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검색어 다빈치에 대한 글을 관련성을 기준으로 정렬하여 표시합니다. 날짜순 정렬 모든 글 표시
검색어 다빈치에 대한 글을 관련성을 기준으로 정렬하여 표시합니다. 날짜순 정렬 모든 글 표시

2007/05/16

천사와 악마 - 댄 브라운 / 양선아 : 별점 3점

천사와 악마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대교베텔스만주식회사(베텔스만)

하버드 교수 로버트 랭던은 어느날 새벽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 스위스의 유럽입자물리학 연구소 CERN으로 날아간다. 연구소 소장 로버트 콜러는 랭던에게 유능한 과학자 베트라가 살해당했다는 것, 그리고 베트라를 죽인 범인은 일루미나티의 조직원으로 추측된다고 말한다. 이유는 베트라가 가슴에 일루미나티(Illuminati)라는 낙인이 찍혀 살해되었기 때문. 이 끔찍한 사건에 자문 역할을 하게 된 랭던은 베트라의 양녀 비토리아에게서 베트라가 발견한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반물질이 사라졌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바티칸 어디인가에 숨겨졌다는 정보를 들은 뒤 교황 선출 회의가 시작된 바티칸에서 교황 후보의 연쇄살인을 막고 반물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다빈치코드>의 대박작가 댄 브라운의 전작. 다빈치 코드의 인기 덕에 뒤늦게 번역되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네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다빈치코드>보다는 별로였어요. <다빈치코드>는 독자도 암호를 풀어가며 랭던의 모험에 동참하는 지적인 재미가 충실할 뿐더러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그의 작품들을 주요 소재로 삼아서 대담한 발상을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설득력도 굉장히 강했죠.
하지만 이 작품은 나름 미술을 전공한 저도 잘 모르는 작가인 "베르니니"의 작품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일종의 암호 역시 지나칠 정도로 바티칸과 베르니니의 작품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독자가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꺼리"가 그닥 많지 않더군요. 과학과 종교의 장구한 대결을 그린 기본 스토리라인 역시 대담한 발상으로 보였으나 결국은 한 인간의 아집과 독선, 음모의 결과물이라는 내용으로 끝나버려서 무척 아쉽웠고요. 이렇게 끝낼 소재는 아니었는데...
아울러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반물질"을 주요 소재로 끌어들인 것도 만화적인 느낌이 많이 나서 패착인 듯 싶고(<로보트 킹?>) 바티칸과 일루미나티의 역사와 계보, 베르니니의 작품을 줄줄 꿰는 현학적 부분도 지루했으며 진부한 설정이 난무하는 것 역시 불만스러운 점이었습니다.

그래도 <다빈치코드>와 비교해서 별로라는 것이지 이 작품만 놓고 보면 재미만큼은 여전히 괜찮은 편이긴 합니다. 랭던의 활약도 여전할 뿐더러 중후반부부터 폭풍처럼 몰아치는 재미와 흡입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거든요. 진정한 흑막이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깜짝 놀랐습니다. 뭐 조금 억지라면 억지지만 충분히 재미있었으니 만족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다빈치코드>보다 더 모험소설에 가깝기에 영화화에는 되려 어울린다 생각되는데 영화가 나온다면 꼭 보고 싶어지네요.

그런데 이게 과연 추리-스릴러 쟝르에 속하는 작품일까요? 모험-스릴러 물에 가까와 보이는데...

2006/05/30

다빈치 코드 (2006) - 론 하워드 : 별점 2점

다빈치 코드 - 4점
론 하워드

예전에 원작 소설을 읽고 포스팅을 남기기도 했죠. 소설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어서 영화에도 관심가던 차에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감상은 한마디로 "기대 이하였다!"입니다. 일단 소설의 스토리를 제법 길긴 하지만 어쨌건 2시간 30여분이라는 시간에 우겨넣기 위해 축약이 너무 심합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다빈치 코드"는 등장인물들의 설명으로 대충대충 넘어가고 있어서 원작의 정교한 맛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솔직히 제목대로의 "다빈치 코드"는 거의 등장하지도 않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영상으로 이러한 소설의 내용을 구현하는대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리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생각외로 구현이 너무 대충대충이라 실망스럽더군요. 원작에 등장하는 여러 다빈치의 작품에 대한 묘사와 설정도 거의 다 스킵해버리고 원작에서 중요하게 묘사된 단서들 역시 마찬가지로 대충대충 넘어갑니다. 영화에서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소니에르가 제작한 "크립테스"일 뿐이죠. 때문에 "지적 스릴러"에 속했던 원작 소설에 비해 영화는 지적 감흥을 주는데에는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또한 원작 자체가 화려하게 보여줄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십자군, 성배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설명할때 등장하는 비쥬얼 등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쓴 티가 역력합니다. 덕분에 마지막 뉴턴의 무덤을 찾아가는 장면의 비쥬얼과 최후의 암호를 풀 때의 비쥬얼 등 몇몇 장면에서는 비쥬얼적으로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는 있지만 좀 생뚱맞은 느낌도 들더군요. 게다가 알비노 암살자 사일러스의 비중은 왜 이리 크답니까? 비중만 따지면 주인공 로버트 랭던보다도 큰 것 같더군요. 뭐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이놈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설명이 영화에서는 너무 지나칠 정도로 묘사된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물론 영화 자체로만 본다면 꽤 볼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썩 잘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흥미진진함과 현학적인 즐거움을 주는 요소들의 대부분은 없어지고 비쥬얼에 치중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본 "다빈치 코드의 진실"이라는 다큐가 더 잘 만든 것 같네요.

그냥 원작 소설이나 한번 더 읽어 봐야 겠습니다.

2004/10/15

다빈치 코드 - 댄 브라운 : 별점 3.5점

다빈치 코드 1 - 8점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문학수첩
다빈치 코드 2 - 8점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문학수첩

루브르 박물관장 소니에르가 살해된다. 그가 남긴 다이잉 메시지로 인해 소니에르와 만날 약속을 했었던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은 살인 용의를 뒤집어 쓰지만, 프랑스 암호해독 요원이자 소니에르의 손녀인 소피 누뵈의 도움으로 경찰의 포위망에서 빠져나온다.
도주 중 소니에르가 죽기 직전 남긴 메시지를 해독한 둘은 소니에르가 스위스 은행 비밀 금고에 숨겨놓은 암호상자를 찾아내게 되며, 랭던의 친구이자 성배 전문가 티빙 경의 도움을 얻어 경찰과 정체 불명의 알비노의 사나이 등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수수께끼의 진상을 파헤쳐 나가는데...


올 여름을 강타한 베스트셀러입니다. 좀 늦게서야 읽게 되었네요. 읽기 전에는 "장미의 이름"류의 역사 추리물로 생각했었는데 과거의 유물에 대한 실마리를 현대의 주인공이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디 에이트"와 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단, 전개면에서 흠잡을데 없기는 하나 역사적인 비약도 심하고 각종 설에 대한 근거가 희박하다는 단점은 존재합니다.( 예를 들자면 제가 알기로는 초대 성당 기사단장 뷔용의 고드프리아는 본국에서 상속순위에서 밀려 자기가 지배할 영지가 없자 영지를 만들 목적으로 말도 안돼는 "성전"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지나칠 정도의 서양과 카톨릭 중심의 세계관을 기본으로 했다는 것도 조금은 거슬리는 점이었습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의 핵심인 "예수가 사실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하여 후손을 낳았다! 때문에 성배는 마리아 그 자체다!" 라는 어찌보면 해묵은, 그리고 우리와는 상관도 없는 논쟁과 그것을 풀어나가는 줄거리가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어요. 예전 마틴 스콜세즈의 "그리스도의 최후의 유혹"에서 이미 한번 본 적 있는 설이기도 하고 말이죠. 마지막에 등장하는 "스승"의 정체도 뻔해서 김이 좀 빠지는 편이에요.

오히려 이 소설에서 가장 재미있었고 주목했던 부분은 다빈치가 남겼다는 여러 성배에 관한 코드를 풀어내는 부분과 극 중에 등장하는 여러 암호 풀이 트릭입니다.
특히 암호 트릭은 정말 대단해요. 초반의 소니에르가 죽어가는 몇십분 (한 20분?) 동안 남긴 다이잉 메시지 (13-3-2-21-1-1-8-5 오, 드라코 같은 악마여(O, Draconian devil!) 오, 불구의 성인이여(Oh, lame saint!)’) 그리고 성배를 찾기 위한 단서가 들어있는 키워드 암호 2개, 마지막으로 성배가 있는 장소를 알리는 암호 1개, 전부 이렇게 4개가 등장하는데 그 수준이 정말 발군이거든요. 4개의 암호가 수열, 애나그램, 글자 치환 변환법같은 암호 해독법은 물론 다빈치와 각종 상징들, 성경, 성배, 성당 기사단 등 거의 모든 역사적 배경을 아우르며 종횡무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그 완성도와 재미가 실로 대단합니다.
영어권 독자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트릭이라 그 진정한 재미를 조금은 놓치는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상당히 이면에 얽힌 내용이 복잡하면서도 맞아떨어지는 점이 절묘해서 보기드물게 참신하고 멋진 암호트릭이라 생각되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5점. 단점은 있기에 감점했습니다만 재미 하나만큼은 분명한, 고급스러운 읽을거리로서 손색없었던 작품입니다. 딱 한가지 궁금한 점은 교황청이나 카톨릭 계의 반응이 궁금하더군요. 어찌보면 상당히 위험한(?) 발상인지라.... (오푸스데이의 공식 반응은 이미 발표되었다는데 아직 자세히 읽어보지는 못했네요)

PS : 책이 이왕 두권으로 분책해서 비싸게 팔려고 나온 것이라면 앞부분에 소설속에 등장하는 자료들에 대한 도판 정도는 서비스로 실어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PS2 : 대체 인디애나가 찾은 성배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2005/06/08

추리소설 필독서 16선이라는 목록을 보고...

추리소설 필독서 16선?! 

산왕님 포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 

추리소설 목록

  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애거서 크리스티
  2. 오리엔트 특급살인 ~ 애거서 크리스티
  3. Y의 비극 ~ 엘러리 퀸
  4. 통 ~ 프리먼 윌스 크로포츠
  5. 바스커빌의 개 ~ 코난 도일
  6.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 엘러리 퀸
  7.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 존 딕슨 카
  8. 벌거벗은 얼굴 ~ 시드니 셀던
  9. 불새의 미로 ~ 유우제
  10.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11. 노란방의 비밀 ~ 가스통 르루
  12. 그린 살인사건 ~ S.S. 반 다인
  13. 환상의 여인 ~ 윌리엄 아이리쉬
  14. 최후의 증인 ~ 김성종
  15. 천사와 악마 ~ 댄 브라운
  16. 다빈치 코드 ~ 댄 브라운
모 무가지의 어떤 기자가 작성하셨다고 하는데 이런 류의 글 치고는 국내 추리소설이 2편이나 포함되어 있는 것은 무척 환영할 만 하네요. 저도 무척 좋아하는 "Y의 비극"이나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그리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고전 걸작 "통"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반갑고요.

하지만 걸작이긴 해도 크리스티 여사님의 작품이 3 작품이나 포함된 것은 좀 아쉽고 대체로 작가의 지명도에 많이 기대고 있는 듯 합니다. 예전 "명탐정 추리특급" 어쩌구 류의 백과사전에서 나올법한 정보인거 같기도 하고요.
또한 목록의 5, 6번은 유명세에 비한다면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은 아니며 홈즈 시리즈의 진정한 걸작은 단편선에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좀 의외의 선택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편선집이 포함되지 않은 장편 위주의 선정이라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불만스럽습니다. 얼마전에 읽었었던 쓰레기 "벌거벗은 얼굴"이 대체 왜 포함되어 있는지 모르겠고요. 시드니 셀던이라는 작가 이름 때문일까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도 정통파 독자라면 그다지 찬성할 만한 초이스는 아닌 듯 싶군요. 많이 팔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목록에서 보기에 반가운 작품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추리소설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로는 비교적 적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공신력은 전혀 없는 목록이긴 하지만 체크해 보니 총 12편을 읽었네요. 반 다인의 작품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앞으로도 읽을 예정은 없지만 한국 작품 2편은 꼭 읽어 봐야 겠습니다.

* 2013년 1월 8일 추가. 이후 전권을 다 읽었습니다.

2014/06/28

브루넬레스키의 돔 - 로스 킹 / 이희재 : 별점 3점

브루넬레스키의 돔 - 6점
로스 킹 지음, 이희재 옮김/세미콜론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돔을 완성한 천재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를 다룬 논픽션. 1418년 진행되던 돔 공사가 부딪친 난관을 해결하기 위한 공모전에 참여한 필리포가 내놓은 기상천외하고 대담한 해결책은 중심틀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는, 그때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방식이었으며 이 방식이 선정된 뒤, 건축장이 된 필리포가 천재성을 발휘하여 거대한 권양기와 기중기 카스텔로를 만들어 내고 돔을 쌓는 데 있어서도 혁신적인 방식을 도입하여 난관을 돌파하는 과정을 당시 시대 상황 및 주변 인물들의 모습과 함께 드라마틱하게 그려냅니다. 단순한 위인전이라기보다는, 돔 공사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다룬 일종의 건축 역사서라고 보아야 할 것 같네요.

장점이라면 공사 과정 드라마 자체의 재미와 더불어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현학적인 즐거움이 가득하다는 겁니다. 이 건축물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혁신적인 방법으로 건축되었다는건 전혀 몰랐었거든요. 당연히 필리포라는 당대의 천재 역시 들어보지 못했었고요. 이 책에서의 모습만 본다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뒤지지 않는 대단한 르네상스의 천재인데, 돔 공사에 올인한 나머지 천재성을 발휘하여 명성을 널리 알릴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닌가 싶어서 좀 안타깝기도 하네요.

다른 발명품 중에서는 침몰해버린 디딜바퀴로 돌아가는 외륜선 일 바달로네, 이웃 도시 루카를 수공으로 위협하려던 댐이 무너져 되려 아군이 피해를 보는 등의 실패 사례가 등장하는데, 이는 현실성을 더 높여줍니다. 다빈치의 스케치도 결국 실제로 제작되었더라도 제대로 성공했을지 장담할 수 없고, 딱히 대단한 위력이나 효용성이 있었으리라 보기 어려운 것도 있으니까요. 그가 이룩한 돔 공사의 성공에 비교한다면 큰 흠이라 보기도 어렵고요.

그러나 브루넬레스키의 혁신적인 공법, 즉 중심틀을 사용하지 않고 돔을 쌓아나가는 과정에 대한 묘사가 이 책만 가지고는 알기 어렵다는건 단점입니다. 압력을 버텨낸다는 여러 개의 사슬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식으로 틀어지지 않게 만들 수 있었는지 등이 설명되기는 하지만 도판이나 내용만으로는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보다 종합적인 도판, 즉 건축 순서대로 핵심 포인트를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좀 큰 도판 하나가 들어가는 게 훨씬 나았으리라 생각되네요.
또한, 현재 실려 있는 도판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도 큽니다. 이런 점에서는 책 보다는 적절하게 이해를 돕는 화면이 삽입된 영상 다큐멘터리가 더욱 잘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생각됩니다.

그래도 단점은 있으나 재미와 자료적 가치를 모두 만족시키는 보기 드문 책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도판 이외에는 책의 디자인과 편집 모두 미려하여 완성도도 높고요. 무엇보다도 저는 알라딘에서 50% 할인 금액에 구입했기에 도저히 감점할 수가 없네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2012/03/12

워 사이언티스트 - 토머스.J.크로웰 / 이경아 : 별점 3점

워 사이언티스트 - 6점
토머스 J. 크로웰 지음, 이경아 옮김/플래닛미디어

역사 속에 길이 남은 전쟁 무기를 개발한 과학자들을 다룬 미시사 서적. 기원전부터 현대에 걸친 기간 동안 전쟁의 양상에 큰 변화를 가져온 25개의 무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하늘이 내린 무기 - 칼리니쿠스의 액화
  • 투석기, 갈고랑쇠, 살인 광선 - 아르키메데스의 기이한 전쟁 무기
  • 최초의 생물학 무기 - 한니발의 독사 항아리
  • 하늘을 날며 춤추는 화약 - 위백양의 진천뢰
  • 신에 맞선 행위 - 제갈량이 개량한 연발 석궁
  • 르네상스 시대의 만물 수선공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기관총
  • 결집된 화력 - 마랭 르 부르주아의 부싯돌식 방아쇠
  • 천재의 노력 - 데이비드 부시넬의 잠수함
  • 매우 부도덕한 행위 - 윌리엄 콩그리브의 로켓
  • 안전하고 영양 많은 - 니콜라 아페르의 통조림 식품
  • 권총 - 새뮤얼 콜트와 서부를 이긴 리볼버
  • 죽음의 상인 - 알프레드 노벨과 다이너마이트
  • 군을 무용지물로 만들다 - 리처드 개틀링의 기관총
  • 느리지만 효과적인 - 로버트 화이트헤드의 어뢰
  • 석류를 닮은 - 수류탄을 완성한 윌리엄 밀스
  • 화학을 악용하다 - 프리츠 하버의 독가스
  • 불타는 관 - 라이트 형제가 만든 최초의 군용기
  • 캐터필러 이동 요새 - 랜슬롯 드 몰의 탱크
  • 전염병 지역 - 이시이 시로와 세균전 과학자들
  • 세계의 파괴자 -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
  • 구조 임무 - 최초의 헬리콥터를 만든 이고르 시코르스키
  • 반향을 기다리며 - 레이더를 발명한 로버트 왓슨와트
  • 달을 향하여 - 베르너 폰 브라운의 V-2 로켓
  • 가장 도덕적인 무기 - 새뮤얼 코언의 중성자탄
  • 총알 잡기 - 스테파니 크월렉의 방탄 섬유

이런 류의 책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워낙 잘 알려진 무기들 - 예컨대 다빈치의 무기들이나 다이너마이트, 독가스, 원자폭탄 등 - 도 포함되어 있어서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약점은 존재하나, 무기보다는 발명자를 중심으로 소개해 주면서 다른 유사 도서와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발명자의 신상과 개인사, 말년과 후일담까지 소개해주는 꼼꼼함도 좋았어요.

25개의 병기 중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칼리니쿠스의 액화", 즉 그리스의 불에 대한 이야기와 새뮤얼 콜트의 리볼버, 로버트 화이트헤드의 어뢰, 윌리엄 밀스의 수류탄이었습니다.

그리스의 불은 다른 문서 등을 통해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인데, 비밀무기와 그 제조법이라는 게 정말로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이런 비밀은 보통 한 세기를 넘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래도 딱 한 가지, 공기와 접하면 자연발화하는 물건은 아니었을 테니(그렇다면 과학을 넘어 마법의 영역이겠죠?) 따로 불을 붙였을 텐데, 그렇다면 공격하는 쪽도 리스크가 있는 만큼 방법이 어떤 것이었을지 궁금합니다. "호기심 해결사"에서 해결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네요.

그리고 새뮤얼 콜트는 이른바 "육혈포" 발명 뿐 아니라 사업가적인 수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뢰의 발명자 로버트 화이트헤드가 특허권을 팔지 않고 발명의 비밀을 독점하였으며, 그의 발명을 모방한 경쟁자들은 여지없이 실패하였다는 부분도 재미있었고요. 셜록 홈즈 시리즈의 비밀 설계도 이야기가 허언이 아니었구나 싶더라고요. 그의 손녀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잠수함 함장 폰 트라프와 결혼하여 일곱 아이를 남겨두고 사망한 뒤, 폰 트라프가 견습 수녀 마리아와 결혼한다는 후일담(?)도 기억에 남습니다.

수류탄 이야기에서는 수류탄 자체보다는 "척탄병"의 어원을 알게 된 것이 더 큰 수확이었습니다. 손으로 폭탄을 던진다는 한자어 그 자체에 충실한 명칭이라니... 그나저나 프리미어 리그 스토크시티의 가공할 드로잉 능력을 갖춘 인간 기중기 로리 델랩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전쟁 때 태어났더라면 훌륭한 척탄병이 되었을 거예요. 아니, 야구선수들이 더 적당할려나요?

이렇듯 재미있는 기획이고, 세세한 정리와 소개는 정말이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그러나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도 사이언티스트로 포장하여 소개한 경우가 제법 있다는 것은 취지와는 맞지 않아 보였습니다. 고대의 예가 특히 많은데, 제갈량이나 한니발 같은 경우겠죠. 물론 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었고, 등장한 발명품들이 전쟁의 양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확실하기에 크게 거슬리는 부분은 아니었습니다만... 오히려 가장 큰 단점은 도판입니다. 많기는 한데 정작 중요한 무기 도판은 거의 없는 탓입니다. 석궁(쇠뇌), 화승총, 로켓, 수류탄 등 기본적인 도판 몇 장이 구조나 원리를 더욱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무기들이 많은데 말이지요. 이 책에서 설명하는 무기 중 제대로 된 도판이 등장하는 무기는 부시넬의 잠수함, 개틀링의 기관총, 화이트헤드의 어뢰, 시코르스키의 헬리콥터 정도뿐입니다.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도판만 조금 더 충실했더라도 별점은 1점 정도 더 높이 줄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재미만큼은 확실하니, 전쟁이나 병기 관련 미시사 서적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2014/08/20

다빈치의 부엌 - 데이브 드위트 / 김지선 : 별점 2.5점

다빈치의 부엌 - 6점
데이브 드위트 지음, 김지선 옮김/빅하우스

요새 너무 바빠서 블로깅할 시간도 별로 없네요. 오랫만에 리뷰 남깁니다.

이 책은 다 빈치의 노트 및 해당 시기의 여러 가지 기록을 통해 이탈리아 요리에 대해 탐구하는 미시사 서적입니다. 다 빈치의 삶과 그의 노트 속 요리가 중요하게 등장한다는 점에서 약간 "접시 위에 놓은 이야기 : 카사노바의 맛있는 유혹"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단순히 특정 인물의 삶과 특정 요리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전반적인 음식 문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훨씬 방대하고 복잡한 책이라는 뜻입니다.

목차별로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첫 번째 "음식 르네상스"는 새로운 요리들이 어디서 어떻게 전래되었으며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알려주는 전체 조망 항목입니다. 후추와 향신료들을 사용한 이유(후추는 의약품으로도 사용되었기 때문)와 그 때문에 변한 맛, 그리고 "거대한 존재의 사슬"이라는 르네상스의 지식관을 바탕으로 한 식재료 분류 같은 것은 상당히 새롭고 재미있었습니다. "거대한 존재의 사슬"은 일종의 등급표인데 양파 같은 구근식물은 최하등급이고, 신 바로 아래에 있는 불의 범주인 불사조가 최상등급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른 식재료 순서는 돼지 - 양 - 쇠고기 - 송아지 고기 순서이며, 새들은 모든 동물 중 가장 윗자리로 오리와 거위 - 닭 - 일반 조류 순서라고 하네요. 이 기준이면 치킨은 상당히 상위권 음식이군요. 참새구이는 불사조 바로 아래고!

두 번째 "최초의 요리왕"은 당대 이탈리아에서 ‘요리왕’이라고 불렸던 마르티노의 요리책 "조리의 기술"에 실린 레시피가 중심인 항목입니다. 이후 르네상스 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바르톨로메오 스카피의 요리책 "오페라"까지 소개됩니다. 암살을 막기 위한 연회의 구성까지 실려 있는 등 당대 문화를 잘 반영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세 번째 "리조토, 마카로니, 설탕의 나라"에서는 제목 그대로 지금도 이탈리아 요리를 대표하는 리조토, 마카로니의 역사와 설탕을 이용한 요리들이 소개되고요.

네 번째 "화덕에서 주방까지"에서는 당대 주방의 모습과 주방에서 사용되었던 여러 가지 기구들이 등장하며, 다섯 번째 "다 빈치의 부엌"은 다 빈치가 고안한 주방기구 설명에 이어 다 빈치가 실제로 어떤 것을 먹었는지에 대해 추리하는 내용입니다. 다 빈치가 당시에 어떻게 살았는지가 함께 설명되기 때문에 책의 제목에서 기대했던 내용과는 가장 잘 맞는 항목이었다 생각되네요.

여섯 번째 "환상적인 연회들"은 르네상스 시대 초기를 빛냈던 화려한 연회들과 연회에 올라간 음식들이, 마지막 "세계 최고의 요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요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줍니다. 이탈리아 요리의 르네상스를 다룬 책의 목차 순서로 아주 적절했다 생각됩니다.

내용도 재미있는데, 당대의 책들에서 가져온 참고용 도판과 레시피도 충실해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현대에도 재현할 수 있도록 일종의 대체 재료 및 현대 기준에 맞춰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해 먹어도 충분히 맛있을 것 같더군요. 개중 가장 간단할 것 같은 다 빈치의 샐러드 드레싱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선한 이탈리아 파슬리 10작은술 (간 것), 신선한 스피어민트 1작은술 (간 것), 신선한 타임 1작은술 (간 것), 올리브유 3/4컵, 와인식초 1/4컵, 소금과 새로 간 후추 (맛내기용)를 더해 1컵으로 만들면 된다'고 하니 참 쉽죠?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우선 목차가 시기나 주제별로 잘 정리된 느낌은 아닙니다. 또 제목과 다르게 다 빈치에 대한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도 기대와 달랐고요.
그래도 르네상스 초기 음식 역사에 대해서는 확실히 짚어줄 뿐더러 내용도 꽤 재미있는 편이라 음식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긴 합니다. 책도 상당히 예쁘게 나온 만큼 소장용으로도 괜찮거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23/02/18

Chat GPT에게 추천받은 역대 최고의 추리소설 베스트 10

요사이 화제인 Chat GPT에게 추천받은 역대 최고의 추리소설 베스트 10입니다. 지구가 멸망할 때 남겨두어야 할 10편의 작품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아래와 같이 추천해주네요. 
고전들은 다른 리스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양들의 침묵>>과 <<다빈치 코드>>가 조금 특이했습니다. 좋은 작품들이니 납득할만 합니다. 

Certainly, here are 10 of the best mystery novels of all time, in no particular order: 

  1.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by Arthur Conan Doyle - This classic Sherlock Holmes story follows the legendary detective as he investigates a supernatural beast that is terrorizing a family.
  2.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by Agatha Christie - This iconic whodunit mystery sees detective Hercule Poirot investigating a murder on a luxurious train journey.
  3. "The Maltese Falcon" by Dashiell Hammett - This hardboiled detective novel features private investigator Sam Spade as he investigates the theft of a valuable artifact.
  4. "The Name of the Rose" by Umberto Eco - This historical mystery novel takes place in a medieval monastery, where a series of murders lead a Franciscan friar to investigate the secrets hidden within the walls.
  5. "The Big Sleep" by Raymond Chandler - This noir detective novel follows private investigator Philip Marlowe as he investigates a wealthy family's dark secrets.
  6. "Rebecca" by Daphne du Maurier - This gothic mystery novel tells the story of a young woman who becomes haunted by the memory of her husband's dead first wife, Rebecca.
  7. "And Then There Were None" by Agatha Christie - This classic mystery novel sees ten strangers trapped on an island and being picked off one by one by an unknown killer.
  8. "The Moonstone" by Wilkie Collins - This 19th century mystery novel is considered to be one of the first detective novels, and follows the investigation into the theft of a valuable diamond.
  9. "The Silence of the Lambs" by Thomas Harris - This psychological thriller features FBI trainee Clarice Starling as she enlists the help of incarcerated serial killer Hannibal Lecter to track down another killer.
  10. "The Da Vinci Code" by Dan Brown - This controversial mystery novel follows symbologist Robert Langdon as he investigates a conspiracy involving the Catholic Church and the Holy Grail.

2024/01/10

인페르노 (2016) - 론 하워드 : 별점 1.5점

"암호를 풀지 못하면 지옥의 문이 열린다!"
전세계 인구를 절반으로 줄일 것을 주장한 천재 생물학자 ‘조브리스트’의 갑작스러운 자살 이후 하버드대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은 기억을 잃은 채 피렌체의 한 병원에서 눈을 뜬다. 담당 의사 ‘시에나 브룩스’의 도움으로 병원을 탈출한 랭던은 사고 전 자신의 옷에서 의문의 실린더를 발견하고,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묘사한 보티첼리의 ‘지옥의 지도’가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원본과 달리 지옥의 지도에는 조작된 암호들이 새겨져 있고, 랭던은 이 모든 것이 전 인류를 위협할 거대한 계획과 얽혀져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는데…

거대한 음모를 밝혀낼 유일한 단서
단테의 지옥은 소설이 아니라 예언이다!


연초에 볼거 없나 싶어 넷플릭스에 들어갔다가 충동적으로 보게 된 작품.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 이은 로버트 랭던 시리즈 제 3탄으로 "천사와 악마"는 원작만 읽고 영화는 보지 않았는데, 이 작품은 원작을 읽지 않고 영화를 보게 되었네요.

로버트 랭던 교수가 기억을 잃은 채 여러 조직에게 쫓기면서 암호를 풀어나가는 중반부까지는 흥미로왔는데, 시에나가 조브리스트의 연인임을 밝힌 이후부터는 아쉬움 투성이입니다. 이야기의 개연성도 많이 부족했고요.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건 왜 랭던 박사를 기억 상실처럼 속여서 암호를 해독하게 만들었냐는 것입니다. 바이러스를 없애려고 하는 WHO는 바이러스에 대해 아무런 단서가 없었어요. 조브리스트는 자살했으니 시에나가 랭던 박사를 속여서 암호를 풀게 하지 않았다면, 바이러스의 위치는 끝까지 드러나지 않았을겁니다. 바이러스 확산을 앞당기기 위해서 위치를 알아내야 했다고 설명되는데, 앞당겨야하는 합당한 이유는 정작 설명되지도 않고요.
조브리스트가 바이러스의 위치를 구태여 암호로 남긴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작전을 성공시키려면, 위치도 영원히 숨겨놓는게 당연하잖아요? 단테의 신곡 속 지옥을 활용한 암호로 남긴 이유도 알 수 없으며, 해석도 억지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바이러스를 둘러싼 짤막한 액션도 별로였습니다. 톰 행크스가 소화하기에는 어색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많이 들어보인 탓이지요. 흐름상 바이러스가 유출되지 않을거라는 확신도 들어서 긴장감도 전혀 느낄 수 없었고요.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유명 건물들과 작품들을 활용한 배경은 멋있었지만, 그 외에는 건질게 없네요. 단점만 가득한 작품으로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2016/10/29

서프라이즈 : 사건편 -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제작팀 : 별점 2점

서프라이즈 : 사건편 - 4점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 제작팀 지음/MBC C&I(MBC프로덕션)

MBC의 "서프라이즈"는 최근 잘 보지는 않지만 예전에는 저도 자주 보았던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제 절친 철호군의 애청 프로그램이기도 하고요. 이 친구가 얼마나 좋아하냐 하면, 예전에 월드컵으로 "서프라이즈"가 결방하자 짜증을 낼 정도였죠. 아 철호야 보고싶다.... 하여튼, 그 "서프라이즈"에 소개되었던 이야기들이 두 권의 책으로 발간되었습니다. 한 권은 "사건편", 다른 한 권은 "인물편"입니다. "사건편"에서는 제목 그대로 "서프라이즈"에 소개되었던 기묘한 사건들 중 약 90여편을 소개해 주고요.

하지만 내용이 의외성이 있다거나, 새로운 이야기는 많지 않습니다. 아틀란티스, 모아이, 마야, 일루미나티, 야마시타 골드, 사해 사본, 코덱스 기가스 등은 이런 저런 곳에서 하도 많이 언급해서, 이제 쉬어버렸다고 해도 무방할 소재들이니까요. 게다가 400페이지 정도 분량에 무려 11개 주제, 90여편의 이야기가 소개되는 탓에 깊게 파고들지도 못합니다. 한 이야기당 4페이지를 할당하기도 버거울 정도이니 당연합니다. 그나마도 소개되는 이야기들도 너무 각색해서 실제 역사가 왜곡되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나폴레옹이 워털루에서 패배한 이유가 병조림 때문이라는 (영국은 더욱 개선된 통조림을 장비) 주장이 대표적입니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TV에서 방영한 이야기를 가공한 것임에도 단 한장의 도판도 수록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밀림 속 신비의 사원과 같은 고대 유적이나 그림, 주요 문화재와 같은 소재는 도판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요.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아주 건질게 없지는 않습니다. 이슬람의 신비의 명검 다마스쿠스 검은 칼 표면의 소용돌이 또는 물결무늬가 특징인데, 이 무늬가 강도와 탄력성을 부여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700도까지 가열한 후 280도에서 담금질을 하였다는 제조법 또한 마찬가지고요. 마지막으로 다마스쿠스 검의 최신 분석 결과로는 탄소나노튜브가 검출되었다고 하니 놀랍기만 할 따름입니다. 오래전에 감상했던 "13번째 전사"에서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분한 이븐 파들란이 전투를 앞두고 준비하던 칼이 떠올랐습니다.

중세 집집마다 상비했던 명약 무미야는 사실 이집트 미라를 갈아서 만든 것이라는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미이라를 만들 때 쓴 "몰약" 성분 덕분이라는데 몰약은 말로는 많이 들었지만 성분이 무엇인지는 몰랐는데 공부가 많이 되었습니다. 동부아프리카 해안 자생 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살균, 정화 능력이 탁월하다네요.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속에 암호가 숨겨져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입니다. 그림 위에 다섯 줄의 평행선을 그리고 제자들의 손과 빵의 위치에 점을 찍은 후 거울에 반전시켜 40초 분량의 찬송곡이 나왔다는군요. 이거야말로 TV로 보았으면 그림, 음악이 실제로 나왔을터라 더욱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그 외에도 나우루 공화국이 인광석을 바탕으로 엄청난 복지를 이루었지만 자원 고갈, 환경 오염 및 섬의 고도가 낮아져 가난과 공포에 휩싸인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라던가 하트셉수트의 사망 원인이 당뇨병, 온 몸에 퍼진 골암이었다는 이야기 등등도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TV로 보는게 더욱 의미있는 내용들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책으로 읽을만큼 가치가 있는 내용이라 생각되지도 않고요. 책으로서의 완성도 역시 수십년 전 리더스다이제스트에서 발간한 "세계진문기담"이나 "세계상식백과" 등과 비교해보아도 현격하게 처집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궁금하신 주제가 있으시다면 인터넷으로 찾아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2019/07/14

미술관에 간 화학자 1 - 전창림 : 별점 2점

미술관에 간 화학자 1 - 4점
전창림 지음/어바웃어북

화학 박사인 저자가 다양한 미술 작품에 사용된 화학에 대해 설명해주는 내용... 으로 알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초반부는 생각대로더군요. 특히 첫번째 장인 '마리아의 파란색 치마를 그린 물감'은 근거를 토대로 추리하는 맛까지 살아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그리스도의 매장"은 미완성인데, 오른쪽 하단은 뭘 그리려고 했는지? 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내용이거든요.
저자는 성모 마리아를 그리려다 만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최후의 심판"에서처럼 성모 마리아의 치마는 울트라 마린으로 칠하려 했지만, 울트라 마린은 당시에 비싸고 귀한 재료라 칠하지 못했던 거라면서요. 그래서 더 싼 파란색 염료인 아주라이트로 막달라 마리아를 칠했는데, 아주라이트는 안정성이 떨어지는 탓에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어 칙칙해져 버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의 매장"의 사진을 통해 막달라 마리아 옷 색은 칙칙한 갈색이라는걸 보여주며 마무리합니다.

유화의 성분 (불포화지방산)을 알려주며 유화가 어떻게 단단한 도막을 형성하는지를 알려주는 '유화를 탄생시킨 불포화지방산'도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항상 수백년 된 유화가 어떻게 이렇게 잘 보존되는지 궁금했었는데 그 궁금증이 풀렸거든요. 유화의 아마인유 (불포화지방산) 작용을 달걀노른자로 대신한 템페라, 석고 위에 수성 물감을 스미게 한 프레스코 모두 색감과 묘사에 있어 유화의 상대가 되지 않았기에 유화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설명도 좋았고요.

'화학에는 문외한이었던 천재 예술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주인공입니다. 세계적인 천재로 알려진 그가 화학에는 문외한이었던 탓에, 납이나 구리를 함유한 흰색이나 녹색과 황을 함유한 버밀리온이나 울트라마린을 함께 사용해서 두 물질이 반응을 일으켜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답니다. 그 외에도 화학을 몰라 저지른 실수가 많던데 미켈란젤로가 일찍 유화를 시작하지 않은게 전 인류의 손실인 듯 해서 많이 안타깝습니다.
이런 물감의 변화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게 '화학 반응으로 바뀐 그림의 제목' 입니다. 렘브란트의 "야경"은 원래 밤을 그린 어두운 그림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후 그림 보존을 위해 바니시를 발랐을 때의 실수, 그리고 납을 포함한 안료를 사용한 탓으로 그림이 검게 변한 겁니다. 이 안료는 황과 만나면 흑변하는데, 19세기 산업 혁명으로 도시 공해가 심해졌을 때 대기 중의 황산화물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군요. 이렇게 납이 들어간 색 중 연백 (lead white)를 즐겨 사용한 화가 휘슬러는 납 중독으로 죽었다니 무섭기도 합니다.
연금술에 관련된 그림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연금술의 죽음'은 과연 화학자가 썼구나 싶었습니다. "인을 발견한 연금술사"라는 잘 알지도 못했던 그림까지 찾아내어 소개하는 등 열정도 대단하고요.

화학 외에 미술에 대해 전문적으로 풀어낸 내용도 재미있는게 많았습니다.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 그림을 구석구석 상세하게 분석하여 어떤 사물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주는 식의 설명이 특히 좋았어요. 이런 류의 설명은 '연금술의 죽음'에서 "프로크리스의 죽음", '밀랍과 수은'에서 "이카루스의 추락", 홀바인의 "대사들" 등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은 그림 설명도 설명인데 프랑스 혁명 당시 상황까지도 상세하게 알려주는 소개가 무척 좋았어요. 무엇보다도 인상파 작가들이 물감을 직접 섞으면 탁해지기 때문에 한정된 밝은 색 물감만 짧은 붓터치를 사용해서 사람의 눈에 섞여서 보이게끔 했다는게 아주아주 기억에 남습니다. 전혀 몰랐네요. 쇠라의 그림도 그렇다면 확실히 의미가 있겠지요. 실물을 꼭 한 번 보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화학, 과학보다는 점점 평범한 미술사 관련 책이 되어 버리는건 좀 아쉬웠습니다. 미술에 대한 설명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기대했던 내용과는 거리가 머니까요.
게다가 과학을 그림과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억지스러운 것도 있습니다. 마티스의 그림과 색의 주기율 R.G.B를 연결시키는건 나쁘지는 않지만 딱 들어맞는다고 하기는 어려웠고, 마찬가지로 마티스의 그림이 색으로 입체를 표현했다는 설명도 그렇게 와 닿지 않습니다.
그 외에 인상파 관련된 글이 많은 점과 해부에 대한 그림, 과학 기기가 등장하는 그림에 챕터 하나를 할애하는 설명들도 앞 부분에 비하면 그닥이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미술사 관련 서적으로 부족함은 없지만 기대한 내용은 아니라 감점합니다.화학 관련된 이야기가 더 많았어야 하니까요. 후속권이 있는 듯 한데 이대로라면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은 없습니다.

2011/02/20

트레져헌터 쿠카이 1~8 - 수에나가 시게노부 : 별점 2점

트레저헌터 쿠카이 8 - 4점
수에나가 시게노부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보물찾기라는 소재는 웬만한 추리물에서 한 번쯤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보물이 어디 있는지를 알려주는 단서는 암호 트릭의 일종으로 보아도 무방하며, 이를 풀어가는 재미와 함께 보물의 정체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만 만들면 본전 이상은 충분히 하고도 남지요. "다빈치 코드"가 좋은 예입니다. 반대로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더 큰 혹평을 받을 수도 있고요.

이 작품 역시 제목 그대로 보물을 찾는 '트레저 헌터'가 등장하는 만화입니다. 출간된 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취향이 아닌 그림 탓에 그동안 방치해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읽어보니 이야기만 놓고 보면 본전 이상은 충분히 한, 성공한 케이스라 깜짝 놀랐습니다!

보물들의 종류만 해도 토벌당한 오슈 후지와라가 숨겨놓았다는 황금, 기이구목 문좌이문의 숨겨둔 재산, 마경 속 암호를 이용한 아마쿠사 시로의 보물, 오다 노부나가 최후의 가신 나리마사의 보물, 다케다 신겐의 매장금, 총통 미술관 등 다양하고 흥미진진합니다. 이러한 보물을 찾아가는 암호 트릭도 꽤 탄탄한 편입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보물찾기 외의 에피소드들 수준 역시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특정 바이올린의 음색을 이용한 암살 계획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웬만한 정통 추리물 수준이며, 주인공 쿠카이의 원래 가업인 '골동품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도 몇몇은 "갤러리 페이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입니다. 예를 들면, '화조오련도'라는 5폭짜리 그림의 일부를 찾는 에피소드는 발상과 전개, 반전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위작을 감별하는 방법 등의 디테일이 "갤러리 페이크" 최고작 못지 않더라고요. 조각가 나오키의 최고 걸작을 찾는 에피소드에서는 흙손 그림이 등장하는데, 역시 "갤러리 페이크"의 미장 기술자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 만화가 걸작이 되지 못하고 비교적 짧은 8권으로 종료된 이유 역시 확실합니다. '만화'라는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강약 조절에 실패해 전혀 긴장감을 불러오지 못하는 허술한 작화와 전개도 문제지만, 시대착오적인 고전 소년만화 느낌이 물씬 나는 것도 큽니다. 보물에 대한 설정과 이를 찾아가는 과정은 훌륭하지만, 결말 부분의 과장이 너무 커서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금으로 만든 교회나 사원이라니...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 하는 법이겠죠.

아울러 주인공 쿠카이가 별다른 매력 없는 올드한 열혈 청년이며, 라이벌로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어처구니없는 존재들이라는 점도 아쉽습니다. 등장 캐릭터 모두가 생김새는 물론 성격과 행동까지 마음에 들지 않아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좋은 내용이 없는건 아닌데, 만화라는 매체로 보면 단점이 너무 커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군요. "마스터 키튼" 스타일로 풀어냈거나, "용오" 방식으로 전개했다면 시대를 뛰어넘는 걸작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작가 스스로 지나치게 소년 모험 만화라는 장르에 매몰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이자면, 작가의 본명인 末永 繁信로 검색해 보아도 후속작을 찾기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한 이유로 작가 역시 진작에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혹시 정보를 아시는 분이 계시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08/03/30

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시절 - 마쓰오 바쇼 외 / 김향 : 별점 3점

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 시절 - 6점
마쓰오 바쇼 외 지음, 가츠시카 호쿠사이 외 그림, 김향 옮기고 엮음/다빈치

하이쿠 명작들과 우키요에 작품들을 매치시켜 만든 책으로 앞부분에서 하이쿠와 우키요에의 역사를 간략하게 훝어주며 당대 에도시대의 문화까지 살짝쿵 전해주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시화집이라 생각합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같기도 하고요.

하이쿠를 쓰는 방법 같은 실용서적인 측면도 약간 있어서 하이쿠에 관심있으신 분들, 그리고 굉징히 다양한 우키요에 작품들이 괜찮은 인쇄질로 소개되어 있어 우키요에 팬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물일 겁니다. 각 작가들에 대한 간략한 정보도 실려 있는 등 정보적인 측면에서도 괜찮은 수준이에요.

그러나 가격이 원래는 18000원인데 지금 알라딘에서 거의 도매수준으로 팔고 있는 것을 볼 때, 하이쿠와 우키요에 팬들이 많이 없나봅니다. 물론 저는 정가에 샀습니다...ㅠ.ㅠ

2016/07/09

검은 수도사 - 올리퍼 푀치 / 김승욱 : 별점 3점

검은 수도사 - 6점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문예출판사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숀가우 교구 알텐슈타트 성 로렌츠 성당의 신부 안드레아스 코프마이어가 독살당했다. 현장을 조사하던 지몬과 야콥 퀴슬은 성당 지하실에서 템플기사단장의 묘를 발견했다. 지몬은 신부의 여동생 베네딕타와 함께 암호 풀이를 통해 템플기사단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나섰고, 야콥 퀴슬은 법원 서기 요한 레흐너의 지시로 도적단을 토벌하게 되었다. 마리아는 지몬과 베네딕타 사이를 질투하여 스스로 아우크스부르크로 여행을 떠나는데...

원래 남자들은 다 그래. 손에 쥔 걸로 만족하는 법이 없지. 하지만 조만간 다시 돌아온단다. 항상. - 지몬과 베네딕타의 관계 때문에 속상한 마리아에게 산파 스승 슈테흘린이 하는 말.

"왜 항상 그렇게 말이 많은 거야? 사람을 죽이고 싶으면, 그냥 입 다물고 죽여." 나타니엘 수사를 죽이고 퀴슬이 하는 말. 나타니엘이 말이 좀 많기는 했습니다...

17세기 바바리아 지방을 무대로 한 역사 추리물 "사형 집행인의 딸"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그런데 시대와 배경이 다를 뿐,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느낌이 물씬 납니다. 오래된 유물에서 하나씩 단서를 얻어 보물을 찾아나가는 과정, 그리고 그 보물이 예수가 못 박혔다는 십자가라는 종교적 장치가 핵심이라는 점에서요. 성당의 수장이 흑막이라는 점은 "천사와 악마"가 떠오르고, 성물을 찾는 조직과 핵심 성물이 십자가라는 설정은 "용오"의 한 에피소드도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만의 매력도 충분합니다. 우선 읽는 재미가 뛰어납니다. 지몬과 베네딕타 커플의 암호 풀이, 퀴슬의 강도단 추적, 마리아의 수도사 추적이 동시에 진행되는 복잡한 이야기가 지루함 없이 속도감 있게 전개됩니다. 결말에 이르러 모든 내용이 유기적으로 하나로 이어지는 구성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덕분에 약 500페이지라는 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17세기 독일 바바리아를 무대로 한 묘사도 빼어납니다. 시대와 장소, 다양한 인물, 민초들의 삶 등 모든 요소에서 철저한 고증과 설득력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으리라 생각되네요.

전작에서 이어지는 캐릭터들의 개성도 여전합니다. 특히 이 시리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야콥 퀴슬의 존재감은 더욱 도드라집니다. 지성과 힘을 겸비한 먼치킨 캐릭터로 여전히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거든요. 특히 성 요한 예배당에서 천장을 타고 내려오는 결전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에요. 상상만으로도 전율을 자아냅니다. 여기에 인간적인 매력도 더해져 있기까지 합니다. 예를 들어 도적단 두목 한스 셸러와의 대화 장면에서는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할 정도지요.

지몬 프론비저도 미워할 수 없는 뺀질 캐릭터로 톡톡튀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암호 풀이에서 보이는 대단한 활약은 조금 놀랍기도 했고요. 헐리우드식 버디 무비에서 흔히 등장하는 친구 캐릭터 정도로 생각했는데 의외의 활약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제목이기도 한 "사형 집행인의 딸" 마리아의 존재입니다. 아우크스부르크로 가는 여정에서 강도에게 돈을 빼앗기고, 우연히 만난 수도사를 미행하다 붙잡히는 등 민폐 캐릭터로만 그려지는 탓입니다. 지몬과 베네딕타의 관계를 질투하는 장면들도 불쾌하게만 다가왔습니다.

새로운 캐릭터인 베네딕타 역시 비슷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리아가 좋은 신분으로 태어났다면 이랬을 것이라는 묘사 등을 통해 마리아의 복제판처럼 느껴집니다. 게다가 그녀가 도적단의 일원이라는 반전은 굳이 필요했나 싶을 정도로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단순히 안드레아스 신부의 여동생으로 설정해도 충분했을 텐데, 이야기를 지나치게 확장시켜 오히려 주된 흐름에 방해가 되었어요.

우연에 의존한 전개도 다소 거슬립니다. 마리아가 야코부스를 우연히 만나 미행하고, 다시 우연히 지몬과 베네딕타를 구하게 된다는 설정은 지나치게 작위적입니다. 다른 인물들의 만남이나 사건 진행도 대부분 우연에 의존하고 있고, 결말에서는 곰팡이 슨 약초로 페니실린을 만들게 된다는 전개까지 등장하는데 이건 많이 억지였어요.

또한 암호 풀이는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고, 그 해석도 흥미롭지만 독자가 함께 추리에 참여할 수는 없습니다. 해당 지역 고유의 역사나 지명에 기반한 내용이기 때문인데, 이런 점은 이 작품을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역사 모험물로 보이게 만듭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아쉬움은 있지만 읽는 재미만큼은 결코 폄하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05/02/24

이 미스테리가 굉장해! 2005년판

이번에 일본가서 구입한 책입니다. 평소 궁금하기도 했고 해서 과감히 사 보았죠.

제목에서 보다시피 2004년 한해의 추리계를 정리한 (물론 일본 기준으로) 책입니다. 가장 중요한 챕터는 앞부분의 2004년도 국내 / 국외 베스트 목록이고, 기타 본격 / 호러 / 하드보일드 등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필자들이 선정한 챠트도 실려 있습니다. 여러 저명인사들과 추리 커뮤니티마다 나름대로 선정한 한 해 동안의 베스트 5, 그리고 작가들의 근황 및 2005년도 계획, 유명 작가들의 대담 등 알찬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저의 일본어 실력이 거의 바닥 수준이라 내용을 완벽히 이해한것은 아니지만 여러 대담 - 특히 노리츠키 린타로와 기시 유스케의 대담은 주목할만 합니다. - 과 인터뷰, 여러가지 재미있는 기획 기사, 2004년도 각종 신인상 수상작에 대한 자세한 리뷰 및 평가들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추리라는 쟝르의 잣대와 범위를 굉장히 넓게 잡고 있긴 하지만 (읽어보니 범죄 사건이나 경찰, 수사 과정이 등장하면 무조건 "미스테리"로 간주하는 것 같군요) 쟝르별, 간략한 스토리별로 자세하게 알려주는 자세가 좋았으며, 개인적으로는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가는 작가 노리츠키 린타로의 10년만의 시리즈 부활이라는 타이틀까지 걸려있는 2004년도 국내 베스트 1위 "살아있는 목에게 물어보라"와 역시나 간만의 관 시리즈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암흑관의 살인" 등에는 관심이 많이 갑니다. 호러-심리 서스펜스 작가로 알고 있던 기시 유스케의 본격 밀실 추리극도 탐나고요. 중국 홍루몽 시대의 살인사건을 다루었다는 독특한 역사 추리물같은 작품 "홍루몽의 살인"도 끌립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많은 책들이 소개되고 있어서 군침만 삼키게 되네요.

번역작품이야 국내에도 요사이 다빈치 코드의 대박때문인지 그런대로 소개되는 편이긴 하지만 이런 일본 본격물의 소개는 너무나 뜸해서 아쉽습니다. 이럴때 누가 저에게 돈을 좀 대준다면 일본의 정통 본격물 중심의 참신한 미스테리 문고본 기획 한번 내보고 싶긴 한데 말이죠. (저만 읽게 될 것 같아 두렵긴 합니다)
아울러 일본은 정말 추리 강국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국내 작품만으로도 눈에 들어오고,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 한두편이 아니며 해외 신작도 번역하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거의 실시간으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또한 출판되는 책들도 신간들은 물론이요 과거의 고전들도 다시 복간되고 재번역되어 충실하게 소개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무엇보다 이런 책이 매년 나와 줄 만큼 매년 새롭게 풍부한 컨텐츠가 소개된다는 사실이 부러울 뿐입니다. 국내에서도 언젠가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으면 합니다.

2024/09/01

정말로 추천하고 싶은 미스터리 소설 (オモコロ(Omocoro)bros)

유머러스한 기사들로 인기가 많은 일본 웹 사이트인 オモコロ(Omocoro)bros 편집부 멤버들이 추천하는 미스터리 소설들입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품은 세 편 뿐이라는게 아쉽네요.

브로스 편집부입니다.
8월의 일요일마다 다양한 장르의 "추천 소설"을 소개하는 기사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주는... "추천 미스터리 소설"! 다양한 미스터리를 즐겨보세요.

**다빈치 오시야마의 추천 호러 소설**
《우주 탐정 노그레이》 (타나카 히로부미)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전제로 한 미스터리 작품을 "특수 설정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마법이 있는 세계"나 "타임루프가 있는 세계"와 같이,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수 설정이라도 "아무거나 가능"한 것은 아니란 점이 중요합니다. 마법이 있다고 해서 "아무도 모르는 워프 마법을 범인만 사용할 수 있었다"라고 하면 흥이 깨지겠죠. 비현실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결말에도 논리적인 납득이 필요합니다.
《우주 탐정 노그레이》는 다섯 편의 연작 단편집입니다. 우주를 무대로 하는 능력 있는 탐정 "노그레이"가 기묘한 행성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단, 이 행성들이 모두 매우 특이합니다.
  • 고지라 같은 거대 괴수만 사는 "괴수 행성 킹고지"
  • 주민들이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천국 행성 파라이스"
  • 주민 수가 항상 일정하며, 죽은 자가 다시 태어나는 "윤회 행성 텐쇼우"
  • 모두가 대본대로 연극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연극 행성 엔게키"
……등, 독특한 행성들만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미스터리에서 "목 없는 시체"는 흔한 미스터리지만, 그 시체가 무적의 거대 괴수라면? 유쾌한 행성에서 벌어지는 더욱 불가사의한 사건들. 그 해결도 역시 행성의 특수한 성질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결말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마치 모든 것이 가능한 듯 보이면서도 마지막에 피스가 맞아 떨어지며 규칙의 전체 그림이 보이는 그 기분은 미스터리의 묘미라 할 수 있습니다. 장난감 상자를 들여다보는 듯한 재미가 있는 한 권입니다.

**카마도의 추천 미스터리 소설**
《명탐정의 제물: 인민교회 살인사건》 (시라이 토모유키)

플롯부터 너무 멋진 미스터리 작품입니다. 최고입니다!!!!!!!
미스터리 작품 중에 "다중 해결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하나"라는 개념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으로, "추리 결과, 여러 진실이 존재한다"라는 것이 이 장르의 특징입니다. 이 시라이 토모유키 선생님의 다중 해결물은 탁월합니다. 미스터리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작품입니다.
다중 해결물은 매우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추리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도중에 "이게 뭐야... 방금 추리는 뭐였지?" 또는 "피곤해... 결론만 말해줘..."라는 상황이 될 수 있지만, 이 《명탐정의 제물》에서는 제시된 여러 추리가 모두 강력한 임팩트를 줍니다. 압도적인 해설 파트를 읽으면서 "이 사람, 정말 대단하다!"라고 감탄하게 될 정도입니다. 장인의 기술에 감탄할 정도로 멋진 작품입니다. "다중 해결"의 구조적 약점을 없애면서, 동시에 "다중 해결"이라는 장르 자체에 새로운 빛을 불어넣는 듯한 훌륭한 플롯을 꼭 경험해 보세요.
다른 작품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며, 이 《명탐정의 제물》을 시작으로 깊이 빠져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작품인 《엘리펀트 헤드》는 정말 최악입니다. 물론 나쁜 의미가 아니라, 정말 재미있지만, 진짜 최악입니다. 사람이 이런 걸 써도 되나? 여러 의미에서 머릿속이 어떻게 된 걸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섭습니다.

**나시의 추천 미스터리 소설**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이야기》 (스기이 미츠루)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손이 떨리다니" 라는 경험을 한 건,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일종의 상쾌함까지 느낄 정도로, 기분 좋게 압도당했습니다.
훌륭한 독서 체험을 보장하므로,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꼭 서점에서 구입하시길 권합니다.
아니면 Amazon 카트에 담아주세요.
"전자책은 없나요?"라고 낙담할 시간도 없습니다.
지금.
당장.

**마키노의 추천 미스터리 소설**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 (아사쿠라 아키나리)

취업을 위해 양산된 듯한 여섯 명의 우수한 대학생들이, 모두 내심 내정받고 싶은 대기업의 최종 면접에 남았으나, 전원이 내정받는다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한 명만 내정된다고 변경되었고, 그뿐만 아니라 최종 토론 중에 우등생들의 "뒷모습"을 폭로하는 고발장이 나오면서, 한 사람씩 가면이 벗겨지는 미스터리입니다.
책의 재미 순위를 석권하고, 만화화, 영화화, 라디오 드라마화까지 이루어졌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습니다! 취업을 위해 드러난 좋은 면과 고발을 위해 드러난 나쁜 면이 교차하며, 사람의 인상이 전혀 믿을 수 없다는 스릴 넘치는 구성에 책을 놓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게다가 엄청 읽기 쉽습니다!).
여러 번 뒤집히는 대학생들의 의혹에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교묘한 미스리드, 마지막에 남겨진 고발문의 놀라운 결말, 그리고 모두가 좋아하는 선명한 복선 회수... 말할 것이 없는 소설의 완전체였습니다. 11월에 영화도 개봉된다고 합니다. 꼭 보세요!

**가미죠의 추천 미스터리 소설**
《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나오키상을 받은 화제작을 지금 와서 추천하는 것도 뭐하긴 하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소개하고 싶습니다.
배경은 전국시대로, 주인공은 실존 인물인 전국 무장 아라키 무라시게입니다.
…잠깐만요, 이 시점에서 "역사물인가, 흥미 없네"라고 생각한 분들, 조금만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이 소설은 등장인물과 배경만 역사물일 뿐, 내용은 완벽한 미스터리입니다.
주인공 무라시게는 어느 계기로 상사 오다 노부나가를 배신하고, 성에 틀어박힙니다. 그곳에 쿠로다 칸베이라는 엄청나게 뛰어난 지장이 찾아와 무라시게를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성 안에서 둘이 나눈 이야기가 지금으로 치면 실제로 있었던 "밀실 토크"처럼 느껴져, 이 두 사람의 생각을 예상해가며 즐기게 됩니다.
그리고 사실 이 이야기에는, 예측할 수 없는 충격적인 반전이 숨겨져 있습니다. 다 읽고 나서 "설마, 이런 전개가 가능하다니!"라고 생각하며 충격을 받을 겁니다. 요네자와 호노부 선생님의 《흑뢰성》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다시 한번, 독서의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2022/05/28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중국 건축 이야기 - 자오광차오, 마젠충 / 이명화 : 별점 2.5점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중국 건축 이야기 - 6점
자오광차오.마젠충 지음, 이명화 옮김, 한동수 감수/다빈치

제목만 보면 중국 건축에 대한 미시사, 건축사 책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건축의 기초가 되는 석재, 벽 등을 만드는 흙, 기둥과 지붕을 받치는 나무, 사람이 집을 짓는 타와 그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여백이 많은 그림과 글로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채지충의 그림이 떠오르는 가벼운 선 중심인데, 디테일을 알려주는 부분은 정교하고 컬러도 깔끔하면서 동양적으로 채색되어 있어서 하나하나가 빼어난 일러스트 작품으로 손색이 없는 덕분입니다. 

아래의 백석 난간에 대한 설명처럼 그림으로 건축 구조를 설명해주는 도감같은 구성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런 부분의 완성도도 높은걸 보면 저자의 도감식 구성 작품을 한 번 구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중국 건축물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고, '작업노트'라는, 재미와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 내용이 뒷부분에 30여 페이지 정도 분량으로 수록된건 감점 요소입니다. 가격에 비하면 17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도 아쉬웠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선뜻 권해드리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여백이 많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 장르를 좋아하시면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22/07/23

[2022년 버젼] 미스터리 소설 추천 35선. 신간부터 인기 고전 명작까지 랭킹으로 소개! from SAKIDORI

화제가 되는 여러가지들을 알기 쉽게 소개해준다는 일본의 웹 매거진 SAKIDORI에서 선정한 순위입니다.

개인적 평가로는, 초보자용과 반전계 랭킹은 나름 괜찮습니다. 초보자용은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제작되어 '친숙하고 읽기 쉬운' 측면을 많이 고려한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딱히 대단한 걸작이라고 보기 힘든히가시가와 도쿠야 작품 순위가 높은 점에서 추측해보자면 말이지요. 이 중 "푸른 불꽃"과 "거울 속 외딴성"은 저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2022.10.08에 읽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습니다.

반전계는 "까마귀의 엄지" 빼고는 다 읽어본 셈인데 ("가위남"은 영화로), 순위는 모르겠지만 선정 자체는 적절해 보입니다(*"까마귀의 엄지"도 2023.06.23에 읽었습니다). 일본판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표지의 치명적인 귀여움은 인상적이에요.

그러나 해외 미스터리 추천 랭킹은 좀 불만스럽습니다. 우선 비극 시리즈의 최고 걸작은 "Y의 비극"이라는건 정론입니다. "X의 비극"이 아니라요. "오페라의 괴인"이 미스터리에 속하는지도 의문이며, 잘 모르는 작품이 무려 세 편이나 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수많은 걸작들을 제치고 애거서 크리스티, 코난 도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걸까요? 이는 찬찬히 읽어보고 평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초보자용 미스터리 추천 랭킹 

반전계 미스터리 소설 추천 랭킹

해외 미스터리 소설 추천 랭킹 

2022/04/14

큐브릭 게임 - 데릭 테일러 켄트 / 최필원 : 별점 1.5점

큐브릭 게임 - 4점 데릭 테일러 켄트 지음, 최필원 옮김/책세상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UCLA의 괴짜 영화학도 숀은 큐브릭 매니아라는 이유로 지도교수 마스카로에게 '큐브릭 게임'을 풀어낼 적임자로 지목되었다. 숀은 스탠리 큐브릭이 직접 남긴 수수께끼를 차례대로 풀어나가야 하는 게임에 친구 윌슨, 새미와 함께 뛰어들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게임에 위험한 세력이 연루되어 있다는걸 깨닫는데....

스탠리 큐브릭이 생전에 남긴 메시지로 큐브릭의 영화를 분석해 퀴즈를 풀어낸다는 내용의 모험 미스터리입니다. 

누군가 남긴 퍼즐을 풀어내는 이야기가 가슴 따뜻하게 만드는 진상과 우승 상품, 그리고 여러모로 크게 성장하는 주인공의 성장기와 결합되었다는 점에서는 "웨스팅 게임"이 떠오릅니다. 여러 팀이 서로 경쟁을 벌인다는 점도 유사하니까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거장의 유명 작품들 속 단서들을 풀어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단서를 풀어가는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는건 "다빈치 코드"와 똑같고요.

이렇게 인기 있을만한 설정과 큐브릭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결합된 탓에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큐브릭에 푹 빠진 영화 매니아 청년이 친구들과 함께 거장이 남긴 메시지를 더듬어간다! 그럴듯하잖아요. 실제로 초, 중반부까지는 꽤나 흥미진진합니다. 큐브릭의 영화들이 담고 있는 다양한 상징들, 특히 "샤이닝"과 아폴로 11호가 어떻게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고요.

하지만 이야기는 뒤로 가면 갈 수록 이상해져 버립니다. 정확하게는 게임의 목적과는 상관도 없는, 스탠리 큐브릭이 달 착륙 영상을 찍어서 조작했다는게 폭로되는걸 막기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조직이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이 조직 구성원들인 마스카로와 일당들이 프리메이슨 내 '기사단' 소속으로 비밀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는건 대체 뭔가 싶더군요. 시대와 장소를 100년이상 착각한 듯한 설정도 비현실적이며 우습기 짝이 없고, 숀을 이용하여 게임의 정답을 알아낼 속셈이었다가 중간부터는 노골적으로 숀을 위협하는 행동도 설명이 안되는 탓입니다. 직접 나서지 않고 끝까지 같은 편인척 하다가 뒤통수를 치는게 훨씬 사실적이며 당연한 행동 아닐까요? 핵심 빌런이 하는 짓 치고는 너무 조잡했어요. 

릭의 부하로 게임을 만들었으며, 게임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루크와 리치가 마스카로를 살해한다는 것도 당황스러운 전개였습니다. 숀과 같이 마실 수도 있었던 와인에 독을 탔다는 발상도 어처구니 없었지만서도, 사람을 이렇게 쉽게 죽일 수 있었다면 왜 이중 스파이인 척 마스카로와 협조했는지도 알 수가 없으니까요. 빌런을 없애기 위한 지극히 편의적인 해결책에 지나지 않아보였습니다.

아울러 스탠리 큐브릭의 메시지를 모두 해독하면 '꿈에서 그 답을 얻게 된다'는 결말은 비현실적인걸 넘어서는 황당한 결말이었습니다. 작가의 큐브릭 신격화가 도를 넘은 느낌이에요. 정도껏 했어야죠.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판타지를 만들어버리면, 모처럼 큐브릭, UCLA 등 현실적 소재와 배경으로 이야기를 채워넣은 보람도 없고요. 이보다는 그냥 큐브릭 본인이 스스로 자신의 영화에 푹 빠진 영화 애호가 후배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꾸며낸 게임이었다 정도로 마무리하는게 훨씬 좋았을 겁니다.

등장하는 퍼즐과 퀴즈들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단서들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꽤나 공들여 만들어졌다는건 분명합니다. 게임 도중에 말콤 맥도웰이나 스티븐 스필버그와 같은 실제 헐리우드 거물이 직접 등장하기도 하는 등 약간 팩션스러운, 논픽션스러운 느낌을 전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요. 그러나 대부분 말장난, 그리고 영화 화면 내 이미지와 상징에 주목하고 있어서 동참하기는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스탠리 큐브릭의 광팬 정도만 재미있다고 여길 정도로 말이지요. 수수께끼도 지나치게 꼬아놓아서 억지스러웠고요. 도판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별로 도움은 안 되는 수준이었어요. 차라리 음악을 활용하는게 훨씬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생각됩니다. "2001"의 가짜 OST 의 곡목 순서대로 그 곡이 사용된 영화 장면을 이어붙여 편집하면 무언가 답이 나온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실제로 숀이 이렇게 영화를 편집하기도 했었는데, 별다른 해답을 얻지 못했다는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스탠리 큐브릭 회고전 티켓 판매 목적으로 쓰여진 작품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별 볼일 없는 흔해빠진 하이틴 모험 미스터리물입니다. 별로 권해드릴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2015/03/30

포스터를 훔쳐라 - 하라 켄야 / 이규원 : 별점 4점

포스터를 훔쳐라 - 8점
하라 켄야 지음, 이규원 옮김/안그라픽스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 디자이너 하라 켄야가 1991년부터 4년 동안 「소설신초」에 연재한 50편의 수필에 더해, 15년 후인 2009년에 3편의 수필을 덧붙여 출간한 수필집입니다.

저자의 대표작인 "디자인의 디자인"을 읽었기에 글솜씨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놀랐습니다. 본인 스스로 디자인을 언어로 드러내는 것은 또 하나의 디자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본인이 1류 디자이너이니 그만큼 표현력이 탁월한건 어찌보면 당연하겠지요. 생각해 보면 유명 디자이너들의 에세이가 대체로 뛰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네요.

단순히 문체가 유려하다는 수준이 아니라 읽히는 재미도 뛰어난데요. 예를 들어 「딱한 사람」이라는 책의 디자인을 하며 가장 '딱한' 느낌이 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하는 이야기, 다빈치가 그린 그림 속 잘 보이지도 않는 천사마저도 지능지수가 높아 보인다는 묘사, 그리고 후지이 타모쓰의 위스키 광고 사진을 보고 감탄한 일화 등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참고로 그 광고 사진이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잔 두 개를 찍은게 아니라 그 잔을 통해 누군가가 술을 마시는 장면을 상상하고 촬영한 결과였다고 합니다. 사물을 인격적으로 바라보고 찍었다는 설명인데, 정말이지 사진 원본이 보고 싶어 미치겠습니다(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보긴 했지만 원본인지는 잘 모르겠고, 사진도 너무 작더군요). 참고로 후지이 타모쓰는 "디자인의 디자인"에서 자세히 소개한 무인양품 프로젝트를 촬영한 사진가이기도 합니다.
책 디자인을 야구의 투구에 비유하는 글도 재미있었습니다. 히메노 카오루코라는 작가의 책 디자인 작업을 이야기하면서, 동일한 작가의 책을 계속 맡다 보면 점차 그 작가에 대한 '스트라이크 존'이 형성되고, 여기서 직구를 던질지 변화구를 던질지 판단하게 된다는건데 야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무릎을 칠 만한 표현이었습니다.

또한 하라 켄야의 작품과 작업 과정에 대한 내용이 많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디자인 전공자로서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고, 자극제로도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유명 건축가들이 파스타 디자인을 했다는 것에 착안해 하라 켄야가 가락국수 디자인을 시도했다는 내용은 기억에 남습니다. 양념 국물이 더 많이 묻도록 디자인했다는 아이디어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실제 양산은 되지 않았지만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사람들이 훔쳐가고 싶어하는 포스터’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극사실주의 작가 리처드 에스테스의 전시회 포스터를 만들면서, 아무리 봐도 그림으로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네요. 극사실주의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고급스러운 커피 라벨 작업에서는 엠보스 가공을 시도했지만, 막상 병에 붙이자 요철이 거의 사라져버린다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는데 이러한 작업상의 난관들이 오히려 좋은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렇게 좋은 이야기들이 많지만 꼭 무언가를 얻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어떤 생각으로 작업을 하는지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디자인은 단순히 껍데기가 아니라 제품의 배경과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저자의 철학은 특히 인상적이었고, 저도 그런 디자인을 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다만, 책 가격에 비하면 지나치게 부실한 도판은 아쉽습니다. 저자 스스로 언급한 디자인의 절반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위스키 광고나 커피 라벨 등, 결과물이 궁금한 사례가 많은데 이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였습니다. 책 디자인 역시 하라 켄야 본인이 참여했을 텐데, 상상력을 자극하려는 의도였다면 이해는 되지만, 해외 독자들에게는 조금 더 친절한 배려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도판만 좋았더라면 별점 5점도 충분했겠지만, 이런 아쉬움으로 인해 별점은 4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전공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재미와 사고의 확장을 동시에 선사하는 최상급 수필집입니다. 제가 디자인을 가르치는 입장이라면, 필독서로 지정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