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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5

카레 도감 - 가큐 쇼타로, 오카타 오카 / 김영진 : 별점 1.5점

카레 도감 - 4점
가쿠 쇼타로 감수, 오카타 오카 그림, 김영진 옮김/성안당

올해 들어 이상하게도 카레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게 되네요. 이 책은 카레에 대해 여러가지 짤막한 정보들을 관련 그림과 함께 가나다 순서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목처럼 '도감'이라고 할 만한 책은 아닙니다. 그림들은 재미를 더해주기는 하지만 정보 측면으로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단순한 일러스트에 불과한게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림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자유분방하면서도 과감한 선과 색의 조합이 제 취향이었으니까요.

수록된 정보도 중구난방으로 전혀 정리도 되지 않고, 무슨 기준인지 알 수 없으나 인도에서는 버섯이 인기가 없다던가, 카레가 아침에 먹으면 좋은 이유 (향신료가 건강에 좋고,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등) 와 같은 쓰잘데 없는 내용 등 다루는 범위가 굉장히 넓어서 좀 기묘하면서도 황당한 재미가 있습니다. 실제 요리와 재료를 비롯하여 만화 <<요리인 아지헤이>>에 등장하는 '블랙 카레', 2011년 벨기에에서 제작했던 다큐멘터리 <<성자들의 식탁>>, 심지어 '스푼'까지 한 꼭지 있을 정도니까요.
실존 인물들의 소개도 많습니다. 주로 요리사나 카레와 관련된 유명 연예인이 많은데,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가 카레 매니아로 유명하다며 소개되고 있는게 좀 특이했어요. 그런데 딱 한 가지, '카레맨' 항목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제가 아는 카레맨은 도쿄 시모키타자와 카레 페스티발의 마스코트가 아니라, 프로레슬러 크리스토퍼 다니엘즈의 또다른 기믹이기 때문입니다! 보고싶다 Fallen angel!

다루고 있는 소재의 특성 상 당연히 레시피에 가까운 정보도 많습니다. 이 중 다시 국물로 지은 밥에 버터를 섞은 버터 라이스는 카레와 찰떡궁합이라는데 한 번 시도해봐야겠어요.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로 보이거든요. 감자와 콜리플라워, 카레를 섞어서 물기없이 볶는 알루 고비도 조금 자세하게 레시피를 찾아보고 싶고요. 맛이 없을 수가 없을테니까요. 인도의 레모네이드라는 '잘지라'도 맛이 궁금합니다. 커민과 생강, 블랙 페퍼, 레몬, 소금을 차가운 물과 섞었다는데, 아마도 어른의 맛이겠죠. 인도 남부지방이 원조라는 '치킨 65'라는 요리는 우리나라 양념 통닭과 너무나 비슷해서 놀라운데, 역시 사람들 생각은 다 비슷한게 아닐까 싶었고요. 마지막으로 네팔의 술 퉁바도 소개에 따르면 카레와 전혀 관계는 없지만, 마시면서 뜨거운 물을 계속 붓는 음주법과 덕분에 마실 수록 맛이 좋아진다니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흥미거리가 없지는 않지만, 극소수의 볼거리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도감, 즉 사전으로서의 깊이도 부족하고, 지나치게 일본에 편중된 정보들일 뿐 아니라, 어떤 항목들은 카레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도야마현 이미즈시'에 파키스탄 사람들이 많이 모여살고, '카슈미르 카레'는 매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이야기같은게 대표적이죠. 우리나라도 따지면 '이태원동 이태원로' 가 사전에 한 꼭지 있는 셈입니다. 인도 카레 맛집이 있다는 이유로요. 그나마 이건 약과로 '츄오센 (일본 전철 노선)'에 맛있고 개성적인 카레 전문점이 많다고 소개하는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습니다. '츄오센'에 맛있는 스시집, 장어집, 프랑스 요리집도 있을텐데 말이죠.
심지어 아예 '카레'라는 단어도 소개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도 다수입니다. 저는 '에그타르트'가 카레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커피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 중에 최고봉은 '콜럼버스' 입니다. 콜럼버스가 카레와 약간이나마 관련이 있는건 '인도'를 찾아 항해를 떠났다는 정도인데, 정작 이 책에서 소개되는 항목의 핵심은 계란을 깨서 세웠다는 '콜럼버스의 계란' 이야기거든요. 이 쯤 되면 '카레 사전' 이 아니라 그냥 작가가 쓰고 싶은 토막 정보들을 대충 모아놓은게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들 정도에요. 1998년 일본에서 일어났던 '독극물 카레 사건' 에 사용된 독극물이 비소라는 이유로 비소가 한 꼭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이에 비교하면 스트리트 파이터의 '달심'이 소개되는건 오히려 당연해 보입니다. 달심은 카레를 좋아하며, 부인 '사리'가 만들었다는 취지의 카레가 실제 시판된 적도 있다고 하니까요.

번역, 책의 완성도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오타도 많고, 잘못 구성된 페이지가 제법 눈에 뜨이거든요. '암추르'는 책 안에서도 '암츄르'라는 말과 혼돈되어 표기되는데, 이래서야 사전으로서는 낙제점이죠. 더군다나 '파키스탄' 소개 항목의 그림은 깨져있기까지 합니다. 교정을 제대로 보지 않은게 명백하다는 증거지요.
풀컬러에 꽤 두꺼운, 묵직한 종이를 써서 인쇄한 200여 페이지 가까운 분량의 책이 16,000원이라는건 비교적 양심적인 가격이기는 한데, 이러한 단점들 때문에 도저히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그래서 별점은 1.5점. 카레에 대한 책은 이제 좀 그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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