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시이 빵 - 판토타마네기 지음, 황세정 옮김, 오기야마 가즈야 감수/시그마북스 |
빵을 사랑하는 저자가 직접 그리고 쓴 개인적인 빵 사전. 직접 먹어보고, 찾아보고, 조사해 본 범위 내에서의 여러가지 빵과 빵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가나다순서대로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하고 있는 일종의 도감입니다.
일러스트와 짤막한 글이 전부라 깊이는 없습니다. 빵에 대해 전문적인 정보를 얻기에도 부족하고요. 또 저자가 관련 정보를 접한 참고 서적이나 출처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이게 정말 맞는 내용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건 단점이네요. 예를 들어 도넛 이름의 유래가 반죽 (Dough)에 견과류 (Nuts)가 있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는데, 영 미심쩍습니다. 빵과 별 관계가 없는 내용도 적지는 않은 편이고요.
그리고 중간중간 페이지를 오가는 부분이 많이 있는건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좀 불편했었습니다. 일본어 원서도 이렇게 페이지를 오가는 부분이 많을지 조금 궁금해지네요.
그래도 이런저런 빵의 이름을 확실히 알게된건 수확입니다. '바타르'는 바게트보다 길이가 짧은, '중간'이라는 뜻의 이름이라던가, 치아바타는 슬리퍼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던가 ('치아바타'는 이탈리아어로 슬리퍼라는 뜻), 파운드 케이크는 밀가루와 설탕, 버터, 달걀이 각각 1 파운드 씩 들어가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등의 이야기들 덕분이지요.
또 일본 각지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특산물' 빵에 대한 소개도 이 책만의 강점입니다. 직접 전국을 찾아다니며 조사한 결과로 보이는데, 이런저런 재미난 빵들이 많이 등장하거든요. 후쿠오카의 '긴초코', 초콜릿 빵 '맨해튼'. '멘타이 프랑스'. '소문의 빵', (후쿠오카 출신이라 그런지 후쿠오카 빵과 빵집 소개가 많습니다) 삿포로의 '지쿠와 빵', 도야마 현의 '비취 빵', 시가 현의 샐러드 빵, 기타큐슈 어묵집의 '카나페', 키타큐슈의 '킹 빵" 등은 소개만 보아도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어 보이고 내용도 재미있었어요.
비취 빵, 야키소바 빵과 메론 빵, 카레 빵, 크림 빵의 유래, 크로크 마담과 크로크 무슈의 차이 등 토막 상식같은 정보들도 값집니다. 그런데 중간에 등장한, 세라믹이 붙어 있는 그릴이 무척 탐나네요. 숯불 위에서 빵을 굽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데, 왜 저는 몰랐을까요? 조금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카모메 그릴'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더라고요. <<카모메 식당>>에서 연어 구을 때 썼다나 뭐라나. 지금 집은 인덕션 구조라 당장 구입할 생각은 없지만, 이사가게 되면 구입을 고려해봐야 겠습니다.
아울러 이런 글들과 함께하는 그림도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그냥 일러스트만 보아도 높은 수준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인 아사오 하루밍 느낌도 살짝 나는, 간단하면서도 선 맛이 잘 살아있는 좋은 그림입니다. 이 정도면 그림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다른 작업은 별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약간 의아합니다.
무엇보다도 읽는 내내 책 곳곳에서 빵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서 흐뭇했습니다. 빵을 너무 좋아해서 후쿠오카에 살다가 빵 소비량이 일본 수위를 다투는 교토로 이사가서 수년 동안 살고, 빵에 대해 궁금한게 많아서 교토에서 빵에 대한 무가지를 직접 만들어 24호까지 배포하고, 생계 유지는 빵집 아르바이트, 여행은 빵집 위주로 다닌다는 덕력이 책 전체에 깊숙이 배어 있습니다.
그야말로 덕후의 덕력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랄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정보 측면보다는 일상계 에세이 만화에 가까운 느낌으로 읽는다면 더 좋을, 그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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