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커 토우마 1 - 가나리 요자부로 지음/서울문화사(만화) |
마타기라는 일본 전통 수렵집단에게서 애니멀 트래킹을 전수받은 트래커 토우마가 주인공인 옴니버스 만화 단편집. 김전일로 유명한 가나리 요자부로 원작입니다. '발자국을 분석하라!'라고 쓰여진 띠지의 카피만 보고 혹해서 구입했습니다. 작화는 노마 로쿠인데 생판 무명이라 이유가 뭔가 했더니, 작품 후기를 보면 만화가 생활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로 먹고 산 세월이 제법 되는 듯 하더군요.
그래도 그림은 아주 괜찮은 편인 반면, 내용은 문제가 심각합니다. 실려있는 에피소드 거의 모두가 숲 속에서 사람을 찾는 이야기인데, 패턴이 너무 단순해서 쉽게 질리기 때문입니다. 대단한 기술로 묘사되는 트래킹도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 이상은 거의 등장하지도 않고요. 게다가 기대했던 추리적인 요소 역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여우 앞발이 뒷발보다 깊게 파인 이유가 입에 먹잇감을 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도가 그나마 괜찮아 보였을 뿐, 발자국으로 신장과 체중을 추정한다는 백년 이상된 설정이 주요한 기술로 등장하니 말 다했죠.
지나친 감상주의도 거슬렸습니다. 도망친 흉악범이 사실은 자연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다던가, 중학교 동창 모임을 통해 과거 그들이 미워했던 담임이 훌륭한 교사였다는 것을 알게된다던가 하는 식인데, 나쁘다고 할 수야 없지만 너무 뻔하고 전형적이었고 교과서 읽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진부했습니다.
주인공 토우마도 전혀 매력적이지 않고 뭔가 붕 떠 있는 느낌입니다. 자연과 숲을 사랑하는 순진한 전문가라는 점에서는 "산"의 '산포'와 비슷한데, '산포' 만큼의 전문성이나 자신의 직업에 대한 철학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작품의 무게 중심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어요. 그냥 착한 동네 아저씨와 다를게 없어 보였으니까요. 실력과 함께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흔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러한 전문가 속성의 장르물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망작이지만 그림은 제법 괜찮았고, 유일하게 사람을 찾는 이야기가 아닌 개 '보가트'를 찾는 에피소드가 그런대로 마음에 들어 조금 점수를 더 줍니다. 역시나 인기가 없었는지 전 3권 완결인데 뒷권을 더 이상 구입해 볼일은 없을 것 같네요...
덧붙이자면, 제목은 "트랙커 토우마"인데 작중 모든 대화에서 "트래커"라고 표시되더군요. 뭐가 맞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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