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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1

구부러진 경첩 - 존 딕슨 카 / 이정임 : 별점 3점

구부러진 경첩 - 6점
존 딕슨 카 지음, 이정임 옮김, 장경현 감수/고려원북스

몰링포드 마을의 대지주 판리 가문의 후계자 존 판리가 거처하는 판리 클로스에 어느날 낯선 손님이 변호사와 함께 찾아온다. 찾아온 이유는 자신이 진짜 존 판리라는 것. 그는 약 25년 전 타이타닉 호를 타고 미국에 있는 친척을 찾아가던 10대 소년 존 판리가 타이타닉 호 침몰 사고 시에 다른 소년과 신원이 뒤바뀐 채로 자라났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두명 중 누가 진짜인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한 지 1개월여만에 결정적 증거를 가진 25년전의 가정교사 케넷 머레이를 판리 클로스로 초빙하고, 2명의 존 판리는 각자의 변호사를 대동하고 케넷 머레이와 대면하여 결정적 증거를 통해 진위를 가리고자 하는데....

존 딕슨 카의 미번역된 최대 대표작인 "구부러진 경첩" 을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최근 고전 명작들을 다시 읽고 있는데 이렇게 새롭게 소개되는 고전 명작들을 볼때마다 정말이지 기분이 좋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타이타닉호 침몰이라는 대형 사건, 그리고 그에 따르는 인물 바꿔치기에 대한 이야기는 흡사 "마틴 기어의 귀향"을 생각나게 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 작품은 전에 읽었던 "녹색은 위험" 처럼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읽기 전부터, 추리소설을 알고 접해온 20여년 동안 가져온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요?

일단 딕슨 카 특유의 오컬트 적인 요소가 별로 두드러지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이야기를 오컬트쪽인 방향으로 너무 끌고가기 위해서 쓸데없는 사건 - 마녀 숭배 의식과 관련된 살인 사건 - 을 가져다 붙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실제 본편의 중심 사건과는 별로 연관되는 것이 없을 뿐더러 이 마녀 숭배 의식 살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야기의 전개는 그다지 무리가 없이 수정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작가의 욕심이 너무 지나친게 아니었나 싶어요.

또 본편에 등장하는 메인 사건의 불가능한 설정, 즉 주위에 아무도 없는,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 상태에서 한 인물이 눈깜짝할 사이에 살해당한다라는 불가능 범죄에 대한 설정은 딕슨 카 다운 아주 좋은 설정이기는 합니다. 문제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단서, 그리고 핵심 트릭이 좀 애매한 편이라는 거지요. 저 개인적으로는 기디온 펠 박사가 밝혀내는 가설 (혹은 진상일지도?) 쪽이 훨씬 마음에 들더군요. 이 소설의 자칭 범인이 주장하는 트릭에 대한 설정은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범행에 대한 현실성은 물론 작품 내부에서 별 필요는 없지만 이상하게 자주 등장하는 "자동인형" 조작에 대한 설득력도 부족했고 말이죠. 이러한 부분에서는 정통 추리물로 독자와 공정한 승부를 진행하는 작가의 배려가 조금 아쉽더군요. 아주 약간의 복선만 등장해 주었더라도 좀 더 수긍이 갔을텐데 말이지요.

아울러 기디온 펠 박사도 마지막의 추리쇼 이외에는 별로 활약이 눈에 뜨이지 않았으며, 뭔가 있어보이는 제목 역시 "작품 내용과는 별 상관이 없었다" 라는 점, 빅토리아 데일리 사건의 진상은 대관절 뭐냐라는 문제, 사건의 동기가 너무 약한게 아닌가 하는 문제 (가짜라면 오히려 당당하게 이혼을 주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마녀 집회 문제가 그렇게 큰 이슈였을까요 ?), 그리고 너무 빡빡하게 자동인형 조작에 대한 설정을 적용한 것이 아닌가 (사실 C.M.B 에 등장한 설정이 더 합리적이겠죠)하는 등의 문제점들도 눈에 거슬리더군요.

그래도 그동안 추리 애호가로 지내오면서 너무나 읽고 싶었던 작품 중 하나임에는 분명했고, 고전 명작으로 이름이 높은 작품이라 구입해서 읽은 것에는 전혀 후회가 없습니다. 한 10년 전에만 읽었더라도 더 좋은 평을 할 수 있었을텐데, 너무 소개가 늦게 된 것이 아쉬울 뿐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원래 영국을 소란스럽게 했다는 이 작품의 원전격 사건인 "틱본 사건 (아서 오턴 준남작 사칭 사건)"과 보다 연관시켜 존 판리의 진위를 따지는 부분만 좀 더 디테일하게 파고들었더라면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좀 더 짧게 정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타이타닉 침몰 사건까지 등장하는 등 인물 바꿔치기에 대한 내용이 충분히 드라마틱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작가 특유의 분위기를 고집한 탓에, 사족이 많은 탓에 쓸데없이 길어진게 아닌가 싶거든요. 어쨌건 이로써 딕슨 카 작품은 현재까지 국내 출간된 책은 전 작품 구입-완독이라는 재패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덧붙여, 고려원북스에서 이 책을 출간해 주신 것에는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만, 이 책은 제가 최근 몇년간 본 책 중 최악의 표지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꼭 지적해 드리고 싶습니다. 작품과는 별 상관없는 여성의 일러스트를 아동용 동화책에나 나올듯한 스타일로 전면 배치한 과감함도 경악 그 자체지만 그에 더하여 책날개를 뒤집은 듯한 앞표지는 보관과 독서, 양쪽 모두 불편할 뿐이었습니다. 제발 원서 표지를 참고라도 해 줬으면 좋겠네요.

2013/12/31

2013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2012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10년차, 열 번째 블로그 결산 보고입니다. 강산이 변했네요.

2013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58 (47)권, 기타 장르문학 3 (8)권, 역사서 21 (15)권, 디자인 및 스터디 도서 0 (4)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4 (4)권, 기타 도서 13 (17)권으로 모두 99 (95)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작년보다 좀 늘기는 했는데 결산의 기준이 될만한 10권 이상 읽은 분야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추리 / 호러, 역사서, 기타 도서 뿐입니다.

결산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2013년 베스트 추리소설 :

"점과 선"

단평 : 명불허전의 고전명작.

올해도 추리소설은 읽은 양에 비하면 흉작이었습니다. 작년보다는 낫지만 별점 4점을 넘는 작품이 딱 두 개, 별점 4.5점인 이 작품과 4점인 "미스터리의 계보" 두 편에 불과했으니까요. 때문에 이 작품이 올해의 베스트입니다.

덧붙이자면, 올해는 단편집에서 성과가 많았는데 특히나 "순서의 문제""꽃 아래 봄에 죽기를",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 3"에서 별점 4점짜리 단편이 있었으니 참고하시길.

2013년 워스트 추리소설 :

"조선 명탐정 다산 정약용"

단평 : 소설 이하

별점 2점 이하의 작품도 수두룩했던 올 한 해이지만 이 책은 그 중 군계일학이라 칭할 만합니다. 소설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잡문에 불과하거든요. 자료적 가치 때문에 점수를 좀 주기는 했지만 솔직히 별점 1점도 과합니다.

2013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전쟁연대기 1,2"

단평 : 내용과 자료적 가치 모두 최고

두말할 것도 없는 올해의 베스트.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데 심지어 50% 할인된 가격에 구입했다는!

2013년 워스트 역사 도서 :

"과학사의 뒷얘기 4"

단평 : 추억팔이치고는 과한 가격

재미 측면에서는 딱히 나쁘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옛 추억을 되새기며 구입한 가격에 비하면 책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서 워스트로 꼽습니다. 역시나 추억은 추억일 때가 아름다운 법이네요.

2013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왕도둑 호첸플로츠"

단평 : 명불허전의 고전명작 (2)

딸아이를 위해 구입한 동화인데 여전한 재미와 흥분을 가져다주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일러스트까지 최고예요.

2013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셜록 홈즈 추리 파일"

단평 : 치졸한 홈즈 이름팔이

홈즈의 이름을 빌어 팔아먹으려는 얄팍한 상술이 돋보이는 퍼즐책.

결산평 :

작년보다는 많이 읽고 개인적 목표인 100권에 근접했기에 나름 만족합니다. 아무리 추리소설 블로그라고 하더라도 편식이 심하기는 한데, 제가 재미있게 생각하고 읽고 싶어하는 책을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죠.

여튼 이제 10년차에 접어들었군요. 이글루스도 안정화의 희망이 슬슬 보이는 듯해서 다행입니다. 제 목표인 추리소설 1,000권 읽고 리뷰하기까지 370권이 남았는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잘 버텨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여러분들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성취하시는 한 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제 블로그를 들러주신다면 일상 생활의 소소한 것과 남들이 관심 두지 않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진짜 디테일한 분임이 분명하니 내년에는 정말 잘 되실 겁니다~! 해피뉴이어~!

2023/10/15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운을 즐기자! '기묘한 맛'의 신구 단편 모음집



honto 북트리 서비스를 통한 추천. 대부분 국내 소개된 작품들입니다. 원조이자 대표작인 "특별 요리"를 추천하지 않았는데, 국내 출간되지 않은 마지막 작품 대신 "특별 요리"를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5/02/12

능숙한 솜씨 - 피에르 르메트르 / 서준환 : 별점 2.5점

능숙한 솜씨 - 6점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다산책방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명의 매춘부가 엽기적으로,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베르호벤 반장은 두 사건이 2년 전에 있었던 다른 사건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공통점은 현장과 시신에 가짜 손가락 지문이 남겨져 있었던 것, 그리고 어떠한 이유도 찾아낼 수 없는 범행 과정상의 디테일들이었다. 우연히 이 디테일들이 모두 유명한 추리소설을 모방했다는걸 알아낸 베르호벤은 탐정문학 전문지 광고로 범인과의 접촉을 시도하는데....

간만에 읽은 최신 프랑스 추리 소설입니다. 그동안 프랑스 추리소설들은 모리스 르블랑의 뤼뺑심농의 매그레 시리즈 외에는 딱히 취향이 아니어서 별로 손대지 않았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목과 표지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블로그 이웃과 커뮤니티의 호평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읽을 일이 없었을겁니다.

여러 면에서 프랑스 소설이라는걸 여실히 드러냅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 그리고 그 안에서도 많은 부분을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에 할애한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이건 제가 여태까지 알고 있었던, 그리고 싫어했던 프랑스 소설들의 단점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다행히 꽤 재미있었습니다. 등장하는 범행들이 워낙에 자극적인데다가, 유명 작품들의 범행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설정이 흥미로운 덕분입니다.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설정이기도 하고요. 뭔가를 따라 한 연쇄 살인은 흔한 설정이지만, 추리소설을 따라 했다는 작품은 처음 봅니다. 그런데 명작, 고전 취급을 받는 작품들을 모방했다는데 제가 읽은 작품은 달랑 한 작품밖에는 없네요. 이런 명작, 고전 선정은 작 중에 나오듯이 자의적인 판단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조금은 아쉬웠어요. 아무래도 제 취향이 수사물, 하드보일드보다는 고전 본격물 쪽인 탓도 크겠지만요. 참고로, 작중 명작, 고전으로 소개되는 작품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브랫 이스턴 앨리스 "아메리칸 싸이코" : 작품 도입부에 소개된 두 명의 여성을 엽기적으로 살해한 범죄의 원전.
  • 제임스 옐로이 "블랙 다알리아" : 이전 여성 토막 살인사건의 원전
  • 마이 셰발 / 페르 발뢰 "로제안나" : 역시나 기이했던, 이전에 벌어졌던 살인사건의 원전
  • 윌리엄 매킬바니 "레들로" : 범인이 현장에 서명을 남긴 첫 번째 사건의 원전
  • 에밀 가보리오 "오르시발의 범죄" : 범인이 소설을 따라 벌인 첫 번째 살인

참고로, 제가 읽은 "블랙 다알리아" 말고 번역된 작품은 "아메리칸 싸이코"밖에 없군요. 못 읽은 게 당연하네요...

하여튼, 애호가를 자극하는 설정 외에도 놀라운 반전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1부 분량)이 사실은 범인이 쓴 소설이었다는, 일종의 서술 트릭이자 액자 소설 같은 구성이 드러나는 반전인데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현대물에서도 이런 아이디어를 가진 작품이 계속 나온다는게 놀라울 뿐입니다. 베르호벤이 말발을 대하는 태도 등을 통해 소설 속 인물들과 실존 인물과의 차이를 설명하는 디테일도 아주 절묘했어요.

그러나 설정과 이러한 놀라운 반전 서술 트릭을 제외하고는 추리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추리"라는 것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 탓입니다. 결국 범인이 기자 필리프 뷔송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건 순전히 우연에 불과하니까요. 발랑제르 교수와 통화하다가 우연히 얻은 정보가 없었다면 영원히 알아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최소한 아내가 죽을 때까지는 알아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우연까지 예상해서 범인이 모든 것을 안배한 것처럼 전개되고 있다는 건 전혀 합리적이지가 않죠. 범인이 무슨 신도 아니고....

이러한 우연, 그리고 범인의 안배를 제외하고는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한 베르호벤과 동료들의 수사는 모두 헛수고일 뿐이라 정말 명수사관이 맞는지 의문을 품게 만듭니다. 범인이 유명한 추리소설들을 모방하여 범행을 저질렀다는 설정도 재미는 있고 시선을 사로잡는 데는 충분하지만, 이러한 범행을 통해서 범인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전혀 설명되지 않고요. 아니 설명되기는 하는데 작중 정신과 의사인 크레스트 박사의 말 - 사실은 미친 게 아니다 -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독자가 범인의 편지 등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 - 제대로 미친 놈이다 -가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더군요.

작중 등장했던 괜찮았던 착안점, 즉 왜 "레들로" 사건은 실제로 스코틀랜드까지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는데 다른 사건들은 프랑스에서 재현했는지? 에 대해 더 이상 설명되지 않는 등 떡밥 회수가 부실한 것도 문제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소설다운 장황한 묘사도 마음에 들지 않네요. 갓 태어난 아기까지 참살한 필요 이상의 잔인한 묘사, 유명 화가인 어머니의 임신 중 흡연으로 키가 145cm에 불과하다는 베르호벤의 설정과 그에 따른 묘사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베르호벤 설정은 과합니다. 키가 작다고 해서 대단한 콤플렉스가 있는 것도 아니며 작품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는 부분도 없거든요. 그나마 덜 기형적인 툴르즈 로트렉의 창백한 복사판 운운하는 묘사처럼 독특한 캐릭터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일 뿐입니다. 그냥 얄팍한 캐릭터 만들기에 불과한거지요. 장님이지만 작품에서는 특징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았던 맥스 캐러도스가 연상되었습니다. 부하인 루이가 부유하다는 설정 역시 마찬가지에요.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캐릭터들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 주는 것은 좋지만, 이러한 만화 같은 설정이 과연 작품에 필요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추리 애호가를 위한 설정에 더해 읽는 재미도 괜찮고, 독특한 반전의 가치는 높습니다. 하지만 추리 소설로의 완성도는 그냥저냥한 수준입니다. 그래도 베르호벤 시리즈는 이어지고 이 작품과도 연계성이 있다고 하니 후속작도 읽어는 봐야겠네요.

2022/09/04

대단한 밀실 트릭! 신비로운 고전 걸작 5편 소개 (from 'honto')

일본의 전자책 서점 honto에는 책 전문가인 북 큐레이터가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선정하여 소개해주는 서비스 '북트리'가 있습니다. 그 중 밀실 트릭 고전 걸작 소개입니다. '고전 걸작'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고전이면서도 트릭면에서 나무랄데없는 좋은 작품들입니다. 이런 류의 추천치고는 일본 작품 비중이 비교적 낮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이 서비스를 좀 더 이용해 보아야겠네요.

1. <<모르그 거리의 살인>> 에드거 앨런 포
밀실에서 일어난 범행이라는 수수께끼, 홈즈의 원형이라고 불리우는 명탐정 듀팽, 논리적인 해결, 의외의 범인 등의 요소로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의 막을 연 작품.

2. <<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르루
<<오페라의 유령>> 원작자로도 유명한 저자가 그려낸 '완벽한 밀실'인 노란 방에서의 범행, 거기에 두 개의 인간 소실 수수께끼까지 더해져 있다. 고전 모험 활극의 향기도 느껴지고, 밀실 추리물 최고의 걸작이라고 칭송받기도 하는, 올 타임 베스트에 단골 선정되는 명작.

3. <<유다의 창>> 존 딕슨 카
엘러리 퀸, 크리스티 여사님과 함께 황금 시대 (골든 에이지) 삼대 거장이라고 불리우는 딕슨 카의 작품. 밀실의 거장이라고도 불리운 카의 작품답게 밀실 살인과 법정 미스터리가 결합되어 있다. 밀실에서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피고를 명탐정인 법정 변호사 헨리 메리베일경이 변호하는 내용으로, 아주 유명한 트릭이 사용되었지만 트릭을 알아채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

4. <<혼진 살인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명탐정의 대명사 긴다이치 코스케의 데뷰작. 열쇠도 없고, 장지문으로 만들어져 밀실에는 적합하지 않은 일본 가옥을 무대로 한 최초의 밀실 추리물로도 유명한 불후의 명작.

5. <<문신 살인 사건>> 다카기 아키미쓰
타카기 아키미츠의 데뷔작으로 명탐정 카미즈 교스케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유명 문신가의 문신을 한 3자매 중 한 명이 토막난 사체로 밀실에서 발견된다. 쌍둥이 자매, 토막난 시체, 욕실이라는 밀실에서의 살인이라는 본격 추리물의 재료가 가득한 작품. 트릭도 훌륭하다.

2023/11/18

명작 추리 소설 5선 : 이 서술 트릭이 굉장해!

소설에 대해 안내하고 소개해주는 일본 사이트 '소설마루' 에서 발견한 글입니다. 가볍게 소개해 드립니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의 핵심 트릭이 노출되어 있으니, 읽으시기 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2022/03/18

완전살인 - 크리스토퍼 부시 / 남정현 : 별점 2점

완전살인 - 4점
크리스토퍼 부시 지음, 남정현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국 런던의 주요 신문사와 경시청에 '마리우스'라고 자칭한 인물이 '완전 살인'을 예고하는 편지가 배달되었다. 폭발적인 대중의 관심 속에 마리우스가 지정한 날짜에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부유한 독신 노인 토머스 리치레이였다. 토머스 리치레이가 결혼을 앞둔 탓에, 유산 상속을 받지 못할 위기에 빠진 조카들이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네 명 모두 알리바이가 완벽했었다. 줄랑고 회사 사장인 프랜시스 웨스튼 경은 회사의 새로운 중핵이 될 비밀 탐정부를 키우기 위해 전략적으로 '완전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자 회사의 두뇌 역할을 맡고 있는 수재 루드빅 트레버스와 전 형사부장 존 프랭클린을 투입하는데...

크리스토퍼 부시가 1929년에 발표했던 고전입니다. "고전 추리, 범죄 소설 100선"에서 추천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여러 면에서 추리 소설의 초창기 황금기 발표작다운 면모를 과시합니다. 추천할만한 요소가 몇 가지 보이기도 하고요. 첫 번째는 트릭을 추리해내기 위한 단서 제공이 공정하다는 점입니다. 범인 프랭크 리치레이가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었던 트릭은 변장한 대역을 내세웠던 겁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단서 모두는 작품 맨 앞 프롤로그 부분에서 제공됩니다. 대역이었던 플래이스가 아내에게 보냈던 편지와 영화배우 진 앨런의 대역을 찾는 오디션에 대한 묘사가 바로 그 단서거든요. 플래이스의 편지에서 사용되었던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암호 트릭도 인상적이고요. 

두 번째는 다양한 용의자를 드러내고, 이런저런 수수께끼를 계속 등장시켜서 독자의 흥미를 잡아 끄는 전개입니다. '마리우스'가 보낸 편지에서 시작해서, 범행이 일어나기 전 피해자 토머스 리치레이를 방문했던건 누구인지? 토머스 리치레이 주머니에 들어있던 협박장을 쓴 T.W.리처드는 누구인지? 등의 수수께끼가 계속 등장합니다. 수사 과정에서도 새로운 수수께끼가 드러나고요. 그야말로 고전 본격 황금기 작품의 기본은 해 줍니다. 

세 번째는 두뇌 역할의 부르주아 루드빅 트레버스와 발로 뛰는 유능한 수사관 존 프랭클린의 컴비 탐정 캐릭터입니다. 이렇게 두 명이 컴비로 등장할 경우, 보통 한 명은 평범한 일반인 시각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두 명 모두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꽤 신선했습니다. 이들이 사건에 뛰어든게 '회사 선전'을 위해서였다는 것도 굉장히 현대적인 동기였고요.

그러나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추천할만한 고전 명작이냐고 물으신다면, 제 답은 '아니오'입니다. 장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 읽기에는 너무 오래 된, 유통기한이 지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제목의 '완전 살인'을 예고한 마리우스의 편지입니다. 괜히 경찰의 주목을 끌 이유는 없는데, 프랭크 리치레이가 왜 이런 편지를 보내서 자신의 범행을 널리 알려야 했는지 전혀 설명되지 않아요. 경찰의 시선이 분산된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이왕 살인을 저지르니, 사회적인 반향도 불러 일으켜보자고 여겼던걸까요? 하지만 프랭크는 자신의 완전 살인을 위해 아무런 죄도 없는 불쌍한 대역 배우 플래이스를 무참하게 살해하고 만 잔혹한 범죄자입니다. 이런 사명감같은걸 가질만한 인물이 아니에요. 또 이 때문에 여론이 크게 움직였다는 묘사도 딱히 없고, 경찰도 빨리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느끼는 것 같지도 않은 등, 한 마디로 흥미를 자아내기 위한 목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불필요한 설정이었습니다. 

핵심 알리바이 트릭이 단지 변장이었다는 것도 맥이 빠집니다. 또 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찰리 채플린 급의 유명 배우 대역을 공개적으로 모집했다는 것도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에요. 이 탓에 루드빅 트레버스의 주목을 끌고 말았으니까요. 프랭크가 자기와 꼭 닮은 누군가 - 플래이스 - 를 발견한 뒤 범행 계획을 꾸몄다는데 더 설득력 높았을 겁니다.

아무런 증거 없이 프랭크 리치레이를 몰아세운 뒤, 그가 자멸하는걸 노렸던 호워튼 총경과 존 프랭클린의 작전도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플래이스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프랭크의 알리바이가 조작되었다는걸 증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플래이스가 프랭크에게 살해당했다는 거라도 증명했어야 했는데, 시체조차 찾지 못했으니 이 역시 불가능했고요. 

프랭크가 둘에게 추궁당한 직후 곧바로 범인임을 자백할 이유 역시 마땅치 않습니다. 프랭크 본인 말대로 시한부였다면 더더욱요. 어차피 오래 못 살텐데, 뭐하러 범행을 인정한단 말입니까? 도주 후 시체로 발견되는 과정도 쉽게 흘러간 느낌이라 별로였고요. 차라리 호워튼 총경과 존 프랭클린이 선량했던 프랭크를 물에 빠트려 죽인 뒤, 범인임을 자백했다며 죄를 뒤집어 씌우는게 더 현실적인 전개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번역의 질이 심하게 떨어지는 동서 추리문고 출간 버젼이라 걱정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번역은 정말 끔찍한 수준이었습니다. 앞서 괜찮았다는 암호 트릭이 사용된 편지는 나쁜 번역의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지요. 번역 때문에라도 도저히 권해드리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고전'인건 분명한데,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지니기는 여러모로 역부족이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작가와 작품이 잊혀진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이런 류의, 명성은 약간 남아있지만 지금은 그 생명을 고해버린 작품은 이젠 그만 읽어야겠습니다.

2010/05/07

클로버문고의 향수 : 별점 3점

클로버문고의 향수 - 6점
클로버문고의 향수 카페 지음/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저도 가입해있는 카페 "클로버문고의 향수"에서 간행한 클로버문고 만화관련 도록입니다.

1970년대에서 80년대 사이에 발간되었던 클로버문고 429권 중 389 권에 이르는 만화만 추려내어 총 7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죠. 카테고리는 "명랑 / 공상과학 / 스포츠 / 순정 / 고전,명작 / 시대,역사 / 액션,추리,드라마" 로 나뉩니다. 세부 항목으로는 각 만화별 이미지와 작가와 줄거리 소개는 물론 짤막한 감상과 복간여부, 그리고 원작관련 (불법으로 복제된 만화라면 그 일본 원작까지!) 소개까지 무려 75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실려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클로버문고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네요.

클로버문고는 과거 에이브와 함께 제 어린시절을 함께했던 문고라 읽는 내내 굉장히 반갑더군요. 이렇게 과거 명작의 흔적이나마 지금 더듬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클로버문고의 향수" 카페 여러분께 감사드려야 할 테고요.

새롭게 알게된 사실도 무척 많았어요. 예를 들자면 흑역사라 할 수 있는 일본 작품의 카피판들 이야기가 그러했습니다. "날개"와 같이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 카피판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아다치 미츠루 작품까지 카피했었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했던걸까요?
그리고 이원복의 과거 만화가 가와사키 노보루와 치바 데츠야 화풍을 절반씩 섞은 독특한 화풍이었다는 것도 새로왔어요.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대표적 장면만 나열하니 확 와 닿더라고요)
또한 의외로 "소년중앙", "어깨동무" 등의 월간지 연재만화가 많다는 것도 특이하더군요. 이우정의 걸작 "갈기없는 검은사자"라던가 탐정만화 "모돌이 탐정", 김형배의 "20세기 기사단" 등은 제가 당시 월간지를 통해 읽었었는데, 단행본이 클로버문고에서 발간되었다는 것은 전혀 몰랐었거든요.

하여간 읽었었거나 소장했었던 작품들은 물론 읽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무척 읽고 싶은 작품들이 넘쳐나서 도록을 넘기는 순간순간마다 지름과 소장의 욕구를 참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개인적으로는 방학기의 "초립동이"와 "사라진 낡은 집", 이 두권은 어떻게든 다시 나와주면 참 좋겠습니다. "초립동이"야 워낙에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기 때문이고, 엘러리 퀸의 "신의 등불"을 조선시대로 각색한 "사라진 낡은 집"은 어린시절 무서워서 못 읽은 작품인데 꼭 읽어보고 싶거든요.
물론 과거의 명작이라 하더라도 지금 읽으면 낡은 기분이 드는 작품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만해도 어린시절 푹 빠졌었던 "20세기 기사단"의 경우 복간본을 구입한 뒤 생각과는 너무 달라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죠. 하지만 "철인 캉타우" 등 복간된 뒤에도 아직도 그 생명력과 재미가 유지되는 좋은 작품도 굉장히 많은 것 역시 사실이니 만큼, 클로버문고의 클래식하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좋은 작품을 선별하여 복간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구입하고 싶네요.

별점을 매길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구태여 별점으로 평가한다면, 옛 향수와 추억을 되새길 수 있으며 한국 만화계의 한 역사이기도 한 자료적 가치도 충분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다양한 저자가 손을 댄 작품별 소개의 편차가 큰 탓에 (굉장히 부실하고 단지 작품 감상에 불과한 짤막한 소개글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조금 감점했는데 사실 만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도록이죠. 저와 같은 시대를 공유하셨다면 꼭 한번 찾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읽었던 작품 중 클로버문고 베스트 10을 감히(!) 작성해 봅니다. 순서는 무순입니다. 다시 읽게 된다면 많이 바뀌겠지만요...
갈기없는 검은사자 - 날개 - 소년 007 - 암행어사 허풍대 - 요철발명왕 - 변칙복서 - 벤허 - 홍의장군 곽재우 - 땅콩찐콩 - 초립동이

2025/02/07

붉은 박물관 - 오야마 세이이치로 / 한수진 : 별점 2점

붉은 박물관 - 4점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리드비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사 1과의 데라다 사토시 경사는 수사 중 실수를 저질러 경시청 부속 범죄 자료관(붉은 박물관)으로 좌천되었다. 그곳은 경시청 관내에서 일어난 사건의 증거품과 수사 서류를 일정 기간 경과 후 관할 경찰서에서 받아와 보관하고, 그것을 조사 연구 및 수사관 교육에 활용하여 향후 수사에 도움이 되게끔 하는 곳이었다. 관장 히이로 사에코는 수집된 미해결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고, 데라다에게 직접 수사를 맡겨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오야마 세이이치로의 정통 본격 추리 단편집. '붉은 박물관' 관장 히이로 사에코가 안락의자 탐정으로, 기존 수사 기록과 데라다를 시켜 모은 정보로 미해결 사건을 추리해 낸다는 내용입니다. 모두 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드라마가 발표되었을 정도로 인기작이었던 모양입니다.

오래 전 미해결 사건에 대한 정보가 모이는 부서에서 사건을 추리한다는 설정은 로이 비커즈의 "미궁과 사건부"와 똑같습니다. 딕슨 카의 "기묘한 사건, 사고 전담반"과도 비슷하고요. '정통 본격 추리물'이라는 장르 성격도 동일합니다. 수록작들 모두 어느 정도 트릭이 사용되었으며, 탐정이 독자들과 똑같이 단서를 제공받는 고전적인 안락의자 탐정물인 덕분입니다. 덕분에 독자도 탐정과 동일한 조건 하에서 추리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급해드린 고전 명작 수준은 아닙니다. 대부분 작품 속 트릭이나 범행 동기가 별로 현실적이지 않고, 억지스러운게 많은 탓이 큽니다. 트릭도 5편 중 한 편("죽음에 이르는 질문")을 제외하고는 'A인 줄 알았던 사람이 알고보니 아니었다.'같은 사람 바꿔치기일 뿐이고요. 사건을 풀어나가는 전개 방식도 작위적이거나 우연에 기반한게 많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캐릭터들도 영 별로입니다. 탐정역인 박물관 관장 히이로 사에코는 일본 컨텐츠에 나오는 쿨 뷰티 안경녀의 전형으로, 생생함을 느끼기 힘든 인물이었습니다. 열혈도 아니고, 사명감도 딱히 없어 보이는 미지근한 초식남 데라다도 마음에 들지 않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 고전적인 안락의자 탐정물을 다시 불러온 의욕은 좋았지만, 완성도는 고전 걸작들에 미치지 못합니다. 구태여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빵의 몸값

1998년 2월 일어났던 나카지마 제빵 사장 살해 사건이 벌어졌다. 사장은 빵에 바늘을 집어넣은 범인에게 1억엔을 건네주려다 살해당했다. 밖에서 숨어있던 경찰들은, 현장인 저택 내부 방공호의 존재를 몰라 범인을 놓치고 말았다. 

현장인 폐허로 들어갔던건 사장이 아니었습니다. 수사를 위해 차 안에 숨어있던 경찰 도리이였습니다. 그는 출발할 때 차고에서 가발과 안경, 마스크를 착용하여 사장으로 변장했고, 차 안에서는 1인 2역의 연기를 펼쳤습니다. 사장으로 폐가에 들어간 뒤, 변장을 풀고 수사관인척 나타났고요.
사장이 다른 사람을 살해할 때의 알리바이를 만드는게 목적이었습니다. 사장과 도리이는 뺑소니 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사망케 했는데, 함께 있던 야스다가 자수하려고 해서 죽이려고 했던거지요. 하지만 사장은 야스다에게 반격당해서 죽어버렸고, 이 사실을 들은 도리이는 사장인 척 연기에 나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장과 도리이 경부가 바뀌었다는 트릭은 나쁘지 않습니다. 당시 상황 - 협박범에게 돈을 건네주기 위해 이동하던 - 과도 잘 어울리는 편이고요. 그러나 그 외에는 대부분 억지스럽습니다. 경찰이 뺑소니 사망 사고를 일으킨걸 숨기려다 범행을 저질렀다는 동기부터가 말이 안됩니다. 게다가 공범자 중 한 명을 죽이기 위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무려 1억엔의 돈이 걸린 협박 사건을 꾸며냈다? 알리바이는 경찰인 도리이 경부가 거짓말로라도 증명해주면 됩니다. 이런 거대한 사건을 꾸며낼 이유가 없어요. 그야말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허무맹랑한 설정 놀음일 뿐입니다.

트릭도 운에 너무 많이 기대고 있습니다. 저택 안에 방공호가 없었더라면 어쩔 셈이었을까요? 야스다가 자살같은 사고사를 당하지 않았더라면요? 여러모로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아보이지는 않네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복수 일기

데라다 사토시는 1993년 9월 하치오지시 살인 사건 범인 다카미 교이치의 일기를 읽었다. '헤어졌던 애인 마이코가 살해당했다. 나는 몇 가지 단서를 토대로 범인이 오쿠무라 교수라고 추리했고, 교수와 담판을 짓던 끝에 그를 살해했다.'는 내용이었다. 일기장은 도둑맞았었는데 도둑이 경찰에 신고했고, 다카미는 출동한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가 차에 치어 죽었다.
히이로 사에코는 일기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챈 뒤, 데라다 사토시에게 재수사를 명령했다. 데라다는 명령대로 마이코의 부모님 집으로 찾아가, 오쿠무라 교수 살해 당시 알리바이를 물었다...

히이로 사에코가 일기에서 포착했던 '이상한 점'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꽤 치밀한 범행 계획을 세웠음에도 흉기를 가져가지 않고 현장의 페이퍼 나이프를 쓴건 확실히 이상했어요. 에어컨을 껐다는 묘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사체가 일기 내용대로 범행 뒤 무더위 속에 방치되었던게 아니라, 시원한 실내에 놓여 있었다면 사망 시각은 훨씬 이전이 될 테지요. 

결론적으로, 오쿠무라 교수는 일기보다 이전에 살해당했습니다. 오쿠무라가 일기를 조작하여 경찰에 보내면서까지 진범을 자처했던건, 진범이 마이코였기 때문이고요. 이틀의 시차를 둔 건, 마이코의 알리바이(이미 사망했음)를 확실하게 만들 목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진상을 추리해내는 과정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보다야 낙후되었다 하더라도, 90년대 과학 수사가 무려 이틀 이상의 사망 시각 차이를 밝혀내지 못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운에 의지하고 있는 부분도 너무 많습니다. 마이코 자살 사체가 발견되기 전, 다카미가 마이코의 집을 방문했다는걸 아무도 몰랐고, 하숙집에서 가짜 도둑 소동을 일으켰을 때에도 들키지 않았고, 오쿠무라 집의 에어컨 조작을 들키지 않은 것 등은 모두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에어컨 조작의 경우, 전기 사용량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죽음이 공범자를 갈라놓을 때까지

데라다 사토시는 눈 앞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피해자 도모베 요시오가 사망하기 직전에, 25년 전 교환 살인을 저질렀다는 고백을 들었다. 조사해보니 실제로 25년 전, 유력한 용의자의 알리바이가 확실하여 해결되지 못했던 사건들이 있었다...

교환 살인을 소재로 한 작품은 흔한데("낯선 승객"), 데라다 사토시에게 죄를 고백한 도모베 요시오는 가짜였고, 도모베 마사요시 살인 사건의 진짜 청부인도 도모베 요시오가 아니라 아내 마키코였다는 바꿔치기 트릭이 합쳐져 신선한 재미를 선사해주는 작품입니다. 마키코는 가짜 도모베 요시오인 사이토 아키히코와 초등학교 동창으로 범행을 모의했습니다. 마키코는 2년 전 도모베 요시오를 살해한 뒤, 사이토 아키히코를 대역으로 삼아 살아왔습니다.
데라다가 들은건 도모베 요시오가 아니라 사이토 아키히코의 고백이었기 때문에, 25년 전 사건 조사를 할 때 혼돈을 일으켰던 것이고요.

진상을 드러내는 추리 과정도 매끄럽고, 단서 제공도 가짜 도모베 요시오의 면허 취득 기간을 감안하면 믿을 수 없는 운전 실력, 폐업 후 지방으로 내려간 상황, 근육질인 마키코의 체형(그래서 25년 전 여성 한 명을 살해하기 용이했다) 등 과할 정도로 제공됩니다. 

때마침 데라다 앞에서 교통 사고가 일어나고, 마침 피해자가 경찰에게 지은 죄를 고백한다는  상황은 작위적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정통 본격 추리물로는 충분한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록작 중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불길

사진작가 에미리는 21년 전 부모와 이모를 잃었다. 세 명은 청산가리로 독살당했고, 집과 사체는 범인이 지른 불로 전소해버렸다. 이모의 연인이라는 남자 소행으로 보였지만, 사건은 해결되지 못했다. 사건에 대한 글을 잡지에서 읽은 히이로 사에코는 데라다에게 에미리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지시했다. 

에미리의 친모 도모코는 친모가 아니었습니다. 남편과 동생 아키코가 불륜을 저질러 에미리가 태어났지요. 그런데 둘 사이에 또 애가 생기자 복수심에 범행을 저질렀던게 진상입니다. 에미리를 임신했을 때와 겹쳤던 아키코의 유학 및 실종 기간, 아키코의 애인 이야기는 도모코의 말 뿐이었다는 것, 도모코는 연장 보육 제도 이용도 고려했다는 등의 단서 및 이를 통한 추리도 깔끔합니다. 사건의 동기도 끔찍하지만 충분히 설득력있고요. 수록작 중에서는 범행 동기와 과정만큼은 가장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증거는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사건을 해결했다기 보다는, 그나마 말이 되는 추리를 추가했을 뿐이지요. 그래서 정통 본격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추리 퀴즈에 가까와 보이기도 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죽음에 이르는 질문

26년 전 발견되었던 피살체와 똑같은 상태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피해자는 26년 전 사건의 피해자와 연령이 같았고, 사망 추정 시각 및 사체 유기 현장도 똑같았으며 심지어 흉기마저 일치했다. 이번에도 피해자 스웨터 소매에 피해자가 아닌 사람의 피가 묻어 있었다. 수사 1과는 동일범의 소행이라 여겨 자료관에서 26년 전 자료를 가져갔다. 이런저런 이유로 수사관이 범인일 수 있다는 감사팀의 지시를 받아 데라다는 홀로 사건 수사에 나섰다...

범인은 기자 후지노 준코였습니다. 그녀는 26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후쿠다 도미오를 살해했습니다. 후쿠다 도미오 소매에 묻은 피는 아버지의 피였습니다. 준코를 학대하던 아버지는 후쿠다를 끌어들였다가 살인 사건에 휘말려 입을 다물게 되었고요.
그리고 26년 후, 그녀는 자신이 아버지의 친자임을 확인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소매의 피는 DNA 조사를 할 테고, 이를 통해 가족 관계가 드러날걸 노렸던 겁니다. 

이를 드러내는 '26년 전 피가 묻었던 소매와 지금 피가 묻은 소매의 위치가 다르다'는 단서도 좋습니다. 당시 신문 기사에는 어느 쪽 소매에 피가 묻었는지 전혀 공개되지 않아서, 범인은 이를 착각했습니다. 그런데 감사팀 생각대로 수사팀 관계자가 범인이었다면, 26년 전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을테니 위치를 틀렸을리가 없지요. 그렇다면 범인은? 피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를 입수할 수 있는건 보도 관계자일테고, 관련되어 질문을 하는 관계자가 범인일거라는 추리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추리의 과정은 영 별로입니다. 비약이 심한 탓입니다. 보도 관계자가 범인일 수는 있지만 다른 가능성도 널려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DNA 분석 요원일 수도 있잖아요? 아니면 기자회견을 맡는 수사관이 아닌 경찰 직원이라던가... 기자 회견장에서 후지노 준코가 DNA 조사를 물어본 것도 작위적이었습니다.

추리 과정보다 더 큰 문제도 있습니다. 동기와 범행의 설득력이 낮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DNA가 범행 당시 핏자욱밖에 남아있지 않다면,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자수하고 그 증거로 혈흔이 아버지 것이라는걸 증명하는게 훨씬 간단한 해결책입니다. 억지로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를 이유는 없어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인 '정통 본격 추리물'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망작입니다.

2009/02/03

빅 보우 미스터리 - 이스라엘 장윌 / 한동훈 : 별점 4점

빅 보우 미스터리 - 8점
이스라엘 장윌 지음, 한동훈 옮김/태동출판사

런던 보우 가의 한 하숙집의 하숙인 아서 콘스탄트가 목이 베인 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시체가 발견된 방 안은 완벽한 밀실 상태!

1892년, 즉 19세기 후반에 발표된 밀실 미스터리의 고전인 "빅 보우 미스터리"를 이제야 완독했습니다. 중편 길이의 표제작 외에 "유별난 교수형" 이라는 단편까지, 모두 2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국내에 출간된지는 꽤 오래 되었는데 뒤늦은 감이 있네요. 추리 애호가를 자칭하는 저로서는 반성해야 할 부분이지요. 

하여튼, 일단 평하자면 추리사에 이름을 남긴 고전답게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상당히 기발하고 참신한 일종의 밀실 + 심리 트릭이 사용되고 있는데, 지금 읽어도 무릎을 칠 만한 기발한 선구자적 아이디어인 덕분입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좀 낡아 보일 수 있고, 우연에 기대는 부분이 약간 있지만 흠이라고 보기는 어렵고요.
아울러 전편을 관통하는 유머와 풍자는 트릭보다도 더 큰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지금도 먹힐만큼 독특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가 잘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마크 트웨인이 정통 추리물을 쓴 느낌이랄까요? 그만큼 유머러스함이 전편에 묻어나서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마지막의 반전도 19세기 후반 작품으로 믿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서 더욱 만족스러웠고요.
이렇게 유머와 추리적 완성도가 빼어나기에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읽어도 가치있는 "고전" 이라는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덧붙이자면 부록처럼 실려있는 "유별난 교수형" 이라는 작품은 트릭은 지금 보기에는 너무 뻔해보이긴 하지만 역시나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넘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4점입니다. 재미와 가치 모두 기대 이상이니까요. 아직 읽어보지 않으신 추리소설 애호가시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될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소개된 것 자체가 상당히 놀라운 일인데, 앞으로도 계속 다른 고전 명작들이 번역, 소개되었으면 합니다.

2009/07/20

자칼의 날 - 프레데릭 포사이드 / 석인해 : 별점 4점

자칼의 날 - 8점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석인해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알제리 용병 출신의 우익 테러단체 OAS는 드골 암살이라는 궁극의 목적이 계속 실패하고, 조직의 핵심인물이 체포되어 와해 위기에 빠졌다. 이에 OAS는 최후의 수단으로 조직 외의 인물인 프로 암살자를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선택된 영국인 암살자 "자칼"은 거금을 받고 곧바로 행동을 시작했지만, 프랑스 정부 역시 OAS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채고 OAS의 핵심인물인 코와르스키를 납치 고문하여 그들의 계획을 알아냈다. 그리고 최고의 수사관이라 할 수 있는 르베르 총경에게 자칼 수사를 맡기는데...

프레드릭 포사이스(프레데릭 포사이드?)의 대표작이자 암살물의 최고 걸작인 고전중의 고전입니다. 드디어 읽게 되었네요. 오래전 본 영화 탓에(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제가 기억하는 영화는 브루스 윌리스가 어울리지도 않는 자칼로 나온 영화가 아닌 1973년 영화입니다) 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손대지 않고 있었는데, 부산으로 여행갈 일이 생겨 집어들었다가 완전 몰입해서 읽어버렸습니다.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네요.

일단 영화와의 차이점이라면, 영화에서는 자세히 언급되지 않는 드골 암살의 배경을 굉장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용병 출신으로 이루어진 우익 무장 테러조직 OAS와 당시 프랑스 정치상황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동기가 보다 잘 드러나며, 상세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하여 설득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저에게는 선악이 모호한 프랑스 경찰과 OAS의 대립 구도가 특히 신선했어요. 양쪽 모두 행하는 방식에 있어 "선"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집단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칼이라 불리우는 암살자의 암살 계획 및 행동 역시 완벽하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칼이 계획을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준비를 갖추어 나가는 묘사는 그야말로 암살이라는 장르의 바이블이라 해도 될 정도에요. 급작스럽지 않으면서도 모든 일에 대비하는 프로의 자세가 문장 하나하나에 묻어날 정도이니까요. 예를 들자면 가장 중요한 "총기"의 반입방법이라던가(지금은 전미 (응?)가 다 알 정도의 유명한 장치이지만 처음 영화로 볼때 기발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은 알루미늄 원통!) 다양한 위장 신분의 확보, 기타 계획에 대한 모든 것이 정밀한 설계도처럼 그려집니다.

이러한 뛰어난 킬러에 대적하는 프랑스 경찰 르베르 총경의 활약 역시 만만치 않기에 작품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아 떨어지는 것 역시 높은 점수를 줘야 하는 부분이죠. 얼마 안되는 단서만 가지고 비밀리에 수사를 해야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서서히 자칼을 궁지에 몰아넣는 과정의 흡입력이 대단하거든요. 추리소설사에 길이 남을법한 뛰어난 경찰이자 암살범의 호적수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뒷부분의 정보가 새는 루트를 밝혀내는 부분에서의 포스가 인상적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물론 지금 읽기에는 조금 아쉬운 단점이 있습니다. 제일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자칼이라 불리우는 암살범의 신원을 조사하는 과정인데, OAS의 "돈", 즉 "착수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이 가장 빠르지 않았을까요? OAS 핵심인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안에서 훤히 감시하는 프랑스 경찰조직인데 이러한 돈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까닭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자칼을 서서히 궁지에 몰아넣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운"이 개입된다는 것도 조금은 아쉽습니다. 초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영국 경찰의 활약이 결국은 소문에 의지한 "감(感)수사" 일 정도였으니까요. 아울러 자칼의 "최종 목표"를 거의 파악한 단계에서는 아무리 자칼의 운이 좋다고 하더라도 빠져나가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여져서 공정한 승부로 보이지는 않더군요.

무엇보다도 프로로서의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인 "자칼"이라는 캐릭터에 푹 빠져서 그의 성공을 기원했기에 (역사를 바꿀 수 없기에 당연한 결말이지만) 마지막 장면에서의 허무한 최후는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 자칼이 성공하는 작전이 등장하는 외전이나 속편이 나오면 좋겠는데 말이죠. 쩝.

그래도 서스펜스와 스릴이 각 문장, 페이지마다 살아서 숨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빠져들어 버렸습니다. 그야말로 부산까지의 거리가 짧을 정도였어요. 이후 등장했던 "피닉스" 등과 같은 아류작, 또는 암살물의 범작에 비해 수준이 다른 내공의 깊이와 재미를 뽐내는 그야말로 고전명작이죠. 21세기인 지금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아날로그적인 향취를 가득 내 뿜으면서 그 당시에서 뽑아낼 수 있는 모든 재미를 뽑아서 담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4점입니다.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들은 작품이기에 저의 별점따위야 중요하지도 않은 작품이긴 하죠. 5점을 줘도 충분하지만 위에 적은 몇몇 안타까운 요소들 더하기 동서출판사의 엉망인 번역으로 1점 감점합니다. 좋은 번역이었더라면 아마도 만점을 받았을지도? 동서판 번역으로 읽은게 후회가 되네요.

2014/12/11

게물랭의 댄서 - 조르주 심농 / 성귀수 : 별점 2.5점

게물랭의 댄서 - 6점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열린책들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 샤보와 르네 델포스는 단골 캬바레 게물랭을 털 계획을 세우고 심야에 몰래 잠입했다. 그러나 그들은 캬바레 안에서 시체를 발견했고, 혼비백산하여 도주했다. 시체가 동물원 앞에서 유기된 채 발견된 후, 수수께끼의 사내에게 미행당해 불안감에 사로잡힌 두 젊은이는 달리 마련한 돈을 처분하기 위해 다시 게물랭에 방문했다. 그러나 장 샤보가 경찰에 체포되고 마는데...

조르주 심농메그레 경감 시리즈 중 한 권으로, 1931년도 작품입니다. 연표를 보니 상당히 초기작이네요.

제가 읽었던 메그레 경감 시리즈 중 단언컨데 가장 이색적입니다. 다른 시리즈 작품과 차별화되는 점을 하나씩 열거해 보자면,

  1. 거의 책의 절반 분량까지 메그레 경감은 등장하지 않고 방탕한 청년 장 샤보의 시점으로 전개된다는 점.
  2. 사건 발생 및 해결 모두가 벨기에의 리에주라는 도시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3. 일상 속 범죄, 현실 속에 감추어진 어두운 드라마가 중심이었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국제적인 첩보조직이 등장하는 등 약간은 모험 소설 같은 파격적인 설정을 갖추고 있다는 점.
  4. 메그레가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유행했던 본격물 탐정들과 같은 대담한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

입니다.

이 중 추리소설 애호가로서 네번째 항목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피해자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그 뒤 경찰을 어떻게든 따돌리려 시도한 이유에 대한 추리가 핵심인데 셜록 홈즈의 추리법이 연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추리의 결과가 황당하지만, 그게 사실에 거의 부합했다는 점에서도 그러합니다. 또 독자에게 비교적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역시나 고전 본격물스럽습니다. 앞서 언급한 피해자의 기이한 행동, 담배갑을 델포스가 가지고 있다고 입을 맞춘 게물랭 직원과 댄서의 증언으로 장 샤보가 늪에 빠지지만 이후 진상이 밝혀진다는 디테일, 르네 델포스가 훔쳤다고 증언한 2천 프랑의 출처 등이 대표적입니다. 피해자가 최초에 죽은 척 한 것이라는 일종의 트릭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심농이 다른 경쟁자들을 의식해서 “나도 이런 거 쓸 수 있다구!” 라는 마음가짐으로 써내려간 느낌이 듭니다.

심농 작품다운 심리묘사와 배경 묘사도 여전합니다. 특히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로 생각되는)에게 쫓긴다고 생각하는 철부지의 심리묘사가 상당히 볼거리였어요. 적절한 분량이라는 미덕 역시 동일하고요.

하지만 약간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메그레 스스로 시체를 은닉했다는 중요한 정보를 나중에 알려주는 것은 공정치 못합니다. 마지막에 아델의 집으로 빅토르와 델포스가 잠입하여 물건을 회수하려 한 까닭도 잘 모르겠고요. 마지막 장면은 주요 등장인물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놓고 메그레가 진상을 설명하는 추리쇼 형태라서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것까지 다른 고전 본격물을 따라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아울러 피해자가 사실은 비밀첩보원이었고, 암호로 된 편지까지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전 명작 중 잠수함 설계도를 다룬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만, 게물랭이 국제적인 첩보 조직에 속한 곳!이라는 설정도 많이 엉뚱합니다. 차별화되는 요소였을지는 모르나 설득력 측면에서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추천작입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메그레 시리즈의 일반적인 스타일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호오가 갈릴 수 있고, 제 기대와도 약간 달라서 감점하지만, 추리 애호가라면 즐길거리가 많고 심농만의 장점도 여전히 유효한 독특한 작품입니다.

2006/12/22

독초콜릿 사건 - 앤소니 버클리 콕스 / 김선옥 (자유추리문고 10) : 별점 4점

독초콜릿사건
앤소니 버클리 콕스 지음, 손정원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유명한 난봉꾼 유스티스 펜퍼더 경은 선물로 도착한 초콜릿을 같은 클럽 회원 벤딕스씨에게 전해 주었다. 그리고 초콜릿을 먹은 벤딕스씨의 부인이 초콜릿에 들어있던 독 때문에 죽고 말았다.

그러나 런던 경시청의 수사는 난항에 빠졌고, 경시청 주임경감 모리스비는 친분이 있는 소설가 로저 셀링검에게 그가 회장으로 있는 범죄 연구회에서 사건의 개요를 설명한 뒤, 그들의 추론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경시청에 보고해 달라고 부탁했다. 범죄 연구회 멤버 6인은 순번을 정해 차례로 자신들의 추리를 발표하는데...

이번에 구입한 자유추리문고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아주 유명한 고전 명작이지요. 너무 늦게 읽은 감은 있네요.

이 작품 전에 발표되었다는 단편 버젼은 이미 읽어봤지만 이 작품은 단편 버젼의 사건과 상황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6명의 범죄 연구회 회원들이 각자의 추리를 펼친다는 아이디어를 통해 독자에게 다양하고 화려한 추리의 향연을 느끼게 해 줍니다. 추리 클럽 회원들의 추론 및 결과 하나 하나가 각각 추리소설로 쓰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는 덕분입니다. 이런 설정은 흡사 단편 연작을 읽는 듯한 느낌도 전해 줍니다.
전에 읽었던 "시행착오"의 치터윅씨의 등장도 반가왔고, 각 회원들이 자기 차례가 될 때마다 이전의 추론을 뒤집고 새로운 결론을 발표하는 전개로 독자가 회원들과 동일한 정보를 입수하여 끝까지 함께 두뇌 게임을 펼치게끔 하는 구성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러한 공정한 승부야말로 정통파 고전 미스테리로서의 최고 미덕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작중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그동안의 추리소설의 탐정들의 추리방식, 즉 하나의 단서만 가지고 단 하나의 추론만 내세우며 그것이 바로 결과가 되는 방식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추리 소설이면서도 추리 소설의 헛점을 제대로 꼬집고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신선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보완하여 다양한 추론이 등장하게 한 아이디어가 이 작품을 당시의 기존 추리 소설보다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지니게 만든 힘이었다 생각되네요.

단 너무 복잡하게 꼬아놓은 나머지 결론이 조금 황당하다기는 합니다. 한두발짝만 더 나아가면 좋았을 것을 대여섯걸음 더 나아간 느낌에요. 그런 면에서는 단편 버젼이 조금 더 설득력이 있었다 생각됩니다. 물론 단편 버젼의 추리도 주요 추론의 하나로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역시 추리소설사에 이름을 남긴게 당연할 정도로 기발하면서도 재치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좋은 작품은 몇년, 아니 몇십년이 지나도 재미있고 좋은 작품인거죠. 별점은 4점입니다. 고전 정통파 추리물 애호가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10/12/01

기묘한 사건, 사고 전담반 - 존 딕슨 카 / 임경아 : 별점 3점

기묘한 사건.사고 전담반 - 6점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로크미디어

불가사의한 사건·사고를 전담하는 런던 경시청의 D-3 부서에서 마치 대령과 로버트 경위가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 7편과 기타 단편 4편이 실려 있는 단편집.

"미궁과 사건부"나 현대의 "X-File"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사건을 다루는 전담 부서는 여러 작품에서 변주된 설정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1940년에 발표된, 거의 원조격인 작품이지요. 다만 후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D-3 부서의 설정이 크게 활용되지 않고, 오히려 마치 대령이 활약하는 전형적인 명탐정물에 가깝다는건 아쉽습니다. 좋은 설정을 잘 살리지 못했어요. 마치 대령이 딕슨 카의 다른 명탐정들—펠 박사나 헨리 메리베일 경—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도 작품의 개성을 살리는 데에 크게 기여하지 못합니다.

1940년 발표작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네요. 하나는 낡고 진부한 트릭이 가득한 오래된 작품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트릭 자체는 익숙할지라도 거장의 솜씨로 완성도를 높인 고전 명작이라는 평가로요. 개인적으로는 후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등장하는 이야기들의 트릭이 오래된 것은 사실이지만, 발표된 시기를 감안하면 단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대를 앞서갔던 요소로 볼 수 있거든요. 이러한 트릭과 구성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조리 있게 진행하는 딕슨 카의 솜씨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고요. 뻔한 설정이라도 동기를 합리적으로 처리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단서를 포착하는 묘사와 전개 방식은 추리 소설 작법 측면에서 읽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특히 D-3 부서 시리즈 이외의 네 편은 딕슨 카 특유의 고딕 호러·역사극 스타일이 살아 있는 작품들이어서 더욱 반가왔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트릭의 신선함을 잃은 탓에 추리물로서 가장 중요한 '재미'가 반감되기는 했지만, 고전 정통 본격 추리 단편의 맛이 잘 살아 있어서 고전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별점은 전체 평균 2.7점으로, 반올림해서 3점 주겠습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건 1: 투명 인간 살인"
맞은편 방을 엿보던 남자는 그 방에서 아무도 없는데 갑자기 총이 떠올라 사람을 쏘는 것을 목격한다.

삼각다리 테이블이라는 무대 장치 덕에 트릭을 쉽게 간파할 수 있었던 작품. 그러나 동기가 합리적이고 깔끔하게 마무리된게 인상적이에요. 결정적 단서가 영어 단어 표현에서 기인했다는 점, '총알 자국'이 단순한 우연이라는 점은 아쉬웠지만요. 별점은 3점입니다.

"사건 2: 사라진 방"
술에 취해 아파트로 돌아온 로널드 던햄은 정신을 차리자 자신이 있는 곳이 다른 방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게다가 그 방에는 시체가 있었다.

모든 방의 가구 배치가 동일하다는 설정을 이용한 트릭이 돋보이는 작품. 시체가 레인코트의 앞, 뒤를 바꿔 입고 있었다는 등의 세부 묘사가 사건의 흥미를 더해줍니다. 트릭 자체는 뻔하지만 이야기 전개 방식이 뛰어나서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다만, 결정적 단서인 그림의 '세피아'라는 묘사가 애매하게 번역되어 독자에게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점이 아쉽더군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사건 3: 핫머니"
강도단이 강탈한 현금과 채권이 변호사 사무실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밀실에서 사라진 서류 가방을 다룬 소실 트릭물. "도둑맞은 편지"처럼 사람의 맹점을 찌르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불공정한 트릭이었습니다. 경찰이 조금만 더 꼼꼼하게 수사했더라면 충분히 밝혀질 수 있었다고 생각되네요. 제목과 내용을 연관시키는 유머러스한 전개는 좋았지만, 추리적인 요소가 약해서 별점은 2점입니다.

"사건 4: 새벽, 해변의 죽음"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한 사업가가 목격자들 앞에서 쓰러진다. 의사는 그가 날카로운 무기에 찔려 사망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예상하기 어려웠지만 알고 나면 별거 아닌, 현실적이면서도 간단한 트릭이 사용된 작품. 다만, 불가능한 상황을 강조하는 전개가 지나쳐서 무리수가 많은건 단점입니다. 특히 범인이 고무공을 이용하기 위해 장난감 병정 세트를 샀다는 설정은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사건 5: 허공에서 찍힌 발자국"
강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피해자와 크게 다투었던 옆집 소녀. 그녀를 용의자로 만든 증거는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이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피해자가 살아 있다는 점입니다. 피해자가 증언하면 범인은 밝혀질 수 밖에 없어서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트릭도 허술한 편이고요. 뤼팽 시리즈 "팔점종"에서 등장했던 발자국 트릭과 비교해 본다면, 세부 설명이 부족했어요. '몽유병'이라는 설정 역시 설득력이 떨어졌고요. 거장의 솜씨가 엿보이긴 하지만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은 평작 수준 이하의 태작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사건 6: 분장실의 시체"
인기 댄서 래포트 양이 분장실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용의자의 알리바이는 확고한 상황.

흔한 변장 트릭이 사용되었지만, 전반적으로 공정하게 단서를 배치해 추리의 과정을 잘 풀어내고 있는 작품. 사건의 동기도 설득력 있게 잘 짜여져 있고요. 짧은 소품이라 이야기가 풍성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지만, 큰 흠은 아닙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사건 7: 은빛 장막 속에서"
카지노에서 전 재산을 잃고 궁지에 몰린 윈턴. 수수께끼의 남자 데이보스에게 거액이 걸린 의뢰를 받지만, 그 직후 데이보스가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여러 추리 퀴즈에서 자주 소개되는 유명한 트릭이 등장합니다. 간단한 트릭이지만 전개가 워낙 탁월해서 완성도를 높입니다. 사건의 동기가 되는 밀수 사건도 설득력 높았고요. 수록작 중 최고작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이 외에도 "합법적인 사형집행인"(별점 4점), "살아 있는 자를 위한 죽은 자의 복수"(별점 2점),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흉기"(별점 2점) 등 다양한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2013/06/04

왕도둑 호첸플로츠 1 -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 김경연 : 별점 4점

왕도둑 호첸플로츠 1 - 8점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 요제프 트립 그림, 김경연 옮김/비룡소

카스페를과 제펠은 할머니에게 돌리면 노래가 나오는 커피콩 가는 기계를 선물했다. 그런데 왕도둑 호첸플로츠가 기계를 훔쳐갔다. 호첸플로츠를 잡기 위해 카스페를과 제펠은 작전을 짰지만, 오히려 호첸플로츠에게 사로잡혔다. 카스페를은 악당 마법사 츠바켈만에게 하인으로 팔려가는데...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에 이은 딸아이를 위한 동화 시리즈 제2탄. 호첸플로츠가 훔쳐간 할머니의 커피콩 가는 기계를 되찾기 위한 카스페를과 제펠의 모험물입니다. 역시 제가 어렸을 때 아주 재미나게 읽었던 작품입니다. 

그런데 읽고 나니 딸아이에게는 잘 안 맞겠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읽었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읽어보니 단순히 애들 장난이 아니라 나름 '목숨을 건' 모험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중반 이후 악당 마법사 츠바켈만은 사람 목숨을 가지고 노는, 정말이지 심한 악당이기도 했고요.

그래도 고전 명작의 향취는 영원한 법!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초반부 카스페를과 제펠이 서로 변장을 하기 위해 모자를 바꿔 쓴다는 복선이 이야기 끝에서 제대로 활용되어 위기를 넘긴다는 꼼꼼한 설정이 특히 좋았습니다. 요정으로부터 얻은 반지를 이용한 유쾌한 결말, 츠바켈만이 하인을 필요로 하는 이유 (감자 껍질 벗기는 마법은 아무리 애를 써도 아직 성공하지 못해서) 등 코믹한 즐길거리도 아주 많습니다. 재미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죠. "짐 크노프"에서도 인상적이었던 프란츠 요제프 트립의 일러스트 역시 굉장히 뛰어나고요.

츠바켈만의 감자요리나 소시지, 자두 과자와 같은 디테일한 먹거리들의 묘사도 개인적으로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작품들에 나오는 요리들만 모아서 책 한 권 만들어보고 싶어지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지금 읽어도 빼어난 재미를 갖춘 명작 동화라 생각됩니다.

여자아이들보다는 남자아이들에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작품이긴 하지만, 루아야. 아빠는 재미있게 읽었으니까 너도 조금 더 나이 들어서 꼭 읽어봐!

2011/04/09

장르문학과 표절에 대한 단상

오랜만이네요. 요즘 너무 바빠서 도저히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 블로그 활동이 뜸했습니다. 그래도 스마트폰을 구입한 덕분에 틈틈이 웹서핑은 꾸준히 하고 있는데, 자주 방문하는 추리문학 커뮤니티 하우미스터리에서 한 한국 작가의 소설이 논란에 휩싸였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논란의 이유는 고전 명작인 "시행착오"와 줄거리가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국 작가들의 표절 의혹은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저도 두어 작품을 직접 읽은 적이 있었죠. 장르문학이 특히 표절이나 차용이 쉬운 분야이긴 합니다. 아무래도 문학성보다는 플롯, 캐릭터, 설정 등이 중요한 장르이기 때문이겠죠. (물론 문학성을 갖춘 걸작들도 많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무협소설의 기본 플롯은 대체로 비슷하며, 추리소설도 평범한 일상 속 이야기라도 멋진 트릭 하나만으로 역사에 남는 명작이 될 수 있습니다. 개성 있는 캐릭터나 독창적인 설정 하나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 많고요. 그래서인지 걸작에서 설정과 캐릭터를 차용해 현지화한 번안소설이 한때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거장 김내성 선생님도 "진주탑"을 비롯한 여러 번안소설을 집필하셨고, 저 역시 비슷한 작품을 구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가 창작물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플롯이나 캐릭터, 핵심 설정을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는 단순한 차용이 아니라, 표절로 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대표적인 사례로, "크리시" 1부의 초반 설정을 차용한 무협소설 "유성검",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기본 설정을 그대로 활용한 "탈명검", 그리고 "불새의 미로" 같은 작품들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원작의 설정을 가져와 나름대로 변주했더라도 결국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이는 창작자로서 변명의 여지가 적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논란이 된 작품은 어떨까요? 솔직히 아직 읽어보지는 않아서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기본 설정과 줄거리가 "시행착오"와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기본 설정이 비슷하더라도 작가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입혀 전혀 다른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 역시 이 작품이 그런 사례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작품의 핵심적인 요소가 이 정도로 유사하다면, 아무리 전개 방식이나 트릭이 독창적이라 하더라도 표절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아직 읽어보지도 않은 작품을 두고 평가하는 것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만큼 강한 선입견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줄거리 소개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 판단이 섣부른 것이길 바라며, 다시 한번 "시행착오"를 꼼꼼하게 읽은 뒤, 논란이 된 작품도 직접 읽어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야겠습니다.

2013/07/13

점과 선 - 마쓰모토 세이초 / 김경남 : 별점 4.5점

점과 선 - 10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모비딕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카사카의 요정 '고유키'에서 일하던 두 명의 종업원은 단골손님인 기계 공구상 야스다 다쓰오를 바래다주기 위해 도쿄역 13번 플랫폼에 섰다. 그곳에서는 15번 플랫폼이 보였다. 둘은 동료 종업원인 오토키가 낯선 남자와 함께 하카타행 침대 특급 '아사카제'에 오르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남자는 최근 부정부패 사건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OO성의 과장대리, 사야마 겐이치였다.

6일 뒤, 오토키와 사야마 겐이치의 시신이 후쿠오카 가시이 해안에서 발견되었다. 두 사람은 청산가리가 든 주스를 마시고 동반 자살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후쿠오카 경찰서의 베테랑 형사 도리카이 준타로는 사야마가 가지고 있던 열차 식당의 영수증이 1인분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 의문을 품었다. 동반 자살을 하러 가는 남자가 정말 여성을 두고 혼자 식사를 할 수 있었을까...

마쓰모토 세이초의 첫 장편이자, 발표 당시 대히트를 기록하며 사회파 추리소설의 시대를 연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저도 약 20여 년 전 해적판 번역본으로 처음 접했었는데, 이번에 모비딕과 북스피어가 함께한 ‘세이초 월드 시리즈’의 일환으로 정식 출간되어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미하라 형사가 야스다의 알리바이를 깨뜨리기 위한 집요한 수사 과정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그렇게 복잡하거나 거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구성을 뛰어난 트릭과 현실감 넘치는 수사 전개로 탁월하게 끌고 가는 점에서, 고전 명작다운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도쿄에서 거의 존재할 수 없는, '4분의 공백'을 이용하여 사야마와 오토키를 목격하도록 만드는 공작은 "패러디"가 나올 정도로 유명하면서도 멋진 트릭이고, 규슈와 홋카이도를 오가는 알리바이 공작의 큰 스케일, 그리고 그것을 차근차근 파헤쳐가는 수사 과정 모두 지금 다시 읽어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들만큼 흥미진진했습니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도 압도적입니다. 단순한 정사 관계가 아니라, 두 사람을 각각 살해한 후 마치 함께 동반 자살한 것처럼 꾸몄다는 진상은 그야말로 ‘두 개의 점을 잘못된 선으로 연결한 것’이라는 제목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상식이라는 맹점을 찌르는 이 반전 트릭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이전 번역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사회파적인 요소들과 사건 이후의 씁쓸한 여운도 정식판에서는 더욱 두드러지더군요. 관청의 비리로 시작된 사건이라는 점, 결국 자살한 야스다는 잊혀지고, 비리에 연루되었던 부장은 오히려 더 잘나가게 되었다는 후일담은 무척 씁쓸하면서도 묵직하게 남았습니다. 200여 페이지라는 부담 없는 분량, 알리바이 트릭을 이해하기 위한 표와 도식들, 적절하게 삽입된 일러스트도 독서의 재미를 더해주고요.

물론 약간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야스다의 동기, 그리고 실제 흑막이라 할 수 있는 야스다 료코의 캐릭터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점은 사건 외적인 묘사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지나치게 사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소설보다는 르포르타주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들고요. 병약했던 탓에 기차 시간표를 탐독하다가, 어느새 그것을 활용한 알리바이 조작의 달인이 된 야스다 료코라는 캐릭터가 좀 더 부각되었더라면 훨씬 풍성한 작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변함없는 흥분을 안겨주는 훌륭한 작품인건 분명합니다. 명작은 역시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별점은 4.5점입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04/09/13

80일간의 세계일주 - 쥘 베른 : 별점 5점!

80일간의 세계일주 - 10점
쥘 베른 지음, 홍은주 옮김/창작시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의외로 제대로 정독하지 못하고 어린 시절 "세계 명작 동화" 같은 시리즈의 다이제스트판으로 접했을 유명한 소설입니다.


이 책은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가 기획한 "스칼라 월드 북스"시리즈를 창작시대라는 출판사가 펴낸 책으로 고전 명작들을 초판본 무삭제 완역함은 물론, 각존 차별화된 삽화와 참고 자료의 화려한 도판으로 꾸며진 책입니다. 14,500원이라는 가격은 제법 부담되지만 워낙 책의 질이 뛰어난 편이라 별로 아깝지는 않네요.
내용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필리어스 포그라는 영국 신사가 클럽 친구들과의 20,000파운드가 걸린 내기를 통해 80일간 세계를 일주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충직한 하인 빠스빠르두와 필리어스 포그를 은행 털이범으로 착각한 픽스 형사, 인도에서 구해준 아름다운 아우다 부인 같은 조연들이 가세하여 시종일관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보여줍니다.

워낙 예전에 읽었었기 때문에 기억도 가물가물 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역시 구관이 명관! 빠스빠르두가 불길속에서 변장하고 아우다 부인을 구하는 장면이나 마지막에 시간에 쫓기게 되자 배를 뜯어서 땔감으로 쓰며 항해하는 장면, 동쪽으로 여행했기 때문에 하루를 벌게되는 반전은 알고 있어도 역시 명불허전!

또한 다시 읽어보니 영국인은 굉장히 합리적이고 계산적으로, 프랑스인은 과장되고 흥분을 잘하며 유머스럽게, 미국인들은 화끈하지만 무모한 인물들로 묘사한 점이나 여러 식민지에 대한 유럽인들의 시각이랄까.. 그런것들이 조금 느껴져서 이채로왔습니다.
기억나지 않았지만 굉장히 유머스러운 부분도 재미있었습니다. 미국 횡단 기차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모르몬 교 목사의 집회에 일부 다처제에 혹해 참석한 빠스빠르두. 모르몬 교의 장황한 역사를 설파하는 선교에 지루해진 참석자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떠나며 결국 설교가 끝날때 혼자 남게 되는데 목사가 마지막으로 노기띈 목소리로 묻습니다.
"그리고 당신 형제여! 당신도 우리 깃발 아래 당신의 천막을 세워 보시려오?"
"싫은데요"^^;

좀 아동용 취향이긴 하지만 제가 읽어도 그렇게 유치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잘 구성된 책입니다. 도판과 삽화가 굉장히 뛰어난 편이라 더욱 추천합니다. 그나저나 왠지 책 선전이 되어 버렸네요.^^ 그래도 이런 책은 사줘야 합니다.

2007/04/08

내가 추리잡지를 만든다면?

오늘 쟝르문학 잡지를 기획하시는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과 추리 잡지의 성격과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야기한 내용을 몇가지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국내 미출간 해외 추리 작품의 적극적 소개 :
제일 중요한 것이고 당연한 것이겠지만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명작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아닌 고전 명작 중에서 선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요. 또 아무래도 잡지 특성 상 매월 한편이 완결되는 단편 위주의 선정이 좋겠죠.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외국 서적이 있는데 이 책을 번역하여 한편씩 실어줌으로써 과거 황금기의 명탐정을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가 되면 어떨까요? 물론 이렇게 하면 너무 작품들이 낡아 보일테니 EQMM등을 통한 최신 작품들과의 연계도 충실히 고려해야 겠지만요. 또 제가 좋아하는 일본 단편들은 물론 세계 각지의 작품들을 찾아서 조명하는 그런 자리가 되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추리문학이 무척 궁금하기도 하니까요.

2. 국내 출간 작품 중 절판된 작품의 소개 :
국내에도 출간되었는데 아쉽게 절판되고 사라져서 지금은 구하기 힘든 작품들이 많죠. 이러한 작품들을 다시 연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도끼" 라던가 벨린져의 "이와 손톱", 사노 요의 "완전범죄연구", 다카키 아키미쓰의 "파계재판" 등등 이겠죠.

3. 만화 :
만화는 국내 만화가중에 가장 독특한 센스와 쟝르물에 대한 애정을 가진 김진태씨가 꼭 연재해 주었으면 합니다. 원작이 있는 추리물도 좋고 오리지널 스토리도 좋으니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주시길^^

4. 애호가 대담 및 간담회 / 설문 조사 :
파우스트 이번호에 실렸던 것 같은 추리 애호가들의 간담회나 대담같은 부분도 들어가면 좋겠더군요. 아울러 애호가들 대상으로 "꼭 번역되었으면 하는 작품" 설문 조사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조명해 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5. 계절별 이슈 특집 :
월간지라면 발매되는 계절이나 달마다 뭔가 특별한 이슈가 있을 터인데, 그러한 이슈를 주제로 한 작품을 집중 선정하는 것도 재미난 기획이 되겠죠. 예를 들자면 이번주에 프로야구가 개막되었는데 이러한 것을 토대로 "스트라이크 살인" 같은 작품을 조명한다던가 하는 식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6. 국내 작품의 발굴 :
만약 추리잡지가 창간된다면 척박한 국내 추리 문학계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국내 작가와 작품을 발굴해 나가야 함은 당연하겠죠. 시장의 확대와 컨텐츠 수급 측면에서라도 말이죠. 당장의 성과는 없더라도 긴 안목에서 수행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7. 추리 영화 및 게임 등 다른 컨텐츠의 발굴 및 소개 :
게임만 해도 제가 아주 재미있게 즐겼던 "역전재판"을 비롯해서 너무나도 많은 추리 게임이 있죠. 이러한 게임의 소개 등 다른 쟝르에서도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추리라는 컨텐츠를 소개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8. 인터뷰 :
추리 작가와의 대담 및 인터뷰도 빼놓을 수 없겠죠. 창작관이나 작품 세계에 대한 조명 등 여러가지 정보를 얻고 많이 배울 수 있는 유익한 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뭐 다른 다양한 아이디어도 많이 있겠지만 기본은 이 정도로 하고 세부 기획을 붙여나가는 식으로 하면 참 좋을 것 같네요. EQMM같은 유명 잡지를 참고하며 풍성하고 다양한 기획이 보강된다면 아주아주 멋진 잡지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누가 저에게 편집권을 주고 잡지 하나 맡겨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

2008/03/26

이 미스테리를 읽어라! 일본편 -고우하라 히로시 : 별점 3점

북오프에서 구입한 책입니다. 원서라 읽는데 거의 두달 넘게 걸렸네요.

제목 그대로 일본 미스테리 소설의 안내서입니다. 작가와의 에피소드, 작품별 비하인드 스토리가 실려있는 등 다양한 내용이 풍부하게 실려있습니다. 42년 생으로, 에도가와 란포상 심사위원이기도 했던 저자의 경험 덕분이겠죠.

책에서는 100권의 작품을 아래의 7개의 카테고리로 별로 10개에서 20개 정도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 여성작가의 대표작들과 영웅 소설
  • 신본격 (뉴 미스테리)
  • 3대작가 플러스 5
  • 마츠모토 세이쵸와 사회파 추리소설
  • 미스테리 황금시대 불후의 명작 28
  • 정말로 재미있는 고전명작
카테고리 제목만 봐도 너무너무 흥미롭고 궁금증이 솟아나는데, 작품 소개도 2~3페이지 정도 분량에 저자의 지식과 정보를 담아서 꼭 읽어보고 싶게끔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소개만 보면 모두 희대의 걸작이고 재미가 넘치는 작품같아요. 국내에 이 작품들이 전부 번역되어 있지 않은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국내에 소개되어 제가 이미 접한 작품들의 소개도 반가왔습니다. "마크스의 산", "얼어붙은 송곳니", "고양이는 알고 있다", "신쥬쿠 상어", "불야성",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끝없는 추적", "십각관의 살인", "우부메의 여름", "점성술 살인사건", "살육에 이르는 병",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모래그릇", "인간의 증명", "그린차의 아이", "나폴레옹광", "대유괴", "음수", "혼진살인사건", "문신 살인사건", "불연속 살인사건" 등이지요. 약 20여편 정도로 1/5 분량인데, 좀 더 분발해야겠네요.

물론 저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이나 "불연속 살인사건"도 굉장한 작품으로 언급되어 있는건 좀 그렇더군요. 이런 책의 정보를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죠. 
하지만 100편이나 되는 작품을 카테고리별로 간추리고, 소개와 함께 작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재미나게 써 놓았기에 추리소설 소개서로서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작가의 저작인 "동서 미스테리 가이드"와 "명탐정 사전 (일본편 / 해외편)" 도 읽고 싶어집니다.

덧붙이자면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부럽습니다. 그만큼 자국 추리 소설 작품들이 풍성하다는 뜻이니까요. 국내에서는 100권의 책을 간추린다면, 걸작은 커녕 욕먹지 않을 수준의 작품들이 더 많을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