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맨 - A.J.킨넬/다모아 |
스코틀랜드의 도시 로커빌 상공을 날던 팬암 103 여객기가 폭발하여 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테러범이 장치한 폭탄 때문이었다. 이 사고로 아내 나디아와 네살 딸을 잃은 크리시는 같은 사고로 아내를 잃은 미국의 억만장자 상원의원 그레인저의 도움을 얻어 복수에 나섰다.
그러나 테러를 저질렀던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의 아흐메드 지브릴도 크리시와 그레인저의 존재를 알게되었다. 지브릴은 그들을 없애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고, 이 과정에서 크리시는 새롭게 사랑하게 된 여인마저 잃고 마는데...
크리시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예전에 읽었었는데 우연찮게 중고 도서로 다시 구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읽다보니, 최근의 이세계 전생물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크리시가 현재 사회와는 이질적인, 다른 세계에서 돌아온 절대무적 전투기계이며, 절대 악을 응징하는 일종의 정의(?)를 집행한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다양한 동료들의 도움을 얻어서 목적을 달성한다는건 일종의 파티를 이루어 퀘스트를 달성하는 전형적인 RPG 전개이기도 하지요. 온갖 미녀들과 엮여서 하렘을 이룬다는 설정도 이세계 전생물에서 흔히 보아오던 것이고요.
그러나 이 작품은 이런 전형적인 전개조차도 제대로 그려내는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시리즈 인기가 이해가 안될 정도로 말이지요. 도가 지나친 크리시의 전지전능함은 이 시리즈의 핵심 요소이니 그렇다 쳐도, 전개와는 관련없는 흥미 본위의 설정과 억지가 가득했던 탓입니다. 대표적인게 크리시가 급작스럽게 파트너가 필요하다면서 후계자 마이켈을 키워내고, 마이켈을 양자로 삼기 위해 배우 레오니와 위장 결혼한다는 설정이에요. 이 둘은 크리시의 복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고, 이야기 전개에서 필요한 부분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분량을 늘리기 위한 설정 추가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마이켈을 인간 흉기로 만드는 과정이라도 상세하게 묘사되었더라면 조금 나았겠지만, 이 역시 '훈련으로 성장했다' 정도의 설명에 그칩니다. 구르카병 람바하두르 라이의 저격병 실습은 비교적 많은 분량이 할애되어 있지만, 그냥 '참을성 기르기'에 불과해서 그리 와 닿지 않았어요. 또 그게 어떤 수업이던간에, 17살 고아가 고작 1년여 배웠다고 인간 흉기 크리시와 동급의 능력자가 된다는건 말이 안되지요. 하기사 애초에 크리시가 마이켈을 후계자로 점찍은 이유조차 불분명하니, 뭐 이런 설명이 부족한건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레오니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대한 설명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었으며, 여자는 모두 남자를 위한 들러리처럼 보이는 마초적인 설정도 보기 껄끄러웠고요.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모두 들어내고, 크리시가 그레인저와 힘을 합쳐 지브릴을 없애려는 과정과 지브릴의 저항만 그려내는게 훨씬 깔끔하고 읽기 좋았을겁니다. 기 - 승 - 전 -결 구조로만 보아도 기 (여객기 폭파) - 승 (복수를 다짐한 크리시와 그레인저의 의기투합) - 전 (지브릴의 저항) - 결 (크리시의 복수 성공) 으로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니까요.
게다가 잡다한 크리시의 주변 설정 묘사가 많은 탓에, 지브릴을 저격하는 마지막 작전은 허무할 정도로 짧게 마무리 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냥 돈을 들여서 지브릴의 근거지에 잠입한 뒤, 저격 후 도주한다는게 전부거든요. 크리시가 한 일이라곤 잠입 및 은신처, 무기를 수급하는 사람에게 의뢰했을 뿐입니다. <<자칼의 날>> 처럼 철두철미한 작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레인저 상원의원 납치 계획을 저지하는 크리시 동료들의 활약이 훨씬 볼만했었습니다. 그나마도 쉽게 끝날 작전이 마이켈의 부상으로 어려움에 빠진다는건 도대체 앞서 마이켈을 키운 이유가 무엇인지?를 되묻게 만드는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었어요.
그래서 별점은 1점. 실망스러웠던 전형적인 펄프 픽션이었습니다. 국내에 다시 출간될 일도 없겠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예전에 왜 좋은 평가를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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