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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4

큐브릭 게임 - 데릭 테일러 켄트 / 최필원 : 별점 1.5점

큐브릭 게임 - 4점 데릭 테일러 켄트 지음, 최필원 옮김/책세상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UCLA의 괴짜 영화학도 숀은 큐브릭 매니아라는 이유로 지도교수 마스카로에게 '큐브릭 게임'을 풀어낼 적임자로 지목되었다. 숀은 스탠리 큐브릭이 직접 남긴 수수께끼를 차례대로 풀어나가야 하는 게임에 친구 윌슨, 새미와 함께 뛰어들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게임에 위험한 세력이 연루되어 있다는걸 깨닫는데....

스탠리 큐브릭이 생전에 남긴 메시지로 큐브릭의 영화를 분석해 퀴즈를 풀어낸다는 내용의 모험 미스터리.
누군가 남긴 퍼즐을 풀어내는 이야기가 가슴 따뜻하게 만드는 진상과 우승 상품, 그리고 여러모로 크게 성장하는 주인공의 성장기와 결합되었다는 점에서는 <<웨스팅 게임>>이 떠올랐습니다. 여러 팀이 서로 경쟁을 벌인다는 점도 유사했어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거장의 유명 작품들 속 단서들을 풀어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단서를 풀어가는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는건 <<다빈치 코드>>와 똑같고요.

인기 있을만한 설정과 큐브릭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결합된 탓에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큐브릭에 푹 빠진 영화 매니아 청년이 친구들과 함께 거장이 남긴 메시지를 더듬어간다! 그럴듯하잖아요. 실제로 초, 중반부까지는 꽤나 흥미진진했어요. 큐브릭의 영화들이 담고 있는 다양한 상징들, 특히 <<샤이닝>>과 아폴로 11호가 어떻게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있고요.

하지만 이야기는 뒤로 가면 갈 수록 이상해져 버립니다. 정확하게는 게임의 목적과는 상관도 없는, 스탠리 큐브릭이 달 착륙 영상을 찍어서 조작했다는게 폭로되는걸 막기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조직이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이 조직 구성원들인 마스카로와 일당들이 프리메이슨 내 '기사단' 소속으로 비밀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는건 대체 뭔가 싶더군요. 시대와 장소를 100년이상 착각한 듯한 설정도 비현실적이며 우습기 짝이 없고, 숀을 이용하여 게임의 정답을 알아낼 속셈이었다가 중간부터는 노골적으로 숀을 위협하는 행동도 설명이 안되는 탓입니다. 직접 나서지않고 끝까지 같은 편인척 하다가 뒤통수를 치는게 훨씬 사실적이며 당연한 행동 아닐까요? 핵심 빌런이 하는 짓 치고는 너무 조잡했어요.
릭의 부하로 게임을 만들었으며, 게임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루크와 리치가 마스카로를 살해한다는 것도 당황스러운 전개였습니다. 숀과 같이 마실 수도 있었던 와인에 독을 탔다는 발상도 어처구니 없었지만서도, 사람을 이렇게 쉽게 죽일 수 있었다면 왜 이중 스파이인 척 마스카로와 협조했는지도 알 수가 없거든요. 빌런을 없애기 위한 지극히 편의적인 해결책에 지나지 않아보였습니다.

아울러 스탠리 큐브릭의 메시지를 모두 해독하면 '꿈에서 그 답을 얻게 된다'는 결말은 비현실적인걸 넘어서는 황당한 결말이었습니다. 작가의 큐브릭 신격화가 도를 넘은 느낌이에요. 정도껏 했어야죠.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판타지를 만들어버리면, 모처럼 큐브릭, UCLA 등 현실적 소재와 배경으로 이야기를 채워넣은 보람도 없고요.
이보다는 그냥 큐브릭 본인이 스스로 자신의 영화에 푹 빠진 영화 애호가 후배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꾸며낸 게임이었다 정도로 마무리하는게 훨씬 좋았을 겁니다.

등장하는 퍼즐과 퀴즈들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단서들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꽤나 공들여 만들어졌다는건 분명합니다. 게임 도중에 말콤 맥도웰이나 스티븐 스필버그와 같은 실제 헐리우드 거물이 직접 등장하기도 하는 등 약간 팩션스러운, 논픽션스러운 느낌을 전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요.
그러나 대부분 말장난, 그리고 영화 화면 내 이미지와 상징에 주목하고 있어서 동참하기는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스탠리 큐브릭의 광팬 정도만 재미있다고 여길 정도로 말이지요. 수수께끼도 지나치게 꼬아놓아서 억지스러웠고요. 도판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별로 도움은 안 되는 수준이었어요. 차라리 음악을 활용하는게 훨씬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생각됩니다. <<2001>>의 가짜 OST 의 곡목 순서대로 그 곡이 사용된 영화 장면을 이어붙여 편집하면 무언가 답이 나온다는 식으로요. 실제로 숀이 이렇게 영화를 편집하기도 했었는데, 별다른 해답을 얻지 못했다는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스탠리 큐브릭 회고전 티켓 판매 목적으로 쓰여진 작품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별 볼일 없는 흔해빠진 하이틴 모험 미스터리물입니다. 별로 권해드릴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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