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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2

숲 - 할런 코벤 / 최필원 : 별점 2.5점

 

- 6점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비채

<<아래 리뷰에는 진범과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검사 폴 코플랜드는 얼마전 살해된 채 발견된 마놀로 산티아고가 20년 전, 캠프장 살인 사건에서 살해되었다고 알려진 길 페레즈라는걸 알게 되었다. 당시 피해자 중 마고 그린과 더그 빌링엄의 시체는 발견되었었지만, 길 페레즈와 폴의 여동생 카밀 코플랜드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었다. 폴은 20년 전 사건의 진상이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 그리고 동생 카밀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수사에 나서는데....

할런 코벤 작품은 처음 읽어봅니다. 전미를 강타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는 하지만, 제가 현대물보다는 고전 취향인 탓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격리 중 읽을 거리를 찾다가 드디어 읽어보았습니다.

이야기는 폴이 주도하는 젊은 대학생 젠레트와 마란츠가 스트리퍼 샤미키를 강간한 사건 재판과 20년 전 있었던 숲에서의 여름 캠프 참가자 살해 사건이 겹쳐져 진행됩니다. 가해자 젠레트의 아버지가 사건을 무마하려고, 협박할 거리를 찾아서 폴의 과거를 뒤지기 위해 풀어놓은 탐정에게 길 페레즈가 접촉해서 정보를 전해준게 20년 전 사건의 재조사로 연결되거든요.

그런데 전개만큼은 베스트셀러 작가답더군요. 여러가지 수수께끼들을 하나씩 드러내가면서 독자의 흥미를 잡아 끌면서, 결국 이 모든 수수께끼를 완벽하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20년 전 사건에 얽혀있는 주요 수수께끼는 다음과 같습니다.
폴의 여동생 카밀이 살아있는지?
어떻게 폴이 루시와 밀회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던 그 날 웨인 스튜벤스가 범행을 저질렀는지?
왜 폴의 아버지는 카밀을 찾기 위해 2년간 숲을 뒤지다가 포기했는지?
왜 폴의 어머니는 폴을 남겨 두고 홀로 집을 나갔는지?
페레즈 가족이 카밀이 살아있다고 했는데, 숲에서 발견된 유골은 누구의 것인지?
길 페레즈의 부모는 왜 마놀로 산티아고가 자기 아들이라는걸 계속 숨기는지?
마놀로 산티아고는 누가 살해했는지?

이 수수께끼들은 폴의 수사와 일련의 증언들로 하나씩 풀리는데, 우선 카밀은 살아있다는게 드러납니다. 그렇다면 숲에서 발견된 유골은 카밀일리 없지요. 그런데 검시를 통해 유골은 출산했던 여성이고, 40~50대의 나이로 살해당했다는게 밝혀집니다. 이 조건에 부합되는건 폴의 어머니고요. 폴의 아버지는 떠나려는 어머니를 죽여 매장한 뒤 숲을 수색하는걸 포기했던 겁니다.
길 페레즈의 부모가 아들이 마놀로 산티아고라는 가명으로 살아왔다는걸 알면서도 부정했던건, 과거 캠프장 사건의 유족으로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복잡한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진상이 모두 이치에 맞고 완벽하게 말이 된다는 것도 놀라왔던 점입니다.

거기에 더해 젠레트와 마란츠 강간 사건에서 변호사 플레어와 대결하여 큰 타격을 입히는 과정은 한 편의 좋은 법정물로 보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특히 젠레트와 마란츠가 '짐과 칼' 이라는 기묘한 가명을 댄 이유를 클럽하우스에서 빌렸던 DVD 목록을 뒤져서 찾아내고, 그 DVD를 법정에서 상영하는 장면은 아주 멋졌어요. 단순히 20년 전 사건을 다시 끄집어 내기 위한 동기로 사용되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말이지요.
카밀이 돌아오고, 젠레트와 마란츠 사건은 젠레트 아버지의 힘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20년 전 사건 당일 루시가 폴을 유혹했던 건 의도되었던 일이었다...는 비교적 현실적인 결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 폴이 이런 류 (법조인이 등장하는 범죄 스릴러)의 스테레오 타입인 것을 비롯해 몇몇 부분에서 눈에 뜨이는 헛점도 있습니다. 우선 마놀로 산티아고를 루시의 아버지이자 당시 캠프장 주인이었던 아이라가 살해했다는건 그렇게 설득력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이런저런 설명을 붙여놓기는 했지만, 결국 아이라가 나이를 많이 먹고 정신이 온전치 못해 살해했다는 것에 불과했으니까요. 아이라의 폴 살해 시도로 이어지는 과정은 더 억지스러웠고요.
루시에게 젠레트의 아버지가 고용한 탐정사가 20년 전 사건에 대한 편지를 보낸 이유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폴의 치부라고 생각했으면 공론화해서 폴을 검사 자리에서 끌어내리는게 맞습니다. 왜 아무 관계도 없는 루시에게 편지를 보낼까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행동인지도 잘 모르겠네요.
또 길 페레즈의 부모가 마놀로 산티아고가 아들이 아님을 주장하는건 DNA 조사 앞에서는 무력한 발버둥일 뿐입니다. DNA 샘플을 얻는건 어렵지 않았을텐데 왜 조사를 하지 않는지도 설명이 부족했습니다요. 심지어 폴은 검사인데 말이지요.
폴의 작은 아버지같은 존재인 소시가 카밀이 살아있음을 폴에게 끝까지 숨긴 이유도 불분명해요. 길 페레즈의 부모는 살아있지만, 폴의 부모는 모두 죽은 마당에 보상금을 받았던 죄를 물을 수도 없잖아요. 폴의 아버지가 죽은 순간, 진실을 이야기해도 아무 문제 없었을 겁니다.

지나치게 곁가지 이야기가 많은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폴의 아내가 일찍 죽고, 폴은 아내의 이름으로 처제 가족과 신탁 기금을 운용하지만 이를 처제 남편이 횡령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폴의 아버지는 KGB 출신이었고 자신의 장인, 장모를 고발해서 아내로부터 버림받게 되었다는건 어머니 살해의 동기로 써먹기는해서 좀 낫긴 하지만 과하게 거창했던 느낌이고요. 등장하는 여성들이 거의 대부분 엄청난 미녀라는 점도 마찬가지입니다.구태여 이런 설정들을 덧붙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흥행할만한 요소는 충분히 갖춘 범죄 스릴러였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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