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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4

예나 지금이나 - 박성호 / 박성표 : 별점 2.5점

 

예나 지금이나 - 6점
박성호.박성표 지음/그린비

100년전 신문 기사를 통해 그 시절과 지금이 별로 다르지 않았다는걸 알려주는 미시사인문학 서적.
<<조선의 풍속과 청춘>>, <<조선의 교육과 문화>>, <<조선의 정치와 역사>>의 3개의 주제로 나누어 총 38개 항목에 대해서 100년전과 지금 모습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걸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100년 전의 벛꽃 놀이, 애완견에 대한 여러가지 정책들, 미래 상상, 음란물 규제와 대응, 청춘들의 허세, 썸타기 등 정말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들은 재미있었습니다. 대부분 '문화'와 '사고 방식'에 가까운 것들이라는 점에서 이런게 과연 쉽게 변하는건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이를 기사 뿐 아니라 여러가지 사료와 도판으로 설명해주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게 아니라, 오히려 100년 전에 시대를 엄청나게 앞서갔던게 아닌가 싶었던 아이디어들이 더 눈에 뜨이기는 했습니다. 2000년의 '선영아 사랑해'를 떠올리게 만드는 1914년 매일신보 광고처럼요. 신문 하단을 통으로 이용해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미녀 사진을 싣고, "이 미녀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한 광고인지 알고 싶으면 내일 같은 지면 광고를 확인하시라"는 문구만 실었다는데, 이건 정말 100년 전에 광고 천재가 살고 있었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 대단한 아이디어였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허가해 준 광고주도 대단한 사람이었을테고요. 이를 통해 처음에 광고는 개인적 용도로도 - 누구누구를 욕하고 비방하는 등 - 사용되었고, 이후 허황된 사기성 제품 광고에도 사용되었다는 등의 초기의 신문 광고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좋았고요.
참고로, 저 티저 광고의 정체는 담배 광고였다고 합니다. 미녀 등 자극적인 소재로 사람들 시선을 잡아끄는건 지금도 술, 담배와 같은 기호품 광고가 많으니 그야말로 '예나 지금이나' 라는 말에 딱 맞는 소재이기도 하네요.
'조선의 키보드 배틀'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던, 김동인과 필명 '제월'인 평론가가 기고를 반복하며 설전을 벌였다던 이야기도 흥미로왔습니다. 김동인이 제월에 대해 인신공격과 '카더라 통신'을 끌어들여 썼던 글들은 김동인이라는 작가도 보통 사람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게다가 김동인 공격의 핵심은 '소설도 쓸 줄 모르면 비평도 하지 마라' 였는데, '제월'이 이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결국 소설을 한 편 썼고, 그 작품이 바로 <<표본실의 청개구리>>였다는 일종의 반전도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제월'이 바로 소설가 염상섭이었던 거지요.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읽고 김동인도 굉장한 충격을 느끼고 호평했다는 또 다른, 마지막 반전(?) 역시도 기억에 남네요. 몇 년 전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었던, 만화가 양경일의 루리웹 만지소 인증 사건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역시나 '예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는 듯 합니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 약간 취지에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은 세태를, 현실 비판 용도로 들고 오는 내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현재 영어 조기 교육을 100여년 전 일본어 조기 교육 열풍에 빗대어 비판한다던가, 청춘들이 공무원을 꿈꾸던 세태 비판 등이 그러하며, 마지막 3장인 <<조선의 정치와 역사>>은 전체 내용이 '예나 지금이나'와는 거리가 먼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식민지에서의 여러가지 정치 활동 등이 주요 내용이거든요. 현재 시점에서 되새겨봄직한 내용인건 맞지만, 다른 주제들과는 확실히 결이 많이 달랐어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2부까지는 재미있는 소재들이 많았는데 뒷 부분은 기대와 달랐기에 감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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