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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7

로빈슨 크루소 - 다니엘 디포 / 남명성 : 별점 4점

로빈슨 크루소 - 8점
다니엘 디포 지음, 남명성 옮김/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펭귄 클래식 코리아에서 출간된 완역본입니다. 50% 세일행사 때 구입한 것입니다. 충동구매였는데 로빈슨 크루소의 파란만장 표류기 자체만으로도 재미가 넘칠 뿐 아니라 나름의 교훈을 잘 전해주고 있기에 구입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삶이 얼마나 불행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동양적인 무송, 안빈낙도의 철학과 맥락이 같기도 하고요.

또 두꺼운 분량에 걸맞게 옛날 아동용 책으로 보았을 때는 미처 몰랐던 사실들이 정말 많은데, 하나하나가 모두 드라마틱하다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로빈슨이 제법 괜찮은 중산층 자식으로 나름 훌륭한 교육을 받았지만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뱃사람이 되어 불운이 시작되었다는 것, 그 중 첫번째 불행은 터키의 포로가 되어 노예생활을 2년 한 것이며 이후 탈출에 성공한 뒤 브라질에서 농장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본인에게는 별 의미없는 항해에 나선 것이 그가 30여년을 살게 되는 카리브해의 무인도로 표류하게 된 원인이었다는 등 로빈슨 크루소의 인생역정이 정말로 드라마틱하게 그려지고 있으니까요.
그 외에도 프라이데이가 사실은 식인종 출신이라던가, 섬을 탈출하게 된 것은 영국배에서 일어난 선상반란진압을 도와주었기 때문이라던가, 이후 브라질 농장을 처분하여 거부가 되어 표류했던 섬을 스스로의 영지로 삼았다는 후일담까지 새로운 내용이 무척 많았습니다.

아울러 아동용에서는 대충 넘어간 표류 생활 자체의 디테일도 발군이더군요. 그야말로 서바이벌 전문가 급의 내공이 보이는 것도 재미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물론 로빈슨 크루소가 표류한 섬은 먹을 것과 식수를 구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고, 로빈슨 크루소도 난파한 배에서 이거저거 필요한 물건을 잔뜩 얻는다는 설정이 있기는 하죠. 때문에 베어 그릴스하고 비교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그래도 깨알같은 디테일은 놀라울 정도에요. 사냥, 농사, 집을 만드는 과정부터 여러가지 방법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과정이 그만큼 상세합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건 역시나 "담배파이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인데, 확실히 담배가 중독성이 강하긴 강한가봅니다.^^

그러나 쓰여진 시기가 18세기 초반인 만큼 제국주의적인 사고방식 (만나는 유색인종은 모두 노예?)과 종교적 색체가 너무 짙은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이중 종교적인 부분은 쓰여진 시기도 감안해야하고 로빈슨 크루소에게 분명 신이 필요했던 순간이 있었던 만큼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읽기에 정도가 과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도 당시 인물치고는 식인종들을 하나의 인간으로 대해주며 학살하지 않으리라 결심하는 모습 등에서 약간이나마 진보적인 사고방식이 엿보인 것은 다행한 일이겠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저도 혼자서 표류하듯 떠나고 싶은 요즈음이라 좀 후하게 준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읽기를 잘 한것 같아요. 왜 지금까지 이렇게나 많이 읽히는 지를 잘 알려주는 완역본으로 아동용 모험물로만 접하셨던 모든 성인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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