기 힘드네요. 전체 평균한 별점은 2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운영위원" 

신라와 타츠키가 학교 운영위원을 맡은 날, 원예부원들은 이사장이 지시했던 화단과 백엽상 철거에 반대하며 철거업자와 대치했고, 화장실 변기가 막혔고, 학교 입구가 진흙 발자욱으로 지저분해졌고, 요코아리가 식사용 빵을 도둑맞는 등 학교 안에서 여러가지 사고와 문제가 잇달아 일어났다. 원예부가 화단 철거를 막은 이유였던, 원예부 아이돌 소녀가 맡긴 씨앗의 정체는 신라가 밝혀낸다. 그러나 검역 문제로 결국 철거가 수포로 돌아가자, 철거업자는 항의하는데...

신라는 철거업자 중 한 명이 학교에 있는 고가의 그림을 훔치기 위해 잠입해 있었다고 추리합니다. 진흙발로 학교로 들어와 변기를 일부러 막았던 거지요. 사용금지 팻말이 붙은 화장실 안에 숨어 있으려는 생각이었습니다. 요코아리의 빵은 먹으려고 훔쳤고요. 이렇게 별 거 아닌 걸로 보였던 디테일이 모여서, 의외의 진상이 드러나는 전개는 꽤 볼만합니다.

그러나 원예부 소동은 예상할 수 없었기에, 이를 도둑과 엮는건 무리입니다. 애초에 무언가를 훔치려면, 소동이 일어난 날이 아니라 다른 날을 선택하는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오스트리아에서 허가받지 않고 들여왔다는 씨앗의 검역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라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었어요. 

이렇게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봉인의 기담" 

메이지 시대 화족 부나가와 가문의 별장은 과거 2명이 죽고, 1명이 실종된 탓에 봉인되어 유령이 나온다는 전설 때문에 '봉인장'이라고 불리우고 있었다. 현재에 이르러 철거를 앞둔 봉인장은 기록을 위한 건설회사 조사가 시작되었고, 신라도 부나가와 당주의 부탁으로 조사에 참여했다. 

지하에서 죄인을 가두어두는 시설을 발견한 조사팀은 비싼 장비를 이 안에 넣고 휴식을 취했지만, 잠든 과장을 제외한 조사팀원은 차례로 습격받은 뒤 장비마저 도난당하는데...

봉인장 지하의 '치도리 격자'라는 독특한 감옥 구조를 이용해서 탈출구를 만드는 설정은 재미있었습니다. CMB 특유의 현학적인 재미를 잘 살리고 있어요.

그러나 다른 내용은 별로였습니다. 동기에 큰 문제가 있는 탓입니다. 특히 이렇게 용의자가 제한적인 상황에서까지 도둑질을 할 이유는 불분명합니다. 과장은 잠들어 있었고, 장비를 잃어버리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편의점에 심부름을 갔던 직원은 영수증이라는 증거가 명확하고요. 이 둘을 제외하면 용의자는 세 명에 불과해요. 이 정도라면 당장은 빠져나갈 수 있더라도 장치를 회수하거나,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범인이 누구인지는 쉽게 드러났을겁니다. 

신라의 추리도 빈약합니다. 범인만이 얻어맞고 기절한 쿠로마츠라는 직원이 어디있는지 알 수 있었다는 증거가 대표적이에요.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었잖아요? 때문에 격자에서 지문을 채취한다던가 하는 보강은 필요했습니다. 

전개도 문제가 많습니다. 초반에는 과거 봉인장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들지만, 이 역시 치도리 격자 구조를 이용해서 일으켰던 거라고 짤막하게 언급될 뿐입니다. 이래서야 '봉인장' 어쩌구 하면서 거창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하마구리 가 사람들" 

경찰서에서 나오던 신라와 타츠키에게 하마구리 가 사람들이 자신들 아버지에 관련된 사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도내에 맨션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부자 아버지 하마구리 기치사부로가 이웃집에 사는 수수께끼의 여자 마야에게 홀려 요가 강습료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현금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경찰은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방관했지만 하마구리 기치사부로가 사라졌고, 타츠키와 하마구리 가 사람들은 미행을 통해 마야가 다치가와류라는 기묘한 불교 분파 수행자라는걸 알게 되었다. 그 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라는 유서를 남긴 채 하마구리 기치사부로가 시체로 발견되자, 유족은 경찰에게 책임을 물었고 경찰은 어쩔 수 없이 기치사부로의 죽음을 사고사로 처리하는데....

신라가 추리한 사건의 진상은, 이 사건은 하마구리 가 사람들의 조작이라는 겁니다. 기치사부로가 갑작스러운 심장발작으로 죽게 된게 이유였어요. 상속 확정까지는 기치사부로의 계좌가 동결처리되어 돈을 빼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치사부로의 돈으로만 먹고 살던 기생충들은 어쩔 수 없이 아버지 사망 확인을 최대한 늦추면서, 서둘러 계좌 속 돈을 현금화한겁니다. 거액을 인출한걸 설명하기 위해서, 아버지가 여자에게 속아 돈을 건넸다는 이야기를 만든거지요.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핏빗(?)을 스마트폰에 동기화시키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치사부로가 매일 1만보 걷기 등을 실천하던 사람이라, 어느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았는지가 동기화를 통해 드러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잠깐 떼어 놓을 수야 있겠지만, 이전 이력과 비교하면 이상 여부를 쉽게 알 수 있을테니, 확실한 증거는 아니더라도 참고 이상으로는 충분히 쓰일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였어요. 웨어러블 장치가 일상회된 현재라면 말이지요.

하지만 하마구리 가 사람들의 조작은 거창하기만 할 뿐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수상한 옆집 여자 마야에게 현금을 주더라, 정도로 끝내는게 합리적이었어요. 돈을 건네 주다가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는건 별로 이상하지 않잖아요? 사이비 종교를 엮어서 구원 어쩌구 하는 이유를 들먹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외려 다치가와 류는 살아있는 채로 부처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에, 신라에게 의심을 사고 말았을 뿐입니다. 경찰도 아니고, 경찰 관계자도 아닌 평범한 고등학생 신라와 타츠키에게까지 사건을 이야기할 이유도 딱히 없었고요. 

설명도 부족합니다. 기차사부로의 사체를 어디에 보관했는지부터가 애매해요. 부검에서 사망 추정시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도 설명되지 않고요. 경찰에 신고하며 소동을 일으키려면 적어도 1주일 이상은 걸렸을 거잖아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설득력만 높여 주었더라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돌과 사진" 

마추피추 유적에서 스페인 여성 관광객 알마가 낙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 뒤 잉카의 저주라는 소문이 퍼졌다. 피해자가 잉카를 정복했던 스페인인이었고, 낙석은 다른 돌로 가로막혀 떨어질 수 없었던 위치에 놓여 있었던 탓이었다.

살인의 동기가 인스타그램일 수 있다는 전개는 꽤 시의적절했습니다. 피해자가 친구들 사진 아이디어를 도용해 사진을 올리고, 그걸로 인기를 얻었다는 내용이거든요. 물론 결정적인 동기는 따로 있기는 합니다만....

문제는 인스타그램 관련 내용 외의 모든 것입니다. 돌이 떨어진 진상부터가 허무하고 유치했어요. 가로막고 있던 돌을 피해서 굴린 뒤 피해자에게 떨어트린게 전부거든요. 밑에 굴리기 쉽게 태피스트리를 깔았다는데, 이건 트릭도 뭐도 아닙니다. 증거인 유리 구슬 파편도 너무 쉽게 드러나고요. 상식적으로도 자연스럽게 낙석이 일어난 것으로 위장하는게 당연합니다. 이렇게 억지로 불가능한 상황을 연출할 이유는 전혀 없어요. 다른 친구 두 명이 범인 엘자가 위로 올라가 돌을 떨어트린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2020/12/29

2020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열 일곱번 째 블로그 리뷰 총 결산입니다. 블로그 나이가 성인이 될 날도 얼마 안 남았네요.

올해 특징이라면, 독서가 취미이신 모든 분들이라면 마찬가지겠지만 독서량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겁니다. 이 결산을 시작하고 책을 가장 많이 읽있네요. 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숫자로 정리해보면, 2020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77 (48)권, 기타 장르문학 4 (1)권, 역사서 9 (15)권, 디자인 or 스터디 4 (4),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25 (11)권, 기타 도서 14 (18)권으로 모두 133 (97)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작년보다 30% 정도 늘었군요. 분야로 따지면 추리 / 호러 등 장르 문학과 Food 및 구루메 관련 책을 많이 읽은게 눈에 띄고요. 방콕하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래도 좀 자극적이고 재미있거나, 주요 관심사를 찾아 읽기 마련이니 당연합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20년 베스트 추리소설 : "흉가" 

올해 읽은 작품 중 별점 3점 이상 작품은 21편입니다. 꽤 수확이 많았던 한해였어요. 읽은 작품 중 1/3 가까이가 수작 이상인 셈이니까요. 이중 올해의 베스트는 "흉가"입니다. 무섭고 재미난 이야기 전개도 훌륭하지만 복잡한 설정, 복선 회수, 결말까지 완벽했습니다. 욕설, 육두문자 없이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끌고간다는 점도 아주 마음에 들었고요. 코로나로 외출도 못하는 더운 여름 휴가철에 탐독할만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아울러 올해 읽은 단편집 중에서 최고의 단편도 뽑아 보겠습니다. 별점 4점 짜리 작품으로는 아카가와 지로 "유령 열차" 수록작인 "비 옷을 입은 시체", 곤도 후미에의 "타르트 타탱의 꿈" 수록작인 "텅빈 카슐레", 스티븐 킹의 "악몽과 몽상 1" 수록작인 "돌런의 캐딜락", 마쓰모토 세이초의 "현란한 유리" 수록작인 "비와 2층", 미쓰다 신조의 "괴담의 테이프" 수록작인 "빈 집을 지키던 밤", 이사카 고타로의 "남은 날은 전부 휴가" 수록작인 "작은 병정들의 비밀 작전",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1"수록작인 "탐정 스페이드",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수록작인 "푸른 히아신스 향기", "뇌물과 부패"가 있습니다.
그러나 별점 4.5점짜리 작품이 무려 2편이나 있어서 4점 정도로는 후보가 될 수 없었어요. 별점 4.5점을 받은 작품은 미야베 미유키의 "희망장" 수록작인 "희망장"과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2" 수록작인 "두 개의 양념병"입니다.
이 중 베스트로는 "희망장"을 선정합니다. "두 개의 양념병"도 걸작이지만, 발표된지도 오래되었고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니 양보해도 될 것 같네요.

2020년 워스트 추리소설 : "너무 예쁜 소녀" 

많이 읽은 만큼 실망스러웠던 작품도 많았습니다. 75권 중 별점 2점 이하 작품이 28편이었거든요. 그래도 평균 이하 작품이 2/3를 넘었던 작년보다는 1/3에 불과하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러나 졸작 오브 더 졸작, 정말로 종이가 아깝고 나무에게 미안한 별점 1점의 작품도 세 편이나 됩니다. "너무 예쁜 소녀", "콜드게임", "루팡의 딸"이 그 주인공이지요. 이 중 워스트로는 "너무 예쁜 소녀"를 선정합니다. "콜드게임"은 잔혹한 왕따 가해자를 편드는 듯한 설정이 문제였을 뿐 재미면에서는 나름 합격점을 줄 만 했고, "루팡의 딸"은 최소한 짧기라도 하니까요. "너무 예쁜 소녀"는 추리도 없고 스릴도 없는데 길기까지한 완벽한 시간 낭비였습니다. 끝까지 참고 읽은 저에게 상을 주고 싶습니다.

2020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은 4권만 읽었는데 모두 고만고만했습니다. 별도의 베스트, 워스트는 없습니다.

2020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올해는 아홉 권밖에 읽지 않았는데 일곱 권이 별점 3점 이상이었습니다. 별점 4점짜리 책도 "펜슬 퍼펙트",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의 세 권이나 되고요. 

이 중 베스트로는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을 꼽겠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알기 위한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해 줄 뿐 아니라, 재미도 있고 가격까지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올해 역사 도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가장 나쁜 별점이 2점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워스트로 꼽기에는 너무 가혹하기에, 올해는 별도로 선정하지 않겠습니다. 역사 도서는 대체로 선방한 한해였어요.

2020년 베스트 디자인 or Study : "명작순례" 

이쪽 분야 책들은 도판만 괜찮아도 평균 이상은 해 줍니다. 그래서 실패가 별로 없는 분야인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올해 유일의 별점 5점을 받은 책이에요.요. 수록된 글들도 좋고, 도판까지 완벽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책을 사지 않으면 무슨 책을 사겠습니까.

2020년 워스트 디자인 or Study : 

올해 이 분야는 네 권 밖에는 읽지 않았는데 가장 나쁜 별점이 2.5점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워스트 도서가 없습니다.

2020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커리의 지구사" 

'지구사' 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식문화 역사 시리즈 중 한 권. 제가 읽었던 시리즈 중에서는 최고작입니다. 커리에 대한 역사는 물론, 세계화된 과정과 세계속 커리 요리들, 그리고 커리의 현재까지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커리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20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중세 유럽의 레시피" 

제목에서 기대했던 중세 유럽 요리에 대한 깊이있는 정보는 커녕, 최소한의 재미와 자료적 가치도 기대하기 어려운 별점 1점짜리 망작입니다. 담고있는 내용에 비하면 가격도 어처구니 없는 수준이고요. 저처럼 낚이는 분이 없으면 좋겠네요.

2020년 베스트 기타 도서 : "탱크의 탄생" 

올해 읽은 기타 도서는 특출나게 빼어난 책은 없었지만, 평균 이상 재미를 전해주는 괜찮은 책들이 제법 많았었습니다. "심리 조작의 비밀", "탱크의 탄생", "망령의 기억", "깃털 도둑"이 별점 3점을 받은, 그런 책들이었지요.

다 좋은 책이지만 이 중 베스트로는 "탱크의 탄생"을 꼽겠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라하는 '도감' 분야의 책으로 도판, 일러스트가 완벽하게 제 취향이었기 때문이에요. 이 책의 가장 단점은 제법 비싼 가격일 뿐이에요. 무기 도감을 좋아하신다면 놓치지 마시길.

2020년 워스트 기타 도서 : "편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인데 장르 문학이 아니라 드라마라서 기타 도서로 분류하였습니다. 작위적이고 뻔한 전개도 감점 요소이지만 무엇보다도 핵심 주제 - 범죄자 가족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 에 대해 주인공의 심정을 공감하기 어려웠기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어요.

2020년 베스트 Movie : "포드 V 페라리" 

많은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올해 최고의 영화는 코로나 사태 직전 영화관에서 감상한 이 영화입니다. 남자 가슴을 뛰게 만드는 웅장한 화면과 음향 효과가 발군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영화관에서 보지 않았다면 베스트 영화는 다른 작품이 되었을거에요.

그나저나, 언제쯤 극장에서 영화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2020년 워스트 Movie : "머더 미스터리" 

'정통 미스터리'라고 소개된 글에 낚였네요. 일견 전형적인 미스터리물로 보이지만, 실제 영화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코미디 영화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추리적으로 건질건 전무해요. 게다가 별로 웃기지도 않고요. 왜 애덤 샌들러를 요새 보기 힘든지 새삼 느끼게 해 준 망작이었습니다.

2020년 베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올 한 해는 "시마 코사쿠의 사건부"를 제외하고는 추리 or 호러 만화는 전통의 시리즈인 Q.E.D와 C.M.B의 후속권을 읽었을 뿐입니다. 이 중 최고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 목록 36" 이었습니다. 수록작 중 "산의 의사"와 "카스미장 사건"이 아주 좋았기 때문입니다. 별점 3.5점은 충분합니다. 

에피소드별로 살펴보자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5" 수록작인 "도토리와 솔방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9" 수록작 "상상 속 살인", "Q.E.D iff 12" 수록작 "재생의 시간"도 별점 3.5점의 좋은 작품들이었습니다.

2020년 워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책 전체 평균 별점은 2점이 가장 낮은데, 이 정도로 워스트로 꼽기는 좀 가혹하지요. 그래서 에피소드로 워스트를 꼽아 봅니다.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7" 수록작인 "크로스로드"와 "종려나무 동전"이 별점 1점입니다. 동기, 트릭, 진상 모두 작위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졸작이었어요.

2020년 베스트 Comic - 기타 : "모로호시 다이지로 자선 단편집" 

2020년 만화들은 별점 3점짜리가 무려 14편이라서 많아서 한 편을 꼽기 어렵네요. 그래도 이 중에서 딱 한 편!을 꼽으라면 "모로호시 다이지로 자선 단편집"입니다. 다른 단편집에서 이미 접했었던 작품들이 많이 수록된 탓에 감점했을 뿐, 모로호시 다이지로라는 작가에 대해 잘 알려주는 좋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단편집을 읽어보지 않고 이 책만 읽는다면, 별점 4점도 거뜬했을거에요.

2020년 워스트 Comic - 기타 : "지구빙해사기" 

대가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이 불명예스러운 올해의 워스트네요. 당대를 풍미했던 오토모 가즈히로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야기, 설정, 작화와 분위기를 적당히 섞어 만든 하이브리드 혼종이나 결과물은 전혀 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결산평 : 

이글루스 블로그 운영도 17년 째인데, 올 한해가 가장 변화도 많고 드라마틱했습니다. 다른 해에 비해 유별나게 책을 많이 읽기도 했고요. 그러나 코로나라는 예상치못한 질병 탓이라서 마냥 좋아할 수는 없네요. 코로나 때문에 많은 분들이 힘들어 하셨고, 지금도 계속 힘든 분들이 계실 터라 가슴도 무척 아프고요. 모쪼록 코로나 사태가 빨리 진정되어, 기쁜 마음으로 블로그 운영을 비롯한 일상 생활을 보낼 수 있게 되면 좋겠네요.

여러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원하시는 일 다들 이루시는 그런 한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일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게 분명합니다. 사랑합니다~!

2020/12/20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0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0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스핀 오프 C.M.B도 계속된 시장 수요가 있나 보네요. 드디어 앞자리가 4로 바뀌었습니다. 이번 권에 수록된 작품은 모두 네 편입니다. 소소한 일상계 이야기는 없습니다. 살인 사건 이야기가 두 편에 세 편의 무대가 해외 - 캄보디아, 브라질, 말타 - 일 만큼 스케일이 크거든요. 

그러나 커진 스케일에 걸맞는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억지스럽고 무리한 내용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해외가 무대일 이유도 별로 없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전작에서 좋았던 기세를 이어나가지 못해 아쉽네요.

수록 이야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기적의 신전" 

캄보디아 세관원 보오는 유럽 제약 회사 조사단이 기적이 일어났다는 시바 신전 조사 목적으로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어머니가 아픈 소년을 데려가 기도한 뒤 병이 완치되었는데, 소년이 앓고 있던 병이 항생물질이 없는 라임병이기 때문이었다.

유적 탐험물에 가까운 이야기로 수수께끼는 기적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단 하나 뿐입니다. 이는 신전에 살던 벌의 독으로 밝혀지고요. 그러나 신전에서 벌떼의 습격을 받고 난 후 내린 결론이라서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신라가 주변 환경과 기후 등을 토대로 벌이 살고 있다는걸 먼저 알아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별다른 설명없이 기적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운이 좋아서 병이 나았다는게 전부라서 설득력도 약합니다. 언젠가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왔던 ("마스터 키튼"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었죠), 눈 다래끼 때문에 시력이 좋아진 것과 같은 급의 이야기지요. 한 마디로 추리적으로 별볼일 없고, 현학적인 재미도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마약 대용으로(코브라의 독은 신경독이기에) 코브라에게 의도적으로 물린 뒤, 독 때문에 죽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었습니다. 코브라에게 물리면 보통 죽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이 효과를 전하게 되어서 어처구니없는 무모한 방법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거지요. 이는 기적 덕분에 병이 치료됐다는 말이 널리 퍼지는 이유와 같다고 해석됩니다. 마찬가지로 죽은 사람들은 소문을 낼 수 없으니까요. 코브라 이야기 덕분에 별점은 2점입니다.

"시끄러운 킬러"

살인청부업자 모모야는 한 번도 살인에 성공한 적이 없다. 그를 고용하는 사람들은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했다는 소문으로 상대를 위협할 목적 뿐이었다. 그만큼 보수도 저렴했다. 

어느 날, 모모야에게 희귀 동물 밀매업자 가키야마를 죽여달라는 의뢰가 접수되었다. 성공 보수 2백만, 실패 보수 3만엔에 기한 3일의 조건이었다. 그러나 가키야마의 사무실은 철통 보안 상태라 모모야는 실패를 거듭했지만 결국 가키야마는 살해되고 말았다. 구지라자키 경부는 살인 현장이 밀실이라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신라를 찾아오는데...

사람을 죽여본 적 없는 살인 청부업자도 나름의 수요가 있다는 발상은 재미있었습니다. 무모한 장난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모모야가 저지른 습격들이 밀실을 돌파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는 진상도 괜찮았고요. 특히 모모야가 습격할 때 준비했던 휘발유는 불을 붙이는게 아니라, '냄새' 로 환기를 유도했다는 일종의 트릭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교하다기보다는 만화같은 허황된 내용에 가깝지만, 어차피 킬러 설정부터가 만화같아서 잘 어울리더군요.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잠깐 등장하는 이집트의 열쇠에 대한 소개도 재미있었습니다. 열쇠라기보다는 일종의 도구에 가깝지만요.

그러나 그동안 사람을 죽여본 적 없으면서 왜 이 사건에서는 정말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앞서의 습격으로 누가봐도 유력한 용의자라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데 무모하게 범행을 감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약점은 큽니다. 살인을 희화한 느낌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아파네마에서 온 소녀" 

히시자와는 4일 전, 브라질 리오의 초고급 호텔에 투숙했었다. 브라질 고위 관리인 오스카가 부정을 저지른걸 증명하는 서류를 전달하기 위한 여행이었다. 약속 날짜까지 여가를 보내던 히시자와는 소피아를 만나는데, 그녀로부터 중요한 서류가 들어있는 USB와 여권은 인형 속에 숨겨 호텔 내 금고 안에 넣어두라고 충고를 받았다. 그러나 히시자와는 소피아와 함께 강도들에게 납치당하고, 혼자서 겨우 빠져나온 히시자와는 그간의 이야기를 비행기에서 만난 하츠키에게 털어놓는다.

신라가 히시자와의 이야기를 듣고 강도 사건과 소피아의 정체를 추리하는 이야기인데 대단한 내용은 없습니다. 어떻게 USB를 몰래 빼돌리는지?가 핵심인게 뻔한데 이 트릭도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고요. 얼굴 인식 등 뭔가 대단한 보안이 있는 척 하지만 그냥 전화 한 통화로 입구 보안이 뚫리니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소피아가 강도들과 한 패로 이 모든걸 배후에서 꾸몄다는 진상도 예상 범위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한 작전을 펼칠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그냥 처음에 히시자와가 아무 생각없이 USB를 주머니에 넣고 다닐 때 함께 훔치면 됐을텐데 말이지요. USB가 도난당했다는게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게 목적이었다? 평범한 브라질 도둑이라면 히시자와가 누군지 알게 뭡니까. 그냥 훔치고 보는거지. 출처가 히시자와라는걸 숨기는게 목적일리도 없습니다. 브라질 국민 입장에서는 히시자와도 부정에 가담한 외부 세력에 불과하니까요. 히시자와가 방문한 일정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약속 날 전날에 도착해서 다음날 바로 서류를 전달하는게 상식입니다. 미리 도착해서 몇일간 여가를 보낼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도 소피아가 자신을 찾으려면 "이파네마의 물고기를 찾아라"고 말했던 부분은 C.M.B 스럽긴 했습니다. 이파네마의 어원은 '나쁜 물'로 '물고기가 없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즉, 소피아는 없으니 찾지도 말라는 뜻이라는거지요.
또 브라질의 치안 문제, 경제가 좋지 않은건 정치가들의 부패 때문이라는 소피아의 말도 현재 일본 자민당 정권과 겹쳐 보여서 재미있었고, 작 중에 등장하는 "단지 몸만 움직인다고 돈이 들어오지는 않는다"는 브라질 속담도 인상적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잠깐 손을 멈추고, 고민해서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정작 예시로 드는건 밀수라서 조금 당황스러웠거든요. 이런 점에서는 브라질을 잘 이해하고만든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하지만 이야기 핵심 사건의 동기, 전개를 납득하기 어렵고 추리라고 할 만한 내용도 없기에 감점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병속의 배" 

세금회피처인 탓에 세계 유수의 기업이 모이는 말타 공화국에 거주하는 대부호 랜드가 살해되었다. 살해된 방은 손님용 응접실과 연결된 문 외에는 전부 잠겨진 밀실이었다. 랜드가 살해된 금요일은 원래 이런저런 투자 상담을 하는 날로 살해된 3시에서 4시 사이에 만났던 사람은 프라이빗 뱅커 포쉣, 가타가케, 에코 웨스트 3명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들 모두 상담 중에 랜드는 살아있었다!고 이야기하는데....

프라이빗 뱅커 3명 중 한 명이 범인인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첫 번째 상담자 포쉣은 랜드의 돈을 횡령한 동기가 있습니다. 마지막 상담자 에코 웨스트는 결국 시체를 보았다고 증언했고요. 그렇다면 범인은 포쉣일 수 밖에 없어요. 그러나 두 번째 상담자 가타가케가 살아있는 랜드와 협상 후 계약서에 사인을 받았기 때문에, 에코 웨스트가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됩니다.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포쉣의 알리바이를 깨는게 목적인 작품입니다.

그런데 트릭은 간단합니다. 증언과는 다르게 가타가케가 먼저 상담을 했다는게 진상이거든요. 사실을 말하지 않은건 계약이 무효가 될 까 두려웠던 것이고요. 이는 솔직히 트릭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합니다. 에코 웨스트의 범행을 증명하지 못하면 가타가케, 포쉣에게도 수사가 들어갈게 뻔해서 끝까지 숨길 수도 없었을 테니까요. 같은 이유로 포쉣이 흉기인 고가의 실크 넥타이를 범행 후에도 그대로 가지고 있으리라는 확신도 근거가 없습니다. 여러모로 트릭, 해결 과정 모두 기대 이하였어요.

그나마 랜드의 사체가 깨진 보틀쉽과 함께 발견된게 일종의 단서가 된다는건 좋았습니다. 원래 보틀쉽은 사무실에 숨겨져 있었으며, 랜드 스스로 모르는 사람에게는 보여주기 힘든 취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꺼내져 있었다면? 범인은 익히 잘 아는 사람이며, 그렇다면 범인은 3명의 프라이빗 뱅커 중 10년 넘게 거래해 온 포쉣이라는 것이지요. 이 보틀쉽 아이디어만큼은 좋았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2020/09/23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9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9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스핀 오프로 시작한 C.M.B도 이제 40권 째를 향해 달려가네요. 네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 편은 성장기, 한 편은 일상계이고, 나머지 두 편은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본격물입니다. 이 중 첫 번째 작품인 "상상 살인"은 아주 좋은데 다른 작품들은 그냥저냥입니다. 마우 주연의 이야기는 심지어 수준 이하이고요. 그래도 "상상 살인"의 하드 캐리 덕분에 전체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와 같이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으니,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상상 살인"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이상과 다른 현실 때문에 괴로와 하던 디자인 회사 영업직 구보타 토미오는 출근길에 우연히 고등학생 시절 사귀었던 미와와 마주쳤는데 그녀와 왜 헤어졌는지를 떠올리지 못했다. 토미오는 그녀와 헤어졌던 과거를 고치면, 미래의 나도 바뀔거라고 생각하는데....

사고로 위장한 살인이 등장하는 본격물입니다. 미와의 남편 아키요시는 몸을 내밀었던 베란다 발코니가 떨어져서 추락사하는데, 이게 사실은 계획된 조작에 의한 살인이었지요.

범행은 베란다 안전핀을 뽑는 간단한 조작이 전부이며, 아키요시가 베란다 쪽으로 몸을 내밀게 한 트릭 (물뿌리개 안에 중고 휴대폰을 넣어서 울리게 함)도 간단하다는 점에서 무척 현실적입니다. 이 휴대폰이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는 점도 좋았고요.
신라가 사건에 엮이게 되는 이유도, 피해자 아키요시가 떨어진게 신라가 눈독들이던 개구리 조각이기 때문이라는 우연도 재미있었습니다. 토미오가 확실하게 죽게 만들려고 조각을 베란다 밑으로 옮겨 놓아서 조각이 깨지고, 분노한 신라가 무보수(?)로 사건 해결에 나서거든요. 

무엇보다도 토미오가 2층 높이에서 떨어진다고 사람이 죽을리 없다며, 누군가 떨어진 아키요시를 죽였을거라고 주장하는 마지막이 기가 막힙니다. 이는 진범은 미와임을 암시하지요. 지극히 합리적이면서도 무서운 추론이라 소름끼칠 정도였어요.

그러나 회사를 그만 둘 정도의 결단력도 없는 토미오가 살인을 결심해 실행에 옮긴다는 전개는 조금 석연치 않았습니다. 상상한건 모두 이루어진다는 긍정맨 토미오 캐릭터와 범인이 잘 어울리지 않는 것도 단점이고요. 미묘한 미친놈인데, 캐릭터 구축이 어설픈 탓입니다. 그냥 미와에게 마음의 빚이 있는 정도로, 그녀에게 도움을 주려다 폭주하는 소시민 정도면 적당했을텐데 말이지요.
덧붙이자면, 토미오의 범행을 밝히기도 어려울거라 생각되네요. 그가 베란다에 조작을 가하는게 목격되지 않았다면, 단지 물뿌리개 속 대포폰으로 살인 혐의를 뒤집어 씌우기는 불가능해 보이거든요.

그래도 이 정도면 추리물로는 나무랄데 없는 수작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팔레오파라독시아" 

고등학교 1학년 미쿠와 하야토는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고민하던 중, 여동생과 함께 외딴 산 속 숙부 집에서 황금 연휴를 보내게 되었다. 마침 숙부는 산 속에서 '팔레오파라독시아'의 화석을 발굴 중이었다.

신라는 학교 공부에 의미가 없다며 징징대는 하야토에게 '모두가 언제나 의미있는 답을 낼 수 없다, 하지만 답을 내기 전에 문제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일갈합니다. 그리고 숙부가 화석을 발굴하는 상황을 이에 대입하지요. 답보다도 문제의 쪽을 오히려 모르고 있다는 뜻으로 말이죠. 일종의 성장기로서 나쁘지 않고, 항상 어린아이같은 신라가 명확한 인생관을 들려주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이채롭습니다. 하야토가 고생물학자로 선생님이 되었다는 결말 역시 그럭저럭 괜찮아요.

그러나 추리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위기에 처한 하야토가 '문제를 이해하여' 적합한 답을 내여 생존한다는 클라이막스는 작위적이었고요. CMB 특유의 현학적 재미 역시 '팔레오파라독시아'라는 동물에 대해 박물학 지식을 살짝 인용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미그라스의 모험" 

마우는 부호 브렌드가 밀실에서 책꽂이에 깔려 죽었을 때 쥐고 있던 책을 입수했다. 그 책은 90년대 발표된 판타지 소설 "미그라스의 모험"으로, 대신 미그라스가 가난한 마을 사람들을 위해 이웃 제국과 맞서 싸우다가 패한 뒤,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별 볼일 없는 내용에 절망한 마우는 책을 방치하다가 도둑맞고, 브랜드 죽음의 진상을 조사하다가 그가 교통사고 합의 관련 분쟁에 휘말렸던걸 알게 되는데...

신라의 등장없이 마우가 탐정으로 활약하는 작품입니다. 브렌드가 죽은 밀실을 만든 트릭은 문 옆에 놓인 갑옷 기사를 이용한 장치 트릭인데 꽤 그럴싸합니다. 갑옷 기사가 들고 있는 칼을 돌리는 방식의 자물쇠 위에 잘 얹어 놓는 거에요. 그러면 칼 무게로 자물쇠는 돌아가고, 칼은 떨어져 제자리에 오게 되지요. 균형을 잘 맞춰야 겠지만 충분히 실현 가능해 보이는 트릭이라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범인이 조카 시로노와였다는건 억지스럽습니다. 동기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탓입니다. 시로노와가 일으켰던 교통 사고를 브랜드가 합의해 주었었는데, 시로노와는 합의를 기사도에 반하는 행위라 생각해서 살해했다는게 동기죠. 그러나 기사도와 시로노와의 관계가 설명되고 있지 않아서 완전 뜬금 없었어요. 차라리 유산이 동기라면 모를까, 21세기에 기사도라니?
또 이를 극중 극 형태로 소개되는 미그라스의 모험과 연결시킨 전개도 그다지 와 닿지 않습니다. 미그라스가 가난한 마을에서 침략해온 제국군과 싸운다는 이야기인데, 전쟁을 하지 말라는게 왕의 명령이었습니다. 이렇게 싸워보지도 않고 협상을 한건 기사도 정신에 위배된다는거지요.
그러나 이 책 속에서 미그라스가 일으킨 전쟁으로 온갖 비극이 일어납니다. 마우의 말 대로 미그라스야말로 전쟁의 원흉이자 비극의 씨앗인 셈입니다. 도대체 이야기 어디에 기사도라는게 있는걸까요? 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로노와를 협박해서 돈을 쥐어짠 뒤, 경찰에 넘기겠다는 마우의 사악함도 나쁘진 않지만, 설득력이 낮습니다. 아무리 피해자와 책의 관계를 밝힐 수 없었어도, 시체에 '기사도'를 의미한 책을 남겨놓은게 범인이라는게 증명되는건 아니니까요. 피해자가 어딘가에서 빌려왔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고작해야 시로노와가 마우에게서 책을 훔쳤다는 정도만 증명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 밀실 트릭은 괜찮았지만 그 외에는 전부 그닥이며, 특히나 판타지 소설을 우겨넣은건 아무리봐도 무리수였습니다.

그나저나, 작가가 왜 이렇게 마우에게 미련을 갖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지극히 만화적이며 딱히 매력도 없는데 말이지요. 제발 그만 좀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빈 터의 유령"

야스다 시노는 인터넷을 쓸 수 없는 아프리카에서 일하는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다가, 사람이 지나갈 수 없던 곳에 갑자기 나타나 서 있던 사람을 목격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네코와리와 하츠키 등 친구들은 모두 현장을 방문했다가 그 '유령'을 목격하고 도망치는데...

오래전 추억 속 라면 가게를 다시 열기 위해 그 곳을 방문한 아저씨가 유령의 정체였으며, 우체통 때문에 사각이 생겨서 아저씨가 지나가는 걸 못 봤다는게 진상인 일상계 추리물입니다.. 충분히 그럴싸한, 설득력 넘치는 아이디어로 동네 유령 이야기 진상으로는 아주 잘 어울렸어요. 추억 속 라면 가게, 편지 쓰기 등 향수를 자극하는 소재도 풍성하고, 편지를 쓰기 싫어하는 시노가 이 사건에 대해 사진 중심으로 편지처럼 꾸며서 보낸다는 마지막 장면, 그리고 아저씨의 라면 맛이 별로였다는 에필로그까지 완벽했습니다.

그러나 트릭이 대단한건 아니고, 순전히 우연에 불과한 사건이라는건 분명합니다. 또 시노 혼자라면 모를까, 함께 갔던 친구들 모두 동일한 '사각'으로 아저씨를 보지 못했다는건 설득력이 낮아요. 그래서 조금 감점하여 별점은 3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신라가 경이의 방으로 안내하는데 요금을 받지 않는데, 친구들의 부탁이기 때문인지 불분명합니다. 캐릭터가 바뀐걸까요? 이런 설정마저 없어져 버린다면 정말로 Q.E.D와의 구분이 애매해지는데 말이죠.

2020/08/02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09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점

[고화질]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09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추리 만화 시리즈인 Q.E.D 시즌 2도 어느덧 10권 째를 향하네요. 언제나처럼 두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번에는 두 편 모두 강력 사건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편 모두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설득력이 부족한 트릭들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전 몇 권은 평균 이상은 해주었었는데 조금은 아쉽네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음화(陰火)" 

유령이 나온다는 집을 돌며 심령 현상에 대해 취재한다는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의 촬영을 위해, 예능인과 배우, 영매사와 프로듀서, 작가 겸 촬영까지 5명의 일행은 15년 전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저택에 모였다.
15년전, 아내 마사코는 머리를 맞아 죽었고, 범인으로 체포된건 남편 토시가미였다. 그는 술에 취한 채 시체 옆에 앉아 있었다. 결국 토시가미는 상해치사죄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 후 자살했다. 그리고 그의 원령이 '음화', 즉 사람의 혼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각자 카메라를 들고 저택을 돌아다니던 멤버들은 음화, 피웅덩이를 목격했다. 이윽고 프로듀서와 영매사가 폭행당해 쓰러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영매사 하코네의 카메라에 선명한 '음화'가 찍혀 있었다...

유령 저택의 음화에 얽힌 15년 전 살인 사건과, 현재의 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혀내내는 내용으로, 토마가 이전 작품에서의 활약으로 사건에 휘말린다는 설정이 인상적입니다. 예능인 도바 쥬리가 2권에 등장했던 "벌거벗은 임금님"의 유바리와 동료라서, 그를 통해 가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든요. 인기없는 예능인이 방송에 목숨거는 절박함은 이해되지만 애초에 도와줄 이유는 없지요. C.M.B의 신라처럼 수수께끼를 풀 때마다 뭐라도 받는다면야 모르겠지만요. 토마가 사건에 나서는걸 귀찮아했던건 다 이유가 있던거에요.

하여튼, 2명이 폭행당해 방송이 중지되었지만, 그 수수께끼만 풀면 방송이 가능하니 도와달라는 도바의 부탁으로 가나는 사건 조사에 나서게 됩니다. 조사 결과, 방송 프로듀서 토고는 15년전 사건은 범인 토시가미가 누명을 쓴 원죄 사건이라고 주장합니다. 부부는 야구에 취미가 전혀 없었는데 흉기로 야구 배트가 사용된 건, 누군가 가지고 왔기 때문이라는거지요. 그러나 검찰청에서는 반대로, 토시가미가 범인이 분명해서 원죄 사건이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모든 증거가 확실해서 죽일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만 쟁점일 뿐이며, 배트의 출처는 중요하지 않다면서요. 노부부가 호신용으로 구입할 수 있지 않냐고 되묻는데, 타당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토고 프로듀서가 사건 조사를 위해 찾아왔었다고 알려줍니다.
그렇다면? 토고는 이 사건이 원죄 사건이 아니라는걸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왜 가나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느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심지어 토고는 영매사 하코네가 학창 시절 직접 재판을 방청해서 토시가미가 자백하는걸 들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는데 말이지요.

원죄도 없으니 유령이 나올 이유도 없다, 그러나 유령 소동이 일어났다면? 원죄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널리 알리고 싶은 프로듀서의 조작인게 당연합니다. 프로듀서이니 저택에 미리 이런저런 장치를 하는 것도 쉬웠을테고요. 전개만 보면 프로듀서의 범행이 명확한데, 이를 잘 감추는 전개는 나쁘지 않았으며 프로듀서가 고교 시절, 선배였던 토시가미를 숭배했기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동기도 그럴듯했습니다. 토고 프로듀서가 자기 확신에 가득차 모두를 비웃지만, 가나가 한 마디로 뭉개버리고 경찰에 넘기는 마지막 장면도 나름 통쾌하고요.

그러나 가장 중요한 트릭인, "5명의 출연자 모두 카메라를 들고 있었는데 어떻게 몰래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는 그냥 교묘하게 시간을 맞춰 범인이 피해자의 카메라와 바꿔친게 전부라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나중에 편집 등으로 손을 봤다면 모를까 이렇게 딱 들어맞게, 오차없이 맞출 수 있었을거라 생각되지도 않네요. 또 '원죄 사건'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면, 구태여 폭행 사건을 일으켜 방송을 막을 이유도 없습니다. 방송되어 화제가 되는데, 방송 중단으로 SNS에서 화제가 되는 것 보다 훨씬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테니까요. 또 이 정도라면 토마가 구태여 등장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15년 전 원죄 사건은 합리적이지만 지나치게 길었고, 본편 핵심 트릭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덧붙이자면, 가나와 함께 조사해 온 내용을 듣던 토마가 한 말이 인상적입니다. '유령 '같은 걸' 봤다', '오래전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 쓴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이 누군가에게 '맞은 것 같다'' 는 말 만으로는 확실한 정보가 하나도 없으니, 답을 해 줄 수 없다는 말이지요. 냉정한 토마를 상징할 뿐더러, 실제로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굉장히 와 닿습니다. 최대한 철저하게, 확실하게 조사해서 정확한 정보를 가져오는게 우선이지요. 단지 추리 만화가 아니라 일상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규칙일거에요.

"아름다운 그림"

러시아 마피아 두목 잉크가 부하의 렌트카 트렁크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잉크는 버밀리온 가의 당주 포크스에게 빌려주었던 돈을 받은 뒤 저택에서 하루 머물렀었다. 그리고 돈과 함께 사라진 후, 시체로 발견된 것이었다. 시체를 처음 발견한 런던의 본 경부는 손님으로 찾아온 토마, 가나와 함께 저택을 방문하여 사건 조사에 나서는데...

왜 잉크가 살해되었는지, 어떻게 그가 살해되는 시간에 모두가 알리바이가 있었는지, 어떻게 사체를 렌트카 트렁크에 넣었는지, 돈은 어디로 갔는지 수수께끼가 많은데, 이를 차분히 풀어내는 본격 추리물로 알리바이와 시체 순간 이동 트릭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빼어나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트릭이 현실적이지 않은 탓입니다. 백작 부인이 일에 몰두할 때, 시계의 시간을 조작하여 시간을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알리바이 트릭부터 이상합니다. 아이디어 자체는 "시계관의 살인사건"과 비슷하지만, 그 만큼의 설득력은 없어요. 편지를 여러 통 쓰는 정도의 일을 하는데, 한 시간 시간을 앞당겨 놓은걸 눈치채지 못한다? 납득하기 어렵지요. 편지를 쓰다가 단 한 번도 시계를 보지 않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약점이고요. 차라리 집사이자 진범인 우드 브라운이 백작 부인을 보호하기 위해 시계 조작 트릭을 언급했을 뿐, 두 명 모두 입을 맞춘 공범이라는게 더 나은 설명이었을 겁니다.

그나마 순간이동 트릭은 좀 낫습니다. 렌트카라 번호는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서 시체가 들어 있는 자동차를 바꿔치기 했다는 것인데 그럴듯하거든요. 똑같이 생긴 차를 빌려 시체를 실어놓고, 대리 주차하는 사람에게 바꿔치기 한 손님의 자동차 열쇠를 주면, 손님도 바꿔치기한 차를 타고 가게 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똑같은 차종이라도 인테리어나 기타 세세한게 같았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저도 제주도 등에서 렌트카를 몇 번 이용해 보았었는데, 같은 차종이라도 비닐을 뜯지 않았던 차를 한 대 몰아보았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영국의 귀족 문화를 숭배하는 나이 든 집사가, 저택을 지키기 위해 사악한 채권자를 죽이고, 저택에 오랜 시간 동안 걸려있었지만 채무 때문에 팔아야 했던 그림을 다시 구입하려고한 동기만큼은 나쁘지 않았어요.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과거에는 얽매이는 모습은 안타까왔으며, 몰락해 가는 와중에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는 귀족이라는 멸종 직전의 존재를 잘 그려내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레베카"와 같이 묵직한 고전 걸작이 연상되기도 하고요. 그러나 최소 반 세기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 먹힐 이야기는 아니긴 합니다. 귀족 문화와 저택, 전통을 사랑하는 오래된 집사는 지금은 이미 다 죽어버렸을테니까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본격 추리물이라는건 좋은데, 트릭과 동기 모두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아서 감점합니다.

2020/07/31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8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8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시리즈 38권으로 이번 권은 기존 C.M.B와는 구성이 좀 다르다는게 특징입니다. Q.E.D처럼 조금 긴, 이야기 두 편만 수록되어 있거든요.

하지만 긴 호흡에도 불구하고 두 편 모두 설득력이 부족한 편입니다. 본 편 이야기와는 상관없는 고사, 역사 이야기 비중이 높은 반면, 본 편 쪽은 여러모로 설명도 부족하고 헛점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럴 바에야 언제나처럼 이야기의 양으로 승부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두 편 모두 별점은 2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목격증인"

하루미는 여자친구 마미를 칼로 찌른 죄로 4년 징역을 살고 풀려난 뒤,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줄 증인 이시바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 정보를 전해준 간다는 마미의 아버지 스미다에 의해 회사가 망했다는 이유로 하루미를 도와 주었다. 하루미는 간다의 지원으로 원양어선을 탄다는 이시바나의 행적을 3년 동안 뒤쫓는데...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고사인 한단지몽, 그리고 소품으로 등장하는 환등기처럼 '환상'을 소재로 풀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환상'은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이라고 사전에서 풀이되는데, 이야기 속에서 하루미가 찾으려는 이시바나가 바로 환상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시바나 우게츠는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인물이라는게 너무 뻔해서 좀 시시했어요. 이름부터 그렇잖아요. 돌에 핀 꽃, 빗 속의 달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하루미가 범행을 저지른 진범인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잊어버린채 있지도 않은 증인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입니다. 하루미가 누군가 (간다)의 꼬임에 넘어가서 자신이 무죄라는걸 '날조할 수 있을' 증인을 찾아나서는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처럼 하루미 스스로가 본인이 무죄라고 굳게 믿는다? 이건 말도 안됩니다. 기억상실이라도 걸리지 않는 한에는요. 환상이 그 비밀, 정체를 아는 사람에게도 환상으로 보여질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이시바나의 존재를 던져주어 하루미가 3년 동안 허송세월하게 만든 간다가 마미의 아버지 스미다가 변장한 것이라는 진상, 그리고 그 동기만큼은 괜찮았습니다. 하루미가 선고받은 7년 형이 판결에서 4년으로 감형되었기 때문에 모자라는 3년을 더 썩게 만들려는 의도였다는데 꽤 그럴듯했어요. 간다의 이름을 핵심 소재이기도한 고사 '한단지몽'에서 이름을 따 온 아이디어도 좋았고요. 물론 간다의 이름 트릭은 일본인이 아니면 알아차릴 수 없겠지만요.

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을 납득할 수 없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빛의 거인"

성배나치라는, "인디애나 존스"로 친숙한 소재가 대거 등장합니다.

'아이슬란드'와 게르만 신화의 아버지 스노리라는 소재는 신선한데, 이야기는 어설픕니다. 게르만 신화의 원류가 "에다"의 고향 아이슬란드이기 때문에, 아이슬란드에 성배가 있다!는 추리부터 어설프지요. 설득력도 없고요. 아버지가 보내온 소포 속 물건인 방해석이 아이슬란드에 많이 난다는 단서는 나쁘지 않지만, 아이슬란드가 방해석의 유일한 산지는 아니라서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에요. 현무암이었다면 무대가 제주도가 되었을까요?
애초에 료타의 아버지가 보낸 소포 암호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누군가 찾아오기를 바랐다면 그냥 편지를 쓰면 되니까요. 어차피 미행당하고 있어서 위치가 드러나는건 숨길 수 없었기에,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는 암호를 보내는건 의미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단서인 "빛의 거인"도 형태는 그럴듯하지만 바로 직전 권 수록작인 "고양이 꼬리"의 자가 복제에 불과해서 아쉬웠고요.

마지막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성배가 있는 장소의 함정도 억지스럽습니다. 시랍화된 사체를 간헐천에 넣으면 폭발한다는걸 이용한 함정이라는 아이디어만큼은 괜찮아요. 그러나 이 함정은 1회성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한 번 폭발하면 현장은 난장판이 될 테니까요. 그런데 800년 전에 설치한 함정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게다가 잘 동작했다? 토목 공사의 신이라도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그래도 함정 정도는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넘어간다고 치면, 건질게 없지는 않습니다. 특히 스노리가 올슨의 병을 낫게 했다는 성배는 버드나무로 만든 잔을 물에 끓인 것으로, 이는 천연 아스피린 성분이었다는 이야기는 마음에 들었어요. 이런 이야기야 말로 C.M.B의 진수라고 할 수 있겠지요. 본 편 이야기와 함께 나란히 진행되는 스노리의 파란만장하면서도 호쾌한 생애도 역시나 C.M.B다운 현학적 재미를 가득 안겨다 주었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아주 나쁘지도 않지만 납득이 가는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 한단지몽이란?

당나라 현종(玄宗) 때의 일이다. 도사 여옹은 한단(邯鄲)으로 가는 도중 주막에서 쉬다가 노생이라는 젊은이를 만났다. 그는 산동(山東)에 사는데, 아무리 애를 써봐도 가난을 면치 못하고 산다며 신세한탄을 하고는 졸기 시작했다. 여옹이 보따리 속에서 양쪽으로 구멍이 뚫린 도자기 베개를 꺼내 주자 노생은 그것을 베고 잠이 들었다. 노생이 꿈 속에서 점점 커지는 베개 구멍 속으로 들어가보니, 고래등 같은 집이 있었다. 노생은 최씨 명문가인 그집 딸과 결혼하고 과거에 급제한 뒤 벼슬길에 나아가 순조롭게 승진하여 마침내 재상이 되었다. 그 후 10년간 명재상으로 이름이 높았으나, 어느 날 갑자기 역적으로 몰려 잡혀가게 되었다. 노생은 포박당하며 "내 고향 산동에서 농사나 지으면서 살았으면 이런 억울한 누명은 쓰지 않았을 텐데, 무엇 때문에 벼슬길에 나갔던가. 그 옛날 누더기를 걸치고 한단의 거리를 거닐던 때가 그립구나"라고 말하며 자결하려 했으나, 아내와 아들의 만류로 이루지 못했다. 다행히 사형은 면하고 변방으로 유배되었다가 수년 후 모함이었음이 밝혀져 다시 재상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후 노생은 모두 고관이 된 아들 다섯과 열 명의 손자를 거느리고 행복하게 살다가 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마쳤다. 그런데 노생이 기지개를 켜며 깨어 보니 꿈이었다. 옆에는 노옹이 앉아 있었고, 주막집 주인이 메조밥을 짓고 있었는데, 아직 뜸이 들지 않았을 정도의 짧은 동안의 꿈이었다. 노생을 바라보고 있던 여옹은 "인생은 다 그런 것이라네"라고 웃으며 말했다. 노생은 한바탕 꿈으로 온갖 영욕과 부귀와 죽음까지도 다 겪게 해서 부질없는 욕망을 막아준 여옹의 가르침에 머리 숙여 감사하고 한단을 떠났다.

2020/06/12

Q.E.D Iff 증명종료 6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점

Q.E.D Iff 증명종료 6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만 읽던 와중에 확인해 보니, 본가인 Q.E.D도 2부격인 iff가 어느새 9권까지 나왔네요. 

이번 권은 한 편의 일상계와 한 편의 강력 범죄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Q.E.D 전통의 구성이지요. 보통 한 권에 4편 정도의 이야기를 수록하여 빠르게 진행하는 CMB와는 다르게, 한 개의 이야기를 보다 긴 호흡으로 디테일하게 전달해 주는게 QED의 특징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두 편 모두 이렇게 길게 늘일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디테일한 이야기 전개보다는, 지루하다는 느낌이 더 강해요. 특히 첫 번째 이야기인 "지구에 떨어졌다 말하는 남자"가 심합니다. 미국에서 마약 조직간 항쟁에 휩싸인 와타루의 이야기와 자신이 '외계인' 이라고 주장하는 사이먼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길었던 탓입니다. 사이먼이 토마와 30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웜홀을 통해 지구로 이동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필요는 없었어요. 이보다 낫기는 했지만 "추락" 역시 여러모로 썩 좋은 작품이라고 보기는 힘들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에나리와 그 일당이 대학에 진학해서 여전히 탐정 동호회 놀이를 하고 있다는 등 오랜 팬으로서 반길 요소가 없지는 않았지만 추리적으로는 영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다음 권에서는 분발해 주면 좋겠네요.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지구에 떨어졌다 말하는 남자"

1986년, 모리타 리사는 미국에서 도미니코를 만나 결혼하지만, 이혼 후 양육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었다.
10년 후, 리사의 아들 와타루는 가난한 환경 때문에 마약 판매 조직의 일을 하게 되었지만, 4년 뒤인 14살 때 마약 조직간 항쟁에 휘말려 총상을 입고 버려졌다.
현재, 대학에서 미스터리 연구회를 만든 에나리와 홈즈, 멀더는 수수께끼를 찾다가 멀더의 할머니에게 찾아온 이상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금발의 남자 사이먼이 스스로 우주인이라고 말하며 할머니를 돌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가족은 사이먼이 의절한 고모인 리사의 아들 와타루라고 생각하고 모발을 습득하여 DNA 검사를 진행하는데...

서두에 나오는 미국에서의 잔혹한 갱단간 싸움이 멀더 모리타의 가족과 관련된 일상계로 이어지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핵심 수수께끼는 사이먼의 정체입니다. 우선, 사이먼이 와타루라면 외계인이라고 주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유산이 탐난다면 더더욱 본인이 와타루라는걸 밝히는게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렇다면 왜 외계인이라고 주장할까요? 별다른 사기를 치거나, 할머니 돈을 훔쳐 달아나는 것도 아니니 그 정체는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DNA 검사 결과를 통해 할머니와 사이먼은 조손 祖孫 관계라는게 드러나서 사이먼은 와타루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리사와 와타루는 모두 사망했다는게 확인되었다고 통보되어 사이먼의 정체는 미궁에 빠지고 말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이먼은 와타루가 맞습니다. 토마의 추리에 따르면 리사와 와타루가 죽었다고 알려진건 갱단 조직 재판의 증인으로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의해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가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지나치게 묵직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별로 와 닿지도 않네요. 비슷한 주제로 만화를 거의 90여권 가까이 (CMB 포함) 발표하다 보니, 일본 내에서의 이야기로는 이제 한계를 느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미국의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일본 일상계 안에 가져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입니다.
그리고 이 진상이 와타루가 '외계인'을 자칭할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는 여전합니다. 딸과 의절하고 원조를 거절하여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내게 만든 할머니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게 목적이었다면, '외계인' 이라는 수상쩍은 주장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정체에 대한 의심만 불러오니까요. 수상쩍은 남자를 집에 들인 것도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부탁 때문이지, 외계인이라는 사이먼의 주장은 문제만 일으켰을 뿐이에요. 

또 에나리와 그 일당(?) 들, 토마와 가나의 활약도 거의 없고 주어진 정보에 따른 안락의자 탐정 역할만 마지막에 수행하기 때문에 이야기도 딱히 재미있지 않았어요. 현학적인 재미를 전해주는 부분도 '외계인' 사이먼과 웜홀 등에 대해 논하는게 전부로 이야기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없어서 영 별로였습니다.

이 보다는 차라리 백화점에서 사이먼이 미행을 따돌리고 사라진 방법이라던가, 열쇠가 없는데 집에 들어온 방법에 대한 일상계다운 추리가 더 볼 만 했습니다. 특히 가족 중 유일하게 집에 돌아오지 못한 '리사'를 위해, 그녀가 열쇠를 숨겨두던 곳에 열쇠를 여전히 두고 있었다는 건, 트릭으로서도 괜찮지만 가족 간의 정을 드러내는데 꽤 효과적이라 마음에 드네요.

그래도 긴 이야기에서 건질게 이 정도라면 많이 부족하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평균 이하의 지루한 이야기였습니다.

"추락"

TV 인기 드라마 프로듀서인 에코다 와타루가 빌딩에서 떨어져 죽었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옥상에서 탈출하려다가 떨어져 죽은 사고사로 처리되었지만, 한 가지 의문을 남겼다. 왜 그는 직접 탈출하기 전에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일까?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 문이 위에서부터 차례로 잠겨서 아무도 올라갈 수 없었던 상황을 풀어낸 트릭은 괜찮았습니다. 경비가 위에서부터 문을 잠그고 순찰하면서 내려온다는 시간차를 이용한 것이지요. 현실적이면서도 설득력 높아서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이 트릭 외에는 모든 부분, 진상과 동기, 진범의 정체 등 모든게 다 엉망이었습니다. 일단 사건부터 보면, 범인이 똑똑해보이지만 문제가 너무 많아요. 에코다의 죽음을 사고사로 위장하기는 했지만 너무 많은 의문이 남게 되니까요. 특히 탈출하기 전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건 바보같은 경찰도 바로 눈치챌 정도로 이상했으며, 토마의 현장 조사를 통해 에코다 와타루가 오른손에 쥐고 있었던 옥상 난간의 콘크리트 조각의 위치는 왼손 쪽이라는게 밝혀지는 것도 범인이 들인 공에 비하면 많이 어설펐습니다.

에코다를 아래쪽 창문으로 들어오라고 유도했다는 상황도 영 이해가 되지 않아요. 조금 기다린다고 얼어 죽을 날씨도 아닌데 건물 옥상에서 아래 층 창문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를 한다? 저는 죽어도 못합니다. 차라리 창문으로 들어오라는 범인에게 경비를 불러달라고 하는게 현실적이잖아요? 

수갑으로 묶여있던 여배우 츠루미 안나가 진범이라는 것도 설명이 부족합니다. 1층에 있던 각본가 온다가 아무도 올라가지 않았다는걸 증명했다는게 중요한 근거로 사용되는데, 온다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건 증명되지 않았으니까요.
Q.E.D에서 자주 써 먹는 인기 소재인 '모든 사람이 진실을 말하는 상황' 에서 증언만으로 진범을 찾아내는 이야기인데, 이 작품에서는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온다와 신인 여배우 츠무기, 미술 책임자 가즈야가 입을 맞추면 츠루미의 이상한 계획보다는 더 그럴싸한 범행을 저지를 수도 있었을테니까요. 때문에 온다보다는 1층에 아르바이트를 왔던 가나가 있었다고 설명하는게 더 바람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안나의 범행 동기도 설득력이 낮아요. 에코다가 미성년 매춘을 했다는걸 알고, 그의 스캔들 때문에 중요한 배역을 놓칠까봐 살해했다는데 그가 죽었다고 스캔들이 표면화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프로듀서의 사망이 스캔들로 해고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문제가 덜하리라는 보장 역시 없고요. 에코다가 스캔들로 해고될 경우, 각본가가 미는 배우 츠무기에게 배역을 빼앗길 수도 있었겠지만, 이는 에코다가 사망한 경우도 마찬가지니 구태여 모험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심지어 어느정도 성과가 있는 여배우라고 묘사되는 안나가 직접 범행을 저지른다? 말도 안 됩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아무리봐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억지투성이 이야기였습니다. 이 실망감을 다음 권에서는 보란 듯이 만회해주면 좋겠네요.

2020/06/05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7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7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전통의 시리즈도 40권 째를 향해 가네요. 이번 권에는 총 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상계 두 편에 묵직한 이야기 두 편이라는 구성 역시 언제나와 비슷합니다. 특이한건 외전 형식의 근미래 SF가 한 편 있다는 점이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려 전체 별점은 평균하여 2점인데, 앞의 두 편이 심하게 망작인 탓입니다. 뒤의 두 편은 좋았어요.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길.

"크로스로드" 

악우惡友 요코야리와 친구들이 등장하는 학교 무대 일상계 소품입니다. 미국 뮤지션인 로버트 존슨이 십자로에서 악마와 계약하여 음악 재능을 손에 넣었다는 유명한 전설이 핵심 소재고요. 미술실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 미묘하게 바뀐 분위기, 열쇠로 열리지 않는 미술실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기름 냄새, 조명이 꺼졌다 켜지지 걸려있던 그림이 모두 바뀐 현상... 이 모든게 미술부원 미치바타의 급작스러운 실력 향상과 엮여 악마와 계약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는 이야기거든요.

미술실 괴담진상은, 미치바타가 실수해서 물감이 많이 튄 탓에 몰래 문을 잠가놓고 청소하다가, 시간이 부족해서 바닥에 튄 물감은 마법진을 그려 감추고, 벽에 튄 물감은 그림과 조각상을 옮겨 가린 것입니다. 악마 그림은 액자 앞 그림이 쉽게 떨어지도록 장치한 뒤, 불이 꺼졌을 때 벽을 울려서 떨어트린 것이고요.

그러나 동기가 무엇일까요? 미치바타가 이렇게까지 해서 괴담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믿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청소하는게 이런 수고로운 작업보다도 훨씬 빨랐을거라는 점에서도 설득력이 낮고요. 그림 실력이 좋아진건 엄연한 사실인데, 단지 '아름답다고 생각한 무언가(여기서는 신라의 암모나이트 화석)를 만났기 때문이라는 결말도 허무했습니다. 그림 실력이 이런 급작스러운 계기로 엄청나게 좋아진다는건 솔직히 말도 안됩니다.

무언가 새로운 걸 만나는 장소라는 의미의 '십자로' 메타포를 가져온 건 나쁘지 않습니다만, 동기와 트릭, 진상 모두 마음에 들지 않기에 별점은 1점입니다.

"종려나무 동전"

마우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신라와 타츠키를 만났다. '유럽의 화약고' 발칸 반도에서 몇 번이나 습격당하고도 살아남은 마을의 비밀이 숨겨져있다는 고대 그리스 동전의 비밀을 풀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종려나무가 그려진 동전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신라는 그 마을로 향했고, 그 곳 성당에 새겨진 시계 조각을 통해 진상을 깨닫는다.

'발칸 반도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는, C.M.B 다운 현학적 재미를 선사하기 위한 소재로는 지나치게 무거웠습니다. 비밀의 해답이 "용서해라" 라는 메시지였다는 결말도 많이 허무했고요. 이를 알아내는 방법도 너무 뻔했습니다. 성당 시계 조각의 시간과 분을 시계 문자반 성인 이름에 대입한 '마태 복음 18장 22절, 누가 복음 23장 34절'이라는 건데, 암호 트릭이라고 보기에는 함량 미달입니다. 의외성이라고는 전무하니까요.

현학적으로 얻을 내용이 많지 않고, 결말도 의외성 없고 트릭도 수준 이하라 점수를 줄 부분이 별로 없네요. 최근 마우가 나오는 에피소드는 모두 이 모양인데, 안 나오는게 낫겠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광구 A-11"

아무도 없는 소혹성 광구 A-11의 유일한 작업원이 총에 맞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항공우주감사관 나나세는 우주공학박사 신라와 함께 진상 조사를 위해 소혹성으로 향하는데...

2075년을 무대로 한 근미래 SF 추리극입니다. 로봇 외 작업원은 1명 뿐이라는 가혹한 상황에, 가족의 죽음까지 겹쳐 자살한 것이라는 동기도 설득력 높으며, 아시모프의 로봇 공학 3원칙과 소혹성의 특이한 상황을 이용한 과학적인 트릭도 돋보이는 수작입니다.

트릭이 특히 돋보이는데, 그냥 우주 공간에 대고 총을 쏜 겁니다. 그러면 탄은 궤도 비행을 하게 되는데, 근처에 있는 달 때문에 가속이 붙어 위력이 더욱 커져서 살상 위력을 발휘하게 된 것입니다. 총알이 제 자리로 다시 돌아오려면 소혹성을 한 바퀴 돌아야 하니, 그 동안 매그너스는 총을 쏜 뒤 그걸 다시 정리해서 창고에 가져다 놓아서 일종의 완전범죄를 만들었고요. 이렇게 모든게 아주 합리적이고 과학적입니다.

로봇 3원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건 현장에 있던 로봇 팔이 매그너스는 왜 죽었는지 말해주지도 않고, 총을 마지막에 창고에 가져다 놓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답할 수 없다는 식으로 진상을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못하는 이유도 그럴싸합니다. 매그너스가 자살했기 때문이에요. 자살은 허락되지 않는 행동이라, 그의 생명 뿐 아니라 '존엄'까지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는 거지요. 조금 카톨릭적 발상인데, 뭐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타츠키와 신라의 미래 모습도 재미있었고, 외전으로서 여러모로 충분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다른건 몰라도 트릭만으로도 별점 3점은 너끈해요.

"고양이 꼬리"

일본 어디에나 있는 시골 마을. 특이한건 그곳 출신의 유명화가 이토우 류우카에 관련된 소문으로, 그는 재산을 황금으로 바꾸어 마을 어딘가에 숨겨두었다고 했다. 유일한 단서는 "고양이 꼬리 앞에 있다"는 그의 말 뿐이었다. 초등학생 후루타는 이 소문을 알게 된 후 친구들과 마을의 '네코다 신사'로 향한다. 절벽 위 신사 뒷쪽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고양이 꼬리'라는 말, 절벽 위에 덩그러니 위치한 신사, 보통 육지와 이어져있는 땅을 뜻하는 '에가시라'라는 이름을 가진 신사 앞바다의 섬이라는 단서로 화가가 말한 의미를 밝혀내는 일상계 작품입니다. 신사와 에가시라 섬은 원래 이어져있었는데 지진으로 이어진 지형이 붕괴하여 신사는 올라갈 수 없는 절벽 위에 놓였고, 에가시라는 섬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예전 지형으로 생각해야 답을 알 수 있는 것이죠.
즉, 예전 마을은 멀리서 보면 고양이 모양이었다는게 진상입니다. 네코다 신사의 이름도 고양이 모양의 머리에 위치했던 거에서 유래된거지요. 황금은 화가가 이 말을 한 가을 저녁때에야 그 정체를 알 수 있어요. 곡식과 나뭇잎이 황색으로 물들고, 석양이 강에 반사되어 황금색 고양이가 출현하는걸 의미한 겁니다. 고양이 꼬리 앞은 모두 황금색!

이렇게 민속학적 테마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건 아주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응용해 봄직한 이야기가 충분히 있을듯합니다. 제가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선바위역의 원래 있었던 선바위 위치를 토대로 뭔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런데 초등학생마저도 화가의 말을 들었을 때 "보물은 신사 뒤"라고 생각했지만 보물이 그곳에 없다는게 전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명은 살짝 옥의 티입니다. 신사 뒤 동굴은 너무 위험하여 이 곳에 들어갔던 사람은 모두 죽어버린 탓이라는건데, 섬뜩하면서도 기발하기는 합니다만 이게 현대까지 이어진다는건 조금 설득력이 약하지요. 또 화가의 말은 이어져 왔으면서도, 정작 마을이 고양이 모양이었다는 것 역시 구전되지 않은 것도 이상합니다.

그래도 일상계로는 충분한 가치를 가지는 수작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