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네요. 요즘 너무 바빠서 도저히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 블로그 활동이 뜸했습니다. 그래도 스마트폰을 구입한 덕분에 틈틈이 웹서핑은 꾸준히 하고 있는데, 자주 방문하는 추리문학 커뮤니티 하우미스터리에서 한 한국 작가의 소설이 논란에 휩싸였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논란의 이유는 고전 명작인 "시행착오"와 줄거리가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국 작가들의 표절 의혹은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저도 두어 작품을 직접 읽은 적이 있었죠. 장르문학이 특히 표절이나 차용이 쉬운 분야이긴 합니다. 아무래도 문학성보다는 플롯, 캐릭터, 설정 등이 중요한 장르이기 때문이겠죠. (물론 문학성을 갖춘 걸작들도 많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무협소설의 기본 플롯은 대체로 비슷하며, 추리소설도 평범한 일상 속 이야기라도 멋진 트릭 하나만으로 역사에 남는 명작이 될 수 있습니다. 개성 있는 캐릭터나 독창적인 설정 하나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 많고요. 그래서인지 걸작에서 설정과 캐릭터를 차용해 현지화한 번안소설이 한때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거장 김내성 선생님도 "진주탑"을 비롯한 여러 번안소설을 집필하셨고, 저 역시 비슷한 작품을 구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가 창작물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플롯이나 캐릭터, 핵심 설정을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는 단순한 차용이 아니라, 표절로 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대표적인 사례로, "크리시" 1부의 초반 설정을 차용한 무협소설 "유성검",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기본 설정을 그대로 활용한 "탈명검", 그리고 "불새의 미로" 같은 작품들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원작의 설정을 가져와 나름대로 변주했더라도 결국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이는 창작자로서 변명의 여지가 적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논란이 된 작품은 어떨까요? 솔직히 아직 읽어보지는 않아서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기본 설정과 줄거리가 "시행착오"와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기본 설정이 비슷하더라도 작가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입혀 전혀 다른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 역시 이 작품이 그런 사례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작품의 핵심적인 요소가 이 정도로 유사하다면, 아무리 전개 방식이나 트릭이 독창적이라 하더라도 표절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아직 읽어보지도 않은 작품을 두고 평가하는 것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만큼 강한 선입견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줄거리 소개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 판단이 섣부른 것이길 바라며, 다시 한번 "시행착오"를 꼼꼼하게 읽은 뒤, 논란이 된 작품도 직접 읽어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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