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활약으로 지하철 터널 폭발 테러가 무사히 수습된 후, 코난과 유명한 탐정, 미란과 보라, 브라운 박사와 소년 탐정단 일행은 테러가 댐이 있는 북쪽 마을과 관련이 있다는걸 알아낸 뒤 조사 차 방문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 초등학교 동창 사이라는 4명과 만난 다음 날, 트래킹 중이던 코난 일행은 동창생 중 한 명인 오대오의 시체를 발견하는데....
15번째 <<명탐정 코난>> 극장판. 무려 10년전 작품이군요. 휴가는 시작되었는데, 코로나로 딱히 갈 곳도 없기에 집에서 티빙을 이용하여 딸 아이와 함께 감상하였습니다. 아이랑 같이 보기 위해서 더빙판을 선택했고요.
솔직히 별 기대가 없었는데,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예상 외로 추리적으로 볼만한 부분이 많았던 덕분입니다. 피해자 오대오가 사람들에게 보여준 신문기사 스크랩의 접힌 면을 주목해서, 더 중요한 스크랩은 안 쪽에 있던 강도 살인 사건 기사였다는걸 알아내는 것, 그리고 이 사건과 뺑소니 사건, 다비 사건을 엮어 신기루가 범인이라는걸 끌어내는 추리 등이 그러합니다. 미나가 안경대신 렌즈를 착용하고 헤어스타일을 바꾼걸 유명한 탐정의 유혹 때문이라고 오해하게 만들었지만, 사실은 다비가 의식을 되찾은 뒤 자신을 알아볼까 두려워서 변장한 거라는 디테일도 괜찮았어요. 오대오 살인 사건에 사용된 아주아주 간단한 발자국 트릭도 추리 퀴즈 수준이지만 깔끔했고요.
이야기도 잘 짜여져 있는 편입니다. 처음에 다비와 아이들을 쫓던 사람과 진짜 범인이 다르다는 것처럼요. 오대오와 신기루가 댐으로 수몰된 지역 지도를 찾아갔을 때 코난과 잠깐 만났던 장면을 복선으로 활용한 것 역시 잘 짜여진 구성의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난 극장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액션도 화끈합니다. 지하철이 지나가는 터널이 폭파되고, 마지막에는 댐 폭파로 인한 수몰을 방지하기 위해 눈사태를 일으키는 식으로 스케일이 크거든요. 폭탄의 타이머도 15분, 눈사태에 묻힌 뒤 살아남으려면 15분 안에 발견되어야 한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 제목도 마음에 들었고요.
물론 합리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문제가 많기는 합니다. 폭탄 테스트를 위해서 터널을 폭파시킨다던가, 명탐정이 와 있는데 구태여 살인 사건을 저지른다던가, 수몰된 마을 집에 묻혀있는 100억대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댐을 폭파시킨다는건 비현실적입니다. 게다가 폭탄의 테스트를 위해 지하철 터널을 폭파시킨다? 뭐하러요? 애초에 범인이 이 정도 폭탄을 만들 수 있는 전문가라는 것도 말이 안되고요.
사건들 역시 굉장히 작위적입니다. 미나가 동생을 밀쳤을 때 우연히! 동생은 길로 굴러 떨여졌고, 굴러 떨어진 미나의 동생을 지나가던 신기루가 우연히! 차로 치었고, 이 장면을 지나가던 다비가 우연히! 목격했다는 건데, 이런 상황이 겹칠 수 있을 확률은 10만분의 1도 안될거에요.
그래도 어린 아이들도 고려하여 만든 작품임을 감안해야겠죠. '아동용' 치고는 무난한 오락물로 재미와 추리 모두 나쁘지 않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망작이 많았던 코난 극장판치고는 그래도 본전치기는 했다고 봐야겠네요. 제 딸 아이도 좋아했습니다.
Vol 12 : 전율의 악보
Vol.11 : 감벽의 관
Vol.10 : 탐정들의 진혼가
Vol.9 수평선 위의 음모
Vol.8 은빛 날개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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