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검색어 도감에 대한 글을 관련성을 기준으로 정렬하여 표시합니다. 날짜순 정렬 모든 글 표시
검색어 도감에 대한 글을 관련성을 기준으로 정렬하여 표시합니다. 날짜순 정렬 모든 글 표시

2010/08/27

사가판 조류도감 / 어류도감 - 모로호시 다이지로 : 별점 4점 / 3점

사가판 조류도감 - 8점
모로호시 다이지로 글 그림, 김동욱 옮김/세미콜론
사가판 어류도감 - 6점
모로호시 다이지로 글 그림, 김동욱 옮김/세미콜론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작품은 "재괴지이",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서유요원전" 정도만 읽어보았습니다. 국내 출간된 작품은 완독한 셈이지만 대표작이라는 "암흑신화" 등을 읽지 못했으니 팬이라고 하기도 쑥스럽고, 작가에 대해 잘 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요.
그러나 작가만의 '흉내낼 수 없는 기이함' 이 워낙에 매력적이라 국내 출간된 작품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번에 출간된 두 편의 단편집을 같은 이글루스 블로거이신 '벨제뷔트'님의 도움으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읽고난 소감부터 이야기하자면 그야말로 '모로호시 다이지로 월드'를 만끽하기에 충분한 작품집이라는 것입니다. "조류도감"에는 6편의 작품이, "어류도감"에는 7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판타지와 SF는 물론 환상동화, 개그, 일상계 호러와 서스펜스에다가 전기-기담물까지 작가가 손댄 모든 장르가 망라되어 있어 내용도 풍성할 뿐 아니라 특유의 기이함이 전편에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두 권 모두 다 작가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지만, 구태여 구분하자면 "어류도감"쪽은 '기이함'보다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편한 구성의 작품이 많고, "조류도감"은 조금 더 매니아적이고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류도감"이 더 마음에 들었고요. 작가의 진정한 매력은 '호러' 쪽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제 생각을 만족시키는 작품이 실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조류도감"은 4점, "어류도감"은 3점입니다. 모로호시 다이지로를 좋아하신다면 적극 추천할 수 밖에 없는 작품집입니다. 팬이시라면 '닥바구'(닥치고 바로 구입!) 해야 되는 책이랄까요. 좋은 기회를 주신 벨제뷔트님에게 다시금 감사드립니다(몰랐는데 학교 동문이시더군요. 기회가 된다면 학교 근처에서 만나 뵙고 싶습니다^^).

수록작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이야기 두 편만 소개해 드립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탑을 나는 새"

판타지 장르물입니다. 거대한 탑으로 이루어진 세계, 탑의 층마다 다른 세계가 있습니다. 외부의 탑들도 각각 또다른 세계고요.

외부를 멀리하며 탑의 바닥은 누구도 알지 못하고, 나선계단으로 이동한다는 세계관도 독특하지만("계단을 오르는 남자"와 조금 유사하기도 하네요), 외부 세계를 동경하던 주인공이 '천사'일 수도 있는 새 소녀와 사랑에 빠져 인간 세계를 버린 뒤 새들의 현실을 알게 되는 충격적 결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서늘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어요.

"새를 보았다"

두 소년은 거대한 새를 우연찮게 목격한 뒤, 새를 관찰하기 위해 찾아간 건물 옥상에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다른 소년과 친구가 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가 새의 정체를 나중에 알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상계 심리 서스펜스 호러'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단한 공포는 없지만 새의 정체를 둘러싼 긴장감이 좋고, 마지막의 진상도 괜찮았어요. 일상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심리 서스펜스가 무엇인지를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그 외의 작품들 중에서는 전기-기담물인 "호무치와케"와 "어류도감"의 "교인", 심리드라마 "물고기 꿈을 꾸는 남자"를 베스트로 꼽습니다.

덧 : 리뷰를 읽으신 트위터 지인께서 진짜 도감인줄 아셨다고 하시네요. 생각해보니 모로호시 다이지로 월드안의 온갖 상상의 동물들을 실제 도감형식으로 꾸며놓아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이런 도감이 실제로 나온다면 그 역시 '닥바구!'

2021/09/18

재미있는 식물 산책 도감 - 하나후쿠 코자루 / 이태용 : 별점 1.5점

재미있는 식물 산책 도감 - 4점
하나후쿠 코자루 지음, 이태용 옮김/성안북스

'산책길에 만나는 풀꽃과 나무의 재미있고 비밀스런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계절마다 길에서 흔히 보는 꽃과 나무들 100종을 간단한 만화 한 페이지와 사진과 짤막한 소갯글 한 페이지로 알려주는 책.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만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구입했습니다. 도감류는 원래 좋아했고, 만화도 재미있어 보였으니까요.

일본의 들꽃이지만 민들래, 냉이, 강아지풀, 싸리, 억새, 칡 및 대부분의 나무들은 우리 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자가 남편과 꽃가게를 하는 프로 원예가인 덕분에 전해주는 괜찮은 정보도 제법 많고, '석산'은 교배로는 번식을 못 해서 모두 같은 유전자를 지녔다던가, 마타리 뿌리에서 장 썩은 냄새가 나고, 때죽나무의 덜 익은 열매에는 에고사포닌이라는 유독 성분이 있다는 등의 내용은 흥미로왔었고요. 우리나라에는 흔치 않지만, "녹나무의 파수꾼"으로 친숙해진 녹나무 소개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부분은 극소수일 뿐입니다. 우선 도감 측면에서 영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이 큽니다. '도감' 이라면 모름지기 그림으로 해당 주제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어야 할 텐데, 만화로 그려낸 그림은 도감으로 보기에는 부실했고,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은 절반 정도는 설명하는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도감'이라는 명칭을 붙인건 사기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깊이있는 정보를 알기도 불가능합니다. 사진을 빼면 반 페이지 정도에 불과한 분량으로 깊이있는 설명을 하는건 애시당초 무리니까요. 그나마의 설명글도 인터넷 사전 등에 있는 정보를 반복하는 내용 외 특별한 저자만의 정보도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만화도 영 별로에요. 꽃과 나무에 관련된 일상툰같은 이야기가 많았더라면 재미라도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도감과 만화 양 쪽 모두 점수를 줄 여지가 없습니다.

2021/05/08

월드 탱크 뮤지엄 도감 - 모리나가 요우 / 대원씨아이 : 별점 2점

월드 탱크 뮤지엄 도감 - 4점
모리나가 요우 지음/대원씨아이(만화)
144 분의 1의 비율로 만든 탱크 모델 식품완구 시리즈인 월드 탱크 뮤지엄 (이하 WTM) 해설서에 사용되었던 모리나가 요우 씨의 일러스트를 모아 놓은 도감입니다. 도감도 좋아하고, 탱크도 좋아하는데 그림을 모리나가 요우 씨가 그렸다니 구입하지 않을 재간이 없었습니다.
한 항목 당 아래와 같이 모리나가 요우 씨의 일러스트 중심 해설 한 페이지와 식품 완구 소개 및 짤막한 코멘트 한 페이지, 도합 두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식품완구 시리즈의 경우, 시리즈 4펀까지는 제품 6개에 시크릿 아이템 1개, 5편부터 제품 7개에 시크릿 아이템 1개씩이 소개되며 적외선 컨트롤 시리즈는 4개 탱크가 소개되는 구성입니다. 대충 52종의 탱크 및 무기 소개가 있는 셈이지요.

2차 대전 당시 탱크 비중이 높고, 그 중에서도 독일 탱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게 특징입니다. 때문에 같은 탱크 소개가 반복되는 일도 잦고요. TIGER의 경우에는 1, 2 모두 두 번 이상 소개됩니다. 초기형, 양산형, 시제품형 등 여러 가지 구분 으로요. 그 외에는 소련 탱크들 비중은 높은 반면, 미국과 영국 탱크는 한없이 비중이 낮습니다. 영국 탱크는 아래의 파이어플라이 한 개만 소개되었을 뿐이에요. 일본 내에서 인기 있는 탱크를 엄선했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시리즈 4가 자위대 탱크로만 구성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겠지요.
모리나가 요우 씨의 그림은 여전히 좋고 짤막하게 읽기에는 괜찮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도감 뒷부분에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소개라든가 WTM 완구 개발 과정이라던가 중국 공장 방문기, 완구를 만든 원형사 소개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역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탱크의 탄생>>에 비하면 확실히 별로였습니다. 탱크 도감으로 기능하려면 주요 탱크별로 특징들과 개발 이력, 파생형, 주요 전과 등을 알 수 있게 잘 정리해 놨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목차부터 완구 출시 순서라 탱크별로 묶여 있지도 않고, 내용의 밀도도 많이 부족했 습니다. 그냥 멋진 일러스트와 단편적인 소개에 그치니까요. 몇몇 특별한 에피소드 및 잡스러운 정보 한 두개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요. 솔직히 완구 소개는 불필요했고요.

아울러 시리즈가 거듭되어 갈수록 만들어낼 탱크가 떨어진 탓인지 아래의 슈토르히 연락 관측기, 코브라 헬기 등 탱크와는 동떨어진 제품이 소개되는데, 이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월드 탱크 뮤지엄"이 완구 시리즈 명칭임을 모르고, 진짜 탱크 관련 정보만 수록되어 있을거라 생각한 저 같은 사람에게는 속았다는 느낌을 전해줄 것 같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혹 이 책이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도감이라기보다는 찌라시 모음에 가깝다는 점,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모리나가 요우 씨의 다른, 제대로 된 책이 읽고 싶네요.

2020/06/07

탱크의 탄생 - 모리나가 요우 / 전종훈 : 별점 3점

탱크의 탄생 - 6점
모리나가 요우 지음, 전종훈 옮김/레드리버

탱크에 가까웠던 무기에서부터 시작해서 1차 대전 개발되어 전선에 투입되었던 탱크까지 섬세하면서도 귀여운 일러스트로 설명해주는 도감입니다. 고대 전차부터 중세 시대 후스파의 바겐부르크(전투용 마차), 다 빈치의 무적 전차와 각종 무기들, 일본 에도 시대의 우차전차 안진샤, 근현대 전차의 초기 아이디어인 코웬 머신과 심스 장갑차 등을 거쳐 1차 대전 본격적인 전차가 개발되기까지의 여러 시행착오와 그 결과물들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해 줍니다. 이전 "아틀라스 전차전"을 통해 접했던 내용도 많지만, 흑백 사진과 딱딱한 사실 위주의 글보다는 그림과 친근한 만화,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전차의 역사와 당시 전차의 구조, 전술 등을 이해하는데에는 훨씬 효과적이라 생각됩니다. 이런게 도감의 힘이라 할 수 있겠지요.

도감이기에 그림, 일러스트가 가장 중요할텐데, 미야자키 하야오하야미 라센진이 떠오르는 그림은 정확한 사실과 설계에 기반해서 꼼꼼하게 그려내었기 때문에 자료적 가치가 아주 높습니다. 작가가 여러가지 자료 조사를 거쳐 - 심지어 영국에 있는 전차 박물관에 직접 방문하여 찍은 사진을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등 - 꼼꼼하게 그려내었을 뿐 아니라, 자료가 없어서 상상해서 그린 부분은 빠짐없이 명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쪽 분야는 우에다 신이 이미 명성을 날리고 있지만, 그림과 채색 모두 이 쪽이 제 취향이었습니다. 게다가 무려 풀 컬러입니다! 단순히 내, 외관을 그려낸게 아니라 자신만의 해석으로 필요한 부분을 데포르메 한 형식도 좋았고요. 몇 가지 샘플을 소개해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러한 그림 외에 담고 있는 정보도 많습니다. 1차 대전 탱크전의 상세한 기술은 물론, 당시 탱크는 대포에 맞으면 쉽게 부서져서 큰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는 것, 진흙에 빠지면 탈출하기 힘들었는데, 마크 4 부터 진흙 탈출용 목재를 장비하였다는 것, 내부에 엔진이 있어 의사소통이 어려웠기 때문에 스패너 등으로 두들겨서 의사소통하고 명령을 전달했다는 것, 윤활유를 비롯한 각종 기름 범벅이었다는 것 등 영국 전차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프랑스의 슈네데르 CA, 생샤몽이라던가 독일의 돌격전차 A7V 등 여러가지 초기 탱크, 전차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상세하게 소개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중 개인적으로는 독일에서 영국 전차를 노획하여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1918년 독일의 춘계 공세 때 영국이 전차를 버리고 후퇴해서 무려 300대의 전차를 입수한게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기술하면 독일' 이라는 인상이 강한데, 1차 대전 때에는 전차 기술력에서 뒤진 탓에 어쩔 수 없이 노획한 전차를 가지고 전쟁을 벌였다는게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독일의 기술력으로 좀 더 개량해서 전쟁에 나서지 않은걸 보면, '기술의 독일'도 1차 대전 때에는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나 봐요.

그러나 2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에 22,000원이라는 가격은 좀 쎕니다. 풀 컬러 탓이겠지만 좀 아쉬웠어요. 또 정보 전달 측면은 우수한 재미 측면은 당연히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약간은 단점이고요. 전형적인 일본의 도감 스타일이기는 한데, 어수선한 레이아웃도 거슬렸습니다. 그림은 좋았지만 흑백에 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안 타고는 못배겨!"보다는 낫지만요.

그래도 추천작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분량에 비하면 조금 비싼 가격과 처지는 재미 탓에 감점합니다만 그림의 밀도가 높아서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전쟁사나 무기, 도감 등에 관심 많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저자의 다른 도감도 있다면 게속 출판되면 좋겠네요.

2013/01/13

전차 메카니즘 도감- 우에다 신 / 강천신 : 별점 2.5점

전차 메카니즘 도감 - 6점
우에다 신 지음, 강천신 옮김, 윤민혁 감수/이미지프레임(길찾기)

군사 전문 삽화가 우에다 신이 저술한 일러스트로 구성된 전차 도감. 짤막한 고대, 중세, 근대 전차 소개에 이어 1차 세계대전부터 1990년대까지 세계 각국의 주요 전차를 치밀한 일러스트로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장점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미려하면서도 고증에 충실하고 디테일한 그림들로 전차의 역사를 꿰뚫어 볼 수 있다는 점이겠죠. 도감답게 주요 전차는 내부 구조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갖가지 바리에이션들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이 책 한 권이면 세계 전차의 흐름을 대략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2차 세계대전 시기의 전차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차전"이라는 것이 중요했던 거의 최후의 시기인 만큼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겠지만요. 물론 2차 대전 병기는 다른 책들에서도 굉장히 많이 다루는 내용이기에 단점이 될 수도 있긴 하나, 이 책에서는 소련 전차를 굉장히 주요한 전차로 소개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프랑스, 일본 등 다른 제3국 전차들도 망라하고 있다는 분명히 차이점이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일러스트 이외의 정보는 극히 적다는 점, 있더라도 별로 볼 것도 없고 재미 또한 없다는 점입니다. 특히 마지막에 실려 있는 만화로 보는 전차 발달사라는 "전쟁과 전차" 코너는 만화도 아닐뿐더러 그림도 거칠고 내용도 별볼일 없어서 아주 실망스럽더군요.

그리고 제목과 같은 "메카니즘"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대략적인, 요약된 내용이 실려 있는데, 이 점은 저 같은 대충대충 2차 대전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적당하나 심도 깊은 내용을 원하신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그야말로 "전차 도감"에 충실한 책으로 개인적으로는 만족하나, 2만 원이 넘는 가격에 어울리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네요. 구입 예정이 있으신 분들은 먼저 한 번 훑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23/06/03

요괴 대도감 - 미즈키 시게루 / 김건 : 별점 2점

요괴 대도감 - 4점
미즈키 시게루 지음, 김건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아주 오래전, 거의 40년도 더 전에 소년 잡지 부록으로 세계 각지의 몬스터들, 유명한 악마들을 상세한 그림과 함께 소개해주는 도감을 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불법 복제된 해적판이고, 작가가 일본 사람이라는 생각은 당연히 하지 못했었지만, 엄청나게 세밀하면서도 독특한 그림만큼은 기억에 깊이 남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미즈키 시게루라는건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그 책을 다시 구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즈키 시게루의 대표작인 <<게게게의 귀타로>> 만화책과 함께 <<요괴 대도감>>이 우리나라에 정식 출간된다고 해서 기쁜 마음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망스러웠습니다. 오래전 추억 속 그 책과 다른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추억 속 책은 <<세계 요괴 대백과>>였더라고요. 이 책에는 잘 알지 못하는 일본 요괴만 실려 있는데다가, 요괴들도 출처가 불분명한게 많고, 갓파나 너구리는 각각 수십여종 소개되는 등 다소 지루해서 내용면에서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작화만큼은 대단하기는 했습니다. 그야말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업의 폭도 넓습니다. 아래와 같이 사실적인 그림체도 있고, 일본 우키요에 느낌이 드는 일본화풍 그림도 있고, 전형적인 만화체도 있거든요. 덕분에 여러모로 풍성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그림들이라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세계 요괴 대백과>나 발간되었으면 합니다.

2020/04/25

카레 도감 - 가큐 쇼타로, 오카타 오카 / 김영진 : 별점 1.5점

카레 도감 - 4점
가쿠 쇼타로 감수, 오카타 오카 그림, 김영진 옮김/성안당

올해 들어 이상하게도 카레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게 되네요. 이 책은 카레에 대해 여러가지 짤막한 정보들을 관련 그림과 함께 가나다 순서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목처럼 '도감'이라고 할 만한 책은 아닙니다. 그림들은 재미를 더해주기는 하지만 정보 측면으로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단순한 일러스트에 불과한게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림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자유분방하면서도 과감한 선과 색의 조합이 제 취향이었으니까요.

수록된 정보도 중구난방으로 전혀 정리도 되지 않고, 무슨 기준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인도에서는 버섯이 인기가 없다던가, 카레가 아침에 먹으면 좋은 이유(향신료가 건강에 좋고,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등) 와 같은 쓰잘데 없는 내용 등 다루는 범위가 굉장히 넓어서 좀 기묘하면서도 황당한 재미는 있습니다. 실제 요리와 재료를 비롯하여 만화 "요리인 아지헤이"에 등장하는 '블랙 카레', 2011년 벨기에에서 제작했던 다큐멘터리 "성자들의 식탁", 심지어 '스푼'까지 한 꼭지 있을 정도니까요.
실존 인물들 소개도 많습니다. 주로 요리사나 카레와 관련된 유명 연예인이 많은데,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가 카레 매니아로 유명하다며 소개되고 있는게 좀 특이했어요. 그런데 딱 한 가지, '카레맨' 항목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제가 아는 카레맨은 도쿄 시모키타자와 카레 페스티발의 마스코트가 아니라, 프로레슬러 크리스토퍼 다니엘즈의 또다른 기믹이기 때문입니다! 보고싶다 Fallen angel!

다루고 있는 소재의 특성 상 당연히 레시피에 가까운 정보도 많습니다. 이 중 다시 국물로 지은 밥에 버터를 섞은 버터 라이스는 카레와 찰떡궁합이라는데 한 번 시도해봐야겠어요.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로 보이거든요. 감자와 콜리플라워, 카레를 섞어서 물기없이 볶는 알루 고비도 조금 자세하게 레시피를 찾아보고 싶고요. 맛이 없을 수가 없을테니까요. 인도의 레모네이드라는 '잘지라'도 맛이 궁금합니다. 커민과 생강, 블랙 페퍼, 레몬, 소금을 차가운 물과 섞었다는데, 아마도 어른의 맛이겠죠. 인도 남부지방이 원조라는 '치킨 65'라는 요리는 우리나라 양념 통닭과 너무나 비슷해서 놀라운데, 역시 사람들 생각은 다 비슷한게 아닐까 싶었고요. 마지막으로 네팔의 술 퉁바도 소개에 따르면 카레와 전혀 관계는 없지만, 마시면서 뜨거운 물을 계속 붓는 음주법과 덕분에 마실 수록 맛이 좋아진다니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흥미거리가 없지는 않지만, 극소수의 볼거리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도감, 즉 사전으로서의 깊이도 부족하고, 지나치게 일본에 편중된 정보들일 뿐 아니라, 어떤 항목들은 카레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도야마현 이미즈시'에 파키스탄 사람들이 많이 모여살고, '카슈미르 카레'는 매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이야기같은게 대표적이죠. 우리나라도 따지면 '이태원동 이태원로' 가 사전에 한 꼭지 있는 셈입니다. 인도 카레 맛집이 있다는 이유로요.
그나마 이건 약과로 '츄오센 (일본 전철 노선)'에 맛있고 개성적인 카레 전문점이 많다고 소개하는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습니다. '츄오센'에 맛있는 스시집, 장어집, 프랑스 요리집도 있을텐데 말이죠. 심지어 아예 '카레'라는 단어도 소개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도 다수입니다. 저는 '에그타르트'가 카레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커피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 중에서도 최고는 '콜럼버스' 입니다. 콜럼버스가 카레와 약간이나마 관련이 있는건 '인도'를 찾아 항해를 떠났다는 정도인데, 정작 이 책에서 소개되는 항목의 핵심은 계란을 깨서 세웠다는 '콜럼버스의 계란' 이야기거든요. 이 쯤 되면 '카레 사전' 이 아니라 그냥 작가가 쓰고 싶은 토막 정보들을 대충 모아놓은게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들 정도에요. 1998년 일본에서 일어났던 '독극물 카레 사건' 에 사용된 독극물이 비소라는 이유로 비소가 한 꼭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이에 비교하면 스트리트 파이터의 '달심'이 소개되는건 오히려 당연해 보입니다. 달심은 카레를 좋아하며, 부인 '사리'가 만들었다는 취지의 카레가 실제 시판된 적도 있다고 하니까요.

번역, 책의 완성도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오타도 많고, 잘못 구성된 페이지가 제법 눈에 뜨이거든요. '암추르'는 책 안에서도 '암츄르'라는 말과 혼돈되어 표기되는데, 이래서야 사전으로서는 낙제점이죠. 더군다나 '파키스탄' 소개 항목의 그림은 깨져있기까지 합니다. 교정을 제대로 보지 않은게 명백하다는 증거지요. 풀컬러에 꽤 두꺼운, 묵직한 종이를 써서 인쇄한 200여 페이지 가까운 분량의 책이 16,000원이라는건 비교적 양심적인 가격이기는 한데, 이러한 단점들 때문에 도저히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카레에 대한 책은 이제 좀 그만 읽어야겠습니다.

2021/12/31

2021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열 여덟번째 블로그 리뷰 총 결산입니다. 블로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나이라니 감개무량합니다. 다 컸으니 이제 돈을 좀 벌어 와야 할 텐데 말이지요.

하여튼,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사태 장기화 탓에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작년보다는 줄었어요. 작년에는 133권을 읽었는데, 올해는 추리 / 호러 장르문학 57 (77)권, 기타 장르문학 3 (4)권, 역사서 17 (9)권, 디자인 or 스터디 1 (4),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15 (25)권, 기타 도서 24 (14)권으로 다 합쳐서 117권을 읽었으니까요. 이유는 백신 접종과 위드코로나 정책 덕분에 다른 활동으로 보낸 여가 시간이 늘었던 탓입니다. 올림픽도 열심히 관전했고요. 거기에 더해 작년에는 '추리 소설 1,000권 읽기'라는 개인적인 큰 목표 달성을 위해 더 열심히 달리기도 했었지요. 여러모로 작년이 역대급이었던 셈으로, 당분간은 작년처럼 책을 많이 읽는 해는 오지 않을거라 생각되네요. 그래도 최소한의 목표인 100권은 훌쩍 넘겼으니 만족합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21년 베스트 추리소설 :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별점 4.5점! 20세기 미국 범죄 소설, 그 중에서도 하드보일드 장르의 흐름을 미국 역사 흐름과 비교하여 분석하는 문학사 서적. 상세 리뷰는 링크 참고하시길.

"나는 언제나 옳다
별점 4점! 복잡한 복합 장르 구성을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 단편 분량인 만큼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2021년 워스트 추리소설 :

"ON 온"
올해의 워스트 후보작은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서술트릭의 모든 것",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 "가면병동", "최후의 일격, "범죄 캘린더"와"On 온"의 7편이나 됩니다. 모두 별점 1.5점짜리였지요. 거장 엘러리 퀸의 작품이 두 편이나 포함되어 있는게 놀라운데, 한 편은 나이 탓에, 또 한 편은 양산 모드로 쓰여졌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최후의 일격"은 괜찮은 발상의 트릭이 사용되기는 했고, 단편집 "범죄 캘린더"는 별점 2~2.5점짜리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서 워스트 급은 아닙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은 책 자체 내용 문제보다는 다른 문제로 인한 감점 요인이 더 컸고요. 단편집 "서술트릭의 모든 것"은 "범죄 캘린더"와 같은 이유로 제외하면, 진짜 워스트 후보작은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와 "가면병동", "On 온"의 세 편이 남습니다. 

이 중 올해의 워스트로는 "On 온"을 꼽습니다. 유치한 설정, 합리적이지 못한 전개, 스테레오 타입의 뻔한 주인공들이 어우러진 싸구려 스릴러니까요. 다른 두 편은 약간이나마 추리적인 요소가 들어갔다는 점에서 그나마 "On 온"보다는 조금 나았습니다. 물론 도긴개긴입니다만....

2021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도 3권 밖에 읽지 않아서 뽑기가 어렵네요. 재미만큼은 확실했던 별점 3점의 "사라진 세계"가 베스트였어요. 워스트는 따로 뽑지 않겠습니다.

2021년 베스트 역사 도서 :

"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
별점 5점! 역사 바로 세우기 측면에서 모든 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와 "영어 조선을 깨우다 1"도 별점 4점을 받은 좋은 책이었는데, 아쉽게도 탈락했네요.

2021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별점 1점. 편협한 개인 의견을 잔뜩 투입해서 불쾌하기 짝이 없었던, 그냥 '나쁜' 책입니다.

2021년 베스트 / 워스트 디자인 or Study :

딱 한 권 밖에 읽지 않아서, 올해는 평가할게 없네요. 공부가 부족했던 한해네요....

2021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
올해 이 쪽 분야 책들은 다 고만고만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 "경양식집에서",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가스트로노미"의 5권이 별점 3점을 받았습니다. 이 중 재미와 자료적인 가치, 책의 완성도 등 모든 면을 고려하여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를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1부만 한정하면 별점 4점 이상도 충분했던 책이니까요.

2021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올해는 2점 이하의 별점이 없어서, 워스트는 따로 뽑지 않습니다.

2021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
별점 4점을 받은 책은 "1달러의 세계 경제 여행",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 "n분의 1의 함정"의 세 권이었습니다. 다 좋은 책이었지만, 이 중 재미에 더해 제 전공 분야인 커뮤니케이션과 상호 작용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를 올해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2021년 워스트 기타 도서 :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별점 1.5점을 받은 올해의 워스트 후보작은 "재미있는 식물 산책 도감",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만화로 보는 99가지 발명품 이야기"의 3권입니다. 이 중 사람 열받게 만드는 가소로운 자기 주장을 담고 있는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가 올해의 워스트입니다.

2021년 베스트 Movie : 

"나이브스 아웃"
훌륭하게 현대에 되살린 본격 추리물! 별점 3점.

2021년 워스트 Movie : 

"철권을 가진 사나이"
황당무계하고 유치했던, 심지어 액션마저 별 볼일 없었던 '가짜' 무협 영화.

2021년 베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전체적인 별점은 고만고만해서 베스트랄건 없네요. 에피소드 기준으로는 "Q.E.D iff 증명종료 14" 수록작 "1억엔과 여행하는 남자"가 오랫만에 별점 4점짜리 에피소드였습니다.

2021년 워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Q.E.D iff 증명종료 16"
수록작 3편 중 2편이 별점 1.5점, 1편이 별점 1점을 받은 워스트 오브 워스트. 그 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의 "앙숙"도 별점 1점짜리 망작이었습니다. 별점 1.5점 짜리 에피소드들은 언급하기도 힘들만큼 숱하게 있었고요. 추리 만화 분야는 영 실망스러웠던 한해였네요.

2021년 베스트 Comic - 기타 : 

"그리고, 또 그리고 1~5"
별점 4점짜리 책은 이 책 외에도 "피너츠 완전판 19 : 1987~1988"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베스트로 꼽은 이유는 재미와 감동에 더해 미대 졸업생인 저에게 많은걸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고요. 하여간, 극히 일부의 예외는 있지만 만화가가 그린 자기 이야기는 무조건 최고에요.

2020년 워스트 Comic - 기타 : 

최저 별점이 2점이라서, 워스트는 따로 꼽지 않겠습니다.

결산평 : 

이상으로 2021년 블로그 결산을 마칩니다. 올 한해는 저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한해였어요. 인생의 큰 목표 중 하나였던 '추리 소설 1,000권 읽고 리뷰 쓰기'를 완료했기 때문이거든요. 저도 하루하루, 한달한달, 한해한해가 더욱 소중한 나이가 되었는데, 2022년에도 저 개인적으로 내세울 수 있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의미있고 가치있는 2022년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했고, 또 감사드립니다!

2020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2021/11/19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 - 아리스가와 아리스 / 김효진 : 별점 1.5점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 - 4점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이소다 가즈이치 그림, 김효진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추리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선정한 밀실 트릭 걸작 40편을 일러스트레이터 이소다 가즈이치의 그림과 함께 소개하는 책입니다. 

몰랐던 작품에 대해 알게 된게 가장 큰 수확입니다. 어떤 트릭이 사용되었을지? 생각하게 만드는 글솜씨와 저는 별로였던 작품에 대해 호평하는 이유 등 아리스가와 아리스만의 시각도 볼 만 했고요. 저는 폄하했던 작품에 대해 높이 평가한 글들은 저 역시 리뷰어로서 많은 공부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다른 점들은 거의 모두 기대 이하였습니다. 이런 리뷰 모음인 줄은 몰랐던 탓입니다. 밀실 트릭에 대한 분류와 대표작 소개 등, 이론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구입했는데 예상과 너무 다르더군요. 

게다가 소개된 트릭의 비밀을 완벽하게 숨기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서두에서 이 책은 일종의 '초대장' 임을 분명히 밝히며 앞으로 이 작품을 읽어보라는 취지의 리뷰이니 이렇게 쓴 건 당연합니다만... 절반에 가까운 작품이 국내 출간되지 않은게 문제지요. 국내에는 서양 미스터리 20선 중에서 11편 - 빅 보우 미스터리, 13호 독방의 문제, 노란 방의 비밀, 급행열차 안의 수수께끼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1"에 수록), 시계 종이 여덟 번 울릴 때, 개의 계시, 세 개의 관,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킹은 죽었다, 벌거벗은 태양, 투표 부스의 수수께끼 ("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수록) -, 일본 미스터리 20 + 1 중에서도 11편 - D 언덕의 살인사건, 거미, 완전 범죄, 등대귀, 혼진 살인 사건, 문신 살인 사건, 호로보의 신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에 수록), 천외소실 사건, 인형은 텐트에서 추리한다, 녹색 문은 위험, 모든 것이 F가 된다 - 이 출간되어 있습니다(2021년 11월 기준). 41편 중 무려 19편이 미출간된 상황이에요. 이래서야 거의 절반 가까이는 정답을 알래야 알 수 없는 퀴즈집을 읽은 셈이라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소개된 작품들이 선정된 이유도 여러가지를 대고 있지만, 결국 트릭만 멋지면 다른건 다 간과하는 듯한 리뷰도 불만스럽습니다. "녹색문은 위험" 같은 작품을 선정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애초에 이 작품 속 트릭은 기발하기만 할 뿐 현실성은 전혀 없거든요. 하긴, 밀실 자체가 범인이 일부러 만들 이유가 없다는 점을 너무 대충 넘어가는 것 부터가 이상해요. 애초에 밀실 '살인'은 말이 안됩니다. 밀실에서 죽었다면 자살이어야죠.

수록 일러스트들도 실망스럽습니다. "거미" 속 거미 연구소처럼 몇몇 작품 속 건물에 대한 일러스트는 나름 반가왔지만 대체로 간단한 평면도와 밀실이 있는 건물의 간략한 스케치 수준에 불과해서, 예쁘기만할 뿐 가치는 없습니다. 책도 꼼꼼히 읽고, 관련 자료도 열심히 수집했다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설명이 무의미하게 여겨질 정도로요. 이왕 밀실 트릭 해설을 위한 그림을 싣는다면, 트릭을 설명하는 용도가 훨씬 좋았을거에요. "급행열차 안의 수수께끼"의 복잡한, 기차 내부 장치들을 활용하여 만든 장치 트릭을 그려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게 '밀실 대도감' 취지에도 더 잘 맞았을테고요. 이런 문제에 더해 3만원에 육박하는 가격도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내용을 떠나 분량, 완성도 등 모든 면에서 이 가격을 받을 책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조금 조사해봤더니 저와 같은 이유 - 단순한 리뷰 모음, 트릭 설명 없음, 무의미한 그림들 - 로 이 책에 실망하신 분들이 많더군요. 저도 좀 조사해보고 구입할걸 그랬습니다.

마지막으로,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인터넷을 뒤져 알아낸,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작품들 트릭을 몇 개 찾아서 소개드립니다. 당연히 스포일러입니다. 혹시라도 국내 출간에 기대를 걸고 계시다면, 절대 읽지 마세요.

"밀실의 수행자" 비록 국내 소개된 작품은 아니지만 트릭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의 명탐정 50인"에 소개된 적이 있기 때문이지요. "소년탐정 김전일"의 "이진관촌 살인사건"에서도 살짝 비틀어 사용되기도 했고요. 진상은 인도인 하인들이 위의 창을 통해 침대를 천장까지 끌어올렸던 겁니다. 백작은 고소공포증이 있던 탓에 침대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굶어 죽게 된 거지요.

"엔젤 가의 살인" 엘리베이터 천장 창문을 통해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면 칼이 떨어진다는 장치 트릭. 작품을 읽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칼을 3층 천정쪽에 묶은 끈으로 엘리베이터 천정에 매달아 놓으면,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면서 끈이 끊어지고, 칼이 떨어져 아래 사람에게 꽂힌다는 걸까요?

"고블린 숲의 비밀" 뒷문 쪽에 있던 사촌이 잽싸게 집에 들어가 비키를 죽이고, 방수 시트 위에서 잽싸게 시체를 해체해서 짐 속에 나누어 넣었다. 그리고 뒤따라 온 사촌이 비키를 찾는 척 정문으로 들어간 뒤 뒷문을 잠근 것. 그리고 짐을 차에 싣고 돌아간게 진상이었다.

"지미니 크리켓 사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일즈가 범인이었다. 그는 경찰복을 입고 큰아버지를 살해한 후 방 안에 숨어있다가, 루퍼트가 들어온 뒤에 경찰들과 함께 들어온 것처럼 속였던 것. 납치했던 경찰관을 죽였던건 경찰복을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루팡 3세 애니메이션에도 사용된 트릭이라지요. 조금 조사해보니, 자일즈와 노인의 관계에 대한 반전도 인상적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51번째 밀실" 범인이 지붕을 떼어내고 탈출하는 트릭. 그림만 봐서는 잘 모르겠네요. 범행을 저지른 동기 쪽이 더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죽음의 종이 울렸다" 조각상 밑에 쐐기를 꽂아 놓아 쓰러지기 쉽게 해 놓은 뒤, 창 밖에서 푸코의 진자를 움직이면, 진자가 조각상에 맞아 쓰러지게 만든 것. 설명만 읽어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트릭의 작동 원리를 그려 주었어야죠!

"보이지 않는 그린" 살해 장소인 화장실의 작은 환기구로 고무 보트를 들여놓은 뒤, 좁은 화장실 안에서 고무보트를 부풀려 심장 빌작을 일으킨 것.

"다카마가하라의 범죄" 현인신은 신이라서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 무녀가 조서를 들고 2층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 보초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 찾아본 결과로는 이러하던데, 이게 말이 되나요?

"구혼의 밀실" 어린 아이가 범인. 피해자와 범인이 협력하여, 피해자 어깨 위로 범인이 올라가서 3미터 이상 높이였던 천장 채광창으로 탈출한 것.

"로웰성의 밀실" 만화책 37페이지에 있던 엘로라를 맞은편 36페이지에 있던 홀리가 손을 뻗어 살해한 것. 3차원의 인물이 2차원에서 저지른 사건으로, 이소다 씨의 일러스트가 나름 힌트가 되기는 하네요. 이걸 트릭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대도감

2011/05/08

올댓편의점 / 올댓오타쿠 / 올댓 영화 속 무기도감

SKT가 테더앤미디어와 손잡고 흥미로운 앱 기획을 진행하고 있더군요. 이름하여 올댓(All That)! 인기 블로거들과 협업해 블로거들의 가치 있는 콘텐츠를 앱으로 만든다는 발상은 꽤 괜찮아 보입니다. 블로거들에게 광고 수익을 배분해 준다는 점에서 블로거들도 반길 만한 전략으로 보이고요. 제가 받아본 것은 이글루스 블로거이기도 한 채다인님의 "올댓 편의점", 만화 리뷰로 잘 알려진 아까짱님의 "올댓 오타쿠", 그리고 고어핀드님의 "올댓 영화 속 무기도감"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하지만 사용해 보니 앱 자체는 딱히 매력적이진 않았습니다. 각 블로거들의 콘텐츠를 그대로 앱으로 옮겨 놓았을 뿐, 앱만의 새로운 콘텐츠나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이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블로그 내용을 앱으로 포장한 것이라면, 그냥 블로그를 방문해서 보는 것이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웹 연동이 필수인 사용 환경 역시 이런 생각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Standalone으로 동작하지 않는다면 굳이 다운로드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 외에도 "올댓 오타쿠"의 경우 실행할 때 세 번에 한 번꼴로 비정상적으로 종료되는 문제가 있어 완성도가 떨어지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제목도 다소 의아하더군요. "올댓 오타쿠"라니? 단지 일본 만화에 대한 상세한 리뷰를 다루고 있을 뿐인데, '오타쿠'라는 단어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또한, 세 개의 앱 모두 UI 구성이 제각각입니다.

  • "올댓 오타쿠" - 카테고리 게이트웨이 방식
  • "올댓 영화 속 무기도감" - 게이트웨이 방식이지만 내부 콘텐츠는 스크롤 없이 좌우 페이지 전환
  • "올댓 편의점" - 최상단에 카테고리 메뉴 배치

차라리 UI를 통일해 하나의 시리즈 형식으로 제작했더라면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했다면 제작 과정도 더 수월했을 테고, 사용자 경험도 일관되었을 텐데 말이죠.

이 프로젝트 자체는 블로거들에게도 흥미로운 시도이고, 저 역시 블로거로서 관심이 가는 기획이지만, 현재로서는 잘 만든 RSS 리더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듯합니다. 다른 "올댓" 시리즈를 사용해 보진 않았지만, 독립적인 하나의 앱으로서 Standalone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면, 아직까지는 개별 블로그를 직접 방문하는 것이 더 나아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각 2.5점입니다.

참고로 이 별점은 제가 다운로드한 앱의 콘텐츠를 이미 대부분 접해본 이유가 크며, 상기 블로거들의 재미있고 뛰어난 콘텐츠를 아직 접해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4점 이상의 가치가 있으리라 보장합니다.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 설치해서 둘러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 블로그에 들어와 이 글을 읽으실 정도의 분들이라면 상기 블로거들을 모르실 리 없겠지만요...

2018/08/31

스시도감 - 보즈콘냐쿠 / 방영옥 : 별점 2.5점

스시도감 - 6점
보즈콘냐쿠 지음, 방영옥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321개에 달하는 스시 (초밥)를 재료별로 고퀄리티의 사진과 각종 정보와 함께 저자의 평을 곁들여 한 페이지, 또는 반 페이지로 구성하고 있는 도감입니다.

재료에 대해 간략하지만 필수적인 정보(제철,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 등)가 잘 정리되어 있으며 "최고가", "고가", "보통", "저가" 로 구분하여 명확한 값어치를 알려주는 등 유용한 정보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재미 요소는 만화나 각종 컨텐츠에서 접해보기만 했지 실제로 보거나 먹어본 적은 없는 신기한 재료와 초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맛의 달인" 에서 이사무가 먹고 눈물을 흘렸던 청새치 초밥, 역시나 "맛의 달인" 에서 생선을 착각해서 망신당할 뻔한 오오하라 사장을 구해주는 에피소드에 등장한 자바리(구에)로 만든 초밥 등등 이름만 친숙한 재료가 가득합니다.
이런 것도 초밥으로 먹나? 싶은 재료도 눈에 뜨입니다. 회로도 먹기 힘든 다금바리, 군대에서 가장 저렴한 반찬으로 등장했던 임연수어처럼요.

이렇게 많은 초밥 중 맛보고 싶은 걸 몇 개 꼽아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저자가 천년에 한 번 맛볼 수 있는 진미라는 황적퉁돔(센넨다이) 초밥
  • 결점이 없는게 결점이라고 할 정도로 완벽할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한 편인 청황돔(고로다이) 초밥
  • 재산을 탕진할 정도로 맛있다는 쥐노래미 (아이나메) 초밥
  • 태평양의 최고급 새우로 초밥 1개 가격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서 어시장에서도 '살면서 한 번쯤 초밥으로 먹어보고 싶다'는 포도 새우

를 우선 꼽고 싶네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단골 초밥집에 들러서 "오늘은 포도 새우 하나 쥐어 주세요"라고 말할 때가 오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모든 분들이 재미를 느낄만한 책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책을 들고 다니면서 어디서든 유용하게 찾아보라고 소프트 양장 실 제본 방식으로 제작했다는 책 소갯글을 보면, 초밥을 먹으면서 한 장씩 내용을 찾아보고 감탄하며 정보와 함께 진짜 맛을 음미하도록 하는게 주 용도로 보이거든요. 아니면 초밥집에 비치해 놓던가요. 하지만 휴대하기에는 조금 크고 무겁다는건 아쉽습니다. 차라리 문고본 사이즈였다던가 이 책의 정보를 바탕으로 초밥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면 훨씬 나았을 것 같아요. 조금 범위를 확장하면 해산물 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AI를 활용해서 사진만 찍으면 정보를 제공해 준다던가, 예산을 입력하면 근처 어떤 제철 초밥을 어디서 몇 개 정도 먹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던가 하는 식의 서비스를 붙이면 충분히 수익이 나지 않을까요?

하여튼 별점은 2.5점. 모든 분들께 권해드릴만한 그런 책은 아닙니다만 초밥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보셔도 괜찮을 듯 합니다.

2021/08/15

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 유성운 : 별점 1점

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 4점
유성운 지음/이다미디어

총 6장 구성으로, 이런저런 한국의 역사적 상황이 현재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걸 알려주는 역사서입니다. 신라 4대왕 석탈해의 다파나국은 캄차카반도인가?, 고대 남부 한반도 왜의 위치는 한반도 남부를 포함할 수 있다, 처용은 페르시아 왕자일 수 있다, 金을 왜 금이 아니라 김이라고 읽게 되었나?, 왕건의 호남 차별론은 사실인가? 등 목차만 보아도 흥미로우며, 재미있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다양한 사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주는 구성도 좋았고요. 도판들도 빼어나며 특히 제목처럼 지도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소개하자면, 金을 김이라고 읽게 된 이유입니다. 원래는 조선 왕가와 관련된 음양오행설 때문이라는 설이 있었는데, 최근 설은 수, 당 시대만 해도 '금'에 가깝던 발음이 5대 10국을 거치며 '김'에 가까운 발음으로 변했기 때문이라는군요. 고려는 원의 부마국이고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특히 몽골 상류층 이름에 金이 많아서 발음 변화가 퍼졌다는 설인데 꽤 그럴싸했어요. 

왜 중국의 왕조들이 한반도를 완전히 정복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이른바 '실용적인 외교'를 잘 했기 때문이라며, 대표적인 예로 서희가 거란과 강동 6주를 얻어낸 담판을 들고 있습니다. 고려와 거란의 국교를 위해서는 여진이 머무는 압록강 일대 확보가 필요하니, 그걸 달라는 요청이었다면서요.

하지만 당시 고려군은 이미 두 번의 승리를 거두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냥 말 만으로, 외교만으로 평화와 땅을 얻어낸건 아니지요. 이게 적합한 예인지는 아리송합니다. 이 보다는 항복하러 몽골로 향하던 고려 태자 왕전이, 몽케 칸이 급작스럽게 죽자 후계자 후보 중 쿠빌라이에게 미래를 걸었던 행동이 더 좋은 예라 생각됩니다. 아무리 자료와 소문을 수집했다 하더라도 이건 순전히 '감' 이었다고 생각은 됩니다만... 

고려 말, 토지 개혁을 외치며 건국했던 건국 공신들이 결국은 자기들 잇속을 챙겼다는 이야기는 씁쓸했습니다. 공신 조준이 받은 표지는 현재 기준으로 약 124만 7,300평이나 된다니까요. 고려에서도 최고의 권문세족 가문이었던 조준이 혁명에 동참했던건 다 이런 이유가 있던 거지요. 왠지 청렴한 학자일 것 같은 퇴계 이황도 무려 36만평이 넘는 땅부자였다고 하니, 돈이 없으면 성공 못하는 세상인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것 같네요.

이외에도 17세기, 전 세계를 강타했던 소빙기 한파로 조선이 입었던 피해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부분이라던가, 조선에서도 서울 주택 가격은 100년 동안 10배 가량 뛰었다는 등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큽니다. 가장 큰 단점은 지나치게 본인 생각이 많이 담겨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게 임진왜란 당시 끌려간 도공 이야기를 하면서, 이들이 일본에 남은건 비극이 아닐 수도 있다, 이들이 조선에 남았더라면 이런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라는 시각이에요. 당시 끌려간 포로 일부는 조선 귀환을 거부했다는 사료를 토대로, 조선이 문제였다고 마무리하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았기 때문에 조선이 빨리 발전할 수 있었다는 논리하고 똑같죠. 애초에 왜 끌려갔는지를 망각한 망발입니다.

이러한 친일적 시각은 왜의 위치에 대해 분석하며, 그들이 실제로 가야와 신라 이남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으리라 보는 내용 등에도 진하게 묻어 나옵니다. 아울러 역사적 상황이 현재와 별로 다르지 않다며 추가한 저자의 개인 의견들도 마찬가지에요. 한국사 도감에 이런 내용이 들어갈 이유도 없고, 그나마도 한 쪽에 치우쳐진 개인적인 시각이라 불쾌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신진 사대부를 강남 좌파에 비유하는 정도에서 그쳤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이런 내용이 포함된줄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알았다면 절대로 읽어보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별점은 1점입니다. 제대로 된 역사서로 볼 수 없습니다. 개인의 잡문에 가깝습니다.

2026/01/30

세계사 만물 사전 - 헤이본샤 편집부 / 남지연 : 별점 1.5점

AK Trivia Book 시리즈의 한 권입니다. 도감형 사전이지요. 제목 그대로 세계사와 관련된 각종 사물과 개념을 짧은 설명과 도판으로 소개해 줍니다. 

하나의 주제를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매우 짧은 항목들이 이어지는 구성이라 부담 없이 넘겨보기 좋습니다. 한 항목이 대개 도판 하나와 그에 덧붙여진 설명 정도로 끝나는 덕분입니다.
다른 사전이나 도감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소재들이 제법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특히 바다와 선박 관련 정보가 비교적 풍부한 편으로, 범선의 구조를 보여주는 도판이나 돛을 포함한 요트의 상세한 구성 설명은 꽤 볼만했습니다. 이런 부분은 만화 “해왕기”를 볼 때 참고삼아 보아도 좋겠더라고요.
말과 수레, 썰매에 대한 설명도 충실합니다. 특히 썰매를 도판과 함께 체계적으로 소개한게 눈에 띕니다. 여기에 더해 자물쇠와 열쇠, 촛대, 샹들리에처럼 일상적인 소품들의 상세한 설명도 좋고요. 특정 시기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분명 유용한 정보일 테지요.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깊이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항목이 도판 하나에 짧은 설명으로 끝나며, 배경이나 역사적 맥락 없이 현상만 나열하는 경우가 많은 탓입니다. 무엇을 왜 그렇게 쓰게 되었는지, 어떤 흐름 속에서 발전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목차 구성도 아쉽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분류했는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국가와 전쟁에서 바다, 범선, 기선으로 이어지고, 다시 기구와 항공기, 말과 수레, 썰매로의 흐름은 그나마 이해가 되는데 이후에 등장하는 농업과 농민, 의상, 민족, 속옷, 우산, 신발 등은 맥락도 불분명하고 주제 간 레벨 차이도 큽니다. 한 책 안에서 무엇을 중심으로 보고 있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건축과 유적, 신화와 신을 다룬 부분은 도판이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고, 설명 역시 관련 전문 서적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단순해서 실망스럽습니다. 굳이 이 책에서 다뤄야 했을 영역이 아니에요. 무기들도 마찬가지고요. 

도판도 수가 많고 성의가 느껴지며 하나의 일관된 일러스트로 제공된다는건 좋은데, 인쇄 문제인지 전체적으로 품질이 썩 좋지 못합니다. 이는 도감이라는 책의 정체성을 미루어 볼 때, 최악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AK Trivia Book 중에서도 최악 중 하나에요. 추천할만한 책은 아닙니다. 

2025/03/02

지도로 읽는다, 삼국지 100년 도감 - 바운드 / 전경아 : 별점 2점

지도로 읽는다 삼국지 100년 도감 - 4점
바운드 지음, 전경아 옮김, 미츠다 타카시 감수/이다미디어

남자라면 누구나 "삼국지" 팬이겠지요. 저도 무척 좋아해서 원전은 물론, 관련된 책들도 많이 읽어왔습니다. 

이 책도 그러한 삼국지 관련 책 중 하나로, 삼국지의 역사를 '지도'로 정리한 도감 형식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역사 서술이 아니라, 전투의 전개 과정과 국가 간 역학 관계를 모두 지도를 통해 보여줍니다. 이러한 지도 중심의 접근은, 삼국 시대의 복잡한 전쟁과 외교 관계를 시각화하여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당시 이민족의 위치, 작은 난이 일어났던 지역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주요 전투도 전황과 흐름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요.

또한, 184년 황건적의 난부터 280년 오나라의 멸망까지 약 100년간의 전개를 연대별로 다루며,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여 서술되었기 때문에 소설 "삼국지연의"와의 차이점을 확인하는 데에도 유용합니다.

하지만 '지도'에 너무 집착한건 단점이기도 합니다. 역사적 흐름을 정리하는 것보다, 지도로 보여줄 수 있는 주요 전투와 판도 변화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삼국 시대의 정치적·사회적 변화나 인물 간의 관계 등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탓입니다. 전투들도 배경이나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기보다는, "이곳에서 이런 전투가 있었다"는 식이 대부분이고요. '지도'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만든 책같아요.

지도의 완성도도 별로입니다. 특히 전투가 벌어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작은 지도들은 가독성이 너무 떨어집니다. 큰 지도에서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방식이었어야 했는데, 현재 구성으로는 각 전투가 어디에서 벌어졌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표기된 전투의 진행 순서도 더 잘 보이게 만들어졌어야 했어요.
모든 전투를 지도로 설명하는 방식도 좋다고 할 수 없어요. 단순히 전투의 순서만 알 수 있을 뿐, 정확한 세력의 판세나 승패를 알아보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관도 대전이나 적벽 대전 같은 중요한 전투조차 다른 소규모 전투와 비슷한 비중인 것도 단점이에요. 핵심적인 전환점 정도는 보다 상세하게 알 수 있도록 해 주었어야 했습니다.

오나라의 멸망까지 다룬 것은 삼국 시대를 끝까지 정리했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지만, 지나치게 지루하기는 했습니다. 앞서의 큰 전환점도 없이 소소한 전투들로만 이어지는 탓입니다. 차라리 잘 몰랐던 진나라 이후 5호 16국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도와 함께 짧게라도 설명해주는게 더 좋았을 겁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독립적인 책이라기보다는 "삼국지"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을 위한 유용한 참고서에 가깝습니다. 이런 류의 책이라면 십년도 훨씬 전에 읽었던 "전쟁으로 읽는 삼국지"가 훨씬 나은 선택입니다.

2022/07/10

킹은 죽었다 - 엘러리 퀸 / 이희재 : 별점 1.5점

 

킹은 죽었다 - 4점
엘러리 퀸 지음, 이희재 옮김/검은숲

<<아래 리뷰에는 진범과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택에서 아침을 준비하던 퀸 부자는 여러 명의 남자들에게 습격당했다. 알고보니 군수 산업계의 거물 킹 케인 벤디고의 부하들로, 케인의 동생 아벨이 형의 살해 협박에 대한 도움 요청을 하기 위함이었다. 방법은 마땅치 않았지만 '워싱턴'의 지시도 있어서, 퀸 부자는 아벨과 함께 킹이 지배하는 섬으로 향했다. 그곳은 그야말로 작은 도시였고, 킹은 그 섬의 독재자였다.
엘러리의 조사로 킹에게 보내진 협박장은 킹의 둘째 동생 유다의 짓이라는게 드러났다. 유다는 발각된 뒤에도 반드시 형을 예정된 시각에 죽이겠다고 말했기에, 퀸 부자는 완벽한 밀실 안에서 일하는 킹과 자기 방에 갖혀 있는 유다를 각각 범행 시각까지 직접 감시하게 되었다. 그리고 예정된 자정 12:00, 자기 방에서 유다는 빈 총을 밀실을 겨냥해 쏘았고, 곧이어 킹이 밀실 안에서 총에 맞은채 발견되고 마는데...


엘러리 퀸의 장편 추리 소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에 소개되었던 작품. 여름 더위를 잊어볼까 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기대를 놓아버린 '국명 시리즈'와는 다르게, 그래도 읽을만했던 '라이츠빌 시리즈' 와 이어지는 작품이기도 했고, <<밀실 대도감>>에서 소개된 불가능 범죄 상황이 정말로 호기심을 자아냈던 탓입니다. 밖에서 빈 총을 쐈는데, 밀실 안의 사람이 총에 맞는다니!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만화라 해도 설득력이 없어보일 설정들입니다. 군수 산업계의 거물로 전 세계적인 위세를 떨치는 킹 케인 벤디고와 그가 머무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섬에 있다는 어마어마한 제국에 대한 묘사는 황당함이 지나치다 못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어요. 일개 군수업자가 순양함과 잠수함 여러 척을 포함하여 육,해, 공군을 갖추고 있고, 비밀 섬은 아무도 그 위치를 모르지만 최소 몇 천~ 몇 만 명 정도의 인구가 거주하는 대도시 같다니까요. 후대 007 시리즈의 악당들 비밀 기지 정도는 애저녁에 능가해버리지요. 킹이 알고보니 남미 혁명과 2차 대전을 일으키게끔 획책했다는 뒷부분 설명도 어이가 없는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 작품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긴 것도 문제고요.
왜 이런 설정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어쨌건 킹이 밀실에서 살해당할 뻔한 트릭이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데, 과장이 지나치다보니 정통 본격 추리물과는 어울리지도 못하니까요. 007의 닥터 노 같은 빌런을 상상해서 이야기를 썼나 싶어 조사해보니 오히려 <<닥터 노>> 보다도 빨리 발표되었던데, 영문을 알 수가 없군요.

기대했던 밀실 트릭 역시 별볼일 없었습니다. "완벽한 밀실에서 한 남자가 총에 맞았는데 총은 밀실 안을 아무리 뒤져도 발견되지 않았다." 라는 상황인데, 정작 트릭은 "총을 잘 숨겨 두었었다!" 가 전부거든요. 즉, 엘러리 퀸과 퀸 경감의 수색이 실패했을 뿐입니다.
물론 유다 말고도 충신으로 보였던 아벨, 그리고 킹의 아내 칼라 모두가 공범이었다는 진상은 나쁘지는 않았어요. 총을 숨겼던 장치가 술병이라는 것도 유다가 섬 곳곳에 술병을 숨겨두었다는걸 사전에 잔뜩 설명함으로써 독자에게 잘 숨기고 있고요. 이 술병이 유일하게 밀실 밖으로 나간 물건이었다는 것 역시 독자에게 공정하게 설명합니다. 즉, '공정함' 측면에서는 나무랄데 없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대로, 탐정의 실수에 기반하고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워낙 커서 좋은 트릭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킹과 유다, 아벨 형제의 고향이었던 라이츠빌에서의 여러 증언을 수집하여 알아내는 동기도 괜찮은 편이지만, 지나치게 장황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단지 '수영을 잘해서 동생 아벨을 구해주었다는건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한 곁다리 이야기가 너무 많았어요. 또 앞 부분에서 킹이 수영을 못한다는걸 크게 강조한 탓에 독자들도 뭔가 이상하다는건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술병'처럼 정교하게 존재를 숨기는데 실패한 셈이지요.
그리고 킹이 과거 거짓말을 했다 한들, 그게 아벨의 살의에 불을 붙인 이유가 되는지는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차라리 유다처럼 킹이 악당이라서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는게 더 말이 될 것 같아요. 두 형제와 칼라가 손을 잡은 이유 역시 설명되지 않고요. 그녀가 킹을 두려워했다는 묘사는 있지만, 살인은 다른 이야기잖아요?

게다가 아벨과 유다, 칼라가 다시 킹을 자살로 위장하여 살해하고 (이는 퀸 경감에 의해 바로 들통납니다), 섬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떠난 뒤 섬을 날려버리는게 결말은 제가 읽어왔던 작품 중 수위를 다툴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이렇게 쉽게 자살로 위장해 죽일 수 있었는데, 왜 퀸 부자를 강제로 데려와서 기묘한 밀실극을 펼쳤을까요? 일부러 자기들 범행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아니었을텐데 말이지요. 이 결말 탓에 밀실 트릭의 존재 이유도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그나마 딱 한 가지, 유다가 범행 예고 시각에 자기 방에서 빈 총을 쏘고, 그 시간에 킹이 아내 칼라에게 총을 맞는 장면의 묘사만큼은 아주 대단했습니다. 유다를 감시하는 엘러리의 시점에서, 유다의 행동이 굉장히 광기어리게 묘사되어서 좋았어요. 개인적으로는 이외수 작가의 <<꿈꾸는 식물>>에서 정신분열자인 둘째 형이 벽을 통과하려고 시도하는 장면이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단점이 워낙 많았기에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책을 읽고 굉장히 흥미가 생겨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전반적으로 아쉬움과 부족함이 더 많이 느껴지는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유일하게 기대해 봄직했던 트릭마저도 시원치 않았으니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2023/08/19

일본 현지 빵 대백과 - 타쓰미출판 편집부 / 수키 : 별점 3점

일본 현지 빵 대백과 - 6점
타쓰미출판 편집부 지음, 수키 옮김/클

제목 그대로 일본 전국 각지에 있는 여러 빵집들의 대표 빵과 특징적인 빵들을 모아 놓은 빵 사진 도감. 모두 264종의 빵이 소개됩니다. 맛있는 빵들이 가득하니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목차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됩니다. 특정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소울빵', 똑같은 빵이지만 지역별로 변주가 이루어진 빵들,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동네 빵집과 대표 빵, 전국 어디에나 있는 일본의 대표빵으로요.

인상적이었던 건 일본의 크림 빵들은 크림이 정말 가득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식빵을 쓰는 크림빵들도 테두리까지 크림이 발라져 있던데, 이런건 많이 부러웠습니다.
여러가지 빵들의 탄생 비화 (?) 등 빵들의 역사가 소개되는 부분도 재미있었어요. 모리오카 시의 후쿠다 빵집에서는 50여가지의 크림을 가지고 주문을 받으면 바로 콧페빵에 발라 팔았는데, 어느날 따로 주문이 들어왔던 앙금과 버터를 실수로 함께 바른데서 탄생하게 유명한 '앙버터 빵' 이었다는게 대표적입니다. 야키소바 빵의 유래도 비슷한데, 1950년대에 야키소바와 콧페빵을 동시에 팔던 도쿄의 한 빵집에서 손님이 '번거로우니까 안에 넣어달라'고 한 데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카레빵은 도쿄 메이카도(현 카토레이)의 2대 점주가 1927년 실용신안등록한 양식빵이 원조로 추정된다는데, 이는 일본 카레빵 협회(별 협회가 다있네요)의 공식의견이라는군요. 그리고 내용물이 잘 보이도록 비닐에 넣은 삼각 샌드위치의 원조는 1967년의 산케이입니다. 대각선 45도로 컷팅했던 이유는 단면이 가장 길게 보이고, 양쪽 끝은 예각으로 먹기 편하며, 가운데 내용물을 듬뿍 넣을 수 있기 때문이라네요. 이게 이유가 붙을 정도로 획기적인 아이디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컬럼버스의 달걀같은걸 수도 있겠지요.

일본의 3대 간식빵도 상세하게 소개됩니다. 단팥빵, 잼빵, 크림빵인데 이 중 단팥빵과 원조인 긴자 기무라야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도 많이 접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초창기 긴자렌가 거리에 있던 점포 사진 등 도판이 충실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잼빵도 기무라야에서 처음 만들었는데, 초창기에는 딸기가 귀해서 살구잼을 넣었고, 원형의 단팥빵과 구별하기 위해 타원형으로 만든게 지금 모든 잼빵의 원형이 되었다는군요. 크림빵은 신주쿠 나카무라야에서 처음 만들었는데, 창업자 부부가 슈크림을 먹고 그 맛에 감동하여 커스타드 크림을 빵에 넣은게 대성공을 거둔 것에서 시작되었고요.
그 외에 메론빵의 원조는 쇼와시대 초기 고베 빵집 긴세이도의 빵이었다는 등 다양한 정보가 가득합니다.

당연히 먹어보고 싶어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먹기 힘들 뿐더러 일본 여행을 간다해도 일본 전역에 걸친 빵집이 소개된 탓에 찾아보기 쉽지 않지요.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부분을 할애하여 '도쿄'에 위치한 빵집만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는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도쿄는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편이니까요. 소개된 빵집 중 아다치구 기타센쥬에 있는 '마루기쿠 베이커리'가 가장 땡겼습니다. 쇼와시대 레트로 빵 백화점 느낌이라는 말에 꽂혔거든요. <<맛의 달인>>에서 처음 접했던 시베리아(카스텔라 사이에 앙금을 샌드한 과자빵),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는 단팥빵이 끌리네요. 앞서 말씀드렸던 카레빵의 원조 카토레아의 카레빵도 놓칠 수 없고요. 여기까지 왔다면, 당연히 긴자 기무라야와 신주쿠 나카무라야에도 가 봐야겠지요.

그런데 읽다보니 이전에 읽었던 <<오이시이 빵>>에 나온 빵들이 많은 것 같아서 찾아보니 실제로 그러했습니다. 비교해보니 재미가 더 쏠쏠했어요. 출판사도 다르고, 책 성격도 좀 다르지만 두 책을 합쳐서 정보를 좀 더 보강하고, 목차를 빵 종류 중심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용어도 통일하고요. (같은 빵을 쿠페 빵 / 콧페빵으로 각각 소개함)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도감답게 딱히 남는건 없지만, 보기만 해도 즐거운 책입니다. 빵을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2022/05/28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중국 건축 이야기 - 자오광차오, 마젠충 / 이명화 : 별점 2.5점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중국 건축 이야기 - 6점
자오광차오.마젠충 지음, 이명화 옮김, 한동수 감수/다빈치

제목만 보면 중국 건축에 대한 미시사, 건축사 책으로 여겨지지만 실상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건축의 기초가 되는 석재, 벽 등을 만드는 흙, 기둥과 지붕을 받치는 나무, 사람이 집을 짓는 타와 그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여백이 많은 그림과 글로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채지충의 그림이 떠오르는 가벼운 선 중심인데, 디테일을 알려주는 부분은 정교하고 컬러도 깔끔하면서 동양적으로 채색되어 있어서 하나하나가 빼어난 일러스트 작품으로 손색이 없거든요.

아래의 백석 난간에 대한 설명처럼 그림으로 건축 구조를 설명해주는 도감같은 구성이 없는건 아니며, 이런 부분의 완성도도 높은걸 보면 저자의 도감식 구성 작품을 한 번 구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러나 아무래도 중국 건축물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고, '작업노트'라는, 재미와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 내용이 뒷부분에 30여 페이지 정도 분량으로 수록된건 감점 요소입니다. 가격에 비하면 17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도 아쉬웠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선뜻 권해드리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여백이 많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 장르를 좋아하시면 한 번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2016/02/23

조선의 武와 전쟁 - 박금수 : 별점 1.5점

조선의 武와 전쟁 - 4점
박금수 지음/지식채널

조선의 무예에 대해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책. EBS의 동명 다큐를 책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국가 주도의 편찬 사업으로 체계적으로 정리된걸 소개해 주는 것에 그치거든요. 

물론 이러한 국가 주도에 의해 체계화된 무예에 대해서는 충실하게 전해주기는 합니다.

  1. 임진왜란 후 창설된 훈련도감에서 한교에 의해 우리 역사상 최초의 공식 무예서 "무예제보" 편찬. 명나라 척계광의 "기효신서"에 수록된 무예를 참고하여 만들어짐.
  2. 북방 기마병을 대처하기 위해 한교는 전투용 수레 전거를 활용하는 척계광의 "연병실기"를 응용하여 "연병지남" 편찬.
  3. 광해군 때 훈련도감에서 "무예제보번역속집" 출간.
  4. 사도세자의 지시로 "무예신보" 편찬.
  5. 정조 때 총 4권의 "무예도보통지" 편찬.

으로 구분되는 일련의 흐름과 십팔기에 해당하는 각종 무술들에 대해서는 아주 약간이지만 짚어주는 덕분입니다. '십팔기'라는 용어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네요.

허나 이러한 역사적인 흐름보다는, 내용에서 살짝 소개된 본국검이나 신검 등 전통 무예에 대해 보다 심도 깊게 알려주는 책으로 생각했던 탓에 개인적으로 실망이 더 큽니다. 다큐가 존재한다는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부실한 도판 역시 마음에 들지 않고요. 아울러 모든 조선의 무예가 '십팔기'로 정리되었는데, 이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기에 제대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저자가 '십팔기'의 전수자인 탓에 펼치는 억지 논리라는 생각만 들었네요.

그나마 무예 관련 이야기는 괜찮다 치더라도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 및 이후 서양 열강의 개항 압력과 군란 등에 대해 소개해 주는 분량이 많은건 정말 별로였어요. 내용도 부실하고 유사한 다른 서적, 예를 들자면 "조선 전쟁 생중계" 등과 비교해서 장점을 찾아보기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역사적 이야기와 "무"는 '임진왜란 후 국가 주도로 체계화된 것' 외에는 별 상관이 없다는 점, 그리고 '무'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 역시 저자가 무술인인 탓이 클 텐데 역사의 흐름을 '무'로 어쩔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병자호란의 경우라면, 우리가 어떻게 준비했어도 결과는 별 차이가 없었겠죠. "겨울전쟁"의 핀란드처럼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얻을 수 있는 내용에 비해 과한 가격과 분량의 콘텐츠입니다. 그냥 다큐로 보는 게 훨씬 좋겠습니다.

2024/01/12

일본 현지 아이스크림 대백과 - 아이스맨 후쿠토메 / 김정원 : 별점 1.5점

일본 현지 아이스크림 대백과 - 4점
아이스맨 후쿠토메 지음, 김정원 옮김/클

일본의 대형 제과사의 시판 제품이 아닌, 현지 밀착형 아이스크림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도감. 사진 중심이며 동일 제품의 다양한 변주를 함께 묶어 소개하는 구성 등 모든 점에서 같은 시리즈인 "일본 현지 빵 대백과"(이하 "빵 대백과")와 동일합니다. 

하지만 "빵 대백과" 보다는 별로였습니다. 소개되는 아이스크림들에 대해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게 가장 큽니다. 빵은 우리나라에서는 접하기 힘들고, 맛이 궁금한 빵들이 많았는데 여기 소개된 아이스크림들은 대체로 맛이 예상이 되었던 탓도 큽니다. 예를 들어 아래 나가사키의 카스텔라와 아이스크림을 결합한 카스텔라 아이스크림은 분명 맛있겠지만, 그 맛은 충분히 짐작이 되거든요. 저렴한 카스텔라와 투게더 아이스크림으로 비스무레하게 만들 수도 있을테고요.


상당한 분량으로 소개되는 아이스모나카는 '싸만코' 맛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빙수들도 마찬가지고요. 맛이 쉽게 연상되지 않는건 아래의 철 아이스 정도입니다만, 그리 먹고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또 "빵 대백과"는 삼각 샌드위치를 대각선 45도로 컷팅한 이유 등 여러가지 빵들의 탄생 비화와 같은 역사와 정보도 여러가지 알려주었던 반면, 이 책은 단순히 지역 특산품 소개에 그칩니다. 기대했던 정보는 말차가 들어간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원조가 아래 스이교쿠엔의 '그린소프트'라는 것 정도 뿐이었습니다

소개되는 가게와 아이스크림들이 일본 지방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가고 싶어도 가기 힘든 곳들이 대부분이니까요. "빵 대백과"처럼 도쿄 중심의 가게도 몇 군데 소개해주는게 훨씬 좋았을겁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특정 분야에 특화된 도감임에도 불구하고, 제공하는 정보가 별로 매력적이지 못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그래도 휴양지 오키나와라면 한 번 가 볼 만하다 싶은데, 언젠가 가게되면 아래의 히가시 식당, 후지야는 꼭 들려볼 생각입니다. 마리야 유업 제품도 먹어보고요. 그게 과연 언제가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