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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1

탐식생활 - 이해림 : 별점 2.5점

탐식생활 - 6점
이해림/돌베개

여러가지 재료와 요리에 대한 정보를 멋진 사진, 그리고 맛볼 수 있는 곳이나 전문가가 누구인지 함께 소개하며 알려주는 책. 구성이라던가 문체 등에서 '에스콰이어'나 '지큐' 같은 잡지의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보그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있어보이는 문체와 고급진 사진 때문이죠.

그러나 잡지 기사처럼 단순히 특정 가게나 재료, 요리의 홍보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크게 4개의 주제로 48개의 재료와 요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름 새로운 정보에 대해 많이 알려줄 뿐 아니라, <<만화 고기 스테이크>> 처럼 만화 속 고기의 종류와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그 방법까지 알려주는 재미난 항목도 있는 덕분입니다. 조개를 맛있게 먹는 법이나, 완벽한 스테이크를 만들기 위한 방법 같은 레시피에 가까운 정보도 좋았고요.
이러한 새로운 정보 중에서는 저지 우유에 대한 소개가 제일 반가왔습니다. 우유의 맛을 결정하는 유고형분 함량이 홀스타인보다 높으며, 실제로 영국에서는 왕실에 납품된다니 그 맛이 무척 궁금해졌거든요. 조사해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우유의 밀크홀 1937에서 구입 가능하네요. 가격은 일반 우유의 3배 가격인데, 기회가 되면 한 번 구입해봐야겠습니다. 그 외에는, 양파가 이 땅에 들어온지는 고작 100여년, 지금과 같은 불고기는 첫 등장이 1960년 대인데 지금은 우리나라 요리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재료와 요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에요. 재료와 요리가 얼마나 파급력, 전파력이 강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 외에도 과메기 제조법의 역사 등 재미난 정보가 많습니다.

레시피 정보로는 맛있는 밥을 짓는 방법이 기억에 남네요. 쌀을 씻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쌀을 보관하고 밥을 지어야 맛있는지를 자세하게 알려주거든요. '쌀을 과하게 박박 문지르지 말고, 손끝을 세워 한 방향으로 돌리면서 손가락으로 쌀을 씻는다, 이때 물은 쌀이 푹 잠길 정도로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 혼탁한 물을 자주 따라 내면서 조금씩 보충하는 식으로 씻는다, 맑은 물이 나오면 쌀에서 나온 여분의 전분이 충분히 제거되었다는 뜻. 불리는 시간은 보통 30분이지만, 30분을 기준으로 잡고 쌀의 상태에 따라 가감한다. 1시간을 넘길 필요는 없다'로 이어지는데,일본 드라마 <<협반>>에서 알려주었던 방법과 비슷하다는게 눈에 뜨입니다. 특히 쌀을 도정하면, 빠르게 산화하고 변질되어 2주 이상 그 맛을 유지할 수 없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쌀을 쌓아 두던 그 옛날 부잣집들보다 “쌀 한 되(1.8리터) 팔아 오라.”라고 하던 가난한 집들의 쌀 구입법을 따라야 더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정보였어요.
아이디어가 바탕이 된 특별한 요리 이야기는 많지 않지만, 만화 고기 스테이크 외에는 곰탕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도 같은 범주로 묶을 수 있지 않나 싶군요. 곰탕 최적의 온도에 대한 고찰, 밥을 미리 말아 넣는 토렴의 과학적 원리 (찬 밥에 수분을 더하고 온도를 높이면 전분은 다시 말랑말랑진다)와 적절한 염도에 대한 이야기가 잘 설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 곰탕이 먹고 싶어 집니다.

그리고 이런 류의 책답게, 재료에 대한 고민도 빠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맛의 달인>>에서 지로가 공장식 '브로일러 닭'의 사육 환경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처럼 말이지요. 이 책에서도 닭고기와 달걀을 통해 비슷한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맛있는 달걀은 결국 신선도와 사료 문제라고 하니, 달걀은 비싼 달걀을 10구짜리를 사서 먹는게 가장 맛있다는 식으로요. 그러나 이는 단지 '맛'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가격 차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장벽이 있기 때문이지요. 저도 한 집의 가장으로서, 단지 맛 만을 추구하지 못하는 현실은 아픕니다만, 앞으로는 마트에서 저렴한 특가 상품과 친환경 등 생산 단계에서부터 환경을 생각한 상품 중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 지 더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책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도 많고, 어떤 이야기는 특정 업소에 대한 광고에 가깝다는건 감점 요인입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음식, 요리 관련된 다른 책들을 많이 접해 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재미있는 정보를 고급진 사진, 편집과 함께 즐기실 수 있는 만큼,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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