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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5

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 유성운 : 별점 1점

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 4점
유성운 지음/이다미디어

총 6장 구성으로, 이런저런 한국의 역사적 상황이 현재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걸 알려주는 역사서
신라 4대왕 석탈해의 다파나국은 캄차카반도인가?, 고대 남부 한반도 왜의 위치는 한반도 남부를 포함할 수 있다, 처용은 페르시아 왕자일 수 있다, "金을 왜 금이 아니라 김이라고 읽게 되었나?, 왕건의 호남 차별론은 사실인가? 등 목차만 보아도 흥미로우며, 재미있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다양한 사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주는 구성도 좋았고요. 도판들도 빼어나며 특히 제목처럼 지도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소개하자면, 金을 김이라고 읽게 된 이유입니다. 원래는 조선 왕가와 관련된 음양오행설 때문이라는 설이 있었는데, 최근 설은 수, 당 시대만 해도 '금'에 가깝던 발음이 5대 10국을 거치며 '김'에 가까운 발음으로 변했기 때문이라는군요. 고려는 원의 부마국이고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특히 몽골 상류층 이름에 金이 많아서 발음 변화가 퍼졌다는 설인데 꽤 그럴싸했어요.
왜 중국의 왕조들이 한반도를 완전히 정복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이른바 '실용적인 외교'를 잘 했기 때문이라며, 대표적인 예로 서희가 거란과 강동 6주를 얻어낸 담판을 들고 있습니다. 고려와 거란의 국교를 위해서는 여진이 머무는 압록강 일대 확보가 필요하니, 그걸 달라는 요청이었다면서요. 하지만 당시 고려군은 이미 두 번의 승리를 거두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냥 말 만으로, 외교만으로 평화와 땅을 얻어낸건 아니지요. 이게 적합한 예인지는 아리송합니다. 이 보다는 항복하러 몽골로 향하던 고려 태자 왕전이, 몽케 칸이 급작스럽게 죽자 후계자 후보 중 쿠빌라이에게 미래를 걸었던 행동이 더 좋은 예가 아닐까 싶어요. 아무리 자료와 소문을 수집했다 하더라도 이건 순전히 '감' 이었다고 생각은 됩니다만...
고려 말, 토지 개혁을 외치며 건국했던 건국 공신들이 결국은 자기들 잇속을 챙겼다는 이야기는 씁쓸했습니다. 공신 조준이 받은 표지는 현재 기준으로 약 124만 7,300평이나 된다니까요. 고려에서도 최고의 권문세족 가문이었던 조준이 혁명에 동참했던건 다 이런 이유가 있던 거지요. 왠지 청렴한 학자일 것 같은 퇴계 이황도 무려 36만평이 넘는 땅부자였다고 하니, 돈이 없으면 성공 못하는 세상인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것 같네요.

이외에도 17세기, 전 세계를 강타했던 소빙기 한파로 조선이 입었던 피해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부분이라던가, 조선에서도 서울 주택 가격은 100년 동안 10배 가량 뛰었다는 등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큽니다. 가장 큰 단점은 지나치게 본인 생각이 많이 담겨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게 임진왜란 당시 끌려간 도공 이야기를 하면서, 이들이 일본에 남은건 비극이 아닐 수도 있다, 이들이 조선에 남았더라면 이런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라는 시각이에요. 당시 끌려간 포로 일부는 조선 귀환을 거부했다는 사료를 토대로, 조선이 문제였다고 마무리하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았기 때문에 조선이 빨리 발전할 수 있었다는 논리하고 똑같죠. 애초에 왜 끌려갔는지를 망각한 망발이었습니다.
이러한 친일적 시각은 왜의 위치에 대해 분석하며, 그들이 실제로 가야와 신라 이남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으리라 보는 내용 등에도 진하게 묻어 나옵니다.
아울러 역사적 상황이 현재와 별로 다르지 않다며 추가한 저자의 개인 의견들도 마찬가지에요. 한국사 도감에 이런 내용이 들어갈 이유도 없고, 그나마도 한 쪽에 치우쳐진 개인적인 시각이라 불쾌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신진 사대부를 강남 좌파에 비유하는 정도에서 그쳤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이런 내용이 포함된줄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알았다면 절대로 읽어보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별점은 1점. 좋은 부분도 많지만, 단점이 너무 컸습니다. 제대로 된 역사서로 볼 수 없으며, 권해드리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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