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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4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5)

쿠미카의 미각 1 - 6점
아키히로 오노나카 지음, 유유리 옮김/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식사가 필요없는 절약 근성 노력가 외계인 쿠미카가 지구에서 일하면서 서서히 음식에 길들여진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쿠미카가 식사를 하면서 여러가지 감각을 느끼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전개는 일견 독특해 보이지만 반대로 뒤집었을 뿐, 이세계에서 이종족에게 이쪽 요리를 대접한다는 판타지와 별로 다르지는 않습니다. 새롭고 맛있는 요리를 먹고 감탄하며 놀라는 묘사도 동일하고요. 이야기도 새로운 음식에 놀란다는 경험이 반복될 뿐입니다.

요리 관련 이야기보다는 한 푼이라도 아껴 모성에 돈을 보내야 하는 쿠미카의 설정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구입해서 요리를 하게 될 때의 감정 묘사나, 처음으로 여자 외계인들끼리 파자마 파티를 할 때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는 모습들은 아주 귀여웠거든요. 억지로 음식 이야기를 집어넣지 말고 이런 이야기로 그려나가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절박한 상황에서 열심히 일하며, 다행히 호흡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쿠미카에게 음식의 맛을 알게 해 그녀에게 불필요한 돈을 쓰게 만드는 치히로는 정말이지 사악한 악당이라 생각됩니다. 천벌 받을 놈 같으니라고.

[고화질] 마감의 미식가 - 6점
츠치야마 시게루/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작년에 유명을 달리한 만화가 츠치야마 시게루의 단권 완결 일상계 음식 만화입니다. 마감과 작가들과의 교섭, 접대에 시달리는 편집자 시노하라 카오루 (38)가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그날 그날을 마감하기 위해 먹는 요리들을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제목과 구성을 보면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의 인기에 편승한 기획물로 보이네요.

그래도 이 작품만의 특징도 확실합니다. 주인공이 편집 업무를 하면서 만나는 작가들과의 에피소드가 많은데, 그러한 만남을 어떻게든 음식과 이어가며 드라마를 만드는 노력이 돋보이거든요. 약간이나마 기승전결이 있다는 점에서는 "고독한 미식가" 보다는 나은 측면이 있어요. 츠치야마 시게루의 연륜이 돋보이는 그림도 나쁘지 않고요.

등장하는 음식들은, 초반에는 주로 그날 자기 전 마지막으로 먹는 음식들입니다. 말 그대로 그날 하루를 마감하는, 우리말로는 '야식'에 가까운 음식들로 모두 간편식에 가깝죠. 컵우동과 집에서 남은 카레를 섞어 만드는 카레 우동, 길거리 포장마차 라면, 편의점 오뎅 등이 그러하죠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자기 전이 아니라 그날 업무를 마감한 뒤 먹는 음식으로 바뀝니다. 아마 간단한 야식만으로는 이야기를 끌고나가기 힘들었던 탓이겠지요. 그래서 제대로 된 식당에서 제대로 된 음식들을 먹게 됩니다. 선술집이나 규동집 등 좀 대충 먹는 음식도 있지만 중화요리집의 교자와 라멘이라던가 기리탄포 나베, 굴 나베 등 갖춰진 음식도 많아요.

여튼, 별점은 3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후속권이 이어지지는 않은게 아쉬울 뿐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주문 배달의 왕자님 1 - 6점
타카세 시호 지음/대원씨아이(만화)

'배달 음식'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배달 음식과는 다릅니다. 주로 일본 각 지역 유명 맛집 대표 요리를 배달용으로 가공한 것들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소재도 독특하지만 주인공인 이이다 역시 범상치 않습니다. 오타쿠 엔지니어로 사교성이 부족하고 자기 중심적인 성격으로 묘사되거든요. 배달음식으로 혼밥, 혼술을 즐기고 먹은걸 SNS에 '왕자님'이라는 닉네임으로 올리는게 유일한 취미고요. 그야말로 배달 음식과 딱 맞는 인물입니다.
야근이 잦고, 이런저런 독특한 인물들이 넘쳐나는 IT 업계의 묘사도 나쁘지 않습니다. 소소하게 이이다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들도 좋았고요. 덕분에 극적인 드라마가 없더라도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이런게 오히려 현실적이겠죠. 평범한 회사원 인생에 뭐 그리 특별한 일이 있겠습니까.

등장하는 배달 음식들은 일본에 실존하는 음식들로, 상당히 흥미로운 음식들이 많습니다. 완성된 음식 외에도 재료 배달에 가까운 음식도 많은데, 이이다의 요리 솜씨가 제법 괜찮아서 항상 그럴듯한 요리들이 태어납니다. 완성된 음식들도 나름의 어레인지로 이런저런 변화를 선사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적당한 재미에 그림도 좋고, 음식과 요리들도 만족스럽습니다. 배달 요리도 한계가 있는 만큼, 적당한 시점에 완결을 내 준 것도 마음에 든 점이에요. 비슷한 주인공을 등장시켜 우리나라 특유의 '편의점 레시피'를 만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4)

2026/05/23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Season 2 : (4) 최선을 다해 못 만들다.

추리소설과 장르문학의 세계에는 맛있는 음식과 요리가 참 많이 등장합니다. 사건의 무대가 되는 저택의 만찬, 탐정이 즐겨 먹는 단골 메뉴, 인물의 개성을 드러내는 음료와 간식까지, 음식은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인상적으로 쓰이지요. 그런데 의외로 맛없는 음식도 꽤 많이 등장합니다.

대개는 그냥 못 만든 음식입니다. "사냥개 탐정"의 류몬 다쿠가 차를 타고 가다가 휴게소에 들러 “이보다 더 맛없을 수 없는 카레라이스를 먹었다”고 하는 것처럼요. 정성 없이 대충 만들어져 아무런 흥미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음식들입니다. 현실에서도 한 번쯤은 만나 봤을 법한, 그저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들이지요.

하지만 작중에서 특별한 역할을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것은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의 처지를 보여 주는 경우입니다. 예전에 소개해 드렸던 메그레 경감 시리즈인 "생폴리앵에 지다"의 죄네가 먹는 소시지 빵이 대표적이지요. 그 빵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죄네의 궁상스러운 삶을 상징하는 소품이었습니다.

마거릿 애커우드의 귀족 영애 시리즈 중 한 권인 "야간 열차 살인 사건"에 등장하는 하숙집 요리도 비슷합니다. 귀족 영애 프란실르의 의뢰로 용의자가 살고 있는 하숙집에 잠입한 탐정 버트가 마주하는 식사인데, 하숙집이 얼마나 엉망이고 주인이 얼마나 비양심적인지를 극명하게 드러내 주지요.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닦은 적 없어 보이는 식탁, 제대로 된 것이 거의 없는 더러운 식기, 그리고 형편없는 식사까지. 그런데도 나름대로 코스 요리라는 점이 놀랍기만 합니다. 수프는 거의 꿀꿀이죽 수준이고, 말고기로 의심되는 육즙과 지방이 엉겨 있는 납작한 구운 고기와 총알만큼 딱딱한 감자, 밀가루와 기름 범벅인 구스베리 푸딩, 마지막은 찻잎 세 개로 우려 낸 뜨거운 물 순서입니다. 식사 후 버트가 침대에 누워 1차 대전 전장이 더 편했다는 생각을 할 정도이니, 더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런 음식들은 말하자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맛없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것이 인물의 처지와 공간의 수준을 보여 주는 데 의미가 있지요.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사례도 있습니다. 단순히 못 만든 음식이 아니라,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방식으로 맛없는 음식 말입니다. 바로 아즈마 나오미의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 3작 "사라진 소년"에 등장하는 라면집 "현화원"의 라면입니다.

이 라면은 악명이 대단합니다. 택시 운전사가 “그 라면집 정말 별로예요! 손님 앞에서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어쨌든 정말 맛이 없어요!”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주인공이 그래도 가겠다고 하자 원통하다는 듯 입술까지 깨문다는 묘사에서는, 단순한 평판을 넘어 거의 개인적인 원한 같은 감정마저 느껴집니다. 주인공이 주문한 냉라면을 한 입 먹고 내린 평가도 압권입니다. 가게 주인의 배짱에 감탄하면서, 이런 라면을 먹이고도 돈을 받는다니 어지간히 대담하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하지요. 식욕이 지평선 너머로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표현까지 나오니, 얼마나 맛이 없는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삿포로 스스키노를 무대로 한 작품인데도 삿포로 라면의 대명사인 미소 라멘이 아니라 다른 라면처럼 보인다는 점도 묘하게 눈길을 끕니다. 아무리 엉망인 육수라도 어느 정도 맛을 보장하는 미소 라멘이 아닌데다가, 심지어 맛까지 없다니 황당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 라면이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형편없는 음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최선을 다해 못 만든 라면”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싸구려 하숙집 음식이나 휴게소 카레라이스가 무성의함의 산물이라면, "현화원"의 라면은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주인공은 현화원 주인의 도움으로 실종된 아이가 다니던 중학교에 잠입하는 데 성공하고, 나름대로 실마리를 잡지만 결국 놓쳐 버립니다. 낙심한 채 새벽 거리를 헤매다가 현화원을 다시 찾는데, 여기서 비로소 "현화원" 아저씨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그는 밤 10시까지 가게를 열어 놓고도 새벽 6시부터 다시 라면 준비를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육수도 돼지뼈 국물과 닭뼈 국물을 섞는 블렌드를 쓰고, 가게만의 비밀 재료까지 있다고 강조하지요. “어쨌든 라면은 국물 맛으로 승부가 나니까, 시판되는 육수를 사용하면서 프로라고 말할 순 없지.”라는 말까지 합니다. 심지어 지방의 단맛을 살리는 게 아주 어렵다며 직접 만든 차슈를 주인공에게 잘라 먹여 주는데… 유감스럽게도 그것 역시 맛이 없습니다. 이쯤 되면 웃지 않을 수가 없지만, 아저씨의 장인정신과 도전정신에는 오히려 무릎을 꿇게 됩니다. 이 정도면 안자이 미즈마루의 “최선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에 대응하는 “최선을 다해 못 만든 라면”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한 번쯤은 가 보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음식들 역시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주역은 아닙니다. 주인공의 좌절감을 드러내거나, 기묘한 유머를 만들어 내거나, 싸구려 하숙집의 수준을 보여 주는 보조적인 장치에 가깝지요. 제가 아는 한, 이야기의 핵심에 가까울 정도로 중요한 맛없는 음식은 "전쟁터의 요리사들"에 나오는 분말 달걀 스크램블드에그가 거의 유일합니다. 말 그대로 군대 배급품인 분말 달걀로 만든 스크램블드에그로 봉지를 뜯어 거대한 볼에 가루를 쏟아 넣고, 물을 더해 주걱으로 섞은 뒤 뜨거운 트레이에 부어 만드는 음식이지요. 문제는 그 맛과 질감입니다. 스펀지를 씹는 느낌인데다 기름 냄새 비슷한 악취가 나고, 배에 유난히 가스가 찬다고 합니다. 전쟁터라면 웬만한 음식은 다 감사히 먹게 될 것 같은데, 그 상황에서도 먹고 싶지 않을 정도라니 대체 어느 정도인지 상상도 잘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음식이 단지 맛없기만 했다면 이야기의 주역까지는 되지 못했을 겁니다. 이 요리가 핵심이 되는 이유는, 보급된 분말 달걀 수십 상자가 창고에서 사라진 사건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범인의 목적은 보급 담당 장교를 골탕 먹이려는 것이었지만, 주인공을 비롯한 몇몇 인물은 병사들 중 누군가가 그것을 먹지 않기 위해 훔쳐 갔을 것이라고 추리합니다. 그만큼 맛이 없다는 이야기인데, 또 그 추리가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이렇게 보면 맛없는 음식도 충분히 이야기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읽다 보면 의외로 꽤 흥미롭기도 하고요. 전에 소개드렸던 '반전을 차린 식사' 속 요리들도 마찬가지지요.

현실에서도 우리는 맛없는 음식 이야기를 종종 재미삼아 나눕니다. 누구네 식당의 형편없는 반찬이 어떻다, 어디서 먹은 음식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그런 이야기들이 은근히 오래 가니까요. 게다가 작가들의 현란한 묘사까지 더해지면, 이상하게도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까지 생깁니다. 지금은 미식과 탐식이 유행하는 시대이지만, 언젠가는 괴식이나 맛없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장르문학 속에서는, 맛없는 음식 역시 이미 자기만의 자리를 꽤 단단히 차지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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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1

이세린 가이드 - 김정연 : 별점 2점

이세린 가이드 - 4점
김정연 지음/코난북스

"혼자를 기르는 법"을 그렸던 김정연 작가의 두 번째 만화로, 음식 모형 제작자 이세린의 이야기입니다. 이세린이 음식 모형을 만들며, 해당 음식과 관련된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며 독백 형식으로 전개되는 1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주로 가족과의 추억이라던가 현재의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찾는 과정이 펼쳐집니다. 

이 작품의 가장 눈에 띄는 장점은 다양한 음식 모형을 만드는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는 점입니다. 라면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 시판되는 플라스틱 면에 열을 가하여 구불구불하게 만드는 등, 작가가 실제로 음식 모형을 만드는 일을 했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디테일이 뛰어납니다. 
작가 특유의 다소 기발한 상상력도 볼거리입니다. 컬러칩에 자신만의 이름을 붙이는데, 음식 모형 제작가답게 '대만 카스텔라', '진도 구기자', '초당 두부' 등으로 이름을 붙이고 "올해의 색은 광천토굴 새우젓입니다!"라는 발표를 하는 상상을 하는 장면처럼요.
해당 음식이나 음식 모형과 관련된 소소한 에피소드들도 재미를 더합니다. 한국 라면이 매워진 이유가 박정희 대통령의 전화 한 통 때문이었다던가, 국회의사당 건축 당시 해태상 밑에 ‘노블 와인’ 200병을 묻었다는 이야기, 모카포트의 창안자인 비알레티의 유골함이 모카포트라는 사실 등 흥미로운 정보도 많아요. 그동안 음식 관련 책을 많이 읽어왔지만, 이렇게 새롭게 알게 되는 일화들이 계속 있는게 신기합니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합니다. 이 작품은 이세린 혼자만의 독백이 중심이라 드라마틱한 요소가 부족합니다. 그녀의 과거사와 가족사가 그려지기는 하지만, 극적인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여성 서사에 대해 많이 언급되었으나, 이 역시 뻔한 이야기로만 가득 차 있어 특별히 와닿지는 않았고요. 작화도 전작에 비하면 좀 별로였습니다.
무엇보다 음식 모형보다는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기대했던 저에게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다수의 음식이 등장하지만, 마지막의 ‘주말 전골’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음식과 연계된 매력적인 이야기는 없다시피 하거든요. 모형 제작에 더 무게중심이 쏠려있는 탓입니다. 참고로 주말 전골은, 혼자 사는 독신 여성이 재료를 남기지 않고, 설겆이 거리도 최소화하면서 주말 하루를 차려 먹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냄비에 물과 장국을 넣은 뒤, 온갖 재료를 넣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끓여먹는 것입니다.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소다츠라면 정색을 할 요리라고 할 수 있지만, 여러모로 와 닿았어요.

결론적으로, “이세린 가이드”는 음식 모형 제작이라는 독창적인 소재와 이를 통해 엮인 감정적 서사를 담아냈으나, 극적인 재미와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작품입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2018/03/03

오무라이스 잼잼 8 - 조경규 : 별점 1.5점

오무라이스 잼잼 8 - 4점
조경규 글.그림/송송책방

한때(지금은 이어지는 이유들 때문에 아닙니다) 우리나라 요리, 음식 만화의 최고봉이라 생각했던 "오무라이스 잼잼" 의 신간입니다. 모두 스물 두 편의 '다음 웹툰' 연재작에 후기와 약간의 부가 정보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 구성입니다.

언제나처럼 500 페이지가 넘는 볼륨은 풍성합니다. 덕분에 볼만한 내용도 제법 되고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새롭다는건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발상이 등장한 "내 생애 첫 즉석 떡볶이"입니다. 추리 소설 애호가로 여태까지 수 백 권의 추리 소설을 읽고 리뷰를 올렸지만 그런 저에게도 아직 크리스티 여사님의 "신작" 이 존재하지요. 그러한 작품들이 큰 기쁨을 준다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미국의 봉지빵 트윙키, 다양한 군만두들과 카야잼 등 작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음식, 요리 정보도 괜찮은 편입니다. 그 중에서도 "버블티야 반갑다!" 편에서 소개되는 버블티의 상세한 역사는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리는 아니지만 "카쥬랑 막국사랑" 에서 알게된 독특한 악기 '카쥬' 도 인상적이고요. 유튜브를 찾아보니 아주 매력적이던데, 저도 제 딸을 위해서 하나 사야겠다 싶었어요.

그러나 좋았던 부분은 이 정도에 불과합니다. 전체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음식 만화라고 하기에는 주제가 되는 음식 비중은 대체로 절반 정도 분량에 그치고, 그나마의 내용도 깊숙하게 파고들지 못하는 탓입니다. 한마디로 음식 만화가 아닙니다. 음식이 주요 소재 중 하나인 일상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상툰으로서의 재미는 별로라는 겁니다. 조금 독특하지만 평범한, 작가 가족들이 주요 등장인물로 등장하는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될 뿐이니까요. "생활의 참견" 처럼 웃기기라도 하면 괜찮았을텐데, 전혀 그렇지도 못했어요.

전개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음식과 일상툰이 나름 조화롭게 전개되었던 과거에 비하면 이번 권에는 억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과거 아내와 같이 수업을 들었던 사진 수업 과정 중 필름통을 흔드는 장면에서 버블티 이야기로 넘어간다던가, 알까기에서 바둑알을 떠올리고 다시 오레오로 넘어가고, 토종개 이야기에서 떡갈비로 이어지는 등의 전개처럼요. 냉동 식품을 만화와 연결시킨 발상도 뜬금없기 그지없고요. 음식과 아무런 관련도 없고, 재미도 없는 억지스러운 설정일 뿐입니다.
그나마 이런건 좀 나은 편이고... 결명자차, 월병, 조식 뷔페, 북엇국 등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이러한 변주도 없고 음식에 대해 깊이있는 소개도 없는 단순한 추억담이 전부입니다. 예를 들어 결명자차 이야기는 뜬금없이 등장한 음정희 이야기 외에는 음식 이야기도, 일상 이야기도, 재미도 뭐 하나 건질게 없습니다.

웹툰 연재분에 더하여진, 책을 구입한 독자를 위한 서비스도 언제나 그렇듯 영 아닙니다. 별도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고, 사진 중심의 정보 제공 페이지가 대부분이거든요. 흔해빠진 맛집 탐방 기사는 짜증날 정도였고, 음식과는 별 상관없는 인터뷰는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널리널리 알려진 홍대 명물 막걸리 아저씨 이야기는 완전히 뒷북이었고요.

물론 작화는 여전히 마음에 들고 몇몇 에피소드도 괜찮습니다. 요리와 음식을 중심으로 잔잔한 가족 이야기를 다룬 일상툰을 원하신다면 취향이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기대했던 정통 '음식, 요리 만화' 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어서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다음 웹툰으로 이미 접해 보았던 상황에서 책을 따로 15,000원 씩이나 내고 구입해야 하는 이유도 별로 없기에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더 이상은 구입할 생각이 없습니다.

2014/04/14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 도현신 : 별점 2점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 4점
도현신 지음/시대의창

전쟁과 관련된 음식들 및 해당 음식과 요리의 역사적 배경을 함께 소개해 주는 식문화사 서적이자 일종의 미시사 서적입니다.

전쟁 때문에 비롯된 음식들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리라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전쟁으로 전파되거나 전쟁에서 요긴하게 사용되었던 음식과 요리들 소개가 없는건 아닌데, 억지로 끼워 맞춘 음식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예를 들면 바이킹이 뷔페와 샌드위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음식을 조리해 놓고 알아서 덜어 먹는 문화가 과연 바이킹만의 것이었을까요? 예전에는 다 그렇게 먹었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심지어 전쟁과 전혀 관계가 없는 요리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의 청어잡이는 청어가 돈이 되어서 잡았던 겁니다. 전쟁과는 관련이 없어요. 실제로 전쟁과 직접 관련되어 만들어진 음식은 오스만 제국을 물리친 기념으로 제빵사 피터 벤더가 초승달 모양을 본떠 만든 크루아상 정도 뿐입니다.

또한 다른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내용이 많이 실려 있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예를 들면 스팸 이야기는 너무 많이 접해 지겨울 정도지요. "오무라이스 잼잼"에서도 이미 충분히 다루어졌을 정도로요.

그래도 워낙 많은 음식들이 소개되기 때문에 건질 게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소설과 애니메이션 "보물섬"에서 묘사된, 당시 선원들이 럼주를 마실 수밖에 없었던 이유 - 물 보관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 - 라던가, 나치 독일에서 콜라를 구할 수 없게 되자 "환타"를 만들었다는 등의 이야기는 흥미로왔어요.

처음 알게 된 사실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알라모 전투 이후 몰락해 미국에 망명한 산타 안나가 사진작가 토마스 애덤스에게 치클을 알려준게 껌의 기원이었다, 프렌치 프라이는 프랑스가 아니라 벨기에에서 시작되었다'가 그러합니다. 벨기에 뫼스 계곡 사람들은 원래 작은 물고기를 튀겨 먹었는데, 강물이 얼어버려 물고기를 잡을 수 없게 되자 감자를 길게 썰어 튀겨 먹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이는 세계 최초의 감자튀김이기도 하고요.

또한 탕수육이 청나라 말기에 외국인을 접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은 진위 여부를 떠나 그럴듯했고, 채만식의 "태평천하"에도 언급될 정도로 탕수육이 일제 강점기 때 이미 널리 알려진 음식이었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었어도,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정말로 "전쟁"에 얽힌 음식들만 심도 있게 파고들었더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습니다.

2014/03/12

한중일 밥상문화 - 김경은 : 별점 2.5점

한중일 밥상문화 - 6점
김경은 지음/이가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음식 비교를 통해 문화적 고유성과 유전자를 탐색한다는 취지의 책입니다. 같은 재료를 다르게 조리하거나, 같은 조리 방식이지만 다르게 진화한 것 같은 비교 가능한 주제들로 엮여 있습니다. 식은 밥을 요리해 먹는 것의 대명사가 한국에서는 비빔밥이고 중국에서는 볶음밥이라는 차이, 김밥과 스시의 차이, 누룽지를 이용한 숭늉과 누룽지탕의 차이, 빈대떡과 전병(라이빙), 오코노미야키를 비교하여 소개하는 식으로요.

묵직한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풀어나가는 과정은 요리와 식문화 중심이기 때문에 꽤 재미있습니다. 새로 알게된 정보도 제법 됩니다. "가이세키(회석) 요리"의 명칭 유래처럼요. 누룽지탕의 유래, 고추에 관련된 쓰촨과 후베이 출신 혁명 동지들의 일화 등 소소한 에피소드들도 마음에 들었어요.

중국 4대 미인 요리도 처음 알게 된 것인데, "서시설"은 서시가 희생된 바닷가에서 잡히는 사람의 혀를 닮은 조갯살 요리. 상하이의 "귀빈계"는 포도주로 간을 한 암탉 요리로, 양귀비가 사람을 홀리는 것처럼 취하게 만든다고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초선두부"는 모두부와 미꾸라지를 함께 끓인 추두부탕이고요. 간교한 동탁은 미끌미끌 미꾸라지, 하얗고 부드러운 두부는 초선으로, 두부로 미꾸라지를 요리했다는 직선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마지막 왕소군의 "소군오리"는 당면으로 오리탕을 끓인 음식이라네요. 상상이 잘 가지는 않습니다만.

그러나 단순히 해당 국가에서 그 음식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며, 문화적 고유성과 유전자를 탐색한다는 취지에 걸맞는 수준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음식 진화 방향에 대한 배경은 객관적이라 보기 어려운 탓입니다. 학술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고요. 

책 소개에 - 한ㆍ중ㆍ일 DNA음식, 국민음식이 된 유래와 재료는 물론 음식을 대하는 그 나라 국민의 태도, 정치에 투영된 음식문화, 식생활과 습관 그리고 미용(美容)과 보양식 등을 동원하여 그 흔적과 함께 3국 국민성을 찾아간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생존이라는 보편적인 욕구가 독창적 요리로 발전, 각 국 고유의 음식문화로 정착되고 이웃나라와 영향을 주고 받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규범과 정치적 이해 그리고 권력의 기호 등에 의해서 설정된 규칙이 독특한 ‘밥상문화’를 형성한다고 보았다. - 라고 언급되는데, 대체 저런 시각과 논리가 어디에 등장하는지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이럴 바에야 요리, 식문화에 대한 역사적인 내용과 관련된 에피소드만 실어주는 게 훨씬 나았을 거예요. 딱히 요리를 비교해서 뭔가 얻어낼 게 없다면 말이죠. 요리 자체가 문화적, 사상적, 역사적으로 강한 의미가 있지도 않으니까요. 아예 주제를 좁혀서 그 주제에 맞는 음식, 요리, 식문화만 걸러내는 게 낫지, 어렵게 주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해봤자 사실 와닿지도 않을 뿐더러 그러한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도 어려운데 왜 어려운 길을 가려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비슷하게 접근했던 주영하 씨의 "챠폰 쟘폰 짬뽕"이나 "음식 전쟁 문화 전쟁"이 떠오르네요.

주영하, 윤덕노 씨의 저서 내용이 인용되는 등 다른 곳에서 읽은 내용도 적지 않고, 오히려 다른 콘텐츠에서 소개한 것과 다른 정보를 전달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특히 "자장면", "짬뽕" 이야기는 아무리 3국을 비교하기 쉬운 소재였다 하더라도 너무 많이 알려진 것이라 후발주자 위치에서 또 소개하기에는 적절치 못했습니다.

소를 잘 먹지 않은 중국과 한국에서 소는 그만큼 중요한 가축이었다고 이야기한 뒤, 바로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소를 세분화하여 먹는다고 소개하는 식의 전개도 좀 어이가 없더군요. 중국이 김치의 종주국임을 주장한다던가, 일본의 기무치도 호시탐탐 김치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던가 하는 식의 국수주의적인 글도 문화사와는 별 상관이 없지 않나 싶었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재미가 없지는 않으나 앞서 이야기한 대로 특정 재료, 음식을 주제로 하여 3국의 차이와 소소한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식문화를 재미와 함께 전달하는 취지의 책이 더 나았을 겁니다.

2018/08/04

공정드래곤즈 1~3 - 쿠와바라 타쿠 : 별점 2점

[고화질] 공정 드래곤즈 03 - 4점
쿠와바라 타쿠 지음/대원씨아이(만화)

바야흐로 먹방의 시대입니다. 백종원 씨를 비롯, 여러 셰프들이 스타덤에 오른지 오래이며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맛있는 것을 먹는 온갖 예능들도 넘쳐나고 있고, 무엇보다도 맛있게 먹는 모습만으로 스타가 된 사람들마저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만화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물론 요리 만화는 등장한지 오래되긴 했습니다. 빵이나 카레, 중화요리, 초밥, 도시락, 와인, 술 등 요리사가 주인공이며 특정 요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만화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주로 주인공의 직업과 소재가 특이한 배틀물 - 고전 "맛의 달인"의 '완벽과 최고'의 대결처럼 - 에 머무른 작품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여러가지 다양한 장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음식과 요리를 소소한 일상, 인간 드라마와 결합시키거나, 평범한 음식을 실존하는 평범한 식당에서 평범하게 먹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로 전개하는 '음식을 소재로 한 소소한 일상계'입니다. 앞서는 "심야 식당", 그리고 뒤에는 "고독한 미식가"가 대표적인 예이며, 이외에도 영상화 된 작품만 해도 "하나 씨의 간단 요리", "와카코와 술",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 씨", "음식의 군사" 등 수도 없을 정도로 그 인기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두 번째로 현재 음식 만화에서 작지만 확실한 인기를 몰고 온 분야는, 판타지 세계관과 음식 소재를 결합한 '이세계 미식물'입니다. 쿠이 료코"던전 밥" 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장르는 "던전밥"처럼 이세계의 몬스터를 재료로 친숙한 음식을 만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여, "이세계 주점 노부" 등 처럼 현대(그 중에서도 일본) 요리를 그러한 음식을 잘 모르는 이세계 주민에게 소개한다던가, 아예 현대 일본인이 이세계로 이동하여 자신의 요리 실력으로 현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맛없는 밥 엘프와 유목생활", "이세계에서 카페를 개점했습니다" 등으로 아이디어가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세계'가 아니라 현대 요리사가 전국시대로 타임 슬립한다는 "노부나가의 셰프" 와 같은 이야기도 유사 장르로 포함시킬 수 있을테고요.

서론이 좀 길었는데, 이 만화는 이러한 '이세계 미식물' 장르에 속한 작품입니다. 그 중에서도 원조 "던전 밥" 의 특징을 많이 따릅니다. 용을 사냥하는 용 사냥꾼들이 용을 재료로 이런저런 친숙한 음식들을 만든다는 점에서요. 이세계 전문직 종사자의 평범한 식단을 테마로 했다는 점에서는 '일상계 음식 만화'의 한 범주로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단순히 아류작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포룡선 퀸자자호를 타고 용을 사냥하는 사람들과 사냥 과정에 대한 디테일 - 용이라고 불리우긴 하지만 크툴루 신화 속 크리쳐가 연상되는 "용", 고전적인 비행선인데 용을 잡기 위한 다양한 장비(작살총, 봄랜스, 창과 이런저런 와이어, 후크들, 오토자이로)를 갖춘 퀸자자호, 포룡 과정에서 하늘에 떠 있는 퀸자자호 내부에서의 식사와 빨래와 같은 생활 묘사 등등등 - 이 펜터치 중심의 고전적이면서도 빼어난 작화로 그려져 있어서 큰 재미를 선사해 주는 덕분입니다.

그런데 1권은 용 사냥꾼이 용을 사냥하고 그 부산물을 조리해 먹는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2, 3 권부터는 세계관이 긴 호흡의 이야기로 확장되어 나가더군요. 단편으로 나누어져 있긴 하지만 2권은 용의 거래로 먹고 사는 마을 '퀀 시'에 기항한 퀸자자호가 마을에서 깨어나 폭주하는 용을 사냥하는 이야기에 승무원 지로의 짤막한 사랑 이야기가 곁들여지며, 3권은 사냥 중 지상으로 떨어진 타키타가 지상의 사냥꾼에게 구조된 후, 자신을 따르게 된 새끼 용을 무리에게 돌려보내 준다는, 한 권에 한 편의 긴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구성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변화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저는 '이세계 미식물' 을 보고 싶었던 것이지 일상계 이세계 사냥 판타지를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이야기도 딱히 새롭거나 재미있지도 못합니다. 전형적인 설정의 전형적인 이야기였을 뿐입니다. 그나마 용잡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 어우러지는 2권은 조금 낫지만, 3권은 전형적인 나우시카류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고기에 푹 빠진 미카는 "던전밥"의 라이오스와 유사한 등, 퀸 자자호의 승무원들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뻔한 캐릭터라는 점이 더해져 식상해도 너무나 식상할 따름입니다.
용 고기가 무슨 색깔이며 구울 때는 어떻고, 날로 먹으면 어떤지 등 기본적인 특성조차 소개되지 않고 이런저런 요리를 선보인다던가, 뒤로 가면 갈 수록 특별한 요리에 대한 설명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전개를 보면 판타지 구루메 만화를 그려달라는 편집부의 요구를 따르는 척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관을 그려나가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뭐 이런 류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 많을테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3권까지는 그래도 어찌어찌 읽기는 했는데, 다음 권을 읽게 될 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러고보면 저와 같은 이세계 미식물 팬을 위해서 지브리에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를 활용하여 비슷한 컨텐츠를 내 놓으면 좋을 것 같네요. 나우시카 세계관에서 오무를 가지고 만드는 요리 등이 등장하면 참 재미있지 않을까요? 서둘러라 지브리!

2016/12/25

하나씨의 간단요리 1,2 - 쿠스미 마사유키 / 미즈사와 에츠코 : 별점 2.5점

하나씨의 간단요리 1 - 6점
쿠스미 마사유키 지음, 미즈사와 에츠코 그림/미우(대원씨아이)
하나씨의 간단요리 2 - 6점
쿠스미 마사유키 지음, 미즈사와 에츠코 그림/미우(대원씨아이)

"고독한 미식가"로 잘 알려진 쿠스미 마사유키가 원작을, 미즈사와 에츠코가 만화를 맡은 일상계 구루메 만화입니다.

쿠스미 마사유키의 작품들을 보면, 대체로 일상계와 평범한 먹거리 들을 조합하여 친숙함으로 어필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독신자가 이런저런 상점가 가게에서 다양한 음식들을 사 먹는 "고독한 미식가", 은퇴한 직장인이 혼자서 이런저런 음식을 사먹거나 집에서 간단한 요리를 해먹는 "방랑의 미식가", 샐러리맨이 주로 혼자 이자카야를 돌아다니며 술을 먹는 "황야의 미식가" 모두 그렇지요. 이 작품 역시 남편의 단신 부임 탓에, 가정 주부 혼자 생활하고 식사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주로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중년 남성이 주인공인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주인공이 30세의 젊은 여성이며, 말버릇이나 호들갑스러운 행동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덕분에 주로 아저씨 대상의 일상계스러운 소소한 매력으로 승부하는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주인공 하나코씨의 귀여운 매력과 적절한 개그, 유머가 더해져 있지요. 특정 장면만 보면 '개그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요.
하나씨 주변 인물들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차이점도 큽니다. 친구 미즈키를 비롯해서 하나씨의 친정 부모님,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서점 사장님, 이웃집 동거인 죤 & 요코 등등 모든 주변 인물들이 나름의 존재감을 가지고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든요. 덕분에 이야기도 풍성해질 뿐 아니라 보다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또 다른 주역인 음식들 역시 밖에서 먹는 한 끼 식사나 술안주 가 주로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정말 혼자 사는 여성이 먹음직한 음식들이 소개된다는 차이를 보입니다.
집에서 해 먹는 과정이 대충이라는 현실적 감성도 잘 살립니다. 단팥죽에 떡을 구태여 넣어 먹고, 지하철에서 우연히 들은 명란 덮밥 레시피에 가다랑어포를 추가는 약간의 어레인지는 확실히 주부스러웠고요. "포만감과 만족감이 죄책감과 패배감으로 돌변해 가는 오후..."라는 대사와 같이 다이어트에 신경쓰는 장면과 같은 디테일도 마음에 들었어요. 몇몇 밖에서 사 먹는 음식들도 주부, 30대 젊은 여성 분위기가 물씬 묻어납니다.

그러나 작화 면에서는 좀 아쉽습니다. 그림으로는 세계 챔피언급인 다니구치 지로, 음식 만화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츠지야마 시게루에 비교하면 확실히 묘사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동글동글 귀여운 그림체는 하나씨 표현에 어울리지만, 또 다른 주인공인 '음식'에는 적합하지 않았고요. 대체로 사먹거나 정말 간단한 인스턴트 음식 중심이기는 하지만, 딱히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음식이 없던 건 작화 문제가 컸습니다. 맛있는걸 먹고 행복해하는 하나씨 표정만으로는 많이 부족하지요. 이게 얼굴만 잡히는 포르노도 아니고...
또 어쩔 수는 없었겠지만 하나씨의 수다에 대한 번역이 부실해 보이는 것도 눈에 거슬렸어요. 뭔가 라임을 활용한 아재개그 스타일 말장난이 중심인데, 적절히 번역하는 것은 어려웠겠지만 조금 더 맛을 살려 주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요리, 음식만화지만 캐릭터의 매력과 스토리적인 재미가 결합되어 있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확실히 많아요. 나름의 매력이 있기도 하고요. 요리 만화를 좋아하신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동글동글 귀여운 그림체에 이런저런 사람들과 함께하는 드라마, 거기에 더해진 여러가지 음식 이야기.라는 주요 키워드만 놓고 보면 "아빠는 요리사"와 똑같습니다. 본인의 히트작 "고독한 미식가"를 벤치마킹한 "방랑의 미식가"나 "황야의 미식가" - 이쪽은 "술한잔 인생한입"도 많이 참조한 것 같습니다만 - 도 그러한데, 인기 히트작을 참조하여 새로운 파생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도 결과물만 좋다면야 뭐 나쁘지야 않죠. 어차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니까요. 허나 "아빠는 요리사"가 수십년간 이어온 장기 연재작으로 가족 구성과 분위기가 전통적인데 반해, 이 작품은 남편의 단신 부임으로 강제 독신 신세가 된 하나씨를 비롯, 옆집에서 동거하는 존과 요코, 결혼도 하지 않고 애인과 아기부터 가지게 된 친구 미스즈 등 정상적인 가족 관계가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실히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2008/10/05

악마의 정원에서 - 죄악과 매혹으로 가득 찬 금기 음식의 역사 : 별점 3점

악마의 정원에서 - 6점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정미나 옮김/생각의나무

알라딘에서 30%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기에 반쯤은 충동구매로 구입한 책입니다. 여러가지 역사적인 금기음식을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7대 죄악  - 색욕, 폭식, 오만, 나태, 탐욕, 불경, 분노-에 따라 구분하고 이들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는 책으로 저자의 엄청나게 다양한 경험과 깊은 역사적 지식이 묻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금기음식에 대한 설명을 하며 당시 해당 음식의 레시피를 그 시대 그대로 전해주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카사노바의 맛있는 유혹" 과 비스무레하게요.
 
이러한 금기의 요지는 결국 흰둥이 기독교도들이나 지배계층들이 하위 계층이나 타 민족을 억압하고 탄압하고 잡아죽이고 멸시하기 위해 만든 금기들이라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러한 억압과 모순의 잔인한 역사를 음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저자의 솜씨는 대단하며 내용도 상당히 재미있는 편입니다. 단순한 역사책이라기보다는 요리, 금기 음식과 실제적 역사를 결합한 조금 이색적인 책으로, 어떻게 보면 가장 잔인한 것이 인간이라는 것도 다시금 느끼게 해 주네요.

꽤 두꺼운 분량인데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꼽아본다면 AIDS의 기원에 관련된 내용, 육식과 인간의 잔인성의 연관관계를 따지는 부분 (심지어는 최근의 포테이토 칩까지) 도 기억에 남으며, "흙을 먹는 행위" 의 타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부분도 최근 아프리카의 "진흙쿠키"와 맞물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임종 전날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최후의 만찬에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한 시대의 거두가 죽기 직전에 추구한 것이 금기음식이었다는 것이 너무 아이러니컬 했거든요.

그러나 저자가 다양한 음식 기행을 통해 방대한 지식을 축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출신 배경 탓인지 대부분의 금기음식에 대한 내용이 중세시대와 미국 개척시대에 한정되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중세시대에 관련된 내용이 이 방대한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때는 어차피 교황과 교회가 인간위에 군림하던 시기이기에 금기가 많았던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이며, 때문에 수많은 금기음식과 그 배경에 관련된 이야기가 결국 동어반복이 되어 좀 지루한 맛이 없잖아 있긴 합니다.

어쨌건 결론은 추천입니다만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책이긴 할 것 같습니다. 저야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했으니 크게 아쉽지는 않네요. 개인적 별점은 3점입니다.

2024/03/17

돈까스를 쫓는 모험 - 이건우 : 별점 2.5점

돈까스를 쫓는 모험 - 6점
이건우 지음/푸른숲

돈까스에 진심인 저자가 우리나라의 유명 돈까스집의 돈까스를 먹고 평가하는 식도락 먹부림 에세이. 개인의 기호와 철학에 따라 주제를 정해 맛집들을 깊숙하게 탐구했다는 점에서는 조영권 씨의 "중국집"과 "경양식집에서"가 연상됩니다. 
하지만 이 책은 돈까스라는 주제에 더 깊숙이 집착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돈까스 자체는 물론 관련된 요리와 음식에 대한 정보와 특징들이 상세하게 소개됩니다. 아래와 같이요.

  • "샐러드 하면 자연스레 이탈리아가 떠오르고 거기에 시저라는 이름이 붙었으니, 로마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황제 샐러드 혹은 시저가 먹었던 샐러드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시저 샐러드는 탄생한지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음식이다. 20세기 초, 미국과 가까운 멕시코 국경 도시 티후아나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이탈리아계 미국인 시저 카르디니(Ceasar Cardini)가 어느 날 가게에 몰려든 손님에게 낼 음식이 떨어지자 기지를 발휘해 남은 식재료로 샐러드를 만들어냈는데, 이게 바로 시저 샐러드의 기원이라고 한다."
  • "일본 돈까스의 시초 '렌가테이(煉瓦亭)'에서는 뭉텅뭉텅 썬 양배추를 육수에 데쳐서 돈까스와 함께 냈다. 그런데 러일전쟁이 발발하면서 남성 직원이 징용되어 일손이 부족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데치지 않은 양배추를 그대로 내기로 했다."
  • "히레는 안심을 뜻하는 필레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단어다."
  • "멘치는 무엇인가? 갈아놓은 고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민스(mince)에서 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실제로 멘치까스는 고기와 양파를 갈아 뭉친 반죽을 튀겨서 만든다. 이런 음식, 어디서 본 듯하지 않은가? 맞다, 크로켓. 흔히 '고로케'라고 부르는 음식이 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멘치까스는 멘치고로케라고 부르기도 한다."
  • "코르동 블뢰는 음식 이름이기도 하다. 치즈를 햄으로 감싸 튀긴 음식으로, 스위스에서 처음 먹기 시작했다. 이것이 일본으로 전해졌고 다시 우리나라로 넘어오며 흔히 아는 치즈돈까스와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 "일본 나고야의 대표 요리인 히쓰마부시(장어덮밥) 전문점에 가면 먹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해준다. 먼저 밥주걱으로 4등분하여 처음에는 밥과 장어 본연의 맛을 즐긴 다음 파와 김, 와사비 등을 곁들여 먹는다. 그 후에 찻물을 부어 말아 먹고, 마지막에는 가장 맛있었던 방법으로 마무리하는게 정석이다. 꼭 시키는 대로 먹을 필요는 없지만, 아무래도 가게에서 하는 제안이니 따라 해 보는게 좋다."
  • "후쿠진즈케는 무, 순무, 오이, 우엉, 작두콩, 연근, 차조기 등 일곱 가지 채소로 만든 장아찌로 일본에서는 카레 가게에서 단골 반찬으로 볼 수 있는 반면, 그 외에는 반찬으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음식이다. 카레와 후쿠진즈케를 함께 내는 전통은 의외로 역사가 깊어 1900년대 초반, 일본 최대 해운 회사인 NYK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우선주식회사(日本郵船株式会社)의 유럽 항로에서 1등석 식사로 카레와 함께 낸 것이 시초라고 한다.
  • 한편 우리나라에도 후쿠진즈케와 아주 비슷한 반찬이 있는데 오복채라고 부른다. 후쿠진즈케가 일곱 가지 채소로 만들기에 칠복신을 뜻하는 시치후쿠진(七福神)에서 따왔다는 설이 유력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오복채 역시 이름이나 형태로 봤을 때 같은 뿌리를 갖는 음식일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오복채는 무, 연근, 오이, 다시마, 우엉, 이렇게 다섯 가지 채소로 만든다(재료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가게 이름 끝에 붙은 ‘안(庵)’은 대개 소바 전문점을 의미한다. 안이라는 한자는 우리식으로는 암자(庵子)를 뜻하는 암으로 읽는다. 그런데 하필 안이라는 글자가 소바집을 뜻하게 되었을까? 언급했듯, 안이라는 글자 자체가 암자, 즉 사찰 내에 승려가 머무는 작은 집을 뜻하는데, 이는 결국 절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다. 예로부터 일본에서는 절과 소바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는 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 기본적으로 살생을 금하는 불교 교리에 따라 사찰음식은 철저히 채식일 수밖에 없다. 메밀가루로 만드는 소바는 이런 식단에 꼭 들어맞는다. 또한 면이라는 음식은 일단 만들어두기만 하면 끓는 물에 데쳐 빠르게 대량 조리하여 낼 수 있어서 신도를 비롯해 많은 손님이 찾아오는 절에서 간편하게 대접하기 좋은 음식이다. 마지막으로 깊은 산속에 있는 암자는 종종 피난처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보존성이 우수하다는 장점도 있다. 실용적인 장점 외에도 메밀은 승려들이 수행 중에 자유롭게 섭취할 수 있는 곡물이기도 하다. 일본 천태종에는 승려가 수행 중에 쌀, 보리, 조, 기장, 콩 이렇게 다섯 가지 곡물을 먹지 않는 특정한 기간이 있는데, 메밀은 금식해야 할 곡물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더없이 소중한 식재료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소바라는 음식 자체가 오랜 세월 동안 사찰 및 승려와 함께 발전해왔다."
  • "소바집을 뜻하는 ‘안’ 자의 유래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일설에 의하면 에도 시대 아사쿠사에 도코안(道光庵)이라는 암자가 있었다. 여기에 기거하던 주인이 이른바 소바 명인이었다고 한다. 그가 만든 소바가 오죽 맛있었으면 사찰 내에서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손님이 몰려들어 결국 주지스님이 소바 금지령을 내릴 정도였다고 한다. 이때부터 에도의 소바집들이 하나둘씩 이름 뒤에 안을 붙이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소바집에 안을 붙이는 유래라고도 전해진다."
  • "타레는 우리가 익히 아는 소스와 거의 흡사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소스는 주로 양식풍 요리에 쓰며 조리 중에 넣거나 혹은 완성된 요리 위에 뿌리는 액체를 말한다. 타레는 양식 외의 요리에 쓰며 조리 중에 넣거나 혹은 완성된 요리를 찍어 먹는 액체를 말한다."
  • "썰’로 나도는 싸만코의 진정한 유래, 서머(summer)를 일본어식으로 발음한 사마(サマー)와 팥을 뜻하는 앙코(あんこ)가 합쳐져 싸만코가 탄생했다는 주장이 훨씬 설득력 있다."

개인적인 돈까스를 먹는 방법에 대한 설명도 아래와 같이 상세합니다.

"내가 일본식 등심 돈까스를 먹는 방식을 설명해보자면, 일단 가운데에서 한 조각을 있는 그대로 먹어본다. 밑간이 훌륭하다면 양끝 조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레몬 즙만 뿌려서 먹는다. 밑간이 약하다면 먼저 소금을 찍어 먹고 양끝에 가서야 비로소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순정’보다는 소금, 소금보다는 소스 맛이 강하기 때문에, 마치 회나 초밥을 먹을 때 담백한 부위에서 점점 기름진 부위로 옮겨가듯 맛의 농담(濃淡)에 신경 써서 먹는다."

그런데 이 부분은 "음식의 군사"가 떠올라 재미있었어요. 방법은 다르지만 발상은 비슷하지 않습니까?

저자의 글 솜씨도 좋습니다. 유쾌하게, 즐겁게 읽을 수 있게 해 줍니다.
수록된 거의 모든 가게가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 생활권이 아닌 강북(마포 등)에 위치한 가게가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외국이나 지방보다는 접근성이 뛰어나니 언젠가는 한 번 가 볼 기회가 있겠지요.

그런데 무시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은 그건 바로 디자인입니다. 구입 의욕을 사라지게 만드는 표지에서 시작해서, 소개하는 가게 및 돈까스의 사진이 너무 볼품이 없어요. 돈까스가 핵심이면 돈까스 사진이라도 다양하게 올려줬어야 했습니다. 솔직히 수록된 사진은 그렇게 맛있어 보이지도 않더라고요.
사진과 도판이 풍성했더라면 별 4점도 아깝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지금 결과물은 별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제 기억에 남아있든 돈까스 가게는 '허수아비 돈까스' 본점입니다. 두툼한 고기에 바삭한 튀김옷이 어우러진 일본식 돈까스였는데 당시(약 30년 전)에는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음식이었지요. 처음 먹었을 때 정말이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체인점 사업으로 이어진 것까지는 아는데, 십 수년간 가 본 적이 없네요. 마침 생각난 김에 찾아봤더니 아직은 건재한 듯 하니, 근처에 가 볼일이 있다면 추억삼아 한 번 방문해봐야겠습니다.

2014/08/15

한국음식문화박물지 - 황교익 : 별점 2.5점

한국음식문화박물지 - 6점
황교익 지음/따비

한국 음식 컬럼니스트로 유명한 황교익씨의 컬럼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여러 가지 한국 음식을 되돌아보고 그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들로 이것저것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의 블로그에서 익히 보아왔던 독설들이 가득해서 쉽게 익숙해지지는 않더군요. 저자의 주장도 좀 센 편이고요. 또 수긍하기 어려운 내용도 제법 되는 편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진상품 마케팅에 대한 것입니다. 진상품은 수탈의 역사이니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할 게 못 되며, 조상이 당한 수탈을 자랑스러워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서 근대적 시민의식이 없다는 비판입니다. 수탈이건 뭐건 지금은 마케팅 키워드일 뿐인데 그리 큰 의미를 두는게 맞을까요? 이런 논리면 성 같은 문화재도 다 부역으로 만든 것으로 수탈의 역사이니 자랑할 게 아닙니다. 또 진상품이라는 타이틀은 그만큼 인정받았다는 충분한 증거는 됩니다. 가치가 폄하될 이유는 없어요.
또 815콜라가 실패한 이유를 코카콜라의 혼란 마케팅 탓으로 돌리는 것 역시 와닿지 않았습니다. 저도 해태콜라와 815콜라를 다 먹어본 세대인데, 제 개인적 경험으로는 확연히 맛이 없었습니다. 맛보다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아무리 마케팅을 해도 맛이 없으면 안 되는 게 이쪽 시장의 진리라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죠. 그렇게나 엄청나게 마케팅해댔던 뉴코크, 체리코크가 지금 없어진 것처럼요. 그 외에 찜닭은 맛이 없다는 것 역시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웠고요.

그래도 새롭게 알게 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이천쌀이 유명한 것은 진상품이었기 때문인데 진상된 이유가 맛 때문이 아니라는건 처음 알았네요. 이천 토종쌀 중 자채벼라는 품종이 한반도에서 가장 일찍 수확되는데, 조선 왕가가 처음 수확된 쌀로 제사지내기 위해 종묘에 바친게 이천 진상미의 근원이라거든요. 일종의 보졸레누보 같은 거랄까요? 지금은 재배되지 않는다고 하니 약간 아쉽네요.
그리고 설하멱이라는 조선시대 음식이 불고기의 원형일 수 있는데, 레시피는 고기를 두드려 연하게 한 뒤 꼬챙이에 꿰어 숯불에 굽다가 구우면서 물에 담그기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겉이 타지 않게 하면서 속까지 익히려는 의도인데, 중국, 중앙아시아의 샤슬릭과 비슷한 것으로 설하멱이 샤슬릭의 음차어일 수도 있다는 발상은 아주 괜찮았습니다.
한국의 닭은 외래종이 대부분으로 이 닭고기는 구이나 튀김에 맞아 백숙이나 탕 등을 하면 맛이 많이 빌 수 있다는 것도 그럴듯했고요.

무엇보다도 항상 궁금했었던, 한국 달걀이 갈색인 이유를 처음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원래 산란계는 백색과 갈색이 있는데, 한국에서만 유독 갈색 산란계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90년대 업자들이 갈색 달걀을 토종닭 달걀인 듯 홍보한 탓이고요. 생산성이 떨어지면 토종닭이라고 속여 파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백색 산란계가 사료 효율도 좋고 질병에도 강하다 하니 조금 안타까운 현실이군요. 우리의 토종 음식 집착이 이런 비효율적이며 비합리적인 현상을 낳은 것도 씁쓸합니다. 여튼, 이제부터 같은 값이면 흰 달걀을 사야겠습니다.

그 외에도 꿀꿀이죽, 유엔탕이 존슨탕이 된 것은 66년 미국 존슨 대통령의 방한 때문이라는 것, 광고로도 유명한 수미감자가 현재 한국 감자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삶으면 찐득해지는 점질감자라 식감이 떨어진다는 것(어쩐지 옛날보다 삶은 감자가 맛이 없더라니!) 같은 재미난 이야기도 많고, 파스타는 이탈리아의 대중음식으로 누구나 대충 요리해 먹는 음식일 뿐인데 외국물 먹은 요리사들에 의해 허영심이나 채우는 음식으로 전락했다는 수긍할 만한 주장도 좋았습니다. 파스타는 "맛의 달인"에서는 전채일 뿐이라 묘사되고, 얼마 전 읽었던 야마자키 마리의 만화에서도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음식으로 나오는데 정말 포지셔닝이 오버스럽기는 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너무 강한 주장 탓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는데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가 많은 것은 분명한 만큼 한국 음식에 관심 많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9/11/03

종횡무진 밥상견문록 - 윤덕노 : 별점 2.5점

종횡무진 밥상견문록 - 6점
윤덕노 지음/깊은나무

음식 관련 저서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다작가인 윤덕노의 2017년 발표작입니다. 전작들은 특정 요리, 음식에 대해 탐구하는 내용이 많았었는데, 이 책은 부제인 "같은 재료 다른 요리 한중일 음식 문화사" 처럼 특정 재료나 요리가 '한중일' 3개국에서 어떻게 다르게 조리해서 먹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고찰하여 설명해준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모두 여섯 개의 파트, 28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이야기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전복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중일 3개국 모두에서 최고의 귀한 재료로 인정받은 거의 유일한 재료라고 하네요. 중국에서는 조조의 셋째 아들 조식이 아버지를 위해 전복 200개를 얻었다고 자랑하는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가격이 어마어마하고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조선에서도 영조를 비롯하여 세종과 문종 등 왕들의 수라 단골 손님이었고요. 일본에서는 행운의 상징으로 쓰일 만큼 귀한 음식이었다는군요. 전쟁을 떠나는 무사들이 신에게 바치는 세 가지 음식 - 얇게 편 전복, 말린 밤, 다시마 - 일 정도로 말이지요. 

밥을 지을 때 생길 수 밖에 없는 누룽지 역시 한중일 3개국에서 흔히 먹은 식재료입니다. 이 중 한국의 숭늉은 소화제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고 하네요. 숭늉이라는 말이 한자어 숙냉 (熟冷)에서 비롯되었다는건 처음 알았고요. 이렇게 한국에서는 일종의 부산물로 생각하고 음식 재료로는 생각하지 않았던 반면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누룽지탕'이라는 요리로 발전하였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처럼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주로 과자 재료로 활용했습니다. 중국인들의 요리에 대한 집념이 새삼 느껴집니다.

조기는 한국과 중국에서는 자주 먹는 생선입니다. 중국에서는 '황어'라고 부르는데 황금이 들어온다는 의미가 되어서 맛 이외에도 행운을 바라는 전통적인 재료로 많이 쓰인다네요. 하지만 일본에서는 어묵 재료로나 쓰는 잡어라니 좀 신기합니다. 온갖 해산물에 대해 최고의 맛을 끌어내도록 처리하여 만든다는 '에도마에' 전통이 왜 조기에는 해당되지 않았을지 의문이에요.

그 외에 가지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귀한 채소로 취급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유는 중국과 일본과는 다르게 신라시대부터 재배해서 풍부했던 탓이라는 설도 기억에 남습니다. 보통 외래종 산물은 중국을 통해 전해지는게 일반적인데 인도에서 신라로 바로 전해진 뒤, 다시 중국으로 이동했을 거라는 설을 다양한 사료로 증명하고 있거든요.

재료들 관련 이야기말고 조리된 음식을 가지고 풀어내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점심과 딤섬과 같은 식문화 자체를 다룬 이야기도 있고요. 이 중 송편과 월병, 츠키미당고의 관계가 재미있었습니다. 추석, 즉 보름을 기념하는 음식답게 월병과 츠키미당고는 모두 동그랗고 이름에도 달이 들어가는데 송편만 이질적이지요. 둥그렇지도 않고 이름도 소나무를 의미하니까요. 이건 송편은 추석 고유의 명절 음식이 아니었다는걸 의미한답니다. 또 솔잎으로 찌는 이유는 향 때문이 아니라 보관성을 높이기 때문이라네요.

합격을 기원하며 선물하는 엿, 찹쌀떡 이야기에서 이런 습관의 유래는 당나라부터였다는 설도 인상적입니다. 과거 제도는 수나라 때 부터 있었으니 그 이후부터 이런 전통이 생겼을 것이며 당나라 때로 확인된다는 거지요. 당시 합격 기원 음식은 돼지족발이었다고 하고요. 이유는 장원급제한 사람을 알리는 대자보는 붉은 글씨로 제목을 써서 주제 (朱題)라고 했는데 중국어 발음으로는 '쭈티'입니다. 그런데 이게 돼지족발 발음과 같다는군요. 재미있죠? 그러나 중국에서도 지금은 찹쌀떡의 일종인 장원떡을 먹는다는군요. 합격죽도 먹는다고 하는데 이는 "맛의 달인"에도 소개된 적이 있었지요.

그러나 약간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다른 글에서 많이 본 이야기가 더러 있다는 점입니다. 저자 스스로도 이런 류의 책을 열 권이 넘게 썼으니 오죽하겠습니까... 짜장면이나 다꾸앙, 스키야키와 승기악탕 등의 이야기는 그만큼 많이 보아왔던 내용들이에요.
3개국은 무리였는지 한일, 한중과의 관계만 쓰여있는 소재들도 더러 있습니다. 신선로와 스키야키, 어묵과 오뎅, 한국식 짜장면과 중국의 짜장면이 그러합니다. 어쩔 수는 없겠지만 약간은 반칙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드네요. 이럴 바에야 주제를 줄여서 더 깊게 접근하는게 좋았을 겁니다. '누룽지'는 자포니카 종으로 밥을 하는 나라에서만 생기는 부산물이니 만큼, 그런 쌀로 밥을 만들게 된 이유라던가 전파 경로 등을 함께 알려주는 식으로 말이죠. 그게 더 깊이있는 이야기였을 겁니다.

또 무리수를 둔 이야기도 제법 됩니다. 대표적인건 아귀가 우리나라, 중국과 다르게 일본에서는 나름 고급 음식 재료로 꼽힌 이유입니다. 적당히, 많이 잡혔기 때문이라는 이론인데, 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잖아요? 차라리 많이 잡히지 않아서 귀하게 대접받았다면 모를까,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윤덕노의 다른 저작들처럼 부족한 도판, 그리고 왠지 모르게 조금 읽기 힘들었다는 것도 감점 요소이고요.

그래도 이 정도면 재미와 함께 나름 현학적인 욕심도 만족시키는 괜찮은 독서였다 생각됩니다. 한중일 요리 문화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겠네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16/05/29

음식의 별난 역사 - 이안 크로프턴 / 김시원 : 별점 2.5점

음식의 별난 역사 - 6점
이안 크로프턴 지음, 김시원 번역/레몬컬쳐

'한 권으로 맛있게 즐기는 음식 교양서'라는 부제에 어울리는, 음식에 대한 미시사 서적입니다. 선사시대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오랜 세월 동안, 역사에 이름을 남긴 다양한 음식들과 음식에 관련된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소개해 줍니다. 책의 분량이 300여 페이지에 불과해서, 이야기들은 굉장히 짤막하지만 핵심을 잘 전달하고 있어서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아주 좋았습니다. 음식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음식과 관련된 유명인들의 명언이나 일화, 음식에 대한 다양한 저작물들의 인용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는데다가, 다른 곳에서 정보를 얻기 힘든 이야기들이 많아서 만족도가 높은 덕분입니다.
저자 이안 크로프턴은 일반인들이 쉽게 참고할 수 있는 도서를 주로 집필했다는데,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아 요약하는 능력이 탁월해 보입니다. 정리와 요약의 달인이라 생각되네요. 국내 출간된 책은 이 책 포함 3권인데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질 정도에요.

책에 소개된 일화 중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우선 "프렌치 토스트"의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1346년 그레시 전투에서 프랑스 군에게 포박된 영국 기사들이 몸값 지급 때문에 빈털터리가 되어 고향에 돌아오게 되었는데, 이후 독일에서 달걀물을 입힌 토스트를 '가난한 기사들'이라는 뜻의 '알메 리터'라 부르기 시작했고, 영국에서는 이를 '독일식 토스트'라고 부르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동맹국을 기리는 의미로 "프렌치 토스트"라고 바꿔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이스크림 콘은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세계 박람회에서 페르시아식 패스추리를 팔던 시리아계 미국인 어니스트 함위가 접시가 떨어진 아이스크림 장수에게 패스추리를 콘 모양으로 말아준 게 시초라고 합니다. 오무라이스 잼잼에서도 등장했었던 이야기인데 이 책을 참고한 것일까요?

저작물에서 인용된 이야기로는 1729년 조너선 스위프트의 "겸손한 제안"이라는 단편 풍자 소설이 인상적입니다. 12만 명의 어린아이들 중 2만 명 정도를 식재료로 사용해야 한다는 제안인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어린아이 요리는 특히나 가난한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 영주들에게 매우 사랑받는 요리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라는 마지막 줄의 풍자로 마무리됩니다. 지금 제안해도 풍자로서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비슷한 풍자로는 기근에 고통받는 아일랜드 농부들에게 '배가 고프면 뜨거운 물에 커리 가루를 타서 마시면 된다'고 말한 노퍽 공작에 대한 것도 재미있습니다. 런던 비프스테이크 클럽 회원이 "타임스"에 기고한 레시피로 제목은 "노퍽 커리 요리!!!". '멍청한 정도에 관계없이 살이 통통하게 찐 공작을 잡아 후추와 여러 향신료로 뭉근히 끓인다. 농부들이 모이는 날 내어 놓으면 좋은데 누구나 달려들어 이 요리를 자르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라네요. 재미있죠?

명언들은 신랄한 것들이 많습니다. 1799년 나폴리 대사 프란체스코 카라시올로의 말이 대표적이죠. '영국에는 종교가 60개나 되지만 먹을 만한 소스는 오직 한 개밖에 없다'는 말인데 영국 요리가 형편없음을 알리기 위함으로 보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먹을 만한 바로 그 한 개가 무슨 소스인지도 궁금해 집니다.
1880년 마크 트웨인이 "유럽 방랑기"에서 한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일인은 라인의 화이트 와인을 아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이 와인과 식초의 차이점이라곤 라벨이 다르다는 것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역시나 돌직구 풍자의 대가 마크 트웨인답습니다.
좋은 말도 있습니다. 마티니를 찬양하는 말들이 그러한데 1949년 미국 소설가 버나드 디보토는 "키스보다도 좋은 게 바로 마티니다"라고 했고, 문예비평가 헨리 루이스 멩켄은 "영국 소네트에 견줄 수 있는 미국의 유일하게 완벽한 발명품"이라고 했으며, 동화작가 E.B. 화이트는 "평안함의 묘약"이라고 기록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소련의 니키타 흐루시초프까지 "가장 치명적인 무기"라고 불렀다네요. 소련에는 보드카가 있으니 좋은 승부가 되었을 텐데 조금 의외군요.

레시피로는 록키 산맥에서 나는 굴, "록키 마운틴 오이스터"가 돋보입니다. 당연히 록키 산맥에서 굴이 날 리가 없고, 재료는 바로 황소 고환입니다. 황소 고환을 물에 넣은 뒤 껍질을 벗겨 타원형 모양으로 자르고, 밀가루 + 옥수수가루 + 달걀로 만든 튀김옷을 두른 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뒤 튀겨내는 요리이지요. 닭똥집 튀김과 비슷하리라 예상할 수 있는데 한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완전 맥주 도둑일 듯한 느낌!

그 외에도 벌레나 기묘한 재료들을 먹어본 사람들의 감상평 등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한데,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도판이 부실하다는 것입니다. 주요한 항목이라도 도판을 곁들였더라면 훨씬 좋았을 텐데 말이죠. 15,000원이라는 가격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러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가성비가 좋다고 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음식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놓치기 힘든 책인 것은 분명합니다. 음식 관련 잡학, 미시사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21/02/28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 윤덕노 : 별점 3점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 6점
윤덕노 지음/더난출판사

음식 관련 식문화사, 미시사 서적. 관련 서적을 많이 저술해 왔던 윤덕노 씨의 근간입니다. 주로 우리나라 역사나 일화 속 음식과 요리들을 다루었던 전작들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제목처럼 고대사부터 근대사까지의 중국 역사에서 요리 관련된 이야기들을 뽑아내어 소개해 줍니다.

요리에 대한 단순한 소개보다는 그럴듯한, 그리고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었던 역사적 사실을 뽑아내는 글들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조개가 높은 가치를 가졌었다는걸 "삼국지"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사료를 통해 우선 소개한 뒤, 그 이유로 옛날 중국의 주요 도시들이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탓이었다고 설명하는 식입니다. 물론 단지 거리 문제만은 아닐 수 있겠지만, 뭐든 구하기 힘들면 가치가 높아지는건 당연하니 그럴듯한 발상입니다.

당나라 이전 가 유행하지 못한 이유도 비슷합니다. 저자는 우선, 당나라 이전은 북방이 남방에 비해 문화적으로 월등하게 발전했던 시기였다고 해석합니다. 당시 북방 민족은 차보다 낙농 제품을 더 선호했습니다. 차나무는 따뜻한 지방에서만 자라는 식물이라 접하기도 쉽지 않았고요. 그러다가 당나라 때 강남의 발전,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호방한 북방 호족 문화가 쇠퇴하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정신을 맑게 하는 차가 대접받는 남방 문인 귀족 문화가 발전하게 되었지요. 차의 대 유행은 이런 역사적 흐름이 맞물린 덕분이라는군요.

남북조 시대, 남제 출신으로 북위에 투항 후 대장군을 지낸 왕숙이 양고기와 물고기를 비교했던 일화도 마찬가지에요. 북위의 수도 낙양은 허난성에 위치한 중원의 중심인데, 이 곳까지 북방 유목민 음식이 널리 퍼졌다는 뜻으로 남북조 시대부터가 호한 胡漢 융합이 시작된 시기로 보는 좋은 증거라고 하거든요. 충분히 설득력있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항상 궁금했던, 왜 중국에서는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많이 먹고 대접받는지?에 대한 설명도 실제 역사와 잘 맞아 떨어져서 재미있었습니다. 돼지고기가 황제 수랏상에 오른건 명 태조 주원장 때가 처음인데, 그 이유는 주원장이 탁발승 노릇까지 했던 밑바닥 출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송, 원나라 때 귀족, 부자들은 주로 양고기를 먹었습니다. 돼지고기는 주로 가난한 서민이나 하층민이 먹었고요. 그런데 주원장이 황제가 된 뒤, 자기 입맛에 맞는 돼지고기를 수랏상에 올리게 했고 이후 돼지고기를 제일 좋아하던 만주족이 중국을 지배하여 중국 육식 문화에서 돼지고기의 자리는 확고 부동해졌다고 하네요.

그 외 중추절 토란이나 오리고기를 먹는 풍습이 원나라 때, 몽골인을 죽이는 심정에서 비롯되었다던가, 도삭면은 몽골족이 한족으로부터 식칼을 압수해서 어쩔 수 없이 쇳조각으로 만들었던 상황에서 유래되었다는 고사도 역사와 음식을 잘 배치하여 설명한 사례라 생각됩니다. 몽골족은 한족으로부터 주방용 식칼을 압수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팩트 체크도 확실해서 마음에 들고요.

역사적인 의미보다는, 여러 일화나 명언 등에 관련되어 있는 요리들도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강남 귤이 강북 가면 탱자 된다'는 고사를 예로 들며, 이 강은 화이허강이며, 귤과 탱자는 아예 다른 종류이고 강북에서 귤 재배가 되지 않는건 북방 한계선이 화이허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주는 것 처럼요. 

국수가 장수를 의미하는 음식이 된 유래도 기억에 남네요. 이는 그만큼 밀이 비싸고 고급 음식이었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보통 생일날에는 평소와 달리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기 마련이니까요. 송나라 이후는 밀이 흔해졌지만, 숲이 많은 북방에서 평야 지대인 남방으로 밀려난 탓에 찌는 요리법이 발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그럴듯했습니다. 화덕에 구울 때는 화력이 센 장작이 필요한데, 숲이 없는 남방에서는 볏짚이나 밀짚과 같은 농업 부산물 혹은 낙엽을 연료로 쓴 탓에 연료 소비가 적은 수증기를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이유지요. 

복날과 보신탕의 유래도 가치있는 정보였습니다. "사기"에 근원을 둔 역사적인 행사와 음식이라는건 처음 알았네요. 호떡은 군것질거리나 값싼 길거리 음식이 아니라 황제가 먹기에 손색없는 고급 음식이었다는 이야기도요.
조조, 수양제, 장한, 소동파 등 수많은 권력자와 문인들을 사로잡았던 송강 농어의 정체가 정약용을 포함한 조선 학자에 따르면 '꺽정이'라고 하는데 한 번 먹어보고 싶어지네요. 지금은 보호종이라고 하니 먹을 기회는 그다지 얺겠지만요. 그런데 고려, 조선인들은 그다지 즐겨 먹지 않았는데 중국에서는 왜 이렇게 요란을 떨었는지 아주아주 궁금해집니다. 

그 외에도 동짓날 팥죽을 먹는 이유 등 여러모로 쓸만한 정보가 가득합니다.

그러나 내용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저자가 만주족이 돼지고기를 선호했다는 주장의 근거는 제사를 지낼 때 돼지고기를 썼다는 이유 뿐입니다. 그런데 이 책 다른 부분에서 송나라가 돼지고기를 먹지 않은건, 주변 강대국인 요와 금으로부터 받은 문화적 영향 탓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목민은 일반적으로 돼지고기를 싫어할 뿐만 아니라 아예 먹지도 않았다는 이유로요. 만주족도 말갈, 여진의 후예로 유목민에 가까운데 왜 돼지고기를 선호했을까요?

또 남송에서 찌는 요리가 발달한건 연료가 부족했던 탓이라는 이유는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찌거나 볶거나, 연료 차이가 크게 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직화'인 경우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중국 요리에 직화 요리가 많지도 않으니까요. 이렇게 저자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모호한 부분은 눈에 거슬렸습니다.

그리고 크게 3개 단락으로 구분해서 시대별로 목차를 구성해 놓았는데, 어수선하고 정리가 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통사적으로 목차를 구성하여 해당 시기에 대해 여러가지 요리들을 일람하도록 하는 구성이 훨씬 보기 좋았을것 같네요.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독서였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중국 요리와 역사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2012/05/16

음식전쟁 문화전쟁 - 주영하 : 별점 2점

음식전쟁 문화전쟁 - 4점
주영하 지음/사계절출판사

문화인류학적인 시각에서 음식의 문화적, 사회적 의미를 분석했다는 책으로 도서관에서 충동 대여해서 읽어보았습니다. 먹거리 관련 책으로 잘 알려진 주영하 씨의 책이더군요. 저자의 책은 아직 "차폰 잔폰 짬뽕""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 두 권밖에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구태여 비교하자면 "차폰 잔폰 짬뽕"과 좀 비슷합니다. 음식에 대해 문화적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 음식보다는 다른 부분에서의 문제 제기가 많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하지만 주제 하나만큼은 명확했던 "차폰 잔폰 짬뽕"보다 훨씬 많은, 다양한 음식들을 가지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이야기가 많이 혼란스럽고, 주제가 명확하다기보다는 희석되는 측면이 많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물론 "맛의 달인"에도 등장했었던 희석식 소주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 한국인의 폭음은 막걸리를 마시듯 소주를 마셨기 때문에 생겼다는 문화적인 이유가 크다는 점 같이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 실려있긴 합니다. (소수민족 롤로족이 도수 4~5%의 옥수수술을 마시다가 중국에 병합된 후 도수 50%에 육박하는 저렴한 바이쥐우로 술이 대체되었으나, 여전히 바이쥐우를 옥수수술 마시듯 하는 사례 소개)
요릿집의 역사와 유명 요릿집 태화관에서 벌어진 "독립선언서 낭독", 식도원에서의 "조선 공산당 결성식"과 같은 역사적인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나 요정에 대해 소개한 부분도 나쁘지는 않았고요.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우리 음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문화적 측면에서의 고찰이라는 점에서는 건질 게 있기는 한데, 저는 "음식" 그 자체에 좀 더 집중된 책이 더 좋은 것 같네요.

2018/08/12

마크 쿨란스키의 더 레시피 - 마크 쿨란스키, 탈리아 쿨란스키 / 한채원 : 별점 2.5점

마크 쿨란스키의 더 레시피 - 6점
마크 쿨란스키.탈리아 쿨란스키 지음, 한채원 옮김/라의눈

얼마전 "대구" 라는 책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다양한 음식 관련 저서로 잘 알려진 마크 쿨란스키의 책입니다. 워낙에 좋아하는 작가라 주저없이 구입하게 되었네요.

그런데 구입하기 전에 책 소개를 좀 읽어보고 살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크 쿨란스키의 다른 책들처럼 음식이나 요리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와 전혀 다른 '레시피 모음집'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양한 경력을 지니고, 음식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춘 마크 쿨란스키이기에 평범하게 레시피만 실려있는건 아닙니다. 일주일에 한 번, 딸 탈리아가 지구본을 돌려 짚은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 먹던 가족의 게임에서 시작된 책으로, 해당 나라에서 많이 먹는 음식을 평범한 미국 가정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거든요. 푸드 프로세서와 오븐만 있으면 거의 모든 음식을 만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유럽은 물론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에 우리나라와 몽골까지 포함된 아시아까지 정말로 방대한 종류의 음식을 소개하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깍둑썰기한 참치에 참깨,다진 파, 카이엔 페퍼, 참기름, 간장을 섞는 하와이 식 애피타이저 '아히 포키', 잘게 자른 토마토와 오이, 양파, 올리브 오일, 민트 잎과 후추로 만드는 이란의 '시라지 샐러드', 이런저런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지만 오븐이나 푸드 프로세서 없는 저도 충분히 만들 수 있어 보이는 독일의 소고기 요리 '사우어브라텐', 새조개를 소금물에 담아 끓인 후 우유와 샐러리를 넣어 만드는 아일랜드의 '새조개 수프', 소고기 슬라이스를 양념에 절인 후 구워 먹는 니카라과의 '니카라관 비프' 등은 도전해보고 싶어집니다.

또 해당 국가에 대해 짤막하지만 특유의 글 솜씨로 재미있게 소개해 주는 부분도 볼거리입니다. 특히 마크 쿨란스키가 이런저런 이유로 직접 방문했었던 나라의 경우, 본인이 해당 국가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주는데 이런 글들은 정말로 재미있었어요. 

소개되는 음식을 통해 해당 지역의 문화를 살짝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하와이의 대표 음식으로 일본의 타쿠완(다꾸앙)이 소개되는 글을 통해, 일본인들이 하와이에 다이콘(무)을 들여왔다는걸 알게 되는 식으로요.
전문가다운 식견을 보여주는 항목도 있습니다. 일본 요리를 소개하면서 '굴은 일본인들처럼 씻을 필요 없다' 고 하는 부분이 대표적이에요. 소금물로 씻는게 좋아 보이기는 합니다만.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레시피 모음집이고, 저자 가족에게는 즐거움이자 기쁨이었겠지만 독자에게는 딱히 땡기지 않는 나라와 요리들이 포함되어 있는 등 모든 내용이 만족스럽지만은 않습니다. 2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도 비싼 편이고요. 무엇보다도 마크 쿨란스키의 다른 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책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몇몇 국가, 혹은 대륙으로 압축하여 해당 국가의 요리와 음식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2017/01/09

식탐 만세! - 다카기 나오코 / 채다인 : 별점 2.5점

식탐 만세! - 6점
다카기 나오코 지음, 채다인 옮김/살림

에세이 만화가 타카기 나오코의 신작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저자의 책은 "배빵빵 일본식탐여행"(이하 "배빵빵")과 "나 홀로 여행"의 두 권입니다. 이 중 음식을 다룬 "배빵빵" 쪽이 더 마음에 들었던 차에 제목을 보니 비슷한 내용일 것 같기에 구입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전 리뷰에서도 썼었지만 "배빵빵"을 좋아하는 이유는 훈훈하고 소박한 분위기, 그것에 잘 어울리는 그림, 그리고 여행지와 음식들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에 충실하다는, 나름대로 삼위일체를 갖춘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 역시 비슷합니다. "배빵빵"이나 "나 홀로 여행"과 비슷하게 작가의 담담한 일상을 다루는 전체적인 분위기에 더해 먹을거리, 음식들에 대한 소개가 괜찮아요. 집밥, 좋아하는 음식, 최근 자주 먹는 음식에서 시작하여 여행가서 우연히 구입한 음식까지 다루고 있는 식으로 그 범위도 넓고 다양하고요.
일상 속 음식에 대한 이야기 부분에서 한 번 해 먹어봄직한 음식이 등장하는 것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표고 버섯과 레몬을 넣은 페페론치노 파스타는 저도 한번 꼭 도전해봐야겠더라고요. 

또 제법 등장하는 여행 이야기들은 "배빵빵" 스타일 그대로입니다! 오사카 여행 중 갑작스럽게 비를 만나고, 기껏 찾아간 참치 축제에서 참치 해체 행사가 열리지 않고, 벛쫓 구경을 갔는데 벛꽃이 아직 피지 않는 식으로 나름대로의 드라마들도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그러고보면 재미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정말이이지 아주 약간의 잔재미, 디테일인 것 같네요.

하지만 "배빵빵"보다 낫냐 하면 또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우선 구성 면에서 조금 아쉽습니다. 집밥이나 개인적인 식사 부분이 여행 이야기와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정리가 되어 보이지 않는 탓입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잔잔하고 담담해서 취향이 아닐 수도 있고요.
그런대로 재미있었던 여행 쪽 이야기도 문제는 있습니다. 대부분 먹어보기 힘든 음식들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오사카 정도만이 허용 범위일 뿐, 다른 지방은 특별한 이유없이는 가기 힘들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다카키 나오코라는 작가를 좋아하신다면, 요리와 음식과 여행 관련 에세이 만화를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2014/03/31

식탁 위의 한국사 - 주영하 : 별점 3.5점

식탁 위의 한국사 - 8점
주영하 지음/휴머니스트

다양한 음식을 통해 그 음식 및 관련된 역사를 알려주는 미시사, 식문화사 서적입니다. 음식과 문화사 관련 서적을 많이 집필한 주영하 씨의 저서입니다. 무려 570여 페이지에 달하는 역작이지요.

목차는 크게 다음의 5개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개항기" – 다양한 외래음식이 전래된 시기와 그 메뉴들을 다룸
  2. "국밥집" – 설렁탕, 추어탕 등 국밥에서 시작해 비빔밥, 냉면, 만두, 배추 등을 소개
  3. "조선 요리옥" – 유명 요릿집과 고급 요리인 신선로, 탕평채, 전복 등을 다룸
  4. "대폿집" – 서민들의 안식처였던 대폿집, 선술집에서 먹었던 술과 안주 이야기
  5. "해방 이후, 음식의 혼정과 음식접의 글로벌화" – 해방 이후 변화된 음식 문화를 다룸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음식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없을 수 없는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소개된 요리들에 대해서는 기원과 역사, 당대의 레시피, 시조나 소설·영화 속 인용까지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다루고 있으며, 그동안 몰랐던 에피소드들도 풍부하게 담겨 있고요.

인상적이었던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하자면, 일제강점기 당시까지 전복이 굉장히 많이 잡혔다는 것, 편육이 원래 소고기 편육을 의미했다는 것, 전주의 명물인 탁백이국이 콩나물로만 만든 음식이었다는 것, 갈비구이가 원래는 대폿집의 저렴한 메뉴였다는 것, 빈대떡의 어원, 청어 과메기와 꽁치 과메기의 관계 등입니다. 간략하게라도 소개하고 싶지만, 책의 내용이 방대하고 자세하여 요약해서 인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목에서 기대했던 실제 역사와의 직접적 연계 구성이 아니라는 점, 도판의 부실함, 몇몇 정보는 인터넷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예: "탁백이국", "빈대떡") 때문에 조금 감점하지만, 재미는 물론이고 자료적인 가치도 최상급이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 한국 음식 문화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한 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는 참고서 같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2012/03/08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 - 김찬별 : 별점 3.5점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 - 8점
김찬별 지음/로크미디어

이글루스의 유명 블로거 김찬별 님이 쓴, 여러 가지 우리 음식의 유래를 설명해주는 일종의 미시사 서적입니다.

요리나 역사 전공자가 아니어서 더 과감하게 쓸 수 있었다고 저자가 후기에서 밝히고 있는데, 충분히 그럴듯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가끔 식당 벽에 붙어 있는 "기원전", 혹은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음식"이라는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죠. 물론 이 책에서처럼 대부분의 음식이 정말 일제강점기 이후 자리 잡은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최소한 식당 벽의 설명문보다는 설득력이 높다고 생각되네요.

특히 일제강점기 시절부터의 역사는 비교적 디테일하고 치밀해서 자료적 가치도 높은 편입니다. 당시의 요리를 다룬 자료가 풍부해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를 기획한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로그에서처럼 화려한 전개는 아니지만, 저자 특유의 시니컬하면서도 유쾌한 문체도 마음에 들었고요.

무엇보다도 실려 있는 음식 대부분이 지금 우리 식생활에서 중요한, 매우 평범한 음식들이기에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가 예상과 달리 생소한 음식 위주로 다뤄져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과 달리, 이 책은 우리에게 친숙한 반찬과 분식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류의 책에서 빠지지 않는 짜장면, 김치, 불고기, 커피 같은 주제뿐만 아니라, 한 발짝 더 나아가 제육볶음, 감자탕, 호떡, 삼겹살, 떡볶이, 냉면, 된장찌개까지 다루고 있어 정말 생활 밀착형 요리 미시사 서적이라 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후라이팬의 역사와 동일할 것이라 추정한 튀김의 역사, 일제강점기 대유행했다는 호떡 이야기, 지금의 삼겹살구이는 1980년대 이후 정착했다는 견해, 조선시대부터 존재했지만 재료와 조리법이 크게 변한 생선회 이야기 등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신문 연재물이었던 "주영하의 음식 100년"과 유사한 부분이 많고, "돈가스의 탄생", "모던의 유혹",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등 익숙한 도서의 인용이 많다는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하지만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만의 견해를 덧붙여 새롭게 구성한 창작 요리 같은 책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식과 대중음식의 기원과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특수성도 돋보이고요. 별점은 3.5점입니다.

2018/08/18

조선의 탐식가들 - 김정호 : 별점 3점

조선의 탐식가들 - 6점
김정호 지음/따비

조선에서 음식을 좋아했던 유명인들과 그들이 좋아했던 음식들, 관련된 다양한 일화들을 모아 정리한 음식, 미식, 미시사 서적입니다. 

책에 따르면 조선 시대 선비들이 음식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선비에게는 소박하고 정갈한 밥상이면 충분하다는 이덕무, 이익, 정약용 부류, 그리고 지금도 미식가로 유명하며 미식과 탐식을 즐겼다는 허균, 서거정 부류가 있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탐식가' 중심의 이야기들을 주로 풀어내고 있고요. 모두 총 아홉 장에 후기까지 3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앞부분, 1장에서 3장까지는 소고기 관련 이야기입니다. 소고기는 금령이 내려졌지만 사대부들은 쉬쉬하면서 찾아먹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귀하고 맛있다고 알려진건 '우심적'입니다. 소의 염통을 양념 간장을 발라 구워 먹는 것인데, 왕희지에게 대접했다는 고사 때문에 귀한 사람에게 대접하는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많이 먹었다고 하네요. 유래도 그럴듯하지만 맛도 괜찮을 듯 한데, 왜 지금은 먹지 않는건지 궁금해집니다.
조선 시대에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비싼 음식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초식동물인 소와는 다르게 잡식성인 돼지는 먹이 문제로 보편적인 육류로 자리잡지 못한 탓입니다. 그래서 돼지고기가 한 근에 1전 2푼, 소고기는 한 근에 7, 8 푼이었다고 합니다. 1푼을 대충 만원이라고 치면 소고기 600g에 7~8만원 선이니 괜찮은 가격이군요.
또 이렇게 소고기가 나름 널리 퍼진 덕분에, 원래 음력 10월 초하룻날은 소고기를 구워먹는 날이었다고 합니다.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는 날도 좋지만 이런 우리의 전통도 계속 이어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소고기로 유명한 횡성군에서 시작하면 딱이지 않을까요?

4장에서 알 수 있는 당시의 개고기 사랑도 아주 인상적입니다. 정약용이 개고기 애호가로 몸소 레시피를 편지에 써 보낼 정도였다니까요. '채소밭에 파가 있고 방에 식초가 있으면 이제 개를 잡을 차례입니다.'로 편지가 마무리되는데 정말 좋아한다는게 절절히 느껴집니다. 심지어 왕실 연회에도 올랐다니 말 다했지요.

9장에서의 왜관의 승기악탕을 좋아했던 조선 사대부들, 그리고 이게 현재의 스키야키로 이어지는 역사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저는 여태까지 "스키야키"인 줄 알았는데, 원래 삼나무 상자에 끓여먹는 '스기야키'라는게 상당히 의외였어요. 원래 조선에서 '승기악탕'은 맛이 뛰어난 음식을 나타내는 별칭으로 '도미면' 이 그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관 연회에서 스기야키가 조선 관리들에게 대접된 후, 빙허각 이씨의 책 "규합총서"에서 왜관음식으로 닭찜 '승기악탕'이 소개되었고, 한글학회의 '큰사전'을 통해 '승기악탕'은 도미면과 스기야키의 조리법이 합쳐진 새로운 요리로 정의된게 현재에 이르렀답니다. 최근 '편백찜' 이라고 편백나무 상자에 숙주를 깔고 그 위에 얇게 썬 소고기를 얹어 쪄 먹는 음식이 유행하는데, 이왕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일거라면 조선 최고의 음식이었던 '승기악탕' 을 현대식으로 만들었다! 고 하면서 홍보하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레시피를 조금 바꾸던가, 도미면같이 생선을 재료로 쓰는 메뉴를 추가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이렇게 좋은 내용이 많지만 글이 좀 정리가 안된 느낌이 강해서 담고있는 내용만큼이나 재미있게 읽히지 않는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조금 더 깔끔하게 정리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그래도 재미도 있고 자료적 가치도 높아서 별점은 3점입니다. 조선 시대 식문화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