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혼자를 기르는 법 1~2 세트 (완결) - 전2권 - 김정연 지음/창비 |
다음에서 연재될 때 챙겨봤던 작품. 단행본 1, 2권으로 완결되어 출간되었기에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일상툰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과 주변인의 삶을 최대한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리는 개그물과 심각하고 어두운 삶의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성 짙은 이야기로요. 전자 쪽은 대체로 한 번 연재될 때 이야기 하나가 완결되고, 후자 쪽은 긴 호흡의 이야기를 그리고요.
이 작품에는 두 가지 종류의 속성이 모두 섞여 있습니다. 주인공 이시다 양과 반려 동물 쥐윤발의 만남과 헤어짐까지를 긴 호흡으로 다루면서, 혼자 사는 삶의 팍팍하고 어두운 면을 드러낸다는건 분명 드라마성 짙은 무거운 이야기지요.
그러나 한 회에 한 편의 이야기를 완결하는 스타일과 일상 속에서 독특한 시각으로 어떻게든 만화적인 재미를 찾는 기묘한 유머 감각은 개그 일상물 느낌을 강하게 전해줍니다. 야근 중 '1일 8시간 정착'이라고 쓰여진 포크레인을 보고 중장비보다 오래 일하는 현실을 자각하는 장면, 쥐윤발과의 동거 생활을 시작하며 '나를 존경하라, 나를 섬겨라!'고 외치지만 결국 자신은 쥐윤발의 똥치우는 사람이라는걸 깨닫는 에피소드가 대표적이에요. 첫 전세집의 꽃무늬 벽지를 보고 "매일 식물의 성기를 보면서 살게 되었다니!!!!"라는 생각을 한다던가, A380의 비즈니스 석 같은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본 뒤 현실적인 견적을 내어 보고, 백합이 가득한 방 안에서 죽기 위해 얼마나 드는지 계산하는 것 처럼 현실을 희화하여 웃어 넘기는 센스도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이외에도 1, 2권 합쳐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 덕분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차고 넘치도록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밴드를 꿈꾸던 시다가 지하철 노선도에서 '선바위'라는 역 이름을 보고 롤링스톤즈를 대적할만한 이름이라며 밴드명으로 정한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존나 멋있는 곳이겠지'라며 찾아가보지만,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곳이었다는 내용인데 제가 메일 아침 출근하기 위해 지나기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여긴 정말 아무 것도 없어요!
또 과거의 데즈카 오사무가 연상되는 레트로틱한 독특한 작화도 인상적이었으며, 이시다 양에게 닥친 공황 장애라는 병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좋았습니다. 그동안 막연히 대중 앞에 노출되는걸 두려워하는 병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몸이 아프지 않은데 아픈 척 경고를 보내는 거라는건 처음 알았네요.
그래서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무거운 분위기와 가벼운 개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비교적 잘 잡은 성공적인 결과물이었다 생각됩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두 가지 속성 중 한 가지를 고르라면 개그 일상물 성격이 더 강하긴 합니다. 삶이 팍팍하고 힘들지만 이시다 양에게는 가족이 있고, 친언니만큼 돌봐주고 아껴주는 친한 이웃 언니 오해수도 있으니까요. 야근이 잦은 직장은 이런 류의 작품에서는 스테레오 타입이라고 할 수 있으니 특별히 고생이라 할 수는 없겠지요. 사수도 비교적 괜찮은 편이고요. 이시다 양도 뒤로 가면 갈 수록 회사에서 할 말은 다 할 정도로 성장하는 모습도 보여주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은 편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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