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나이트 Vol. 1 : 광기 - 제프 르미어 지음, 그렉 스몰우드.조디 벨레어 그림, 임태현 옮김/시공사(만화) |
'문 나이트'라는 히어로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최근 영화화가 확정되었다는 소식 정도만 접했을 뿐이죠. 하지만 이 단행행본 에피소드는 어딘가에서 엄청나게 추천하셨기 때문에 관심을 조금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알라딘 e-book 쿠폰이 생겨서 겸사겸사 구입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읽어본 결과는 조금 미묘하네요. 이야기 자체는 꽤 그럴듯합니다. 마크 스펙터가 진짜 문나이트인지, 아니면 정신병자인지?에 대해서 흥미롭게 풀어나가고 있는 덕분입니다. 그가 바라보는 환상과 현실이 겹쳐지는 전개, 그가 진짜 문나이트일 수도 있다는걸 서서히, 기묘한 방식으로 드러내는 전개 모두 짜임새 있고요.
마크에게 환각처럼 나타나 악신 세트에 맞서 떨쳐 일어날걸 강요했던 콘슈가 사실은 마크의 육신을 빼앗으려는 악신이었고, 이를 거부한 마크가 스스로 죽음을 택한 뒤, 성공하고 행복한 영화배우 스티븐으로 다시 눈을 뜨는 결말도 뻔했지만 나쁘지는 않았어요. 이 모든게 꿈인지, 정신병자의 환각인지 끝까지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요.
그런데 문제는 결말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모호하다는 겁니다. 주인공 마크 스펙터가 히어로 '문 나이트'인지 아닌지도 확실치 않거든요. 마크는 힘을 잃고 정신병원에 갇힌 히어로 문 나이트일 수도 있지만, 이집트 신 콘슈에 대한 환각을 보다가 이를 주변 다른 정신병자들에게도 전염시켜(?) 탈출을 감행하는 위험한 정신병자일 수도 있습니다. 허나 이는 결국 끝까지 밝혀지지 않습니다. 별다른 슈퍼 파워 없이, 그냥 맨손 격투로 일관하는 액션 역시 이런 모호함을 가중시키고요.
또 이 작품을 통해 '문 나이트'라는 히어로에 대해 알아가는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독립된 작품으로 친다면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지요. 그러나 그렇다면, 시리즈를 의식한 듯한 모호한 결말 대신, 마크는 정신병자였고, 미쳐서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죽였다는걸 깨닫는 결말이 더 나았을겁니다. 미쳤을 때가 차라리 행복했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작화는 빼어납니다. 그러나 환상이 뒤섞일 때 여러 작가들 화풍으로 다른 이야기를 그려내는 방식은 식상했고, 과연 이런 방식이 필요했을지도 의문이 남습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화풍이 정해져 있던 걸까요? 그랬다면 나름 좋은 아이디어지만, 독립된 작품으로는 완성되었다고 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제목에 "Vol.1"이 있는 만큼, 후속작을 읽으면 평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지금으로는 잘 달려가다가 어정쩡하게 끝난 느낌입니다. 문 나이트 입문작으로는 돌직구 히어로 액션물이 더 나았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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