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22/04/17

죽음의 한가운데 - 로렌스 블록 / 박산호 : 별점 1.5점

 

죽음의 한가운데 - 4점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황금가지

<<아래 리뷰에는 진범과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튜 스커더는 경찰 제리 브로드필드의 의뢰로 창녀 포샤 카가 왜 그를 고소했는지 조사에 나섰다. 그녀는 제리가 매주 100달러를 내 놓으라며 협박했다고 주장했지만, 제리는 자기가 경찰 내 부패 사건에 대해 특별 검사와 협조하고 있는 탓에 함정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튜가 포샤를 만난 다음날, 제리는 포샤 살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 그의 은신처에서 포샤의 시체가 발견되었고, 그는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없었다. 제리는 필사적으로 매튜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매튜는 특유의 진실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수사를 맡는데...

얼마전 읽었던 <<아버지들의 죄>>에 이은 매튜 스커더 시리즈 두 번째 작품.
본인 스스로 누구보다 부패한 경찰이면서 제발로 특별 검사를 찾아가 경찰이 부패했다는 사실을 알린 뻔뻔한 허영덩어리 제리 브로드필드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악당인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니컬하게 품위와 스타일을 추구하는게 나름 재치가 넘쳐서 감탄했어요. 구치소에 수감될 때 빼앗길게 뻔한 넥타이를 일부러 매고 갔던것 처럼요. 그는 풀려날걸 확신하며 그걸 매고 갔던 겁니다. 그리고 나올 때 넥타이를 돌려주면, 거울 앞에 서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제대로 넥타이를 매기 위해서요.

그러나 이외에는 딱히 건질게 없었던 망작입니다. 우선 추리적으로 건질게 아무것도 없어요. 예를 들어 포샤가 처음에 전화를 건게 하디스티였다고 추리했던건 그냥 떠본 것에 불과합니다. 이걸로 사건이 급진전되는데, 이를 "그냥 한번 떠본 거군요" 로 퉁치고 넘어가는건 반칙같아요. 매튜 스커더가 알고 있는, 동성애자들이 찾는 술집 신시아를 제리 브로드필드가 자주 찾았다는 것도 우연에 불과했고요. 바텐더 케니로부터 포사 카가 죽기 직전,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증언을 한 것도 추리와는 무관한, 운에 따른 일이었습니다.
브로드필드의 이상 행동 - 제 발로 검사를 찾아가 경찰이 부패했다는걸 알린 - 과 포샤 카가 살해당한 핵심 동기인 '책'에 대해서 너무 늦게 언급되는 것도 공정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글러스는 브로드필드의 증언을 바탕으로 '책'을 쓸 예정이었고, 이 책에 대한 아이디어는 포샤가 먼저 제안했었다는건 굉장히 중요한 증언인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더글러스의 행동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명확한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나는 범인이 누군지 안다,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육감 덕분이다 어쩌구 하는건 추리 소설로는 명백한 실패작이지요.

전개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첫 번째 범행이 제리 브로드필드에게 누명을 씌우려던게 아니라, 애당초 포샤 카가 진짜 목적이었다는 반전은 그럴싸하기는 했어요. 하지만 특별검사 프레자니언의 부하 클로드가 진범이었다는건 뜬금없었습니다. 매튜가 클로드가 범인이라며 댄 근거는 그가 제리로부터 포샤 카가 고객 명단을 검사에게 넘기고 있었다는걸 들었다는 것, 그리고 클로드도 포샤 카의 고객이었다는 것 두 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두가지 모두 마지막 추리쇼 이전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또 이 논리라면 포샤 카의 고객은 누구나 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왜 클로드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고 있지 못해요.
작가 더글러스 퍼맨을 살해한 두 번째 범행은 더 기가 찹니다. 퍼맨이 포샤로부터 클로드의 이름을 입수했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습니다. 즉, 이 범행은 작중에서 동기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셈입니다. 퍼맨이 위험을 어떻게 알고 매튜에게 전화를 여러차례 했었는지도 설명되지 않고요. 게다가 제리가 수감된 상태에서 퍼맨을 살해하는건 정말 머저리같은 행동이었습니다.

아울러 매튜 스커더가 쓰레기로 등장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제리의 부패와 문란함을 지적하지만 그 역시 제리의 아내와 곧바로 바람을 피웠으니 누가 누구를 탓한단 말입니까? "오늘은 지금까지 그의 의자에 앉아서 그의 위스키를 마시고, 그의 돈을 받고, 그의 아내와 사랑을 나누었다."라니,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그가 관계를 맺는 창녀 일레인은 그가 경찰이었을 때 경찰이었기 때문에 관계가 시작될 수 있었다고 하고요. 이런 개막장 행태는 살인만은 용서하지 않는다는 나름대로의 정의관, 그리고 보수를 받으면 십일조를 내는 정도로는 합리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쓰레기가 쓰레기를 돕고 사는 그런 세태를 그리고자 했던게 목적일 수는 있겠지만, 영 볼품은 나지 않더군요.

그나마 브로드필드가 특별 검사 프레자니언 전에 연방검사 하디스티를 찾아갔었다는 말을 통해, 경찰 부패는 특별 검사의 일인데 연방 검사를 찾아간건 이상하다고 추리해내는건 괜찮았습니다. 미국 경찰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지는 모르겠지만, 머나먼 한국의 일반 추리 독자가 보기에는 꽤 괜찮은 착안점이었기 때문입니다.
허나 장점은 극히 일부였을 뿐으로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이후 시리즈가 계속될 수 있었던게 놀라울 정도로 형편없었는데, 다음 작이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건지 조금 궁금해지기는 하네요. 문제는 더 읽어볼 의욕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지만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